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해줘
임경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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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에게 상처를 받을까 두려워 사랑하지 않는 이는 없다. 그 사랑이 상처가 되는 줄 알면서도 사랑속으로 빠져드는게 사랑이 아닐까. 그게 남녀간의 사랑이든,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이든. 어쩌면 사람들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며 살아가는 운명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우리 부모에게 상처받았던 것, 그것을 다 이해할 수는 없고, 그 상처를 표출할 수는 없었지만 현재까지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걸 상처라고 말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우리 부모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부모에게서 받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면서 은연중에 자식들에게 주었을수도 있었을 것이다. 상처는 상처로 대물림 되는 것인가.

 

『기억해줘』는 임경선의 첫번째 장편소설이다. 저자의 작품이 꽤 나온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는 이 소설로 임경선 작가를 처음 만났다. 첫느낌을 말하자면, 뭐랄까, 사랑은 처음부터 꼭 같이 해야지 사랑은 아니라는 것. 가족으로 묶이는 것과 가족으로 묶이지 않아도 사랑할 수 있다는 것. 사랑은 다른 사랑을 보듬을 수도 있다는 것. 내 사랑법과 맞지는 않지만, 이것은 한 나라에 머물러 있지 않은, 먼 시간을 거쳐와도 사랑했던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바라볼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달까.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 순간을 위해 사랑하는 것도 사랑의 한 방법이라는 것을 조금은 이해했다고 해야겠다.

 

내가 하는 사랑법이 다 옳지는 않다. 아무리 완벽한 사람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자신의 성격대로 완벽한 사랑을 할 수는 없다. 사랑하는 사람을 구속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자신의 상처를 내보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을까봐 무서워 상처를 받지 않은 척, 사랑에 쿨한 척 하겠다는 것이다. 책 속의 주인공인 해인도 그랬다. 사랑하는 유진이 자신의 화실에서 나갔다 다시 들어와도 아무런 말없이 가는 걸 지켜봤고, 훌쩍 시간이 지난 뒤 들어와도 막지 않았다. 이야기는 한 연인이 헤어지는 것부터 시작한다. 여자가 다른 사람에게 열정을 품은 사실을 알아버렸다. 짐을 싸서 나갔고, 해인은 뉴욕행 비행기에 오른다.

 

사족을 밝히자면, 많은 소설에서 해인이라는 이름은 여자로 인식되어졌다. 해인과 유진이라는 두 이름 중에서 나는 해인이 여자, 유진이 남자일거라 생각하고 책을 읽었다. 이름에 갖는 편견이었다. 자세히 집중해서 읽다보니 해인이 남자, 유진이 여자였다. 유진이 떠나간 뒤 해인은 가족일 때문에 미국의 뉴욕행 비행기에 오르면서 자신의 첫사랑, 아픈 사춘기를 보냈던 그 시간 속으로 젖어든다. 사랑해마지 않았던 안나와의 만남이었다. 백인들이 거의 거주하는 곳에서 유일한 한국인이었던 안나와 해인은 서로 의지하며 그 시절을 함께 보냈다.

 

 

기다림은 기쁨이다. 누군가 나를 만나러 온다는 것도 기쁘지만, 내가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부터가 이미 그 사람과 함께 있는 것만 같았다. 안나는 약속 시간 전에 미리 도착해 책을 읽으면서 기다리는 것을 순수하게 기쁨으로 느꼈다. 그런가 하면 뛰어가는게 기쁨인 남자아이도 있었다. 약속 시간에 늦은 것도 아닌데 항상 저만치부터 해인은 참 열심히도, 온 힘을 다해 뛰어왔다. 기다려준 사람에게 성의를 다하려는 것처럼. (81페이지)

 

 

뉴욕에서 자신이 머물렀던 거리를 걷고 있다가 해인은 안나를 우연히 다시 만났다. 십칠 년 만이었다. 빼빼 말랐고 까만색 눈망울이 유난히 컸던 안나는 이제 예전 안나 엄마의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왔고, 며칠을 같이 보내곤 했던 엄마의 모습을 때론 이해할 수 없었고, 어느 때는 인정하기도 했던 안나였다. 늘 엄마때문에 자신히 피해본다고 생각했지만, 그 시간들을 꿋꿋하게 이기려 했던 안나의 모습을 생각한 해인은 안나가 반가웠다. 해인 또한 사랑하는 엄마를 위해 상처를 받았음에도 그 상처를 가슴에 안고 있었을 뿐이었다. 서로의 상처를 알아보고 가까워졌던 두 사람은 상처때문에 멀어지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는 것을 소설에서는 보여주고 있었다.

 

어쩌면 사람들은 가장 사랑하는사람에게 상처 주는 운명을 떠안고 살아가는지도 몰라. (205페이지)

 

 

소설 속 주인공 해인과 해인의 엄마 혜진, 안나와 안나의 엄마 정인은 모두 사랑을 갈구했지만 자신이 받은 상처를 고스란히 자식들에게 물려줄 수 밖에 없는 이들이었다. 그럼에도 그 사랑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은 건 그들만의 사랑법이기 때문이다. 사랑 때문에 아파했지만, 자신이 살아가는 방법,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식에 대해 자신만의 방법을 깨우쳤기 때문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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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코 - 2014 제38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공간 3부작
김기창 지음 / 민음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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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느끼는 가을 바람이 제법 차갑다. 옷깃을 여미고 움츠려드는 건 어쩔수 없다. 나이가 들수록 가을 바람이 더 차갑게 느껴지고, 스산한 바람이 부는때면, 내가 인생을 어떻게 살아왔나 뒤돌아보곤 한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지만, 지나고보면 그때 좀더 열심히 살걸 하는 후회가 드는 건 어쩔수 없다. 다시 젊어질수도 없고,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젊음이 부러운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들수록 그런 감정이 들더라. 이런 느낌은 비단 나 뿐만 아닐것이다.

 

가을 바람처럼 스산한 마음이 들게 하는 책을 만났다. 민음사의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해 등단한 작가 김기창의 『모나코』란 작품이다. 가질만큼 재산도 가지고 있고, 넓은 집에서 여유롭게 살고 있는 노인이 있다. 노인에게는 청소도 해주고 음식도 해주며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동생처럼, 딸처럼 살갑게 챙기는 덕이라는 여자가 있다. 오랜 시간을 함께 돌보며 지내온 탓인지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기도 하다. 노인은 어느 날 산책중에 한 여자를 보았다. 미혼모로 수녀들이 머물고 있는 곳에 있는 진이라는 여자였다.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알수 없는 노인은 생애 마지막 사랑에 빠진 듯 하다. 진을 위해 저녁을 준비하고 진을 애타게 기다리는 노인의 모습은 이십대의 마음 못지않다.

 

노인이 되면 저절로 죽음을 준비하게 될까? 다가오는 죽음을 향해 비웃음을 날리지는 않을까. 돈이 많다고 해서 행복한 것은 아니다. 재산을 뚝 떼어 아들들에게 나눠주었지만, 아들들의 얼굴도 마주할 수 없다. 가사 도우미를 하는 덕이와 진을 애타게 바라보는 노인의 모습은 스산한 가을바람과도 같다. 흔히 혼자 고독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고독사'라고 한다. 노인의 고독사는 사회문제로 번지기까지 했다. 오늘 저녁에 죽을지도 모르는 노인, 어쩌면 내일까지 숨을 쉬며 살아있는게 행복일수도 있는 일임을 매일 깨닫는 일은 슬픔이기도 하다. 진에게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진을 바라보는 그 마음 하나로도 행복임을 알게 된 노인의 마음이 아프다.

 

 

 

가진 게 많은 노인답게 노인은 시니컬하다. 자신의 죽음에 대처하는 방법도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 있던듯 하다. 나는 아무것도 강요 안 할 거야. 약속도 할 수 없어. 너는 미혼모에 예의도 없고 바보 같아도 나는 지금이 늘 최대치고 한계야. (111페이지) 삶의 마지막에서야 살아갈 이유를 깨닫지만, 노인이 진이 원하는 것을 다 줄 수는 없었다. 얼마나 더 살 수 있느냐는 진의 질문에 내일 죽을거야 라는 말을 할수 밖에 없었다. 진과 함께 있는 오늘이 생의 가장 큰 기쁨이었음을. 진이 떠나고 난뒤 진을 잃어버렸음을 알고 목숨을 놓은 건 아니었는지.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모나코』는 그가 가고 싶었던 모나코의 한 카지노였다. 모든 돈을 잃어버릴수도 있는 곳이지만, 그곳에서 노인이 베팅한 것은 돈이 아니라 수명임을 상상했다. 쓸쓸히 죽어가는 노인은 책 속에서 이름도 없다. 나이도 확실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그저 스쳐지나가는 이웃의 노인들처럼 그저 한낱 이름없는 노인일 뿐이었다.

 

 

쓸쓸했다. 그럼에도 노인이 진과 혹은 덕이와 혹은 캐리어 할머니에게 말하는 모습은 과히 나쁘지 않았다. 시니컬하게 내뱉는 말투에서 우리는 슬며시 입가를 늘이기도 한다. 그에게 무언가를 주기보다는 받으려고만 했던 사람들의 이중적인 모습은 어쩌면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했다. 쓸쓸해진 마음때문에 마지막 책장을 덮어놓지 못했던 책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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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딸의 딸
최인호 지음, 최다혜 그림 / 여백(여백미디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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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친정아버지 생각이 났다. 자식들한테 그리 살갑게 대하신 분이 아니었는데, 맏이라 그런지 유난히 나를 예뻐하셨다는 아버지. 나는 그 사랑을 채 알기도 전에 결혼을 하게 되었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룰루랄라 신혼여행을 떠났는데, 떠난 빈 자리 때문에 몇날며칠을 우셨다는 아버지.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더 어른 스러운 삶을 살라고 떠나보내는 것이지만, 내가 부모가 되어 자식을 키워보니 부모에 대한 마음을 알겠다. 막 태어났을때 정신없이 키우다가, 한밤중에 열이 올라 응급실에 가서 밤을 새우고 출근하고 하면서, 우리 부모님도 나를 이렇게 키우셨겠지, 말씀은 하지 않으셨지만 어서 빨리 낫기를 기도하셨겠지, 하는 마음들을 이제는 안다.

 

 

아버지에게는 총 네 명의 자식이 있다. 맏이인 나를 비롯해 줄줄이 딸 셋에 마지막에 아들을 낳으셨지만, 막냇동생은 아직까지 장가를 가지 않아, 손자들이라고는 우리집 아이들 둘, 셋째 여동생이 나은 손주 녀석이 있어 달랑 셋 뿐인 손자를 가지셨다. 우리집 딸아이가 큰 아이라 유달리 이쁨을 받았다. 자식은 정신없이 키우고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손주가 이쁘다더니, 아버지는 아이의 울음소리도 들리지 못하게 하실 정도로 애정을 쏟으셨다. 손주들에 대한 사랑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아이들 보고 싶다고 전화를 하시고, 아이들과 통화해 용돈까지 부쳐주신다.

 

나도 나이가 더 들어 손자들을 보면 아버지처럼 하게 될까. 아이들이 성장하니 아주 어린 아이들이 이쁜것을 보면 아마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것 같다. 이 모든게 나이들어가는 증거려나. 지나가는 어린애들을 보면 그렇게 예쁠수가 없다. 나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더 예쁜것 같다. 아마도 이것은 우리가 돌아가지 못하는 유년시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많은 소설로 유명한 베스트셀러작가인 최인호의 작품을 많이 읽지는 않은 것 같다. 누군가의 말처럼 영화에 하도 많이 나오니까 읽었다고 생각한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니다. 생각해보니까 그의 작품을 몇 권 읽었다. 『유림』이나 『지구인』, 『제4의 제국』등을 읽었구나. 그의 영화속에서 나오는 여자 주인공인 '다혜'라는 이름이 작가의 딸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아마 다 알 것이다. 작가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시절부터 작가가 딸을 얼마나 많이 사랑했으면 딸의 이름을 작품속에서 사용할까, 많은 부러움을 안고 있었다.

 

책이 나오기 전부터 손녀딸을을 손녀딸이라고 부르기 보다는 '나의 딸의 딸'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길 좋아했던 작가는 작가의 딸에서부터 그 딸의 딸에 대한 사랑을 글로써 나타냈다. 침샘암으로 투병을 하고 있으면서도 마지막까지 딸의 딸에 대한 글을 쓸수 있기를 기도했던 그의 애정어린 마음들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딸이 처음 태어나던 날의 기억, 시간이 갈수록 자라오는 과정들에서 아빠로서 느꼈던 자부심과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작가의 딸이 딸을 낳았을때의 기쁨, 정신없이 키웠던 딸과는 다르게 어느 정도의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손녀딸을 바라보는 기쁨과 행복이 글 속에서 고스란히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이처럼 한없이 쏟아붓는 사랑을 받은 딸과 딸의 딸은 얼마나 행복했을까. 어느 누구도 이처럼 자식을 사랑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네가 걸어가는 길은 언제나 비 오고 눈 오고 바람이 불 것이다. 그것은 이 애비로서는 어쩌지 못한다. 네가 홀로 떠날 수 있을 때까지만 이 애비는 겨우 우산을 씌워줄 뿐. 우산으로 가릴 수 있는 비바람은 아주 조그만 부분일 뿐. 나머지는 너의 몫이다. (43페이지)

 

세상에 막 나왔을때부터 40년간의 딸에 대한 기록과 딸의 딸에 대한 12년간의 기록은 최인호 작가의 사랑에 대한 기록이다. 이토록 큰 애정을 가지고 있고, 애정을 표현한 사랑은 드물 것 같다. 최인호 작가의 글을 읽으며 작가의 딸과 딸의 딸은 무척 행복했겠구나.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사랑을 이토록 독차지 했었구나.

 

뒷부분을 읽을때는 작가가 투병을 했던 와중에도 딸의 딸을 위한 글을 쓰기 위해 고통을 참았을 것이라는 생각때문에 눈시울을 붉혔다. 자신의 마지막 시간을 아껴서라도 딸의 딸을 향한 사랑을 적어내려갔을 그의 고통이 생각나서이다. 리뷰를 쓰는 시간에도 다시 뭉클해졌다.

 

 

 

어린아이의 울음소리는 우리를 기쁘게 한다. 어린아이의 칭얼거리는 소리는 생명의 소리며, 어린 아이에게서 맡을 수 있는 향긋한 냄새는 천국에서 갓 배달되어온 화원花園의 꽃향기인 것이다. 어린아이를 안을 때 느끼는 그 포근함은 우리를 창조한 하느님의 품을 연상케하는 대리만족이며, 어린아이의 그 천진스런 눈망울과 표정은 분명히 존재하나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천사들과 천상의 언어로 대화하는 천상의 표정인 것이다. (239페이지)

 

사랑은 어쩌면 기록인것 같다. 사랑은 어쩌면 표현이다. 아직도 사랑한다는 말을 잘 하지 못한다. 부모님에게도 마찬가지고, 자식에게도 얼굴 보고 이야기 해본 게 손에 꼽을 정도다. 사랑한다는 말도 습관처럼 하면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을 최인호의 글에서 다시 알았다. 사랑하면 사랑한다도 표현해야겠다. 자꾸 딸들에게 무심하다고 뭐라고 하시는 아버지의 말씀을 그냥 흘려듣지 말아야겠다. 표현을 덜 하실 뿐 아버지도 우리를 최인호 작가만큼 사랑하셨을 것이라 생각한다.

 

 

스산한 바람이 분다. 딸들과 딸들의 딸과 아들들에 대한 사랑때문에 자주 전화를 하시고, 안부전화 잘 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는 아버지께 이번엔 내가 먼저 전화를 드려야겠다. 아이들에게도 할아버지에게 전화를 드리라 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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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초 짧은 일본여행을 앞두고 있다.

우리가 계획을 세운 것도 아니고 다른 단체에서 가는 여행에 따라가는 것인데도,

10년만에 여권을 새로 만들고, 여행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일본 여행을 해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진짜 가야겠다고 생각한 건,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일본편을 읽으면서부터이다.

 

신작이 나올때마다 예약구매해 기다리곤 하는데,

일본편 4편이 나왔다는 소식에 또 구매를 할 생각이다.

 

 

 

 

 

 

 

 

 

 

 

 

 

 

 마치 마약처럼 읽지 않고는 못배기는 심정이랄까.

 

 

아무래도 가을이 되다보니까 시집이나 신작 에세이가 나와 자주 읽고는 한다.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에세이는 김연수 작가의 「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소설보다는 에세이가 더 다정해, 그의 에세이를 더 읽어보자 생각하고 있는참에 신작 에세이가 나왔다. 「소설가의 일」이라는 에세이인데, 소설가로서 느끼는 감정들을 담은 책이 아닌가 싶다.

 

 

얼마전에  <안녕, 헤이즐>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불치병에 걸린 소년 소녀가 만나 사랑하는 이야기인데, 무척 통속적인 내용인데도 그들의 사랑에 울고 웃곤 했다. 영화 '안녕 헤이즐'의 원작자인 존 그린이 쓴 새로운 소설이 나왔다.

 

 

책을 보니까 새로운 신작도 십대의 사랑을 그린 것 같았다.

돌아간다면 다시 십대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사람들이 꽤 많을텐데, 우리가 다시 가지 못할 시절의 사랑을 상상하는 일이 즐겁다.

 

 

 

 

그외에 읽을, 읽고 싶은 소설과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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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심증후군
제스 로덴버그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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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을 당했다고 심장이 깨져 죽은 사람이 있다면 믿을수 있을까? 심장이 멈춘 것도 아니고 두 동강이 나 깨져 죽었다면.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트 모양을 반을 쪼개 간직하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사랑이 깨졌을때 하트 모양의 심장이 두 동강이 났다면. 아마 죽은 본인도, 가족이나 친구들도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제스 로덴버그의 『상심증후군』은 이렇듯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남자친구의 말에 심장이 깨져 죽어버린 한 소녀가 죽음의 5단계를 거치는 과정을 나타낸 작품이다. 이 소녀의 나이는 열여섯 살의 생일을 앞두었다. 자신의 어이없는 죽음을 바라보는 소녀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여기에서 '상심증후군'이라는 병명을 볼까. 상심증후군은 심리적으로 충격을 받아 생기는 증후군이라고 지식백과에 나와 있으며 이 병은 폐경 이후의 여성들이 더 발병률이 높다고 나와 있다. 더 세밀하게 들어가 보자면 상심증후군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 심장 능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가슴이 멎거나 찢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 질환이라고 한다.

 

책 속의 주인공 오브리 이건은 자신의 죽음을 믿을수 없다. 자신의 죽음 때문에 아파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힘들고, 학교 강당에서 열린 자신의 추도식에서 누워있는 자신을 바라보는 심정 또한 기가 막히고 사랑했던 친구들의 슬퍼하는 모습 또한 아프게 바라보고 있다. 자신을 죽게 한 전 남자친구 제이컵의 우울한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아프다.

 

하지만 자신을 죽게 만든 제이컵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왜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는지, 제이컵에게 자신외에 다른 누군가가 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브리의 베스트프렌드라고 믿었던 한 아이와 이야기하는 걸 보고 그 아이 때문에 그랬나 의심스러워 둘에게 복수하고 싶다. '천국 한조각'에서 알게 된 패트릭에게 도움을 청해 사고가 나게 만들게도 하는등 그들에게 위험을 가하기도 했다.

 

 

 

 

 

천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자신이 살았던 곳을 떠도는 브리는 사랑하는 가족들의 슬퍼하는 모습을 바라보는게 쉽지 않다. 자신을 죽게 만들었던 사람들을 용서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이승에서 자신을 사랑했던 사람들을 바라보고 그들 곁에서 있을수 있게 도와준 패트릭을 점점 사랑하게 되면서 브리는 죽음의 다섯 단계를 점점 밟아가고 있다. 아무리 슬픈 일이 있어도 우리는 그 과정을 견디듯이 열여섯 살의 브리도 자신이 죽은 후 다섯 단계의 감정을 거치며 점점 죽음과 이별에서 이겨내는 방법들을 배운 것이다.

 

 

죽음의 다섯 단계는 불치병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설명한 것이라고 한다.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의 다섯 단계가 이 소설에서는 죽음 이후에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나타냈다. 우리 또한 그럴 것 같다. 갑자기 사고로 내가 죽었다고 했을때, 이 다섯 단계를 거치게 될 것이다. 죽음 이후의 삶을 확신할 수는 없지만, 아마 이럴 수도 있겠다는 걸 알겠다.

 

사실 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때, 친구들에게 말하듯 들려주는 글에 죽은 소녀가 갑자기 깨어나거나 하는 글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다시 살아나 이것은 하룻밤 꿈이었다고, 다시 친구들과 웃고, 남자 친구 제이컵과 계속 사랑하는 사이일 것이고, 사랑하는 아빠 엄마와 남동생 잭의 슬픔을 보지 않아도 되는. 그런 밝은 내용의 소설을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다르게 브리는 깨어나지 않았으며, 죽음 이후의 삶에 점점 적응을 하게 된 것이다. 다섯 단계를 거치며 그곳에서 새로운 남자,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의 패트릭과도 사랑하게 되었다. 자신의 죽음을 바라보는 것에도, 아픔을 주었던 이에게도, 그들을 용서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운 것이다.

 

 

죽음 이후의 삶이 과연 있을까. 이런 생각을 가끔 하곤 하는데, 이 소설을 읽다보니 죽음 이후의 삶이 아주 아프지만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또다른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 자신이 사람들로부터 잊혀진다는 것이 조금 슬프기도 하겠지만,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브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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