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장례식장 직원입니다
다스슝 지음, 오하나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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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몇 년 전 엄마를 떠나보내고 늘 마음 한구석에 응어리처럼 아픔이 남아 있다. 주변에서 말하길, 돌아가시기 전에 잘해드리라는 말을 들었음에도 영원히 살아 있을 것처럼 생각되었다. 병원에서 오래 누워계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음에도 후회가 남았다. 면회를 갈 때마다 오늘이 마지막이겠거니 그렇게 생각하며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 등을 사 갔었다. 하지만 결국 남은 건 후회 뿐이다. 왜 좀더 일찍 엄마랑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했을까 하는. 엄마와 함께 여행다니는 딸들을 보내면 늘 부럽다.

 

 

 

 

이번에 읽게 된 작품은 대만의 장례식장 직원으로 일하며 쓴 에세이다. 장례식장에서 일한다고 해서 무조건 슬플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꽤 유머스럽게 글을 썼다. 장례식장에 일어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그렸다. 요양보호사로도 일했던 저자는 반갑게 맞이하는 인사로 장례식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타박을 받기도 하지만 자신의 일에서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들을 보였다.

 

 

장례식장에서 시신을 냉동실에 보관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저자는 그 자신도 키 170cm에 몸무게 120kg이 나가는 뚱보다. 140kg이 넘는 시신이 들어와 곤란한 상황을 이야기하며 고도 비만 오타쿠들은 체중 감량을 할 것을 권한다. 시신을 보관하는 냉동실에 들어가지 않아 옆으로 누워 있어야 하며 관을 너무 크게 짜 화장터에 들어갈 수도 없을 만큼 그 처지가 불쌍하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책의 느낌이 올 것이다. 슬픔만 있을 것 같은 장례식장의 상황들을 이처럼 유머스럽게 그렸다.

 

 

 

아무래도 장례식장에서 일하므로 죽은 자들과 함께 있게 된다. 대만의 특성상 불교를 믿는 사람이 많을 터다. 종이들을 정리하고 있던 할머니가 좀 도와달라고 하자 귀신인줄 알고 부리나케 도망쳤는데 나중에 장례식장에서 폐지들을 정리하고 있던 할머니였음이 밝혀지기도 했다. 죽은 가족을 위해 발인하기 전까지 매일 찾아와 복을 비는 가족이 있는 반면 자기를 키워주지 않은 부모에게 아무것도 해주고 싶지 않아 과자 상자를 들고와 유골함을 거기에 담아달라고 했던 아들의 사연도 있었다.

 

 

장례식장 직원들은 목매달아 죽은 시신을 '그네 타기', 투신 자살한 시신을 '피터팬', 부패가 심한 시신을 '헐크', 번개탄을 피우고 죽은 시신을 '검둥이'라고 부른다. 무겁고 심각한 사건들을 처리하는 동안 유가족들과 같은 감정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피터팬 시신이 들어온 건 왕따때문에 자살한 소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과거 엄마를 욕했던 아이를 때려 눕힌후 학교에서 왕따 당했던 일들을 떠올렸다. 죽은 아이의 시신에게 찾아가 위로의 말을 건넬 줄 아는 저자였다. 다만 얘기할 상대가 필요할 때 자신을 찾아 오라고 했다가 경비실에 있는 큰 뚱보를 찾아가라고 다시 말을 바꾸긴 했지만 말이다.

 

 

저자는 장례식장에서 일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부모는 자식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또한 죽은 자는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 라는 중요한 진리를 깨달으며 자신을 키워주신 외할머니께 자주 안부 전화를 드린다고 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는 장례식장에서 일하므로써 진정한 삶을 깨우칠 수 있었던 것이다. 아울러 저자는 남겨진 사람들을 위하여 절대 자살하지 말라고 한다. 죽음후의 모습은 끔찍하다. 타인들에게 죽음이 발견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시신은 부패하여 더 끔찍한 모습을 한다. 『죽은 자의 집 청소』라는 작품에서도 자살한 시신을 수습하는 과정들을 말했었다. 다스슝의 작품에서도 시신을 수습하는 장면이 자주 나왔었는데, 어떠한 죽음이든 그 이후의 모습은 우리가 상상했던 것과는 너무 다르다는 거였다.

 

 

 

나는 늘 오늘만 생각하며 살고, 부자고 되고 싶은 마음도 오래 살고 싶은 마음도 결혼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단 하나 원하는 게 있다면 인생의 마지막 날 편안히 눈감는 것, 그것이 내 유일한 꿈이다.  (152페이지)

 

 

현재 혼자 거주하는 독거인들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독거인들의 죽음은 아주 나중에야 발견되는데 그때는 이미 부패가 심하여 벌레에게 파먹힌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 우리가 어떻게 죽을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저자의 말에 일리가 있다. 보고 싶은 것을 보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며, 가고 싶은 곳을 가야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뚱보인 저자는 살아 있을 때 맛있는 것, 색다른 것을 많이 먹어 두어야 텅빈 뱃속에 아쉬움만 가득 안고 죽지 않을 수 있다고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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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살의 오로르는 다른 사람과 조금 다르다. 오로르는 자폐증이라 불리기도 한다. 말을 하지 않는 오로르는 조지안느 선생님으로부터 태블릿으로 글을 쓰는 법을 배웠다. 작가인 아빠보다도 빨리 쓴다. 오로르에게는 다른 사람에게는 없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 사람의 눈을 바라보면 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조지안느 선생님만 그 신비한 능력을 알고 아빠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학교에서 열네 살 언니 에밀리와 함께 돌아오는데 언니와 같은반인 도로테 일당이 다가와 에밀리와 오로르를 놀린다. 오로르를 가리켜 저능아라고 놀리자 오로르는 태블릿에 글을 써 보여준다. 어젯밤 엄마한테서 저능아라는 말을 들었던 걸 말한 것이다. 깜짝 놀란 도로테가 씩씩 거렸다. 

 

 

엄마는 행복해지고 싶다. 엄마의 속마음은 아직도 아빠를 그리워하고 있지만 집을 나간 아빠는 클로에랑 살고 있다. 오로르는 아빠의 집과 엄마의 집을 오가며 살고 있다. 열네 살 언니는 늘 화가 나 있다. 파리에서 살다가 메종 루지 거리의 퐁트네에서 사는 게 마땅찮다. 오로르는 참깨라는 세상에서도 살고 있다. 참깨 세상에서 오로르는 오브와 단짝이다. 참깨 세상에서는 빵집 주인이나 오브와 태블릿 없이도 말할 수 있다. 참깨 세상은 누군가를 괴롭히는 일도, 엄마 아빠도 행복하게 지내고, 모두가 아무 걱정이 없는 곳이다.  오브는 힘든 세상에서는 함께 살 수 없어도 제일 친한 친구다.

 

언니 에밀리에게도 친한 친구가 있다. 루시 언니는 아름다운 시 같다고 할만큼 수학을 잘한다. 에밀리 언니의 생일날, 엄마와 루시 언니와 함께 괴물 나라에 갔다. 그곳에서 도로테 일당을 만나 루시 언니를 놀리자 루시 언니가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경찰관이 와서 루시 언니를 찾고, 루시 언니의 엄마는 에밀리 언니와 엄마에게 책임을 물으며 마구 호통을 친다. 루시 언니를 찾지 못할 시 엄마의 직장인 은행에 가서 직장을 다니지 못하게 하겠다고 소리를 쳤다. 어떻게든 루시 언니를 찾고 싶은 오로르는 참깨 세상에서 오브를 불러 힘든 세상으로 나와 다시 괴물 나라로 갔다.

 

 

더글라스 케네디가 쓴 이 소설은 어쩌면 자폐아 증세가 있었던 아이를 둔 아빠의 마음으로 썼다. 엄마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것. 엄마가 아빠를 아직도 사랑하는 걸 알면서도 클로에가 아이를 갖기를 바라는 마음, 뚱뚱한 루시 언니가 자신을 좀더 사랑했으면 하는 마음들을 나타냈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선한 마음을 가졌다. 다른 사람들은 오로르의 능력을 믿지 못하지만 루시 언니를 찾으려는 주베 형사도 오로르의 신비한 능력을 인정하고 도움 받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우리와 다른 사람을 종종 틀리다고 말하지 않는가. 나와 혹은 우리와 조금 다를 뿐이다.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음에도 내 기준에 맞추어 상대방을 틀리다고 규정 짓는다. 우리 주변에 이러한 일들은 비일비재하다. 우리가 얼마만큼 마음을 열고 있느냐에 따라 우리와 다른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우리가 어떤 마음인지 들여다 볼 수 있는 소설이었다.

 

 

아이와 함께 읽어도 좋을 소설이다. 조안 스파르의 삽화는 무척 재미있다. 오로르의 모습을 마치 꼬마 악당처럼 그렸다. 그것도 아주 귀여운 악당처럼. 아주 작은 장난꾸러기처럼도 보이는데 그림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입가가 늘어진다. 오로르의 엄마처럼 행복을 꿈꾸는가? 그렇다면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감정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다고 여겼지만 한순간의 결정이 엄마를 슬프게 했다. 엄마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아이, 오로르. 오로르의 마음에 귀기울여 보자. 오로르처럼 생각하다보면 이 세상은 힘든 세상에서 참깨 세상처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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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합본 특별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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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 데드>라는 미국 드라마가 있다. 좀비가 나타나 미국의 전역을 휩쓸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버티며 살아가는 인간들을 나타내고 있다. 신랑이 퇴근하고 오면 TV앞에서 움직이지 않고 보고 있길래 그런가 보다 했는데 굉장히 오랫동안 보고 있는 거다. 도대체 무슨 드라마를 보길래 그렇게 깊이 빠져있는지 궁금해 책을 읽다 말고 몇 편을 함께 보았다. 좀비물로 무척 유명한 드라마라고 했다. 시즌 1부터 시작해서 현재 시즌 10까지 나와있는 드라마로 신랑은 현재 시즌 8을 보고 있는 중이다. 인간이 좀비로 변하고 있는 세상에서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은 무엇인지를 묻는 드라마였다. 인종 문제, 성 문제, 공동체 생활에 대하여 온갖 문제를 거론한다. 우리의 미래를 나타내기 위해 아이를 태어나게 하여 인간으로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고 있었다.  

 

<워킹 데드>를 보면 좀비가 판치고 있는 세상에서 자신의 자아를 찾기란 버거운 일이다. 그럼에도 함께 머물던 사람들과 어떻게든 살아가기 위해 오늘을 살아가는 그들에게서 인간의 삶이 어떤 것인지, 세계의 끝은 과연 있는지, 그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출간 35주년 기념판을 읽으며 어쩐지 <워킹 데드>의 장면들과 비교하게 되었다. <워킹 데드>의 인간들은 모두 이름이 있는 반면에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인물들은 모두 이름이 없다. '나' 아니면 '노인', '도서관 여자', '통통한 소녀', '문지기', '꿈 읽기', '대령' 등이다. 부재의 세계 속에서 자신의 자아를 찾기 위한 과정에서 모두 무명의 이름으로 존재할 뿐이다.

 

 

소설은 두 개의 제목으로 출발한다.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서는 세 가지의 단어로 시작하고, 세계의 끝에서는 하나의 단어로 진행된다. 각각의 이야기가 하나의 이야기로 합해지는데, 우리는 이야기 속에서 언제 맞닿을지 몹시 기대하게 된다.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나'는 국가의 공권력 기관인 곳에서 계산사로 일하고 있다. 생리학자인 노인의 호출을 받고 연구실로 갔다가 셔플링을 해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보수도 넉넉하여 그리스어를 배우고 외국에 가서 살고 싶은 생각을 한 '나'는 노인의 제안을 받아들였지만 그후에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노인이 주었던 일각수 두개골과 자신의 상관관계를 알지 못했다. 그 상황에서 기호사의 일원으로 보이는 꼬마와 덩치가 나타나 그의 집을 폐허로 만든다.

 

세계의 끝의 '나'는 자신의 그림자와 함께 그곳에 도착했다. 짐승들과 그림자들을 지키는 문지기는 그에게 도서관에 가서 일각수의 두개골로 오래된 꿈을 읽으라고 한다. 문지기는 '나'에게서 그림자를 떼어 놓으며 서로 다른 곳에서 지내라고 한다. 그림자가 없어진 '나'는 자꾸 기억들을 잃는다. 그림자는 자기의 마음을 가리켰다. 해가 비칠 때 우리에게 달라붙은 그림자는 길게 늘어진다. 여기에서 그림자는 우리들의 마음을 가리키고, 그림자가 길어질수록 우리의 상념이 깊어지는 것을 가리킨다.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서는 보호사들이 지하에 사는 야미쿠로와 짜고 노인의 연구소를 헤집었다. 노인은 사라지고  통통한 손녀와 함께 지하의 세계로 노인을 찾으러 간다. 야미쿠로가 있는 지하의 세계를 건너 노인이 자신과 연관된 연구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박사가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에게 있어 이 세계는 사라지고 말 것이라는 것이었다.

 

세계의 끝은 완전한 곳이다. 싸움도, 고통도 없다. 필요한 것, 알아야 할 것이 다 있어 부족함을 느끼지 않는 곳이다. 세계의 끝에는 짐승으로 분류되는 일각수들이 살고, 눈이 많이 오는 겨울이 되면 짐승들은 죽어 나간다. 누구 하나 슬픔을 느끼지도 않고 문지기는 짐승이 죽으면 머리를 잘라 두개골을 도서관에 보관할 뿐이다. 그러니까 세계의 끝에 없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마음'이다. 누구를 좋아하는 마음도 없고 그 마음을 알지도 못한다. 이런 세상이 우리의 이상향이 될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영원한 삶을 사는 불사의 삶을 바라지만, 희노애락이 있고 언젠가는 죽고마는 세상에 마음 붙이고 사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만 같다.

 

  

세계의 끝을 바라보고 있는 '나'와 자신의 그림자를 찾아 바깥 세상으로 나가려는 '나'가 바라보는 세상은 허무의 세계와도 닮았다. 바깥 세상으로 나가자는 그림자에게 주려고 마을의 지도를 그렸음에도 그가 선택한 것과 세계의 끝을 향해 나아가는 '나'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은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것이었다. 우리는 그 세계가 어떤 것이어도 자신이 머무는 곳을 함부로 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 반면 너무 쉽게 버리기도 하는 것 같다. 삶에 커다란 의미를 두지 않고 살기 때문일까.

 

두 가지의 이야기는 결국 하나의 이야기로 합해졌다. 원더랜드를 향한 세계의 끝에서 마주하는 우리의 민낯을 보는 것만 같았다. 미래는 대부분 우울하게 그려진다. 지금 코로나-19의 상황도 미덥지 못하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차있다. 어떠한 세계는 좀비로 가득차 집밖에 나갈 수도 없고 집안도 안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자신의 마음을 버리고 사는 세상이 아름답지만은 않을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남은 오늘을 평범하게 장식하려는 '나'에게서 오늘의 우리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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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서 병을 이기는 법 - 몸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새로운 과학적 방법
윌리엄 리 지음, 신동숙 옮김, 김남규 감수 / 흐름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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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을 때는 관심이 없다가도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건강에 관심을 갖게 된다. 빠르면 40대 부터 늦으면 60대부터 몸이 하나씩 망가지기 시작하는데 이때부터는 건강에 좋은 음식을 찾아 먹게 된다. 주변의 친구들은 비타민제라든가 건강보조식품을 열심히 챙겨 먹고 있어서 나만 뒤처지는 게 아닌가 하는 염려가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후부터는 생각이 바뀌었다. 건강보조식품을 먹는 것 보다 자연식으로 된 식사를 잘 하면 암 세포도 저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혈관신생 분야의 최고 전문가인 윌리엄 리의 『먹어서 병을 이기는 법』은 우리가 즐겨 먹는 음식을 통하여 암 세포를 굶겨 죽일 수 있고, 무엇보다 건강해 질수 있다는 사실을 연구 결과와 함께 설명한다. 의학 서적이라도 해도 좋을 이 책은 쉽게 설명되어 있어서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고, 우리가 자주 섭취하는 음식을 예로 들어 설명하므로 특별히 좋은 건강백서이기도 하다.

 

 

 

우리 몸에는 건강을 지탱하는 5가지 핵심 방어체계가 있다. 산소와 영양소를 몸 안의 모든 세포와 조직에 운반하는 혈관신생, 줄기세포 덕분에 평생에 걸쳐 몸을 유지하고 치료하는 재생, 우리 몸을 지키는데 기여하는 박테리아는 우리가 섭취한 음식에서 필요한 물질을 만들고 장으로 보낼 뿐 아니라 면역 체계를 조절하고 혈관신생에 작용하며 뇌와 사회기능에 중요한 호르몬을 만드는 마이크로바이옴이 있다. 태양의 복사열, 가정의 화학물질, 스트레스, 수면 부족, 식단 불균형 등으로 인한 손상으로부터 몸을 지켜주는 DNA 보호, 우리가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한 방식으로 몸을 정교하게 보호하는 면역이 그 다섯가지 핵심 방어체계다.  

 

건강은 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기능이 왕성한 상태라고 표현했다. 앞서 말한 혈관신생, 재생, 바이크로바이옴, DNA 보호, 면역이라는 건강 방어체계가 있어 건강을 지키고 삶의 일상적인 위험요인 속에서도 끄덕없이 버틸 수 있다. 이 다섯 가지 건강 방어체계를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방어체계에 도움을 주는 음식들을 소개하고 있다.

 

아마 이 책을 읽은 많은 분들의 리뷰가 코로나-19 이야기를 언급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의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면역체계의 강화다. 몸에 면역력을 키우는 음식들과 요가 동작도 많아 열심히 따라하곤 했었는데 책 속에서 언급한 많은 음식들 중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들 위주로 먹으면 되겠다. 우리 주변에서 많이 나오는 제철 음식이 특히 좋은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건강에 좋다고 말한 음식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식품들이 많다. 붉은 색 고기 보다는 닭고기, 가공식품 보다는 신선한 채소나 과일을 먹을 것이며 버터나 일반 오일 보다는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이 좋다. 혈관신생 억제 식품에는 콩, 토마토(껍질을 벗기지 않고 익혀먹는 게 더 좋다), 블로콜리, 청경채, 콜리플라워, 케일, 복숭아(천도 복숭아 포함), 사과, 딸기, 베리 종류, 해산물, 적포도주, 맥주, 치즈(카망베르) 등이다. 재생(줄기세포 증강) 능력을 높이는 식품으로는 어유, 오징어 먹물, 통밀, 껍질콩, 블랙 초크베리(아로니아), 쌀겨, 강황, 적포도주, 맥주, 녹차, 홍차 등이다. 특히 지중해식 식단(과일, 야채, 통곡물, 콩류, 견과류, 올리브오일, 생선 등)이나 채소가 풍부한 아시아식 식단이 좋다는 사실이다.

 

마이크로바이옴에 좋은 식품은 몸에 이로운 박테리아가 들어있는 식품이다. 저자는 마이크로바이옴에 좋은 식품 중 특히 김치를 여러 페이지에 걸쳐 설명하였다. 생 김치 보다는 발효된 김치가 좋다고 설명하였는데, 체지방 감소 뿐만 아니라 혈압도 낮아졌다는 연구 결과였다. DNA 보호 식품은 황산화 효과가 있는 건 비타민 C가 함유된 식품이다. 베리 주스, 키위, 당근, 브로콜리, 해산물, 참굴, 커피 등인데, 당근이나 브로콜리는 줄기까지 섭취하는 게 좋다고 한다. 커피콩에는 유익한 DNA 기능을 촉발하는 폴리페놀이 들어 있어 종양억제 유전자를 활성화 한다. 카페인이 심박수를 높여 심장병의 위험을 키울 수도 있다고 했는데 커피를 마시지 않은 것보다 마시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한다. 나처럼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유익한 정보다.

 

드디어 면역 체계를 활성화하는 식품이다. 버섯과 숙성 마늘, 브로콜리싹,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엘라그산(밤, 블랙베리, 블랙 라즈베리, 호두, 석류), 크랜베리 주스, 고추, 참굴, 감초 등이다.

 

 

 

저자는 다섯 가지의 방어체계에 도움이 되는 5가지의 건강식품을 선택해서 매일 5번에 걸쳐 먹는 방법을 '5×5×5 플랜' 을 실행하도록 도와주었다. 도표에 의하여 건강을 지켜주는 식품을 선택해 날마다 먹을 것을 강조했다. 중요한 건 자기가 좋아하는 식품을 선택할 수 있다는 거다. 또한 주방용품과 팬트리에 보관할 식품의 목록 뿐 아니라 기본적인 요리법까지 설명한다. 샘플 식단과 레시피까지 곁들여 가정에서 꼭 필요한 건강 지침서가 되게 했다.

 

건강백서로써 손색이 없다. 가정에 한 권쯤 비치해두고 보면 좋을 건강지침서다. 암에 걸렸을 때 항암 치료제는 거액의 돈을 들여야 한다. 암을 치료하기 보다는 암을 예방하는 효과로 음식을 이용하도록 했다. 저자가 소개하는 음식만으로도 암, 심장질환, 뇌졸중, 당뇨, 비만, 퇴행성 신경질환 같은 질병들에 대한 예방을 할 수 있다면 한번쯤 읽어보고 싶지 않은가!

 

덧. 혹시나 책을 들춰보지 않을 때를 대비하여 혹은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으로 책을 정리하는 마음으로 리뷰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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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작가의 신작이 나오면 구입부터 하고 보는데, 이 책 또한 그런 책 중의 하나다. 다만 2019년에 출간된 책이라는 것. 작년 여름, 외국여행시 읽으려고 가방에 챙겼었지만 약간은 무거운 주제로 여행지에서의 들뜬 마음과는 어울리지 않아 몇 장을 읽다가 그냥 덮었다. 한 해가 지나 읽게 되었다. 평범한 일상이 사라져버려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두려운 코로나의 시대에 그저 망연자실한 여름이었다. 그런 여름에 다시 책장을 열었고, 나는 김연수 작가의 지난 날들의 기록들과 신념에 대하여 생각했다. 산문이 이렇게 무거운 주제를 다뤄도 되느냐고 묻고 싶을 정도로 책에 대하여, 영화에 대하여 혹은 자신이 걸어가고 있는 사십 대의 현재를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마음에 와닿았던 건 2014년의 세월호 사건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올해는 제대로 언급도 되지 않은 아까운 목숨들. 그 시절을, 아파하는 우리의 모습들에 공감할 수 있었다.

 

작가는 이 글을 가리켜 개인적인 신념의 기록이라고 했다. 그가 바라보는 시선에 다양한 감정과 그만의 신념이 들어 있어, 책에 대하여 다른 해석을 할 수도 있고, 그가 말한 영화에서 깊은 공감의 표시를 할 수 있었다. 사실 다소 무거운 주제다. 최근의 에세이는 요즘 세태를 반영하듯 짧은 문장에 얇은 책이다. 순간의 감정과도 같은 것들을 엮어낸 글들이 많은데, 김연수의 글은 묵직하다. 행간에서 그날의 기록들을 뒤져보고, 눈물을 흘리며 바라보았던 그날의 시간에 있게 했다. 그의 글은 잊지 말자는 의미로 읽힌다. 그날의 아픔을, 고통을.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는 의미다.

 

 

 

 

그냥 무심코 바라보았던 표지는 그저 달 모양이네, 했었다. 작가가 말하길 2019년 한 해 동안의 달의 모양이라고 한다. 달이 차 올랐다가 다시 이지러지기를 반복하는 날들의 기록. 즉 일 년 동안의 기록들을 모았다고 해야 한다. 다만 작가의 산문은 2008년에서 2017년 까지의 기록들이다. 그의 글들에서 우리가 살아가야 할 지금을 바라보게 만든다.

 

 

소설가란 지금 소설을 쓰고 있는 사람을 뜻한다고 말하겠다. 소설가란 지금 소설을 쓰고 있는 사람을 뜻한다는 얘기다. 소설 쓰기에 영적인 요소가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소설가는 자신이 되기 위해 소설을 쓴다. 결국 그는 매일 소설을 쓰게 될 텐데, 그러자면 건강과 체력은 필수이다. (중략) 소설가는 불꽃이 다 타버리고 재만 남은 뒤에도 뭔가를 쓰는 사람이다. 이때 그에게는 아무것도 없다. 다 타버렸으니까. 이제 그는 아무도 아닌 존재다. 소설을 쓸 때만 소설가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한 권 이상의 책을 펴낸 소설가에게 재능에 대하여 묻는 것 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52페이지)

 

작가세계에 시를 발표했고, 다음해 장편소설로 작가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작가는 매을 글을 쓴다고 말하였다. 다 작품이 되느냐면 또 그게 아닌데 매일 소설을 쓰는 작업은 매일 지우는 작업을 하는 것과도 같다고 표현했다.

 

몇 년 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에 빠져 그의 영화를 꽤 찾아 보았었다. 그 중의 하나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라는 작품이었다. '피가 섞이지 않아도 똑같이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료타의 메시지가 강하게 와닿았다. 자기의 아이라 여겨 키워왔지만 병원에서 바뀐 아이라는 말을 듣고 고민하게 되는데, 진정한 가족이 무엇인지를 묻는 아주 감동적인 영화였다. 김연수 작가도 이 영화에 대하여 말하였다. 료타와 케이타가 함께 걸어가는 장면에서 어릴적 아빠와의 일화를 얘기하며 케이타에 감정이입이 되었다고 했다. 어릴 적 기억때문에 자신과 동일시 하는 것. 우리가 종종 하는 일이다. 자신의 기억과 맞물려 영화의 내용은 감동적이다.   

 

지구와 태양이 있는 한 아침 햇살은 영원히 반복되겠지만, 나는 또 사라진다. 이 시간적 대비가 영원히 반복될 아침 햇살을 순간적으로 아름답게 만든다. 바꿔 말하면 아름다움의 경험은 여기에서 나는 영주할 수 없는 존재, 그러니까 임시적 존재라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향유하고 탐닉하는 한, 나는 임시적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어렸을 때, 나는 모든 게 영원하리라는 착각을 일깨우는 시와 소설을 접할 때마다 경이로움을 느꼈고, 그때마다 '나'는 더욱더 임시적 존재가 됐다. 지난 계절, 내 공부 주제는 바로 이것이었다. 임시적 존재로 돌아가기. (166~167페이지) 

 

매일 아침 눈을 떴을 때, 오늘 또 내가 살아 있구나. 밤새 안녕하였구나. 라고 느낀다는 건 생에 애착이 강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무심코 하루를 열었지만 알고 보면 매일의 생이 경이롭지 않은가. 오늘이 나의 생의 마지막 남은 하루라고 여겼을 때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해지겠는가. 허투루 보내지 않은 날들이 이어지면 그만큼 후회하는 일도 덜하지 않을까 싶다. 작가는 인터뷰집 『보르헤스의 말』과 폴 오스터의 『브루클린 풍자극』을 말하며 '낭만주의적 착각에서 벗어나 임시적 존재로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일'을 강조한다.  

 

 

 

작가가 쓴 산문의 경우 책이 빠질 수 없다. 소설을 쓰는 것 보다더 다른 책들을 읽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작가의 산문은 수많은 책들의 기록이기도 하다. 『돈키호테』 나 『1984』 등 뿐만 아니라 많은 책들을 말했는데 그나마 내가 읽은 책들이 많은 편이었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왜냐면 작가가 쓴 글에 동감을 표시할 수 있고 반박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종이책과 함께 전자책의 시장이 커지고 있다. 책 여러 권을 들고다닐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전자책을 많이 보기도 하는데, 작가의 말처럼 나 또한 어렵거나 난해한 책은 종이책이 좋다. 앞장으로 가서 펼쳐보기 쉽기 때문이다. 반면 전자책은 가볍게 읽을만한 책으로써 선호한다. 최근 산책을 나갈 때 음성 기능을 사용하여 들어봤는데 역시 가벼운 소설이나 에세이가 편했다. 

 

작가의 신념의 기록 다음엔 「사랑의 단상」이라는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꿈꿀 수 있는 소설이 있고, 사랑이 있다는 의미로 읽혔다. 최근 출간된 신작 소설과 함께 그의 책과 글쓰기 작업에 관련된 기록들이었다. 그 기록을 읽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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