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질문할 것인가 - 나만의 질문을 찾는 책 읽기의 혁명
김대식 지음 / 민음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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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책을 읽을까?

그저 글을 통해 보는 세상이 좋았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세상, 내가 살아보고 싶은 세상. 이 모든 것들이 책 속에 있었다. 때로는 아파하고, 상처로 인해 고통받을 때 위로가 되어주는 글들의 집합이었다. 책을 읽다보면 상처를 잊었고, 다른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까, 삶의 방향을 배웠다. 책을 읽은지 삼십 년이 넘어가지만 아직도 읽지 못한 책이 수두룩하고, 읽어야 할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제일 좋았던 책은 역시 내가 읽었던 책이 아닐까. 누군가가 책을 읽고 난 뒤의 감상을 적은 글에 의견을 표할 수 있는 것도 읽은 책인 경우 할 말이 더 많은 건 당연하다. 그리고 같은 책에 대한 공감이 사람을 더 가깝게도 만든다. 많은 책을 읽었다고 자부하면서도 누군가가 좋았다는 책 목록을 보게 되면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내가 읽었던 책을 다시 보고 싶은 마음도 생기고, 읽지 않은 책에 대한 메모를 하게 된다.

 

아예 메모장을 옆에 두고 책 읽기를 시작했다. 과연 뇌과학자가 읽은 책은 어떤 책일까. 독자에게 소개할 만큼 좋은 책일 것이며, 여러 사람이 두루두루 읽을 수 있는 보편적인 책이어야 할텐데. 책의 첫장에서부터 마음에 들었다. 어떤 글이든 첫 문장이 가장 중요한 법인데, 역시 그의 독서 이력이 먼저 나오게 되니 괜시리 반가웠다. 저자는 신화에서부터 철학, 역사, 과학 서적까지 소개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출간되지 않은 책도 소개할 정도로 저자의 다양한 독서에 감탄하게 되는데, 얼마전에 읽었던 호메로스의 『오딧세우스』에서부터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와 그가 읽은 책들의 기억을 함께 한다.

 

우리는 소위 주입식 교육을 받았다. 그래서 질문하는 것 보다는 답변을 내놓는데 급급하다. 어떤 것을 질문해야 할지 말문이 막히는 때가 많다. 내가 읽었던 책 이야기도 결국 말하지 못하는 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데 서툴다. 그래서 책의 제목은 의미심장하다. 우리가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도 어쩌면 질문에 대한 준비 작업일 수있다. 언젠가 기계가 질문할 수 있는 위험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 보스트룀 교수의 말처럼.

 

꽤 여러 권의 책을 소개하는데, 나는 내가 읽은 책과 읽지 않은 책 중 꼭 읽어보고 싶은 책 몇 권을 메모했다. 더글러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가 그 중 한 권인데, 궁금했지만 읽어 볼 생각을 하지 않았던 도서였다가 저자의 글을 보고는 꼭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과학 분야에 젬병인 까닭에 소설이어도 이해하지 못한 면이 많을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소개글을 보니 꽤 흥미를 돋우는 내용이었다. 아울러 과학 기술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소설이라는 건 둘째 치고 공상과학 소설이지만 도전해보고 싶은 소설이라고 해야겠다.

 

 

오래전에 영화로도 보았던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도 새로운 발견이었다. 영화를 보았을때나 원작으로 읽었을 때에도 그저 그 스토리를 따라가느라 정신없이 읽었던 듯 한데, 이 책에서 새로운 걸발견했다. 물론 움베르트 에코가 기호학자이자 중세학자라는 건 책을 읽은 다음이었다. 중세를 연구한 학자답게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2편이 실제로도 존재했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역사 속에 다른 진실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이다. 모든 역사서가 승자의 기록이라는 것 또한 익히 알고 있지 않은가.

 

책은 또 하나의 비밀을 가지고 있다. 바로 인간의 뇌가 몰입하기에 가장 적절한 형태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책을 펴면 세상이 보이지 않는다. 눈은 글을 읽지만, 뇌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낸다. 읽는 자에게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책. (74페이지)

 

내가 메모한 책 중에서 전부터 꼭 읽어보겠다고 다짐했던 책이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다.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아직까지 읽지 못했는데, 역시 저자는 이 책을 소개한다. 어렵지만 이해하기 불가능하지 않다고 표현했다. 또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와 줌파 라히리의 『저지대』, 『축복받은 집』에 대한 것도 말했다. 줌파 라히리의 책은 궁금했으나 다른 책들을 읽느라 놓친 책인데, 이웃 분도 왜 그 책을 아직까지 읽지 않았느냐며 강력히 권한 책이다.

 

책을 읽다보면 내게 익숙한 작가의 책을 먼저 선택하게 되는데 습관적으로 이래서 다른 사람들이 어떤 책을 읽느냐에 관심 가져 볼 필요가 있다. 생각지 못했던 책의 발견이며, 잊고 있었던 책의 새로운 발견이 되기 때문이다. 책을 소개하는 책을 읽는다는 건, 그 속에서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찾는 일이다. 나 혼자 책을 읽는 것하고 책을 읽는 이웃들과 소통하며 책을 읽는 일은 천지차이다. 다양한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또한 좋은 책을 선별해서 읽을 수 있는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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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7-03-30 12: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눈은 글을 읽지만, 뇌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낸다‘는 저자의 말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책만큼 독자의 상상을 풍부하게 불러일으키는 사물도 드문 듯하고요.

저는 다른 책을 통해서 여러 번 ‘어떤 책‘을 거듭 소개받는 경우에, 결국 나중에 언젠가는 그 책을 붙잡고 읽게 되는 경우가 제법 많았던 듯합니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도 그런 책 가운데 한 권인데, 읽고 나서도 정말 오래도록 계속해서 그 책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책이었답니다. 지금도 가끔씩 펼쳐보는데, 언젠가는 다른 번역자를 통해서 그 책을 꼭 다시 읽어보고 싶은 욕심도 있답니다.(저는 김종건 교수님이 번역한 제4개역판으로 읽었는데, 동서문화사에서 펴낸 김성숙 교수님의 번역으로 읽으면 그 책이 어떻게 다가올까 궁금하기도 하고요.)

Breeze 2017-03-30 13:10   좋아요 1 | URL
어문학사에서 나온 율리시스 보려고 했었거든요. 동서문학사 판도 괜찮으려나요? 율리시스는 전부터 읽고 싶었던 작품이어서 역시 이번에도 읽고 싶은 마음에 메모했습니다.
다른 번역으로 읽으면 또 새로운 느낌이 있더라고요. ^^
 
수요일에 하자
이광재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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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영화가 실패할 확률은 거의 없다.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되고 위로를 받게 된다. 내용이 조금 약해도 음악만으로도 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게 음악 영화다. 그래서 요즘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그것만을 위해 음악을 새로 만들기도 한다. 음악이 무척 중요하기 때문이다. 영화나 드라마의 내용에 따라 음악을 만들고 음악과 함께 어우러지다보면 오히려 음악이 더 사랑받는 경우도 있다. 배우 박중훈이 주연했던 「라디오 스타」라는 영화도, 정진영이 주연했던 「즐거운 인생」 이란 영화도 마찬가지다. 별볼일 없는 사람들, 사는게 바빠 그 좋아하는 음악도 포기하고 사는데, 밴드를 하게 되는 어떤 계기가 있다면 하지 않고는 못배길 것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아무래도 밴드 이야기를 다뤄서인지 영화 「즐거운 인생」이 생각나는 소설이었다. 음악만 하며 사는게 이토록 힘든 일인가. 음악이 좋아 밴드를 하지만, 돈이 되지 않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지금처럼 기획사에서 미리부터 준비된 아이돌들이 활동하는 시대, 중년의 아마추어 밴드가 성공하기란 정말 힘들다. 그럼에도 음악하는 사람들은 음악을 포기하지 못한다. 생업은 그대로 유지하고, 일주일에 한두 번씩 만나 연습하며 지역 축제에 나가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일 것이다. 밴드 '수요일에 하자'도 그렇게 탄생되었다.

 

밴드의 구성원들을 보면 하나같이 성공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유일한 대학 졸업자 기타리스트 리콰자. 대장암 수술을 마친 후 딸과 함께 젓가락 행진곡을 치는 클래식을 전공한 키보디스트 라피노. 치매 걸린 어머니를 돌보는 기타리스트 니키타. 마치 운명처럼 베이스를 쳐야하는 배이수라는 이름을 가진 베이시스트. 사업을 말아 먹고 경찰에 쫓겨다니는 드러머 박타동. 룸에서 노래를 부르던 보컬 김미선이 이들의 멤버다. 리콰자야 나이트클럽에서 간간히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러와서 그나마 실력이 녹슬지 않았고, 사업을 한답시고 음악과는 담을 쌓았던 박타동은 아직 박자감이 살아나지 않았다. 클래식의 영향때문에 밴드 특유의 높낮이를 내지 못하는 라피노에게 리콰자는 재즈 음악을 들어보라고 하기도 한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열정이 살아 숨쉰다. 좌충우돌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모여 제대로 된 밴드 음악을 할 수 있을까 싶지만, 이들의 열정은 젊은이들 못지 않다. 일주일에 한번씩 수요일에 꼬박꼬박 모여 연습을 한다. 밴드 연습을 하기전 음악에 피해가 가지 않을 정도의 술을 마시는 건 기본이다. 왜 뮤지션들이 대마초를 피우고 술을 마시는지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아마 술과 담배에 취하지 않으면 음악이 너무 밋밋하게 여겨지는 탓일 것이다.

 

몇 년전에 지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수의 콘서트를 간 적이 있다. 다른 가수들이 두시간 정도를 하는 반면 그들의 콘서트는 네 시간이 넘어가고 있었다. 콘서트의 마지막에서 그들은 소주를 마시고 눈물을 흘리며 노래를 부르는데 우리까지 울컥해지는 기분이었다. 무대에서의 열기, 콘서트에 온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감동의 메시지는 음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책을 읽는 독자가 직접 그들이 밴드 연습을 하는 '낙원'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현장에서 그들의 음악을 듣고 함께 소리를 지르는 느낌이랄까. 보통 사람들과는 적응하지 못할지 모르나 음악에 있어서만큼은 어느 누구보다도 하나인 사람들이었다. 음악이 있어 그들은 행복하고 배고파도 함께 나눠먹을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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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그리고 축복 - 장영희 영미시 산책 장영희의 영미시산책
장영희 지음, 김점선 그림 / 비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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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글을 자주 만났다. 우리가 지루한 일상이라고 말하는 하루하루가 오랜 시간이 지난뒤에 생각해보면 그 시간이 정말 소중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엄마와 싸웠던 하루도, 깔깔거리며 웃었던 하루도, 함께라는 것 때문에 즐거웠다는 것을 나중에야 깨닫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하나 보다. 그 시간들을 다시 갖지 못하기 때문에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떻게 하겠다는 말들을. 지난 주말에 병원에서 엄마를 뵙고 오는데, 지난 주말 뿐만 아니라 엄마를 생각할 때마다 자주 느끼는 게, 엄마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걸 하는 아쉬움이다. 지금 같으면 함께 손잡고 여행도 다니고 맛있는 거 먹으러도 다닐텐데, 하는.

 

글이든 시든 읽고 있는 그 시기의 감정에 따라 북받치는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 건조한 마음을 갖기도 한다. 내가 이 글들을 읽는 때는 회한의 감정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과거의 시간을 자주 기억하는 때가 많은데, 아마도 나는 그 시기를 보내고 있나 보다. 내가 살아왔던 젊은 날, 다시 갈 수 없기에 애틋하고 그 기억들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물론 엄마와 함께 했던 시간이 많지 않아 안타까움이 이는 건 당연하다. 삶의 한 자락에 마음을 적시는 시詩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거, 다시 나를 찾는 일이었다.

영시는 주로 학교다닐 때 많이 읽었고, 세계문학전집에 따로 수록되어 있는 시집들을 주로 읽었다.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T. S. 엘리엇, 롱펠로우, 엘리자베스 배릿 브라우닝, 로버트 브라우닝, 에밀리 디킨슨,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애드거 앨런 포 등의 시인들. 이름만 들어도 친근할 정도다. 아마 이 시인들의 이름이 친근하게 여겨지는 건 나 뿐만이 아닐테다.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이 그렇게 느껴질 것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시고, 여전히 읽히는 시다.

 

 

The Waste Land

April is the cruelest month, breeding

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

Memory and desire, stirring

Dull roots with spring rain.

Winter kept us warm, covering

Earth in forgetful snow, feeding

A little life with dried tubers...

 

4월은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

차라리 겨울에 우리는 따뜻했다.

망각의 눈이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가냘픈 생명만 유지했으니. (T. S. 엘리엇 「황무지」)

 

4월하면 잔인한 달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너무도 유명한 엘리엇의 「황무지」라는 시다.433행에 달하는 장시의 시작 부분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시를 오랜만에 다시 읽고 있으니 감회가 새롭다. 곧 4월을 맞이하는 시점이고, 가장 아름다운 달인 4월을 기다리는 마음이 크다. 봄꽃을 많이 키우는 달이기 때문일까. 그 어느 달보다 4월을 기다리게 된다. 엘리엇이 잔인한 달이라 일컬었어도 아름답기만 한 달인 걸.

 

 

사진에서처럼 이 시집은 오래전에 출간되었던 『생일』과 『축복』의 합본이다. 장영희 작가가 조선일보에 기고 했던 글들을 모아 엮은 시집으로, 화가 김점선이 그림을 그려 시집을 훨씬 풍성하게 만들었다. 시 한 편에 작가의 짧은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영시들을 고르고 그때의 마음을 짧게 표현한 글들인데, 다른 산문들처럼 작가의 감성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글들이었다. W. H. 데이비스의 「여유」 라는 시를 소개하면서 '길을 가다가 멈춰 서서 파란 하늘 한 번 쳐다보는 여유, 투명한 햇살 속에 반짝이는 별꽃 한 번 바라보는 여유, 작지만 큰 여유입니다.' 라고 했다.

 

삶을 거대한 그림 퍼즐로 생각하면 우리가 하루하루 살아가는 건 작은 조각들을 하나씩 메워가는 일입니다. 무슨 그림이든 붓 터치 한 번으로 대작을 그릴 수는 없지요. 하루에 조금씩, 작으면 작은 대로의 예쁜 그림을 그리는 일부터 시작해야겠지요. 오늘이라는 내 인생의 한 조각을 예쁘게 칠하면 그 그림은 작지만 나름대로 완벽할 수 있으니까요. (311페이지)

 

장애를 가진 작가였지만, 어느 누구보다도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작가였다. 작가가 가고 없는 지금 그가 추린 시를 읽고 있노라니 마음이 숙연해진다. 고심해서 골랐을 시들과 시를 읽는 독자들에게 한 줌의 위로가 되는 시간을 마련하려고 했을 그 마음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읽었던 시들은 마음의 자양분이 된다. 더불어 하루를 견디게 하는 효과도 가지고 있을 뿐더러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한다. 하나의 글 때문에 자신의 미래를 계획했다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삶이란 어떤 거냐 하면

 

내가 따르는 한 가닥 실이 있단다. 변화하는

것들 사이를 지난 실. 하지만 그 실은 변치 않는다.

사람들은 네가 무엇을 따라가는지 궁금해 한다.

(중략)

그것을 잡고 있는 동안 너는 절대 길을 잃지 않는다.

비극은 일어나게 마련이고, 사람들은 다치거나

죽는다. 그리고 너도 고통 받고 늙어간다.

네가 무얼 해도 시간이 하는 일을 막을 수는 없다.

그래도 그 실을 꼭 잡고 놓지 말아라. (윌리엄 스태퍼드)

 

우리가 시를 읽는 이유. 마음의 여유를 갖는 일이 아닐까. 삶이 힘들어 누구에게 손 내밀고 싶을 때,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것에 공감을 하고 어느새 외롭고 지친 마음에 위안이 될 수도 있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도 그림과 함께 글과 그림에 시선이 머물게 된다. 묻혀 두었던 감성을 깨우는 일, 시를 읽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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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들여다보는 사람 - 한국화 그리는 전수민의 베니스 일기
전수민 지음 / 새움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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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제목만 보면 이 책이 무슨 소설인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책을 들여다보면 사진과 그림이 실려 있다. 한층 책에 대한 호감이 상승하게 된다. 더군다나 작가가 한국화를 그린다. 해와 달이 있는 그림은 한편의 동화같다. 그런 작가의 에세이라 나는 즐겁게 책을 펼친다.

 

여행을 하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걸 좋아했다. 이제는 한 곳에 머물면서 쉬기도 하고, 머무는 장소를 좀더 깊게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였을까.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간 곳이지만 아름다운 베니스에서의 한 달간은 매우 기뻤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에세이의 처음은 작가가 동생에게 건네는 유서에서부터 시작한다. 죽음을 앞둔 사람처럼. 베니스로 가는 비행기를 타지 못해 기나긴 시간이 마치 죽음을 기다리는 시간 같았을까.

 

작가는 베니스에서의 스튜디오, 한 달 동안의 매일을 일기처럼 적었다. 몇 장의 사진과 작가의 그림이 실려있는 건 기본이다. 작가가 머문 공간, 물론 몇 사람과 함께 지내는 쉐어룸이지만, 같은 집에 사는 사람들과 같이 먹을 쌀을 사고 음식 준비를 해 지내는 이야기를 담았다. 작가는 화가이자 요리사였다고 했다.

 

 

베니스는 운하의 도시다. 운하를 저어가는 곤돌라와 곤돌라에서 보이는 베니스의 풍경들. 이게 베니스를 대표하는 게 아닐까. 그곳에서 한달을 보내는 작가는 거의 집에서 칩거하다 시피한다. 특별히 관광지를 돌아다니고 싶어하지도 않고, 그저 스튜디오 자신의 공간에서 그림을 그릴 뿐이었다. 한지에 그림 그리기가 굉장히 어려울텐데, 작가는 스튜디오에 돗자리를 깔아 놓고 그 위에 한지를 올려놓은 다음 한지 위에 물감을 풀었다. 한지를 물들이기 위해. 색이 골고루 물들지 않아도 물들지 않은 대로 자연의 미를 강조했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화구용품점에 가서 물감을 구하고 캔버스를 구매하는 대담함도 보였다. 다만 이탈리아의 물감이 우리나라처럼 제대로 물들지 않았다는 것 외엔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내가 생각하는 '선'은, 또한 고요함입니다.

수평선과 지평선을 떠올리며 춤을 추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맞닿지 않았지만 맞닿은 것처럼 보이는,

많은 공기와 먼지가 응축되었을 것 같은 그 선은

나를 지나간 많은 것들에게 데려다줍니다. (66~68페이지)

 

'해와 달이 있는 풍경'을 주로 그렸던 작가는 베니스에 한 달 동안 거주하면서 물고기 그림을 좀더 그리게 되었다고 했다. 스튜디오의 식탁 위에 있는 물고기 그림은 작가가 베니스에 머물 때 그린 그림이다. 베니스의 물빛 풍경이 작가를 변화시켰던 것 같다.

 

 

해와 달의 풍경은 어쩌면 동화 같다. 우리나라 전래 동화에서의 햇님과 달님. 이를 그림에 나타냈던 작가의 그림을 보라. 동화속 풍경처럼 하나의 이야기를 나타낸다. 작가는 꽤 정적인 사람 같았다. 누군가 한국 사람이냐고 물어봐도 대답을 하지 않고, 거리에서 길을 잃었을 때는 베니스 본 섬으로 가서 스튜디오로 오는 버스를 탈 정도로 고지식한 면도 있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장소에서만큼은 완벽을 기하는 사람 같았다. 정리정돈된 화구들 속에서 그런 느낌이 보였다.

 

시간이 되면 유럽 여행을 꼭 가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물론 이탈리아도 가고 싶은 여행지에 포함되었던 건 당연했는데, 이 책을 읽고 베니스에는 꼭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베니스의 물빛 풍경은 아름다웠다. 작가가 느꼈을 아름다운 베니스의 풍경에 그만 반해버렸다. 베니스가 이토록 아름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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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판미동 출판사 입니다.

신간 도서 『시가 나를 안아준다』의 서평단을 모집합니다.

김연수 소설가, 이해인 수녀, 김한승 신부가 추천한
곁에 두고 오래 아껴 읽는 91편의 베갯머리 시

“많이 힘들고 지치셨나요?
이젠 시(詩)로 위로 받으세요.”

베갯머리에서 읽던 좋은 시들이 깊고 따스한 길로 나를 이끌었다

필로우북(pillow book)은 베갯머리에 두고, 조금씩 매일 들춰보는 책을 이르는 말이다. 베갯머리 시(pillow poems)도 곁에 두고 잠들기 전 매일 조금씩 읽어 보는 시다. 정치적․경제적 불안과 직장․가정에서의 긴장과 스트레스는 우리의 수면마저 위협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인의 수면시간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적으며,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70만 명을 넘는다. 한때 불면증을 앓기도 했던 저자는 “아무리 애써도 잠이 오지 않을 때, 시 쓰는 법을 배웠다.”고 회고하는데, 실제로 시를 읽으면 마음이 가라앉고 삶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그날 하루에 만족할 수 있으면, 나를 둘러싼 복잡한 세상을 잠시 내려놓고 깊은 잠에 빠져들 수 있다. 인디언들이 그림자가 자신을 따라오지 못했을까 봐 기다려주는 것처럼, 우리에게도 영혼이 우리를 따라오도록 기다려 줄 여유가 필요하다. 잠들기 전에 스마트폰 대신 배갯머리 시를 읽으며 바삐 살아 온 하루를 돌아보고, 나를 안아 주고 도닥여 주는 시간을 갖는다면 하루를 잘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벤트 참여방법>

1. 이벤트 기간 : 3월 14일 ~ 3월 20일

당첨자 발표 : 3월 21일

발송 : 정보 수집 이후 순차적으로 발송

2. 모집인원 : 10명

3. 참여방법

- 이벤트 페이지를 스크랩하세요. (필수)

- 스크랩한 이벤트 페이지를 홍보해주세요. (SNS필수)

- 책을 읽고 싶은 이유와 함께 스크랩 주소를 댓글로 남겨주세요.

- 무성의한 댓글 참여는 선착순에서 제외됩니다.

4. 당첨되신 분은 꼭 지켜주세요.

- 도서 수령 후, 7일 이내에 '개인블로그'와 '알라딘' 에 도서 리뷰를 꼭 올려주세요.

* (미서평시 서평단 선정에서 제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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