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의 커피하우스
고솜이 지음 / 돌풍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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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찬 비바람이 분다.
태풍의 영향으로 인해 어느 해변은 해일 걱정을 해야 할 정도로 무섭게 비바람이 치고 있고 아파트 안에 있는 나는 마치 한겨울 살갗을 에일듯한 그런 바람이 우는 소리가 들린다. 비가 들칠까봐 샷시문을 닫고 바람소리를 들으며 역시 비가 내릴때 제일 생각나는 커피 한 잔을 끓여 마신다. 커피의 그 구수한 향기를 음미할수 있는 비오는 날에 마시는 커피는 그렇게 행복할수가 없다. 한동안은 원두커피를 내려 마셨지만 귀차니즘에 그냥 인스턴트 커피를 마셔도 즐겁기만 하다. 커피는 마산에 있는 친구가 커피를 조제해서 보내 준 정성이 들어간 커피이다. 이처럼 커피를 좋아하는 내게 커피 향기가 나는 듯한 이 책의 제목이 너무도 마음에 들었다. 왠지 수요일엔 커피를 꼭 마셔주어야 할것 같은 『수요일의 커피하우스』라는 제목이 참 좋았다.

주인공이 다니는 대학교 주변의 원룸 골목에 '수요일의 커피하우스'라는 가게가 문을 연다. 어렸을 적에 엄마와의 커피에 관한 추억이 있던 주인공에게 그 이름은 왠지 낯설지 않았다. 그래서 어떤 커피 하우스가 될지 지날때마다 관심있게 보다가 어느날 커피 하우스의 주인 여자가 벽에 페이인트 칠을 하는 모습을 만나게 되며 꼭 한번 그리고 싶었던 그림을 그려보라던 주인 여자의 말에 주인공 '나'는 벽에 그림을 그리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그곳에서 주인 여자의 갓구운 빵과 갓내린 커피로 오늘의 아침식사 메뉴와 오늘의 커피를 갈색 칠판에 붙여놓고 주인 여자는 만들고 싶은 메뉴와 구입해 온 재료의 양 만큼만 팔려고 한다. 

갓 구운 빵의 냄새와 커피냄새가 가득한 커피 하우스에는 밝은 모습만 있는게 아니다. 
주인공 '나'는 그림에 대한 특별한 재주와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혼자 남은 아버지는 위독하고 학교는 휴학계를 내야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요일의 커피하우스' 주인 여자가 만들어준 아침을 먹고 점심을 먹고 커피를 같이 마시며 많은 위안을 받게 된다. 주인 여자는 마치 마법을 부리는 것처럼 음식을 해내고 그녀의 따뜻함에 '나'는 많은 위안을 받게 된다. 

사람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서로에게 위안이 되는가 하는 것이다. 속에 있는 말을 한답시고 여러 말을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상대의 생각에 맞추게 되고, 관계 자체가 하나의 족쇄가 된다. 주인은 그 오묘한 거리를 기막힐 정도로 잘 유지하는 사람이었다. (124 페이지 중에서)

나 역시 네가 겪는 경험의 일부야. 어쩌면 지금이 네게 모르던 세계를 알려주는 중요한 시간이 될 수도 있지. 하지만 아무 의미도 없을지 몰라. 모든 건 너한테 달려있는거야. (199페이지 중에서)

'얼굴 이쁜 여자는 소박 맞아도 요리 잘하는 여자는 소박 맞지 않는다'  옛 어르신들이 하시는 말씀이 있다. 요리를 하는 사람은 온갖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들게 된다. 그러한 정성이 담긴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 어떻게 그 여자 얼굴이 밉상이라고 쫓아낼수 있을까. 아마 그런 연유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이렇게 책에서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나오는 책을 보면 모두들 음식을 만드는 그 정성에 감동하고 따뜻한 마음을 전해 받는 것 같다. 커피하우스의 주인 여자처럼. 

이러한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책 이야기들이 많다. 
이 책을 읽으며 그 전에도 감동이었던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이나  오가와 이토의 『달팽이 식당』같은 책을 보면 정말이지 가슴에 무언가 차오르는게 있다. 음식 속에 담겨진 그 정성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마음대로 만들고 싶은 빵을 굽고 음식을 남겨놓고 그 다음날 파는, 하기 싫은 건 하지 않는 자유로운 감성을 가진 주인 여자의 말 한마디 들이 주인공 '나'의 힘든 오늘을 어루만져 준다. 

오늘처럼 이렇게 비가 오는 날 '수요일의 커피하우스'에 가면 나는 주인 여자의 오늘의 메뉴 중에서(어쩌면 아르바이트 하는 '나'가 만들지도 모르는) '브리오슈'나 '잉글리시 머핀', 호두를 넣은 커피케이크, 도피네'중에 한가지가 있었으면 좋겠고 평소에 단 커피를 싫어하지만 커피하우스의 오늘의 커피를 마시고 싶다. 물론 창가에 앉아서 음악을 드르며 커피 냄새를 음미하며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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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스토리콜렉터 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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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마을에서 오래도록 과거부터 쭈욱 이어져 오며 살아가고 있다면 우리는 이렇게 말을 하고는 한다. 그집에 숟가락이 몇개인지 누가 다녀갔는지 그런 세세한 것까지 알고 있다고. 겉으로 보기에는 사이가 좋고 친밀한 작은 마을이지만 그 속에 감춰진 추악한 진실이 있다면 그 때에도 가족같은 마을이라고 말할수는 없다. 어느 한 사람을 옭아매려고 했던 마을 전체 사람들이 거짓말을 했다면? 그 추악한 진실은 정말이지 믿고 싶지 않으리라.


십년전에 토비아스는 여자친구 둘을 죽이고 그 시체를 은닉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들어가 십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출소하게 된다. 출소하는 날 아버지는 보이지 않고 어렸을때부터 언제나 옆에 있어 주었던 자신의 진실한 친구 나디야가 마중나와 주었다. 나디야는 자신의 집에 가자고 하지만 자신 때문에 힘들었을 부모님을 생각해 아버지가 하시던 레스토랑 '황금수탉'으로 간다. 자신이 감옥에 들어가기 전만 해도 동네의 명소라 할 만한 곳이 지금은 폐허가 되어 마당에는 잡초만 무성할 뿐이었다. 곧이어 아버지를 만나고 어머니를 찾지만 어머니는 집에 계시지 않는다는 말을 듣는다.  그리고 경찰 피아는 폐쇄된 군 비행장의 지하 기름 탱크에서 여자 유골을 발견했다는 신고를 받고 달려간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엄마와 함께 살던 아멜리는 아버지와 함께 살기위해 이곳 알텐하인으로 와 용돈을 벌기 위해 식당 '흑마'에서 일하다가 그곳 손님들로부터 십일년전의 살인범 토비아스 자토리우스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게 되자 따분하게만 느껴졌던 이 마을에도 흥미거리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 티스 테를린덴과 친구사이로 토비아스 사건에 대해서 나름대로 조사를 시작한다. 또 토비아스를 사진으로 보고 잘생긴 외모에 반하기도 했다.  토비아스가 죽인 여자친구는 로라와 백설공주라고 불리웠던 스테파니 슈네베르거로 로라와 사귀고 있던 토비가 이사 온 스테파니를 보고 한눈에 반해 사귀게 되며 마을의 축제인 축성일에 로라와 크게 싸우고 또 스테파니와도 싸우게 돼 죽였다는데 토비는 그 몇시간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왠지 그 사건이 이상하다고 느낀 아멜리는 토비와 만나게 되고 아멜리를 본 토비는 백설공주와 놀랍도록 닮은 모습에 충격을 받는다. 

이곳 마을의 경찰인 피아 키르히호프와 수사반장인 보덴슈타인은 기름 탱크에서 발견된 시체가 로라임을 알게 되고 또한 육교에서 떨어져 중상을 입은 여자 환자가 얼마전에 출소한 토비아스라는 걸 알게 되고 이 사건이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예감하게 되며 십일년전의 토비아스가 살해했던 로라와 백설공주의 사건을 꺼내어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하며 여러가지 의문점을 발견하게 된다. 

 다양한 등장 인물들과 함께 어떻게 그 일이 일어났는지 조사를 해 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추악한 진실들에서 나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토비의 사건에 대해 진실을 알게된 아멜리가 실종이 되며 내용은 겉잡을수 없는 수렁에 빠진듯 그렇게 빠르게 진행이 되어 간다. 자신의 친구들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이 자신에게 어떠한 짓을 했는지 알게 된 토비의 절망에 나 역시 분개해 하고 있었다. 한동안 숨도 못 쉬듯 그렇게 푹 빠져서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나는 처음에 책 제목만을 보고 왜 그런 제목을 지었는지 와닿지 않는 제목에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내용을 읽다가 그래서 이런 제목을 썼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십대의 나이부터 60을 바라보는 50대의 인물들도 하나같이 다 잘생긴 사람들만 나온다. 판타지 소설도 아니고 어떻게 잘생긴 사람만 나오는지 좀 억지스러운 면도 있었지만 못생긴 사람보다는 잘생긴 사람을 보는게 나 또한 즐거운 일이므로 즐겁게 넘어갔다. 

 작가 자신이 오랫동안 살고 있는 독일의 타우누스 지역을 배경으로 한 소설 시리즈중 네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경찰관인 피아 키르히호프와 보덴슈타인을 등장시키며 내용이 끝나갈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작가의 매력에 다른 책을 또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더운 여름에 이런 짜릿한 추리소설을 읽는다면 그 어떤 열대야도 이길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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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시집보내기
사쿠노 쓰키네 지음, 김소영 옮김 / 서울문화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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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밤, 엄마가 남자를 주워 왔다.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쓰키 짱은 어느 날 밤 고주망태로 술에 취한 엄마가 선물을 갖고 왔다며 쓰키코 짱을 깨운다. 스테오(누가 버린 남자)라는 그 남자는 반짝이는 싸구려 빨간 셔츠를 입고 엘비스 프레슬리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는 남자다. 엄마 보다도 열 몇살이 어린 남자랑 결혼을 한다며 '오늘부터 집에서 같이 살기로 했다'고 한다.

태어날 때부터 엄마랑 단둘이 살아온 쓰키코는 그런 엄마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 둘 사이를 갈라 놓은 것 같기도 해 쓰키코는 스테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렇지만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그는 음식을 만들어 내는데 너무 음식 맛이 좋아, 내보내기로 마음 먹었던 스테오가 조금씩 좋아지려고 한다.

사랑이야기를 꽤 좋아하지만 나이 차이가 많은 연상연하 커플의 얘기는 약간의 거부감이 있다. 아마도 극히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영화에서나 책에서 보면 꽤 나이 차이가 많은 연하의 남자와 연애하는 경우가 꽤 있는 것 같다. 그 언젠가 보았던 일본 소설에서 열다섯 살 정도 차이나는 사람과 나이 많은 엄마랑 결혼해 새아빠가 되어 엄마가 죽은후 진짜 아빠처럼 돌보았던 그런 이야기가 있었다. 새아빠랑 단둘이 살면서 주위에서 무어라고 수군대도 친아빠보다도 더 좋아했던 그런 내용이었다. 나의 고지식한 생각으로는 절대 이해되지 않지만 그런 사람들도 꽤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사랑은 나이 국적 불문이라는 말까지도 있으니 말이다. 엄마인 요 짱은 열다섯 살 어린 남자와 결혼할 예정이고 쓰키코는 또 엄마랑 동년배일듯한 남자랑 사귄다. 이것 또한 그다지 마음에 들지않는 나는야 편견덩어리.

스물다섯 살이 되어도 집에서만 있는 쓰키 짱도 말 못할 사정이 있었고 자신이 아는 사람에게서 더 이상 죽음을 보기 싫다던 스테오 즉 겐짱도 생각없이 허허 웃는 것 같지만 혼자 있을때는 무릎을 끌어안고 우는 슬픈 사연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엄마와 겐짱의 사랑은 꼭 죽도록 사랑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서로 의지하고자 하는 마음이 더 앞섰을 것이라고 생각이 된다. 같은 집에서 살면서 쓰키 짱도 스테오에게 마음을 열게 되고 또 엄마가 그에게 마음을 줄 수 밖에 없었던 사건까지도 서로에게 마음을 여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의 진실한 마음을 알게 되어 엄마의 결혼식과 더불어 자신이 거부했던 것까지 마주하게 되는 일들 또한 새로운 가족의 발견과 희망을 안겨 주기도 한다.  

동화적인 표지와 함께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잔잔하게 읽을 수 있는 200여 페이지의 얇은 책이라 금방 읽을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도 개봉했다고 한다. 영화를 좋아하는 나는 그 영화도 볼 기회가 있으면 보고 싶은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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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박주영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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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밤하늘에 외로이 떠 있는 노랗게 빛나는 달.
그 밝음에 손을 내밀었는데 그 달이 날아갈 수도 있는 불안한 종이달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십대 후반 그 스물일곱 살의 청춘은 어쩌면 '종이달' 일수도 있겠다. 무엇하나 확실하지도 않고 무엇하나 제대로 정해진게 없다면 얼마나 불안하겠는가.


이십대 청춘들의 불안함을 '종이달'에 비유한 그들이 무언가를 찾고자하는 이야기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직했지만 1년 정도 근무하다가 박차고 나와 버리고 이런저런 직장을 몇군데 다니다가 지금은 백수인 윤승아. 무언가 특별히 하고 싶었던 것도 없었고 좋아하는 것도 없어 지겨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백수이다. 늦은 아침에 일어나서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는 일이 전부인 그녀. 얼굴도 예쁘고 집안도 그럭저럭 괜찮은 시니컬하고 아주 특이한 성격을 가졌다. 그래서 친구도 거의 없고 어쩌다 한번씩 무리지어 만나는 성우라는 녀석과는 다툼이 끊이지 않는다. 그럴싸한 직장이 없는 백수생활이라 고향에 계신 엄마는 더 늦기전에 선이라도 보라며 전화로 성화를 하신다. 

아무할 일 없이 지내는 승아에게 작은 오빠는 묻는다. 뭘 하고 싶은지. 어떻게 되고 싶은지. 어렸을때 막 미치도록 하고 싶었던 것은 없었는지에 대해.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라는 작은 오빠의 말을 그냥 흘러 들었다가 책을 한번 써보라는 성우의 이야기를 십분 정도 귀담아 듣는다.  해보지도 않고 뭐든 할 수 없다고 말해선 안되는 거라는 친구 효림의 말에 정말로 소설을 쓸 생각을 하고 소설 쓰기에 돌입한다.

언제 행복하냐고 물을 때 나는 혼자 있을 때라고 망설임없이 대답하는사람이었다. 그러면서 늘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내 대답을 지독한 농담이나 시니컬한 성격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사실이었다. 나는 어서 빨리 혼자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사실은 사람들 가운데 있어도 나는 늘 혼자였다.(70페이지 중에서)

무언가 진지하게 시작해보고 싶은 마음이 아주 절실해지는 순간이 있다. 지금 같은 순간. 누군가 진지하고 간절한 눈빛으로 너는 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하는 그런 순간. 게다가 그 사람이 나를 아주 잘 알고, 내가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할 수만 있다면 우연이 끌고 가는 내 삶을 필연으로 정리하고 싶다.(119페이지 중에서)

나는 책장에 꽂힌 책들 중 몇 권을 골라 훑어본다. 나 같은 사람이 하루면 읽어내는 이 책 한 권을 위해 작가란 사람은 얼마나 많은 열정과 시간을 쏟아부은 걸까. 정확히 얼마의 시간이면 이런 책 한 권을 세상에 들이밀 수나 있는 걸까. 한 자 한 자 실제로 쓰는 시간만으로 이 책이 되는 것도 아니겠지.(136페이지 중에서)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았던 특별히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승아는 소설을 쓰면서 자신에게 생기는 한없는 욕심을 부려가며 글을 썼다. 소설을 마치고 어디선가 날아 올 수상 소식을 기다리며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게 되고 그녀에게 펼쳐지는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것. 스물일곱 청춘 시절의 절망도 희망을 향한 강한 몸부림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녀는 자신의 삶을 향해 날개를 편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확실히 깨닫게 되는 것이다. 충동적이었지만 결정적인 무엇을 찾게 되는 순간이다.  

박주영 작가를 처음 만난 책이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던 『백수생활백서』였다. 오로지 책을 구입하고 책을 읽기 위해 원해서 백수생활을 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읽고 난 어쩌면 그렇게 내 마음과 똑같은지 책의 아주 많은 부분에 색색의 포스트잇을 붙여놓았었다. 그녀의 다른 작품인 『무정부주의자들의 그림책』을 읽었고 또 『냉장고에서 연애를 꺼내다』라는 책도 구입해 놓고 읽으려고 벼르고 있을 정도로 그녀가 말하는 책이야기가 나는 너무도 좋다. 약간은 시니컬한 성격을 가진 주인공들이 참으로 마음에 드는 그녀의 소설 또한 내 마음에 쏙 든다. 이번 작품 『종이달』또한 그런 비슷한 주인공들을 닮았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성격의 주인공들이 아주 싫을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녀가 말해주는 주인공들의 성격이 참 좋다. 책 좋아하는 부분에서도 그렇고 승아의 성격처럼 아주 특별한 성격을 지닌 주인공들이 나는 마음에 든다. 

불안한 인생이지만 자신의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승아의 이야기가 참 좋다. 
내가 다시 그 시절의 혼돈과 불안에 서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새로운 자신의 인생을 향해 발을 내딛는 것처럼 느껴졌던 이 소설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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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영혼 뫼비우스 서재
막심 샤탕 지음, 이세진 옮김 / 노블마인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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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철에 가장 읽기 좋은 책이 스릴러 소설이 아닌가 싶다. 책의 주인공과 함께 살인자를 찾기 위한 숨가쁜 여정에 동참하며 심한 무더위도 오싹함으로 시원하게 할수도 있으니 말이다.  책장에 꽂혀 있는 책 중에서 다른 책을 읽고자 했으나 자꾸 두께와 푸른 빛으로 나를 유혹하는듯 하여 읽게 된 책이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분야인 프로파일러가 나오는 책이기도 해서 이 책의 주인공은 또 어떻게 사건을 해결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강한 호기심이 일었다고 해야겠다.

먼저 책은 600여페이지가 넘은 두꺼운 책으로 누워서는 손목이 아파 제대로 볼수가 없는 책이었다. 오로지 앉아서 그것도 쿠션을 두 개쯤 받치고 읽어야 손목이 시큰거리지 않았다. 두꺼운 책이었지만 역시나 프로파일러의 연쇄살인범을 쫓는 과정을 지켜보느라 나는 정신을 온통 책에 쏟고 있었다. 주인공 조슈아 브롤린과 줄리에트 라파예트를 지켜보며 마음 졸이며 읽고 있었다.


장소는 미국 오리건 주 포틀랜드 시.  심리학을 전공한 조슈아 브롤린은  FBI를 거쳐 경찰청으로 들어왔다. FBI 아카데미에서 양성 과정을 마치고 곧바로 행동과학연구소에서  프로파일러(profiler, 범죄심리분석관)가 될 수 없어서 범죄에 대한 현장 경험을 하고자 경찰서 강력계에서 근무하게 된다. 

범죄 프로파일러에게 가장 힘든 점은, 살인자의 심리에 완전히 녹아들어 그 행동방식을 이해하고 그를 통해 범인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지를 예측하는 것이라고 한다. 프로파일러는 수사와 피해자들에 관해 모르는게 없어야 하고 밤이든 낮이든 살인자의 인간성이 손에 선명하게 '잡히는'느낌이 올 때까지, 시체가 어떤 일을 당했을지 온 신경을 집중해야만 한다고. 그리고 그 다음에 프로파일러는 살인자가 '되어야'한다고.(40페이지 중에서)     

브롤린은 투알라틴 강둑에서 팔꿈치 아래가 잘려나간 첫 번째 시체를 발견하고 그후 두 번째 시체가 발견된다. 한편 심리학을 공부하는 줄리에트는 친구인 카멜리아의 집에 갔다가 늦은 밤에 집에 가기 위해 자신의 차로 갔지만 타이어가 완전히 펑크가 난 걸 발견하고 그때 옆에서 어떤 남자가 도와주겠다며 말을 걸고 집이 가까우니 혼자서 걸어가겠다며 가려하지만 그 남자가 갑자기 다가와 얼굴에 솜뭉치를 들이대고 그녀는 정신을 잃었다. 잔인한 범행수법때문에 '포틀랜드 인간백정'이라는 별명을 가진 그 살인마에게 죽임을 당하기 직전에 브롤린의 총에 의해 그 살인마는 죽고 줄리에트는 다행히 목숨을 건지게 된다. 그 연쇄살인범이 죽자 악몽에 떨던 포틀랜트는 다시 평화가 찾아 온다.

일년 뒤 또다시 '포틀랜드 인간백정' 의 짓으로 보이는 팔이 잘린 시체가 발견되고 줄리에트와 경찰청으로 한 통의 편지가 오고, 편지를 해독하고 증거를 찾지만 좀처럼 찾을수가 없어 그들은 함정을 파고 살인범을 기다린다. 살인범으로 보이는 자가 남기고 간 담배꽁초에서 '포틀랜드 인간백정'인 릴랜드 보몬트의 DNA가 나와 경찰은 충격에 휩싸인다. 분명히 죽은 자인데 어떻게 그의 DNA가 나올수 있단 말인가. 급기야 그가 묻혀 있던 묘지에 가서 관을 열어보지만 관 속에는 아무것도 없는 빈 관이었다. 도대체 이게 가능한 일일수 있을까 의문에 그들은 그때서야 릴랜드에 대해서 다시 조사를 하게 된다. 그리고 드러나는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대개 추리소설을 읽을때 손에 땀을 쥐게 한다느니 숨막히도록 긴장감에 재미있게 읽는다는 말을 하게 된다. 가장 진부한 표현이지만 이 책 또한 마찬가지였다. 모든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옆에서 누가 말을 시켜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몰입해 한마디로 숨이 가빴다고 해야겠다. 나도 어서 그 진실을 알고 싶어, 과연 어떤 결말을 낼지 너무도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프랑스 작가인 막심 샤탕의 이름은 홍보문구에서 몇번 본 기억은 있지만 그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물여섯 살의 나이에 쓴 그의 첫작품이라고 한다. 프랑스 문학계에서는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와 비교될 만큼 장르문학계에서 대단한 성공을 거둔 작가이며 이 책은 주인공 조슈아 브롤린을 주인공으로 한 <악의 3부작>중 첫 작품이라고 한다.  살인사건과 부검하는 장면들은 너무도 공포스럽고 두려움이 일게 하지만 그래도 그 사건을 해결하는 이들에게서 헤어나올수는 없다. 시리즈로 나온 책들은 꼭 읽어보고 싶은 내 습관에 의해서 <악의 3부작>들을 찾아 읽을것 같은 예감이 든다. 스릴러 영화를 한편 본 듯한 짜릿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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