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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너리 오코너 - 오르는 것은 모두 한데 모인다 외 30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12
플래너리 오코너 지음, 고정아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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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인터넷 서점 메인에서 오랫동안 이 책이 올려져 있어서 저절로 이 책에 대한 관심을 가졌다. 『플래너리 오코너』라는 소설은 어떤 소설일까 내심 궁금했고, 작가의 이름은 눈여겨 보지 않은것 같다. 작품을 받고서야 이 책이 작가 플래너리 오코너 단편소설선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플래너리 오코너라는 작가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이처럼 많은 단편 소설을 많이 써냈던 작가인가 싶었다. 얼마전에 노벨문학상 수상을 했던 미국의 단편작가 앨리스 먼로 외에 새로 알게 된 작가였다. 생소했지만 서른한 편의 단편을 읽는동안 작가 플래너리 오코너의 작품 세계를 조금은 알게 된것 같았다. 내가 플래너리 오코너의 작품세계를 알면 얼마나 알겠냐만 그래도 작품에서 느껴지는 게 있었다.

 

  책의 마지막 옮긴이의 글에서도 말했지만, 사실 대중들에게는 장편이 더 편하게 읽힌다. 소설의 내용을 읽느라 날밤을 새우기도 하고 더한 감동을 받기도 하는 것이 장편소설이다. 그에 반해 단편 소설은 내용이 짧지만 함축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자칫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수도 생긴다. 그래서 단편이 어렵다고도 하고, 단편 리뷰 쓰기는 굉장히 힘들다. 여러 편의 단편에 대해 읽고 그에 대한 감상을 쓰는게 마음이 자꾸 흐트려지기도 해 늘 어려운 부분이 단편소설 리뷰쓰기다.

 

  『플래너리 오코너』 또한 마찬가지였다. 31편의 단편. 739페이지에 달하는 두께에 읽기 전부터 지레 질리기부터 했다. 장편이라면 반겼겠지만, 단편이라는 것 때문에 부담이 작용했던 것이다. 작품 속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주된 단어는 검둥이, 농장, 종교, 뿌리깊은 삶에 대한 성찰이었다. 이는 작가가 살았던 미국 남부지방의 모습들에서 만날 수 있는 것들이었다. 농장을 꾸려나가는데 있어 일하는 사람을 부렸던 삶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남편을 잃고 여자 혼자 힘으로 농장을 꾸려나가야 할때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이마저 없으면 농장이 어떻게 될까 알수 없어 할수 없이 사람을 써야만 했던 이들의 고충이 보였다.

 

  일년내내 꽃을 피우는 제라늄 화분이 발코니에 몇개 있다. 흰색, 분홍색, 빨간색의 꽃을 계절에 상관없이 볼 수 있어 좋아하는 화분이기도 하다. 플래너리 오코너의 단편 중 첫 작품의 제목은 「제라늄」 이다. 딸과 함께 살기 위해 뉴욕으로 건너온 한 영감이 아파트 건너편의 제라늄을 간절히 기다리며 시골 생활을 그리워한다는 이야기였다. 누구에게나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사물이 있다. 비록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고향에서 제라늄을 잘 키웠던 이, 사냥을 함께했던 이들을 떠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좋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묻는 이야기도 있다. 좋은 사람이란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도움을 주는 사람, 정도가 아닐까. 어떤 것에도 내 편일것 같은 사람. 플래너리 오코너는 '좋은 사람'에 대해 이야기한다. 「좋은 사람은 드물다」와 「좋은 시골 사람들」은 어쩌면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먼저  「좋은 사람은 드물다」를 보자면 플로리다에 여행을 떠나고 싶지 않았던 할머니가 있다. 할머니는 아들에게 여행을 포기하게 하려고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가족들과 여행을 떠났다 사고를 당했다. 가족들에게 온 남자들. 그들은 부적응자들이었다. 그들에게 좋은 사람이라고, 좋은 가문의 출신 사람같다고 말해보지만 그들은 총을 가지고 있었다. 또 하나의 단편 「좋은 시골 사람들」에서는 다리가 불편해 의족을 하고 있는 딸 조이와 함께 생활하는 프리먼 부인의 농장에 성경 책을 팔러온 청년이 있었다. 자신을 시골사람이라고 하자, 프리먼 부인은 '좋은 시골 사람은 세상의 소금이에요!'(377페이지) 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 시골 사람이면 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프리먼 부인과 딸 조이에게 그 남자는 어떻게 했을까. 좋은 시골 사람의 모습을 보여줬던가.

 

 

 

  우리도 때론 프리먼 부인처럼 시골 사람들(시골 출신의 사람들)은 다 좋은 사람들만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대체적으로 선량한 사람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고, 시골 인심은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깊게 자리한 것 같다. 그런 것을 이용하는 남자들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소설들이었다. 자신과 가족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당신은 좋은 사람이라고 말해보는 것, 시골 출신이라고 뜨내기 청년에게도 믿을 수 있는 것을 여지없이 깨버리는 소설이었다. 우리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 이가 끝까지 좋은 사람이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하지만 작가는 프리먼 부인의 입을 빌려 그 다음 이야길 한다. '게다가 우리는 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살아요. 세상에는 온갖 종류의 사람이 있는 법이에요. 그게 인생이에요!. (377페이지) 프리먼 부인이 자신이 한 이 말을 더 일찍 깨달았으면.

 

  잘못된 생각으로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편도 있다. 「절름발이가 먼저 올 것이다」 같은 경우다. 스스로의 공허를 채워넣기 위해 선행을 욱여넣어, 정작 자신의 아들은 돌보지 아니하고 감옥에 갇혔던 소년을 선도하고자 했다. 그 일이 자신이 해야 할일, 자기에 대한 위로였던 것. 미국 남부지방을 배경으로 한 작품속에서 종교적인 갈등과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들에 대한 삶의 성찰을 바라볼 수 있었다. 

 

  긴 단편 만큼 책을 읽는 시간이 오래 걸렸고, 그로 인한 서른한 편의 단편 때문에 머릿속에 꽤 복잡해져 있었다. 시간이 지난다음 다시 읽어보면 플래너리 오코너란 작가에 대해 좀더 알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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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권수연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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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가 들수록 과거의 기억들이 또렷이 떠오르는 걸 발견한다. 나는 제법 기억력이 좋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내가 기억하는 네 살 적에 있었던 일까지도 또렷하게 기억하는 편이다. 시골에서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던 기억들. 명절이면 친구들과 한복을 입으며 강강술래를 하던 일. 보름날이면 친구들과 모여 나물과 밥을 비벼 먹던 일. 그리고 고민 있을때마다 꾸던 꿈에서 나오던 내가 살았던 시골길. 그 길을 걷던 나. 잊혀질 만도 한데 마치 그림을 펼쳐놓은 것처럼 그대로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그때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데도 이상하게 기억속에 남아있다.

 

  사십이 넘은 지금. 이십대, 삼십대에서는 정신없이 삶을 사느라 현재의 시간을 중요시하고 미래의 시간만을 위해 살았던 것도 같다. 과거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탓이기도 하다. 지금의 나. 사십대의 나이에 적응을 하다보니 이제 삶의 여유가 생겼다. 다른 이를 위해 살기 보다는 나를 위해 살수 있는, 내 삶의 여유가 생겼다. 여기서 삶의 여유라는 건 경제적인 것보다는 마음의 여유라고 해야 더 옳다. 삶의 중반을 넘어선 지금의 나를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겨 사십대가 싫지만은 않다. 받아들이기 힘들기만 했던 사십대에도 나는 친구처럼 함께 하는 여유가 생겼다. 나이들어 좋은 점, 이런 것도 있구나 싶다.

 

  2014년 스웨덴 한림원이 발표한 노벨문학상의 작가 파트릭 모디아노의 책을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처음에 읽은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를 읽고 난뒤 꽤 오랜만에 그의 작품을 다시 만난 것이다. 『지평』이란 제목이다. '지평'하면 떠오르는 것은 평야의 끝, 지평선이 먼저 떠오른다. 파트릭 모디아노는 이러한 지평을 과거의 삶과 현재의 삶에서 미래를 이끌어주는 지평이라는 제목을 택했다. 짧다면 짧지만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우리의 삶에서 과거의 기억은 우리가 살아온 발자취이다. 과거가 있었기에 현재의 자신도 있는 것. 희미해진 과거의 기억속의 사람이 문득 생각나는 것. 그 기억을 붙잡을 단어 하나, 사람의 이름 하나에도 반가움이 들것이다.  

 

  그렇다. 이 책은 현재 60대를 살아가는 한 남자가 영원히 불가사의로 남을지도 모를 기억의 파편들을 바라보는 이야기이다. 젊었을 적의 일화들을 생각해본다. 머릿속에 떠올려보지만 이어지지 못하고 끊겨버리고 만다. 검정 몰스킨 수첩을 옷 안주머니에 담고 다니며 메모를 하기 시작한다. 갑자기 깜박거리며 떠올랐던 기억을 수첩을 찾아 메모하는 한 남자의 모습이 보인다. 아직 육십이 되어보지 못한 나는 상상이 안가지만, 지금의 나도 가끔씩 확연했던 누군가의 이름들이 머릿속에서 맴돌기만 하고 나오지 않을때의 느낌과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는 생의 한 교차로에, 보다 정확하게는 미래를 향해 도약할 수 있는 한 경계에 도달한 느낌이었다. 처음으로 그의 머릿속에 그 단어가 떠올랐다. 미래. 그리고 또하나의 단어, 지평. 그 시절의 저녁, 그 구역의 조용하고 텅 빈 거리들은 모두 미래와 지평으로 통하는 탈주로였다. (91페이지) 

 

  기억을 잊는다는 것. 슬프다. 내가 누군가의 기억속에서 잊혀진다는 것보다 더 슬픈 일이 나의 기억을 잊는 일일 것이다. 보스망스가 수첩속에서 발견한 이름, 메로베. 이 사람이 누구일까, 아무리 기억속을 더듬어봐도 누군가의 성인지 이름인지 헷갈리기만 했다. 하지만 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그가 누구인지 떠올랐다. 보스망스와 함께 프랑스 파리에서 젊음의 짧은 시간을 함께 했던 마르가레트 르 코즈와 함께 사무실을 썼던 남자였다. 이제 마르가레트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파리의 기차역에서 우연히 만났던 여자였다. 마르가레트는 어떤 사연인지 몰라도 한 남자를 만나게 될까봐 두려워했고, 보스망스 또한 폭력적인 어머니를 피해 도망치는 중이었다. 열등감과 두려움을 공존한 이들은 파리의 짧은 시간을 함께 했다. 그래서 그녀에 대한 기억이 반가웠는지도 모른다. 그가 기억하던 마르가레트와의 파리의 거리는 지금의 베를린의 거리와는 또다른 거리였다. 파리의 거리는 두려워하던 것들로부터의 피하고자 하는 거리, 미래를 꿈꾸었던 거리였다면, 미래가 현실이 된 지금은 과거의 기억, 기억속의 파편들을 생각하는 거리였다.

 

그래, 우리는, 마르가레트와 나는 끊임없이 밤기차를 탔던 것 같다. 그래서 우리의 그 시절은 가다 서다를 반복했고, 혼란스러웠고, 서로 아무런 연관 없는 무수한 짧은 장면드로 뚝뚝 끊겼다. (163페이지)

 

  이 부분을 읽는데 문득 스무살 시절에 밤기차를 탔던 일들이 생각난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기 위해 탔던 밤기차. 창밖을 내다보면 보이는 것이라곤 까만 어둠만 가득했던 그때. 누군가를 만난다는 설렘으로 밤시간을 견뎠던 그때. 아마 지금 그렇게 하라고 하면 혼자서 밤기차를 타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 시간들이 너무 길게 느껴질 것이므로. 그때는 그 시간도 금방 흘러갔다. 마치 젊음의 시간이 빠르게 흐르듯, 그때 밤기차를 탔던 그 시간들은 아주 짧았다. 보스망스가 마르가레트와 보냈던 파리에서의 짧은 시간을 사십 년이 지나서야 기억을 했듯. 아주 찰나의 시간이었다. 이제 다시 마르가레트를 만날지도 모른다. 먼 훗날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잃어버렸던 옛사랑을 만날 수도 있는 것이다. 그가 꿈꾸었던 미래는 결국 오늘이 되어 돌아왔다. 비슷한 거리에서, 비슷한 모습으로 찾아왔다.  

 

  파트릭 모디아노의 소설은 잔잔한 파문을 일게 한다. 이런 그의 소설이 좋은 건 비단 나뿐일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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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일의 계약 세트 - 전2권
김진영(카스티엘) 지음 / 청어람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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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누누이 판타지문학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해왔고 실제로도 그렇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최근에 여러 판타지문학을 읽으며 그건 내가 그냥 우기는 말이었음을 알게 됐다. 사실 우리가 꿈꾸는 사랑이야기도 다 판타지가 아니던가.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상상, 멋진 남자가 내게 왔으면 하는 상상, 내가 실제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모든 상상이 다 판타지였음을 이제야 느껴본다. 나는 지극히 현실적인 인간이라 생각했지만, 이처럼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도 알고보면 나는 늘 판타지를 꿈꾸고 있었던 것임을 이제는 알겠다. 

 

  얼마전에 우리나라에서 대히트한 드라마가 있었다. 아마 많은 여성 팬들이 보았던 드라마, 여자들이 원하는 남자였던 도민준 씨가 나왔던  《별에서 온 그대》라는 드라마였다. 시공을 뛰어넘은 사랑, 오래전에 알았던 소녀가 훗날 그녀였음을 알아보고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는 이야기. 그녀가 위험에 처해있으면 한달음에 날아와 그녀를 구했던 것이며, 차갑게 이야기하는 듯 했지만 그녀에 대한 마음을 숨길수 없어 그녀 곁을 맴돌았던 도민준 씨의 이야기 말이다. 다른 모든 약속을 뒤로하고 드라마 할 시간만 간절하게 기다렸던 시간이기도 했다. 

 

  이것 뿐만 아니라 소녀들의 꿈이 소설로 나와 영화로도 개봉되었던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있었다. 그 전까지는 인간이 뱀파이어와 사랑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야기속의 뱀파이어는 그저 인간의 피를 강렬히 원하고, 피를 취하기 위해 여자의 가느라단 목을 깨물고 그녀를 죽음에까지 몰고 갔었던게 과거의 뱀파이어였다. 하지만  《트와일라잇》에서 뱀파이어 에드워드는 벨라를 사랑하게 되었고, 그녀에게서 풍겨나오는 향긋한 피냄새에도 그녀에 대한 사랑으로 이겨낼 수 있었던 남자였다. 소녀들은 에드워드에게 열광했고, 나같은 아줌마들은 오그라들면서도 한 여자를 위하는 에드워드의 사랑에 얼굴을 붉힐 수 밖에 없었다. 

 

  『나의 아내 박효남』을 통해 알았던 김진영 작가는 이번 작품  『천일의 계약』에서 뱀파이어인 남자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내가 본  『천일의 계약』에서의 주인공 콴 그레고리 루이스는 도민준 씨와 에드워드를 합한 남자였다. 아름다운 외모, 창백한 피부, 길다란 기럭지, 여자 주인공 현서에 대한 향긋한 피냄새를 피해 차가운 성격을 드러내는 남자였다. 다만 현서가 어린 탓에, 또한 콴이 현서를 만나게 되는 과정들을 담은 이야기라 벨라를 사랑하는 에드워드 만큼의 애정표현은 없었다. 나는 그게 안타까울 뿐.

 

 

 

  이 소설은 작가가 네이버에 연재한 웹소설이다. 그래서 표지도 웹소설 다운 만화같은 인물을 표지로 썼다. 연재글로 읽지 않았지만, 꽤 인기를 얻었던 작품이라고 알고 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글을 읽기에 일반 소설에서보다는 애정표현을 삼갔는지도 모른다.  

 

  사실 뱀파이어와 인간의 사랑을 다루는 이야기가 전에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많은 인기를 누렸음에 이 작품이 식상할 수도 있었다. 뻔한 이야기, 뻔한 결말을 예상할 수 있음에도 두 권이나 되는 이 책을 놓을 수 없었던 건 작가가 풀어가는 방식이 싫지 않았기 때문이다. 로맨스가 좀 약하긴 했다. 어린 소녀들이 일러스트와 함께 보며 더 열광했을테지만, 나 같은 성인 여자가 이 책을 읽기에는 로맨틱한 장면이 좀더 많아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던 것이다. 하긴 소설속 주인공 이현서의 나이가 겨우 열여덟살 정도이니 콴은 현서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키스를 함부로 할 수도 없었을 것이고, 다른 무언가를 할 수도 없었을것이다.

 

  그리고 이 작품을 읽으며 느낀건데 아저씨라고 부르는 기간이 너무 길면 더이상의 진도를 나가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책을 읽는 나도 현서가 자꾸 아저씨 아저씨 하는데 왠지 더 어린 소녀로 느껴졌다. 7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 스물다섯 살의 성인이 된 현서와 콴에서 요한으로 새롭게 태어난 그들의 사랑이 좀 많은 부분을 차지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3인칭 소설이지만 거의 현서가 콴을 바라보는 마음이 많이 드러나서, 현서에게 끌리는 콴의 마음을 더 나타냈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도 했다. 이건 내 개인적인 견해일뿐.

 

 

 

  잔잔한 소설이며, 막힘없이 읽어진다. 두 권의 책이지만 길게 느껴지지도 않고. 사실 결말이라고 할 수 있는 에필로그 부분이 더 길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프롤로그와 연결된 에필로그였으면 더 좋았을걸 하는 바람도 있었고. 햇볕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날 평상에 누워 낮잠을 자다가 꾸었던 꿈 같았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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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례 이야기 1 - 개정증보판
지수현 지음 / 테라스북(Terrace Book)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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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현 작가의 이름은 드라마 <내이름은 김삼순> 때문에 아마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은 작가이다. 작가의 새 작품이 나오면 챙겨보는 작가이기도 하다. 작가가 새 작품을 냈다. 1943년대의 격동기. 그 시대에 열네 살의 어린 나이로 결혼을 하고 시집을 가 조금씩 조금씩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우리가 현재에 있어서인가.
나는 일제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을 보면 이상하게 안타까운 마음이 더 들었다. 1943년이면 곧 일본으로부터 곧 해방이 될테고 또 몇 년 뒤 한국전쟁이 일어나는 시기여서 아무리 사랑하는 이야기라지만 피난을 가고 어쩌면 죽을지도 모르는 세상에 있다는 것에 대한 마음 말이다. 그 피난을 하는 동안 사랑은 둘째치고 살아남기도 힘들었을 세상에 있었을 주인공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역사를 알고 있는 이의 그런 마음.


지수현의 『내이름은 김삼순』이 빵을 좋아하는 여자 이야기였다면, 이 작품 『쌀례 이야기』는 평생 쌀알 떨어지는 일 없이 살라며 할아버지로부터 '쌀례'라고 불리운 쌀례의 '밥'에 대한 이야기이다. 먼저 빵을 보자면, 우리 나라에서는 끼니 보다는 간식의 이미지가 더 크다. 그와는 달리 쌀로 만든 '밥'은 우리에게는 아주 오래전부터 없어서는 안될 주식이요, 밥을 먹지 못해서 굶어 죽기도 했던 간절함 같은 거다. 그래서 밥에 대한 이 이야기는 어려웠고 힘들었던 일제 시대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밥'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예전에 어르신들을 만나면 '진지 드셨어요?'라는 말을 많이 했고, 친구들을 만나면 '밥 먹었냐?' 라든지 '언제 밥 한 번 먹자.' 이런 말들을 하고는 한다. 돌아가신 분한테는 시쳇말로 '밥 숟갈 놓았다'라는 말까지 할 정도다. 집안에서 누군가가 아주 멀리로 출타했을때 어디 가서라도 밥 굶지 말라고 우리 어머니들은 따뜻한 아랫목에 밥 한 그릇을 퍼 담아 이불 속에 담아놓기도 했다.  그만큼 우리에겐 '밥'이란 귀한 것이고 또 힘든 시기를 상징하기도 했던 말이다. 


열네 살의 어린 나이로 꽃가마가 아닌 기차를 타고 얼굴도 모르는 이에게 시집가야 했던 쌀례의 이야기. 경성제대 법학부에 다니는 얼굴이 하얗고 훤칠한 신랑 한선재의 무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에게 온통 한 마음을 품었던 쌀례. 쌀례를 구해준 인연으로 선재네의 머슴을 살던 거렁뱅이 찬경의 울분을 이해하고 찬경을 위해, 선재를 위해 마음을 다하였던 쌀례의 이야기.  이들 세 사람의 애틋한 이야기.


책에서 나는 어느 주인공보다 찬경이 애틋하였다.
찬경의 모든 사정을 알아서인지 무엇이라도 뺏고 싶었고, 갖고 싶었던 건 미웠던 선재의 것이기에 더 애틋하였던 찬경에게 마음이 더 쓰였다.  어느 누구보다 소중했고 지켜주고 싶어했던 찬경이 누구라도 만나서 조금이라도 행복하길 기도했다. TV의 시대극을 보는 느낌으로 이 책을 보았던 것 같다. 그리고 선재가 쌀례에게 받아쓰기 시험 문제로 들려주었던 한용운의 '님의 침묵'이 이렇게도 아름다운 사랑의 시로 보일수도 있구나 하고 시의 아름다움을 새삼 느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다시 한용운 님의 옛시들을 찾아 읽어보지 않을까 싶다.


책을 읽으며 늘 만나는 사람에게 '밥은 먹었느냐'고 물었던 쌀례의 말처럼 나는 이 책은 갓 지은 밥 냄새의 그 구수함이 풍겼다. 쌀알을 깨물때의 그 구수함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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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몸과 마음을 위한 책을 만드는 판미동 입니다.

2015 판미동의 처음이자 마지막 소설  『영원의 수업』 이 출간될 예정입니다.

가장 먼저 이 소설을 만나보고 싶은 분들의 많은 신청 부탁드립니다^^

전 세계 2천만 명을 울린 작가 수산나 타마로가 전하는 '삶의 연금술' 

"누구나 절망에서 자신의 삶을 돌려세워야 할 때가 찾아온다."



 

이벤트 참여방법

 

1. 모집 기간: 2월 9일 ~ 12일 / 당첨자 발표 : 2월 13일

도서 발송 예정일 : 2월 16일

 

2. 모집인원: 10명


3. 참여방법
1. 이벤트 페이지를 스크랩 한다.(필수)
-이 책을 읽고 싶은 이유와 스크랩 주소를 댓글로 남기면 끝!


4. 당첨되신 분은 꼭 지켜주세요.

- 도서 수령 후, 10일 이내에 '알라딘 블로그'에 도서 리뷰를 꼭 올려주세요.

(미서평시 서평단 선정에서 제외됩니다) 

 

 


<짧은 책소개>

어릴 적 외형에 감춰진 세상을 들여다보며 삶의 신비와 소통을 하던 주인공 마테오는 성인이 되면서 점차 타자에 의해 정의된 삶을 살기 시작한다. 그런 그가 소소한 평화와 행복을 꾸려갈 수 있었던 건, 삶의 진실에 눈을 닫지 않았던 아내 노라 덕분이었다. 그러나 한순간의 사고로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잃어버린 마테오는 자신을 놓아버리고, 15년간 무너진 삶의 언저리를 떠돌며 절망의 한 귀퉁이에서 끝나지 않는 질문을 던진다.


그의 이러한 외침은 오늘날 우리가 삶의 한가운데서 던지는 질문과 닮아 있다. ‘삶은 얼마나 많은 고통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이 고통은 언제 끝나는가?’, ‘신은 누구이며 어디에 존재인가?’, ‘내가 가야 할 길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 결국 마테오는 마지막까지 자신을 걱정하며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의 유서를 손에 쥐고 삶이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다시 일어나 걷기 시작한다.

 

『영원의 수업』은 답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마테오의 삶을 통해서 어떻게 삶을 마주해야 하는지, 그러기 위해서 삶에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를 어렴풋이나마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나는 종종 고독이 예민함을 가중시키는 건지, 아니면 예민함이 지나쳐서 고독을 선택하는 건지 스스로 물어보곤 하지. 나는 그 대답을 찾을 수가 없어.

 

어린 시절 난 걸핏하면 우는 울보였어. 불만이나 변덕 때문에 운 건 아니었어. 고통스러운 장면을 목격하고 그 이유를 알지 못해서 울었던 거지. 거지를 보거나 지팡이를 짚고 비틀비틀 걸어가는 구부정한 할머니를 보면 울었어. 이미 구더기가 끓고 거의 죽어 가는 어린 고양이를 봐도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껴 울었지.


눈물을 흘렸지만 이렇게 눈물을 흘린다는 것은 비밀이었어. 나는 지나치게 예민한 내 성격이 부끄러웠지.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어. 그리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자 수치심과 더불어 이상한 고독감을 느꼈어.


내 눈에 비친 광경을 다른 사람들은 보지 않는 듯했어. 그들의 시선은 형식, 그러니까 가난한 사람이나 노인, 죽어가는 고양이 같은 외형에 머물러 있었지. 그 생명들 뒤편에 숨겨진 의문이 그들 머릿속에는 떠오르지 않는 듯했어.' _『영원의 수업』52~53쪽


감동적인 서간 형식으로 써 내려간  『영원의 수업』은 생각지 못했던 삶의 변수로 인해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진 한 남자가 자연과 침묵 속에서 삶을 수긍하고 회복해가는 과정을 그려 낸다. 작가는 이를 통해 힘든 시간을 걷고 있는 이들에게 희망은 수긍 앞에 놓여 있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우리를 절망에서 다시 일어서게 만드는 삶의 경이로움이라고 속삭인다. 


 

■ 지은이  수산나 타마로 (Susanna Tamaro)

수산나 타마로는 1957년 이탈리아 트리에스테에서 태어났다. 로마 영화실험 센터에서 연출 공부를 하고 이후 10여 년 동안 텔레비전 방송국 과학 다큐멘터리 작가로 일했다. 이탈리아 영화감독 페데리코 펠리니가 ‘빨간머리 앤’이라 불렀던 그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지고 사랑받는 여류 작가 중 한 명이다. 작품으로는 『구름 속의 머리』(1989), 『어떤 사랑』(1991) 『마음 가는 대로』(1994), 『아니마 문디』(1997), 『마틸다에게』(2001), 『대답해주세요』(2001), 『엄마의 다락방』(2006), 『소나무 숲의 오두만』(2007), 『루이지토』(2008) 등이 있다.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놀랄 만한 성공을 거두었으며 특히 대표작인 『마음 가는 대로』는 토리노 도서전시회의 이탈리아 통일 150주년 기념식에서 이탈리아 역사상 “위대한 책” 150권 중의 한 권으로 선정되었다. 그런 그의 신작 『영원의 수업』은 『마음 가는 대로』를 통해 한 차례 선보였던 서간 형식의 가슴 저미는 가족 이야기의 또 다른 버전이다. 이야기 곳곳에 사랑과 슬픔, 삶에 대한 성찰이 보석처럼 드러나는 이 소설은 우리가 전혀 생각지 못한 곳에 인생의 신비와 경이로움이 숨어 있음을 알려 준다. 나아가 『영원의 수업』은 모든 것을 잃고 비틀거리던 주인공이 다시 일어나는 과정을 통해 현대인이 잃어버린 침묵과 수긍, 진정한 삶이란 무엇인지를 가르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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