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아이들]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우리 동네 아이들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29
나지브 마흐푸즈 지음, 배혜경 옮김 / 민음사 / 201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랍어권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나지브 마흐푸즈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역시 문학을 통해서이다. 살아가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살아가는게 중요하지만, 직접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문학을 통해 대리 경험할수 있다는 것도 큰 축복인것 같다는 생각을 문득 해본다. 비록 가상의 이야기인 소설이지만, 소설에서도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신간 서적을 검색하고 그중에 눈에 띄는 새책을 골라 작가를 보았더니 아랍어권 작가의 이름이었다. 나지브 마흐푸즈라는 생소한 이름앞에서 작가의 이름을 검색했다. 아랍어권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라는 수식어가 붙어 반가웠다. 이왕이면 검증된 작가를 알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현실을 통찰력 있게 꿰뚫는 동시에 지난 일을 어렴풋이 떠올리게하는 뉘앙스가 풍부한 작품으로 인류 전체가 공감할 만한 아랍 고유의 서사 예술을 구현했다.'라는 극찬을 받고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제목 마저도 친근하다. 『우리 동네 아이들』이라는 제목. 이 작품에서 우리는 우리가 살았던 동네를 떠올릴만 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을 것이다. 우리 동네에서도 이런 이야기 하나쯤 있었어, 하는 것 같은. 실제로도 최고가 되기 위해, 여러 사람에게 이롭게 하기 위해 이런 사람들은 시대를 거쳐 나타났으므로.

 

  사막 한복판에 자발라위라는 사람이 있다. 아름다운 대저택에서 많은 가족을 이끌고 살아가는 자발라위. 그도 나이가 들어 재산을 관리할 후계자를 고른다. 큰아들인 이드리스를 제치고 막내아들 아드함을 고른 것. 그것이 재앙을 이루는 첫번째 이유일지도 모른다. 자신을 제치고 막내 아들을 재산 관리자로 명하자 반발하는 이드리스는 결국 아버지 자발라위에 의해 집에서 쫓겨난다. 모든 싸움의 시작은 재산에서부터 시작하는 것 같다. 아버지에게는 특히 사랑하는 자식을 있을 것이고 자신의 재산 관리를 가장 사랑하는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과거 우리나라의 조선시대처럼 적장자에게 가면 별무리없이 받아들이겠지만 장자를 제치고 다른 아들에게 갔을 때는 항상 갈등이 있기 마련이다. 보통의 짧은 이야기 같으면 집을 나가서 아버지의 이름에 먹칠을 하던 이드리스가 새롭게 거듭나 아버지에게 용서를 구하고 재산 관리를 하던 아드함과 화해하고 잘먹고 잘살았다는 이야기가 끝일 것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계속 된다. 이드리스의 간계에 의해 아드함마저 자발라위에 의해 쫓겨나고 사막에서 힘든 생활을 하는 아드함. 그는 대저택 안에서의 안락한 삶을 그리워하지만 아버지의 부름은 없었다.  

 

  아내 우마이마와의 사이에 까드리와 후맘이라는 아이들이 태어났고, 아이들은 양치기를 한다. 자발라위가 새롭게 재산 관리인으로 불러들인 후맘을 형 까드리는 실수로 힌드 바위에서 죽이고, 자발라위의 대저택에서의 생활은 물건너갔다. 아드함의 아들 까드리와 이드리스의 딸 힌드가 아이들을 낳았고, 이웃들과도 친해져 우리 동네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두 권의 책 중에서 작가가 다루는 인물은 총 다섯 명의 인물들이 나온다. 첫번째가 아드함, 두번째가 자발, 세번째가 리파아, 네번째가 까심, 다섯번째가 아라파라는 인물들이다. 이 인물들은 모두 자발라위의 후손이며 자발라위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대저택에 살아 숨쉬는 인물로 나온다. 자발라위는 어쩌면 우리 동네의 신 같은 존재다. 영원히 살아 숨쉬며 후손들에게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의 재산은 여전히 후손들이 차지하려고 하고 재산 관리인은 동네 사람들을 관리해주는 수장들을 두었고 재산을 가로채려는 이도 생겼다. 

 

 

 

 

  그처럼 인간이 욕망하는 모든 것중의 으뜸은 재산인것도 같다. 오늘날도 재산 때문에 형제 사이가 틀어지고 소송까지 하는 경우도 많은 것처럼 오래전의 이집트에서도 이런 일들이 허다했던 것 같다. 소설속에서 말한 인물들 중에서도 자신이 재산 관리인이 되고 나면 자기가 누리는 것에 대한 당연함과 더 큰 재산을 가지고 싶은 욕망으로 꿈틀댔던 것이다.

 

 

 

 

 

사람은 힘이 있다고 행복한 게 아니야. 그것만으로는 절대 행복해질 수 없어.  (중략)  무모하게 행복을 꿈꾸는 동네 사람들로 인해 그는 얼마나 가슴이 저렸는지 모른다. 그들이 꿈꾼 행복은 얼마 못 가 쓰레기 더미 속의 지저분한 쓰레기가 되었다. (2권, 59~60페이지)

 

 

 

 

 

  시대를 거슬러 우리 동네를 이끄는 자들을 보며 이슬람의 역사와 종교를 나타냈다. 자발라위를 볼까. 무소불위의 존재 즉 신이다. 아드함과 우마이마는 아담과 이브, 이드리스는 사탄을 나타냈다. 형제인 까드리와 후맘은 카인과 아벨, 자발은 모세, 리파아는 예수, 까심은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를 나타냈다. 여러 종교를 아울러 인물들을 대입했다. 그 인물들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춰볼 수 있었던 것이다.

 

  선과 악의 대립. 어느 시대에서나 선과 악의 대립이 있었고 우리는 선이 승리하기를 바란다. 악을 물리치고 선이 승리했을때의 성취감. 그에 따르는 권력에의 욕망. 이 모든 것을 나타낸 소설이 아닌가 한다. 소설 속에 숨은 의미를 백 퍼센트 이해했다고 볼 수 없겠지만, 내가 느낀 점은 그랬다. 인간은 변하기 마련이고, 인간들속에 있었던 종교가 조금씩 변해왔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에 대한 통찰력이 빛난 소설이었다.

 

 

 

밤이 지나면 낮이 되듯 불의는 반드시 사라져. 우리는 우리 동네에서 압제가 멸하고 기적과도 같은 날이 훤히 밝아 오는 것을 분명 보게 될 거야.  (2권 358페이지)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붉은돼지 2015-04-17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약간 제 취향인 것 같아서(제 취향이 어떤 것인지 저도 잘은 모르지만 어쨌든..) 안그래도 눈여겨 보고 있던 책인데, 님 리뷰를 보니 더 읽어싶어진다는...^^
일단 구입부터 해야겠어요. 읽는 것은 그 다음. ㅋㅋㅋㅋ

Breeze 2015-04-26 22:01   좋아요 0 | URL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꼭 그렇죠.
읽겠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갖고 싶다는 생각을 먼저 해요. ㅋㅋ
 
라운드 하우스
루이스 어드리크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집안에 맨처음 들어갔을때 사람이 있느냐에 따라 첫 인사말이 달라진다. 불꺼진 집에 들어가기 싫듯, 집에 들어갔을때 있어야 할 사람이 보이지 않을때 맨처음 묻는 말이 '누구 어디 있니?' 일 것이다. 그 중에서 특히 자주하는 말이 '엄마 어디 있니?' 라는 말이 아닐까. 저녁을 해야 할 시간, 엄마가 준비해주는 저녁식사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엄마의 요리하는 모습. 그 모습이 없을때의 허전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특히 별다른 연락도 없었고, 어딘가 특별히 가야 할 이유도 없었을때. 더군다나 저녁식사를 할 시간이 훌쩍 지났다면? 이럴때는 어떻게 해야할까? 

 

  엄마가 갈만한 곳을 찾아가 봐야 할 것이다. 엄마가 차를 가지고 갔다면? 이웃에 살고 있는 이모네 집으로 가 차를 빌려타고 엄마가 있을만한 곳을 찾아봐야 한다. 그러다가 평소와 다르게 얼굴을 파묻고 운전을 하는 엄마가 자신들이 타고 있는 차를 지나쳤다면 그대로 엄마 차의 뒷꽁무니를 따라가야 할 것이다. 엄마에게서는 휘발유 냄새가 났고, 얼굴은 누군가에게 얻어맞아 부어있었고, 옷에도 피가 묻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충격에 빠진 얼굴 표정으로 엄마에게 무슨 일인가 일어났다는 것을 알게 되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엄마는 누군가에게 폭행을 당했던 것이다. 행복했던 가정은 엄마가 겪은 일로 인해 침울해져 버렸다. 누구한테 당했는지 물어도 말을 잃은 엄마. 다른쪽으로 뒤돌아 누웠고, 요리하는 엄마의 모습은 옛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엄마에게 폭행한 자를 찾기 위해서는 엄마의 도움이 필요한데도 엄마는 입을 꾹 다물고만 있었다. 엄마가 누군가에게 강간을 당했고, 그가 기소되기를 바라지만 어디에서 당했는지 알지 못한 엄마때문에 아빠와 조는 애가 타기만 하다. 판사인 아버지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아버지가 판사라면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을까 싶지만, 이곳은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원주민과 백인이 거주하고 있는 곳의 경계였다.  

 

  어떠한 일이 있어났을때 우리가 하는 생각 첫번째가 '이 모든 일이 일어나기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라고 할 것이다.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어떻게든 하겠다고 말이다. 하지만 결국엔 일어난 일이었고 돌이킬 수가 없다. 조의 엄마를 폭행한 사람을 알기만 하다면 그를 죽이고 말거라고, 그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죽였거나 폭행을 가했다면 그 일을 저지른 자를 찾아 그에 합당한 벌을 받는 것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죽이고 싶을 정도로 밉지만 법이 그에게 죗값을 묻기에 자신들의 마음을 달래는 것인데, 만약 법이 그것을 해주지 못한다면 자신들이라도 어떻게 해보고 싶은게 사람의 심정일 것이다.

 

 

 

 

 

 

 

정의는 있을 거야. 정의가 도와줄 거야. 지금 당신은 정의는 아무 도움 안 된다고, 당신에게 도움이 될 건 아무것도 없다고, 이 방에 존재하는 어마어마한 사랑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겠지만 정의가 도와줄 거야.  (235페이지) 

 

 

 

  법에 대한 정의. 정의는 있을 거라고 믿지만, 그 정의가 실현되지 않았을 때의 상대적 박탈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작가는 북미 원주민 보호구역에서의 법적 관할권 문제에 대해 쓰고 싶었고정의란 무엇인가, 정의는 어떻게 실현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독자로 하여금 물었다. 열세 살의 조가 생각하는 정의는 아버지가 말한 정의와 달랐다. 판사이면서 그 어떤 것도 할수 없는 아버지 보다는 누군가라도, 아니면 직접 자신이 정의를 실현시키고자 했다. 

 

  엄마에 대한 사건으로 어린시절은 사라져 버렸고, 엄마와의 평온했던 감정도 조금쯤은 물러나 있었다. 친구들과 어울리고 나름대로 엄마의 사건을 유추하고 사건이 일어났던 라운드 하우스 주변을 뒤지는 게 하루의 일과였다. 엄마 아빠에게 숨기고 싶었던 일들까지도 인디언 특유의 정령을 보는 것 때문에 숨길 수 없었다. 그럼으로써 조는 성장한다. 조가 성장하는데 많은 것을 이루는 부분이 친구들과의 관계도 있었다. 조에게 친구들이 없었다면 아마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가장 친한 친구라고 생각한 캐피가 '스타트렉'을 좋아해 '스타트렉'에서의 내용과 빗대어 사건을 해결하고 생각하고자 하는 십대 특유의 모습도 보여주고 있었다.

 

  사실 루이스 어드리크의 작품 『그림자 밟기』를 읽었기에 아메리카 원주민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피하고 싶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 작품을 만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주민 보호구역에서의 법적 적용에 대한 문제가 이 작품의 배경인 1988년도와 지금과는 많이 다르겠지만, 그때의 역사, 그 시절의 정의에 대한 것을 알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아마 작가는 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었던 것 같다. 이 작품의 전편 격인 『비둘기 재앙』의 이야기도 그래서 궁금하다. 여전히 세계 어느 곳에서는 인종에 대한 편견이 심하고 그들에게 말살 정책을 펴기도 했었다. 우리는 그것들을 바로 보아야 한다. 이러한 내용의 책을 읽으며 우리의 시선이 한 곳에 편향되지 않기를 바라는 작가의 뜻이 아니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선화에게 - 정호승 시선집
정호승 지음, 박항률 그림 / 비채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몇 년전 수선화 화분 한 개를 사와 발코니에 두었었다. 노랗게 핀 수선화는 집안에서 봄을 알리는 꽃이었다. 꽃이 지고 해가 지나기 전에 큰 화분에 옮겨 심었더니 그 다음해 수줍게 꽃망울을 터트려 '봄이 왔구나' 하고 느꼈다. 하얀색 꽃을 피우는 히아신스랑 같이 꽃을 피우고 난뒤 텃밭에 옮겨 심었다. 텃밭에 옮겨 심은지 2년. 올해 텃밭에 가보지 않았지만, 신랑 휴대폰에 있는 사진속에서 새싹이 올라온 걸 발견했다. 봄은 그렇구나.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달이라고 하더니 정말 새싹이 올라왔구나. 지금쯤 꽃을 피웠을 것이다. 기온이 낮은 곳이어서 어쩌면 아직 꽃이 피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나중에서야 노랗게 꽃을 피운 수선화를 사진으로 확인했다.

 

  봄엔 달달한 소설도 좋지만 제목처럼 이쁜 시도 좋구나. 정호승 시인의 시선집이 비채에서 출간되었다. 표지도 어쩌면 이렇게 예쁜지. 책을 받아들고 기분이 좋아, 어딘가 외출할 때마다 챙겨가지고 다녔다. 정호승 시인의 빛나는 시들과 박항률 화가의 예쁜 그림들이 모여 어여쁜 시선집이 되었다. 글 속의 시는 또 얼마나 좋은지. 사랑에 관한 시들을 읽으며 봄날, 꽃이 피어 화사하게 비치는 봄날에 마음을 적시었다. 시인의 시를 읽으며 지나간 사랑을, 오래전에 꿈꾸었던 사랑을 그렸다. 사랑에 관한 시를 노트에 적어 보고, 그 시를 가만히 외워보았다. 사랑이 마치 내 가까이 온 것처럼 마음이 차올랐다.  

 

 

 

  책의 첫머리에 시인의 「풍경 달다」라는 육필로 되어 있는 시가 있었다. 시인의 육필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화순 운주사의 와불을 기억했다. 한참을 올라가 바라본 와불. 몇 번을 다녔었지만, 누군가의 책에서 와불에 대한 글을 보고 일부러 찾아갔던 길. 사진에 다 담기도 버거웠던 커다란 와불상에 그만 눈을 감았었다. 천 개의 불상을 보고 내려왔던 길을 기억나게 하는 시였다. 그곳의 풍경소리마저 그리운 시였다.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모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87페이지,  「수선화에게」 전문)

 

 

 

 

 

그대 빈 들에

비 오는 사람

 

술도 집도 없이

배고픈 사람

 

사람들을 만나러 가기 위하여

떠나가는 사람들의

옷 적시는 사람

 

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더니

 

빈 집에 새벽부터

비 오는 사람    (41페이지, 「비 오는  사람」 전문)

 

  시집을 자주 읽지 못하지만 이처럼 시를 읽는 일은 사색에 잠기게 하는 일이기도 한다. 행간에 깃든 글들의 의미를 파악하느라, 행간의 느낌을 알기 위해 가만히 생각에 잠기게 하는게 시를 읽는 일이다. 어떤 마음으로 시를 썼을까. 어떠한 것을 나타내려는 것일까. 내가 느끼는 것과 시인이 나타내고자 하는 것을 제대로 느끼고 있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는 일이기도 하는 것. 시를 읽는 읽은 그런 것이다.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

당신은 한 그루 리기다소나무 같았지요

푸른 리기다소나무 가지 사이로

얼핏얼핏 보이던 바다의 눈부신 물결 같았지요

 

당신을 처음 만나자마자

당신의 가장 아름다운 솔방울이 되길 원했지요

보다 바다 쪽으로 뻗어나간 솔가지가 되어

가장 부드러운 솔잎이 되길 원했지요

 

당신을 처음 만나고 나서 비로소

혼자서는 아름다울 수 없다는 걸 알았지요

사랑한다는 것이 아름다운 것인 줄 알았지요

                                                        (145페이지, 「리기디소나무」 전문) 

 

 

  겨우내 움츠리고 있다가 봄이 되면 일제히 꽃부터 피우는 봄꽃때문에 봄은 행복하다. 그저 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끼는 것. 매화, 벚꽃, 복숭아꽃, 살구꽃, 산에서 피는 분홍색 진달래, 노란 개나리. 봄은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계절. 봄이 주는 선물이 아닐까 싶다. 박항률 화가의 그림과 함께 있는 시선집  『수선화에게』를 읽는 일이 선물처럼 다가왔다. 봄을 더 느끼게 해주며, 사랑에 대한 감정으로 충만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도, 삶의 고통도 한 편의 시에 녹아들 수 있는 것. 봄에도 시를 읽어야 하는 이유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집을 철학하다 - 당신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가요?
에드윈 헤스코트 지음, 박근재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펜을 잡고 무언가를 끄적이고 싶을때, 예를들면 펜의 색깔과 느낌을 시험한다던가 할때 내가 주로 그리는 것은 몇 개의 별과 집 모양의 그림이다. 삼각형의 지붕, 사각형의 벽면, 그리고 창문을 그려놓는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현관문과 현관문에 동그란 손잡이까지 그려넣는다. 나에게 집이 무엇이기에 나는 자꾸 집을 그리는 것일까. 집을 그리고 나무 한두 그루쯤 그려놓았던게 아마 초등학교 시절부터가 아니었을까. 그만큼 나에게 집이란 무엇이길래 자꾸 집을 그리는 것일까. 나는 사실 결혼도 하지 않으려했지 않았나. 그런데도 나만의 집을 갖고 싶었던 것일까. 집을 갖고 싶다는 마음이 깊이 들어있었던 것인가.

 

  퇴근후 특별한 일이 없으면 집으로 향한다. 곧바로 집에 가면 아무도 없지만 퇴근후 집에 가는 게 좋다. 하루종일 긴장하며 지냈던 시간을 뒤로하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을 흥얼거리며 나 혼자만의 시간에 대한 설렘이 먼저 다가선다. 음악을 틀어놓고 샤워를 하고 대충 집안 정리를 끝낸 다음 책을 펼 수 있는 시간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소파에 앉아 쿠션 두개는 등에 받치고, 무릎위에도 쿠션 한 개를 올려놓은 뒤 책을 편다. 출근하기 전에 읽었던 페이지를 펴고 책을 읽는 시간. 나만을 위한 시간이다. 그 시간이 비록 짧더라도 가장 편안한 장소에서 편안한 옷을 입고 편안한 자세로 책을 읽는 시간이 참 좋다. 어떤 친구는 혼자 있는 집에 들어가기 싫다고 하지만, 내가 홀로 있는 시간은 얼마되지 않기 때문에 그 시간의 소중함을 자주 깨닫는다. 내가 사용하는 가구들. 거실벽과 부엌벽 양쪽벽면을 차지하는 책장. 오후까지 불을 켜지 않아도 환한 빛이 들어오는 부엌. 햇볕이 좋은 날이면 앉아 있기 좋은 거실, 발코니의 화분들. 우리집. 우리집에서의 시간. 

 

  건축과 디자인 평론가로 활약하고 있는 에드윈 헤스코트의 『집을 철학하다』라는 책을 읽었다. 다양한 모양의 집을 만날 수 있는 책인줄 알았더니 집을 이루는 각각의 공간들 즉 부엌, 거실, 침실, 서재와 창문, 문 손잡이, 책, 옷장 등의 역사와 의미를 살펴볼 수 있는 책이었다. 저자가 각 공간들을 말하는데,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의 의미도 파악할 수 있었다.

 

 

 

  아래의 사진은 프랑수와 부셰가 그린 「퐁파두르 부인」이란 그림이다. 책 속에서도 이 그림이 수록되어 있고, 퐁파두르 부인에 관련된 일화를 언급하는데 '침실'에 관련해 말하는 부분이다. 퐁파두르 부인은 프랑스 루이 15세의 정부였고 한때 왕궁의 안주인 역할까지 했었다. 중산층 출신인 퐁파두르 부인이 현대적 의미에 가까운 침실을 궁전에 도입했다고 한다. 베르사이유 궁전을 개조해 작은 방을 만들었고, 이런 방들은 섬세한 무늬로 장식돼 기품과 사적 공간의 개념으로 바꿨던 것이다. 이는 '로코코'라는 양식으로 불리워졌다.

 

  저자는 책은 벽돌과 마찬가지로 건축의 기본적인 구성 요소다. 나는 이 사실을 책이 없는 집을 방문하고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집에 책이 없다는 사실은 내게 충격적이었고 오싹한 느낌마저 들었다. 책이 없는 집이라니! 단 한 권의 책도 없었다. 내부장식은 과도하다 싶을 만큼 완벽했지만 책의 부재로 집은 미완성의 느낌을 주었고 심지어 집이 안쓰럽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 느낌은 일종의 상실감이었다. (33페이지) 라고 말했다. 나도 누군가의 집을 방문하면 맨처음 보는게 그 집에 책이 있는가, 어떤 책이 있느냐이다. 집안에서 한 권의 책도 발견할 수 없다면 나 또한 굉장히 놀랄 것도 같다. 저자는 건축의 기본적인 구성 요소인 책과 서재를 따로 분리해 설명하고 있었다. 서재의 용도는 집필 공간 혹은 집필에 필요한 책을 읽는 공간이라고 표현했다.

 

 

 

  외국영화를 볼때면 신랑이 이제 막 결혼한 신부를 안고 문지방을 넘는 로맨틱한 장면이 있었다. 책에서도 문지방에 대해 말하는데, 우리는 어렸을때 복 달아난다고 문지방을 밟지 말라는 이야기를 어른들한테 들었었다. 이와 같은 의미로 사악한 영혼을 피하고자 신부를 안고 문지방을 건넜다고 했다. 문지방은 거주에서 가장 중요한 경계로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구분해 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벽'에 대해서 말할때 프루스트가 자신의 침실 벽에 코르크로 덧대 바깥세상의 소음을 차단하고 자신의 내면으로 침잠해 추억에 집중했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라는 결과물을 만들었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처음 결혼하고서는 아직 정이 들지 않은 내 공간이 어색했는지 부모님이 계신 친정집이 그리웠다. 가고 싶은데 못가게 되면 우울하기까지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친정집도 불편하고 현재의 시간을 살고 있는 내 집이 제일 편하다. 아마도 이건 내가 살아온 시간이 쌓였기 때문일 것이다. 쌓인 시간이 마음 저 밑바탕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상하게 지금도 가끔 한번씩 꾸는 꿈이 있다. 꿈 속에서 나는 오래전 시골에서 살았던 집이나 언덕을 오르는 길, 논밭이 펼쳐져 있는 길들을 걷고 있었다. 가본지 20년쯤 되었는데도 어렸을때 자랐던 곳이 꿈에 나올때면 참 신기하다. 마치 그림처럼 선명하게 추억의 장소들이 떠오른다. 아마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그 시절들을 그리워하기 때문일까. 내 기억의 편린들에 대한 그리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집을 지탱하는 벽은 앞서 그 집에 살았던 모든 이의 영혼과 그 집에 대한 모든 기억, 그 집을 향한 모든 그리움을 품고 있다. (맺는말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홀드타이트 모중석 스릴러 클럽 29
할런 코벤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4년전쯤 이 책을 읽었다. 그때 출간할때는 『아들의 방』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아들의 방이라. 아침에 아이를 학교에 보내놓고 아이 방을 한번씩 점검한다. 침대위 이불을 정리하고, 베개도 반듯이 하고 책상 위를 점검한다. 때로는 책상 서랍에 펼쳐져 있는 편지 같은 것을 살펴보기도 한다. 아이가 중학교때는 더 염려스러웠었다. 아직 자신의 생각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할까봐 염려했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면서 그런게 덜하고 아이 스스로 어느 정도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나이가 되고 보니 아이의 어떠한 결정에 수긍해주는 편이다.

 

  거의 4년 만에 『홀드타이트』라는 이름으로 개정된 이 책을 다시 읽으며 역시 아이를 둔 부모로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책속에서 있는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거라는 법은 없으니까. 부모는 항상 아이를 살펴보고, 아이의 행동을 주시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다만 어느 정도의 선을 그어놓고 해야 되지 않을까.

 

  아들이 죽어 휑한 집을 '죽어있는 집'이라 표현했다. 쌍둥이 아이들이 있었지만 아이를 잃은 엄마의 마음은 그 모든 것을 준다해도 필요없고 오직 죽은 아들이 돌아왔으면 하고 바랠지도 몰랐다. 이런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 그리고 죽은 친구때문에 좋아하던 아이스하키마저 심드렁해하고 방 밖으로 나오지 않으려는 아이 애덤을 바라보는 부모 티아와 마이크가 있다. 아들 친구였던 스펜서가 자살하고 아들이 걱정된 부부는 아이의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깔아 컴퓨터에서 아이가 하는 모든 것 이메일이나 메신저등의 내용을 볼수 있게 했다. 아이가 먼저 말해주기를 기다리지만 묵묵무답인 아이가 염려스러워 한 행동이었다. 이건 좋지 않다고 말할 수 있지만, 아이에 대한 염려때문에 했다고 한다면 많은 부모들이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까. 

 

 

 

 

   술집에서 매리엔이라는 여자가 어떤 남자와 여자에 의해 차에 태워지고, 신원파악이 힘들게 얼굴이 뭉개질 정도로 맞아 죽고 창녀들의 거리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사건과 티아와 마이크의 아이 애덤이 사라지는 사건이 동시에 일어난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여자가 사라졌다. 마트에 갔다가 아이를 데리러 가야하는데 사라져버렸다. 티아와 마이크는 애덤의 행방을 찾으려 GPS 기능을 통해 아이가 머물고 있는 곳으로 다가가 누군가의 집 앞에서 아이가 안전한지 확인해보고 싶지만 마땅한 이유를 댈수 없어 머뭇거리고 있었다.  

 

 

 

 

  아들 애덤의 친구인 DJ의 아버지 허프는 경찰서장이다. 자신의 아이 DJ를 위해 거짓말을 한 것같은 느낌을 받는다. 서로의 아이를 구하려는 아버지 대 아버지로서 대면을 해야하는데, 마이크는 자신의 아이만을 걱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서로 자신의 아이를 보호하려는 부모의 모습. 부모들은 모두 자식의 허물을 덮으려 하고, 부모가 책임을 지려고 한다. 과연 이게 옳은 일인지 묻고 싶지만 나 또한 나의 상황이 책에서처럼 상황이 비슷하다면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자식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자식을 더 망칠 수도 있다는 것을 왜 모르는 것일까. 자신을 보호해 줄것이라는 걸 아는 아이들이 더한 행동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부모는 모르는 것일까. 

 

 

 

  그저 힘들다는 넋두리를 누군가를 죽여달라는 뜻으로 받아들인 이. 두 명의 여자를 죽인 남자는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는 마음을, 아내 카산드라에 대한 죽음에 대해 복수를 하겠다는 이유를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스스로 자신을 파괴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깊은 마음에 숨어있던 감정들을 이번 기회에 표출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똑같은 내용의 소설을 개정판으로 다시 읽었지만 전체적인 스토리는 애덤과 티아와 마이크의 상황만 기억나고 여자들이 죽은 사건은 기억이 희미해져 있었다. 전혀 새로운 책을 읽는 기분으로 읽게 되었다. 다시 읽어도 전혀 새로운 책을 읽는 듯한 느낌. 그래서 책을 여러번 읽으라는 말을 하는 것 같다. 처음에 읽고 느끼지 못했던 것을 두세 번 읽고 난뒤에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것처럼.  

 

 

 

  1박2일동안 수련회 다녀온 아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넸다. '잘 다녀왔느냐고, 친구들하고도 많이 친해졌냐고.' '즐겁게 보냈고 친구들과도 친해졌다.' 라는 말을 듣고 안심했다. 때로는 걱정을 해도 싫어하고, 때로는 자기에게 관심이 없는것 같다는 말을 하는 아이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게 적당하게 선을 지켜가며 말하는게 참 힘든 일이다. 그래도 나는 아이를 살펴볼 것이다. 아이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을 것이다. 아이의 안녕을 바라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