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망아지.불만의 겨울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존 스타인벡 지음, 이진.이성은 옮김, 김욱동 해설 / 비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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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타인벡하면 떠오르는 작품이 『분노의 포도』였다. 그외 존 스타인벡의 다른 작품은 기억나지 않는데 이번에 비채에서 나온 『붉은 망아지 · 불만의 겨울』을 읽게 되었다. 「붉은 망아지」는 존 스타인벡의 초기 작품으로 <선물> <깊은 산> <약속>, <대장>이라는 네 편의 연작으로 된 중편소설이다. 「불만의 겨울」은 존 스타인벡의 마지막 소설이며 그에게 노벨문학상의 영광을 안겨준 작품이기도 하다.

 

「붉은 망아지」에서는 한 소년 조디가 나온다.

농장에서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농장에서 일하는 빌리 벅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아버지는 조디에게 붉은 망아지 한 마리를 사다 준다. '매'라는 뜻을 가진 '가빌란'이라 이름지어주고 온 마음을 다하여 망아지를 돌보았다. 어느날 비가 오지 않을거라는 빌리 벅의 말을 듣고 망아지를 밖에 놔두고 학교를 갔었는데 그날은 빌리 벅의 말과는 다르게 세찬 비가 내렸다. 붉은 망아지가 감기에 걸릴것 같아 애를 태우지만 그는 학교에 있었다. 학교가 끝난후 집에 돌아오자 망아지는 세찬 비를 그대로 맞고 있었고 가빌란은 감기에 걸리고 만다. 밤에 잠을 제대로 잘수 없을 정도로 가빌란을 돌보지만 가빌란은 독수리의 먹이가 되고 만다는 이야기이다.

 

자신의 망아지를 잃고 농장에서 생활하는 조디는 어느새 성큼 자라나는 성장소설이다. 부모의 뜻을 거역하지 않는 조디, 자신의 분신처럼 망아지를 돌보는 모습, 빌리 벅을 누구보다도 좋아하고 믿고 따랐지만 빌리 벅도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 이야기였다. 

 

「불만의 겨울」은 미국의 한 항구도시에서 살아가는 남자 이선 엘렌 홀리의 이야기를 담았다.

몰락한 가문의 후손이자 현재는 자신의 가게였던 곳의 점원으로 일하는 이선 홀리가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처형당한 성 금요일에서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이르는 동안의 일들을 담았다.  

 

 

 

이선은 겉으로보기에는 아주 평범한 가장이다. 아내 메리를 사랑하며 십대의 딸과 아들을 사랑한다. 하루하루 점원으로 일하는게 지겹기도 하지만 아내가 가진 유산에도 절대 손대지 않겠다고 한다. 우체국 직원과 은행장과도 친절하게 지낸다. 겉으로 보기에는 돈만 조금 없다 뿐이지 더할 나위없는 가장으로 비춰진다. 아내와 친하게 지내는 마지가 가게에 찾아오며 이선은 다른 삶에 접어들게 된다. 마지는 아내에게 좋은 친구로 비춰지지만, 가진 것을 놓치기 싫어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그 욕망을 이선의 욕망과 비춰보았을때 거의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렇듯 평범한 가장인 그에게 다른 욕망이 생긴다.

자신이 점원으로 있는 가게의 주인인 마룰로가 불법 이민자 였음이 밝혀지고 누군가에 의해 신고되어 추방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또한 자신의 친구 데니는 술주정뱅이인데 그에게 알코올 치료에 쓰라며 천달러를 주는 모습 등도 보이게 된다. 이 모두 그의 숨은 의도가 있었다. 겉으로는 좋은 남편, 좋은 아빠였지만 자신의 욕망을 실천하려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돈에 관한한 이렇듯 남의 아픈 부분, 감추고 싶은 부분을 이용해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미국의 경제 호황인 시절, 자본주의에 물들은 사람들의 비틀어진 욕망을 볼 수 있었다. 누군가를 이용하고 그로 인해 그의 재산을 가로채는 일, 지금도 많이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던가. 누군가를 짓밟고 자신의 성공을 향해 좇는 사람들의 비틀어진 욕망 말이다. 드라마에서도 많이 나오는 소재이기도 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에 대한 열망을 품었던 십대 아들을 보고는 자신의 모습이 거울처럼 투영되어 그는 다른 마음을 먹는다.

 

이제 불만의 우리 겨울은

요크의 태양 덕분에 영광스러운 여름이 되었도다. (409페이지) 

 

이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리처드 3세> 1막1장의 첫 대사에서 따온 글로 이 글의 제목으로도 사용되었다. 비틀어진 욕망을 품었음에도 불만을 품었던 추운 겨울에서 한줄기 빛을 품어줄 봄이 올 것이라는 희망적인 메시지가 있는 책이었다. 이제 봄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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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3-11-05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타인벡은 장편도 잘쓰지만 <진주> <붉은 망아지>등 중편 분량도 재밌죠.<붉은 망아지>는 어린이 청소년용으로도 번역되었고요.특히 저는 외할아버지가 방문한 이야기가 인상깊었습니다.늘 옛날이야기를 늘어놓는 장인어른과 한바탕한 남자(소년의 아버지), 친정아버지와 얼굴 붉히는 남편을 못마땅해하는 여자(소년의 어머니)를 보면서 우리나라 연속극에 나오는 장면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Breeze 2013-11-06 11:25   좋아요 0 | URL
저도 그 장면에서 웃었어요.
지금과 다를바 없잖아요. 할아버지는 한 이야기 또하고 또 하고, 대개는 아이들이 듣기 싫어하는데, 책에서는 아버지가 듣기 싫어하더군요.
댓글 감사합니다. ^^
 
펀치 - 2013 제37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이재찬 지음 / 민음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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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결혼 시장에서 외모, 집안, 재산, 직업에 따라 등급을 나누게 되는데 통틀어 D등급으로 표현된 여자가 주인공인 소설이 있었다. 그 책을 읽으며 나의 등급을 매겨보고 씁쓸한 마음을 감출수가 없었는데, 이젠 고등학교의 성적과 외모를 5등급이라 표현한 여고생이 주인공인 소설을 만났다. 수능을 준비하는 고등학교 3학년생, 아무리 노력하고, 과외를 해도 성적이 5등급 밖에 되지 않는다면 갈수 있는 대학은 한정되어 있다. 아무리 가고 싶어도 문을 두드릴수 없는 등급, 엄마는 서울에 있는 대학만이라도 가길 원하며 여고생의 등급을 올려보려 하지만 내가 봐도 힘들다 싶었다. 5등급으로 과연 무얼할 수 있을까.

 

그녀, 고등학교 3학년생, 방인영. 인영은 성적만 5등급인게 아니다. 엄마의 외모를 닮았으면 좋으련만, 엄마의 외모 등급인 2등급을 훨씬 밑도는 5등급이다. 변호사인 아버지의 머리를 닮았으면 좋으련만, 인영은 엄마의 머리와 아빠의 외모를 닮았다. 공부가 안되면 외모로라도 어떻게 해볼텐데 그녀의 미래는 불투명하기만 하다.

 

사실 고등학교 3학년 여자아이를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인영의 마음속 낙타를 키우고 있는 걸 보며 마음이 좋지 않았다. 인영과 다를바 없는 성적 등급에서 아이가 가고 싶은 대학과는 자꾸만 멀어지고 있는 걸 보며 아이에 대한 기대치를 점점 낮춰가고 있었다. 그래도 잘하는 것 있겠지하며 아이가 잘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하리라 생각했다. 안되는 공부, 안되는 외모, 있는 돈, 자신을 속박하는 엄마, 자신을 무시하는 부자 아빠. 이 모든 게 인영이 꿈 속에서 낙타를 타고 모래위를 걷게 하는 것 같았다.  

 

재벌 총수와 사회 고위층 비리층을 변호하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않고 방 변호사라 부르는 인영은 자신을 옭아매는 어머니를 더이상 보고 싶지 않아 40대 공무원인 '모래의 남자'를 꿰뚫어보며 그에게 청부 살해를 의뢰한다. 완벽한 알리바이를 위해 기숙학원을 알아보며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 방변호사와 엄마에게서 자유롭기 위해.

 

 

순전히 부모에게서 자유롭기 위해 자신의 부모를 청부 살해 의뢰를 한다. 더구나 여고생이. 살인을 하는데 여고생과 남고생이 특별하게 차이가 없을테지만 작가는 우리의 발상을 뒤엎는다.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인물이다. 방인영이라는 인물은. 작가는 여고생의 마음속을 빌어 현재 고등학교 생들의 마음을 표현했다. 머리 등급은 좋지 않지만 외모로 돈 있는 남자를 만나 아이에게 좋은 학교를 보내겠다며 과외를 붙이고, 아이의 모든 시간을 좌지우지하는, 더구나 하는 일이라곤 피트니스에서 몸매 관리에만 쏟는 엄마의 모습이 싫었다. 또한 머리가 좋아 좋은 대학을 나오고 고시에 패스에 변호사를 하며 비리를 저지른 사람에게도 죄가 안되게 변호를 하는 아버지가 싫었다. 이런 부모와 삼촌, 고모의 모습들을 빌어 요즘 기성세대의 모습들을 고발한다. 물질만능주의에 젖은 사람들이 싫었는지도 모른다.

 

인영이 한 달에 한 번씩 꾸는 꿈이 있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할 때면 꿈을 꾸는지, 낙타가 나타나는 꿈을 꾼다. 모래먼지가 안개처럼 흩날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곳을 낙타를 타고 모래위를 걷는 꿈이다. 인영이 타고 있는 낙타는 어느새 코뚜레를 하고 있다. 앞이 흐려진다. 숨조차 쉬기 어려울 정도다. 꿈속에 나타는 코뚜레를 하고 있는 낙타는 자신의 모습 같기도 하다. 자신이 서 있는 곳은 모래위. 어느새 인영의 모래에 갇힌 여자가 되고 만다. 다른 남자를 불러와야만 하는 모래의 여자.

 

자신의 미래를 알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도무지 앞날이 보이지 않는 미래. 내 삶의 주인은 내가 아니었다는게 한 남자를 살인자로 만들었고, 한 여자아이를 살인 청부하는 아이로 만들었다. 내 삶의 주인은 나. 내 삶을 헤쳐 나가는 주체도 나. 내 삶의 주인이 되고 싶은 염원이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제대로 펀치 한 방 맞았다.

이재찬이라는 작가에게, 발칙한 여고생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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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의 집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71
최상희 지음 / 비룡소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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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꿈꾸었던 집은 이런 집이다.

기와가 얹혀진 자그마한 한옥집, 마당엔 잔디가 심어져 있고, 집 양쪽엔 하얀 꽃을 피우며 주변에 향기를 흩뿌려주는 은목서를 두 그루쯤 심어져 있는 집. 햇볕이 많이 들어오게 창은 넓어야 하고, 하늘거리는 하얀색 레이스 커튼이 달려져 있는 집. 벽 한쪽 면엔 천장까지 닿을 책장이 있어, 책을 찾으려면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야 하는는 곳. 책을 자주 읽기 때문에 푹신한 쇼파가 있었으면 좋겠고, 주방엔 자주 커피를 내려 마실 커피메이커가 있는 집을 상상한다. 물론 그 공간을 함께 사용할 사람이 있어야겠지. 지금 곁에 있는 사람.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는 공간.

 

누구나 자신의 집을 마음속에 품고 있다.

 

이렇게 자신만의 꿈꾸는 집이 있을 것이다.

자신이 살고 싶은 집, 짓고 싶은 집을 마음 속에 품고 있을 것이다. 평소에는 생각하지 않았어도, 어느 순간에 보면 자신의 집을 마음속에 짓고 또 짓고 쌓아갈 것이다. 상상속의 집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고 꾸미고자 할 것이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누구나 자신의 집을 마음속에 품고 있다.

 

여기 칸트라 불리우는 두 인물이 있다.

자신이라는 집에 갇혀 사는 '나의 형 칸트'가 그 하나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지은 집 속에 갇혀 버린 '건축가 칸트'가 있다. 이 둘은 사람과의 소통에 힘겨워하고 자신의 안에 갇혀 사는 인물이다. 열다섯 살의 소년 열무(김치 담그는 그 열무김치라고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았다)는 열일곱 살의 형 소나무, 엄마와 함께 서울에서 섬으로 이사 왔다. 바다가 보이는 집이라 해서 그럴듯 해보이지만 휴가때 펜션으로 내놓았던 곳이다. 가까이 가보면 페인트는 벗겨지고 색이 바래 허름해 보이는 곳이다. 서울의 아빠가 있는 집을 떠나 온 곳, 이곳은 예전에 열무 가족이 휴가 때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다. 엄마는 이런 집에 살고 싶다 했다. 하지만 함께 공간을 엮어갈 한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걸 계산에 넣었을것 같지는 않다.  

 

 

매일 같은 시각에 검정색 길다란 코트를 입고 새떼를 끌고 다니며 산책하는 남자가 있다. 어느 누구와도 눈인사를 하지 않고, 혼자서 그렇게 산책을 하는 남자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산책하는 것으로 유명한 철학자 칸트와 비슷하다며 그를 가리켜 칸트라 부른다. 또 한 명의 칸트가 있다. 매일 같은 시각에 일어나야하고 식판에 줄맞춰 반찬을 놓아야지만 밥을 먹는 자신의 규칙안에서 생활하는 칸트 나무가 그다. 나, 열무는 건축가 칸트를 남들처럼 소장님이라고 부르며 그의 상자같은 집, 관 같은 집엘 다닌다. 그의 뒤에는 그의 형 나무가 뒤따른다. 두 칸트는 서로 만났을때 인사법도 독특하다. 눈을 잘 마주치지 않고 자신만의 인사법으로 서로를 맞는다.

 

다른 이들과 소통에 문제 있었던 그들은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무심한듯 소통을 하고 있었다.

관처럼 생긴 곳에서 살아가는 그가 한때 유명한 건축가 였다는 것을 알게 되고, 두 명의 칸트와 열무는 칸트의 집에서 그렇게 시간을 보낸다. 칸트의 집에서 그들은 각자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 있다. 형 나무는 책상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자기가 수집한 바닷가의 물품들을 서랍장에 보관하고, 소장님은 책상앞의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무심한 듯 책을 읽는다. 이 둘을 관찰하는 열무는 소장님이 열무와 나무가 하는 말을 귀담아 듣는다는 걸 알고 있다. 그의 행동에서 그게 보이는 것이다.

 

 

처음에는 귀찮아했던 칸트도 어느새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행동이 하나 있다.

정해진 시간에 칸트의 집에 가서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나타나지 않았을때 허망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나타난 나이 든 칸트, 그가 산책나갔다가 시간에 맞춰오려고 뛰어왔던 숨소리를 보았던 날이다. 말로는 오지 말라고 했으면서 은근히 그들이 오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던, 그들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했던 칸트의 행동에서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지 않고 자신만의 틀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소통하는 이야기이다. 나이를 떠나, 그 모든 것을 떠나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혼자만의 시간을 두 아이들의 행동을 보며 그들과 이야기를 하며 마음을 열었던 건축가 칸트와 가장 완벽한 집은 이미 마음속에 지어져 있단다. (10페이지) 라고 이야기하며 집과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어 어느새 마음속에 자신만의 집을 그릴수 있게 된 열무와 나무의 이야기이다. 자신에 대한 미래를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어느새 그들은 자신의 마음속에 꿈과 환상을 가지게 되었다.

 

외로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작가는 말했다.

우리 모두는 외로운 존재다. 지나간 과거를 끌어안고 외로움을 썩히느냐와 자신에게 다가오는 소중한 사람을 알아보는 일, 마음을 열어 누군가와 함께 하며 마음을 나누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싶었다. 참 따뜻한 책이었다. 가슴이 뭉클해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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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괴 1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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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괴決壞』라는 책을 구입하고 읽게 되었을때, 나는 '결괴'라는 뜻이 '매듭을 풀게 되다'라는 뜻이 아닐까 짐작했다. 뜻이 궁금해 인터넷 검색해보니 '방죽이나 둑이 물에 밀려 터져 무너지는 것'이 결괴라고 나와 있다. 책을 읽다보니 왜 제목을 '결괴'로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사람은 마음속에 둑을 쌓아놓다. 차곡차곡, 자신의 감정들을 그렇게 쌓아놓는데, 이 마음의 둑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조금씩 풀어내기도 하지만, 어느 한 순간에 그걸 악의적으로 풀어버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사는게 힘들다고 푸념하는 사람들, 어떻게 보면, 자신의 마음을 그렇게 표현하는 사람들은 굳어있는 마음의 매듭을 조금씩 푸는 게 아닐까. 아무런 말도 하지 않다가, 속으로 혼자 침잠하다가 마음속에 매듭이 커다란 둑이 되어 버리는 일도 생길 것이다. 힘들다고 누군가에게 푸념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났지 않은가.

 

히라노 게이치로의 『결괴』는 절망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이 악의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표출하는지, 아무렇지도 않게 무차별한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의 마음들을 담았다. 지방 도시에서 살아가는 한 젊은 가장이 있다. 세살 된 아들 아이와 아내와 함께 살아가는 료스케는 잦은 전근 때문에 마음을 터놓을 수 없는 친구 하나 없다. 그에게는 뭐든지 뛰어났고 뭐든지 잘하며, 좋은 직장에 다니는 형 다카시가 있다. 사이좋은 형이지만 형에 대한 열등감도 가지고 있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터놓을 수 없는 속마음을 류스케는 인터넷에 일기를 쓰고 있다.

 

또한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집단괴롭힘을 당하는 중학생 도모야가 있다. 친구들에게 당하는 일들 때문에 소년 역시 인터넷을 떠돌며 성인 사이트를 기웃거리고, 살인에 대한 망상을 키워나간다. 누군가를 죽이겠다며 자신의 속마음을 자신만의 인터넷 일기장에 써놓는다.

 

 

결혼을 하지 않고 자유롭게 여성들과 교제하며 살아가는 형 다카시는 국회도서관에 근무하고 있다. 동생 류스케의 아내 요시에는 류스케가 남모르게 일기를 쓰고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속마음을 이야기하지 않는 남편에게 서운함이 들었다. 그런 마음들을 류스케의 형 다카시에서 의논하게 된다. 그러던 차에 출장간 류스케가 마지막으로 형 다카시를 만난후 토막난 시체로 나타났다. 사체가 한군데서 다 나타난게 아니라 쓰레기봉투에 담아져 전국에 뿌려졌다. 류스케를 마지막으로 만났다는 이유때문에 다카시는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었다. 그후에도 무차별적인 살인은 끊이지 않았다. 경찰은 그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자백만을 기다리지만 그는 자신은 살인을 하지 않았다며 자백하기를 거부했다.

 

살인에 대한 망상을 키우는 소년 도모야를 보면 아이 엄마의 행동을 유심히 바라볼 수 밖에 없다. 아이를 심하게 때렸다가 과도한 애정표현을 하는 것을 보면서 부모의 역할, 특히 한결같은 마음을 표현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부모가 아이에게 일관성 있는 마음으로 대하지 않으면 아이는 부모의 기분에 따라 맞춰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혼란스러워하게 된다. 내가 본 도모야는 그런 엄마의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다. 아이들에게 집단 따돌림을 받고 다른 아이들에게 해를 가했을때 대처하는 엄마의 태도도 소설속 교사처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소설은 아주 천천히 진행이 된다.

류스케가 느끼는 감정들, 가족을 만나는 이야기, 이해할 수 없는 아버지의 행동들, 형에 대한 감정들을 아주 세세하면서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또한 다카시가 만나는 사람들, 그가 나누는 대화들, 자신이 느끼는 기이한 마음들, 그리고 도모야가 학교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담담하게 말한다. 아주 서서히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들의 깊은 내면 속으로 이끌어간다.

 

두 권의 책인데 류스케가 시체로 발견되는 것이 첫째 권의 마지막 부분이고, 살인자가 밝혀지는 시점도 거의 막바지 부분이다. 살인자가 왜 무차별적인 살인을 저질렀는지도 우리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바다. 하지만 한가지 알수 있는 건 정체를 알수 없었던 살인자 또한 유년 시절에 부모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불우한 가정, 마음 잡을데 없는 가정에서 '반사회성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이 나타나기도 하는 것 같다. 모든 사람은 가정이 평안해야 불행하지 않다는 것 또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반사회성 인격 장애를 가진 사람이 그처럼 무차별적인,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살인을 저지를 수도 있다는 사실에 왠지 무섭게 느껴졌다. 안전하다고 느끼는 우리의 주변에서도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두려움이 몰려왔다. 작가 히라노 게이치로는 우리 내면의 깊은 절망과 그에 대한 악의로 나타나는 범죄에 대한 생각들을 담았다. 범죄로 인해 가족들이 느끼는 깊은 절망과 상처가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나는지도 알려주었다. 책을 읽는내내 말할 수 없는 불편함이 있었다. 왜 그래야만 했는가에 대한 물음이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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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드높아지고 파랗다.

단풍은 붉게 물들고 색색의 옷으로 갈아입는다.

이럴때 산에 가면 정말 좋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이럴때 역시 책 좋아하는 사람에게 신작들은 두근거리게 한다.

읽었거나 읽으려고 예정인 작품을 먼저 보면 아래와 같다.

 

 

 

 

 

 

 

 

 

 

 

 

 

 

 

 

 

 

 

 

 

 

 

 

 

 

 

 

또한 후배가 구입한 책 중에서 빌려와 아직 읽지 않은 책도 있다.

 

 

 

 

 

 

 

 

 

 

 

신작 들을 보니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눈에 보인다.

조두진의 신작에서 부터 민음사 오늘의 작가상 작품도 보인다.

또한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이 보여 반갑다.

철학적인 에세이를 쓰는 보통은 <영혼의 미술관>을 어떻게 표현할까.

 

 

 

 

 

 

 

 

 

 

올 10월, 역시 누가 노벨문학상을 받을 것인지 기다리고 있었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이 되었다.

80세가 넘은 단편 소설 작가 엘리스 먼로의 작품이 나왔다.

 

 

 

 

 

 

 

 

 

<나프탈렌>으로 만난 백가흠의 신작 <향>도 보인다.

또한 <헤밍웨이 단편선> 과 코믹 매카시의 <카운슬러> 또한 눈에 띈다.

<붉은 나무젓가락>은 아름다운 표지만으로도 눈에 띄어 관심이 가는 책이다.

 

 

 

 

 

 

 

 

 

 

작품이, 작품이 마구 쏟아져 나와 자꾸 읽을 책이 쌓이게 된다.

 

 

 

 

 

 

 

 

그리고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 생겼다.

 

전에 영화 <시라노 ; 연애조작단>을 보고나서 읽고 싶던 책이었는데, 그동안 잊어먹고 있다가 다시 생각이 났다.

 

검색해 보니까 열린책들과 문학동네 판이 보이는데,

어떤 책이 더 좋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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