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사과 꽃이 피었다
황인숙 지음 / 문학세계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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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세 번씩 만나는 시인이 있다.

시인은 신문에서 일주일에 세 번씩 시인이 엄선한 좋은 시詩들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매일 아침 바쁜 시간에 신문을 훑어 보는데, 나는 바빠도 시인이 소개하는 시를 꼭 읽고 넘어간다. 시인이 소개하는 시들은 내가 모르는 시인의 시가 많이 있다. 시의 제목과 시인의 이름이 생소하다는건, 내가 그만큼 시를 읽지 않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시를 많이 읽지 않아도, 시인이 소개하는 시들을 읽으며 나는 시를 읽고, 시인들의 이름을 머릿속에 기억한다. 금새 잊을지라도, 다음에 보았을때는 그래도 기억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내가 일주일에 세 번씩 만나는 시인은 『꽃사과 꽃이 피었다』라는 시선집을 낸 황인숙 시인이다. 황인숙 시인은 1978년부터 2007년 사이에 쓰고, 시집으로 묶여 나온 시들에서 시들을 골랐다고 했다. 나는 일주일에 세 번씩 시인의 글들을 만나왔기 때문에, 황인숙 시인의 시를 읽어봤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시선집에서 시인의 시들을 만나보니, 처음이었다. 시인의 이름만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봄에 분홍색으로 꽃망울 졌다가 하얀색으로 활짝 피는 꽃사과 꽃을 좋아한다.

사과가 익을 가을이면 큰 사과처럼 빨갛게 익어가는 꽃사과는 상당히 오밀조밀하고 귀엽다. 매실 만큼의 크기로 빨갛게 익어가면, 시큼한 단맛도 느낄수 있는게 꽃사과다. 이렇듯 좋아하는 꽃사과 꽃을 제목으로 하는 시선집이 나와서 무척 반가웠다. 시인의 30년간의 시작 활동을 갈무리 한 시선집이다.

 

시선집의 제목으로 쓴 시를 먼저 만나보면,

 

꽃사과 꽃이 피었다.

계단을 오르면서 눈을 치켜들자

떨어지던 꽃사과 꽃

도로 튀어오른다.

바람도 미미한데

불같이 일어난다.

희디흰 불꽃이다.

꽃사과 꽃, 꽃사과 꽃.   (「꽃사과 꽃이 피었다 」중에서)

 

금방이라도 꽃사과 꽃이 튀어오를 것만 같다.

 

시인은 길고양이들의 엄마라고 했다. 길고양이들을 돌보고 있는 시인은 고양이들을 아껴서인지 고양이에 관한 시도 많이 썼다. '이 다음에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라고 시작하는 시「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라는 시를 읽어보면, 자유로운 고양이, 벌판을 뛰어노는 고양이를 그리고 있었다. 죽어서 고양이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적이 없는데, 시인은 시에서 고양이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담고 있었다. 고양이를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서인지, 나는 요즘 아파트 내에서 고양이를 보면 '야옹' 하고 한 마디 해주고 다닐 정도가 되었다.

 

 

나는 시인의 시를 두 번 정도 읽었는데, 어느 한 시를 읽으며 가슴이 저려왔다.

언젠가는 죽을지도 모르지만, 내 비명을 생각해 본적은 한번도 없었다. 어느 순간 삶을 달리할 지도 모르는데, 이처럼 시인은 비명을 시로 써 놓았다. 

 

그 여자를 반듯하게

편히 뉘어도 좋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녀 가슴 위에 공책 한 권.

그리고 오른손에 펜을 쥐어

포개어 놓으라.

 

비바람이 뚫고 햇살이 비워낸

두개골 속을

맑은 벼락이 울 릴 때,

그녀 오른팔 뼈다귀는

늑골 위를 더듬으리.

행복하게 뻐거덕거리며.   (비명碑銘) 

 

오랜만에 읽는 시는 무척 좋았다. 

시는 사람을 생각하게 하고, 생각에 잠기게 하는 효과가 있다. 느리게 읽는 시, 맨 뒷 장을 다 읽고, 다시 앞 장으로 와 다시 읽는 시, 시의 의미를 들여다 보고 있었다. 그리고 내 삶을 돌아 본다. 현재의 삶을 생각한다. 

 

제목이 너무 좋아 다시 읽고 싶은 시를 소개하겠다. 

 

비가 온다.

네게 말할 게 생겨서 기뻐.

비가 온다구!

 

나는 비가 되었어요.

나는 빗방울이 되었어요.

난 날개 달린 빗방울이 되었어요.

 

나는 신나게 날아가.

유리창을 열어둬.

네 이마에 부딪힐 거야.

네 눈썹에 부딪힐 거야.

너를 흠뻑 적실 거야.

유리창을 열어둬.

비가 온다구!

 

비가 온다구!

나의 소중한 이여.

나의 침울한, 소중인 이여.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제목도 좋고, 시 내용도 마음속에 들어온다. 비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지 이 시는 더욱더 마음에 들어온다. 나도 말하고 싶다. '비가 온다구!' 하고 소중한 이에게 말하고 싶다.  

 

 

가을하면 생각나는게 시인데, 황인숙 시인의 시는 가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읽었다.

우리의 인생을 알게 해주는 시인의 「가을밤 1」이란 시도 특별하게 다가온다. 사십 대의 나이, 몇 년 있으면 오십이 되는 나이. 그 나이를 알리는 듯한 시가 마음속으로 스며든다.

 

시詩, 정말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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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톤갭의 작은 책방 - 우정, 공동체, 그리고 좋은 책을 발견하는 드문 기쁨에 관하여
웬디 웰치 지음, 허형은 옮김 / 책세상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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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말 한마디쯤 할 것이다.

'책방 하고 싶다', '도서관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너무 부럽다' 이렇게. 나 또한 이 중의 한 사람으로 도서관에 책 빌리러 갔을때, 도서관 직원들이 마냥 부럽다. '책 속에 푹 파묻혀 일하는 직원들은 너무 행복하겠다.'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지만 우리의 그런 생각을 반박이라도 하듯,  막상 도서관 직원들은 책 속에 파묻혀 있어도, 책 분류하는 작업 하느라 정작 책 읽을 시간이 없다 한다. 책등이나 책 제목은 많이 안다고. 정작 책 안을 펴 볼 시간은 없다고 한다. 이런 걸 행복한 고민이라고 해야 하나.

 

또한 자주 가는 책방이 있는데, 오랜 시간 동안 책을 빌려보고 하는데라서, 책방 사장님과 친하게 지낸다. 여기에서 책방은 '헌책방'이 아닌 '책 대여점'이다. 나는 책방에 가서 책방 사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며, 책방에서 빠질수 없는 책이야기를 한다. 나는 신간 위주의 '이런 책이 좋더라 라'는 말을 하고, 책방 사장님은 나에게 신간 중 좋았던 책의 제목을 알려 달라고 한다. 그곳에서 나는 차도 한 잔 마시며 책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좋다.

 

나처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염원인 '나만의 책방을 갖고 싶다' 라는 것을 행동하는 사람이 있다. 버지니아주 애팔래치아 산맥의 작은 마을 빅스톤갭에서 헌책방 '테일스 오브 론섬 파인'을 연 부부가 그들이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남편 잭과 민속 문화 전문 칼럼니스트인 웬디 웰치는 가진 돈을 다 털어 에드워드 풍 저택을 매입하고, 몇천 권밖에 안되는 장서로 헌책방을 열었다. 헌책방이 잘 되리라는 보장도 없고, 생활비 조차 빠듯한데도 계획도 없이 시작했던 것이다.

 

책방은 마법의 장소

 

무작정 뛰어든 헌책방에서 그들은 그들이 가진 책들을 분류했다.

몇년동안 한번도 읽지 않은 책을 골라 아래층 헌책방으로 보내고, 자기가 가진 책중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서로 책을 숨기고, 숨긴 책을 찾아 아래층으로 내려보낸 책들이 1천5백권에 달했다 한다. 책방을 열기 위해서는 그들이 가진 책만 내놓을수 없어, 차고 세일을 다니며 헌 책들을 구했다. 또한 토박이 들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에 책방을 열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전단지를 만들어 홍보했다.

 

 

책을 좋아해서 읽는가, 허영심을 채우려고 있는가.

 

누군가에게 이 질문을 한다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들 하나같이 입을 모아 '책을 좋아해서 읽는다' 라고 할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허영심을 채우려고 읽는다'라는 사람들은 좀 이해할 수 없다. 그저 책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므로 책을 읽는다. 항상 책이 손이 가는 곳에 있어야 하는 사람이다. 책이 없으면 마치 목마른 사람이 물을 구하듯, 글자들을 찾는다.

 

최근에 거실 한켠에 놓인 책탑들을 정리하면서, 책장을 구입해, 책을 정리했다.

신랑이 자꾸 쌓이는 책들을 다 갖고 있을거냐며, 자신의 직장에 있는 젊은 대원들에게 50권쯤 기증을 하라고 했다. 몇 번쯤 망설이다가 그들에게 줄 책들을 추렸다. 그동안 젊은이들이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책들과 내가 한번도 손에 대지 않은 책들, 읽고 난 뒤, 다음에 들춰보지 않을 책들로 고르다보니 80여권쯤 된것 같다. 책을 누군가에게 주는 일도 즐거운 일임을 최근에야 알았다.

 

우리집 거실의 책장

 

 이 책의 저자인 웬디 웰치는 책방의 활성화를 위해 책을 모으는 것 만큼이나, 취미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책이야기를 하는 모임을 꾸렸다. 예를 들면, 뜨개질 모임이라든가, 글쓰기 모임을 통해 책방을 '동네 사랑방'으로 만들어 동네 사람들이 편하게 찾아올 수 있는 곳을 만들었다. 가족에게 슬픈 일이 발생했을때 가지고 있던 책들을 정리하기 마련인데, 많은 사람들이 가족의 죽음으로 인해 책을 박스에 담에 책방으로 가져왔다. 슬픔을 참지 못하는 사람에게 차 한잔을 대접하며 그들을 위로했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줌으로써 그들을 위로했다. 저자는 책에서 '낯선사람 효과'를 말하며, 친구나 가족에게 말하기 곤란한 고민들을 낯선 사람에게 털어놓음으로써 사람의 마음을 나누는 일을 했고, 그들을 단골로 만들었다.

 

누군가의 집을 방문했을때 나는 제일 먼저 보는게 '그 집에 책이 있는가' 이다. 아무래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책 이야기 하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있을까. 또한 감동적으로 읽었던 책을 만나면 무지 반갑다. 그 책을 읽는 사람과 교감하는 느낌을 갖는 것이다. 저자는 책방을 하면서, 책을 고르다가 '책과의 동창회'를 치루는 손님들을 많이 본다고 했다. 우리가 어렸을때 읽었던 책을 만나면 반가운 것처럼, 어렸을때 엄마가 읽어주시던 책을 읽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던 손님의 이야기를 건넨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내가 초등학교 도서실에서 읽었던 동화책들이 지금의 자양분이 되었듯이 사연을 담은 책들은 우리를 추억속으로 인도한다.

 

작은 탄광마을에서 '나만의 책방'을 갖고야 말겠다 라는 즉흥적인 감정으로 시작한 책방이 동네 주민들에게, 세상의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정도로 성공한 따스하게 다가온 책방 이야기였다. 헌책방의 풍경, 에드워드 풍 저택의 모습을 책 속에 담았으면 더 좋았을걸 하는 생각을 했다. 리뷰를 쓰면서 보니 책 소개하는 곳에 있어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책방을 나만의 상상력으로 그려왔는데, 그 실체를 보는 느낌이었달까. 이들 부부처럼 애서가들은 남의 집이나 서점, 도서관의 책장만 보아도 흐뭇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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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2 - 아스카.나라 아스카 들판에 백제꽃이 피었습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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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적을 만나는 일은 늘 즐겁다.

우리나라 문화유적을 봐도 그렇고, 세계 여러나라의 문화유적을 봐도 즐겁고, 사진으로라도 보기를 즐겨한다. 사실, 여건만 된다면 우리나라의 문화유적 뿐만 아니라 외국의 문화유적들도 만나고 싶다. 사진속에서, 화면속에서 보는 역사적 유물들은 그 나라의 역사를 알수 있어서 좋다. 여행을 좋아하는데, 어디론가 가서 즐기는 것 보다는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처럼 문화유산을 보는 여행을 더 좋아한다. 아이들 어렸을적에 하도 데리고 다녔더니, 아이들은 문화유산을 보는 즐거움을 알지 못하는지, 가기 싫거나 다리 아프면 '박물관병'에 걸렸다고 할 정도였다. 

 

이번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은 내가 실제 가보지 못한 곳으로, 나중에 일본 여행가면 꼭 가봐야 할 곳이라 생각하고 본 책이다. 일본 문화속에 녹아든 우리의 문화유산들을 직접 보는 일은 너무 즐겁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일본편』을 읽는 것은 책으로 하는 일본 여행이며, 일본 문화유산 속에 깃든 우리 역사도 함께 알 수 있는 일이다.  

 

유홍준 교수는 일본편 두번째 권에서는 아스카와 나라의 유적지를 답사했다.

여기에서 아스카와 나라는 일본 속의 한국문화를 찾아가는 답사의 핵심이며, 일본의 아스카를 가면 우리나라의 부여가 떠오르고, 나라의 옛 절을 보면 경주를 연상하게 한다고 했다. 사진 속에서 보는 아스카와 나라의 문화유산 들은 우리나라의 문화유산과 다르지 않았다. 아스카의 들판이 펼쳐져 있는 모습 또한 우리네 시골의 모습을 보는 듯 그렇게 정겨웠다.

 

일본여행 하는 이들을 보면, 우리나라와 흡사한 게 많아 한국에 온건지 외국에 온건지 구분이 잘 안가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아래 사진 왼쪽의 다카마쓰 고분벽화를 봐도, 우리가 역사책에서 익히 보아왔던 벽화와 비슷한 느낌이 난다. 불교의 불상 또한 우리나라 절에 있는 불상들과 흡사하다.

 

상, 귤사의 다카마쓰 고분벽화,    하, 아스카사 대불

 

  

나는 우리나라 한옥 건축물과 한국 고유의 정원, 우리나라 문화유산을 좋아한다.

우리나라 문화유산을 바라보고 있으면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끼기도 한다. 일본의 건축물이나 불상등, 문화유산을 책으로 들여다보는데, 우리나라 가야나 백제의 문화를 닮아서인지 우리나라 문화유산을 보는 듯 가깝게 느껴진다. 유홍준 교수는 책에서 '한국의 건축은 하늘을 향해 날갯짓하는 상승감의 표정이 많은 데 비하여 일본의 건축은 대지를 향해 낮게 내려앉은 안정감을 강조한다' 고 말했다. 사진 속에서 보는 일본의 건축물은 우리나라의 건축물과는 다른 우아함 들이 덜한것 같긴 했다. 일본의 건축물은 일본 만의 독특함이 있었다.

 

1권의 규슈 문화유산도 좋았지만, 2권의 아스카, 나라 편에 있는 건축물이나 불상 등은 더 아름다웠고, 마치 우리 문화유산을 보는 양 꼭 가서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상, 법륭사 전경,    하, 법륭사 금당의 청동석가삼존상

 

아래 왼쪽 사진은 중궁사의 반가사유상이다. 전에 책에서 본 우리나라의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과 많이 닮은 목조반가사유상이다. 저자 유홍준 교수의 법륭사 답사의 마무리를 하는 곳이라 한다. 

 

저자는 외국을 여행할 때는 그 나라, 그 시대 역사의 줄거리, 그리고 당시의 역사적 과제와 이를 풀어간 상징적 인물이 누구인지를 알아야 각 유적이 갖는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문화유적지를 방문했을때, 아무런 지식없이 방문 했을때는 그 문화유적이 갖는 의미를 시간이 지나서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같은 서적을 읽고 그 문화유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읽은 뒤 바라 본 곳은 굉장한 의미로 다가왔다. 그럴 때 섬돌 하나, 불상도 쉬이 지나치지 않고 자세히 들여다보며 책에서 본 것처럼 같은 느낌을 갖게 되었다. 그림도 마찬가지 아닌가. 우리가 혜원과 단원의 그림을 책에서 먼저 만나고 전시회를 가면, 그저 가슴이 벅차오른다. 눈물이 나올것처럼 감격을 했던 경험이 있는 것처럼. 

 

 좌, 중궁사 반가사유상,  우, 약사사 동탑

 

 

우리 문화유산 답사는 한국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싹트게 마련이다.

문화유산을 설명할때 역사적인 사실을 알게 되면 안타까움을 저절로 생기기도 하며,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다는 뿌듯함이 생긴다. 반면에 일본 문화유산은 우리나라 건축물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생소함과 백제의 여운이 그대로 묻어나는 것에 가깝고도 먼나라 라고 하는 이유를 알겠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는 것은 저자와 함께 하는 여행이다.

우리는 실제 그 여행지에 있는 것처럼, 저자가 말하는 문화유산을 애정으로 바라본다. 아마 직접 방문한다면, 그곳의 건축물이나 불상들의 문화유산들을 다시 보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다만 직접 그곳에 있으면서 설명을 듣는다면 더할 나위 없을거라는 생각은 든다. 일본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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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들리는 순간 - 인디 음악의 풍경들
정강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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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음악을 사랑하게 된 순간이 중학교때가 아니었을까.

십대 시절과 이십대 시절을 지나면서 음악에 빠져 있었다. 특히 그때는 팝에 빠져, 영어로 된 가사를 적어 다니며 음악을 듣곤 했었다. 지금에야 MP3로 된 음악을 듣지만, 그때는 카세트테이프에 녹음을 했던 시절이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들을 선별하여 녹음해,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음악을 들었었다. 그 뒤로도 지금까지 음악은 나와 늘 함께 하고 있다. 음악을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듣는데, 팝이나 가요, 국악, 클래식 등을 좋아한다. 특히 한동안 빠져 들었던 음악이 뉴에이지 음악이었다. 연주곡을 듣고 있으면 마음이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었다. 우울할 때나 즐거울 때, 슬플 때도 음악은 늘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 언어로 되지 않는 음률만으로 우리 마음을 다독여 주고, 위무를 주는 것이 음악인것 같다.

 

음악에 관한 에세이를 읽었다.

그것도 홍대에서 활동하는 인디 밴드 들의 이야기다. 가요를 많이 듣지 않았기 때문에, 인디 밴드들을 많이 알지 못했지만, 그래도 몇몇은 이름이 익숙해 반가운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책에서 열거된 인디 밴드들 중에서 내가 알고 있는 뮤지션들을 꼽자면, 크라잉넛, 브로콜리너마저, 델리스파이스, 언니네이발관, 국카스텐, 장기하와얼굴들, 십센치, 강산에, 루시드폴, 에피톤프로젝트, 정원영 정도다. 열거해 보니 나도 인디밴드 들을 꽤 알구나 싶다.

 

일단 크라잉넛은 '말달리자'로 유명하다. 노래방엘 가면 이 노래를 방방 뛰면서 부르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알고 있던 뮤지션이다. 브로콜리너마저나 에피톤프로젝트 같은 경우, 사실 노래는 잘 모르지만 그 뮤지션 들을 언급한 이웃분이 계셔서 익숙한 이름이다. 델리스파이스 같은 경우도 겨우 이름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보니, 요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메인 음악을 부른 가수였다. 제목도 처음 알았는데 '차우차우'였다. 드라마 시작할때부터 흘려나온 노래 때문에 저절로 흥얼거리게 되었는데, 이 곡이 델리스파이스 곡이었다는 건 무척 반가운 일이었다.

 

언니네이발관은 보컬인 이석원 때문에 알고 있는 뮤지션이다. 이석원이 쓴 노란색 표지의 『보통의 존재』라는 책을 굉장한 감동으로 읽었었다. 지금까지 내가 좋아하는 책이기도 하다. 그가 노래한 '가장 보통의 존재'라는 노래를 들으며 그의 목소리를 음미했다. 국카스텐은 TV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서 만난 뮤지션이다. 처음 보는 뮤지션이었는데, 굉장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확 트인 청량감 있는 목소리와 몽환적인 음악 때문에 '참 열심히 하는 뮤지션이다'라는 걸 느꼈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 '아메리카노'의 십센치. 뮤지션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좋아, 물론 내가 좋아하는 커피도 아메리카노 이므로, 열심히 따라부르며 아메리카노를 마셨던 사연이 있다.

 

그리고 장기하와 얼굴들. 그의 노래는 자주 들었지만 그의 얼굴을 처음 본게, 아마 한 TV 프로그램에서였다. 세시봉 콘서트 할때 나와 노래부르던 그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나는 그의 노래가 좋다. 산울림을 닮고 싶어하는 뮤지션이기도 하고, 독특한 노래를 하는 그의 노래를 참 좋아한다.

 

 

 

저자 정강현은 현재 중앙일보에서 취재기자로 일하고 있다.

그가 대중음악을 취재하면서 만난 인디 밴드들의 음악을 너무 사랑해 신문에 객관적으로 글쓰기가 미안해질 정도였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는 그때 만난 인디 밴드 들의 모든 것을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음악을 사랑한 인디 밴드들, 밥 먹고 살기도 힘들지만, 음악 하나에 목숨을 걸듯 노래하는 그들에 대한 애정이 책속의 책장마다 담겨져 있었다.

 

아무래도 음악 관련 에세이이기 때문에 나는 한 단락을 읽을 때마다 그들의 노래를 검색해 들으며 읽었다. 그들의 노래를 직접 들으며 인디 밴드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들의 음악이 더 마음속으로 들어옴을 느낄수 있었다. 내가 미처 느끼지 못했던 그들만의 감성들을 느낄수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음악에선 다양한 그들만의 색깔들이 보였다. 때론 다정하게 속삭이는 음악을, 울분을 토해내듯 하는 음악을. 저자는 크라잉넛의 음악을 가리켜 '개념없음의 미학을 하는 뮤지션이라 했다. 그들의 음악적 기질을 잘 파악하고 있는 글들이다.

  

홍대에서 잘 나가는 뮤지션 들중 홍대 뿐만 아니라 공중파에도 나가는 인디 밴드 들을 가리켜 변절됐다 라고도 한다는데,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것보다 알려지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해 본다. 오로지 음악 만을 할수 있는 환경이 있다면 그들은 더 좋은 음악을 만들어 낼지도 모른다. 책의 한장이 넘어갈때마다 저자 한국록의 전설인 산울림과 한국재즈1세대밴드, 빛과소금, 그리고 김광석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한국의 인디 밴드 들의 음악이 일본에서도 사랑을 받는다는 이야기까지 전해 주었다. 음악은 세계 모든 이들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공감할 수 있고, 교감할수 있는 음악을 하는 사람들. 음악은 우리에게 위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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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 시대가 던진 질문의 답을 찾다
권희정 지음 / 꿈결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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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을 처음 만났던게 수업 시간에 배운 '철학 개론'이었을 것이다.

철학이라하면, 일반 사람들이 범접하지 못할 어려운 학문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막상 수업을 받다보니 너무 재미있어서, 철학도 이렇게 재미있을수 있구나 하고 느꼈었던것 같다. 그리고 읽었던게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입문』이었다. 내가 아주 사랑해 마지 않던 책이었다. 항상 꿈꾸는 게 궁금했었는데, 우리가 꾸는 꿈에 대한 다양한 분석을 보고 한동안 나는 어떤 꿈을 꾸는가에 깊이 빠져있기도 했었다. 그렇게 좋아했던 책이 있었던 것에 반해,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같은 경우 아무리 책을 읽으려해도 첫 페이지가 잘 나가지 않아 몇 번 만에 포기해버린 적도 있다. 우리 실생활에 다가오면 쉽게 볼 수 있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굉장히 어렵게 느껴지는 게 철학이라는 학문같다.

  

현재 고등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교사가 '시대가 던진 질문의 답을 찾다'라는 소제목으로 총 36권의 책을 소개하는 책을 만났다. 제목만 보고서는 고전문학을 소개한 책이겠거니 하며 가볍게 읽으려했던 마음이었는데 첫 장에서부터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생각하다'라는 챕터로 『도둑맞은 미래』에 대해 말하는 책이 있어서, 사실 처음엔 읽기 싫은 마음도 있었다. 너무 쉬운 독서, 읽기 편한 소설만 읽어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책은 나의 다른 쪽 뇌를 자극시키는 역할을 해 주었다. 쉬운 독서만 해 왔기 때문에 내면의 깊이를 더 할 수 있는 책을 읽기를 싫어하고 거부하는 것 같아서 솔직히 반성도 했다.

  

각 챕터의 제목은 아래와 같다.

챕터 1.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생각하다.

챕터 2.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챕터 3. 문명은 진보하고 있는가

챕터 4. 정치가 일반 사회를 바르게 이끌 수 있을까?

챕터 5. 올바르게 산다는 것의 참된 의미를 찾아서

챕터 6. 충돌인가, 공존인가

  

우리가 나고 자랐던 곳에서 우리는 현재를 살지만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수 없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에 따른 건강은 더욱도 중요한 일. 한때 내분비계를 교란시키는 환경호르몬 때문에 일회용으로 나온 즉석 라면 용기가 얼마나 좋지 않은가에 대해 나온 적이 있었다. 우리가 사용하는 플라스틱 컵에서도 나온다는 사실 때문에 직장에서도 내 컵 가지기를 하고 있는데 이 책에서 언급한 『도둑맞은 미래』는 편리하자고 만든 1회용 용기들이 우리 인간에게 미치는 해악에 대해 말해주고 있었다.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현실을 바로 세우는 길이듯 미래를 준비하는 것 역시 현실을 만드는 중요한 초석이 된다. 어떻게 대비하느냐에 따라 미래는 '주어지는 것',이 될 수도 '창조하는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55페이지)

 

태평양 전쟁이 한창일 때 미국은 문화인류학과 교수인 루스 F. 베네딕트에게 '일본인이 어떠한 국민인가를 해명'할 수 있는 연구를 맡겼다. 베네딕트는 『국화와 칼』이라는 제목으로 합리적인 시선으로 일본인들을 긍정적으로 이해하려 했다는 글을 썼다. 정원과 꽃을 가꾸는 섬세함과 무武를 숭상하고 계층제도를 중시하는 일본인의 독특한 민족성을 간파했다고 했다. 또한 현재 역사 왜곡문제로 자꾸 외교 마찰을 빚고 있는 요즘에 냉정한 이성으로 일본을 한번 들여다보라는 저자의 날카로운 외침이 있었다.

  

 

 

저자는 외국의 유명 석학들의 책만 소개한 게 아니라 조선의 실학자 박제가의 『북학의』도 소개하고 있었다. 사은사로 임명된 채제공을 따라 청나라에 다녀온 뒤, 백성들의 삶을 위해 청의 선진 문물을 도입하고자 했던 책이었다. 끝내 박제가의 뜻이 이루어지지 못했음을 저자는 안타까워했다. 또한 '올바른 삶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책에서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소개하고 있었다. 영화 '글래디에이터'가 재미있어 영화관에서만 두 번을 본 작품인데, 영화에서는 막시무스와 코모두스와의 대결을 다루었다. 코모두스의 인자해 보였던 아버지가 바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였다는 놀라운 사실을 말해 주었다. 사실 영화를 볼때도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전장 한가운데서도 인간의 길을 찾기 위해 애썼다고 했다.

  

저자는 책으로 인해 시대를 알고, 그들이 던진 질문에 우리가 책에서 답을 찾을 수 있게 해주고 있었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철학 서적을 가깝게 느껴지게 만드는 글이었다. 우리는 이 책들을 읽으며, 비록 수박겉핥기 식이지만, 우리가 처한 현실에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을듯 하다.

 

저자는 우리의 환경과 미래, 인간의 본질에 대한 것, 철학 윤리, 역사, 정치와 사회, 과학과 문명에 대한 것에까지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한 것을 말해 주었다. 36편의 책만 소개한 게 아니라 저자의 상세한 이력과 함께 같이 읽으면 좋을 책들까지 엄선하고 소개해주어, 저자가 소개한 책들을 다 읽는다면 우리의 지식은 훨썬 더 풍부해 질것이고 올바른 가치관을 가질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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