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도우 지음 / 시공사 / 201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강원도 오지 시골 마을에 굿나잇책방이 있었다. 밤새 잠못드는 사람들을 위해 있는 작은 책방, 혹은 읽던 책을 킵해 두고 읽고 싶을 때마다 책방에 와서 읽을 수 있는 책방이 시골 마을 한 기와집에 자리하고 있었다. 자주 잠겨져 있지만 누구라도 와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책방이다. 이 곳에 한 여자가 다가왔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이모가 하는 호두하우스 펜션에서 겨울을 났었다. 이번 겨울도 마찬가지. 힘든 서울생활을 뒤로 하고 겨울을 나기 위해 이곳 혜천읍, 호두하우스로 해원은 조용히 스며들었다.

 

그녀가 마치 <리틀 포레스트>의 여자 주인공처럼 엄마의 품과도 같은 혜천읍으로 돌아올 적에 노부부가 살던 기와집에 작은 책방이 자리한 것을 보았다. 맹꽁이 자물쇠로 채워진 책방 안을 해원은 들여다 보았다. 이런 시골에 작은 책방이 생기다니. 제대로 유지될 수 있을까 싶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은섭이 있었다. 논두렁 스케이트장에서 일하다가 책방을 들여다보는 목해원을 발견했다. 커다란 트렁크를 끌고 어깨엔 에코백을 메고 걸어가고 있었다. 은섭은 그때부터 두근거렸는지도 몰랐다. 올해도 오지 않으려나 했는데 해원이 왔다. 

 

아마도 은섭은 알았으리라. 해원이 이곳 북현리로 올 때마다 쉬어가고 싶은 일이 생겼음을. 적막한 시골마을에서 조용히 보내려함을 알았다. 이모에게 왔다고 말하고 늘 묵던 곳에 짐을 풀었다. 건너 언덕에 새로 생긴 게스트 하우스가 있어서일까. 호두 하우스는 시간의 흐름이 그대로 배어있는 곳이 되었다.

 

이도우의 소설은 조용하다. 그 조용함이 서서히 설레임으로 묻어난다. 그저 북현리 마을에서 조용히 없는 듯 지내고 있는 은섭과 해원은 모두 한두 가지씩 가슴에 응어리를 품고 있었다. 오로지 한 친구에게만 진실을 말했던게 부풀려져 다시는 친구를 만들지 못했고, 다른 곳으로 떠돌았다. 한두 명쯤 다른 친구들을 사귈만도 하지만 그녀는 침잠한채 지금까지 지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두하우스 펜션을 하는 이모와 돌아가신 할머니를 생각하는 해원이 복잡한 마음을 갖고 있는데 반해 은섭은 상당히 조용한 남자다. 그가 해원에게 가지고 있었던 마음도, 현재에 다시 보는 해원에 대한 설렘도 늘 침묵한 채로 있다. 오래전부터 이웃집 소녀에게 마음을 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혜천시청에 다니는 또다른 동창 장우로부터 듣는다. 은섭이 자신을 좋아했었다니, 그 말이 싫지 않았다.

 

 

 

태양 아래서 역사가 되고 달빛 아래서 전설이 된다는 말이 있어. 나는 램프 아래서는 모든 것이 스토리가 될 거라고 언제나 생각해왔어. 알고 보면 이야기는 먼 곳에 있지 않고,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던 거니까. (157페이지)

 

 

굿나잇책방의 책방지기는 시간이 날때마다 책방 일지를 비밀글로 블로그에 남긴다. 새로 들여온 독립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며 H에 대한 이야기를 몰래몰래 적는다. 그 자신도 독립 출판물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일까. 그에 대한 관심이 많다. 시골에서 책방이 잘 될까. 겨우 몇 권의 책을 판매하다가 문을 닫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해진다. 참고서를 팔지 않은 한 잘될리 없는 책방에서 은섭은 굿즈를 만들어 진열해 놓는다. 

 

 

 

예상하기에 미대를 나온 해원이 도움을 줄 것 같다. 겨울동안 논두렁에 물을 대어 만든 스케이트장에서 일해야 하는 은섭에게 해원은 여러모로 좋은 존재다. 책방의 일을 돕고 굿즈 또한 함께 만들 수 있으니. 또한 호두하우스 보일러 배관이 터져 호러하우스가 되어 버리자 이웃집인 은섭의 집에 묵을 수 밖에 없는 필연적인 이유가 생긴다. 명여 이모는 수정 아줌마에게 가고 해원은 은섭의 집 작은 방에 기거하게 되는 것이다. 하룻밤은 큰아버지집에 묵었지만 보일러가 방 하나밖에 없는 큰아버지 집에 은섭이 며칠을 묵을 수는 없다. 다시 자기 집으로 올 수 밖에 없는 사유가 생겼다.

 

좋아하는 사람끼리 한 지붕아래 지내면 생기는 많은 일들이 저절로 상상되어진다. 눈오는 밤 은섭을 따라 산에 올랐다가 키스까지 한 사이라면 더더욱. 그렇다고 은섭과 해원이 유달리 튀는 사랑을 하지는 않는다. 눈오는 밤 불빛이 방안에 스며드는 것처럼 조용하고도 심상하게 사랑을 한다. 내일을 꼭 생각하지도 않는다. 현재에 충실하고자 한다. 지금 있는 곳에서 지금 누구를 바라보고 있는가에 대해 집중한다.

 

마치 한 편의 동화처럼 은섭과 해원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서로에게 묻어두었던 일들에 대한 화해가 이루어진다. 작가의 첫 작품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처럼 잔잔하게 진행되어진다. 첫 작품이 조금 쓸쓸했다면 이번 작품에서 느껴지는 건 둘 사이가 잘 되지 않을리 없다는 편안함이었다. 첫사랑이 갑자기 나타난다거나 이룰 수 없는 사랑때문에 아파했던 일들은 거론되지 않는다. 조용한 시골 작은 책방처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이 둘사이가 분명하게 보일 터였다. 심상하고도 심상한 나날에 보이는 안녕과 작은 설렘이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알벨루치 2018-07-25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죠? ㅎ따스한 소설 읽어보고싶네요

Breeze 2018-07-25 13:04   좋아요 0 | URL
옙. 따스한 소설, 읽어보시면 좋을것 같습니다. ^^
 
조선왕조실록 1 : 태조 - 혁명의 대업을 이루다 조선왕조실록 1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선왕조실록은 사관들의 기록이다. 왕조차 어떠한 사실을 사관에게 알리지 말라고 할 정도로 사관들이 작성한 기록물이다. 이런 기록은 전세계적으로 드문 일이다. 조선왕조실록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일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왕의 기침소리 하나까지 작성했던 기록물을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게 수많은 드라마로도 각색되었고, 저자의 시선에 따라 책으로도 출간되었다. 독자들은 유달리 좋아하는 왕의 이야기는 더 찾아 보았을테고, 조선이 개국한 태조 이성계의 이야기부터 조선의 마지막 왕 순종까지 체계적으로 다룬 글을 읽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역사학자 이덕일이 조선왕조실록을 전 10권에 걸쳐 출간되는 건 무척 반가운 일이다.

 

조선왕조실록의 시작은 태조 이성계다. 기울어가는 고려말, 변방의 장수였던 그가 정도전을 만나 새로운 나라를 건설할 꿈을 꾸었다. 개혁가 정도전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아무래도 역사 드라마를 보았던 느낌을 떠올리며 이 글을 읽을 수 밖에 없었는데, 드라마의 힘이 컸다는 사실을 밝히고 싶다. 책으로도 좋아했지만 드라마처럼 내용들이 쏙쏙 머릿속에 각인되는 경우는 드물다.

 

태조 이성계의  개국에 대한 꿈은 개국의 설계사 정도전을 만나면서 부터라고 말했다. 혼란의 고려, 공민왕의 정치와 그 뒤를 잇는 우왕과 창왕의 근본을 파헤쳤다. 우왕과 창왕을 왕씨의 자손이 아닌 신돈의 아들이라는 '우창비왕설'을 조선 건국의 정당성으로 삼았다.(112페이지) 이는 정도전의 계획하게 이뤄졌던 일이다.

 

 

 

먼지 낀 책상 위의 병법서를 폐해버린 정도전은 이성계를 찾아갔다. 정도전의 머릿속에는 천 리 밖 계책을 결정지을 수 있는 지식이 있었고, 이성계에게는 그 계책을 실현시킬 수 있는 군사력이 있었다. 이성계는 일곱 살 어린 정도전을 기꺼이 스승으로 삼았다. 정도전은 이성계의 신하이자 스승이었고, 이성계는 정도전의 군주이자 제자였다. 두 사람의 만남은 그 자체로 고려 왕조를 폭풍 속으로 몰고 갈 조짐이었다. (145페이지) 

 

책은 총 3부에 걸쳐서 진행되는데, 1부는 흔들리는 왕토에서라는 제목으로 고려 말의 정치 상황들에서 새로운 인물로 떠오르는 이성계의 발자취를 나타냈다. 아울로 유배지를 떠돌던 정도전이 지나온 이야기는 당연한 일이다. 2부는 머나먼 개국의 길이 이어진다. 이성계는 위화도 회군을 감행하고, 새로운 인물로 떠오르는 이성계를 경계하고 그를 제거하고자는 하는 인물들이 나타난다. 이색과 정몽주와 이성계의 갈등이 시작되었다. 위화도 회군 당시에는 이성계의 편에 섰지만 정몽주가 바랐던 것은 고려를 지키고자 함이었다. 새로운 나라를 세우고자 함이 아니었다.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했던 정몽주였다.

 

조선 개국에 앞장 섰던 이방원이 왕위에 욕심이 있었던 건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다. 이성계를 왕위에 올리고 자신이 세자가 되는 꿈을 꿨겠지. 정도전은 이성계의 둘째 부인 강씨의 소생이기도 한 방석을 세자로 세웠다. 이에 불만을 품은 이방원은 정도전을 죽이고 이방과를 세자에 앉혔다.정도전은 이방원의 이상을 경계했다. 개국 계획에는 동조했으나 자신들이 펼치고 싶은 정치적 이상은 달랐던 것이다. 정도전은 백성들을 위한 나라, 천자의 제국을 만드는 꿈을 꾸었었고, 이방원은 왕권 강화에 더 역점을 두었다.

 

 

 

미래의 길이 보이지 않을 때일수록 과거를 돌아봐야 한다. 과거를 돌아보는 목적은 미래의 길을 찾고자 함이다. 역사가 과거학이 아니라 미래학인 까닭이 여기에 있고,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목적도 여기에 있다. 옛 사람들이 <자치통감>이나 <동국통감>처럼 역사서의 제목에 거울 감(鑑)자를 넣은 이유 역시 역사라는 거울을 통해 오늘의 우리의 지금 모습을 살피고 미래의 길을 찾고자 함이었다. (10페이지, 들어가는 말 중에서)

 

수없이 드라마로 방영되었고 역사서로 반복 출간된 이유는 우리가 미래에 나아가고자 함이다. 과거를 알아야 현재와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는 건 전부터 자주 들어왔던 말이다. 드라마처럼 한 인물의 시점에서 바라본 개국 과정과 역사서의 전체를 아우르는 조선의 개국 역사는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 사관의 시선으로 역사를 바라볼 수 있게 했다. 역사서라고 해서 어렵지 않다. 누구라도 읽기 쉽게 쓰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괜찮다는 말은 차마 못했어도 슬로북 Slow Book 3
함정임 지음 / 작가정신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러고보니 함정임 작가의 소설을 한번도 읽어보지 못한것 같다. 이렇게 문장이 좋은데 왜 작가의 글을 만나지 못했던 것일까. 작가라는 직업의 애환, 작가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선들을 담담하게 담은 에세이를 읽으며 문득 작가의 소설이 궁금해졌다. 소설도 에세이처럼 이렇게 마음을 다독이는 글일까. 먼 곳을 여행하는 여행자의 마음으로 에세이를 읽었다. 책을 펼치고 작가의 말을 읽는데, 이렇게 좋은 문장을 왜 놓쳤던가, 후회될 정도였다.

 

생각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괜찮냐고 묻지 않아도

마음으로 아는 일이고,

누군가의 손에

내 마른 손을 얹는 일이고,

누군가를 품고,

순리대로 떠나보내는

일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모르겠다. 제목에 관련된 문장이어서 그랬는지도. 하지만 글을 읽을 수록 소설가로서 산다는 일, 소설 창작을 강의하는 직업인으로서의 일상들, 책이야기들을 말한 글이었다. 얇은 책임에도 꽤 여러 곳에 포스트잇을 붙였다.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자기의 경험과 기억을 되살리는 일이다. 물론 기억과 상상력을 동원하여 글이 매끄럽게 나오게 하는 역할도 하지만, 저자는 소설 쓰는 일은 자신의 기억과 함께 하는 일이라고 했다. 작가들이 어머니에 천착하는 이유도 아기 때 어머니를 잃은 그 공허함을 달래는 일이라고도 했다.

 

 

 

 

소설은 자기 안에 억눌린 자아에 귀를 기울이고, 숨을 터주는 것부터 출발한다. 차마 보여주기 부끄럽지만, 드러내놓고 나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자유로워진다. 마음이 자유로운 사람은 자신과 세상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소설 쓰기의 본질이 구원에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구원의 마음으로 세상을 향할 때, 존재하는 모든 것은 연민의 대상이 된다. 나의 원체험 쓰기로부터 세상의 아픔에 가닿을 수 있다. 소설이란 때로 연민과 애도, 추모의 형식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23페이지)

 

 

평소 향수를 잘 쓰지 않는다. 하지만 우울하거나 뭔가 기분전환을 하고 싶을 때 향수를 쓰곤 하는데, 나는 롤리타 렘피카의 초록색병에 든 걸 사용한다. 책 속에서 '향은 단어 향수는 문학'이라는 챕터에서 '롤리타 렘피카 만의 고유한 문학 세계를 기대한다'는 저자의 말에 반가움이 들었다. 프랑스 향수라고 알고 있었는데 우리나라 향수라는 사실도 새로웠다. 향수도 문학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문학은 생각을 달리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됐다.

 

불문학을 전공한 작가답게 프랑스 작가의 문학에 대해 자주 언급한다. 카뮈의 작품들, 파트릭 모디아노의, 로맹 가리 혹은 에밀 아자르의 삶과 책에 관한 이야기 들을 건넨다. 남프랑스 액상프로방스의 풍경들, 프랑스에서 지내는 자식에 대한 애틋함 들이 곳곳에 묻어있었다.

 

 

 

 

모디아노뿐 아니라 작가란 기억 또는 추억을 파먹고 사는 족속들이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소설의 팔할, 아니 그 이상이 기억에서 비롯된 것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은 기억을 좇는 추억의 추적자, 기억을 찾고 있는 추억의 탐험가로 살아간다. 작가들이야말로 기억의 전문가들인 셈이다. (250페이지)

 

어딘가로 여행을 갈때 그 장소에 문학 작품 속 배경이나 작가의 문학관이 있다면 꼭 방문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점은 작가들 또한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마치 여행 에세이집인듯 느껴지는 함정임의 책에서 유럽 혹은 국내의 어느 장소에서의 시간을 자주 이야기했다. 문학이 빠지면 곤란할 정도로 작가는 문학에 빠져 사는듯 하다. 작가가 하는 일이 창작을 가르치는 일이고 문청들과 함께 문학을 고민하는 글들이 곳곳에 스며 있어 우리로 하여금 문학에 대한 본질을 느끼게 한다.

 

어떤 생각을 하느냐,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글도 달라진다. 물론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사람도 있지만 습득에 의하여 되는 경우도 있다는 걸 알게 하는 글들이었다. 전에도 언급했지만 기억속 추억을 끄집어낼때도 그걸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다르다는 걸 새삼 느꼈다.

 

문득 괜찮느냐는 저자의 안부 인사에 곰곰 생각에 잠기게 된다. 느리게 읽혀지는 글만큼 저자의 마음도 서서히 다가왔다. 서서히 스며든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작가의 글에서 위로를,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건네 받았다. 여행을 앞두고 이 글을 쓰면서 좀더 자유로운 삶을 살길 바랐던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아로니아공화국
김대현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품 『홍도』로 혼불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처음엔 『국가의 탄생』이라는 비교적 무게감있는 인문학적 제목에서 좀더 부드럽고 위트있는 어쩐지 농담일것만 같은 제목으로 나오게 된 작품이다. 아로니아 공화국이라니. 그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빈속에 먹으면 바로 속이 아픈 그 아로니아가 맞나? 맞았다. 새로운 국가를 탄생시킬때 국가의 이름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던 중 탁자에 놓인 음료수 병이 공교롭게도 아로니아였다. 그래서 탄생한 나라가 아로니아 공화국이다.

 

2038년의 아로니아 공화국. 초대 대통령에서 높은 지지율로 당당하게 재선 대통령이 된 김강현, 일명 로아 킴은 일흔의 나이로 새로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자신이 속한 아로니아시민당과 그린머슬아로니아당이 팽팽한 접전을 하고 있다. 당연히 아로니아시민당의 토마스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고 그렇게 될줄 믿고 있다. 아로니아 공화국은 아이가 태어난지 10일째가 되면 국가적으로 파티를 해주며 모든 이들이 자유롭고 행복한 나라를 모토로 만들어졌다.

 

작가는 2014년 세월호 사건을 보며 이 소설을 착안했다고 한다. 국가의 존재에 대해 뼈아픈 일침을 했던 사건이라 우리 모두 새로운 나라를 꿈꾸었던 그때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런 의도답게 박정희와 전두환, 노태후등 과거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의 국민을 위해 어떤 행동들을 했는지 낱낱히 밝혔다. 

 

퇴임을 앞둔 대통령 김강현은 과거 아이들에게 삥을 뜯던 열다섯 살에서부터 회고를 시작한다. 삥을 뜯다 아버지에게 걸려 된통 맞고 옷을 차려입고 그동안 삥을 뜯던 아이들의 집으로 찾아가 변상을 하고 죄송하다 머리를 조아렸다. 그후 사람을 만들어라며 합기도 단장에게 데려다 둔 뒤로 수영을 만나 합기도를 배우고 그녀가 다니는 성당을 다니게 되었으며 공부를 하겠다는 그녀의 말에 자극 받아 공부란 것을 하게 되었다.

 

 

 

 

여기에서 웃긴게, 물론 소설이니까 가능한 이야기였겠지만, 그가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교과서를 무조건 외워 전교 1등을 하게 되었으며, 법대를 다녔고 사법시험을 통과해 검사가 되었다는 스토리다. 보통 평범한 사람이라면 가능하겠나. 소설이니까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자라온 발자취를 읽고 있으면 통쾌하다. 특히 유럽간첩단을 수사하던중 총장의 지시를 무시하고 옳은 판결을 내렸던 것은 어느 영화속 검사를 보는 것 같았다. 영화 시나리오를 썼던 작가의 이력처럼 상당히 영화적인 스토리다. 물론 소설이 가진 게 상상력의 산물아니던가.

 

새로운 나라를 꿈꾸었다는 설정부터가 유쾌하다. 모두가 꿈꾸는 나라, 국민을 위해 있는 국가. 모두가 연금을 받는 나라라는 설정 자체가 우리가 상상한 국가가 아니던가. 국가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살았던 이가 하나의 인연으로 투자를 받게 되고 새로운 국가를 꿈꾸었다는 게 즐거웠다. 소설 속에서 김강현의 아내 강수영과 인연이 있었다는 시진핑과 펑리위안의 출연은 너무 작위적이었다. 아로니아 공화국이 만들어질 장소가 중국과 인접한 이유도 있었겠지만, 물론 개인적으로 시진핑과 연결되지 말라는 법도 없지만, 보통의 우리가 생각하기에 그렇다는 이야기다.

 

현재의 우리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람마다 개인이 가지는 갖가지 고민과 상처때문에 살기 힘들다고 울먹여도 주어진 현실에서 묵묵히 살아가고 있는 우리다. 좀더 행복해지기 위해 경제활동을 하고 국가가 안전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모두가 행복한 나라, 행복을 꿈꾸는 우리의 마음을 대변하는 작품이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8-07-09 1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10 17: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10 16: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10 17: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토록 친절한 문학 교과서 작품 읽기 : 고대 가요.향가.고려 가요 편 이토록 친절한 문학 교과서 작품 읽기
하태준 지음 / 다산에듀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학창 시절에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 국어였다. 새학기가 되어 새 교과서를 받으면 국어 교과서부터 펼쳐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훑었다. 교과서에 수록된 모든 문학작품, 시를 읽었고, 부분만 있는 작품에 애타했었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국어 교과서에 실린 문학 작품들을 읽고 외워 지금까지 선명하게 기억할 것이다.

 

반가웠다. 우리가 읽었던 작품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지도 궁금했고, 다시 읽으면 어떤 감정일까도 궁금했다. 내가 읽은 부분은 고대 가요, 향가, 고려 가요 편이다. 그 이름도 익숙한 공무도하가에서부터 구지가, 서동요, 제망매가, 청산별곡 등 친숙한 가요들에 이야기를 입혔다. 더군다나 어린 학생들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게 삽화까지 곁들여있다. 

 

 

아이들 어릴적 동화들을 읽어줬는데, 읽어주며 가장 즐거웠던 책들이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였다. 그래서일까 마치 동화를 읽는 듯 즐겁게 읽었다. 기록으로 전해지는 가장 오래된 시 '공무도하가'에 대한 이야기부터 쏙 빠져 읽었다. 술에 잔뜩 취한 채 호리병을 들고 바다에 빠진 백수광부와 그를 구하려는 여인, 메고 있던 공후를 풀러 남편을 위해 마지막 연주를 하던 장면들이 그림으로 표현되었다. 아름답지 않은가. 

 

님이여,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님은 그만 강을 건너고 말았네.

강에 빠져 돌아가시니,

이제 그만 그 님을 어이하오.  (26페이지, 공무도하가)

 

 

고대 가요나 향가, 고려 가요 등이 사람들에게 알려진 건 구전되기 때문이었다. '공무도하가' 또한 백수광부와 아내의 슬픈 사연을 남편 곽리자고의 아내가 그 노래를 지어 이웃 여인에게 들려주었고 마을 사람들에게 들려주라고 해 널리 알렸다. 우리 민족의 문학 작품에 많은 영향을 주었고 중국의 고대 가요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하니 그 의미가 큰 작품이다. 

 

어렸을 때부터 '서동요'에 얽힌 이야기를 상당히 좋아했다. 그래서 드라마로 방영되었을때도 챙겨보곤 했었다. 상상만 해도 재미있는 이야기다. 백제의 서동은 신라 서라벌에서 아름답기로 소문난 선화공주를 사모해 아이들을 시켜 노래를 부르게 하다니, 어쩌면 지금의 로맨스 소설과 똑같지 않나. 다른 사람과 혼인할래야 할수 없지 않겠나.

 

선화공주님은

남몰래 시집가서

서동 서방을

밤이면 몰래 안고 간다. (106페이지, 서동요)

 

 

훗날 백제의 무왕이 되기도 한 서동의 이야기였다. 얼마전에 신문에서 본 뉴스 기사 하나가 있다. 선화공주와 무왕이 미륵사를 지었다고 알려졌었는데 발견된 유물에서 선화공주가 아닌 다른 이름의 부인이었다고 나왔었다. 삼국유사에 실려있는 설화는 그저 전해진 이야기였을 뿐이었을까.

 

쉽게 쓰여져 있어 누구라도 읽기 편한 고전문학 작품 해설서다.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이 망라되어 있어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읽으면 문학 수업에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일반인이 읽어도 무방하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8-07-09 1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10 17: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10 1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10 17: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10 18: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11 0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