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흔들리는 중입니다 - 산책길 들풀의 위로
이재영 지음 / 흐름출판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서른아홉에서 마흔으로 넘어갈 때 굉장히 우울했다. 이십 대에 바라본 마흔은 우리가 넘지 못할 선으로 여겼었다. 마지노선처럼 여겼던 마흔을 눈앞에 두었을때 세상을 등지는 것마냥 그렇게 방황했었던 것 같다. 마흔을 넘기고 후반부에 들어서자 그제서야 적응을 하게 되었다. 마흔이 가진 나이를 인정하니 마흔이 가진 많은 것들이 보였다. 조금쯤은 삶을 제대로 살아볼 나이이기도 하다. 여전히 방황하고 조그만 것에도 흔들리지만 사십 대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나는 말한다. 지금이 훨씬 좋다고. 아스라히 떠오르는 이십 대의 기억은 아픔 뿐이어서, 내가 선택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에 대한 후회가 남지만 다시 돌아가도 역시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는 걸 조금쯤은 알아챘다고나 할까.

 

 

 

오랜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쉬고 있다. 잠시라고 생각했지만 벌써 4개월이 지났다. 직장을 다시 찾고 싶은 마음과 내가 계획했던 것처럼 1년의 시간을 휴식으로 채울 것인가 여전히 생각중이다. 오후가 되면 나는 집을 나선다. 푹신한 운동화를 신고 긴팔 티셔츠에 긴 바지를 입고 모자를 쓰고 햇빛 차단용 마스크를 쓰고 산책길을 향한다. 처음엔 가지만 앙상했던 산책길의 메타세콰이어는 지금은 푸르른 초록으로 변했다. 변해가는 초록의 향연에 눈이 부셨다. 메타세콰이어 아래쪽에는 맥문동이 자리잡고 있다. 작년에 보라색으로 예쁘게 피었던 기억이 떠올라 하루하루 변해가는 나무 색깔에 기대하는 마음을 품었다. 메타세콰이어가 조금씩 푸르러지더니 초록으로 무성해졌고, 햇볕이 비치는 맥문동이 하나씩 꽃을 피우더니 활짝 피워 우리들을 즐겁게 했다.

 

 

맥문동이 피기 전 분홍색 상사화가 먼저 피기 시작했고, 꽃댕강나무도 꽃을 피웠다. 개망초도 피고 산책길 바깥에 텃밭을 일구는 사람들 때문에 도라지꽃, 깨꽃 등 변해가는 들꽃들의 아름다움때문에 걷는 일이 즐거웠다. 그래서 개를 데리고 산책길에 나선 저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별것 아닌 들꽃에도 마음이 가기 마련이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불안하여도 초록으로 피어난 들꽃으로 보고 있으면 무뎌지기 마련이다.

 

 

 

저자는 가평의 설악면에서 작은 책방 '북유럽(Book You Love)'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에세이스트다. 벌써 세 권의 책을 냈다고 했는데 저자를 인스타에서 팔로우하고 있었음에도 작가라는 걸 몰랐다. 짧은 글과 사진을 바라보며 멋진 곳에서 책방을 운영하고 있구나, 라고 부러움의 눈길을 보낸 게 다였다. 저자가 걸었던 길을 글로 읽으며 나는 길가에 소담하게 피어있는 꽃들의 이름을 익히고 사진을 들여다 보았다. 익숙한 이름도 있지만 새로운 이름도 있어 들꽃들도 이렇게 예쁜 게 많구나 했다.

 

어떤 것이든 어떻게 바라보느야에 따라 그것이 소중하고 어여쁜 법이다. 하루의 일상인 산책길에서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들꽃의 이름을 알고 그것을 사진으로 남기는 일은 쉽지 않다. 어느 나이건 흔들리는 법이다. 그 흔들림 속에서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아닌 자발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는 저자의 말에서 우리의 현재를 볼 수 있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생이 된 딸아이를 바라보는 마음 또한 우리가 겪어왔던 일이기도 하다.

 

 

일주일에 세 번씩 아파트 내의 요가교실에서 요가를 했다. 코로나-19때문에 요가 수업이 중단되어 몸이 굳어 있었는데 다시 연다는 문자를 받았다. 반가웠다. 다시 몸을 정돈할 수 있겠다. 저자 또한 주민센터에서 일주일에 두 번씩 요가를 한다고 했다. 느린 음악을 들으며 명상을 하고 서서히 몸을 움직이는 과정은 우리의 마음을 다독이는 과정과도 닮았다. 하루에 쌓아 둔 묵은 마음들을 내려보내는 작업은 쉽지 않지만 묵묵히 그 시간을 견디는 것 또한 마음을 버리는 과정이다.

 

 

 

작은 것들은 작아서 더 오래 내 곁에 남는다. 크고 무거운 것들은 생의 어느 순간 버겁게 느껴져 헤어짐의 수순을 밟는다. 비싸게 돈 들여 산 옷이라도 옷장을 차지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애물단지가 되고 결국 버려지고 만다. 작은 드리퍼가 잠시 잊고 있던 사실을 상기시킨다. (208페이지)

 

 

소소한 일상과 일상을 바라보는 마음이 들꽃과 더불어 잔잔하게 빛났다. 저자가 찍은 사진을 오래도록 들여다 보고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냥 지나치지 않는 조그만 들꽃 하나에 마음을 주는 이야기에 감동했다.

 

 

성공한 인생이 무엇인가 생각해본다. 돈을 많이 벌고 여백 없이 빵빵하게 명예까지 얻는 삶이 아니라 결핍을 축복이자 행운으로 치환할 수 있는 삶. 그래서 편안하고 평화롭게, 자주 행복을 느끼며 사는 삶. 완벽한 사람은 없다. 아니, 인간은 완벽할 수 없는 존재다. 누구나 한 가지쯤 남보다 못한 무엇, 남이 가지지 못한 무엇이 있다. 그 모자란 부분이 언제 어느 때 아름답게 빛날지 모르는 일이다.  (139페이지)

 

 

 

 

 

 

보라색으로 물들인 맥문동 길은 전국의 사진작가들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더불어 걷는 나도 매일이 행복하다. 점점 짙어져가는 보라색 꽃, 꽃 모양이 점점 커져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길이다. 그 길을 매일 걸으며 생각을 한다.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내 마음에게 귀를 기울이며 오늘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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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프니 듀 모리에의 작품을 처음 읽은 게 『레베카』였다. 고딕 로맨스 소설로서의 최고를 자랑한 대프니 듀 모리에의 작품은 매우 매력적이었다. 최근에 다시한번 읽으면서 작가의 작품 몇 권을 더 구매하여 읽었다. 장편을 더 선호하여 몇 권의 책을 읽었더니 그가 쓴 단편들도 읽고 싶어 구매한 책이었다.

 

 

 

세계문학 단편선에는 모두 아홉 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히치콕 감독이 만든 「새」를 비롯해 「지금 쳐다보지 마」등 잘 알지 못했던 작품들을 읽는 기쁨이 컸다. 영화화 된 「새」 는 예고편을 잠깐 보았을 뿐 내용을 알지 못했는데 작품을 읽어보니 새로웠다. 누군가 사람을 죽이는 내용으로 생각했는데 새가 인간들을 공격한다는 내용이었다.

 

 

 

 

「새」는 전쟁에서 부상을 입어 연금을 받으며 근처 농장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는 냇의 이야기다. 밤에 잠을 자는데 무언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창문을 열었다. 새들이 창문으로 들어와 냇을 공격했다. 집안으로 들어오려고 했던 새들의 시체가 창가에 쌓였다. 바닷가에 나갔더니 새떼들은 물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날 밤 아이가 새들에게 또 공격을 가하자 냇은 교환수에게 전화를 걸어 새떼들이 몰려오고 있다고 전한다. 그렇지만 방송 관계자들은 새들의 공격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냇은 창문과 굴뚝에 판자를 대어 새들이 침입하지 못하게 하였다. 집안에 있는 음식물의 양과 연료 들을 점검하여 며칠 동안 먹을 수 있을지 가늠하였다. 학교에 간 아이를 데릴러 갔다가 새를 잡으러 간다는 농장의 주인에게 집을 단속하라는 말을 건네지만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 전쟁을 경험한 냇은 새들의 공격을 심상치않게 보았다.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먹을 것과 마실 물, 연료 등을 챙겨 집안으로 들어갔다. 가족들을 보호하려는 냇의 분투기를 담은 내용이었다. 대프니 듀 모리에가 전쟁을 겪으며 느낀 것들을 소설로 풀어내지 않았나 싶다.   

 

 

단편선의 첫 작품인 「지금 쳐다보지 마」는 굉장히 서스펜스적인 소설이었다. 딸아이를 잃은 부부가 베네치아를 여행중이다.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변장한 남자 쌍둥이들처럼 보이는 자매가 존과 로라를 쳐다보고 있었다. 고개도 돌리지 않고 바라보기에 그 시선이 싫어 로라에게 그들을 쳐다보지 말라고 했다. 자매들 중 한 명이 화장실로 향하자 로라도 따라 갔다. 화장실에 다녀온 로라는 자매들 중 한명이 자기 테이블에 죽은 딸이 앉아 있었다고 했다. 생일때 입었던 원피스를 입고 행복하게 미소 짓고 있다는 거였다. 자매 중 언니가 눈이 멀고 나서 영매처럼 볼 수 있다고 했다. 베네치아는 존에게 위험하니 얼른 떠나라는 말과 함께. 기숙학교에 있던 아들이 아프다는 소식에 로라는 서둘러 떠나고 베네치아를 떠나지 못한 존은 페리에서 쌍둥이 자매들과 함께 있는 로라를 보고는 찾기 시작한다.

 

 

이 소설의 결말은 몹시 놀랍다. 존이 로라를 찾아 헤매는 동안 만났던 얼굴이 보이지 않은 키 작은 아이, 아무리 찾아도 로라가 보이지 않아 애를 태웠던 시간들. 쌍둥이 자매들이 존에게 위험하다며 떠나라고 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책을 읽는내내 몹시 불안하였다. 불안했던 이유가 밝혀지자 역시 대프니 듀 모리에의 작품답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결말을 예상할 수 없고 전체적으로 공포와 전율이 일었다. 마지막에 가서야 안타까움의 탄식을 내뱉었다.

 

 

남편이 죽은후 저택에 혼자 살고 있던 앨리스 부인은 집을 정갈하게 꾸미는데 일가견이 있다. 방학이 되면 집으로 돌아올 딸에게 어떤 선물을 해줄까 고민하며 산책을 나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자 열쇠도 맞지 않고 집안에는 다른 사람들로 가득찼다. 하녀인 그레이스의 흔적도 없고 그녀는 가방도 없고 신분증하나 가지고 있지 못했다. 경찰서에 간 앨리스 부인은 자신의 집을 찾아달라며 애원하지만 오히려 경찰은 그녀의 신분을 의심스러워 한다. 「눈 깜짝할 사이」라는 내용이다. 앨리스 부인에게 어떠한 일이 일어났는지 시간은 왜 갑자기 20년이 흘러 버렸는지 알 수 없다. 그녀의 정체 또한 오리무중이다.

 

 

영화관에 갔다가 마침내 아름다운 여자를 발견하였지만 군복을 입은 남자만을 죽이는 여자 「낯선 당신, 다시 입 맞춰 줘요」와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잠수함의 공격을 피해 가던중 「호위선」의 도움으로 무사히 영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이야기. 렌즈 삽입술을 하고 나서 그토록 친절했던 간호사나 의사, 남편의 모습이 다르게 보이는 「푸른 렌즈」는 왜곡된 우리의 시선을 말하는 것만 같았다. 배를 타고 바다로 고기를 잡으러 가는 남편을 위해 기도하는 여자의 이야기 「성모상」, 순간적인 말실수가 초래한 삶이 어떻게 망가지는가를 보여주는 「경솔한 말」 등 모두 다 다양한 매력을 느끼게 했다.  

 

 

「몬테베리타」는 산의 부름에 이끌려 몬테베리타로 향하는 젊은 여성들의 신비함과 아직도 애나를 사랑하는 남자의 외침을 말하는 소설이었다. 여성들로만 구성되어 공동체 생활을 하는 몬테베리타의 신비함을 말하는데 결말은 별다르지 않았다. 그저 인간의 나약함을 보게 되었달까.

 

 

단편선은 한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읽을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현대문학 단편선 시리즈가 좋은 이유도 그것이다. 장편은 자주 읽게 되지만 단편은 자주 찾지 않게 된다. 한 작가의 다양한 작품들이 실려 있어 그 매력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크다. 『대프니 듀 모리에』 또한 아홉 편의 작품들이 모두 매력적이었다. 이제 읽지 않았던 작가의 작품을 더 찾아봐야겠다. 장편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또 누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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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8-18 19: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프니 듀 모리에가 요즘 회자되는 것 같습니다. 많이 눈에 띄네요.
레베카를 예전에 영화로 인상 깊게 봤기에 관심이 갑니다.

Breeze 2020-08-18 19:14   좋아요 1 | URL
서재 분들이 많이 읽으시더라고요. 일단 대프니 듀 모리에의 소설은 몰입감이 좋거든요. ^^
 
이사
마리 유키코 지음, 김은모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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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뒷면을 보면 주의사항이 있다. '심약자는 반드시 「해설」을 먼저 읽을 것!'이다. 그걸 읽었음에도 나는 책의 앞장부터 읽기 시작했다. 다 읽고 나서  「작품 해설」을 읽는데 그 생각이 났다.  「작품 해설」을 먼저 읽었으면 전후 사정을 다 알게 되었을까. 그 또한 하나의 소설이므로 약간의 이해는 될 수 있을 것이다. 몇 년 전에 읽은 마리 유키코의 작품 중 한 사람의 정신이상증세가 생활반경을 공유하는 정상인에게도 옮아가는 정신감응병을 소재로 한 연작 소설이 『골든 애플』 이었다. 다소 섬찟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 작가의 이름을 새겼었는데 이번에 만난 작품 또한 이사를 주제로 한 연작 소설로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주변의 것들을 주제로 하여 공포를 자아내게 했다.

 

 

살면서 여러 번의 이사를 했다. 특별하게 거리낄 게 없었는데 최근에 많은 이야기 혹은 책을 읽다보니 내가 이사갈 곳에 어떤 사람이 살았는지 궁금해졌다. 언젠가 우리집에 한 도시를 떠나 다른 도시로 이사했을 때 새로 이사 온 사람이 옆집 사람에게 '잘 되어서 나갔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혹시나 좋지 않게 이사했을때의 불안감 때문이리라. 나도 이제는 이왕이면 누군가 죽었거나 사업이 망해 이사간 것 보다 잘 되어서 혹은 승진해서 이사간 집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사를 주제로 한 이 소설은  「문」을 비롯해  「수납장」,  「책상」,  「상자」,  「벽」,  「끈」이라는 제목과 이 소설들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품 해설」로 이루어져 있다. 살던 집이 연쇄살인범의 집이었음을 우편물을 통해 알게 된 기요코가 비교적 깨끗해 보이는 집을 계약하기 위해 보러갔다. 관리인을 보내고 혼자서 집의 요모조모를 따져보던 중 현관문 옆의 비상구 문을 열고 들어간 이야기를 담고 있는  「문」은 공포를 유발한다. 좁은 비상구에 갇혔을때 문은 안에서 열 수 없으며 휴대폰도 터지지 않고 수많은 돈벌레로 가득찬 곳이었다. 아무도 그녀가 거기 갇혔다는 것을 모른다는 것이 문제다. 기요코가 방문했을 때 벽에 난 작은 구멍들은 압정을 꽂은 듯 했다. 돈벌레가 가득하고 수많은 구멍들이 있는 집에서 어떻게 살 수 있단 말인가. 생각만 해도 온 몸이 근질거린다.

 

 

이사를 앞두고 「수납장」을 정리하는 나오코는 오래된 상자에서 그림 한 장을 발견한다. 초등학교 1학년때 아빠를 그리라고 하자 옆집의 야마시타 아저씨를 그렸던 그림이었다. 엄마와는 좋아하는 사이였던 것 같은데 갑자기 이사를 결정한 이후 아저씨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았다. 혹시 엄마가? 이러한 의문을 품었던 나오코는 우유부단한 성격이라 쉽게 거절의 말을 하지 못한다.

 

 

폐기물 처리장에서 머리와 신체 일부가 없는 3~40대의 신원 미상의 시신을 발견한 사건이 발생된 때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게  「책상」이다. 마나미는 이사센터에 파트타임으로 일자리를 얻었다. 달콤한 게 먹고 싶어도 남편의 건강관리 때문에 참고 있는 상태다. 이사 센터의 냉장고에서 무언가를 꺼내 먹은 듯한 사장의 여동생은 입가가 빨갛다. 피로 보인다. 혹시 사람을? 책상 서랍에서 발견한 편지를 보고 마나미는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러나 그 책상은 남편의 회사에서 나왔다는 사실이다.

 

 

회사 사무실 이전을 할때 자신의 책상 옆에 필요없는 박스들로 가득차 있는 걸 발견한 유미에는 정직원임에도 우유부단한 성격으로 계약직 사원들로부터도 배제를 당한다. 정작 중요한 자신의 골판지 상자는 사라지고 그 「상자」를 노숙인이 들고 가자 찾으러 갔다가 육교에서 떨어져 죽고 만다. 직원 하나가 유미에를 골탕먹이려고 노숙인에게 주어버렸던 것이다.

 

 

부부 싸움으로 보여 경찰에 신고를 했던 이토가 옆집 여자에게 당하는 「벽」과 호러 게시판을 보아야만 잠이 드는 사야카가 더이상의 글이 올라오지 않아 지도앱을 켜고 집 주변을 바라보다가 자기 맨션이 나오자 실내까지 들어가 「끈」을 발견했다. 문틀에서 나온 검은 끈을 따라가자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겟 업, 겟 업, 겟 업, 하고. 이 노래는 「문」에서 기요코가 들었던 것이다. 사야카는 수많은 돈벌레로 우글거리는 비상문 앞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소설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인물이 아오시마다. 맨션 관리인으로 혹은 같은 사무실의 직원으로 나오는 수상한 인물이다. 골판지 상자 또한 여러 편에 걸쳐 나온다. 우리 생활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문이나 벽, 상자, 수납장 등을 등장시켜 공포를 유발한다. 공포를 나타내는 것은 유령이나 귀신이 아니다. 인간에서 나오는 악에서 비롯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마음속에 숨겨 두었던 악이 발현되어 사람들을 죽이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 공포의 근원이 인간의 악에서 나온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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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검색해보는 단어가 있다. 환율과 금값시세다. 습관처럼 검색해보곤 하는데 지금은 금값시세가 너무 올라 한숨만 나올 뿐이다. 코로나의 시대, 경제가 불안해 터무니없이 금값이 올라 금 투자하기엔 버거운 상태다. 경제에 대하여 잘 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소소한 것에는 관심을 두고 지켜보는 편이다.

 

그렇다고 경제 관련 서적을 잘 보지는 않는다. 읽을 기회가 주어지면 읽기는 하는데 그것에 따라 실천을 하거나 하지는 않는데, 이 책은 경제 관련해서 상당히 유익한 책이었다. 어떻게 투자하라는 책이 아니다. 좋은 투자 방법을 알아도 돈이 없으면 어쩔 수 없는 거지만 경제를 전반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내용의 책이었다. 그래서 돈의 현재와 미래를 읽는 10가지 신호라는 부제가 붙었다. 즉 경제를 움직이는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책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경불진(경제브리핑 불편한진실)'이라는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경제 분야 기자 출신의 이국명과 박성호가 경제에 대하여 쉽게 풀어 쓴 책이다. 경제 관련 기사 중 숫자로 말하는 수치는 제법 정확하게 보인다. 당연히 정확하리라 보고 그 수치에 연연하지 않는데 저자는 이러한 수치를 말하는 통계가 잘못 표기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한다. 10가지 신호 중에서 가장 관심을 갖게 된 것이 '금리'였는데, 경제 공부의 절반이라고 불리는 것 때문이었다. 금리만 제대로 알아도 환율이나 주식, 채권, 물가, 부동산의 현재와 미래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금리가 어떻게 결정되는 것인지 정확한 해답은 찾기 어렵다고 했다. 금리에 대한 부분을 읽을 때 꽤 집중해서 읽었음에도 경제 분야에 문외한이어서 그런지 명확하게 이해를 했다고 볼 수는 없었다.

 

사실 부동산에 관심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목돈이 생기면 얼마간의 빚을 내서라도 부동산에 투자하는 게 미래 가치에 대한 희망이 있다고 여기고 있다. 매월 받는 월급으로 부자가 되기는 힘든 법. 부모님 찬스를 쓰거나 부동산에 투자하는 방법이 최고이기는 한데 내 것이 되기까지의 힘든 과정이 필요하다.

 

돈의 현재와 미래를 읽는 10가지 신호 중에서 돈의 현재를 읽는 신호 5개는 통계와 금리, 부동산, 재정, 인구다. 돈의 미래가 보이는 신호 5가지는 일코노미, 비즈니스 플랫폼, 중고 시장, 인공지능, 제로 금리다. 환율이 올라가면 금리도 따라서 올라가게 되는데, 환율이 1,200원대로 올랐다가 지금은 1,1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언젠가 우리나라 조선 업계가 대규모로 수주하여 환율이 당분간 내려갈거라는 경제 관련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어느 정도는 맞는 신호라 여기고 있기 때문에 책 속의 금리에 대한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언제가 읽었던 책 중의 하나가 부동산으로 재투자를 해 부자가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게 가능할까 여겼지만 실제로 이 책 속에서도 부동산에 대한 부분이 빠질 수 없다. 돈이 많이 있는 사람은 상관없지만 투자를 위하여 일명 갭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최근에 읽은 소설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 게 있지만 미래 가치가 오를 것으로 보고 전세를 안고 대출을 받아 사는 경우였다. 부동산에 투자를 하려면 어느 정도의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는 있다고 보는데, 저자는 부동산 갭 투자는 수익만큼 피해와 위험이 크므로 피하라고 말하였다.

 

갭 투자 사기에 당하지 않는 법 5가지를 말했다. 기억하면 좋을 것 같아 옮겨 본다. 첫째, 실거래가격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둘째, 등기부등본은 계약 전, 계약 당일 최소 두 번 이상 확인해야 한다. 셋째, 등기부등본 확인시 기존에 말소된 사항까지 포함시켜야 한다. 넷째, 계약서를 쓸 때 계약하는 사람이 집 소유자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다섯째, 전세 계약서를 작성할 때도 요령이 필요하다. 자세한 사항은 책 속에 있으니 필요하신 분은 읽어보실 것을 권한다.

 

1인 가구 증가가 세계적 트렌드다. 우리 가족만 해도(친정을 포함하여) 1인 가족이 세 명이나 된다. 직장 때문에 혹은 혼자 되어 생활하는데 3대가 함께 살고 있는 경우는 아주 희박한 시대가 되었다. 예전에는 한 상 차림이라고 해서 혼자 식당에 가면 밥을 먹을 수 없었는데, 지금은 바 식의 식당도 많이 있다. 부부가 서로의 취미를 존중하면서 마음껏 즐기되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새로운 삶의 패턴을 말하기도 했고, 1인 가구의 상당수가 사회초년생이므로 행복주택, 공공임대, 국민임대 같은 집에 대한 기회가 있다고도 설명했다.

 

최근에 광고하는 플랫폼 중 부동산과 관련된 것들이 많은 것을 광고로 접했다. 2~30대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앱으로 집을 살펴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저자가 설명한 부동산 플랫폼 중 '집토스'는 중개 수수료를 세입자에게 받지 않고 집주인에게만 받으며 오프라인 중개 사무소를 직영으로 운영하며 공인중개사를 직접 고용한다고 한다. 임차인들에게 유리한 플랫폼이니 이용해봐도 좋을 것 같다.

 

최근 중고 시장이 뜨고 있다. 주변에서도 당근 마켓을 많이 이용하고, 중고차 시장은 당연히 이용하고 있다. 딸에게 차를 사 줄때도 중고차 매매상을 통해서였다.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이용한 게 중고책 서점이다. 중고책 시장으로 먼저 뛰어든 게 알라딘이며 전국에 많은 체인점을 가지고 있다. 지방에 사는 나도 필요한 책을 구매하러 중고 서점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어떤 때는 절판된 책을 찾기 위해 중고 서점이 모여 있는 곳을 다 뒤진 적도 있었다. 중고책 시장이 잘되면 새 책이 팔리지 않을 것 같은데도 큰 차이는 없다고 했다. 구입한 책을 중고로 팔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다시 읽지 않을 책들을 예스24 서점에 중고로 팔았더니 꽤 쏠쏠했다. 읽고 싶어 구입했으나 다시 읽지 않을 것 같은 책은 구입한 서점에 중고로 되팔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이나 차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필요해 구매한 물건들을 파는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는 건 자원 재활용의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있음은 틀림없다.

 

인공지능에서 빠질 수 없는 게 이세돌과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일 것이다. 1 대 4로 알파고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는데 이세돌은 패한 원인을 감정적으로 바둑을 두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계산에 의해 바둑을 둔 알파고와 인간인 이세돌의 대응은 남달랐을 것이다. 인천 길병원에 AI를 도입했다고 설명하며 실제 환자와 보호자의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제로 금리 시대에 완벽에 가까운 투자는 무엇인지 그에 대한 설명을 한다.

 

코로나의 사태처럼 현실을 직시하는 경제의 신호에 경제 분야에 문외한인 나도 많은 부분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그만큼 쉽게 설명되어 이해하기 쉽다는 것이다. 시간이 있으면 그들이 진행하는 팟캐스트를 한번 보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돈을 벌고 싶은가? 경제를 움직이는 원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책을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우리의 시야를 넓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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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지나가다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33
조해진 지음 / 민음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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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떴더니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올해는 비가 무척 자주 내린다. 그것도 많이. 폭우가 쏟아지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으니 우리의 청춘도 이처럼 폭우와도 같은 게 아닐까 싶다. 열정적이면서도 속수무책인 청춘은 묘하게 폭우와 닮았다. 그치고 나면 언제 그랬나싶게 화창한 빛을 내뿜기도 하는 것. 비가 그친뒤 저 너머의 하늘에 걸린 무지개를 바라보듯 우리 삶은 이처럼 고통과 환희가 공존하지 않을까.

 

 

 

조해진 작가의 『여름을 지나가다』를 5 년 전에 읽고 개정판이 나와 다시 읽었다. 청춘의 고통은 여전히 끊이지 않았다. 이름이 약간 바뀌었지만 여름의 보내고 있는 사람들의 감정은 그대로다. 여전히 아프고 어떠한 결정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청춘들은 살대가 두개 쯤 빠진 우산을 들고 여름을 지나고 있었다.

 

민이라는 인물은 현재 부동산중개소의 사무원으로 일하고 있으면서 매물로 나온 빈집을 떠돌고 있다. 대학생 혹은 헤어 디자이너, 승무원으로 만화가로 30분짜리 인생을 살며 자신의 진짜 삶을 잊고 싶어한다. 어느 곳이던 30분짜리 인생으로 머물렀지만 가구점에서만큼은 안식을 얻었다. 가구점은 목수의 땀과 희생이 밴 곳이다. 그러나 장사가 안돼 월세를 내지 못하여 보증금을 거의 까먹었다. 커피 한 봉지를 서랍 속에 넣어두고 달달한 커피를 마시며 거울을 응시한다. 푹신한 침대에 누워 흐느끼고 만다.

 

수호의 집은 망했다. 아버지는 빚을 내어 가구점을 냈지만 장사가 안돼 방에 틀어 박혔다. 여동생과 엄마는 직장을 찾아야 했고, 수호는 신용불량자가 되어 자기의 이름으로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 주운 지갑 속에 든 다른 사람의 신분증으로 쇼핑센터의 창고에서 일하게 된 수호는 말없이 일해왔던 게 좋은 이미지를 주어 시급 1,150원이 더 많은 쇼핑센터의 옥상에 위치한 곳으로 가게 되었다. 부모와 함께 쇼핑을 나온 어린 아이들의 놀이동산이었다.

 

 

 

쇼핑센터의 놀이동산의 책임자는 연주다. 직접 바느질을 해 피에로 복장을 만들어 열심히 한 덕분에 그곳의 책임자가 되었다. 보조 스태프로 온 박선우의 성실함이 마음에 들었다. 커피숍을 차리고 싶은 연주는 쉬는 날에도 홍대 거리로 가서 아이스크림을 파는 사람이었다. 카페를 차리기에는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

 

민은 회계사무소의 회계사였다. 연하의 직원 종우와 함께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의도치 않게 약혼자인 종우을 저버렸고 둘은 헤어졌다. 재개발지역인 보람연립의 은희 할머니를 끝까지 챙겨주지 못했다. 가구점을 공유하게 된 민과 수호는 비닐 우산으로 서로의 존재를 알았고, 수호가 앓아 누웠을때 지극히 보살폈다. 다른 사람의 생을 30분 살고 죽는 것으로 하루에도 다른 사람으로 살 수 있었던 민은 누구에게도 줄 수 없었던 마음을 수호를 보살피는데 쏟기도 하였다. 

 

 

 

6월, 7월, 8월을 지나 여름이 끝나가고 있다. 수호는 곧 군대에 갈테고, 민은 부동산중개소의 사무원이라는 직업을 그만둘 것이다. 선배가 회계사무소를 차리게 되면서 민에게 일을 하자고 하지만 그 어떤 것도 결정할 수 없는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고통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그토록 뜨겁고 아팠던 여름도 끝나가고 있으니 이제 그들은 다른 삶으로 나아가야 한다.  

 

햇빛이 비치면 가구점 한 곳으로 무지개를 볼 수 있게 만들었던 목수의 작은 바람처럼, 기댈 곳 없는 청춘들에게 타인을 보살피고 기댈 수 있었던 것처럼, 다른 사람으로 살며 수없이 삶과 죽음의 시간을 건너왔던 여름은 애도의 시간이기도 했다. 우리의 여름도 애도의 시간이기를. 그 쓸쓸한 위로에 마음을 다독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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