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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ㅣ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조지 오웰 지음, 김욱동 옮김 / 비채 / 2013년 5월
평점 :
동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역사적 진실을 알리는 책들이 있다. 우리는 그걸 우화라 부르게 되는데, 우화 속에서 드러난 역사적 인물들의 이야기는 새로운 시각을 준다. 역사 속 사실과 소설 속에서 드러나는 이야기는 좀더 구체적인 진실들을 표현한다. 어른들을 대상으로 하는 우화와 아이들에게 읽히는 우화의 전체적인 맥락은 다르지 않다.
『동물농장』과 『1984』가 한데 엮인 책을 읽고 조지 오웰이 가진 정치적 사상과 생각들을 가까이 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되었었는데, 이번에 다시 『동물농장』을 읽은 느낌은 어쩐지 남다르다. 두 번째 읽는 책에 대한 감동이 더 크다는 걸 아는 사람은 안다. 어떤 번역본을 읽느냐에 따라 소설에 대한 사고가 다르게 되는데, 김욱동 번역가의 책으로 읽으며 그가 표현한 단어의 다름에 새삼 번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다. 번역가 또한 한 사람의 다른 작가가 아닌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소설을 쓰는 것과 같으니 말이다.
『동물농장』은 혁명을 통해 제정 러시아를 무너뜨린 소비에트 정부에 대한 비판과 인간들 사회에서도 일어나는 모든 것들을 동물들을 통해 나타낸 소설이다. 조지 오웰은 영국에서 정치가들이 불편해하는 정치적인 인물로 비춰졌다. 그가 그린 동물들의 세계는 우리 인간사회가 다르지 않다는 것이 명백하게 보인다.
존스 씨의 장원 농장에 있는 동물들이 반란을 일으켜 존스 씨를 비롯해 가족들을 쫓아 내었다. 겨우 숨을 쉬고 살아갈 만큼의 먹이만 주며 노동력을 착취하는 동물들의 삶은 비참하며 고통스럽다는 이유였다. 모든 동물들의 평등을 내걸어 일곱 계의 계명을 만들고 혁명을 이루어 동물들만의 농장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모든 혁명의 역사가 그렇듯 권력을 가지게 되면 그 권력을 놓기가 쉽지 않다. 더 큰 권력을 찾고 그들의 위에 군림하고자 한다. 모든 동물들이 처음엔 행복했으나 돼지들의 지휘 아래 일하는 자와 권력을 누리는 자로 나뉘게 되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처음엔 스노볼이 동물들을 이끌었다. 풍차 건설 계획을 세운 것도 동물들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누군가의 권력은 또다른 권력을 탐하게 되는데, 나폴레온이 그 역할을 한다. 즉 스노볼의 풍차 건설 계획을 반대하고 나서며 설계도에 오줌을 갈겼다. 그리고는 개를 앞세워 스노볼을 추방하기에 이르렀다. 나폴레온이 동물농장의 실권을 장악했다. 일반 동물들이 농장에서 열심히 일했으나 나폴레온은 집안에 틀어박혀 마음대로 먹을 것을 탐하고 개들을 밖에서 지키게 했으며 스퀼러에게 모든 것을 지시했다. 또한 모든 동물들이 참석했던 일요일의 집회도 나폴레온이 비공개로 직접 주재하고 결정 사항은 스퀼러를 통해 일반 동물들에게 지시하였다. 모든 동물들의 평등을 강조하고 나선 혁명이었지만 어느 순간에 지도자인 돼지와 일반 동물들의 계급의 간극이 생겼다. 공산주의의 시작이었다.
두 발 달린 인간들을 동물들의 적으로 간주하고 평등한 삶을 시작하였으나 권력으로 인하여 그들의 삶은 변질되었다. '내가 조금만 더 일하면 되는거야.'라는 말을 외쳤던 복서를 어떻게 죽였는가는 생각해 볼 일이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속담이 떠오를 정도였다. 자신들에게 필요없어진 동물들이라 여겨 과감히 버렸다. 이는 지금의 현실과 다르지 않다.
이상을 꿈꾸었지만 그들의 이상대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농장은 이전보다 부유해졌지만 동물들은 이전에 비해 풍족하지 않았다. 돼지와 개는 예외였다. 그들은 식욕이 왕성하였고, 다른 동물들의 생활은 이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배를 곯고 추위와 더위에 노출되어 있었다. 굶주림과 고통은 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동물 농장에 소속되어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힘든 삶이어도 하루하루를 버티는 우리와 다르지 않다. 앞으로는 더 좋아질 거라는 희망을 안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를 거울처럼 비춘다.
*덧 ; 소설 뒷편엔 100페이지 가량의 역자 해설이 수록되어 있다. 작중 인물들과 사건의 비유적인 표현 뿐만 아니라 조지 오웰의 사상, 이 소설을 쓰게 된 배경까지 김욱동 교수만의 특징이 드러난다. 라틴어 등에 뿌리를 내린 언어보다는 앵글로-색슨 토착어인 영어식 표현과 그 번역에 대하여도 말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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