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날씨가 흐렸다.

혹시나 하고 비를 기다렸다.

마침 라디오 기상청 리포터는 제주도와 전라도 쪽에 비 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아침에 출근하려고 준비하는데, 바람부터 다르더라.

서늘하니, 비 올 바람이 불었다.

카디건을 챙기고, 책 한 권을 챙기고, 출근했다.

시원한 바람이 불었지만 비 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점심을 먹고난 후,

비가 왔으면 하고 바랐다.

 

오후 3시경, 비가 내렸다.

비가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쏴쏴~~~

이 얼마나 들고 싶었던 소리인가.

텃밭의 작물은 비가 오지 않아 상추도 쓴 맛이 나고

오이 또한 길다랗게 자라지 못해, 오그라졌다고도 했다.

신랑은 일주일에 두 번 퇴근하자마자 텃밭으로 달려가 작물에 물을 준다.

두 군데 나눠 심은 고구마 줄기는 이미 말라버렸다.

단비가 그리웠다.

 

이십 분쯤이나 내렸나보다.

이렇게 짧게 비가 내리다니.

가뭄이 심해 어느 지역에서는 제한 급수를 한다는데.

비 좀 내렸으면 좋겠다.

일 년 중, 꽃이 피는 봄 빼고, 비가 오는 장마철을 좋아하는데,

올해도 마른 장마인가보다.

 

비 좀 시원하게 내렸으면 좋겠다.

댐이나 저수지에 물이 가득차서 농사짓는 사람들도 물 걱정 안했으면 좋겠다.

기우제라도 지내야 하나.

비가 너무 오지 않는다.  

 

구입했거나,

구입하고 싶거나,

읽었거나,

읽고 있거나,

읽고 싶은 책들.

 

 

 

 

 

 

 

 

 

 

 

 

 

 

 

 

 

 

 

 

 

 

 

 

 

 

 

이 책들 중에서 내가 읽은 책이 꽤 되는 구나.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는 조금 서운했고,

<잠>은 역시나 좋았고,

<넛셸> 또한 <햄릿>의 재해석을 다룬 글이라 아주 좋았다. 

<우먼 인 캐빈 10>은 <인 어 다크, 다크 우드>에서처럼 심장이 쫄깃 거리게 만든다.

<선한 이웃>은 다른 소설이 운동권에 있었던 사람들을 다룬 내용이라면,

<선한 이웃>은 정보요원들의 이야기를 한다. 

 

어젠가, 그젠가, 라디오에서는 비가 왔으면 하는 마음에서일까.

'하늘에서 남자들이 비처럼 내려와' 라는 버블시스터즈의 노래가 나오더라.

자락자락 내리는 빗속을

예쁜 우산을 쓰고 쏘다니고 싶다.

아니면, 창 밖 풍경이 아름다운 곳에 앉아 장대비를 구경하며

커피를 마시고 싶기도 하다.

 

일하기 싫은 어느 날 오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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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파트 지하실을 잠근 사람들. 수많은 아기 고양이들이 있는 곳. 엄마 고양이들이 음식을 찾아 떠난 때 주민들은 그만 지하실 문을 잠궈버렸다. 고양이들이 드나들지 못하게. 하지만 지하실 안에 갇혀있는 그 많은 아기 고양이들은 어떻게 하나. 굶주림으로 죽을지도 모르는데. 얼마의 시간이 지난뒤 고양이 시체 냄새나는 건 아닐까. 아무리 고양이가 싫다기로서 지하실 문을 잠궈버렸을 때의 뒷 상황은 생각하지 못했을까. 새끼들을 향한 어미 고양이들의 고통스러운 울음소리를. 애타는 어미 고양들의 슬픔을 어찌해야 할까.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는 시인이라고 알고 있다. 그래서일까. 시 속에서 고양이에 관한 시가 많았다. 고양이에 대한 애정을, 애틋함을 만나볼 수 있었던 시어들. 우리는 그 시어들 속에서 우리 자신을 들여다본다. 새끼를 밴 배가 불러 있는 고양이들. 먹이를 찾아 지나가는 사람들 발치에서 머뭇거리는 고양이들을. 그렇다고 음식을 챙겨주지도 못하면서 누군가는 챙겨주겠지 하고 생각했던 나의 모습을.

 

요즘의 시들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시어에 깃든 숨은 의미를 굳이 찾지 않아도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것에 근접할 수 있다. 예전보다는 시인의 마음을 덜 감추는 것 같다. 마음을 숨기는 시 보다는 드러내는 쪽이 시를 읽는 사람들과 교감하지 않겠는가. 어려운 시를 기피하기 보다는 좀더 쉽게 다가는 시를 자주 읽는게 더 좋을 것도 같다.

 

슬픈 건 내 마음

고양이를 봐도 슬프고 비둘기를 봐도 슬프다

가게들도 슬프고 학교도 슬프다

나는 슬픈 마음을 짓뭉개려 걸음을 빨리한다

쿵쿵 걷는다

가로수와 담벼락 그늘 아래로만 걷다가

그늘이 끊어지면

내 그림자를 내려다보며 걷는다

그림자도 슬프다.   (9페이지, 「그림자에 깃들어」 중에서) 

 

 

 

 

쓸쓸하고 외로운 사람을 떠올린다. 수많은 날들이 너무 쓸쓸하고 외롭다면 우리는 주변의 것을 챙기는 수 밖에 없을까. 로또를 사는 시인이라. 전혀 상상이 되지 않지만 시 속에서 시인은 로또를 구입하고 있었다. 로또 한 장에 기대를 걸어보고 설렘을 느껴보는 건 우리 일반 사람들만이 아니었다. 시인도 똑같은 생활인이기에. 모르겠다. 로또에 비유한 삶을 노래한 시를 내가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는지도. 시어의 이면에 깃든 마음을 눈치채지 못하는 지도. 

 

흘러라, 눈물이여

비야, 쏟아져라

어제도 그제도 그끄제도

그리고 오늘도 

줄창 비가 오고

걷잡을 수 없이 눈물 흘러

모든 것 물에 잠겼네

모든 것 몽롱하고 영롱해졌네

물 위에 모닥불 지피고

빨랫줄 한가득 빨래를 너네

이제 머리를 감은 뒤

귀 막고 음악을 들을테야

젖은 확성기가 속삭이는

내 머릿속 이상한 음악을

 

깊은 물속 저 아래

땅에 사는 땅돼지

이따금 첩첩첩

옛 세상 안부 전하네  (54페이지,   「몽롱한 홍수」 전문)

 

 

 

비가 내리는 풍경을 상상해본다. 많은 비가 내리는 홍수가 난 풍경을. 홍수가 났다면 피해를 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시인은 홍수가 난 풍경을, 물속에 잠긴 세상을 옛세상에 대한 안부를 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시는 낭만적인 것. 내리는 비를 보고서도 이처럼 땅속의 세상, 옛 세상을 생각할 수 있는 감성.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하는 감성들을 갖고 있다. 마음을 함축한. 기억들을 함축한 시어들에서 우리는 지난 날의 기억들 혹은 지난 생의 그리움을 깨닫는다. 내가 경험해 보지 못했던 것 조차 새로운 기억이 되어 나타나는 것. 시를 쓰는 감성이 있기에 느끼는 감정이 아닐까.

 

일상에서 만나는 언어들조차 한 편의 시가 되어 우리들에게 전해지는 것. 시인들의 감성이 우리에게 맞닫는 순간이다. 시를 읽고 지난 날의 삶을, 앞으로의 삶을 생각해본다. 좋은 일만 있기를, 행복한 일들만 있기를 바라지만, 그것은 우리의 염원. 시인이 느끼는 염원과 우리가 느끼는 염원이 다를지라도 결국엔 행복을 위한 일이 아닐까. 자신의 마음을 깨닫는 일.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만나는 일. 시를 읽는 일이다. 시와 함께 하는 일들이다. 삶이 뿜어내는 우수를 만나는 일, 그것은 시를 만나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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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소음
줄리언 반스 지음, 송은주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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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스타코비치하면 생각나는 건 음악이다. 그의 음악 중 특히 많이 알려진 게 《재즈 모음곡 2번 》의 [왈츠 2번] 곡은 영화의 인기와 더불어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나는 개인적으로 리처드 용재 오닐의 비올라 연주곡을 좋아해 휴대폰 벨소리로, 휴대폰 통화연결음으로 한동안 사용했었다. 다른 곡들에 비해 부드럽고 감미로워 영화의 삽입곡으로도 사용되었는데,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에서도 사용되어 큰 인기를 얻었고, 우리나라 영화에서는 김대승 감독의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사용되어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곡이다. 특히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배우 이병헌과 이은주의 숲속의 왈츠 장면은 아주 유명하다. [왈츠 2번]에 맞춰 춤을 추는데 그 장면은 매우 아름답게 표현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리처드 용재 오닐이 연주한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을 몇 곡 들었는데, 역시 다시 들어봐도 좋은 곡이었다. 연주곡과 함께 그에 관련된 내용을 읽으며 쇼스타코비치의 삶의 한 부분과 음악에 관한 신념등을 바라볼 수 있었다.

 

처음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을 들을때 어디선가 검색해 본 글에서, 그의 음악은 좋지만 소비에트 공산당에 협조해 그들이 원하는 음악을 만들었다는 비난을 받았다고 했다. 사실 전쟁 상황 속에서, 혹은 공산당 정치체제하에서 자신만의 순수한 음악을 만들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과거 일제 강점기에 글을 쓰는 작가들이 일제를 옹호하는 글을 썼다고 해서 친일이라 몰며 얼마나 비난을 했던가. 아마 쇼스타코비치도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음악이 없어서는 안될 것 같고, 음악을 하기 위해서는 소비에트 연방의 제재를 받아야 했다. 그의 생각과는 조금 순화된, 그들이 원하는 음악을 만들어야 했다.

 

줄리언 반스는 어두운 시대, 시대의 소음이 가득한 곳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 음악을 하겠다는 쇼스타코비치의 신념을 소설속에 담았다. 줄리언 반스의 글답게 건조한 문체로 쓰여진 작품인데, 소설 속에서 우리는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만날 수 있다. 물론 자유연애자였던 그의 삶에서 사랑 이야기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운명. 그것은 전혀 손쓸 수 없는 어떤 일에 대해 쓰는 거창 단어일 뿐이었다. 삶이 당신에게 "그래서"라고 말했을 때, 당신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것을 운명이라 불렀다. 그래서, 드미트리 드미트리예비치로 불리게 되는 것이 그의 운명이었다. (22페이지)

 

그 말들이 그의 음악을 보호해 주었기 때문에 그는 그대로 놔두었다. 권력층이 말을 갖게 하라. 말이 음악을 더럽힐 수는 없으니까. 음악은 말로부터 도망간다. 그것이 음악의 목적이며, 음악의 장엄함이다. (87페이지)

 

쇼스타코비치는 자기 삶에서 12년 마다 액운이 찾아온다고 했다. 1936년, 1948년, 1960년, 1972년. 그 해마다 자신에게 액운이 찾아왔다. 1936년의 쇼스타코비치는 음악을 사랑했던 투하쳅스키 대원수와 친구였다는 이유로 잡혀 들어가 심문을 받았다. 그와 정치적인 이야기를 했느냐, 어떤 사람들과 있었느냐, 그 사람들의 이름을 대라는 식이었다. 그 시기의 쇼스타코치는 작은 가방을 들고 승강기에 기대어 그들의 부름을 기다렸다. 아내 니타와 딸 갈리야에게 체포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였다. 승강기에 기대 밤을 새우며 이웃집 가족이 지나가면 다시 탔다가 내리는 식이었다. 마치 어딘가를 다녀오는 모습으로. 평범하기 보이길 원했다.

 

 

 

쇼스타코비치가 살았던 소비에트는 자기 마음대로 음악을 만들 수 없었다. 소비에트 관객이 원하는 음악을 만들어야 했고, 그들의 검열을 받아야 했다. 정권이 바뀌고 정치가는 그에게 러시아 연방 작곡가 조합 의장으로 임명하고자 했다. 그러자면 그가 공산당에 가입해야 했다. 오직 음악만을 원했던 쇼스타코비치는 그들의 제안을 거절했다. 시간이 없을 뿐더러 자기는 작곡가이지 의장이 아니라며 자격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를 겸손함으로 보고 끝내 그를 작곡가 조합 의장으로 앉혔다. 그가 공산당에 가입한건 당연했다. 

 

책 속에서도 나타났지만, 공식 석상에서 공산당을 비난하는 사람을 비난했고, 글 속의 인물의 이름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사인해 넘겼다. 아마 이런 것들 때문에 쇼스타코비치가 소비에트 연방에 동조했다고 그런 것 같다.

 

그가 무엇으로 시대의 소음과 맞설 수 있었을까? 우리 안에 있는 그 음악 - 우리 존재의 음악 - 누군가에 의해 진짜 음악으로 바뀌는 음악. 시대의 소음을 떠내려 보낼 수 있을 만큼 강하고 진실하고 순수하다면, 수십 년 년에 걸쳐 역사의 속삭임으로 바뀌는 그런 음악. (181페이지)

 

순수하게 음악만을 하고 싶었던 쇼스타코비치였다. '한 달간 자신을 즐겁게 해주고 10년간 대중을 즐겁게 해줄 아름다운 음악을 효율적으로 만들고 싶었던' 그였는데. 그에게 있어 음악은 혼돈 이었을지 모른다. 음악으로 모든 것을 잊고자 했으나,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들이 원하는 일을 해야 했다. 죽음이 그의 음악을 해방시켜주는 것이며, 그의 삶으로부터 해방시켜주는 것이라고 했다. 오로지 음악 그 자체로 남기를 바랐던 작곡가로서의 쇼스타코비치의 번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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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당 빛의 일기 - 하
박은령 원작, 손현경 각색 / 비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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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역사 드라마나 영화의 경우 역사 속 인물을 제대로 다루기 보다는 팩션을 가미해 새로운 인물로 재탄생 시키는 경우가 많다. 물론 역사속 인물을 재조명 하기에는 좋지만, 제대로 이해 못하고 팩션 속 인물로 새겨질 우려도 있다. 하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재조명되는 역사의 인물에게 생명감을 부여하는게 사실이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역사와 역사 속 인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역사서에 나타난 몇가지의 사실에 바탕을 두고 새로운 인물을 창조해내는 건 어쩌면 작가의 역량이기도 하다. 

 

사임당이 살았던 시기가 중종이 재위하던 시기로 나온다. 최근에 읽었던 소설에서 중종이 왕이 되기전까지의 팩션으로 된 이야기를 읽으며, 중종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연산군을 폐위 시키고 신하들에 의해 왕이 되었던 중종이 자신도 그처럼 될까 우려해 우유부단한 정치를 펼쳐왔다는 건 이해할 만도 하다.

 

조광조와 함께 개혁정치를 펼쳤으나 이러한 사림파의 정치를 반대한 훈구파의 세력을 겁낸게 또한 중종이었다. 이는 임금의 권위를 위협하는 것으로 보았던 것이다. 이 소설에서 또한 대리청정을 한 세자와 함께 자신의 이상을 펼치는 이겸을 질투하고 그를 경계했던 것 또한 이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보았다.  

 

 

 

동명의 드라마 원작에서도 나타난 것과 같이 작가는 사임당을 현모양처로만 그리지 않았다. 남편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남편 역할을 했을 뿐더러 다정한 엄마로 아이들을 가르쳤다. 또한 자신 때문에 유민들이 핍박받았다고 생각해 그들과 함께 운평사 고려지를 만들고자 했던 것 또한 사임당과 유민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이었다. 함께 종이를 만들고 이윤이 생기면 함께 나눠갖는 것을 강조했다.

 

그림에 대한 열정 또한 죽지 않아서 자모회에서 곤란에 처한 한 부인의 치마에 포도 그림을 그린 장면은 압권이었다. 화기를 숨기고 살았지만 부지불식간에 찾아드는 그림에 대한 열정을 말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역할 탓인지 조선시대의 중종과 현대의 민정학 교수 역할을 했던 최종환이 밉상으로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여성으로서 사임당, 어머니로서의 사임당, 화가로서의 사임당, 종이를 만드는 장인으로서의 사임당이 현대의 지윤과 겹쳐 보였다. 천재 화가로서 오로지 사임당 만을 향한 마음을 품고 불꽃같은 삶을 살았던 이겸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가 꿈꾸는 미래의 모습이기도 했다.

 

앞으로도 역사적 인물의 재조명은 필요한 일인 것 같다. 그가 가진 열정과 재능이 지금과 비교해보면 오히려 더한 열정을 품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오래전에 오죽헌에 다녀왔었는데, 강릉에 가게 되면 오죽헌에 대한 감정이 남다를 것 같다. 진실이든 팩션이 가미되었든 사임당의 불꽃같은 예술혼을 기억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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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목에 대하여 - 가치를 알아보는 눈
필리프 코스타마냐 지음, 김세은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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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유홍준 교수의 미를 보는 눈 시리즈의 세번째 책인 『안목』을 보았다. 그림과 예술품을 보는 눈, 즉 안목의 필요성에 대해 말한 책이었다. 뛰어난 안목을 가진 미술 애호가들의 수집 활동과 대가들의 회고전 리뷰, 대규모 기획전에 대해 다루었다. 유홍준 교수의 『안목』이 일반인에게도 유용한 '그림을 보는 방법'을 말한 책이었다면 필리프 코스타마냐의 『안목에 대하여』는 미술품 감정을 보다 전문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방법을 말한 책이다. 동양화와 서양화의 비교 뿐만 아니라 좀더 정밀적인 그림을 판별하는 것을 말한다.

 

저자 필리프 코스타마냐는 프랑스 아작시오 미술관 관장이며 세계적인 미술품 감정사이기도 하다. 그림을 바라보는 방법 뿐만 아니라 그림을 판별하는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었다. 위작품과 진품 임을 감정하는 것 또한 세밀한 관찰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말했다. 확실한 진품을 가려내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적외선을 사용하여 안료 뒤에 숨은 진짜 그림을 가려내기도 했다. 좋은 작품을 알아보는 눈과 작품을 바라보는 전문가적인 시선의 중요함을 말하고 있었다.

 

미술품에 대한 안목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작품을 보아야 한다고 한다. 사진으로 보아서는 알 수 없고, 직접 미술관에 찾아가 그림을 살펴보아야 한다. 많은 작품을 보고 느끼는 것이 그림을 아는 일이라고도 했다. 얼마전에 우리나라 미술계에서 천경자 작가의 그림이 위작이냐 진품인가를 놓고 시끄러웠다. 이럴 때 필리프 코스타마냐 같은 저자가 우리나라에도 있다면 확실하게 감정해 줄텐데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울러 위작을 바라볼 때 미술품 감정가의 눈에, 딱 꼬집어 설명하기 어려운 미묘한 육감이 온다고 한다. 저자 또한 위작을 볼 때마다 단박에 알아차린다고 한다.

 

인위적으로 모방할 수 있는 것이 그림의 낡은 표면이다. 낡고 오래된 느낌을 주려고 가마에 굽는데 이 과정에서 그물처럼 만들어지는 금을 보면 시간을 통해 자연적으로 형성된 금과는 사뭇 다르며 신기할 정도로 균일하다. 이처럼 지나치게 균일한 금이 보이면 대번에 위작으로 의심하게 된다. (81페이지)

 

파란색 중에서도 유독 프러시안 블루Prussian blue 색에 관해서 만큼은 과학 분석이 효용을 발휘한다. 프러시안 블루는 초록을 살짝 머금은 짙은 검푸른색 안료로, 18세기 초엽 베를린에서 두 명의 연금술사가 발견했다. (71페이지)

 

 

 

 

저자는 아주 중요한 발견을 했는데, 행방불명된 상태에 있었던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라는 브론치노의 그림이었다. 책 속에 그림이 삽입이 되어 있기도 한데, 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그리스도의 모습이다. 브론치노는 이 그림을 눈앞에 시체를 두고 그렸다고 했다. 마치 도자기를 보는 듯한 매끈함이 있었다. 좋은 작품을 발견한다는 것은 미술계에서 커다란 입지를 다지는 일이기도 한 것 같다.

 

발견된 작품은 복잡한 역사를 품고 있다. 그래서 무심코 지나칠 가능성이 높지만 우리 미술품 감정사들은 해박한 지식을 동원해 화가의 독특한 양식을 예민하게 감지함으로써 그런 작품들이 다시 세상 빛을 볼 수 있도록 돕는다. (155페이지)

 

원본인지 복제본인지를 알아내는 것은 결국 안목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흔히 복제된 그림은 어딘가 원본과 다른 것이 느껴지는데, 명작들 속에 함께 있으면 그 또한 중요한 작품이라고 당연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167페이지)

 

미술품 감정에 대해 팀워크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미술품 감정가는 재감정 또는 발견에 대한 소견을 발표하기에 앞서 동료들의 직관이 어떠한지 물어보는 것이 좋다고 했다. 제 삼자의 시각이 어떤지에 따라 설득력을 얻거나 수정된다는 것이다. 또한 미술품 감정사를 미술계의 탐정이라는 가정하에, 미술상들과 상호작용하는 것이 본격적인 탐정 활동이고, 숱한 졸작을 포함해 그들이 보여주는 작품을 검토하는 것이 추적과 감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최근 미술관에 있는 그림을 도판으로 만나볼 수 있는 책이 많이 출간되었다. 책에 언급된대로 미술관 여행을 해봐도 좋겠다 생각하고 있던 터다. 전문가적인 지식은 없지만 그림을 들여다봄으로 인해 우리의 안목도 좋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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