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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의 집 ㅣ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71
최상희 지음 / 비룡소 / 2013년 10월
평점 :
내가 꿈꾸었던 집은 이런 집이다.
기와가 얹혀진 자그마한 한옥집, 마당엔 잔디가 심어져 있고, 집 양쪽엔 하얀 꽃을 피우며 주변에 향기를 흩뿌려주는 은목서를 두 그루쯤 심어져 있는 집. 햇볕이 많이 들어오게 창은 넓어야 하고, 하늘거리는 하얀색 레이스 커튼이 달려져 있는 집. 벽 한쪽 면엔 천장까지 닿을 책장이 있어, 책을 찾으려면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야 하는는 곳. 책을 자주 읽기 때문에 푹신한 쇼파가 있었으면 좋겠고, 주방엔 자주 커피를 내려 마실 커피메이커가 있는 집을 상상한다. 물론 그 공간을 함께 사용할 사람이 있어야겠지. 지금 곁에 있는 사람.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는 공간.
누구나 자신의 집을 마음속에 품고 있다.
이렇게 자신만의 꿈꾸는 집이 있을 것이다.
자신이 살고 싶은 집, 짓고 싶은 집을 마음 속에 품고 있을 것이다. 평소에는 생각하지 않았어도, 어느 순간에 보면 자신의 집을 마음속에 짓고 또 짓고 쌓아갈 것이다. 상상속의 집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고 꾸미고자 할 것이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누구나 자신의 집을 마음속에 품고 있다.
여기 칸트라 불리우는 두 인물이 있다.
자신이라는 집에 갇혀 사는 '나의 형 칸트'가 그 하나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지은 집 속에 갇혀 버린 '건축가 칸트'가 있다. 이 둘은 사람과의 소통에 힘겨워하고 자신의 안에 갇혀 사는 인물이다. 열다섯 살의 소년 열무(김치 담그는 그 열무김치라고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았다)는 열일곱 살의 형 소나무, 엄마와 함께 서울에서 섬으로 이사 왔다. 바다가 보이는 집이라 해서 그럴듯 해보이지만 휴가때 펜션으로 내놓았던 곳이다. 가까이 가보면 페인트는 벗겨지고 색이 바래 허름해 보이는 곳이다. 서울의 아빠가 있는 집을 떠나 온 곳, 이곳은 예전에 열무 가족이 휴가 때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다. 엄마는 이런 집에 살고 싶다 했다. 하지만 함께 공간을 엮어갈 한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걸 계산에 넣었을것 같지는 않다.
매일 같은 시각에 검정색 길다란 코트를 입고 새떼를 끌고 다니며 산책하는 남자가 있다. 어느 누구와도 눈인사를 하지 않고, 혼자서 그렇게 산책을 하는 남자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산책하는 것으로 유명한 철학자 칸트와 비슷하다며 그를 가리켜 칸트라 부른다. 또 한 명의 칸트가 있다. 매일 같은 시각에 일어나야하고 식판에 줄맞춰 반찬을 놓아야지만 밥을 먹는 자신의 규칙안에서 생활하는 칸트 나무가 그다. 나, 열무는 건축가 칸트를 남들처럼 소장님이라고 부르며 그의 상자같은 집, 관 같은 집엘 다닌다. 그의 뒤에는 그의 형 나무가 뒤따른다. 두 칸트는 서로 만났을때 인사법도 독특하다. 눈을 잘 마주치지 않고 자신만의 인사법으로 서로를 맞는다.
다른 이들과 소통에 문제 있었던 그들은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무심한듯 소통을 하고 있었다.
관처럼 생긴 곳에서 살아가는 그가 한때 유명한 건축가 였다는 것을 알게 되고, 두 명의 칸트와 열무는 칸트의 집에서 그렇게 시간을 보낸다. 칸트의 집에서 그들은 각자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 있다. 형 나무는 책상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자기가 수집한 바닷가의 물품들을 서랍장에 보관하고, 소장님은 책상앞의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무심한 듯 책을 읽는다. 이 둘을 관찰하는 열무는 소장님이 열무와 나무가 하는 말을 귀담아 듣는다는 걸 알고 있다. 그의 행동에서 그게 보이는 것이다.

처음에는 귀찮아했던 칸트도 어느새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행동이 하나 있다.
정해진 시간에 칸트의 집에 가서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나타나지 않았을때 허망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나타난 나이 든 칸트, 그가 산책나갔다가 시간에 맞춰오려고 뛰어왔던 숨소리를 보았던 날이다. 말로는 오지 말라고 했으면서 은근히 그들이 오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던, 그들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했던 칸트의 행동에서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지 않고 자신만의 틀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소통하는 이야기이다. 나이를 떠나, 그 모든 것을 떠나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혼자만의 시간을 두 아이들의 행동을 보며 그들과 이야기를 하며 마음을 열었던 건축가 칸트와 가장 완벽한 집은 이미 마음속에 지어져 있단다. (10페이지) 라고 이야기하며 집과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어 어느새 마음속에 자신만의 집을 그릴수 있게 된 열무와 나무의 이야기이다. 자신에 대한 미래를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어느새 그들은 자신의 마음속에 꿈과 환상을 가지게 되었다.
외로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작가는 말했다.
우리 모두는 외로운 존재다. 지나간 과거를 끌어안고 외로움을 썩히느냐와 자신에게 다가오는 소중한 사람을 알아보는 일, 마음을 열어 누군가와 함께 하며 마음을 나누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싶었다. 참 따뜻한 책이었다. 가슴이 뭉클해지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