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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 이병률 여행산문집
이병률 지음 / 달 / 2012년 7월
평점 :
이병률 시인의 『끌림』을 읽었던 때가 2010년이었다.
다른 모든 것을 배제한 하얀색 표지 속에 각 국의 사진들과 그의 십 년간의 여행 기록이 있었다.
쓸쓸해보이는 삶의 통찰과 어느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어딘가를 떠도는 듯한 그의 여행 에세이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페이지도 없이 기록된 그의 여행의 흔적들은 왠지 마음이 아릿해져 오기도 하더라. 마음을 열고 그의 시적인 글들과 사진들을 들여다 보았었다. 그가 지나갔던 곳들을 사진으로, 글로 들여다보며 여행에 대한 상상을 하기도 했었다. 『끌림』이 2005년에 나온뒤 7년 만의 신작이란다. 역시나 다른 모든 것을 배제한 심플한 표지다. 푸른 빛의 표지속에 이름 모를 새가 비상하고 있다. 이런 깔끔한 표지 때문에 더 끌리기도 했던 책이다.
역시나 페이지가 없는 책이다.
내가 읽고 있는 페이지가 몇 페이지인지 알 수 없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이야기가 되는 그런 책이다. 그가 여행지에서 느꼈을 짙은 외로움들이 페이지마다 묻어 나온다. 어쩔수 없는 외로움들과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나눈 따스함들도 보인다. 여행은 또 저절로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사랑했던 사람, 다정했던 사람, 지금은 헤어진 사람들을 그리워하기도 하며 과거의 어느 시간속으로 빠져들기도 하는 것 같다. 머물렀던 장소에서의 시간들을 추억할 수도 있다. 여행지에서는 모든게 낭만적이 되는 것 같다. 그 당시에는 힘들었을지라도 훗날 사진속으로 보는, 글로 보는 곳들은 낭만적이다.
7# '뜨겁고 매운 한 그릇' 편에서 보면 그는 석 달을 머물 인도 여행을 준비하면서 비상약을 준비했고 우비와 비타민, 그리고 그의 분신과도 같은 실컷 찍을수 있는 카메라 필름을 많이 준비했다고 한다. 만약을 대비해 비상 식량으로 라면 5개를 준비했다. 그는 더이상 버틸수 없다고 느꼈을때 불가촉천민들의 집을 생각했다. 그들의 사진을 찍었고 그들의 아이와 놀아주었던 것을 생각해 라면 1개를 끓여 먹을 생각을 한 것이다. 냄비에 물을 붓고 스프를 넣고 라면을 끓이는 모습을 그집의 부모와 네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었던 것을 모른척하고 끓인 라면을 먹었다. 나눠 먹었으면 좋으련만 달랑 5개인 소중하고 소중한 라면을 나눠먹질 못했다. 한국인 여행자들을 그곳에서 만났을때 그들의 야윈 몰골을 보고 그는 라면 2개를 건넸다. 그후 그가 그 마을을 떠나려 할때 하나를 끓여먹고 간절히 원하는 라면 1개를 그들에게 건네주고 그곳을 떠나왔다. 한국인 여행자가 생콩 한 줌을 건네주고 왔다고 했다. 인도의 그 아이들은 라면 봉지 2개에 흙을 붓고 한국인 여행자가 준 콩으로 식물을 기르고 있었다 한다. 콩을 라면 봉지에 넣고 키우면 라면이 될줄 알았던 그 아이들의 마음에 그는 마음 한쪽이 마구 간질간질 했다고 말한다. 너무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갖고 있는 그 아이들을 생각하니 그랬을것이다.
49#
- 거기에 누가 손 잡아 줄 이가 있나요.
- 언제는 나에게 손 잡아줄 사람 있었겠습니까?
- 손 말고 모가지 묶어줄 사람 구합니다.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는 시린 겨울 풍경의 사진들이 많았다.
한 겨울의 차가운 겨울 풍경들에서 느끼는 한 줌의 봄볕같은 따스함 이랄까.
그는 살면서 모든 것을 털어 놓아도 좋은 한 사람쯤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 한 사람을 정해놓고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를 삶의 지표로 삼아 살면 조금쯤은 삶의 부담감이 덜할까. 돌아올 곳이 있으므로 우리는 여행을 떠난다. 여행지에서 만난 모든 것들이 다 소중하다. 여행지에서 느끼는 날것 그대로의 감정들을 담은 글이라 그런지 역시나 여행을 떠나고 싶게 한다. 여행에 대한 소망이 생긴다. 그가 잠시 머물렀던 곳에 있는 느낌이 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