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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 2015 제39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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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병모 작가의 책들을 거의 다 만나보았다. 작가의 첫작품인 『위저드 베이커리』에서부터 『아가미』, 『방주로 오세요』, 『피그말리온 아이들』과 『파과』까지 읽었으니 작가를 꽤 좋아한다고 자부할 수 있다. 작가의 작품을 읽지 않은건 단편 『고의는 아니지만』 뿐이다. 그리고 또다른 단편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이란 작품을 만났다. 노란색 표지를 가지고 있는 작은 사이즈의 책을.

 

  한 권에 수록된 작품은 여덟 편의 단편이다. 작품마다 개성이 풍부하고 구병모 작가 특유의 감성을 느낄수 있는 소설이다. 그 중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죽음이라는 주제다.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죽음이란 단어 앞에서 움츠려들고 피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우리가 매일을 살아가는 것처럼 죽음도 우리 일상의 한 부분인것도 같다. 가까운 내 가족에게서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언젠가는 다가올 일이며, 주변에서는 누군가 죽어나가고 그에 조문을 다녀오기도 하는 것을 보면. 그렇지만 피하고 싶은게 또한 죽음이라는 단어, 죽음의 고통과 그로 인한 상처에게서 피하고 싶은것 또한 아주 일상적인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래서 소설가들은 소설속에서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책을 읽는 독자는 무의식적으로 죽음에 대해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죽음이라는 것은 최근의 한국문학에서 없어서는 안될 주제인것처럼 많은 작가들의 작품에서 만날 수 있다. 각자 표현하는 방법만 다를 뿐 전체적인 느낌은 어두운 감이 없잖아 있다. 술술 읽히는 외국 소설에 비해 우리나라의 작품이 조금은 심연의 느낌을 다뤄 독자들이 우리나라 문학은 어렵다는 인식을 갖는다고도 하는데, 여러 작품을 읽다보면 꼭 그렇지도 않는다. 다만 조금만 밝은 작품을 썼으면, 그런 작품을 우리가 읽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작가의 첫번째 단편 「여기 말고 저기, 그래 어쩌면 거기」라는 작품에서도 장례식이 있다는 문자를 받고 그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말하는 작품이었다. 일명 양치기 소년이었던 친구. 친구의 독특한 이력으로 인해 몇번의 장례식 소식을 들었고, 이번에는 진짜 장례식임을 알았던 것이다. 교수님을 모시고 학술대회를 갈것인가, 오랜 친구의 장례식에 갈 것인가 고민하면서 친구 하이의 삶을 반추해 보는 내용이었다. 어쩌면 삶은 과거의 기억들 때문에 현재를 살아가는 것도 같다. 나의 기억, 친구들과의 기억, 사십 정도 되는 나이가 되면 어느 누군가는 죽기도 할 것이고, 죽은 친구에 대한 기억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두번째 작품은  「파르마코스」라는 작품으로 신화적인 이야기였다. 또는 우리나라의 전래동화인  「금도끼 은도끼」의  시작과 느낌이 비슷했다. 이 글의 주제어는 '갈증'이었다. 심한 갈증때문에 일어난 일에 대한 이야기였다. 가뭄이 심해 마을의 우물물이 말라 먹을 식수마저 부족해 한집에 한 바가지씩만 배급해주고 있었던 때, 수는 물을 달라는 말에 아무런 말없이 가족이 마실 물에서 조금 건네주고 나서 장미나 진주, 다이아몬드를 토해냈다면, 물을 주지 않았던 언니 루에게는 지렁이, 개구리 등을 토해내게 했다. 지렁이, 개구리 들이 살기 위해서는 물이 필요했고, 루가 토해낸 미물 만큼 물이 냇가에 흘렀던 것. 이로써 루는 언덕위에서 혼자 기거하게 되었고 그곳은 감옥아닌 감옥이었던 것이다.

 

  「관창」에서는 어려운 형편에서도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우연히 만난 동창생과의 사이에 아이가 생겨 결혼하고서 사업에 망한 남편. 집에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시누이, 아이는 먹을 것이 없어 울고 그런 아이를 안고 길을 걷다 미술관 앞에서 그림을 발견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자신의 이상과 현실앞에서 무너져야 했던 한 여자의 아픔이 엿보인 작품이었다.

 

  한 오지라퍼의 이야기인 「이창」을 읽으면서 나 또한 오지랖을 부리지 않기 위해 했던 생각들을 떠올리게 했다. 아파트 건너편으로 보이는 모자의 모습에 아이를 학대한다고 생각하고 경찰에 신고하고 직접 찾아가기까지 하며 아이의 엄마를 탓했던 여자의 이야기였다. 아이와 엄마는 서로 장난을 치며 노는 것이었을까 아님 엄마가 아이를 발로 찬 것이었을까. 이럴때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를 묻는 작품이었다. 남의 가정사니 그냥 모른척할까 분명히 아이를 학대하는 걸로 보이니 경찰에 신고를 해야할까.

 

 

 

  이 외에도 여러 편의 작품이 있었고, 작품을 읽으며 구병모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 실제로 있음직한 일인 것 같으면서도 상상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처럼 느껴진 소설이었다. 비서로서 살아가는 것, 사회복지사로서 살아가는 것. 직업의 다양성처럼 우리 삶도 다양하다는 것. 다들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인간 군상들을 만날 수 있었다.

 

 

 

  구병모 작가의 소설을 읽으며 좋았는데 단편소설을 리뷰로 나타내자니 참 어렵긴 하다. 하나의 마음보다는 여러 갈래로 나눠지는 감정들때문에 책을 읽는 시간도 오래걸리고, 책에 대한 감상을 남기기도 참 오래 걸리는 구나. 며칠을 고민하며 쓴게 고작 이 정도라니. 그렇지만 구병모 작가의 작품이기에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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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5-05-14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리 엄청 잘하셨는걸요^^ 전 겨우 3편 읽었어요~

Breeze 2015-05-14 10:56   좋아요 1 | URL
단편은 리뷰쓰기가 겁나 힘드네요. ^^
 
나와 춤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1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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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을 좋아하는 터라 꽤 읽는 편이다. 긴 호흡을 간직하며 읽어야 하는 하나로 엮이는 스토리인 장편을 더 선호하지만, 최근엔 짧은 호흡과 함께 다양한 감정을 느낄수 있는 단편도 자주 읽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단편을 읽기는 편하다. 하지만 글로 나타내기는 감정이 분산되기에 좀 어려움을 느끼는 편이다. 소설중에서도 추리 소설은 특히 장편을 선호하는데, 장편에 비해 단편 추리소설은 이야기가 시작되려는 시점에 끝나버리는 듯한 아쉬움이 커서 장편을 더 읽게 된다. 온다 리쿠의 추리소설을 꽤 여러 편 읽었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갖게 하는 소설을 쓰는 작가가 단편은 어떻게 나타낼까. 그것도 한 권에 열아홉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어떤 느낌을 갖게 할까 못내 궁금했다. 

 

  온다 리쿠는 단편에서도 노스탤지어적 느낌이 강했다. 짧은 소설, 시작되었다가 갑자기 끝나는 느낌에서도 싫은 게 아닌 어쩐지 아련한 감정이 일게 했다. 어려 편의 단편인 만큼 다양한 인물, 다양한 사건, 다양한 사연들로 채워진 작품이었다. 쉼없이 무리없이 읽혔고 단편에서 느끼는 어려움도 없이 담백하게 읽혀졌다.

 

 

 

  열아홉 편의 단편은 함께 짝을 이루는 작품도 여러 편이 있어 연작을 읽는 느낌을 가질수 있었고, 한 편에 여러 이야기가 있는 것도 있었다. 소설 속 배경이 타이완인 작품이 두 편이나 있어서 작가가 타이완에 머물고 있는 걸까 잠시 생각하기도 했었다. 몇 번의 방문으로도 현지에서 머무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작가의 역량이리라.

 

 

 

 

 

 

  책의 마지막에 실려있는 「도쿄의 일기」를 읽으면서는 소설의 타이완을 배경으로 삼은 작품에서처럼 작가가 타이완에 머물다가 도쿄에 방문한 느낌을 일기로 나타냈나 싶었다. 나중에 책의 뒷편 작가의 말에서 읽어보니 미국의 작가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손자가 쓴 일기라는 설정이라고 했다. 역시 놀라웠다. 작가는 이처럼 우리가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바를 글로써 나타낼 수 있구나. 작가는 외국인의 눈으로 도쿄를 바라보는 느낌, 도쿄의 거리, 음식, 도서관의 풍경들을 일본제 노트에 손으로 꾹꾹 눌러 쓴 일기처럼 표현했다.

 

  이 책의 표제작이기도 한  「나와 춤을」을 읽으면서도 나도 몰래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검은 옷을 입고 벽의 꽃 장식처럼 혼자 서 있는 한 소녀의 모습이 보인다. 누군가 자신에게 춤을 청해주지 않을 것 같아 우두커니 서 있는 소녀에게 흙색 옷을 입은 한 소녀가 다가온다. 본격적인 춤 지도를 받았다는 그 소녀의 말 한마디 '나랑 춤추자.' 스포트라이트처럼 비쳐드는 빛 속에서 두 소녀는 춤을 춘다. 두 소녀의 점프 점프 점프. 춤추는 소녀들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함박웃음을 지으며 점프 점프 점프하고 있는 소녀들. 즐거워 보이는 소녀들의 모습에서 어릴적 추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춤이라는 건 남자는 여자와, 소녀는 소년과 추어야 하지 않겠느냐는게 일반적이지만, 누군가와 함께 춤을 출 수 있다는 것. 나와는 춤을 추어줄거라는 것. 그래서 춤을 출 상대를 선택할 수 있었다는 소녀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만약 동물이 사람 말을 알아듣고, 그걸 글로 쓸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사실 사람만이 알고 있었던 일들을 개나 고양이가 빤히 바라보아도 그것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 때문에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개나 고양이가 말을 할 수 있다면, 글을 읽고 쓸수 있다면? 이런 가정을 나타내는 단편이 있었다.

 

 

 

  개나 고양이가 사람 말을 한다라고 가정했을때 일어나는 일들을 다룬 단편은  「충고」와  「협력」 이라는 작품이다. 이 두 작품은 각각 짝을 이루는 작품으로 글을 쓸 줄 아는 개가 죽음을 목숨을 구하는 작품이  「충고」이며, 아내를 함정에 빠뜨리는 역할을 하는 고양이를 만날 수 있는 작품이  「협력」이란 작품이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가정이었다. 가정에서 많이 키우는 개나 고양이를 등장시켜 짜릿함 혹은 으스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에서 실소를 터트릴 수 밖에 없었던 작품이었다.

 

 

 

 

 

 

 

  대부분이 실화라는  「죽은 자의 계절」에서는 죽은 자의 기운이 서려있는 계절이 있다면 얼마나 섬찟할까를 나타낸 작품이다. 돌고 도는 계절속에서 죽은 자에게 어울리는 계절은 언제일까. 늘 우리들 곁에서 떠나지 않은 죽은 자들의 존재. 지금 어딘가에서도 내 주위에 그들이 있을까. 주위를 한번 둘러보게 만들었다.

 

 

 

너무 온갖 게 머리에 떠올라서 글이 안 써져. 다 표현을 못하겠어. ( 「나와 춤을」 중에서) 이 말처럼 많은 것을 느꼈던 작품이지만 글로써 다 나타낼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아, 절대 놓지지 마아야 할 것이 있다. 대부분의 양장본은 속표지 위에 책의 내용을 암시하는 겉표지가 있게 마련이다. 책을 읽을때 항상 속표지는 어떻게 만들었을까 꺼내보게 되는데 이 작품은 하마터면 놓칠 뻔 했다. 위 두번째 사진에서처럼 속표지에 단편이 실려있다는 것. 세로로 된 글자로 된 짧은 단편을 절대 놓치지 말것. 마치 숨바꼭질을 하는 양 조금 즐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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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에 대한 고집
다니카와 슌타로 지음, 요시카와 나기 옮김, 신경림 감수 / 비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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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를 읽기 즐겨하고 시를 좋아한다고는 생각하지만 나의 시읽기는 편협한 시읽기 였다는 걸 이번에야 알았다. 시집은 오래전 외국의 유명한 시인들이 쓴 시만 읽었고, 요즘에 읽는 시는 한국의 시들에 한정되어 있다는 것. 그러고보면 현대시들은 한국의 작가들의 시만 읽어온 것 같다. 이렇게 편협할 수가.

 

  그런 의미에서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집은 내게 큰 의미가 생겼다. 내가 현재 살아있는 외국 작가의 시를 읽는다는 것. 이처럼 외국 시인의 시를 읽는다는게 굉장히 새로운 느낌이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일본 시인의 시라니. 비채 아니었으면 읽을 생각도 하지 못했으리라.

 

  표지에서부터 동화적인 느낌이 강했다. 오래전 아이들이 어렸을때에 하루에 수십번 읽어주었던 '사과가 쿵'이란 표지와 비슷하다. 누군가 한 입 베어먹은 사과가 초록색 바탕위에 놓여있는 동화적인 표지다. 표지에서처럼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도 동화적인 느낌이 들었다. 우리나라 시인들과는 좀더 다른 느낌이랄까. 가까운 나라이지만 감성은 조금씩 다른듯도 하다.

 

그러나 네로

곧 다시 여름이 온다

새롭고 한없이 넓은 여름이 온다

그리고

나는 역시 걸어갈 것이다

새 여름을 가을을 겨울을 맞이하고

봄을 맞이하고 더 새로운 여름을 기대하면서

모든 새것을 알기 위해

그리고

내 모든 질문에 스스로 답하기 위해  (15페이지, 「네로 - 사랑받은 작은 개에서」 중에서)

 

  죽은 개 네로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담은 시다. 네로가 머물렀던 여름이 아닌 다른 여름, 같은 여름인데도 늘 다르게 느껴졌던 네로가 없는 여름에 대한 시였다. 한 사람을 잃고 힘들어하듯 시인은 사랑하는 개 네로에 대해 이처럼 오래도록 슬픔을 잊지 못했나 보다.

 

 

 

 

 

대답할 수는 없다, 사과다. 물어볼 수는 없다, 사과다. 말할 수는 없다, 결국 사과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다, 여전히 ........ (35페이지,  「사과에 대한 고집」중에서)

 

  사과에 대한 본질, 그 어느 것도, 그 무엇도 아닌 사과에 대한 본질을 담은 시였다. 사과 속에 숨은 내용까지는 내가 알지 못하겠지만, 내가 느낀 것은 그저 사과에 대해 말하지 않았나 싶다.

 

고구마 먹고 푸

밤 먹고 푸

안 그런 척 헤

미안해요 파

 

목욕하는 뽀

남 몰래 스

당황해서 뿌

둘이 같이 뿡    (39페이지,  「방귀 노래」전문)

 

  무심코 시를 읽는데 굉장히 재미있어서 나도 몰래 소리내어 읽고 있었다. 방귀를 끼는 사람, 방귀 소리에 대한 것들을 시어로 나타내니 저절로 즐거워졌다.  「방귀 노래」라는 시에서 그의 동심을 느낄수 있었다. 시인은 우리가 즐겨보았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나 《우주소년 아톰》의 주제가를 작사한 작가라고도 하니 왠지 친숙하게도 느껴졌다. 그는 일본을 대표하는 국민시인이라고 한다.

 

  여러 편의 시와 산문도 실려 있었는데, 산문 또한 '조금 더 긴 시' 같은 느낌이 들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에 대한 마음이 엿보이는 글도 있었고, 시와 산문에 대한 생각들도 엿볼수 있었다. 직업란에 시인으로 할수 없었던 일들에 대한 글도 만날 수 있어, 시인은 하나의 직업이라고 하긴 그렇겠구나 하는것도 느낄수 있었다. 하이쿠 외에 일본인이 쓴 시를 처음 읽었는데 괜찮았다.

 

시는 노래도 그림도 논리도 시시함도 포함되어 있어요. 그리고 말이 되지 않는 '시'는 우리 마음 깊은 곳에, 그리고 일상생활 곳곳에 숨어 있어요. 시는 지구에 있는 숱한 언어들의 차이를 초월해서 우리 의식에 바람구멍을 뚫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거기에 부는 바람은 이승과 저승을 잇는 바람일지도 몰라요.  (128~129페이지, 산문 「바람 구멍을 뚫다」중에서)

 

 * 이 시집의 특별한 점은 일본인이 번역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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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평범한 세트 - 전2권
박지영 지음 / 청어람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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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전에 본 영화가 있었다. 지금은 고인이 된 휘트니 휴스턴과 케빈 코스트너가 주연한 「보디가드」란 영화였다. 철저한 직업관을 가지고 있는 경호원이 인기 가수를 위해 경호를 하게 되고 자신이 위험에 처해있다는 것을 몰랐던 인기 여가수는 그를 무시하지만 어느새 그를 의지하고 사랑하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러브 스토리 이외에 휘트니 휴스턴이 부른 곡들이 히트를 쳐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있는 영화였다. 그런 이유로 경호원이라는 직업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이 생겼던듯도 하다. 그 뒤로 경호원에 대한 인식, 유명한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사람들이라는 것. TV속에서 비춰지는 경호원들의 모습은 충분히 동경할 만한 직업이었다.

 

 

  여자인 우리가 남자 경호원을 동경했지만, 로맨스 소설의 특성상 이 소설에서는 여자 경호원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여자 경호원이 남성 피경호인을 만나 사랑하는 이야기이다. 로맨스 소설이지만 살인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추리형식의 로맨스 소설인 것이다. 이처럼 요즘엔 로맨스 소설도 다양한 방식으로 그려지는게 새롭다. 사람이 만나 일도 하면서 사랑해야 하고 또 여러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것처럼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나오는 건 반가운 일이다.

 

 

  여자 경호원인 지국희. 어느날 (주) 인성기업에서 비서경호로 일하고 있는 선배로부터 마케팅기획실장의 수행비서이자 경호비서로 일해줄 것을 부탁받는다. 여자인줄 알았던 기획실장은 남자였고, 남자 경호원을 놔두고 왜 여자 경호원을 택했는지 의문을 가졌다. 출근하기로 마음을 먹고 회사로 갔다가 기획실장의 이름을 보고는 낯익은 느낌을 가진다. 그럴리가 없는데 하며 그를 만나고는 오래전 고등학교때 외국에서 살다가 전학온 편범안이라는 걸 기억한다. 편범안과는 한때 좋아하던 사이였다.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버릴때까지는. 여전히 멋진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편범안. 그를 피하고 싶었으나 어쩔수 없이 그를 근접해서 경호해야하는 수행비서로 일하게 되면서 오래전의 감정이 되살아 나는 것을 느꼈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싶은 편범안. 그는 외국에서 예술사 학위를 따고 공부하고 있었지만 어느 누구보다도 친했던 형 기안이 갑작스럽게 죽고 아버지의 강요에 의해 회사에 입사한 터였다. 자살이라는 형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형이 살던 오피스텔에 기거하며 형의 죽음에 대한 나름대로 조사를 하고 있었다. 첫사랑 지국희를 찾아헤맸었지만 찾을수 없었고, 수행비서를 뽑는 과정에서 지국희 이름이 보이자 그녀를 선택했던 것이다. 지국희와 있을때는 한없이 좋은 사람으로, 느긋한 모습으로 환한 미소를 지었다. 반면 일에 몰두할 때는 진중하고도 냉철한 모습을 지닌 사람이었다.

 

 

  편기안 이사를 누가 죽였을까. 기안 형은 어떠한 비밀을 가졌기에 누군가에 의해 죽임을 당한 것일까. 기안의 비서였던 안수인마져 사건이 있었던 때부터 사라졌다가 왜 차에 치여 죽은 것일까. 누구의 사주로 두 번이나 살인사건이 저질러졌던 것일까. 의심이 가는 사람은 경영권 승계를 앞둔 배영수와 배강수 형제인것 같은데, 정말 맞는 것일까. 이런 의문을 갖게 하는 내용으로 소설은 전개되었다. 로맨스 소설의 특성상 편범안과 지국희의 사랑은 일도 하고 사랑도 하는 식.

 

 

  추리소설 좀 읽어 본 사람으로서 추리 소설로써의 『지극히 평범한』은 살짝 부족한 면이 있었다. 그렇지만 내가 예상했던 인물이 배후자가 아니었다는 것.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이었다는 것. 다소 억지스러운 면도 없잖아 있었다는 것. 그럼에도 별무리없이 읽혀졌고, 어떻게보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는데 사랑하고 있는 지국희와 편범안을 보며, 그럼에도 사랑을 한다는 것. 그 흔한 삼각관계도 없이 순수한 사랑을 한다는 것이었다.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고자 했던,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말하는 사랑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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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빠 2015-05-09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십니다 서평을 이렇게 정성스럽게....
 
안녕, 다비도프氏
최우근 지음 / 북극곰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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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투명인간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아무도 모르게 모습을 감추고 내가 하고 싶은거 마음대로 살아간다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 누구 눈치볼 필요도 없이 그렇게 살아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적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투명인간이 되고 싶은 기간은 아주 짧았고, 영원히 투명인간으로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그러니까 아주 잠깐의 즐거운 상상이었다. 투명인간이라고 한다면 영화속에서나, 문학 작품속에서나 나타나는 것일테다. 투명인간이라는 건 인간의 상상력의 산물이므로.

 

  어느날 갑자기 투명인간이 되어버린 남자가 있었다. 그것도 고대하던 연극 무대에서 첫 주연을 맡았던 때였다. 공연을 막 하려는 찰나 투명인간이 되어 버렸다. 왜, 갑자기, 무슨 이유로 투명인간이 되어버린 것일까. 그토록 염원했던 연극무대에서의 주연인데. 안타깝게도 연극은 조연이었던 이가 이끌어가고 있었고, 그는 투명인간이 되어 사귀던 여자친구 수이와도 멀어지게 되었다. 누가 형체도 없는 자기랑 오래도록 만날까. 같이 살고 있던 부모님마저도 투명인간이 되어버린 그를 견디지 못해 시골로 내려가버렸다. 아파트에서 혼자 지내며 그는 투명인간만이 할수 있는 일자리를 찾았다. 바로 누군가의 뒤를 쫓는 일, 예를들면 불륜을 저지른 사람을 뒤쫓는 일이었다. 

 

  그리고 앞집 여자 안나라는 여자와 만났다. 토토라는 고양이를 키우는 안나는 그가 문을 열고 나갈때마다 나오고 그가 엘리베이터를 피해 계단을 이용하면 계단 중간을 지키고 서 있기도 했었다. 그가 무슨 말이라도 할라치면 그가 대꾸할 겨를도 없이 자신의 말을 하는 여자, 투명인간인 그도 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여자였다. 

 

  어느 날 그에게 초대장이 도착했다. 투명인간들의 모임으로의 초대였다. 그들에게 다비도프 쿨워터맨으로 불려졌다. 모임에 나올때는 다비도프 쿨워터맨이라는 향수를 뿌리고 올 것. 투명인간인 그들에게 정해진 향수를 뿌리는 일은 그의 고유한 존재를 알리는 표시였다. 모두 각자의 향수를 뿌리고 향수의 이름으로 불리워지고, 모임 장소에 온갖 향기들을 내뿜고 있었다. 그는 투명인간들에게 다비도프라 불려졌다. 

 

 

 

  책 속의 이름들은 모두 향수 이름을 갖고 있었다. 갑자기 투명인간이 되어버린 그의 헤어진 여자친구 이름은 수이였다. 안나수이의 향수를 뿌려 수희라는 이름 대신에 수이라고 불렀다. 그의 앞집 여자는 또 어떻고. 안나수이의 안나라는 이름을 따오지 않았을까 싶다. 그의 곁에서 있는 한 남자 또한 샤넬 NO.5를 뿌리고 다녀 샤넬 NO.5라는 이름으로 불리워졌다.

 

  투명인간인 주인공은 불투명인간으로의 회귀를 위해 은행에서 돈을 슬쩍 해온다던가 하는 행동도 하지 않았다. 투명인간이 되면 아무런 제약없이 돌아다니고 여러가지로 편할 것 같았지만 투명인간들에게도 애환이 있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주변에 투명인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불안해하는 것.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까지도 볼수 있겠다는 불안감으로 인한 것이었다. 안나도 그런 말을 했다. 동등하다는 것은 상대방이 어디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볼 수 없는데 상대방은 나를 볼 수 있다. 어쩌면 내가 숨기고 싶은 치부까지 볼수 있겠다는 불안감이 컸을수도 있겠다.

 

  즐거운 상상을 해볼까. 내가 투명인간이 된다면, 그래서 향수를 써야 한다면 내가 쓸 향수는 내가 고르고 싶은데. 만약 투명인간의 모임에서 다른이가 사용하지 않는 향수를 마음대로 지정해주면 싫을텐데. 나도 샤넬 NO.5처럼 내 마음대로 롤리타 렘피카 포비든 플라워 오드 퍼퓸을 뿌리고 다닐테다. 나란 존재를 다른 이가 지정해 주는 향수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향수를 뿌리고 다니고 싶으므로. 그러다가는 투명인간들의 모임에서 강퇴 당할지도. 제 마음대로 하고 다닌다고. 자신의 존재를 부인하고 싶은 거냐는 질문세례를 당할지도 모르겠다. 모처럼 유쾌한 기분을 느낄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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