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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여자 ㅣ 비채×마스다 미리 컬렉션 3
마스다 미리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20년 5월
평점 :
엄마인 입장에서 딸이 작가라면 참 조심스럽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딸과 엄마의 사이는 어느 누구보다도 가까운 사이다. 모든 적나라한 행동들을 다 알고 있을텐데, 만약 가족 이야기를 에세이 형식으로 쓰겠다고 하면 먼저 말리기부터 하지 않을까. 어느 소설가가 자전적 이야기를 쓴다고 했을 때 많은 친척들이 제발 그 이야기는 쓰지 말아달라고 했던 것처럼 말이다. 사실적으로 그려진 글을 읽으려 하면서도 정작 내 이야기는 조금쯤은 꾸몄으면 하는 생각을 할 것 같다.
마스다 미리의 『엄마라는 여자』와 『아빠라는 남자』를 연이어 읽었는데, 이것 참, 딸을 둔 아빠인 사람들은 참 섭섭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야기는 『아빠라는 남자』에서 차차 하기로 하고, 여기에서는 『엄마라는 여자』 이야기만 하겠다. 일단 모녀는 많은 모습이 닮아 있다. 엄마의 인생을 그대로 사는 딸이 있다라는 말이 있듯, 여러모로 딸과 엄마는 비슷한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 뜻이다.
거울을 볼때 내게서 엄마의 모습이 발견되는 걸 보고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언젠가 여동생이 어떤 사정때문에 우리집에서 두 달 가량 머문 적이 있었는데, 동생이 머물고 있는 방에 들어갈 때마다 엄마의 모습이 보여 깜짝 놀랬었다. 우리 엄마가 젊었을 때 저런 표정을 지었겠구나 하는 느낌 같은 거다. 지금은 돌아가신지 3 년 정도 되어서 그 생각이 날 때마다 울컥해지곤 했었다. 이러한 생각은 나만 하는 게 아닌 것 같았다. 마스다 미리 또한 자신의 얼굴에서 엄마와 닮은 모습을 발견하는 에피소드를 그렸다.
그림 전시회를 하게 되었을 때, 전시회장에 어릴 적 사진을 걸었다고 한다. 한 방문객이 마스다 미리에게 아이가 있었느냐며 물었다. 작가는 결혼도 하지 않았고 아이도 없다. 엄마랑 꼭 닮은 사진을 보고 그렇게 말한 것이었다. 그런 경우가 있다. 거리를 걷다가 모녀가 걸어가는 모습을 보았을 때 누가 봐도 모녀 사이라고 할 만큼 똑 닮아 있는 모습을 발견하는 것. 그것과 같을 것이다.
지극히 아줌마스러운 엄마의 이야기를 하는데 글에서는 엄마를 향한 애정이 물씬 풍겼다. 이것은 아빠의 이야기를 하는 것과는 상당히 온도 차이가 있어 보인다. 동네 아주머니들과 음식을 나눠 먹는 풍경, 세탁소에서 주는 옷걸이를 구부려 신발을 말린다던가, 밥 공기 두개로 동글이 밥을 만드는 것들을 추억했다.
작가가 중학교 다닐 때 도시락 반찬에 대하여도 말했다. 팬시 모양의 그릇에 예쁘게 싸주신 것 같은데, 내가 기억하는 엄마의 도시락 반찬은 소시지 달걀 부침과 달걀 프라이 정도. 그 외엔 김치를 싸주신 것 같다. 고등학교 때도 도시락을 챙겨 갔는데, 셋째 여동생과 이야기 하다보니 직장 다니느라 바쁜 엄마 대신 자기가 내 도시락까지 쌌다고 하는 것이다. 난 전혀 기억에 없는데 말이다. 그것 때문에 티격태격 하기도 하는데, 마스다 미리의 엄마는 조리사 자격증이 있는 전업주부신 것 같아 딸들 도시락에 그렇게 정성을 들이지 않았을까 싶다.
무엇보다 좋아 보였던 건 엄마와 단둘이 하는 여행이었다. 직장인이 아니라서 휴가내기도 쉽고, 남편과 아이가 없는 입장이어서 여행에 대한 부담감이 없어 일 년에 두 번쯤 엄마와 여행을 한다고 한다. 비행기를 처음 타보는 엄마의 설레임, 다소 아줌마스러운 모습이지만 엄마를 대하는 모습에서 지극한 애정이 깃들어 있었다. 무리해서라도 시간을 내 엄마와 여행을 다니고 싶다는 작가의 말이 퍽 다정하다.
엄마가 보기에 다소 부끄러운 일들도 글로 쓴다는 건 큰 행복인 것 같다. 딸의 입장에서 소소한 기억을 떠올려 쓴 글이 책으로 남아 있다면 무엇보다 소중하지 않을까. 엄마가 보고 싶을 때 언제든 꺼내 읽을 수 있어 좋겠다. 엄마에 대한 사랑을 담아 쓴 글이니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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