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함께 걷자, 둘레 한 바퀴 - 한국산악문학상 수상 작가의 북한산 둘레길 예찬!
이종성 글.사진 / 비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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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위해 뒷산엘 자주 오른다.

최근엔 다이어트를 위해 한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며 뒷산엘 오르고 있다. 아파트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뒷산의 이름은 '삼각산'이다. 삼각산 꼭대기에 올라가 내려다보면 31사단의 군인들이 훈련하는 모습도 볼수 있다. 산에 오르다보면 건강을 위해 운동하신 분들이 많다. 7월중에 새벽에 3주 정도 짧게 뒷산을 올랐는데, 그 시간에도 많으신 분들이 산행을 하는 걸 보았다. 요즘엔 새로 조성한 산길 보다는 옛길을 개방하는 경우가 많다. 뒷산의 경우도 '구비길'이라 하여 굉장히 호젓한 산책로를 만날수 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좁은 길을 걷다보면 금새 등은 땀에 젖곤 한다. 왕복 1시간 30분에서 2시간가량 산행을 하고 오면 굉장히 뿌듯하다. 내가 건강을 위해 운동을 했다는 것도, 땀을 많이 흘렸으니 다이어트 효과도 좀 보지 않았겠냐며 흐뭇해한다.

 

최근 친구들과 산행을 자주 다녔었는데, 길이 아름다운 옛길을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우리가 보기에도 좋은 길은 금새 유명해져서 많은 인파가 몰린다. 하물며 여수 비렁길을 갔을때는 배를 타고 가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산행을 위해 멀리서부터 방문하고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을 위해 산행을 하다보면, 어느 정도 중독이 되어, 좋은 산행길을 찾아다니는 걸 볼 수 있다. 사실 멀리에 위치한 곳엔 자주 다니질 못한다. 가까운 등산로를 자주 이용하는데, 우리 아파트 뒷산은 멀리있는 유명한 곳의 옛길 못지않다. 등산화를 신지 않고 운동화를 신고 가도 좋을 곳이다.

 

건강을 위해 운동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듯 저자 이종성은 서울의 북한산 둘레길을 한바퀴 도는 책을 썼다. 직접 산행을 하며 산행길에서 만난 들꽃들을 찍었고, 시인 답게 길에서 느낀 그대로 쓴 시詩 들을 만날 수 있다.

 

 

 

북한산에 깃든 역사와 함께 북한산에서 숨쉬는 우리 문화와 숲 이야기를 알 수 있었다.

여름날에 산행을 하다가 만난 계곡은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시원하게 만드는데, 북한산에도 계곡이 많았다. 사진 속에서 보이는 폭포와 계곡에서 잠시 쉬는 사람들의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곳에 함께 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저자 이종성이 소개하는 21구간의 둘레길은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등산로에 따라 40분에서 2시간 가량을 산책할 수 있는 곳으로, 곳에 따라 상중하로 구분하여 표기하였다.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하듯 걸어도 좋겠고, 난코스인 곳에서는 숨을 헉헉대며 걸어도 좋을 곳으로 표기했다.

 

 

 

북한산은 한번도 가보질 못했다. 지방에 거주하는 관계로 서울, 경기, 강원도 있는 산은 산행을 하기가 쉽지 않다. 지인들이 북한산이나 도봉산에 자주 오르는 모습을 보고, 내가 가야할 산이라기 보다는 그저 구경하는 산에 가까웠다. 그렇게 멀게만 느껴진 곳에서, 북한산이 이렇게 큰 산 인줄 몰랐다. 구간도 상당히 다양하고, 구간별로 계곡도 만날 수 있었고, 오래된 숲속의 나무에 얽힌 이야기들도 들을수 있었다. 누워 있는 비석들, 삼불상에 절하듯 누워있는 소나무등, 숲속의 나무들과 물건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사진으로, 에세이로, 시로 북한산을 인도하고 있었다.

 

북한산은 가까이에 산다면 꼭 가보고 싶은 산이 되었다.

북한산 둘레길을 안내하는 에세이로서 가치가 큰 책이다. 북한산을 산행하고 싶은 사람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사진 에세이집이다. 구간별로 지도까지 상세하게 나와 있으니, 책을 가지고 산행을 하며 쉼터에서 한번 들춰보면 북한산에 대한 이해가 더 빠를 안내서이다. 이 책을 보니 당장에라도 산행길에 나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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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면 공원이나 아파트 화단에 하얗게 피는 꽃이 있다.

이르게 활짝 핀 꽃이 예뻐 사진에 남기곤 한다. 가을이 되면 이 꽃은 매실과 비슷한 크기의 꽃사과가 열린다. 처음엔 매실처럼 푸른색이었다가, 사과가 익을쯤 되는 가을이 무르익으면, 이 열매는 사과처럼 붉게 물들인다. 아직 많이 붉지 않을때 따서 먹으면 너무도 시다. 그 신맛에 혀가 오그라 들 정도지만, 빨갛게 익으면 마치 사과처럼 달다.

 

이런 꽃사과의 꽃이 피는 봄을 좋아한다.

봄이면 일부러 하릴없이 공원을 거닐며, 이제쯤 피었겠다 싶어 두리번 거린다.

올해도 여지없이 만난 꽃사과 꽃을 보며 가을쯤이면 또 예쁘게 예쁘게 열리겠다 싶었다.

 

이러한 꽃사과의 예쁨을 아는 황인숙 시인은 30년간의 시작 활동을 갈무리한 시선집을 펴냈다. 바로 시집의 제목도 『꽃사과 꽃이 피었다』이다. 봄에 핀 하얀 꽃사과 꽃이 그대로 연상되는 시집이다.

 

황인숙 시인은 시집과는 별도로, 신문에서 일주일에 세번쯤 만난다. 시인이 소개하는 시를 읽고, 시를 소개하는 시인과, 시를 알아가는 기쁨을 누렸다.

 

사실 소설은 많이 읽지만, 시는 읽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면서도 항상 미루게 된다. 일주일에 몇번씩 그렇게 시를 만나니, 시를 자주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외에도 새로운 시집들이 보인다.

 

 

 

 

 

 

 

 

 

 

 

그러고보면 신작 시집들을 보니 내가 모르는 시인들도 많구나

 

 

 

 

 

 

 

 

 

시집들을 살펴보니, 미당 서정주의 동생 서정태 시인의 시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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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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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또 다른 축인 음악, 프란츠 리스트의 '스위스'라는 부제가 붙은 '순례의 해'에서 'Le Mal Du Pays'를 몇 시간째 듣고 있다. 노스탤지어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오래 듣고 있으니 마치 숲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나게 한다. 차 한 잔을 탁자에 두고, 창가에 앉아 창 밖으로 보이는 숲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 잔잔한 피아노 소리가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

 

음악을 사랑하는 무라카미 하루키 답게 『색체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에서 프란츠 리스트의 곡은 이 책의 또다른 주인공이기도 했다. 십대시절 친구가 피아노곡으로 들려주던 것을 주인공인 쓰쿠루가 이 피아노 곡을 듣고 있다. 다른 친구들에게도 친구를 떠올리게 하는 곡. 음악은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것 같다. 음악으로 시작하는 책 이야기,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것. 음악은 우리 생활을 함께 하며 소중했던 추억의 한 곳에 자리잡기도 한다. 음악을 떠올리면 추억속의 누군가가 떠올려지는 것처럼.

 

나를 색채로 따진다면, 내가 블루를 좋아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아마 블루를 연상시킬것 같다. 그 사람을 보고 있노라면 떠올려지는 색채가 사실 있다. 또한 자신만의 특기나 떠올려지는 그 무엇을 어떠한 색채를 지녔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처럼 이름에 색채가 있는 경우, 더군다나 다섯명의 모임에서 다들 색이 들어간 이름을 보면, 그중 한 명의 이름에서 찾을 수 없는 색채 때문에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라고 불리기도 하겠다. 하지만 이름에 있는 색채보다는 '그 사람이 가진 고유한 색채'를 지니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3년만에 펴낸 하루키의 신작 장편소설이라하는데, 그동안 나는 하루키의 에세이만 몇 권 읽었다.

『노르웨이의 숲』이래 처음으로 다시 집필한 리얼리즘 소설이라 한다. 소설에서 느껴지는 하루키와 전혀 달랐던 에세이 속의 하루키. 그의 신작 소설을 오랜만에 읽다보니 책 속 쓰쿠루에게서 하루키의 모습이 조금 느껴지기도 한다.

 

십대 때부터 함께 해왔던 다섯 명의 친구들 모임, 그들로 부터 갑자기 추방되어 16년을 산 뒤, 쓰쿠루가 왜 그들로 부터 추방되어야 했는지를 찾아가는 순례를 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들이 함께 했던 시간들 속엔 리스트의 '순례의 해'라는 음악이 함께 하고 있었다. 쓰쿠루는 '순례의 해' 속에 들어있는 음악을 들으며, 자신들의 모임이 시작되었던 곳이자 그들로 부터 내침을 당한 곳, 나고야로 떠나게 된다. 왜 내침을 당했는지, 친구들을 찾아가봐야 한다고 말해준 사람은 쓰쿠루의 여자친구 사라의 힘이 컸다. 직접 친구들의 소재와 연락처를 찾아 건네주기까지 했다. 좋은 마음으로 만나고 있는 사라와 오래도록 함께 하고 싶은 마음, 죽음 직전으로 몰고 갔던 친구들의 내침에서 이제는 그 아픔과 상실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했다.

 

 

친하다고 생각한 친구들에게서 내침을 당해 본 사람은 쓰쿠루의 심정을 이해할 것이다.

어떤 이유도 설명해 주지 않은 채, 친구들에게서 추방을 당하게 되면 견딜수 없었으리라. 쓰쿠루 또한 친구들 때문에 힘들어 했던 시간, 상실의 시간들을 지내왔다. 그러던 차에 가까워진 몇 살 어린 친구와 처음으로 가깝게 지냈지만, 그 친구와도 언젠가는 자신을 버릴 수 있다는 감정을 안고 살았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추방을 당해 본 사람은 더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다 보여주지도 않고, 다 주지도 않는다. 사람과의 사이에서 소극적은 감정으로 대처하게 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시간의 흐름에 휩쓸려 사라져 버리지는 않았어.  (436페이지)

 

상처받은 감정들을 뒤로하고, 남은 네 명의 친구들을 잊어버리자고 마음 먹었을때부터 쓰쿠루는 두 명의 친구들과 함께 하는 성적인 꿈을 꾸게 된다. 그럴때마다 혼란스러워했지만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자신이 추방당해야 했던 이유를 알기 위해서 뒤늦게, 16년이 지난 뒤에야 친구들을 찾아 각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이 추방당했던 이유를 듣게 된다.

 

닫힌 문 밖에서 문을 두드렸을 상상속의 자신과 마주하면서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친구와 다른 친구들을 이해한다. 하지만 그 아이가 왜 그렇게 말해야만 했는지 정확한 진실은 알수 없다. 그저 추측만이 그들과 함께 한다.  

 

인생은 복잡한 악보 같다고 쓰쿠루는 생각했다. 16분 음표와 32분 음표, 기묘한 수많은 기호, 의미를 알 수 없는 표시들로 가득 차 있다.  (404페이지)

 

다섯 명의 친구들의 모임에서 쓰쿠루가 추방당하지 않았다고 해도, 지금 다 같이 자주 만나고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지금보다 더 나쁜 관계를 유지하며 살지도 모를 일이다. 인생은 한 치 앞도 알수 없으므로. 인생을 살면서 우리에게 다가오는 수 많은 일들과 사람들의 관계가 있으므로. 삶은 알수가 없다. 우리에게 있는 상실의 시간들을 다 되돌릴 수는 없다. 상실의 시간은 그 시간대로 존재하고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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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의 비극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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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생명의 탄생, 모든 사람들에게 축복받아 마땅할 일이지만, 때로는 누군가에게는 그 새생명이 필요치 않을수도 있다. 좋아서 사랑을 할때는 언제고, 아이가 생기면, 그 책임을 면하기 위해, 임신 중절 수술이라는 극단적인 행동을 취하게 한다. 누군가는 아이가 생기지 않아 병원에 다니며 십 년 넘게 고생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수술대위에서 핏덩이로 쓰레기통에 버리고 있다. 아직 아이가 제대로 형성되기 전이라고 하지만, 아주 적은 개월수부터 아이의 심장이며 장기가 생긴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처음 아이를 임신하고 병원에 갔을때, 초음파로 보여진 아이의 조그만 형체, 점 하나로 보였지만, 들리는 심장소리에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꼈다. '나, 살아 있어요.' 하고 외치는 듯한 심장소리에 아이가 얼른 커서 무사히 태어나길 기도했다. 개월수에 따라 들리는 태동에도 생명의 신비함을 느꼈다.  

 

다카노 가즈아키는 『제노사이드』에서 인간의 잔학성과 또 사람을 살리고자 하는 휴머니즘에 대해서 썼고, 『13계단』은 사형제도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작가는 이번 작품 『KN의 비극』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또한 책임감이 따르지 않는 임신과 임신중절이 과연 옳은가. 그로 인해 아직 태어나지 않은 뱃속의 아이도 새생명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 한다.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는 슈헤이는 작가다. 최근에 새로운 작품을 써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슈헤이는 아내 가나미와 살기위해 넓은 맨션을 구입했다. 가나미의 수입과 자신의 슈헤이의 수입을 합치면 대출을 갚을수 있겠다 싶었다. 그러던차에 가나미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전해오고, 더 경제적으로 안정될때 아이를 갖자며 임신중절 수술을 하자고 가나미를 설득한다. 아이를 낳고 싶은 가나미는 어쩔수 없이 수긍하고, 산부인과 의사였던 정신과 의사 이소가와가 그들을 돕는다. 하지만 가나미에게 다른 여성의 존재가 보이기 시작했다. 임신 중절을 막으려는 다른 인격인건지, 다른 여성으로 빙의된건지 알수가 없다.

 

 

자신이 가진 것을 포기하지 못해 임신 중절을 택한 슈헤이는 모든 보통의 남자가 아닐까 싶다. 사실 여자로서 내가 만약 가나미같은 상황이었다해도 아이를 중절수술에 마지못해 동의했을것 같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에게 처한 힘든 상황에서 슬기롭게 헤쳐나가려는 모습을 보인다.

 

우리는 이 책을 읽고 한번쯤 우리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

아이를 너무도 간절하게 갖고 싶은 경우가 아니었을때, 부담으로 다가온 임신에 대해 많이 망설였던 점, 아이를 보호하고 자신만의 아이를 낳고 싶은 '엄마가 되는 과정', '아빠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어느 날 아이가 생기고, 바로 부모가 될 준비가 되지 않는다. 책을 읽어도, 지식일 뿐이고, 진짜 부모가 되어가는 과정은 아이를 키우면서 배워가는 것 같다. 사랑을 하는 일에도 책임감이 함께 온다는 것을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다.  새생명의 탄생을 지켜보는 경이를 느껴본 사람은 알것이다.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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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과
구병모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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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그랬겠지만, 구병모 작가를 『위저드 베이커리』로 만났다.

신선함과 놀라움을 주었던 작가. 나는 작가의 작품이 나올때마다 늘 눈여겨본다. 이번에 나온 신작의 표지를 보고는,,, '파과'라는 뜻이 무엇일까, 무언가 파손된 것이 아닌가. 여자의 등허리가 맨몸으로 되어 있었다. 한 여자의 이야기로구나. 날씬한 뒷모습을 젊은 여자의 이야기리라. 나 혼자 마구 상상의 나래를 폈다. 

 

그런데 작가 구병모는 나의 이런 상상을 한 순간이 무너뜨려 버린다.

책의 처음 시작부분, 나오는 여자가 예순여섯의 할머니가 주인공인것 같다. 금요일밤의 지옥철, 사람의 부대낌이 너무도 싫은 곳에서 육십이 다 되어가는 남자가 앉아 있는 젊은 여자에게 일어나라며 삿대질을 한다. 곁에 있는 사람들은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지만, 곧 자신만의 생각에 잠겨 있고, 모두들 스마트폰을 바라본다. 그 장면으로 보고 있는 65세의 여자, 남자가 내리자 뒤따라 내린뒤 무언가로 남자를 찌른것 같다.

 

이 여자, 65세의 이 여자가 주인공이다.

그 여자의 이름은 '조각'이고, '무용'이라는 개, 역시 자신처럼 나이 든 개와 함께 살고 있다.

그 여자의 명함에 들어있는 회사는 '방역'을 하는 업체다. '쥐, 개미, 바퀴벌레를 청소하는 업체'가 아닌 쓰잘데 없는 사람들을 처리하는 곳이라는 방역업체다. 누군가 사건을 의뢰한다. 그 사람을 처리해 달라고. 대부분의 방역은, 누가 왜 이것을 원하는지 묻지 않는다. 누가 왜 누군가의 안에서 구제해야 할 해충이나 소탕해야 할 쥐새끼가 되었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방역업을 하는 이들은 그저 대상자를 처리할 뿐이다. 45년간 사람 죽이는 걸 업으로 하고 살아온 사람, 조각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처음부터 방역업자는 아니었다.

먹고 살기 힘든 가족에게서 버림받고, 우연한 기회로 방역 업자가 될수 밖에 없었던 그 여자, 조각은 과거의 자신을 생각한다. 이제 나이는 들어 몸은 둔해지고, 자꾸 기억이 나지 않는 일들이 생기자, 이 일을 그만두고 이제 무엇을 할것인가 고민한다. 그 와중에 사무실에 일을 받으러 갈때면, 늘 있곤 하는 젊은 남자애가 있다. 자신에게 '할머니' 라 부르면서 반말짓거리를 하지만, 별 대꾸를 하지 않는다. 그도 방역업자다. 그의 이름은 '투우', 그에게도 방역업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이 있었다. 그는 아버지의 시체를 발견하던 때를 떠올린다. 자신들의 곁에서 일하고 있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아버지를 죽이고 혼연히 사라져갔던 그 여자를 찾는다. 벌써 20여년이 지났다.  

 

  

 

 

구병모 작가는 참 독특한 글을 썼다.

청소년 소설인『위저드 베이커리』나 『아가미』, 『방주로 오세요』, 『피그말리온 아이들』이런 책들 모두 보통의 책들이 아니다. 한 작가의 작품이 아닌 작품들인것처럼 다양한 주제, 구병모 만의 이야기를 한다. 그가 이야기하는 내용에 빠져 읽다보면, 나는 내가 이 세계에 있지 아니하고, 다른 세계에 있는 것만 같다. 그만큼 독특한 이야기를 한다.

 

사람을 죽이는 일을 한 '조각'은 누구하나 자신이 지켜야 할 사람을 평생 만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조각이, 아직 어린 풋내기 아가씨일적에 마음을 품었던 '류'라는 사람을 생각하는 일을 자주 한다. 사람들에게 무감했던 조각이 이제 사람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들이 눈에 들어오고, 눈에 밟힌다. 그들의 사연을 모른척 할 수 없다. 나이가 들어가, 곧 죽을때가 되어가니 사람이 보이기 시작한 건가. 누군가에게 정을 붙이지 아니하고 살아도 사람을 품을 수 밖에 없는 모양이다. 혼자서는 살 수 없으므로. 혼자서는 살아가는게 너무 외로우므로.

 

 그다지 두꺼운 책은 아니었지만, 금새 읽었다.

다시한번 구병모의 글에 반했다. 이제 읽지 않은 그의 단편집 『고의는 아니지만』도 읽어야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표지처럼 좋았던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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