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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야 지음 / 신영미디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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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최근에 가을이 되니 책을 말하는 이웃분들의 댓글에서 서야 작가의 『은행나무 장자』를 말하는 걸 보고 다시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모 연재 사이트에서 연재글로 읽고, 책이 나오자마자 구입해 몇번을 읽었는지 모른다. 몇 번을 읽어도 책은 읽을때마다 설레고 두근거렸었다. 로맨스를 말할때면 생각나는 몇 권의 책중 한 권이라,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에 부랴부랴 구입해 읽게 된 책이다. 하나의 작가에 꽂히면 작가의 신작이 나올때마다 꼭 구입해서 읽게 되는데 서야 작가의 책도 그 중의 하나이다.

 

그것은 내가 네게로 가는 길

이곳은 네가 내게로 오는 길

서로가 서로에게 향하는

 

이런 글귀가 써 있는 것에 더 혹했는지도 모르겠다.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는 이웃분들도 쓸쓸한 가을이 되니 달달한 사랑이야기가 읽고 싶다고 말씀하시는 걸 봤는데, 역시나 나 또한 추운 계절이면 따스한 이야기가 읽고 싶어진다. 그것이 로맨스라면 더욱 즐거운 일이고. 최근에는 다른 책들에 밀려 로맨스 소설을 많이 읽지 못하는데, 이처럼 한 번씩 읽어주어야 할 때도 있다. 서야 작가의 『길』처럼.

 

사실 서야 작가의 『삼거리 한약방』을 읽을때, 『은행나무 장자』의 주인공이 깜짝 출연을 해줘 무지 반가웠었는데, 이 책도 그러하지 않을까 내심 기대를 했지만, 나오지는 않았다. 나와서 깨알 웃음을 줬으면 더 반가울법도 했는데 말이다.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했느냐면, 이 책에서도 고택이 나오기 때문이다. 종가는 아니지만 고즈넉한 고택에서 생활하는 이가 주인공이라서 그랬다.

 

만물을 품어 주는 지리산을 닮은 남자, 홍이문

개량한복을 입고 흰 고무신을 신은 남자, 이문이 고택 소선의 주인이라는 사실에 굉장히 기대를 했다. 더군다나 직업도 대안학교장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고택의 논을 빌려주어 짓게 하는 등 베푸는 삶이다. 또한 일제 시대때 항일 열사이기도 한 집안이다. 자신의 집 소선으로 찾아든 제이를 보고 한 눈에 반했다. 이문은 농담처럼 "얼른... 도망가라, 제이야" 라고 말을 건넸다. 

 

한겨울 눈 속에 핀 시린 꽃을 닮은 여자, 진제이.

암투병을 하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어머니가 화장터에 들어가신 날 제이를 스토커처럼 쫓아다녔던 동채가 죽었다 한다. 이 모든 게 너무 버거운 제이는 호젓한 시골에서 힐링을 받고자 한다. 서점에서 발견한 지리산에 관련된 책을 보곤 지리산으로 출발했다. 친구 가람의 친척집이기도 한 소선으로 향했다. 고택의 아름다움, 시린 바람, 자신을 가족처럼 품어주는 소선 안주인과 단덕 아주머니 때문에 그곳에 정이 들어 몇 달을 그렇게 소선에서 지내고 있다. 그리고 한 남자, 자신에게 농담처럼 도망가라고 하는 남자 이문을 만났다.

 

 

내가 소설에서 제일 싫어하는 남자의 직업이 정치인과 연예인인데, 내용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때로 느낌이 달라지기도 한다. 가슴이 설레며, 콩닥거리는 가슴을 부여안고 보기 시작하는데 그가 정치인이란다. 아,, 정치인이면 내용이 빤한데 하면서도 멈출수 없었다. 자칫 그저그런 글이 될수도 있을텐데, 책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래도 괜찮다는 느낌을 갖게 했다. 내용을 풀어가는 솜씨가 좋기 때문인 듯 하다.

 

1인칭 화자의 소설일때 그 사람의 마음을 알아 좋긴 하지만, 상대방의 마음이 몹시 궁금할 때가 있다. 그래서 그런가, 이 책에서도 1인칭 화자로 제이의 마음이 담긴 글이 한 편씩 끝날때마다 이문의 이야기가 짧게 나온다. 이문이 제이를 처음 만나던 날의 느낌, 술 한 잔을 마시고 저도 모르게 별당에 까지 발걸음을 하던 일, 제이를 부여잡고 진한 키스를 하고는, 자신에게 할 질문이 두려워 피해다니던 마음까지 그대로 전한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를 향해 길을 건너고 있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오는 길을 그린 지도를 준다면 그 길을 따라가기가 너무도 쉬울텐데, 때론 험한 길이 우리 앞에 다가오기도 한다. 사랑을 향해, 사랑하는 상대방을 향해, 험한 길도 마다하지않고 헤쳐나갈수 있는 길이 분명 우리 앞에 존재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향하는 길에 마주 설 때 즈음 우리는 사랑이 서로에게 닿아있음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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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둥이 야만인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프랑수아 가르드 지음, 성귀수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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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태까지 '공쿠르상 수상작'이란 닉네임이 붙은 소설이 좋지 않은적이 없었다.

공쿠르상 수상작을 읽을때마다 감동을 받곤 하는 책이었기 때문에, 다소 거창한 제목의 『흰둥이 야만인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지만, 주저없게 읽게 되는게 또 공쿠르상 수상작인것 같다. 읽을 책이 쌓여있는데도 이 책 부터 읽는다는 것, 그만큼 공쿠르상 수상작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은 그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작가 프랑수아 가르드는 이력이 특이하다.

전문 작가도 아니었고, 그로노블 행정판사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한다. 그의 이력을 보고는 이 책이 소설이 아닌 르뽀인가 했다. 하지만 책장을 처음 폈을때부터 내용에 압도되었다. 상상력의 산물이 아닐까 싶었던 이 책의 내용은 실제 일어난 일이며, 이 책의 주인공 나르시스 펠티에는 실제 인물이라고 한다. 실제 인물에게 일어난 일들을 소설화 시킨 것인데, 문명과 야만, 이성과 광기라는 대립되는 테마를 다루었다고 했다.

 

책 내용에서부터 한 편은 나르시스 펠티에가 조난당하기 시작한 3인칭 과거의 이야기가, 다른 한 편은 지리학자 옥타브 드 발롬브룅이 파리 지리학회장에게 보내는 편지가 교차되어 진행된다. 과거의 이야기에서는 그가 조난을 당한후 배고픔, 외로움, 절대적인 고독감에 떨며 목숨이 위협받을 처지에 그를 도운 야만인 노파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노파를 따라가 그들이 함께 움직이는 야만족 틈에서 어떻게든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며, 과거 자신이 살았던 과거를 잃고 17년 동안이나 그들과 함께 지내며 그들의 말, 그들의 생활에 적응해가는 나르시스의 모습이 보인다. 또한 지리학자 옥타브는 나르시스를 관찰하며, 그가 야만인의  사회에서 모든것을 잊고 파리로 돌아와 자신만의 방법으로 새롭게 적응해가는 모습을 보며 학문적 고찰과 그에 대한 인간애가 생기는 걸 느낄수 있다.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나르시스가 야만족과 함께 생활하기 위해 그토록 돌아가고 싶었던 가족에게로 가지 못하게 될 것을 알자, 야만족의 말을 배우고, 그들이 몸에 문신을 하듯 자신도 그렇게 하면서 그곳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던 것처럼 말이다. 잊고자 하는 것은 잊게 되는 것인가. 17년 전에 썼던 말을 잊게 되기도 하는 것일까 궁금했다. 난 네 살때의 기억이 선명하게 나는데, 자신을 키워준 부모, 가족, 자신이 했던 말을 그렇게 잊어버릴수도 있는가 싶었다. 한 마디 하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다.

 

 

다 잊어버린줄 알았던 말을 옥타브에게서 듣고 입안에서, 머릿속에서 맴돌던 말을 내뱉는 몇마디의 외침. 그 외침은 나르시스의 무의식 속에서 늘 살아있었나 보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하지만 그가 몇마디의 말을 배우고, 야만인에서 문명인으로 변화하는 나르시스를 보는 것은 감동이었다. 처음에 자신이 그토록 원했었고, 이제 문명인의 삶을 살아가는데 아이처럼 하나씩 배워나가는 모습들 말이다.

 

이 모험을 통해 저 자신도 변화한 것이 아닐까요? 제가 관찰을 심화하면 할수록 제가 가진 평소 신념이 뿌리째 흔들립니다. 도대체 야만인이라는 것이 무얼까요?  (158 페이지)

 

말한다는 것, 그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옛 시절을 말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끝없이 이끌어내려 했지만 영구적으로 봉인되어 버린 기억을 말로 풀어내는 것, 즉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하지요. 그가 만약 내 질문에 대답을 한다면, 스스로를 극도의 위험에 빠뜨리는 꼴이 될 겁니다. 죽는 거죠. 임상적인 죽음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타인 모두에 대한 죽음 말입니다. 자신이 살아온 두 세계를 동시에 머릿속에 담을 수 없음으로 인한 죽음, 동시에 흰둥이와 검둥이로 존재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죽음. (349 페이지) 

 

야만인이 문명인의 사회에 와 적응해 가는 사람도 있었고, 조난을 당해 야만족과 함께 생활하다가 죽은 사람도 있었지만, 이렇듯 나르시스처럼 두 사회를 모두 경험하고, 돌아온 사람은 없었다고 했다. 나르시스는 자신이 살아가기 위해 조난을 당한 깊은 숲속에서도, 다시 문명인으로 돌아와서도 적응하려 했다. 어떻게든 생존하려하는 그의 본능적 노력이 문명사회에서 와서도 그는 그곳에서의 생활을 끝까지 입을 닫았는지도 모른다. 

 

공쿠르상 답게 꽤 괜찮은 작품이었다.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삶을 '정글'이라고 표현한다. 이 험난한 정글을 두 번이나 겪는 나르시스의 속마음을 조금쯤은 이해할 수 있었다. 살아온 모든 삶에서 생존을 향한 몸부림을 쳤던 나르시스와 그런 나르시스를 바라보며 자신의 마음도 변해갔던 한 지리학자의 생각들에 동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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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 반띵
김승일.김엄지.박성준 지음 / 멘토프레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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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크기의 책을 받았다.

손에 잡기 편한 크기의 책, 책의 표지마저도 내가 좋아하는 흰색의 깔끔한 표지였다. 책을 받고 대충 장을 넘겨보니 삽화도 들어있는게 읽기에 편한 책 같았다. 내가 처음 들어보는 신예작가들이었다. 한 작가의 글이 아닌 세 작가의 성장 토크라 명칭되어진 에세이. 1986년생에서 1988년생인 생소한 작가들의 저자 소개란을 몇 번이고 읽었던 것 같다. 책을 처음 받고 읽었을때는 '아, 아직 어린 작가들인데 벌써 등단을 했네?' 였다. 책을 읽다가 에세이에 속한 작가 소개란을 다시 보며 그들이 말하는 글에 가까워지고자 했다. 그들이 속한 공간 속에서 일어난 이야기, 그들이 겪었던 이야기들에 공감하고자 했다. 

 

김승일 작가는 자신의 고등학교 때부터 홍대를 다니며 인디 음악을 들었던 이야기, 일명, 홍대 얘기가 주를 이뤘다. 김엄지 작가는 현재의 자신의 이야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누구랑 만나 무얼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마지막 박성준 작가는 '시인의 방'이라는 주제로 끊임없는 시를 창작해야 하는, 경제적으로 힘든 삶, 문학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이들의 이야기가 3년전부터 쓰여져 있다하니 벌써 3 년 전의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사실 인디 음악을 잘 모르고, 홍대 근처에는 가보지도 않는 나는 김승일 작가가 하는 홍대 이야기는 이렇듯 음악에 빠져 사는 사람들도 많구나 정도 되었달까. 음악이 좋은 사람들은 이렇게 음악을 향해 나아가는 구나, 음악을 찾아 다니는구나 싶었다. 그가 말하는 생소한 뮤지션들의 이야기는 나에게는 역시 생소한 이야기들이었다.

 

책을 읽다가, 아주 짦은 소설이거나, 어딘가를 여행하는 에세이 라던가 했으면, 마음을 쏙 빼놓고 읽었을 터인데, 이들의 이야기는 젊은 예술가들의 일상을 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들의 이야기에 깊은 공감을 하지 못했던게 조금은 아쉬웠다.

 

 

각자 책 읽는 사람이 받아들이는 취향이겠지만, 나는 사실 박성준 작가의 이야기에 그나마 공감했다. 시를 이야기하고, 문학을 이야기하고, 자신의 호주머니에 조금의 돈이라도 생기면 술을 사 마신다는 이야기가 최근에 읽은 어느 시인의 에세이를 보는 느낌이어서 그랬나 보다. 시인은 직업이 될수 없다는 이야기, 어쩌면 돈이 되지 않아 직업으로 삼지 못하고, 다른 경제적인 생활을 해야 함에 그런 표현이 된것 같은데, 시인이 가난한 것은 사실인것 같다.

 

시집은 얇아서 그런지 책값이 저렴하다.

시집이 저렴한 만큼 시인들이 버는 수입은 아주 적다고 한다. 시만 써서는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어,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며 일상을 보내야 하는 마음이 보였다. 언젠가 그런 시인들의 애환을 기사에서 접하고는 시집은 절대 빌려 읽지 않는다. 어느 시인의 시가 읽고 싶으면 나는 시집을 구입한다. 얼른 읽어보겠다고 구입해놓고 읽지 않는 시집이 여러 권이지만, 시집 만큼은 더 쌓아놔도 될것 같다. 밥 먹을 돈보다 술 마실 돈을 쓰는 시인의 애달픈 삶이 눈길을 끌게 했다.

 

누구나 글을 잘 쓰고 싶을 것이다. 기성 작가든, 신예 작가든.

글이 대중에게 사랑받을때 진정한 작가가 되는 것일까? 좋은 작품을 내고 싶은 작가들의 열망이 보이는 듯 했다. 몇 편의 글을 써가며 이들은 성장 할 것이다. 책 읽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가들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생겼다.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작가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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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분노 조절이 안 되는 호텔리어입니다
제이콥 톰스키 지음, 이현주 옮김 / 중앙M&B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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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휴가때 아랫지방에서 가기 힘든 강화도 여행을 계획했다. 여동생 가족과 여행을 자주 다니는데, 합하면 일곱 명이지만 6.5평의 숙소에서도 같이 잘 정도로 편한 사이가 되었다. 강화도 여행에서 묵을 숙소는 신랑 직원들의 복리후생으로 만들어진 숙소다. 한 달 전부터 예약하고 추첨해서 당첨되어야 갈 수 있는 곳으로 5인 가족이 묵을 곳이었다. 평소처럼 강화도를 여행하고 오후 늦게쯤 숙소에 들어가 체크인을 하는데, 묵을 사람이 몇 명이냐는 질문에 우린 일곱 명이라고 말했다. 프론트에 계시는 그분은 무슨 소리냐며 절대 입실할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 우린 몹시 당황했고, 같은 직원이니까 어떻게 좀 해주겠지 하고 아무리 사정을 해도 들어주지 않았다. 5인 가족 입실해야 하는 곳에 7인 가족이 머무르다 사고가 나면 모두 자신들의 책임이라며 안된다고 하셨다. 바리바리 싸들고 간 짐을 로비에 놔둔채 신랑은 다시 한 번만 봐달라며 통사정을 했고, 멀리서 왔다는 사정에 통했는지 결국엔 들어주셔서 이틀 밤을 그 숙소에서 묵으며 우리 여행의 한 추억을 또 만들었다.

 

우리는 강화도 여행에서 너무 정직하게 인원수를 말하면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고, 한 달 전부터 부산 여행(11월 9일)을 하기 위해 숙소를 알아봤다. 역시 5인 가족이 머물수 있는 유스호스텔을 예약했고, 나는 나중에야 알았지만, 추가 인원수를 넣어 숙박비를 계산했다. 추가 인원을 넣었으면 이불이라든가, 숟가락 등 기타 주방용품이나 욕실용품을 넉넉하게 넣어주어야 하는데, 5인 가족 기준으로 되어 있어서 또 한 가지 배웠다. 5인으로 들어오고, 우리가 조금 준비해 올것을, 하고 말이다. 우린 주말 새벽 5시경에 출발해 부산을 여행했다. 야경을 볼수 있는 버스투어도 예약했지만, 오후 9시 이후에 비소식이 예정되었지만, 7시도 안되어서 비가 내렸다. 부산역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기다리며 장대비가 쏟아지는데 제대로 투어를 할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다.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는데도 비는 그치지 않았고, 새벽부터 차를 타고 돌아다니는 통에 나는 멀미가 시작되고 있었다. 비가 내리기 때문인지 평소의 코스를 지나친다고도 하고 그래서 다같이 중간에 내려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빗소리를 들으며 숙소에서 술 한잔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그렇게 좋을수가 없었다. 조금 부족한 듯한 여행이지만, 함께 하는 사람들이 좋아 더 좋은 여행.

 

우리는 이렇듯 여행을 떠나면 숙소를 구할 수 밖에 없다.

호텔비가 비싸서 호텔에 묵지는 못하지만, 유스호스텔이나 리조텔 등을 이용하기 때문에 우리가 묵는 숙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 굉장히 흥미로웠다. 더군다나 호텔에 근무했던 저자가 직접 쓴 글이 아닌가. 호텔리어가 바라본 호텔의 실상을 제대로 볼 수 있겠구나 싶었다.

 

10년을 호텔리어로 일해온 저자의 이 책은 호텔리어의 내부고발담이자 전미 호텔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문제작이었다. 첫페이지를 시작하면서, 체크아웃 시간을 연장하는 방법이나 호텔 방을 업그레이드하는 방법 등 지금까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손쉬운 요령과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다.

 

 

사실 여행하면서 여행사 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으로 숙소를 예약한 경우도 있었다. 숙박비가 왜 저렴할까 궁금했었는데, 이런 의문점도 시원하게 풀어주고 있었다. 이제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적은 팁으로도 프런트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기분좋게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작년에 직원 한 분이 대상포진으로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 직원은 먼저 입원해서 대학병원의 과장님을 찾아가 식사나 하시라고 이십 만원을 건네셨다고 한다. 그때부터 이것저것 챙겨주시는 등 특별대우를 해주셨다고 했다. 나는 그때까지 선택진료만 특별대우를 받는다고 알고 있었는데, 이렇듯 몇백만원이 나오는 전체 병원비에 비하면 얼마되지 않는 돈이지만, 환자에게 특별 서비스를 해주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이런 것과 비슷하지 않겠는가. 제이콥 톰스키가 말하는 호텔에서 업그레이드를 받는 법, 특별 대우를 받는 법은 아주 작은 팁에 있었다. 얼마간의 돈으로 서로 기분 좋아지는 일이다. 여행할 때 숙소에서 체크인할때 이것만은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몇 년전에 통영에 여행갔을때도 바다가 보이는 호실에 묵고 싶었지만, 회색 벽만 보이는 곳으로 배정해주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이외에도 바퀴달린 가방이 나와 벨맨들의 직업을 휘청거리게 만들었던 일들과 팁을 받기 위해 서비스 전쟁을 벌이는 도어맨들의 이야기와 호텔에 출입하는 손님들의 비밀까지 상세하게 나와 있었다. 발칙하게 호텔의 내부를 고발하는 호텔리어로 인해 호텔의 실체를 제대로 안 느낌이다. 나는 책의 말미에서 '해고 되지 말자!' 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이 인상깊었다. 분노 조절을 못해 해고 당하면 그 사람의 삶은 얼마나 피폐해지겠는가. 아무리 짜증나는 손님이 와도 겉으로 표내지 말고 억지로라도 웃음지어야 할 호텔리어들의 생존법을 표현한 말이었다. 어디 호텔리어 뿐이겠는가. 모든 직장인들의 애환을 만날 수 있는 글이었다.

 

이제 호텔에서의 대처법을 제대로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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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계곡 모중석 스릴러 클럽 35
안드레아스 빙켈만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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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나오기 전 표지를 처음 보았을때부터 느껴지는 건 두려움이었다.

어두운 색 후드를 뒤집어쓴 거구의 남자, 얼굴도 잘 보이지 않고 어두운 얼굴 너머로 풍겨나오는 강한 눈빛에 두려움이 먼저 앞섰다. 악마를 보는 느낌이 이럴까. 제목 마저도 『지옥계곡』이었다.

 

우리 대부분은 욕심을 조금씩 감추고 살아간다. 친구와의 관계, 가족과의 관계에서도 무관심하거나 등돌리는 경우도 많다. 특히 어떤이에게 고통스러운 일이 닥쳤을때, 자신의 심연으로 침잠하는 사람이 있는 경우, 괜찮아 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내버려 둬 더 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덜 고통스럽고, 덜 신경쓰고, 결국, 곁에 있는 친구가 떠났을때에야 자신의 모습을 뒤돌아 보며 그때 왜 손 내밀지 않았을까 후회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같이 산악 등반을 하러간 친구들. 어느 한 사람이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어 올라가지 못하면, 같이 간 팀의 누군가는 그를 부축해 보살펴야 하는데도, 정상에 올라가겠다는 욕심으로, 팀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자신의 친구를 맡기는 일은 옳지 못하다. 낯모르는 이에게 자신의 친구를 맡긴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면서. 물론 내 개인적 생각으로도, 산에서 등산하다 만나는 사람들은 나쁜 사람이 없겠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긴 하다. 하지만 그 사람들 전체가 좋은 사람이 아니므로 100% 믿을 수는 없지 않겠나.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지옥의 계곡이라 불리는 곳에 힘겹게 산에 오르는 여자가 있다.

등산화를 제대로 챙겨 신지 않았는지 자꾸 비틀거리고, 등에 맨 배낭은 빈 듯 하다. 그리고 산악구조대원으로 일하는 로만은 어느 한 사람의 발자국을 발견했다. 그런 날씨에 조난을 당하기 쉬우므로 발자국을 향해 간다. 저만치서 계곡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한 여성이 서 있다. 곧 뛰어내리려는 것처럼 위태위태한 모습으로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조심조심 그녀에게 달려가자 그녀는 뛰어내리려 하고 로만은 겨우 그녀의 팔을 붙잡는다. 살려면 그녀가 움직여줘야 하는데 그녀는 로만의 손가락을 움직여 풀려고 한다. 그리고 로만을 바라보는 눈빛은 굉장히 두려운 눈빛이다. 결국 손가락을 풀어 여자는 뛰어내리고 로만은 밤마다 그 여자의 두려운 눈빛이 떠올라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후 그녀의 친구들 산악 등반 팀의 일원이었던 이들이 한 명씩 죽기 시작한다. 누군가에 의해.

 

지옥계곡으로 떨어진 여자는 라우라 바이더였고, 마라 란다우는 그녀의 절친이었다. 그녀가 왜 죽었는지 이유를 알수 없는 마라는 팀과 함께 등반했던 일들을 떠올린다. 라우라의 부모한테도 이야기하지 않았고, 그 사건이 있었던 때부터 라우라는 친구들을 피하기 시작했고, 같은 팀의 연인이었던 리키조차도 피했다. 친구들은 자신의 일 때문에 라우라를 보살피지 못했고, 라우라는 고립되어 있었다.  

 

 

책은 라우라의 친구인 마라와 산악구조대원인 로만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라우라의 연인이었던 리키 슈뢰더와 베른트 린데케, 아르민 촐테크의 주변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한 장이 끝날때마다 정신이 약간 이상한 듯한 한 남자의 1인칭 독백이 이어지고 있었다.  

 

날씨가 좋지 않을때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지옥 계곡처럼, 이들 모두는 위태위태하다. 

지옥 계곡위에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현재의 우리, 위태위태한 삶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비추는 듯도 하다. 아찔한 계곡이 펼쳐져 있는 곳, 지옥 계곡이라 불리는 그곳에 한 사람이 비밀을 봉인해버리면 영원히 찾을 수 있을까. 가장 친한 친구에게 너무 늦게야 진실을 알려준 라우라의 말없는 고통이 지옥 계곡으로부터 들려나오는 듯 하다.  

 

안드레아스 빙켈만의 책은 『사라진 소녀들』로 먼저 만났었다.  

시각 장애인의 실종을 두고 낯선 자를 조심하라는 강한 메시지를 주었던 심리 스릴러로서 강한 긴장감을 주었었다. 『지옥계곡』또한 낯선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다. 가족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고, 연인에게도 기댈수 없었고, 친구들에게도 마음을 터놓을 수 없었던 한 여자가 한 정신 이상자로 인해 어떻게 고통받고 죽음에 까지 이르게 되었는지 알 수 있는 작품이었다. 또한 가깝다고 생각했던 사람의 추악한 진실은 또 어떤가. 모든 진실을 가지고 지옥계곡으로 향할 수 밖에 없었던 라우라의 고통이 느껴졌다.

 

가장 가까운 사람도 믿을 수 없는 현실이 되어 버렸다. 가면 속에 감춰진 그들의 추악한 내면에 몸서리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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