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들 - 500년 미술사와 미술 시장의 은밀한 뒷이야기
피에르 코르네트 드 생 시르 외 지음, 김주경 옮김 / 시공아트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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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렸을때 화가가 되고 싶을 정도로 그림 그리는 게 좋았다. 스케치하고 색을 입히는 일들이 즐거웠고, 상이라도 받은 날이면 벌써부터 화가라도 되는양 기뻐했었다. 그래서인가, 나는 그림이 좋다. 그림을 들여다 보는 일이 좋고, 화가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일도 즐겁다. 또한 미술관 순례나 미술품 도난을 다룬 추리소설까지 좋아할 정도이다.

 

 

그래서일까, 이 작품의 제목을 보는 순간 너무 갖고 싶은 책이 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들』이라는 제목. 내가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들을 직접 보거나 소장하지는 못해도 책으로라도 간접적으로 접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에서부터 빈센트 반 고흐, 폴 고갱, 구스타프 클림트, 파블로 피카소, 데미언 허스트 등의 그림이 들어 있다는 건 커다란 기쁨이었다. 구경조차 못할 그림들을 책으로 보고 갖는 것. 그림을 보며 책의 내용들을 읽는 것, 아무리 비싼 값으로 팔렸다 한들, 마음속에서 느끼는 값과 비교가 될까.

 

 

[말과 기수] 레오나르도 다 빈치, 1480년경, 염료를 칠한 종이에 은필화

 

 

과학자인 동시에 전문 기수자, 발명가이자 해부학자, 화가, 조각가, 건축가, 도서 설계자, 식물학자, 시인, 음악가, 철학가, 작가이기까지한 종합예술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말과 기수]는 [동방박사들의 경배]를 위한 습작이다.  말과 사람의 움직임에 생명력이 느껴지는 작품.

 

 

[성녀 루피나] 디에고 벨라스케스, 1632~1634년경 캔버스에 유채

 

에스파냐 역사상 가장 위대한 화가이자 가장 명석한 사람인 벨라스케스의 그림. 벨라스케스의 그림은 [시녀들] 때문에 좋아하기도 했던 화가. 에스파냐 펠리페 4세의 후원을 받았던 벨라스케스는 에스파냐의 도시 세비야의 수호성녀인 '성녀 루피나'를 그린 이 초상화는 벨레스케스의 친딸을 모델로 했다. [시녀들]과 약간 비슷한 분위기가 있다.

 

 

[모세의 발견] 로렌스 앨머태디마 경, 1904년 캔버스에 유채

 

 

흔히 '낡은 기법'이라고 말하는 아카데믹한 미술에 정통한 화가라는 로렌스 앨머태디마 경의 이 그림을 보며 영화의 한 장면을 생각나게 했다. 그런 나의 생각들을 반영하듯, 영화 <벤허>와 <클레오파트라>에서는 이 그림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이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금방이라도 그림속의 사람들이 움직일 것만 같다.

 

 

[의사 가셰의 초상] 빈센트 반 고흐, 1905년 캔버스에 유채

 

 

아, 내가 제일 좋아하는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이다. 동생 테오의 소개로 만난 폴페르디낭 가셰를 그린 그림으로 빈센트 반 고흐는 가셰의 초상을 두 점이나 그렸다 한다. 의사 가셰의 표정은 '비탄에 빠진 우리 시대의 표정'을 보여 준다. 빈센트 반 고흐의 삶을 보여주는 듯한 이 그림과 [아이리스]란 그림을 나는 꽤 오랫동안 들여다봤다. 반 고흐의 삶을 조금이라도 더 알수 있을까 하고.

 

 

 

 

[도끼를 든 남자] 폴 고갱, 1891년 캔버스에 유채

 

  

고갱이 타히티 섬에 정착한 초기에 그린 유화 작품이다. 원주민과 교류하려고 애쓰고 파라다이스 같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 살면서 그의 그림은 선은 부드러워지고 긴장은 풀어졌다고 한다.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Ⅱ] 구스타프 클림트, 1912년 캔버스에 유채

 

 

클림트의 그림은 황금빛 화려한 색채가 마음에 들어 [유디트]나 [키스]등을 좋아하는데, [유디트]의 모델이었던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이다. 화려한 꽃들속에 있는 꿈을 꾸는 듯한 몽환적인 표정의 그림이다. 애원하는 듯한 아델레의 시선은 마치 우리를 향해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책에서는 표현했다.

 

 

[파이프를 든 소년] 파블로 피카소, 1905년 캔버스에 유채

 

사회의 비참한 면을 묘사하는 상징주의적 특징을 지닌 청색 시대에서 그보다 행복한 장밋빛 시대로 넘어가는 시대에 그린 그림이다. 초상화의 주인공은 소년티를 갓 벗은 서커스 단원이라 한다. 몽마르뜨르에 거주하는 곡예사 였는데 피카소는 그를 '작은 루이'라 불렀다 한다. 20세기의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는 피카소의 그림은 역시 어마어마한 액수로 경매에서 낙찰된 그림이기도 하다.

 

 

총 100점의 그림이 수록되어 있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들』은 오른쪽 전면에 그림, 왼쪽에 그림을 그리게 된 배경이나 설명들이 있고, 누가 처음 소유하다가 경매에 나와 비싼 값에 팔리게 된 뒷이야기를 하고 있다. 비싼 값에 팔린 그림들이 많지만 여러 화가들의 그림을 소개하고자 한 예술가의 그림을 한두 점만 소개하고 있었다. 책을 읽는 우리에게는 더 좋은 일이기도 하다. 왜냐면 더 많은 예술가들의 그림을 만날수 있기 때문이다.

 

 

할수만 있다면, 나에게 돈이 많이 있다면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을 한장 갖고 싶다는 것.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그의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모든 시름을 잊고 말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꿈에서도 이루기 힘든 꿈이지만 복제화라도 갖고 싶은 심정이 이 책을 읽게 했다.

 

 

이 책은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100점이 전시되어 있는 가상의 미술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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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3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기풍 미생 3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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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전에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조명가게』,『순정만화』의 강풀 작가와 『이끼』, 『미생』의 윤태호 작가가 나와 김중혁 작가와 함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걸 들었다. 만화에 대한 이야기, 만화 작업에 얽힌 이야기 등을 나누는데 굉장히 즐겁게 들었었다. 동네 만화방에 들어앉아 있는 느낌이었달까. 만화를 좋아하는 많이 이들에게 사랑받는 작가들 답게 입담들이 아주 좋아 듣는 나도 덩달아 즐거웠었다. 윤태호 작가의 『미생 - 아직 살아있는 못한 자』1, 2권을 읽은 나에게 『미생』에 대한 이야기는 더욱 호기심을 자아냈다. 인생이야기를 닮았다는 바둑 해설과 함께 셀러리맨으로 사는 이들의 애환이 들어 있어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은 책이라 더욱 흥미로웠다.

 

 

『미생』1,2권이 어린아이적부터 하던 바둑을 그만두고, 바둑을 하면서 알았던 사람으로부터 소개를 받고 인턴사원으로 들어가 영업 3팀에서 업무를 시작하게 된 이야기가 나왔다면, 3편에서는 신입사원으로서 업무에 적응하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새로운 직장에 다니기 시작했을때 업무 파악이 먼저 일 것이다. 아무것도 알지 못한 상태에서 가만 앉아 있자니 불편하고, 바쁘게 일하는 선임 직원들 틈에서 무언가 물어보기도 겁날때의 그런 기분들을 그대로 표현한 글에서 직장 다니는 사람으로서는 누구가 공감할 내용이 들어 있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 하겠다는 큰 포부 아래 신입 사원이 된 이들.

할일이 주어지지 않아 누구보다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장백기, 선임 사원들이 보류해놓은 기획서를 읽으며 그 기획서가 왜 보류되었는지 파악하며 선배들과 갈등을 빗게되는 능력자 안영이, 넉살좋은 성격으로 여러 사람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가지만 효유성 없는 야근에 대해 불만인 한석율, 영업 3팀에서 사람좋은 김대리와 항상 열심히 일하는 오과장의 배려로 열심히 일을 배우는 예스맨 장그래의 좌충우돌 신입사원들의 분투기이다.

 

 

  

 

 

 

회사에 필요한 일을 하고 싶은 신입사원들은 시간낭비 없애고 효율적으로 일하고 싶어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임들이 일을 시켜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회사에 필요한 일을 스스로 찾아 준비하는 신입사원들도 있다. 이런 고민들을 하는 신입사원들에게 책에서는 기획서나 보고서를 쓰는 이유에 대해서 말한다. 자기 기획안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기 위해서 '설득'을 해야 한다고. 상사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더군다나 자기기 먼저 설득되지 못한 기획서는 힘을 갖지 못하며, 기획서 안에는 그 사람만의 에너지가 담겨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태어나서 한번도 직장을 다녀본 적이 없다는 작가는 이렇게 회사 생활에 대해서 콕콕 찝어 이야기 하고 있다. 마치 직장생활을 오랫동안 해 온 것처럼. 아무래도 만화컷이라 내용이 많지 않지만, 장그래와 다른 사람들의 표정들을 볼 수 있어서 쉽게 읽을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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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바람이 되어
송은일 지음 / 예담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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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 갔을때, 어떤 장면이나 풍경을 보았을때 예전에 있었던 일 같기도 하고, 어디선가 본것 같은 느낌을 받을때가 많다. 그걸 '기시감'이나 '데자뷰'라고 하는데 그럴때 우스개소리로 전생에 만나거나 겪은 일이라며 웃곤 했었다. 이 책은 '환생' 즉 회귀를 겪는 이들을 다룬 책이다. 내가 전생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 때로는 궁금하기도 했지만, 과거의 생을 기억하고 있는 삶을 산다는 것도 굉장히 힘든 일일거라 생각이 든다. 과거의 삶이 자꾸 생각나고 과거속의 사람을 다시 만난다면 너무나 고통스럽지 않을까. 우리에게 인중이 있는 이유, 어느 책에선가 읽은 건데 과거를 기억하지 말라고 태어나기 직전에 손가락으로 누른 자리랬는데. 이 책에서처럼 모든 것을 기억해버리면 현재의 삶은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과거속의 삶에서 빠져나오기 힘들것이다.

 

 

 

여기 과거의 한 시대, 친구였던 세 사람이 서로를 알아보고 현재의 삶에서 과거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작가는 1920년대의 김명순, 나혜석, 김원주. 거의가 문맹이던 시절 독립운동을 하고, 죽을 처럼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던 여성들이 동시대에 현생에 환생한 이야기를 그려냈다.

 

 

 

과거 김부전이었던 유아리는 작가이다.

전생의 상처들을 소설로 쓰며 현생을 살아가고 있다.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석해인 역시 과거 김한주이며, 현재 형사인 손재엽은 과거엔 나유석이란 여자였다. 그리고 자신의 환생을 조형예술을 빚으며 살아가는 로즈 이가 밀러가 있다. 이 책에서는 이들 네사람이 주인공이며 과거에 서로 엮여진 사이였다. 동시대의 사람이었던 이들이 다시 현생에서 만난다는 게 쉽지 않을것 같은데 실제로 이런 일들이 많다고 한다. 실제로 지구 전체 인구의 100분의 1이 환생하고, 회귀를 겪는 인간중 대부분이 자신의 회귀를 의식하지 못하고 보통사람으로 살아가는데 반해 그중 10퍼센트는 자신의 회귀가 전생의 기억들과 연결되어 있음을 명확히 인식한다니 상당히 놀랍다.

 

 

 

책에서는 아무래도 이들 네사람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그들 주위에는 환인들이 많다.

우리 주변 사람들의 대부분이 환인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책에서는 회귀살인이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데 과거의 삶에서 자신에게 해를 끼친 사람에게 현생에서 철저한 계획하에 죽이거나 해를 끼치는 걸 말한다. 과거에 아프게 했던 사람에게 미운 감정이 드는 건 당연할테지만 현생을 살아가기 때문에 그것에 적응을 해야 하는 것도 상당히 어려울 것 같다. 과거에 모녀관계라던가, 친구관계인 경우 그 친밀감이 생기는 건 어쩔수 없을 것 같고 애틋한 마음때문에 가깝게 지내기도 하는 것 같다.

 

 

 

-환還의 궁극적인 목적은 그거야. 이생에서, 환생의 악순환에 매듭을 짓자는 것. 그렇게 해서 다시 환인으로 태어나지 말자는 것. (45페이지 중에서)

 

 

 

회귀 과정을 겪었든, 이겨내었든 간에 고통스러운 건 어쩔수 없을것 같다.

작가인 유아리가 『간지러움』이란 책 첫머리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필요해요. 그래서 나는 정신 차리고 길을 걷는다.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그것에 맞아 죽어서는 안 되겠기에' 라는 브레히트의 시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란 시를 적어놓듯, 로즈 밀러가 전시회 제목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를 쓴 것처럼 사람의 마음이란게, 좋아하는 게 어쩔수 없는 것인가 싶다.

 

 

 

회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전생을 기억하지 못하는 나는 이들 주인공들인 아리나 재엽, 해인, 로즈가 참 안타까웠다. 전생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전생보다는 다음생에 어떻게 태어날지 그런 걸 생각해본다. 친구들과 우스개소리로 '넌 다음 생엔 어떤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어?'하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어떤 이는 동물로, 어떤이는 식물로 태어나고 싶다는 사람도 있었고, 나는 세상을 구경하며 여행하는 자유로운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고 말했었다. 여자로 살면서 마음껏 해보지 못한게 한이 되었던지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과거의 생이 있고, 다음 생이 있다지만 솔직히 그걸 확신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만약 다음 생이 있다면 이란 생각을 어쩔수 없이 해보기는 한다.

 

 

 

내가 다음 생에 남자로 태어난다면, 나는 현생에서는 아리처럼 책을 열심히 읽고, 다음생에서는 세계를 여행하는 자유로운 남자가 되어 여행 에세이집을 낼수도 있겠다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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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거기쯤이야, 너를 기다리는 곳 - 테오의 여행테라피
테오 글.사진 / 예담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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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힘들어질때쯤 언제나 여행을 꿈꾼다.

되도록이면 멀리가는 여행을 꿈꾸지만 여러가지 사정으로 여의치 않을때 가까운 곳에라도 떠날수 있는 것이 삶의 한 자락 기쁨이기도 하다. 아주 가까운 곳에라도 여행을 다녀오면 어지러웠던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고 다시 일상으로의 복귀를 그리 어렵지 않게 여긴다. 내가 살았던 곳에서 잠시 떠남은 삶의 큰 위로를 주는 것 같다. 함께 떠나는 사람이 아주 가까운 사람이어도 좋고, 그리 가깝지 않은 사람이어도 나름대로의 기쁨을 느끼는 게 여행이 아닐까 싶다. 늘 여행을 꿈꾸기 때문인듯 여행 에세이를 자주 읽게 된다. 대리만족을 느끼듯 그렇게 타인의 여행에서 느꼈던 생각들을 읽는다.

 

 

지난 금요일, 갑자기 휴가를 내고 부산 여행을 다녀왔다.

아주 짧은, 이른 아침 일찍부터 준비해 다녀온 여행길이었다. 세 시간여 걸리는 버스안에서 그렇게 나는 또 여행 서적을 읽게 되었다. 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 『아마도 거기쯤이야, 너를 기다리는 곳』이란 테오의 여행 테라피다. 여행을 떠나면서 여행에세이를 읽는 것. 다른 도시의 비슷한 느낌. 혼자 떠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느낌들은 다르겠지만 여행이라는 것에는 같은 느낌이지 않을까 싶다.

 

  

 

 

내가 살았던 곳에서 새로운 곳으로 가게 되면 우리는 우리가 여태 보아왔던 것과는 다른 것들을 보게 되는 것 같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을 보며 낯선 느낌들을 갖는 것. 여행은 우리 자신들을 들여다 보는 일이기도 하다.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낯선 감정들을 추스르며 우리는 심연속으로 들어가 그 속에 깊이 잠들었던 것들을 꺼내어 보기도 한다. 다른 나를 느끼는 것. 그것이 여행의 참 묘미가 아닐까 싶다. 마음이 우울할때 바다를 보고 싶은 것,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속 응어리 진 것들이 다 날아가는 것도 같다. 그래서 추운 겨울에도 우리는 겨울바다를 그리워하고 그 속에서 낯선 나를 찾기도 하는 것 같다. 

 

인생은 선택입니다. 수없이 많은 선택과 마주칩니다. 영화나 음식처럼 소소한 것에서부터 사람이나 직업 같은 무거운 것들까지 위는 선택해야 하고 거기에 책이며야 합니다. 선택에 따라 삶의 궤도가 달라지는 까닭에 우리는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선택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오래오래 그 선택을 놓고 괴로워합니다.  (39페이지 중에서) 

 

 

지친  사람들에게 내가 해주는 처방은 간단합니다. 자기 모습을 바라볼 것. 지친 자신과 대화할 것. 낡은 자신의 모습을 정면으로 헤아릴 것. 그래서 결국 삶이란 따뜻하게 낡아 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이해할 것.

자신의 낡은 배와 만나는 방식으로 회복을 조언합니다.

어디에 있습니까?

당신의 낡은 배 한 척.  (88~89페이지)

 

 

테오가 말하는 여행테라피.

돌아올 곳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테오는 나를 만나는 시간과 나를 위로하는 시간, 나를 채우는 시간, 행복을 깨닫게 되는 시간의 챕터들 속에서 여행지에서 자신과의 만남을 말하고 있다. 우리는 그와 함께 책속에서 여행을 함께하며 그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위로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가슴에 새긴다. 작가는 말했다. 그의 위로는 우리들에게 돌아 다시 자신에게로 돌아온다고 했다. 그런것 같다. 내가 누군가에게 위로를 주는 일이 다시 나에게로 위로가 되는 일이 되었다.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일. 여행을 하고 그 여행에서의 느낌들을 공유하는 일, 그런 느낌이 있는 책을 읽는 일도 우리는 같은 위로를 느끼고 있다.

 

 

 부산의 해운대

 

 순창 강천사의 단풍

 

 

 

 

여행을 떠남으로서 테라피가 되는 것.

그래서 나는 늘 여행을 떠나고 싶다. 여행을 준비하면서부터 많은 것을 느끼며 나에게 위로가 되는 일이니까. 지난 몇일동안 짧은 여행을 다니면서 느낀 것은 역시 여행은 좋다는 것. 친구들과 함께라면 더욱 좋고, 가족과 함께여도 즐겁고, 떠난다는 것 그 자체가 즐거움이고 힐링이지 않을까 싶다. 떠나지 못하면 이런 테라피가 되는 여행 에세이를 읽는 일 또한 우리에게 위로가 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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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중석 스릴러 클럽 32
조힐 지음, 박현주 옮김 / 비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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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힐 이라는 작가도 잘 알지 못했고 해리포터 시리즈의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주연한다는 기사에 이 책에 대한 궁금함이 있었다. 그리고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머리에 뿔이 돋는 사진을 보고는 더욱 궁금해진 책이었다. 책을 읽으려고 폈을때 책 날개에 적혀진 작가의 이력을 보니 본명이 조셉 힐스트롬 킹으로 스티븐 킹의 아들이라는 걸 숨기려고 필명으로 활동을 했다하니 책을 읽기전부터 왠지 믿음이 가는 책이었다.

 

 

심한 숙취로 아침에 깨어난 이그나티우스 마틴 페리시는 관자놀이이 익숙치 않은 무엇이 느껴져 거울을 보다가 깜짝 놀랬다. 밤사이에 이마 양쪽에 뿔이 돋아나 있는 것이었다. 어젯밤에 술을 마시고 일년전에 죽은 연인 메린에게로 가서 신성모독 행위를 저질렀던게 생각이 났다. 뿔을 가려보려하지만 잘 안되고 어쩐일인지 주변 사람들이 이그 페리시에게 마음속 추악한 비밀을 고백하고 있다. 상대방의 몸에 닿기라도 하면 그의 과거가 한눈에 다 보인다. 어떻게 된 일일까?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는 진정 악마가 된 것일까.

 

대부분의 추리소설이 어느 한 사건이 생기고 독자로 하여금 살인범을 찾는 과정들이 전개되고, 책의 마지막 부분에 가서야 진짜 살인범이 나오는데 반해 조힐의 『뿔』에서는 글의 초반부터 살인범을 알려주고 있다. 살인범을 알되, 어떻게 해서 살인이 저질러졌는지, 주인공 이그는 또 어떻게 그에게 복수를 하게 되며,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악마로 변해가는 모습들을 우리에게 서섷 보여주고 있다. 악마를 상징하는 뿔Hornes은 이그가 천식때문에 포기했던 뿔나팔인 트럼펫을 상징하기도 한다.

 

 

십대때 모든 사건이 생겨났던 그때.

냇가에서 죽을뻔한 이그에게 리는 그를 죽음에서 건져준 은인이라고 왜곡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의 은인이며 둘도 없는 친구라고 믿었던 이가, 또한 메린과도 가까운 친구였던 이가 메린을 강간하고 죽였다는 걸 알게 된 이그는 그에게 어떻게든 복수하고 싶었고 스스로 악마가 되었다. 점점 더 악마가 되어가는 이그의 모습을 볼수 있었다.  

 

 

 

이 책은 스릴러 이면서도 젊은 연인들의 러브스토리이다.

살인범을 찾아 그에게 어떻게든 복수하려는 장면과 리의 마음속에 깃든 악. 타인들에게 순한 양처럼 보여주고 있던 리의 마음속은 악마로 변신한 이그보다 더한 악마였다. 이그와 함께 있으면서도 늘 이그를 싫어했던 리. 이그를 사랑하는 메린을 사랑했던 리였다. 이그를 사랑했던 메린. 메린을 사랑한 이그. 뿔이 돋아 있는 현재의 이그와, 성당에서 처음 황금 십자가의 빛으로 모스부호처럼 말을 걸었던 그때로부터 마음속의 나무 오두막에서 사랑을 나누었던 그때의 모습이 겹쳐 진행되고 있다. 영원히 마음속의 나무 오두막에서 어린 시절의 모습 그대로 있을 이그와 메린. 그들은 그 오두막에서, 또한 사랑하는 사람들 곁에서 그렇게 숨쉬고 있으리라.

 

 

 "내가 악을 통해 묻고자 한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성을 지킨다는 것, 타인을 용서하고 사랑한다는 것이 아직 우리에게 가능한가"

 

 

조힐이 묻고자 했던 위의 질문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누군가 죽였을때, 더구나 가장 가까운 이라는 사람이 죽였을때, 그에게 인간성을 지키기는 힘들것이다. 용서하고 사랑한다는 것도 아주 많은 세월이 흘렀을때에야 가능하지 않을까. 아니면 전혀 용서하지 못할수도 있다. 평생토록 가슴아파하며 괴로워할 것이다.

 

 

스스로 악마가 되어버린 남자. 마음속의 나무 오두막을 간절히 찾았던 이그의 모습에서 누군가를 용서한다는 것이 굉장히 힘든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영화적인 내용과 함께 작가의 말처럼 우리에게 질문을 건네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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