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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만해도 분홍빛으로 수줍게 꽃망울을 머금고 있더니

오늘 아침 출근길에 바라보는 벚꽃은 활짝 피어있었다.

화사해지는 봄,

꽃이 활짝 피어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그저 눈이 부셨다.

 

이렇게 꽃이 피니 봄이 좋구나!

봄은 꽃이 있어 좋은 거구나!

 

 

 

펭귄클래식판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 가 출간되었다. 프랑스 혁명을 다룬 글이며, 가난한 사람들의 삶, 귀족의 폭압 정치 등을 사회적 배경으로 했고,

 

한 남자의 가슴속 깊이 간직한 사랑, 처절하고 아름다운 희생과 염원을 담아낸 소설이라 한다.

 

 

 

 

 

 

 

 

 

 

 프랑스 천재작가 에두아르 르베의 자전적 소설이다.

사진작가로서, 화가로서 자신의 삶을 허구와 함께 풀어낸 소설이다.

굉장히 난해할 것도 같은 소설인데 만나보고 싶은 소설이다.

 

 

 

 

 

 

 

 

 

 

 

오에 겐자부로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말하는 소설.

소설가들은 자신의 삶이 소설에 많이 투영되어 있다고 본다.

 

아버지의 부재가 오히려 자신이 소설가로서의 삶에 영향을 끼쳤다고 하는데, 오에 겐자부로가 말하는 아버지를 글로 만나고 싶다.

 

 

 

 

 

 

 

 

 

『플래너리 오코너』로 현대세계문학 단편선을 만났는데 굉장히 좋았다. 한 작가의 단편을 집중적으로 만나는 기쁨도 상당히 컸다.

 

현대문학 블로그에서 이 책을 만나고는 읽고 싶었다.

그러고 보면 내가 읽지 않은 작가가 얼마나 많은가.

안톤 체호프와 제임스 조이스를 잇는 현대단편소설의 거장이라하니 더욱 궁금한 작가다.

 

 

 

 

 

 

 

벚꽃이 활짝 피는 봄에도 책과 함께라면 더할수 없겠다.

즐겁고 설레는 마음으로 4월을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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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내기들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우열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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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는 사람과 얼마만큼 살아야 우리는 그 사랑에 대해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영원히 같이하겠다고 다짐하지만 마음이 변해 사랑이 식어 헤어지기도 하는 것을 볼수 있다. 결혼은 하나의 약속이지만, 도저히 같이 살 수 없을 경우에는 헤어져야 마땅하지만. 사랑이란 거? 사랑이란 무엇일까? 아무리 질문하고 해답을 찾으려해도 이것 만큼 어려운 문제도 없는 것 같다. 늘 사랑하는 것 같지만, 여전히 사랑에 목말라하는 이들을 보라.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 살고 있지만 여전히 헤어진 사람을 그리워하고 사랑을 꿈꾸는 우리. 사랑해서 결혼해 다른 사람 같은 거 바라보지 않을것 같지만 실제로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나만 해도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했지만 늘 사랑이야기를 읽는 건 다른 사랑을 꿈꾸기 때문이 아닐까. 지금과는 다른 사랑, 다른 사람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저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그런 마음이 꿈틀거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총 17편의 단편 중에서 수록된 『풋내기들』은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의 오리지날 버전이다. 내가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을 읽지 않았기에 『풋내기들』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풋내기들』은 레이먼드 카버가 직접 쓴 글이며, 편집자 고든 리시는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을 펴내면서 많은 부분, 오십 퍼센트 이상 덜어내 책을 만들었다. 이번에 읽게 된 『풋내기들』은 레이먼드 카버가 고든 리시에게 넘긴 원고를 복원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랑에 대한 정의를 내려 보려 하지만 사랑만큼 어려운게 또 있을까. 함께 사랑하다가 헤어지고 또 다른 사람들을 만나 결혼한 상태에서도 여전히 사랑에 대해 궁금한 이들의 이야기였다. 이 작품의 표제작 「풋내기들」은 사랑에 관한 담론이었다. 

 

  두 부부가 마주 앉아 진과 토닉워터를 앞에 두고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허브와 테리 부부, 나, 닉과 로라 부부다. 이 두 부부는 첫번째 배우자와 이혼했고 새로운 배우자와 함께 살고 있다. 신학대학에 다녔으나 그만두고 다시 의대에 다녀 의사로 일하고 있는 허브가 테리와 함께 살았던 칼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테리를 너무 사랑해서 죽이려고까지 했으며, 테리와 헤어진 후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런 것은 사랑이 아니라는 허브와 달리 나름대로 자신을 사랑했다는 테리의 대화가 주를 이룬다.

 

  허브는 얘기 중에 자신의 병원에 왔던 한 노부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어린 소년이 낸 사고때문에 병원에 오게 된 이 노부부는 서로의 생사를 알게 되었을때 다른 방에 입원해 있으면서 상대방의 안부를 궁금해했고, 배우자를 보지 못해 꽤 우울해 했다. 사고가 난지 몇개월이 흘러 노부부중 아내 애나가 상태가 더 좋지 못했고, 헨리가 휠체어를 타게 되어 아내 애나를 보러 갔을때 눈빛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마음을 다해 손을 잡았던 장면이 있었다. 그 장면을 본 허브와 간호사는 병실 밖으로 나와 계속 눈물을 흘렸다. 말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서로의 안부를 물었던 이들. 오랜 시간을 함께 해 온 이들의 진정한 사랑을 엿볼수 있는 장면이었다. 간호사가 엉엉 울었을때 나 또한 노부부가 만나는 장면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이들 노부부야 말로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사랑이 어떻다고 확실하게 정의할 수 없지만 내가 보기에도 노부부의 사랑은 진정한 사랑, 어쩌면 숭고하게 느껴지는 사랑이었다.  

 

 

 

 

 

"우리가 사랑이 뭔지 얼마나 알겠어?"

 

"뭐 그건 내 이야기도 마찬가지야, 이런 얘기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여하간 내가 보기에 우린 사랑에 순전히 풋내기들이야." (383~384페이지 중에서 발췌) 

 

 

  「풋내기들」 에서 허브는 현재 테리와 살고 있지만 자신의 아이들의 엄마, 즉 첫번째 아내를 죽도록 사랑해서 결혼했었겠지만, 지금은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운 사람이다. 한때는 누군가를 죽도록 사랑했을텐데 그에 대한 감정은 퇴색되어버렸다. 노부부의 애틋한 사랑을 부러워하면서도 자신이 가진 것을 보지 못하는 허브가 한편으로는 안타까웠다. 우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가 사랑을 가졌을때는 그걸 보지 못하는 수가 있다. 먼훗날 시간이 지나서야 깨달을지도 모른다.

 

 

 

  레이먼드 카버의 작품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의 글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술에 관한 이야기가 많은 것도 같다. 「정자」에서, 우리는 중요한 일들을 언제나 술을 마시면서 결정했다. 술을 줄여야 한다는 얘기를 할 때도, 식탁이나 피크닉 테이블에 앉아 여섯 개들이 맥주나 위스키 한 병을 앞에 두고 있었다. (67페이지)를 봐도 그렇고, 작년에 읽었던 『대성당』에서도 느꼈던 바다. 일상 생활에서 술은 많은 역할을 하지만 알콜중독이 되어 버리면 문제 발생한다. 『풋내기들』 중에서 여러 편의 소설에서 음주 때문에 힘들어하고 음주 때문에 일어난 일들을 이야기하는 걸보며 우리의 일상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 작품을 다 읽고났더니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을 다시 읽어보고 싶다. 편집자 고든 리시가 어떠한 부분을 어떻게 편집했는지 궁금해졌다.  『풋내기들』에 비해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의 내용은 많이 짧아졌다고 하는데 그 부분도 비교하며 읽어보고 싶다. 어떤 소설가가 왜 레이먼드 카버의 작품을 추천하는지, 이제 좀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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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15-03-30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작가, 멋진 소설, 근사한 리뷰. 잘 읽었어요. ^^

Breeze 2015-03-31 09:13   좋아요 0 | URL
좋은 작품입니다. ^^
 
[세트] 역사저널 그날 조선 편 1~2 세트 - 전2권 역사저널 그날 조선편
역사저널 그날 제작팀 지음 / 민음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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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서를 읽는게 좋다. 역사서 중에서도 특히 조선시대를 좋아해 조선시대의 역사서가 나오면 일부러 찾아 읽고 소장하고자 한다. 이번에 읽게 된 『역사저널 그날』 또한 고려말 조선을 열게된 인물 정도전이 이성계를 만난 '결정적 그날'에서 부터 시작되었다. TV를 잘보지 않아 어떤 프로그램이 있는지 잘 알지 못했었는데, 이 책은 매주 일요일 방송되는 KBS의 「역사저널 그날」을 책으로 나타낸 글들이다. 책을 다 읽고 인터넷에서 「역사저널 그날」을 검색해보았다. 검색 사이트에서 동영상이 있어 몇 개를 보았는데 굉장히 흥미로웠다. 책으로 만나기전에 TV로 보았으면 더 재미있었겠다는 생각을 했다. TV에서 역사 드라마를 할때 되도록 챙겨보려고 하는 편이다. 드라마로 보면 우리가 미처 세세하게 기억하지 못했던 역사를 새롭게, 더 자세하게 알게 되는 것 같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은 것을 알수 있었다.  

 

  책에서는 패널들이 한 말들을 역사적 사실과 자신들의 생각을 말한 것들을 글로 정리했다. 글로 되어 있어 장면을 상상하며 역사적인 그날에 있었던 이야기와 패널들이 하는 이야기를 종합해 역사속에 숨은 이야기들까지 읽는 일은 상당히 재미있었다. 드라마나 역사서에 있었던 이야기에서부터 우리가 일반적으로 더 궁금해 하는, 어쩌면 진실에 가까운 야사를 이야기할때는 더 흥미로웠다.

 

  작년에 KBS에서 했던 드라마 「정도전」을 챙겨보았었다. 그 드라마를 보며 정도전이라는 인물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었던 계기가 되었다. 시대가 바뀔수록 역사적 인물을 새롭게 조명하게 되는데 정도전이라는 인물도 그랬다. 책은 고려말 정도전이 자신의 이상을 구현할 새 왕조를 창조할 인물로 이성계를 선택했고 정도전이 이성계를 만나러 찾아가는 때부터 시작되었다. 우리가 역사를 배울때 알고 있었던 정몽주와 정도전의 대립, 이성계를 위해 정몽주를 죽였던 정안군 이방원의 이야기를 읽는 일은 여러번을 읽어도 역시 재미있는 부분이다.

 

  책에서는 여러 대담자들이 나와 역사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그날'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이야기을 여러 사람의 시각으로 말하고, 역사학자의 이야기로 실록에 있는 역사적 사실을 말한다. 만약 그때 만나지 않았더라면,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라는 가정에 대한 이야기도 하는데 우리도 한번쯤 어떠한 것에 토론할때 그렇지 않던가. 아마 다른 세상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랬을 것이다, 라는 말을 하는 것처럼. 

 

  우리 조선의 역사에서 무리없이 왕위를 이어받은 왕들은 몇 되지 않는다. 태종의 왕자의 난, 세조의 계유정난을 비롯해 인조반정과 중조반정이 있었다. 소위 역사는 승자들의 기록이라 한다. 승자가 왕이 전 왕의 실록을 작성하는데 만약 연산군의 폭정을 작성할때면 그가 했던 행동중에 좋지 못한 행동들을 더 부각시키는 것처럼 말이다.

 

 

 

  책을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된 한가지가 있다. 바로 세조가 왕이 되기 위해 일으켰던 '계유정난'에 대해서다. 책에서 말한 것처럼 나 또한 계유정난은 계유년에 일어난 변란, 즉 세조의 쿠데타라고 알고 있었는데, 계유정난의 정 자가 편안히 할 정(靖) 자라고 한다. '난'을 편안히 했다'라는 뜻이라니 얼마나 웃기는 말인가.

 

  얼마전에 읽은 『왕의 한의학』이란 책이 생각난다.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를 통해 왕의 질병을 살펴보았고, 왕의 질병속에서 조선의 역사와 역사속의 비밀을 알 수 있는 책이었다. 그 책에서 한 말이 생각났다. 우리나라 조선 왕조에서 왕에 대한 독살설이 제기되었는데 이는 왕의 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체계 이상으로 생긴 종기때문에 단명한 왕이 많은 걸 알수 있었다. 책에서 문종의 단명설에 대해서도 나타나는데 역시나 소헌왕후의 3년상, 이후 세종의 3년상을 치루며 면역체계 이상으로 단명할수 밖에 없었다는 이야기였다. 문종의 단명으로 인해 어린 세자 단종이 즉위하였고, 세조가 계유정난을 일으킬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까지 전해주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새롭게 알게 된것, 세종 대에 이룬 여러 업적이 사실 세자인 문종이 참여하여 이룬 것이 많았다는 것이다. 과학분야에 있어서 문종이 20여년을 참여해 이뤄냈다는 것. 왕이 된지는 2년여 밖에 되지 않았지만 세자 시절부터 정사를 본게 29년에 가깝다는 사실이었다. 

 

  이처럼 다양한 역사 서적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한두 가지의 책만 읽어서는 제대로 알 수 없는 것이 많다는 것이다. 다양한 역사 서적을 읽어야 다양한 시각으로 역사를 접할 수 있다는 것. 어떻게 보면 TV에서 패널들이 나와 재미있게 흥미위주로 진행되었을수도 있지만, 이렇게 다르게 본다는 것도 아주 좋은 역사 공부가 되었다. .   

 

 

 

  대담자들의 생각, 역사적 사실, 역사서에 없는 것들을 이야기 하는데 여러 사람의 말로 된 글이라 역사를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역사를 잘 알지 못하는 것보다, 수다를 풀듯 재미있게 다가설 수 있다면 역사에 대해서도 거부감이 덜하고 더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될때마다 「역사저널 그날」을 다시보기로 봐야겠다. 맛보기로 본 동영상을 몇 편 보았는데 상당히 아쉬웠기 때문이다.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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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셋 리미티드]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선셋 리미티드
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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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번쯤 죽음을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사는게 버거울때, 힘들때 한두 번쯤 죽음을 생각해 본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죽음을 실천에 옮기지는 못한다. 남아 있는 가족들 때문이기도 할것이고 혹은 아직은 사는게 죽는것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기도 할 것이다. 대중매체에서 자살하는 사람이 많이 보이는데 그럴 때마다 죽을 용기로 살아가면 더 낫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해보는게 사실이다. 아직 아까운 목숨, 어린 아이들에게는 너무도 안타까운 죽음이기에 꼭 죽음으로까지 가야 했는가란 의문이 드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수많은 갈등과 대립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어느 한가지 결정을 해야할때 이런게 옳을까, 저렇게 하는게 옳을까 부터 시작해 삶과 죽음, 희망과 절망, 사는것과 죽는 것 등의 수많은 갈등을 겪고 있다. 내가 내린 결정에 따라야 하는건 당연한거고 그에 대한 책임을 저야하는 것도 사실이다.

 

  한 남자가 시속 130킬로미터의 열차 선셋 리미티드에 뛰어들었다. 그를 구한 남자가 있었다. 그를 구한 남자, 즉 흑인이고 한때 살인 전과가 있는 인물로 현재 목사이다. 선셋 리미티드에 띄어든 남자는 백인으로 교수이다. 이 소설은 선셋 리미티드에 뛰어든 백인과 그를 구한 흑인과의 대화를 다룬 글이다. 대화를 나눈 공간도 한정되어 있다. 흑인 게토에 자리잡은 공동주택의 건물의 방 안이 그들이 대화를 나눈 곳이다. 한정된 공간에서 이름도 없이 '흑과 백' 만으로 대화가 시작되었다.

 

  그가 자살하려고 했던 것을 막은 흑은 백과 이야기를 하려고 하고 백은 흑의 집에서 돌아가겠다고 대답한다. 그럴때마다 흑은 그를 잡으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건넨다. 어떻게든 그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보이지만 백은 흑의 집에서 나가려고만 한다. 흑은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한때 철창안에서 누군가를 죽을만큼 상해를 입혔던 일들을. 어떻게든 백의 마음을 열어보려는 흑은 그에게 질문들을 건넨다. 친한 친구가 있느냐, 부모님은 계시느냐, 부모님이 죽음을 앞두고 있을때 만나뵈러 간적이 있느냐. 이런 것들을 질문하지만 무엇하나 시원스럽게 대답하지 않는다. 자신을 내보이지 않으려 한것이다. 누구 하나 마음터놓고 살지도 않을 뿐더라 가까운 가족에게도 무심하게 대하는 백인 교수의 모습이 보였다.

 

 

내가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게 하나 있다면 포기하는 겁니다. 나는 그게 나를 끝까지 가게 해줄 거라고 봐요. 나는 거기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내가 믿었던 것들은 아주 약한거였지요. 이미 말했다시피 말입니다. 그것들은 오래 남아있지 않을 거고, 나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그게 내가 결정을 내린 진짜 이유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보다 깊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상실에는 익숙해질 수 있거든요. 익숙해져야만 하고요.  (126페이지)

 

  사회가 발달하면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보다 개인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누군가와 소통없이 혼자서 살아간다는 것은 이런 우울을 야기하기도 한다. 살아갈 이유를 잃는다는 것, 슬프다. 지성으로 대변되는 교수지만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는 백. 그런 그에게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려는 흑의 노력이 보이지만 그는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았다. 무無의 희망만을 가지고 있는 백. 그를 어떻게 유洧의 세계로 이끌 것인가. 하느님을 향한 흑의 독백에 못내 가슴아프다.

 

  짧은 소설임에도 소설에서 내포하는 것은 커다랗다. 흑인과 백인, 지성을 겸비한 교수와 낮은 자리에 있는 목사,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이에게 건네는 진심어린 대화. 이 모든 것에도 뛰쳐나가려는 삶을 포기한 남자. 나이가 들기 때문일까. 어렵다고 생각했던 코맥 매카시의 소설이 가슴이 와닿는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 좁은 방에서의 두 남자의 대화를 읽어가면서 삶과 죽음에 관한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은 무의미한 일은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의미가 있다. 삶의 의미가 없는 사람에게 어떠한 말을 해줘야 할까. 할만큼 했지만 자신의 말만 하고 가버린 남자에게 어떠한 말을 건네야 한단 말인가.

 

  삶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생각해본다. 아무리 삶이 고통스러워도 어떻게든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어떻게든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흑이 백의 마음을 돌리고자 했던 바를 잊지 말아야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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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시대
김경희 지음, 김세희 각본 / 21세기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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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먼저 보았다. 좋아하는 배우 신하균이 출연한 영화였고, 예고편에서 보았던 영화적 스토리는 애잔한 마음을 갖게 했다. 드라마 미생에서의 신예 강하늘과 연기파 액션배우 장혁이 출연한 영화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책을 먼저 읽었으면 영화를 이해하는데 더 좋았겠지만, 어쨌든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나중에 읽게 되었다.

 

 

  책은 영화의 시나리오를 소설로 다시 쓴 글이었다. 영화와 다른 스토리, 즉 소설이 먼저 나오고, 소설 원작을 영화화 한게 아닌 영화 시나리오를 보고 소설로 만든 작품같았다. 얼마전 TV에서 「정도전」이라는 드라마를 방영할때 고려의 마지막과 조선 개국에 대한 스토리 때문에 챙겨보았었다. 드라마에서 주축을 이루었던 인물이 정도전, 이성계, 이성계의 아들 5남 이방원, 정몽주 등이었다. 이방원이 조선을 개국할때 큰 역할을 했었고, 조선을 개국하고 나서도 얼마간 개국공신으로서 대접받지 않을까 했었다. 하지만 정도전은 이방원의 권력에 대한 욕망을 미리 알아보고 태조 이성계의 아들 8남 이방석을 세자로 삼았다. 이에 격분한 정안군 이방원의 욕망과 김민재의 대결, 즉 정도전의 사위인 김민재 장군의 숙명과 사랑을 다룬 내용이다.  

 

 

 

 

   영화의 스토리를 그대로 따라가기 때문에 책은 쉽게 읽혔다. 책을 읽으며 영화속 인물이 그대로 대입되었고, 대사 또한 그대로였기에 술술 읽혔다. 조선의 개국, 격동의 시대에 정안권 이방원과정도전의 사위인 김민재, 경순 공주의 남편이자 김민재의 아들인 부마 진은 모두 한 여자와 얽혔다. 자신의 복수를 위해 자신에게 다가온 사랑을 미처 알지 못했던 한 여인의 기구한 운명. 여자에 대한 욕망 때문에 강상죄를 저지르고 만 남자, 아무런 욕심없이 한 여자를 깊이 사랑했던 순수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가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아무래도 여배우가 세 남자와 베드신을 했다는 기사때문에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 반감되기도 하고, 어떤 스토리길래 하는 호기심이 생긴것도 사실이었다. 왠지 내가 기대했던 내용, 즉 권력 투쟁에 한 복판에 선 김민재의 강력한 남자다운 습을 기대했지만, 실상은 권력 투쟁에서도 한 여자를 지키고자 했던 한 남자의 순수한 욕망을 그린 이야기일뿐이었다.  

 

 

 

  제목때문에라도 이디스 워튼의  『순수의 시대』라는 소설과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순수의 시대」의 아름다운 장면들과 내용을 기대했을 수도 있다. 아무런 기대없이 봐야 하지만 너무 큰 기대는 실망을 낳는 법. 소설도 영화도 기대 이상의 작품은 아니었지만 신하균의 연기는 볼만했다.

 

  조선시대의 역사속 인물을 다루는 소설이나 영화는 늘 단골소재이다. 아무리 읽어도 질리지 않고, 다양한 시각으로 나타내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것 같다. 김민재라는 허구의 인물을 내세워 정도전과 이방원의 대결, 권력에 대한 욕망때문에 어떻게 사람을 이용하는지 알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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