일곱 해의 마지막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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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다 읽은 후 그 여운이 길었다. 무언가를 써야할 것 같은데, 계속 백석 시인에 대하여 생각했다. 그러다 발견한 게 김연수 작가의 음성으로 '연재를 마치고 난후'와 연재소설을 듣기 시작했다. 귓가에 맴도는 소설의 내용이 내 주변을 장악하고 나는 그렇게 한동안 소설 속에 빠져있었다. 김연수 작가의 소설을 오래도록 기다려왔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이후 8년 만의 신작이라고 한다. 이 소설이 어떤 내용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김연수 작가의 소설이라는 것이 중요했다. 그렇기에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 백지 상태에서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시인 백석의 이야기였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혹은 '사슴'으로 유명한 시인. 소설 속에서 백기행으로 불리는 시인의 삶을 바라본다. 작가는 이 소설을 가리켜 '백석이 살아보지 않은 이야기'라고 하였다. 백석 시인이 살았음직한 이야기. 그가 북한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작가의 시선으로 마치 백석을 다독이듯 풀어낸 글이었다.  





백기행은 시인이다. 1957년과 1958년을 그리며 과거를 오가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소위 문학을 한다는 시인이 북한에서 살아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충성을 맹세해야하고 어떻게든 수령을 찬양하는 문구를 넣어야만 하는 사회주의 체제다. 글 한 문장, 단어 하나때문에 문학을 하는 사람이 육체노동을 해야하는 수도 있다. 그래서 그는 시를 쓰지 못한다. 그가 하는 일이라곤 러시아 문학을 번역하는 일을 뿐이다. 샘솟는 말들을 침묵 속에 감추고 있어야 한다. 기행 뿐만 아니라 문학을 하는 많은 작가들이 그랬다. 기행의 벗인 준이 말했다. 이런 세상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자기를 속일 수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말이다.

 

 

북한의 작가 외에도 러시아의 시인인 빅토르와 벨라를 등장시킨다. 벨라가 북한의 조선작가동맹으로부터 초청을 받아 기행과 만나게 되었다. 벨라의 옆에서 통역을 하고 헤어질때 자신이 쓴 시가 든 노트를 건넸다. 빅토르와 벨라는 세로로 길게 쓰여진 시, 그 시의 아름다움을 말하면서도 러시아와 북한이 처한 상황을 동일시하기도 한다. 기행이 벨라와 나누었던 이야기들은 기행의 생각을 대변하고, 작가의 생각을 말해주는 듯 하다. 마음속으로 죽여야만 하는 단어와 글쓰기에 대한 생각들을 말이다. 

 

 

당신 안에서 조선어 단어들이 죽어가고 있다면, 그 죽음을 생각해야만 해요. 아침저녁으로 죽음을 생각해야만 해요. 그러지 않으면 제대로 사는 게 아니에요. 매일매일 죽어가는 단어들을 생각해야만 해요. 그게 시인의 일이에요. 매일매일 세수를 하듯이, 꼬박꼬박. (165페이지)

 

 

사회주의 체제에서 문학은 어쩌면 죽은 단어일지도 모른다. 그가 사회주의 체제에 반하여 그들이 원하는 글을 쓰지 못했을때 멀리 삼수군의 축산반으로 내처졌다. 글을 쓰지 못하니 차라리 몸을 사용하는 일이 편했다. 기행이 합숙소가 아닌 사무실에서 수많은 편지를 쓰고 시를 썼다 난롯불에 태우는 작업을 밤마다 계속했다. 언어가 막히고 단어가 막힌 곳에서 드디어 숨통이 트였다. 비록 보내지 못하는 편지이고 발표되지 못하는 시였지만 그 시간이 있었기에 비로소 그 사회주의 체제에 순응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으므로.  

 



 

 

언어를 모르는 불행과 병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언어는 뜻밖의 방식으로 인간을 위로한다. 당신, 이미 죽은 사람, 이라는 말. 그 겨울의 골짜기에서 당신도 얼어붙고 당신의 노래도 얼어붙었다는 말. 그리고 봄에 내가 당신의 노래를 분명히 들었다, 는 말. (213페이지)

 

 

수령을 찬양하는 시를 쓸 수밖에 없었던 기행이 안타까웠다. 그것을 써야만 했을 그 마음 때문이었다. 작가는 시인을 계속 기행이라고 불렀다. 시인이기 전에 기행이라는 이름을 가진 인간으로 보았음직하다. 언어와 단어를 죽일 수 밖에 없었던, 마음의 소리를 죽여야만 했던 그의 내면을 나타내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단어를 가지고 시를 쓰는 시인이므로 단어와 언어와 화해해야 했다. 러시아의 언어에 매달렸어도 조선의 단어와 언어에서 나오는 그 그리움을 잊지 못했던 것이다.

 

 

비교적 짧은 소설이다. 그럼에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백석의 삶을 말하는 글에서 아픔을, 안타까움을, 같은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애정과 다정한 위로가 감동적이다. 우리가 그의 삶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에 더 아름다운지도 모르겠다. 그의 시집을 제대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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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의 지극히 사적인 미술 에세이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에서 미술에 관한 철학적 시선을 만날 수 있었다. 이번에 다산책방에서 출간된 신작도 미술 에세이로 읽힌다. 그렇지만 이 책은 사뮈엘 포치라는 한 남자를 필두로 그와 교류를 했던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가장 아름다운 시절, 벨에포크 시대를 엿보게 한다. 




줄리언 반스는 런던 국립 초상화 미술관에 전시된 빨간 코트를 입고 서 있는 사뮈엘 포치의 사진을 보고 깊이 매료되어 이 책을 쓰기에 이르렀다. 사뮈엘 포치를 그린 그림은 물론이거니와 그의 이름도 낯설다. 그렇지만 사뮈엘 포치는 '1901년 프랑스 최초의 산부인과 전문의이자 전 세계적으로 '표준 교과서'로 인정받은 부인과학 논문을 쓴 저명한 의사'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1885년 여름, 프랑스인 세 사람이 런던 방문을 하였다. 자신들의 목적을 '지적이고 장식적인 쇼핑'이라 일컬었다. 그들은 한 명은 왕자, 한 명은 백작, 다른 한 명은 이탈리아 계 성을 가진 평민이었다. 왕자는 에드몽 드 폴리냐크, 백작인 로베르 드 몽테스키우-페젠사크, 이탈리아 계 성을 가진 평민은 닥터 사뮈엘 장 포치였다. 몽테스키우를 우리에게 익숙한 사상가 몽테스키외와 같은 인물로 보았으나 다른 인물임을 알게 되었다. 


<집에 있는 닥터 포치> 존 싱어 사전트


사뮈엘 포치와 교류한 사람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들이 많다. 빨간 코트를 입은 남자 <집에 있는 닥터 포치>를 그린 존 싱어 사전트가 쓴 소개장을 들고 찾아간 헨리 제임스를 비롯해 공쿠르 상의 주역 에드몽 드 공쿠르, 위스망스, 마르셀 프루스트, 오스카 와일드 등이다. 뿐만 아니라 알퐁스 도데와 그의 아버지 레옹 도데와 19세기 프랑스 여배우 사라 베르나르, 이디스 워튼, 장 로랭 등도 있다. 전기작품을 통해 그들과의 인연을 찾아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여겨졌다.  



책을 보면 오스카 와일드의 사건을 꽤 비중있게 다룬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과 『샬로메』 를 쓴 오스카 와일드는 동성애를 했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게 되는데 그러한 과정들이 언급되었다. 그 시대에는 동성애자를 죄인으로 취급하였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동성애를 나누었던 듯 하다. 포치와 가까운 관계였던 몽테스키우나 폴리냐크 또한 동성애자였다. 마치 유행처럼 남자들이 남자들과 관계를 맺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사뮈엘 포치 또한 동성애자였다는 건 아니다. 포치는 결혼하여 아내와 딸과 아들이 있었다. 문제는 이 시대에 남자들에게 결혼은 그저 아이를 낳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었다는 점이다. 쾌락은 집밖에서 해결하였다. 정부를 두고 여러 여자와 염문을 뿌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포치는 의사이자 외과 의사, 사교계의 명사였다. 줄리언 반스는 프랑스 독서에서는 포치를 만난 적이 없었고, 미술잡지에서 '프랑스의 부인과학의 아버지일 뿐 아니라 일상적으로 여성 환자를 유혹하려 한 확인된 성 중독자'임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수많은 여성들과 사귀었고 포치의 아내인 테레즈와 딸 카트린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카트린의 이야기도 언급했는데, 카트린은 아버지를 미워하면서도 사랑했던 것 같았다. 





포치는 부인과학을 독자적인 분과로 바꾸어 놓았다. 남성 의사가 여성 환자의 질을 진찰하는 것을 '환자의 도덕감 해이'를 가져올 수 있으니 '여성에게 절박하게 필요할 때'에만 해야 한다고 말했던 미국의 찰스 메이그스와 달리 포치는 검경을 이용하는 진찰과 양손을 사용하는 진찰을 비교하면서 여성의 편안함을 위해 먼저 검경을 소독한 물로 따뜻하게 데우라고 권했고, 진찰하는 동안 환자와 눈이 마주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를 낳아본 여성이라면 느꼈을 법한 일이다. 아이를 임신했을 때 여성 의사가 있는 병원을 다니다가 양수가 부족하여 대학병원으로 진료를 받으러 갔다가 느낀 그 상황이라니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아무래도 포치는 부인과학을 이끄는 전문의로 환자에 대한 진료를 즐기지 않았나 싶다. 



책에는 수많은 인물들의 사진들 뿐 아니라 그림이 수록되어 있다. 물론 포치의 사진들이 많고 다양한 인물들이 담뱃값 속에 들어있는 카드 섹션처럼 보이는 사진들도 많았다. 사뮈엘 포치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류가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이끌었던 벨에포크 시대에 활동했던 인물들을 만날 수 있게 했다. 예술가들은 그들의 기질 때문에 혹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그들의 재능들때문에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예술은 예술을 알아본다고 했던가. 이 책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 더불어 사뮈엘 포치라는 인물을 알게 되어 더욱 값진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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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0-09-28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내용이 궁금했는데 소개글 장 읽었습니다. 곡 저도 읽고싶네요

Breeze 2020-09-29 10:26   좋아요 0 | URL
벨에포크 시대의 다양한 인물들과 닥터 포치에 관한 이야기들이 흥미로웠어요.
감사합니다. ^^
 
예술의 쓸모 - 시대를 읽고 기회를 창조하는 32가지 통찰
강은진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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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화가가 빈센트 반 고흐다. 그를 처음으로 알게 된 게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에서 였다. 빈센트 반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를 엮은 책이다. 책 속의 그림과 빈센트 반 고흐의 삶에 대하여 알게 되어 그의 그림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림이 실려 있는 책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 전에도 그림을 좋아하긴 하였으나 제대로 그림에 관심을 더 갖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 뒤부터 나는 그림과 예술 관련 책을 읽고 사 모으고 있다. 



나를 반 고흐의 그림으로 이끌었던 『반 고흐, 영혼의 편지』 는 고흐의 동생인 테오가 엮었다고 생각했으나 고흐가 죽은 뒤 얼마되지 않아 역시 세상을 뜬 테오의 아내 요한나가 엮은 책이다. 비운의 화가인 고흐와 그를 보살폈던 미술상 테오가 나눈 편지들을 버리지 않고 고흐의 그림을 알리기 위해 책을 활용했다. 그로 인해 천재적인 화가로 이름을 알리게 되었던 것이다. 돈 맥클린의 음악 <빈센트>를 사랑했던 건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책 속에서 저자도 말하였지만, 예술은 우리에게 더 넓은 시야를 갖게 해줄 뿐만아니라 얼어붙은 감각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한다. 그림을 바라보며 마음의 위안을 얻는 사람들이 많다. 이 책 『예술의 쓸모』는 마음의 위안을 얻음과 동시에 그림을 바라보며 통찰을 할 수 있는 책이다. 예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과 어디까지 예술이 될 수 있으며 예술을 통해 삶의 자세를 말한다.



그림을 혹은 예술을 잘 알지 못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 쓴 글이다. 거창한 지식 없이도 가능하단 이야기다. 그림을 통해 예술가의 생애를 알게 되고 그림의 화법이나 화풍을 가르는 글을 읽고 있노라면 어느새 예술에 대한 지식이 쑥쑥 올라감을 느낄 것이다. 전에 다른 책에서도 볼 수 있었던 자크 루이 다비드의 <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이 이 책에서도 언급되었다. 자코뱅 소속이었던 다비드가 프랑스 대혁명의 시기에 혁명가로 활동했다가 나폴레옹의 도움으로 다시 재기할 수 있었던 것을 말하는 부분이었다. 오래전 '나폴레옹'이라는 술이 있었던 듯한데 그 술병에 그려진 그림이 다비드의 그림인 것 같다.(내 기억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 



네덜란드 출신의 화가 로렌스 알마 타데마는 고향을 떠나 런던을 택했다. 사회적으로나 미술적으로도 격변기의 시기에 낭만을 선사하는 전력을 세워 큰 인기를 끌었다. 스승으로부터 고전적인 기법을 익혔고 이탈리아로 떠난 신혼여행에서 예술적 영감을 받았던 것이다. 그의 그림은 아름답고 환상적이다. 마치 유토피아에 있는 것처럼 마음을 즐겁게 한다. 




<기대> 로렌스 알마 타데마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스토리텔링 만한 게 없다. 예술서적에서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그림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그림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그러한데 이 그림을 먼저 알게 되고 동명의 영화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콜린 퍼스와 스칼렛 요한슨이 나온 영화였는데 스토리가 굉장히 아름다웠다. 원작 소설이 따로 있었다. 트레이시 슈발리에가 쓴 작품을 영화화 한 것으로써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그리게 된 과정을 나타냈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그러고보면 스토리텔링처럼 중요한 게 없다. 페르메이르의 삶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한 소설가의 상상력으로 창조된 페르메이르의 작품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그리게 된 과정은 무척 흥미로웠다. 새로운 이야기의 탄생이며, 그 그림을 달리 보게되는 효과가 있다. 더불어 페르메이르라는 이름을 확실히 알렸다. 저자는 이러한 이야기와 함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후 나치가 강탈한 각종 예술품을 회수하던 중 헤르만 괴링이 보관하던 페르메이르의 <그리스도와 회개하는 여인>을 발견했다고 한다. 국보급 문화재를 나치에 팔아넘긴 화가이자 미술품 중개인인 반 메헤렌을 체포하였으나 그 작품이 직접 그린 위작이었다는 폭로를 하였던 에피소드도 말한다. 당대의 저명한 미술 평론가 또한 진품으로 인정했다하니 위작 소동을 통해 평론가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평단을 골탕먹이려 했던 메헤렌이 위작 작업을 계속 했음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키스> 구스타프 클림트


클림트의 그림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키스>이지 않을까. 황금빛으로 이루어진 한 남자와 여자가 키스하는 그림이다. 그 색채가 아름다워 누군가의 집에도 이 그림을 걸어놨던데 다시봐도 참 아름답다. 매우 화려하고 밝게 보였던 그림인데 자세히 쳐다보면 몽환적이고 화려한 분위기가 낯설고 불안하게 느껴진다고 표현했다. 클림트의 <죽음과 삶>이라는 그림을 보면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죽음이라는 그림자의 어두운 내면을 나타냈다. 가족의 죽음때문에 평생 죽음과 유전병에 대한 트라우마를 안고 있었다는 사실은 어쩐지 서글프다. 



오랜만에 그림 관련 책을 읽고 마음의 위로를 받았다. 답답한 시간들을 견디기 힘들었었는데 책 속의 그림들을 보며 마음을 달랬다. 이처럼 그림은 우리의 마음을 달래주며 커다란 깨달음을 준다. 저자가 설명하는대로 따라가다보면 예술에 대한 통찰력으로 깊은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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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정민을 눈여겨보기 시작한 게 영화 <동주>이지 않았나 싶다. 그 전에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성보라의 찌질한 전남친으로 잠깐 나왔지만 말이다. <동주>에서 나는 배우 박정민의 연기에 반하게 되었다. 이어 <그것만이 내 세상>과 <변산>을 연이어 본 것 같다. <그것만이 내 세상>을 보면서 놀란 게, 물론 영화 <동주>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어쩌면 그렇게 연기를 잘하느냐 였다. 특별히 잘생긴 외모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서번트 증후군이 있는 장애인으로 나와 마치 실제 천재 피아니스트처럼 피아노 연주를 하는데 놀라웠다.


그렇다고 그가 출연한 영화를 다 본 건 아니다. <변산>에서 김고은과 연기 합을 맞춘 것도 좋았고, <파수꾼>에 이은 윤성현 감독의 <사냥의 시간>에서의 아주 짧은 출연 또한 반가웠다. 그렇게 좋다던 <파수꾼>은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에 개봉하기 얼마전에 관람했었다.


배우나 연예인이 쓴 글을 챙겨 읽는 편이 아니다. 아마 누군가의 도움으로 쓰여졌을 것으로 여기기 때문인 것이 없잖아있었다. 박정민 배우의 책이 나왔다는 것도 처음부터 알았지만 읽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개정증보판이 나왔다는 걸 보고 구매하게 되었다. 가볍게 읽어보자는 의미에서였다.


책의 첫장을 열어 첫문장을 읽는데 느낌이 새로웠다. 박정민 배우가 직접 쓴 문장으로 아주 심플하면서도 위트가 있었다. 그만의 경험으로 이루어진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었다. 배우로서, 아들로서, 서른즈음을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속엣말을 하고 있었다. 우리 모두 겪어온 이야기들, 느껴온 감정들이었다. 그래서 기분좋은 마음으로 계속 읽어갔던 듯 하다.

무엇보다 글을 참 맛깔스럽게 썼다. 그가 쓴 글을 한번 살펴보자.


누구나 할 수 있는 진부한 말일지 몰라도, 중요한 건 상이 아니고 상을 받아도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되는 것일 테다. 만 원 남짓한, 그 피땀 흘려 번 돈을 내고 영화관에 들어오는 관객들에게 거짓말하지 않는 배우가 되는 것일 테다. 진실된 눈으로 연기하는 배우가 되는 것. 마치 양조위처럼. 그래서 내가 지금 어디냐면.(35페이지)


연기에 대하여 고민하는 흔적들이 보인다. 그래서 그는 영화 촬영이 끝나면 그 인물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여행을 다녔다. 에세이의 초반엔 주로 홍콩을 방문했던 것 같다. 영화를 찍을 때 하나의 팀을 이루게 된다. 그는 동료들을 믿고 지금 하고자 하는 일들 모두 이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하기도 했다.


영화에 대한 애정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동주>를 찍으며 느꼈던 감정들, 함께 찍었던 배우들과의 에피소드. 그리고 그를 있게 해준 가족이야기를 빠트릴 수 없다. 엄마를 표현한 부분에서 툴툴거리지만 마음 속에 든 감정들을 슬며시 표현하는 부분도 좋았다.


듣는 것에 인색한 사회다. 어쩌면 그런 시대인지도 모르겠다. 듣기보단 말하는 것에 익숙한 시대. 들리는 것을 듣는 것조차 원하지 않는 이곳에서 듣고 싶어 듣는 행위는 사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나 죽고 싶어

지랄하지 말고 술이나 먹자.(186페이지)


남자로서 아버지에 대한 감정은 남다르다. 아버지와 많이 닮은 그는 학창 시절에는 원망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아버지를 존경한다고 했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근성' 덕분에 쓰러지지 않았다고 말이다. 자식을 낳으면 그 아이가 아버지의 근성을 닮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처럼 누구에게나 가족은 애잔한 것같다.


2013년부터 매거진 <topclass>에 칼럼을 쓰기 시작했고, 3년 동안 쓴 칼럼을 책으로 엮었다. 이 책은 3년만에 개정증보판으로 다시 나온 책이다. 배우 박정민의 손글씨와 일러스트가 실려 있다. 그가 다시 글을 썼으면 좋겠다. 그래서 책으로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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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에 미쳐서
아사이 마카테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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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쓴 작가 아사이 마카테는 50세의 나이에 데뷔하였다고 한다. 아주 늦은 나이에 데뷔했지만 그의 작품이 좋아 다른 작품들도 출간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졌다. 소설도 유머스럽고 소설 속에 나온 주인공들과 그 인물들의 은근한 다정함이 좋았다. 일본의 에도시대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은 꽤 재미있다. 이 소설 또한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무사의 아내였으나 사별한 지사토를 주인공으로 하여 에도 시대의 채소로 시장을 주름잡던 오사카의 멋과 맛을 알 수 있는 작품이었다. 






지사토는 습자소에서 아이들을 가르치지만 해고당하고 집 관리인의 소개로 세이타로의 집에서 마마님의 견습시녀로 일하게 된다. 견습기간동안 제 역할을 할 때까지 급료가 없다. 대신 이 저택에서 기거하므로 별도의 생활비가 들지 않는다. 이곳은 오사카의 야채 도매상 가와치야로 주인은 상인회의 회장이다. 세이타로는 이 집안의 큰 아들로 매사에 허술하여 사람들에게 스카탄(얼간이 혹은 바보, 허당을 일컫는 간사이 사투리)이라 불린다. 그렇지만 세이타로는 채소를 입에 넣기만 해도 산지를 척척 맞추는 능력이 있다.  


막부의 보호를 받으며 야채 도매시장을 운영했던 상인회는 그들 외에 직접 야채를 가꾸어 파는 농부들을 단속한다. 즉 일종의 독점체제였다. 농부들은 행정관에게 노점에서 야채를 팔 수 있도록 노점 판매 허가를 청원한다. 이렇게 되기까지 그들을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세이타로다. 문제는 세이타로는 야채를 독점했던 상인회 회장의 큰아들이라는 점이다. 상인회로부터 문제가 되었고 세이타로와 회장인 그의 아버지에게 책임을 물었다. 


주인공 지사토는 원래 에도 사람이었다. 오사카 사람들에게 에도에서 온 여성 지사토는 도시 여인으로 비춰졌다. 예를들면 서울에서 지방으로 내려온 조선 시대의 여성쯤으로 인식되었다는 뜻이다. 남편이 죽은후 에도에서 만주 가게를 운영하는 친정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돈도 없어서 가와치야의 마마님의 시녀가 되었는데 상당히 자주적인 여성이다. 무사들에게든 상인회의 사람들에게도 할말은 하는 인물로 비춰진다. 다소 차가워보였던 마마님 시노도 표현하지 않지만 점점 마음에 들어한다. 지사토는 오사카에서 나오는 음식들을 꽤 음미하며 맛있게 먹는다. 그녀의 먹는 모습은 집주인에게도 마마님에게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복스럽게 비춰진다.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했으면서도 일본 특유의 그 유머스러움이 살아 있어 좋았다. 에도 시대의 몇몇 인물들과 야채를 독점했던 상인회, 노점에서 판매할 수 있는 허가를 청원했던 것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역사속 사실들과 몇몇 실제 인물을 포함하여 새로운 인물들을 만들었던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역사소설로도 비춰지고 로맨스 소설로도 읽힌다. 지사토가 농부들을 돕던 세이타로를 다시 보게 되면서 두 사람이 여러 면에서 얽히는 상황들이 은근슬쩍 미소를 짓게 한다. 


오사카에서 나오는 채소와 책 속의 그림으로만 보았던 채소를 만들고 싶은 주인공들의 고군분투가 이 소설을 더욱 빛나게 했다. 오사카라는 도시에 대하여, 그곳의 음식과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더불어 아사이 마카테라는 작가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그의 다른 작품들이 나온다면 꼭 읽어보고 싶어졌다. 2014년에 나오키상을 수상한 『연가』라는 작품도 어서 출간되었으면 했다.






코로나-19 때문에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집콕해 있어 스트레스가 쌓일 때 꺼내 읽기 시작하면서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읽었던 책이다. 시대적 상황을 알지 못해도 소설의 내용을 따라가다보면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푹 빠지게 되는 매력적인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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