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붓다의 십자가 - 전2권
김종록 지음 / 김영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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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휴가를 역사유적 탐방차원으로 강화도를 다녀왔다.

강화도에서 며칠 머물며, 고려 시대의 숨결을 느꼈고, 아픈 역사를 실감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의 방문으로 인해 강화도는 우리 역사를 이해하는 곳으로 새롭게 다가왔다.

 

이런 기억들과 함께 언젠가 TV에서 했던 드라마 '무신'으로 인해 몽골의 침략을 제대로 바라보았고, 노비출신으로 고려 무신정권 최고 권력자가 된 김준의 이야기를 보며, 고려 황제보다도 더한 권력을 누렸던 고려 무신정권의 역사를 알수 있었다. 

 

김종록의  『붓다의 십자가』는 드라마 '무신'의 시대적 배경과 일치한다.

몽골의 침략으로 집정 최이(최우)는 수도를 개경에서 강화도로 옮겼고, 그곳에서 대장경판을 새롭게 만들어 지금의 팔만대장경을 만든 인물이다. 『붓다의 십자가』는 팔만대장경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소설이다. 대장경을 새롭게 만들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함께 그들이 권력을 누리기 위해 했던 일들을 허구의 인물인 지밀 승정의 시선으로 우리를 이끌어가고 있었다.

 

강화도 선원사 대장도감, 대구 부인사의 초조대장경을 몽골군이 불태운후 대장경을 새롭게 쓰는 일을 하고 있는 지밀 승정. 스승 수기 도승통의 부름에 달려가 남해에서 올린 경판에 십자가의 문양이 새겨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지밀은 경판을 새겨 올린 김승이란 각수장이를 찾아 나선다. 남해의 각수마을에 들어선 순간, 의문의 회오리바람으로 지밀은 앞이 보이지 않게 되고, 같이 갔던 시자 인보 또한 며칠후 의문사 한다. 갑자기 눈이 보이지 않게 된 지밀은 인보의 죽음을 조사하려하고 그곳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된다.

 

 

 

 

책 속에서 불상 가운데 새겨진 십자가가 새겨져 있는데, 책을 읽으며 나는 기독교를 경교라 부른게 아니었나 했는데, 고대 동방기독교인 경교는 대진경교라고도 불리우며 불교와 기독교가 접목되어진 게 아닐까 싶었다. 불교가 석가모니의 말씀을 따르고, 경교가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는 것이니 이 모두는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고 신에 대한 믿음을 주는 것이겠다. 

 

왕이 백성을 버리고 강화도로 들어가 버리고, 백성들은 굶주리고, 의지할 곳이 없었다.

백성들이 굶주리는데 집정 최이의 비호를 받는 승려들은 호위소식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그들이 의지하는 건 예수의 말씀이었고, 모두가 평등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꿈꾸었다. 서방정토라 여겨진 김승 촌장이 이끄는 각수장이 마을에서 지밀은 그마저 그곳이 자신이 꿈꾸던 곳임을 느꼈던 것이다.

 

처음 책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때, 대장경에 예수란 이름이 있다는 말에, 작가의 상상력이 아닌가 했다. 붓다의 불상에 새겨진 십자가 또한 작가의 상상력이 빚어낸 산물이라 느꼈지만, 책 1권의 첫머리에 보면 그에 관련된 사진이 수록되어 있었다.

 

합천 해인사에 팔만대장경이 있고 세계문화유산이라는 것은 우리가 학교 다닐적부터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수학여행때에도 합천 해인사를 들렀던 것 같은데, 이 책을 읽고 나니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고려인들의 아픔과 나라를 잃고 싶지 않은 염원으로 새겨졌을 팔만대장경이 새롭게 보였다. 비록 최이가 자신들의 권력을 위해 그렇게 했을지라도 말이다. 우리는 이 책으로 인해 세계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을 새롭게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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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녀 펭귄클래식 56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지음, 곽명단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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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를 다시 읽는 일은 우리를 추억의 시간으로 안내한다.

우리가 꿈을 꾸었던 그 시간들, 동화속 이야기에 동화되어 우리는 많은 꿈을 꾸었다. 풍족하지 못한 삶을 나는 책속의 사라처럼 상상의 나래를 펴며 꿈을 꾸었었다. 내가 공주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들. 그런 달콤한 상상을 하느라 매일매일이 즐거웠다. 아마 많은 소녀들이 그러지 않았을까. 몇몇 이성적인 소녀들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소공녀』속 사라도 그런 소녀이다. 

처음엔 공주처럼 자신을 사랑해주는 아버지 크루 대위가 있었고, 아버지가 부자이기 때문에 많은 걸 누릴 수 있었다. 가진게 많은 소녀였어도 사람을 대할때 함부로 대하지 않고, 책을 많이 읽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고, 상상의 나래를 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재능이 있었다. 

 

크루 대위에 의해 민친 학교로 오게 된 일곱 살의 사라 크루는 돈이 많은 아버지때문에 민친 교장으로부터도 특별 대우를 받았다. 아빠는 다시 인도로 돌아갔고,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이야기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걸로 위안 삼았다. 열한 살의 생일날 공주처럼 성대한 생일 파티를 하던중 아빠가 사라에게 돈 한푼 남기지 못하고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전해져왔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민친 교장은 화려한 사라의 방을 빼앗고, 쥐가 들끓고 겨울을 견디기 힘든 다락방으로 옮기게 한다. 하룻밤 사이에 공주에서 하녀로 바뀌어버렸다.

 

춥고 배가 고프지만, 다락방에 있는 쥐에게도 멜기세덱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빵부스러기를 주던 마음씨 착한 소녀였다. 오래전에 읽을때도 마음 아팠지만 다시 읽어도 마음이 아픈 구절을 보자면, 빵집 앞에서 동전을 주워 빵을 샀지만, 자신보다 더 배고파 보이는 아이에게 여섯 개의 빵중에 다섯 개를 주고, 자신은 한 개의 빵만을 먹었을때이다. 코끝이 시큰해질정도로 감동적인 부분이었다. 배고픈 아이에게 자기보다 더 배고픈 아이가 보일리가 없는데도 사라는 따스한 마음을 가진 아이였다.  

 

 

오래전에 읽었던 이야기인데도 얼마전에 읽은 것처럼 내용이 자세하게 기억이 났다.

다락방 옆방에 사는 부엌데기 베키에게 친절하게 대해 주었던 일, 우연히 원숭이 때문에 알게 된 람 다스와의 인연도 그대로였다.  

 

어쩌면 내게 이런 시련이 닥친 건 나를 시험하기 위해서인지도 몰라.  (126페이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갑자기 경제적으로 어려울때 견디기 힘들어하는데, 사라는 자신에게 시련이 닥쳐 왔어도 그에 굴하지 않고, 힘겨운 상황을 상상력으로 이겨낸 것이다. 견디기 힘들 정도로 배가 고프고 추우면 자신이 공주라 생각하고, 힘겨운 시간들을 이겨내고자 한 것이다.  

 

우리에게 고통이 주어질때 절망하는 사람이 많은데, 사라는 절대 절망하지 않았다. 

자신을 버리지 않았고, 스스로 공주라고 생각하며 그렇게 행동했다. 우리가 이야기에 위안을 얻고자 책을 읽듯이, 힘겨울때마다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그 시간들을 견뎠던 사라였다. 이야기의 힘이 얼마나 큰 것인지 깨닫게 되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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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하트우드
케이트 디카밀로 지음, 김경미 옮김, 배그램 이바툴린 그림 / 비룡소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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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동화를 읽었다.

동화는 아이들만 읽는다는 편견을 버리자고 했지만, 내가 읽는 소설들에 밀려 동화책은 내 가까이에 놓아두지 않았다. 물론 동화를 좋아하긴 한다. 어렸을 때 읽었던 공주 시리즈나 공주 시리즈에 버금가는 소녀 취향의 동화는 늘 마음속에 남아있다. 비룡소에서  펴낸 하트우드 시리즈의 첫번째로 나온 이 책은 아이에서부터 어른을 위한 위안을 주는 성인을 위한 동화이다.

 

최근에 보는 드라마 중 유일하게 보는 드라마가 배우 김수현과 전지현이 나오는 '별에서 온 그대'이다. 약속이 있더라도 10시 까지는 집에 가자며 '우리의 도민준씨'를 봐야 한다고 말하곤 한다. 우리의 도민준씨, 조선시대 때부터 400년간 살아온 미남자다. 물론 드라마 제목처럼 별에서 온 사람으로, 영원한 생명을 가지고 있고, 위험에 처한 사람을 순간 이동하여 구할수도 있으며, 시간을 1분 정도 멈출수도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 남자가 이 책을 읽었다. 재미있게 보는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읽는 책은 곧바로 인터넷 서점 및 일반 서점에서도 상위 순위에 있게 마련이다.

 

이 책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도 드라마에서 먼저 알게 되어 궁금했던 책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난 후 너무도 감동적인 내용에 눈물을 흘리고는 많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어졌다. 이 책은 사랑하는 법을 새로 배우게 해주기 때문이다.

 

 

도자기로 만들어진 토끼이며, 토끼의 귀는 진짜 토끼의 털로 만들어졌고, 꼬리 또한 진짜 토끼털로 만들어진 인형이었다. 이 토끼는 에드워드 툴레인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으며, 도자기로 만든 토끼의 주인은 애벌린 툴레인이라는 어린 소녀였다. 에드워드는 애벌린의 할머니 펠리그리나에 의해 만들어졌고, 에드워드에게는 회중시계도 있었다. 에드워드는 애벌린에게 아주 특별한 사랑을 받고 있었다.

 

애벌린에게 아주 특별한 사랑을 받고 있었음에도 에드워드는 그 사랑을 마주하지 못했다. 그저 일상화된 받는 사랑에 익숙해져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받는 사랑에 너무 익숙해져 그 사랑을 마주 해주지 못하는 것처럼 에드워드는 사랑에 대해 잘 몰랐다. 펠리그리나 할머니도 그게 안타까웠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그토록 많았는데도 사랑이라는 것에 신경쓰지 않았던, 펠리그리나 할머니가 이야기해준 어느 공주처럼 말이다.

 

 

에드워드는 어떤 사정으로 애벌린과 헤어지게 되었고, 늙은 어부에 의해 바다에서 구해졌고 그의 아내 넬리로 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또한 개 루시에 의해 쓰레기더미에서 구해져 불과 함께 지냈고, 브라이스에 의해 사라에게까지 사랑을 받았다.

 

그토록 애벌린에게 사랑을 받았을때는 그 사랑을 알지 못했다. 아니 느끼지도 못했다. 애벌린이 하는 말을 귀담아 듣지도 않았지만, 몇사람에게서 사랑을 받는 동안 이제 에드워드는 사랑을 받아들이게 되었고 에드워드 또한 사랑을 알게 되었다.

 

 

 

 

사랑은 어쩌면 애처롭다. 또한 마음이 아프기까지 하다.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던 친구를 떠나보내기도 했고, 에드워드를 살리기 위해 에드워드를 버린 친구까지 있게 되면서 진정한 사랑을 깨달았던 것이다. 

 

누군가 올 거야. 누군가 널 위해 올거야.  (195페이지)

 

에드워드가 이처럼 간절하게 누군가를 기다려본적이 있었던가. 그 누군가가 자신에게 다가오기를, 펠리그리나 할머니의 말을 가슴깊이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는 너무 늦게야 사랑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그 시간이 늦었다 해도 결코 늦지 않을수도 있다. 마음속에 깊이 들어온 누군가를 간절히 기다리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 일이었다. 에드워드는 사랑하는 법을 다시 배워야 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의 삶은 고통스러운 일도 많고,  때로는 혹독하게 다가온다. 고통과 혹독한 삶을 헤쳐나가다보면 우리가 성큼 성장해 있듯, 사랑하는 법도 우리는 살면서 배워가는 것이다. 지금, 사랑하는 방법이 잘못 되지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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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하나뿐인 당신에게 - 영화심리학자 심영섭의 마음 에세이
심영섭 글.사진 / 페이퍼스토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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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심영섭은 영화평론가이다.

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신문의, 혹은 다른 매체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때 늘 이름이 보이곤 했던 영화평론가 심영섭. 나는 심영섭 영화 평론가가 좋다고 하는 영화면 고개를 끄덕였고, 그다지 마음에 들어오지 않는 영화라고 평하면 나도 영화보기 꺼려지곤 했다. 영화평론가 중에서 나에게는 그 무엇보다 영향력이 컸던 분이기도 하다.

 

그런 영화평론가 심영섭이 사실은 심리학자 였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예쁘장한 외모의 얼굴에 남자이름 같다며 혼자 웃었었는데, 이번 책을 보며 알게 된 사실은 자신이 지은 이름이란다. 처음 영화평론상 수상 당시 '심리학과 영화를 두루 섭렵했다' 라는 지녔다 했다.

 

아마도 이런 사항들이 나로 하여금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이 더해졌다. 또 내가 좋아하는 심리학과 영화를 매개로 한 글이 아니던가. 영화를 모티프로 하여 사람의 심리를 이야기하는 글이다. 더군다나 심리학자였던 만큼 심리상담을 하면서 상담을 했던 사람들이 가장 많이 물어온 인생에 대한 답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영화와 함께 우리의 삶에 대한 통찰을 할 수 있는 글이다. 영화 속 주인공들의 삶, 그들의 결정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 그렇게밖에 행동할 수 없었던 그 모든 것들이 우리 삶과 아주 많이 연결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겠지만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인 것들

 

타인들의 생각과 질문만을 대상으로 하는 글이 아닌 저자 심영섭의 진심이 들어가 있는 글이었다. 남편과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영화속 사람들의 심리, 자신의 심리를 말하여 책을 읽는 이로 하여금 그 글에 대해 공감하게 만들었다. 심리에 대한 글을 많이 읽었기 때문에 너무 전형적인 심리학만을 다룬 글은 읽는 재미가 떨어지게 마련인데,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영화와 결부하여 이야기하기 때문에 더 쉽게 다가선다. 예전에 보았던 영화에 대한 기억들이 떠오르고, 그에 관한 설명들을 읽으면서 '그랬구나' 하고 더 깊은 이해를 하게 되는 것이다.

 

 

 

 

사랑이란 내가 원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받아들여야 이루어지는 것임을. 가장 아프고 가장 간절한 연애가 아니라면, 이러한 통찰은 다가올 수조차 없는 법이다.  (105페이지) 보고 싶었으나 시간이 여의치 않아 보지 못했던 영화 '연애의 온도'를 말할 때의 대목이다. 누군가를 아무리 사랑하였어도 내 마음속에 있는 마음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보다는 감추고 상대방의 뜻에 따라 행동하다보면 상대방은 나의 마음을 알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다.

 

오래전 누군가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았을때 기억이 문득 떠오른다. 이별 통보를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그게 사실이 아니기를, 하룻밤 자고 나면 그 모든 일들이 꿈이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졌었다. 나는 누군가를 아주 많이 사랑하고 또 원했지만, 상대방이 받아들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이별이었다. 꼬박 하루를 앓아 눕고, 그 후로도 꽤 오랫동안 그 사람이 내게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기다림이었고, 아픈 상처로 남아있었다. 나 또한 그 상처로 인해 성큼 성장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저자는 이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겪으며 성숙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한다.

상처를 치유하고, 그 상처를 극복함으로써 우리는 우리의 삶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나를 두렵게 만드는 것, 나를 뒤흔드는 것도 실은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바로 내 안에 들어있는 스스로의 시선과 검열 때문이다. 그리고 지나친 자의식과 자기검열 속에는 타인에게 사랑받고 이쁨 받고 싶은 밑 마음, 혹은 다른 사람에게 미움 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173페이지)

 

영화 '미쓰 홍당무'에서 타인을 지나치게 의식하기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타인의 구미에 맞는 나, 바람직한 나를 연기하는 일은 이제 그만 두자고 말한다. 나를 보호하는 것도 나고, 이 세상에 하나뿐인 나를 사랑해야 하는 이도 나인 것이다. 타인에게 다 맞춰 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타인에게 무조건 친절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나의 삶을 이끌어 가는 것은 나이므로.  

 

나에게 아픔이 찾아올지라도 내가 헤쳐나가야 하기 때문에 우리 앞의 현실에 더 직시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 아픔을 겪으면서 우리는 한층 성숙해져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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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김유철 지음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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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꿈을 꾸었다. 꿈을 꾼 날 아침에는 소름이 끼쳐 한동안 불안할 정도였다.

아마 이 책을 오래도록 붙잡고 있어서 일까. 길다란 칼로 사람을 찌르는 소설의 내용 때문에 소름끼쳐 하면서 읽은 이 작품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꿈의 내용이 희미해졌지만 그때는 괜시리 불안했었다.

 

우리나라 작가의 추리소설을 읽은지가 꽤 된것 같다.

오래전에 읽은, 지금은 제목도 기억나지 않은 김성종 작가의 추리소설을 읽은게 다 였으니까. 물론 최근에 나온 추리소설 기법을 사용한 소설을 읽기는 했다. 추리소설하면 영미권이나 북유럽 소설이 강세를 이루고 있어서 아무래도 그쪽 소설을 더 많이 읽게 된다.

 

그런 우려를 갖고 읽은 책인데 생각보다 괜찮은 추리소설이었다.

다만 편집 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박형사가 나오는 단락에서 갑자기 추리소설 작가인 민성의 이름이 나열된 식이고, 박형사가 나오는 부분에서 갑자기 윤형사라는 이름이 들어있기도 한 이유 때문이었다. 이런 오타는 좀 피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들었다.

 

책 내용을 보자면, 주로 생리를 하는 여자들만으로 골라서 살인을 하는 연쇄살인범을 쫒는 이야기이다. 연쇄살인범을 쫒는 경찰서 직원들과 연쇄살인범을 주인공으로 하는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 작가가 쓴 추리소설대로 연쇄살인을 저지른다는 보고서를 써온 한 남자와 여동생이 실종되었다는 여대생이 주를 이루는 인물구조를 갖고 있다.

 

자신이 쓴 소설대로 연쇄살인이 벌어진다면 작가 입장에서도 꽤 두려울 것 같다.

이 책 속에서 작가 민성 역시 자신만의 방법으로 연쇄살인범을 쫓으려 하고, 자신이 12년전의 한 사고 때문에 기억상실을 겪었던 일과 연관성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 말이다. 연쇄살인범을 좇는 박형사 또한 집과 꽤 먼 곳에서 목이 잘린 채 살해당한 여대생 주변을 탐문하면서 여대생의 중학교 시절 과외 교사와 함께 아이들과 만들었던 모임과 그 모임을 이끌었던 김현 이라는 과외 선생을 찾으려 한다.

 

사건 해결을 위한 그들의 행동이 거듭될 수록 사건은 12년전에 일어났던 용호 농장에서의 화재 사건과 맞물리게 되는 것이다. 그곳에 얽혀있던 진실로 다가갈수록 마주하고 싶지 않은 사실과 맞딱뜨리게 되는데 소설은 아주 애매하게 끝이 났다. 

 

 

카라바조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있는 다윗>

 

책 속에서는 살인사건이 난 장면의 피해자의 모습을 보며 카라바조의 위 그림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있는 다윗>을 떠올렸다고 했다. 이 그림을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끔찍한 모습이다. 피해자가 발견될 때마다 목이 잘리는데 이런 의식을 거행했던 것이다. 

 

영미나 북유럽 소설에 비해 촘촘하게 짜여진 추리소설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짜릿함도 있었다. 우려했던 것보다 괜찮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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