룬샷 - 전쟁, 질병, 불황의 위기를 승리로 이끄는 설계의 힘
사피 바칼 지음, 이지연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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룬샷이라는 정체불명의 단어부터가 생소한데 룬샷(LOON SHOTS)이란 제안자를 나사 빠진 사람이라고 취급하여 무시하고 홀대하는 프로젝트이나 전쟁, 의학분야와 비즈니스에서 판을 바꾼 아이디어를 가리키는 말이다. 즉 외면받던 아이디어를 발 빠르게 육성해 성장의 동력으로 만드는 시스템을 일컫는다. 사피 바칼은 물리학자이며 바이오테크 기업 창업자로서 과학적 원리인 이른바 상전이를 적용해 경영학의 판도를 바꾸는 힘을 말하였다.  

 

예전에 잘 나가던 노키아 휴대폰을 기억할 것이다. 지구상의 스마트폰의 절반을 팔아 치우며 유럽에서 가장 가치있는 기업이었다. 인터넷이 가능하고 컬러 터치스크린이 가능한 고해상도 카메라가 부착된 전화기에 '온라인 앱스토어'를 만들자고 엔지니어들이 제안하였다. 하지만 기업의 지도부는 이 두 가지 아이디어를 깔끔하게 묻어버렸다. 3년 뒤 엔지니어들은 자신들의 미친 아이디어가 장착된 휴대폰 즉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공개한 것을 바라보았다. 몇년 뒤 노키아는 업계의 관심에서 멀어졌을 뿐만 아니라 모바일 사업 부문을 매각했다.

 

 

 

룬샷에서 특별한 인물이 버니바 부시다. 제2차 세계대전 발발시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것 중의 하나가 레이더였다. 레이더 연구팀을 이끌었던 이가 바로 버니바 부시다. 육군과 해군이 다가올 전쟁을 이기는데 꼭 필요한 기술이 독일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다며 루스벨트 대통령의 허가를 얻었다. 또한  곰팡이 박사 엔도 아키라를 빼놓을 수 없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심장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지방 섭취, 포화지방 섭취 특히 비만이 그 역할을 하는데, 엔도 아키라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줄 약을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곰팡이와 버섯에 주목하여 버섯에 파리를 죽일 수 있는 수용성 물질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엔도 아키라는 공식적인 허락 없이 연구 프로젝트가 끝난 기타노의 닭들에게 실험하여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출 수 있었다. 엔도 아키라의 연구를 바탕으로 한 약품이 개발되어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다.

 

한때 꿈의 카메라로 여겨졌던 것이 폴라로이드 카메라였다. 사진을 찍으면 그 필림을 현상소에 맡겨 사진을 인화하였던 데 반해 폴라로이드 카메라는 즉석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나면 바로 나오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지금은 폴라로이드를 좀처럼 구경할 수 없다. 디지털 방식이 카메라 시장을 휩쓸었을 뿐만 아니라 휴대폰의 화소는 웬만한 카메라보다 훨씬 우수하다. 폴라로이드 사는 카메라를 팔아서 버는 돈 보다 즉석 사진의 카트리지를 팔아서 얻는 수입이 더 많았다. 디지털 카메라는 절대 돈이 될 리 없다라는 안일한 생각은 전략형 룬샷을 무시한 까닭이었다.

 

종이와 인쇄술은 중국이 유럽보다 수백 년 앞서 나타났다. 자기나침반 뿐만 아니라 주철, 지폐, 정교한 천문대도 중국이 먼저였지만 유럽에 비하여 발달되지 못하였다. 그 이유는 부족한 것이 없다는 생각, 즉 더이상 다른 제품이 필요하지 않다고 여겼던 중국의 지도자들 때문이었다. 이처럼 룬샷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묵살하는 지도자들에 의하여 죽은 아이디어가 되느냐의 선택점에 있다.

 

룬샷을 꽃피우려면 이렇게 사고하라.

가짜 실패에 유의하라

호기심을 갖고 실패에 귀 기울여라

결과주의 사고가 아닌 시스템 사고를 적용하라

정신, 사람, 시간을 놓치지 말라  (456~457페이지)

 

위 방법은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던 버니바 부시와 벨 전화회사의 CEO 시어도어 베일의 법칙과도 일치한다.

 

 

 

과학자이면서 경영자이기도 한 사피 바칼은 지루한 부분은 그냥 건너뛰어 되도록 쉽게 기술하였다.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으나 경영자로서 어떠한 마인드를 가지느냐에 따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것을 알 수 있었다. 상전이라는 과학 용어도 낯설었지만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에 어느 정도는 가까이 다가가고자 노력했다는 점을 밝히고 싶다. 즉 쓸모없는 아이디어가 어떠한 결과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상전이라는 과학적 용어롤 통해 설명하였다.

 

사피 바칼은 미친 아이디어라며 무시하던 룬샷이 어떻게 성공적으로 이끌어 왔는지 그 예시를 설명하며 과학자와 경영자의 시선으로 그 방법들을 제시한다. 사장되었을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살아 남았던 건 경영자나 지도자들이 얼마나 열린 시각을 가졌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미친 아이디어를 수용했던 지도자 덕분이었고, 미친 아이디어라며 받아주지 않았으니 끝까지 아이디어를 관철시켰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새로운 문물을 우리가 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룬샷  #LOONSHOTS  #사피바칼  #흐름출판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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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 땅
김숨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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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숨 작가가 최근 우리의 아픈 역사를 말한다. 인간 존엄의 역사를 바라볼수 있다. 이 소설은 1937년의 강제 이주 가족들의 이야기다. 김숨 작가를 좋아하는 독자로서 역사의 한 페이지에 깊게 빠져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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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V 빌런 고태경 - 2020 한경신춘문예 당선작
정대건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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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V 시사회를 다녔던 적이 있다. 지방이라 감독, 배우들과 같은 공간에 있지는 못하지만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생중계 형식으로 시사회를 연다.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질문들은 평이했었다. 영화계에서 GV 빌런이 존재하는지도 몰랐다. GV 빌런이라 함은 관객과의 대화(Guest Visit)와 악당이라는 뜻의 ‘빌런(villain)’을 뜻한다. 즉 관객과의 대화에서 무례한 질문으로 분위기를 흐리는 사람을 말한다.

 

『GV 빌런 고태경』은 2020 한경신춘문예 장편소설 부문에 당선된 정대건의 소설이다. 독립영화 감독인 조혜나를 주인공으로 하여 영화라는 인생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들을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전달한다. 수많은 영화인들이 오늘도 영화를 만드느라 땀을 흘리고 있다. 영화에 인생을 걸고 살아가지만 성공한 영화인들은 드물다. 그들을 모티프 삼아 오늘도 영화를 위해 살아가는 이들에게 건네는 메시지가 아닐까 한다.

 

 

 

 

독립영화감독인 혜나는 그가 만들었던 <원찬스>가 망하고 어떻게든 빚을 갚아야 했기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혜나가 만들었던 독립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 종현의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하게 되었다. 영화가 끝나고 관객들의 질문을 받고 있는데 베레모를 쓴 남자가 낮은 목소리로 혜나의 영화에 대하여 질문한다. GV 빌런이었다. 아픈 사실을 콕 찝어 말하는 GV 빌런 때문에 기분이 나빠 인터넷에 떠도는 말로 마무리를 한다. 이후 GV 장면이 유튜브로 화제가 된다.

 

유튜브 영상을 보던 혜나는 GV 빌런을 대상으로 하는 다큐멘터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GV 빌런들은 극장에 있기 마련이고 사람들에게 꽤 관심받는 콘텐츠가 될 것을 예감했다. GV 빌런인 고태경을 설득하여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할리우드 제작지원에 나갔다가 한국영화교육센터 동기인 승호를 만나 고태경이 혜나가 좋아하던 영화 <초록사과>의 조감독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혜나는 <초록사과>를 보고 영화인이 되겠다는 결심을 했었다. 그 영화를 만들었던 감독이었다니 영화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른 사람으로 알았던 고태경이 달리 보였던 건 당연했다.

 

관객들에게 외면을 받는 실패한 영화를 만드는 게 나은가. 좀더 준비를 해서 만들었던게 나은가. 고민해 볼 수 밖에 없다. 한교영 저예산 장편영화 제작과정에 급작스럽게 공석이 생겨 참여했으나 망작을 찍고 말아 자존감 바닥으로 허덕일때 고태경이 들려준 말은 아주 의미있다. '완성한 것만으로도 대단한거야. 모든 완성된 영화는 기적이야.' (138페이지) 갑작스럽게 일이 생겨 아예 영화를 만들지 못하는 것보다 완성된 영화를 만들었다는 사실에 집중하라는 말이었다. 모든 일이 자신의 부족함때문에 일어났다고 생각했으나 나의 탓, 세상 탓. 반반만 하라는 고태경의 말에 힘을 얻었다. 어떤 것이든 할 수 있다는 열정이 되살아났다.

 

 

 

 

 

소설 속 주인공이 조혜나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작가가 남자라 그런지 주인공이 어쩐지 남자로 여겨졌었다. 어느 순간 영화를 사랑하는 영화인 조혜나로 비춰져 인물에 더욱 빠져들 수 있었다. 결국 우리는 스크린에 쏘아진 빛을 보기 위해 일부러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거 아닌가. (98페이지) 영화는 신기루와도 같다. 영화라는 신기루를 향해 그저 나아가는 영화인들의 갈망이 좋은 작품을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사실 독립영화를 잘 보지 않는다. 지방 특성상 독립 영화를 상영할 장소도 부족하거니와 상업 영화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무리 영화 예술을 한다고 하지만 결국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영화를 만들어야 그들의 즐거움이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겠나 하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혜나가 고태경을 진심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을 때에야 비로소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었음을 기억한다. 진심어린 시선 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이제 막 독립 영화 몇 편을 찍은 조혜나도,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지는 못했으나 인생의 영화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몇 십년을 영화와 함께 살아온 고태경에게서 영화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조혜나와 고태경 같은 영화인들이 있었기에 우리 또한 이처럼 영화라는 신기루에 매료되지 않았는가 말이다.

 

#GV빌런고태경  #정대건  #한경신춘문예  #은행나무출판사  #책추천  #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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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치의 죽음 창비세계문학 7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강은 옮김 / 창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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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어느 누구도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 같다. 아무리 죽음을 무시하려고 해도 가족 중의 누군가 혹은 나 자신의 죽음도 언제 다가올 지  알 수없기 때문에 일부러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다보면 막연하지만 두려움 뿐이므로. 그 두려움을 생각하지 않으려 일부러 죽음을 모르는 척 하는지도 모른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되도록이면 피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죽음이 다가오고 있을때 할 수 있는 생각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나는 절대 죽지 않으리라는 것. 금방 병마를 이기고 일어설 거라는 것. 설마 내가 죽기야 하겠냐는 것. 죽음이라는 건 나에게 아닌 타인에게 다가오는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죽음 앞에 선 나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낼 것이라는 것. 죽음 앞에 선 이를 바라보는 이 또한 아픔과 고통속에 있을 것이라는 것. 죽음을 생각하니 그저 숙연해질 뿐이었다.

 

  톨스토이는 중단편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반 일리치에 다가온 죽음을 두고 친구와 가족들 그리고 이반 일리치 자신에게 이르기까지 죽음을 바라보는 순간들을 담았다. 타인의 죽음이란 다행히 나에게 다가오지 않은 일일 뿐일까.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놓고 그의 절친했던 동료들이 마음속으로 하는 생각들은 사람들을 질리게 한다. 그의 죽음으로 인해 누군가가 이반 일리치의 자리로 갈 것이기에 자리 이동과 보직 변경에 대한 생각들을 마음속으로 하는 것이다. 그의 절친한 친구마저 자신의 처남을 어느 자리로 불러 올 것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그들을 누가 뭐라고 할 수 있을까. 마음속으로는 이반 일리치가 안됐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죽은 사람이 내가 아니라는 것에 대한 안도감이라는 것. 그런 생각을 대부분 한다는 것이다.  

 

 

 

 

   특별한 병명없이 아프게 된 이반 일리치가 죽음을 받아들이는 순간 또한 죽음에 대한 한 과정이 아닐까 싶다. 자신을 빼놓곤 가족 모두가 건강하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몸이 거북하고 불편한 증상이 심해지자 이반 일리치는 짜증을 부렸고 아내와의 관계가 소원해졌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 결혼했던 아내는 이런 남편이 얼른 죽었으면 싶지만 남편이 죽으면 봉급도 없을 것이라는 것 때문에 어쩌지도 못하고 치가 떨릴 정도로 싫어진 남편이었다.

 

자신이 죽어간다는 사실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분명히 인식했지만 여전히 그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던 것이다. (71페이지)

 

  그렇다.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죽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왜 죽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왜 나여야 하는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죽음을 바라보는 그는 너무나 고통스러워 울고 부정도 해보았다. 죽고 싶다고 흔히들 말하지만, 그 말은 아주 간절하게 살고 싶다는 호소 인지도 모른다. 이반 일리치도 자신을 고통을 받지 않길 바랐고, 할 수만 있다면 살고 싶었다. 아주 강렬하게. 지나온 삶이 기쁘고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그럼에도 그 시간들을 그리워하게 되었다. 죽음의 고통앞에 선 순간이야말로 평범했던 시간들이 아주 행복했던 시간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도 그때가 가장 기뻤던 순간이라는 생각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읽으며 내가 오늘을 사는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오늘 내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 것. 오늘 내가 엄마를 만난 것. 아빠를 만난 것. 형제자매를 만난 것 또한 함께 시간을 보내며 훗날 우리는 이 시간들을 그리워할지도 모른다. 그때가 행복했음을, 가장 소중한 시간들이었음을. 고통뿐이었을 시간마저 그 시간을 살았던 나는 행복했음을 깨닫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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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조지 오웰 지음, 김욱동 옮김 / 비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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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역사적 진실을 알리는 책들이 있다. 우리는 그걸 우화라 부르게 되는데, 우화 속에서 드러난 역사적 인물들의 이야기는 새로운 시각을 준다. 역사 속 사실과 소설 속에서 드러나는 이야기는 좀더 구체적인 진실들을 표현한다. 어른들을 대상으로 하는 우화와 아이들에게 읽히는 우화의 전체적인 맥락은 다르지 않다. 

 

『동물농장』과 『1984』가 한데 엮인 책을 읽고 조지 오웰이 가진 정치적 사상과 생각들을 가까이 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되었었는데, 이번에 다시 『동물농장』을 읽은 느낌은 어쩐지 남다르다. 두 번째 읽는 책에 대한 감동이 더 크다는 걸 아는 사람은 안다. 어떤 번역본을 읽느냐에 따라 소설에 대한 사고가 다르게 되는데, 김욱동 번역가의 책으로 읽으며 그가 표현한 단어의 다름에 새삼 번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다. 번역가 또한 한 사람의 다른 작가가 아닌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소설을 쓰는 것과 같으니 말이다.

 

 

 

『동물농장』은 혁명을 통해 제정 러시아를 무너뜨린 소비에트 정부에 대한 비판과 인간들 사회에서도 일어나는 모든 것들을 동물들을 통해 나타낸 소설이다. 조지 오웰은 영국에서 정치가들이 불편해하는 정치적인 인물로 비춰졌다. 그가 그린 동물들의 세계는 우리 인간사회가 다르지 않다는 것이 명백하게 보인다. 

 

존스 씨의 장원 농장에 있는 동물들이 반란을 일으켜 존스 씨를 비롯해 가족들을 쫓아 내었다. 겨우 숨을 쉬고 살아갈 만큼의 먹이만 주며 노동력을 착취하는 동물들의 삶은 비참하며 고통스럽다는 이유였다. 모든 동물들의 평등을 내걸어 일곱 계의 계명을 만들고 혁명을 이루어 동물들만의 농장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모든 혁명의 역사가 그렇듯 권력을 가지게 되면 그 권력을 놓기가 쉽지 않다. 더 큰 권력을 찾고 그들의 위에 군림하고자 한다. 모든 동물들이 처음엔 행복했으나 돼지들의 지휘 아래 일하는 자와 권력을 누리는 자로 나뉘게 되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처음엔 스노볼이 동물들을 이끌었다. 풍차 건설 계획을 세운 것도 동물들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누군가의 권력은 또다른 권력을 탐하게 되는데, 나폴레온이 그 역할을 한다. 즉 스노볼의 풍차 건설 계획을 반대하고 나서며 설계도에 오줌을 갈겼다. 그리고는 개를 앞세워 스노볼을 추방하기에 이르렀다. 나폴레온이 동물농장의 실권을 장악했다. 일반 동물들이 농장에서 열심히 일했으나 나폴레온은 집안에 틀어박혀 마음대로 먹을 것을 탐하고 개들을 밖에서 지키게 했으며 스퀼러에게 모든 것을 지시했다. 또한 모든 동물들이 참석했던 일요일의 집회도 나폴레온이 비공개로 직접 주재하고 결정 사항은 스퀼러를 통해 일반 동물들에게 지시하였다. 모든 동물들의 평등을 강조하고 나선 혁명이었지만 어느 순간에 지도자인 돼지와 일반 동물들의 계급의 간극이 생겼다. 공산주의의 시작이었다.

 

두 발 달린 인간들을 동물들의 적으로 간주하고 평등한 삶을 시작하였으나 권력으로 인하여 그들의 삶은 변질되었다. '내가 조금만 더 일하면 되는거야.'라는 말을 외쳤던 복서를 어떻게 죽였는가는 생각해 볼 일이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속담이 떠오를 정도였다. 자신들에게 필요없어진 동물들이라 여겨 과감히 버렸다. 이는 지금의 현실과 다르지 않다.

 

 

 

이상을 꿈꾸었지만 그들의 이상대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농장은 이전보다 부유해졌지만 동물들은 이전에 비해 풍족하지 않았다. 돼지와 개는 예외였다. 그들은 식욕이 왕성하였고, 다른 동물들의 생활은 이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배를 곯고 추위와 더위에 노출되어 있었다. 굶주림과 고통은 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동물 농장에 소속되어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힘든 삶이어도 하루하루를 버티는 우리와 다르지 않다. 앞으로는 더 좋아질 거라는 희망을 안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를 거울처럼 비춘다.

 

*덧 ; 소설 뒷편엔 100페이지 가량의 역자 해설이 수록되어 있다. 작중 인물들과 사건의 비유적인 표현 뿐만 아니라 조지 오웰의 사상, 이 소설을 쓰게 된 배경까지 김욱동 교수만의 특징이 드러난다. 라틴어 등에 뿌리를 내린 언어보다는 앵글로-색슨 토착어인 영어식 표현과 그 번역에 대하여도 말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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