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영혼 뫼비우스 서재
막심 샤탕 지음, 이세진 옮김 / 노블마인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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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더운 여름철에 가장 읽기 좋은 책이 스릴러 소설이 아닌가 싶다. 책의 주인공과 함께 살인자를 찾기 위한 숨가쁜 여정에 동참하며 심한 무더위도 오싹함으로 시원하게 할수도 있으니 말이다.  책장에 꽂혀 있는 책 중에서 다른 책을 읽고자 했으나 자꾸 두께와 푸른 빛으로 나를 유혹하는듯 하여 읽게 된 책이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분야인 프로파일러가 나오는 책이기도 해서 이 책의 주인공은 또 어떻게 사건을 해결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강한 호기심이 일었다고 해야겠다.

먼저 책은 600여페이지가 넘은 두꺼운 책으로 누워서는 손목이 아파 제대로 볼수가 없는 책이었다. 오로지 앉아서 그것도 쿠션을 두 개쯤 받치고 읽어야 손목이 시큰거리지 않았다. 두꺼운 책이었지만 역시나 프로파일러의 연쇄살인범을 쫓는 과정을 지켜보느라 나는 정신을 온통 책에 쏟고 있었다. 주인공 조슈아 브롤린과 줄리에트 라파예트를 지켜보며 마음 졸이며 읽고 있었다.


장소는 미국 오리건 주 포틀랜드 시.  심리학을 전공한 조슈아 브롤린은  FBI를 거쳐 경찰청으로 들어왔다. FBI 아카데미에서 양성 과정을 마치고 곧바로 행동과학연구소에서  프로파일러(profiler, 범죄심리분석관)가 될 수 없어서 범죄에 대한 현장 경험을 하고자 경찰서 강력계에서 근무하게 된다. 

범죄 프로파일러에게 가장 힘든 점은, 살인자의 심리에 완전히 녹아들어 그 행동방식을 이해하고 그를 통해 범인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지를 예측하는 것이라고 한다. 프로파일러는 수사와 피해자들에 관해 모르는게 없어야 하고 밤이든 낮이든 살인자의 인간성이 손에 선명하게 '잡히는'느낌이 올 때까지, 시체가 어떤 일을 당했을지 온 신경을 집중해야만 한다고. 그리고 그 다음에 프로파일러는 살인자가 '되어야'한다고.(40페이지 중에서)     

브롤린은 투알라틴 강둑에서 팔꿈치 아래가 잘려나간 첫 번째 시체를 발견하고 그후 두 번째 시체가 발견된다. 한편 심리학을 공부하는 줄리에트는 친구인 카멜리아의 집에 갔다가 늦은 밤에 집에 가기 위해 자신의 차로 갔지만 타이어가 완전히 펑크가 난 걸 발견하고 그때 옆에서 어떤 남자가 도와주겠다며 말을 걸고 집이 가까우니 혼자서 걸어가겠다며 가려하지만 그 남자가 갑자기 다가와 얼굴에 솜뭉치를 들이대고 그녀는 정신을 잃었다. 잔인한 범행수법때문에 '포틀랜드 인간백정'이라는 별명을 가진 그 살인마에게 죽임을 당하기 직전에 브롤린의 총에 의해 그 살인마는 죽고 줄리에트는 다행히 목숨을 건지게 된다. 그 연쇄살인범이 죽자 악몽에 떨던 포틀랜트는 다시 평화가 찾아 온다.

일년 뒤 또다시 '포틀랜드 인간백정' 의 짓으로 보이는 팔이 잘린 시체가 발견되고 줄리에트와 경찰청으로 한 통의 편지가 오고, 편지를 해독하고 증거를 찾지만 좀처럼 찾을수가 없어 그들은 함정을 파고 살인범을 기다린다. 살인범으로 보이는 자가 남기고 간 담배꽁초에서 '포틀랜드 인간백정'인 릴랜드 보몬트의 DNA가 나와 경찰은 충격에 휩싸인다. 분명히 죽은 자인데 어떻게 그의 DNA가 나올수 있단 말인가. 급기야 그가 묻혀 있던 묘지에 가서 관을 열어보지만 관 속에는 아무것도 없는 빈 관이었다. 도대체 이게 가능한 일일수 있을까 의문에 그들은 그때서야 릴랜드에 대해서 다시 조사를 하게 된다. 그리고 드러나는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대개 추리소설을 읽을때 손에 땀을 쥐게 한다느니 숨막히도록 긴장감에 재미있게 읽는다는 말을 하게 된다. 가장 진부한 표현이지만 이 책 또한 마찬가지였다. 모든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옆에서 누가 말을 시켜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몰입해 한마디로 숨이 가빴다고 해야겠다. 나도 어서 그 진실을 알고 싶어, 과연 어떤 결말을 낼지 너무도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프랑스 작가인 막심 샤탕의 이름은 홍보문구에서 몇번 본 기억은 있지만 그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물여섯 살의 나이에 쓴 그의 첫작품이라고 한다. 프랑스 문학계에서는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와 비교될 만큼 장르문학계에서 대단한 성공을 거둔 작가이며 이 책은 주인공 조슈아 브롤린을 주인공으로 한 <악의 3부작>중 첫 작품이라고 한다.  살인사건과 부검하는 장면들은 너무도 공포스럽고 두려움이 일게 하지만 그래도 그 사건을 해결하는 이들에게서 헤어나올수는 없다. 시리즈로 나온 책들은 꼭 읽어보고 싶은 내 습관에 의해서 <악의 3부작>들을 찾아 읽을것 같은 예감이 든다. 스릴러 영화를 한편 본 듯한 짜릿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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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8
에밀리 브론테 지음, 김종길 옮김 / 민음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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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많이 읽은 때가 아마 이십대 초반 이었으리라.
집에 있는 현재 지금도 가지고 있는 삼성판 세계문학전집을 거의 매일 푹 빠져 읽고 있었다. 그때 읽었던 고전문학들의 여운이 지금까지도 남아있는걸 보면 책과 독서의 위대함이란 이루 말할수가 없는 듯하다. 그때 읽었던 그 마음과 느낌을 거의 몇십년 이어져 가는 걸 보면 말이다. 그동안 다른 책들을 많이 읽다가 요즘 다시 고전 읽기를 하고 있다. 어쩌면 고리타분하게 보일지 몰라도 이토록 오랜 시간동안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그 여운이 십대에서부터 아마 육십 대 이후까지도 세대를 아울러서 사랑받는 요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된다. 

영원한 로맨스 소설의 고전인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다 좋아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오만과 편견』을 좋아한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찾아 읽던 와중에 얼마전 영화 '제인 에어'가 개봉이 되었다. 영화를 먼저 보고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를 읽었다. 너무도 재미있게 읽고 나서 그녀의 동생인 에밀리 브론테가 남긴 단 하나의 작품인 『폭풍의 언덕』을 너무도 읽고 싶었다. 

이십 년전에 읽은 이 책에서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사랑은 내 마음속에 깊이 각인 되었던지 거의 기억이 났다. 물론 세세한 부분은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다시한번 읽으면서 나는 다시금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이루어질수 없는 사랑에 애타하며 읽게 되었다. 사랑이란 것이 이토록 고통스러운 것이었는지, 그 잠깐의 행복과 격정적이고 증오에 가득찬 히스클리프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요크셔의 드러시크로스 저택에 세들어 사는 록우드라는 사람이 집주인인 워더링 하이츠(Wuthering Heights)에 사는 히스클리프를 만나게 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워더링 하이츠에서 무뚝뚝하고 불친절한 히스클리프와 캐서린, 헤어튼을 만나고 와서 저택의 가정부 넬리에게서 히스클리프와 워더링 하이츠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워더링 하이츠의 주인 언쇼 씨는 리버풀에 다녀오면서 힌들리와 캐서린에게 선물이라며 누더기를 걸치고 얼굴이 까만 아이 히스클리프를 데려 온다.시간이 얼마 지나 캐서린과 히스클리프는 아주 친해지고 힌들리는 그를 못살게 군다. 어느 날 드러시크로스 저택의 에드거와 이사벨라 린튼이 놀러 오고 캐서린은 점점 그들과 친하게 지내며 히스클리프를 사랑하면서도 에드거 린튼과 결혼하게 된다. 이를 참을 수 없었던 히스클리프는 사라져버리고 그동안 힌들리도 아내를 데려와 아이 헤어튼을 낳지만 아내가 일찍 죽어버리자 술에 빠져 헤어튼을 제멋대로 키우고 3년뒤 돌아온 히스클리프는 사랑하는 자신을 놔두고 돈 많은 에드거 린튼과 결혼한 캐서린을 잊지 못해 복수를 하기 위해 에드거의 여동생인 이사벨라를 꼬여내 결혼을 하게 된다. 

내가 얼마나 그를 사랑하고 있는가 하는 것을 그에게 알릴 수가 없어. 히스클리프가 잘생겼기 때문이 아니라, 넬리, 그가 나보다도 더 나 자신이기 때문이야. 우리의 영혼이 무엇으로 되어 있든 그의 영혼과 내 영혼은 같은 거고, 린튼의 영혼은 달빛과 번개, 서리와 불같이 전혀 다른 거야.(133페이지 중에서)

린튼에 대한 내 사랑은 숲의 잎사귀와 같아. 겨울이 돼서 나무의 모습이 달라지듯이 세월이 흐르면 그것도 달라지리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어. 그러나 히스클리프에 대한 애정은 땅 밑에 있는 영원한 바위와 같아. 눈에 보이는 기쁨의 근원은 아니더라도 없어서는 안 되는 거야. 넬리, 내가 바로 히스클리프야. 그는 언제까지나 내 마음속에 있어. 나 자신이 반드시 나의 기쁨이 아닌 것처럼 그도 그저 기쁨으로서가 아니라 나 자신으로서 내 마음속에 있는 거야. (136페이지 중에서)

이토록 히스클리프를 사랑하면서도 캐서린은 린튼을 선택한다. 아마도 이것이 캐서린의 운명이었는지도.

난 한 가지만 기도하겠어. 내 혀가 굳어질 때까지 되풀이 하겠어, 캐서린 언쇼! 당신은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편히 쉬지 못한다는 것을! 당신은 내가 당신을 죽였다고 했지. 그러면 귀신이 되어 나를 찾아오란 말이야! 죽은 사람은 죽인 사람에게 귀신이 되어 찾아온다면서? 난 유령이 지상을 돌아다닌다는 것을 알고 있어. 언제나 나와 함께 있어줘.어떤 형체로든지, 차라리 나를 미치게 해줘! 제발 당신을 볼 수 없는 이 지옥같은 세상에 나를 버리지만 말아줘. 아! 견딜수가 없어! 내 생명인 당신 없이는 못 산단 말이야! 내 영혼인 당신 없이는 난 살수 없단 말이야! (274페이지 중에서) 

캐서린을 향한 히스클리프의 사랑을 너무도 격정적이며 광적이다. 그토록 야만적이고 캐서린이 죽은 후에도 그녀를 잊지 못해 그녀의 유령이라도 만나고자 하는 히스클리프는 어떻게 보면 안쓰럽기도 하다. 그녀의 유령이라도 보고자 그녀가 머물렀던 방에서 캐서린을 향한 그리움에 떨며 울부짖고 그녀의 무덤가에서 정처없에 헤매고 있는 히스클리프의 광기어린 모습 말이다. 

서머싯 몸이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은 세계의 10대 소설로 꼽을 만 하다며 극찬을 했던 작품이라고 한다. 내가 어찌 이 작품에 대해 감히 평을 할수 있을까. 나는 히스클리프의 캐서린의 유령이라도 보고자 했던 캐서린과 닮은 헤어튼의 얼굴에서 그녀의 모습을 간절히 찾았던 그래서 잠깐이나마 행복했던 히스클리프를 마음속으로 그려본다. 또다른 캐서린과 린튼, 그리고 헤어튼의 인연까지도 어쩌면 그렇게 서로들 얽힐 수 밖에 없었는지. 히스클리프의 복수는 과연 행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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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춤
조정래 지음 / 문학의문학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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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전 10권을 옆에 쌓아놓고 읽었던 적이 벌써 이십 년전쯤인가.
전 권을 다 쌓아놓고 읽어야 하는 내 습관으로 작가의 책도 몇날 몇일동안 푹 빠져서 읽었었다. 조정래 작가하면 '태백산맥'일 정도로 그렇게 각인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이 두번째 이다. 이 책을 읽는데 역시 연륜이 있는 작가의 노련미가 느껴졌다.

신문이나 TV의 뉴스에서 곧잘 나오곤 하던 어느 기업의 비자금 관련등 사건이 이렇게 적나라하게 소설로써 나온 걸 보며 뉴스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글에 통쾌함마저 느끼기도 했다. 작가는 아주 저돌적이며 야만적인 주인공들을 내세워 그려냈다. 솔직히 나는 영리를 추구하는 회사에 다녀보지 않았기 때문에 기업의 사장이나 회장의 그런 행태는 잘 모르겠다. 돈을 추구하는게 사업가라고 했듯 오로지 회사의 이익만을 위해 혹은 개인의 이익을 위해 그 어떤 행동도 불사하는 기업의 오너 들을 잘 모르겠다. 돈을 많이 번 만큼 사회에 환원을 해주면 좋겠지만, 고생고생해서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라니, 그런 말이 제일 싫다고 했던 남회장의 속내를 이해못할것도 없었다.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서 1조원의 비자금을 만들기 위해 정치, 경제, 검찰, 국세청등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더이상 거절 못할 확실한 물건들과 돈으로 로비를 하는 모습을 보며 요즘처럼 돈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혹할수 밖에 없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봤다. 그렇게 확실하게 로비를 할때 거절할 사람은 많지 않을것 같다. 기업들과 결탁한 검사들의 비리와 기업들과 얽힐수 밖에 없는 언론계의 행태에 대해서도. 우리는 언론인들이 기사를 쓰면 그 글을 보고 기정사실처럼 받아 들이는데 반해 기업들과 결탁에 의해 그렇게 기업인의 미화된 기사를 쓴다는 것에도 씁쓸할 수 밖에 없었다.  

기업의 회장의 심사가 뒤틀리지 않게 굽신거리며 아부의 말을 하고 또 오너에게 짤리지 않기 위해 회장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왕에 비유하며 설명하는 대목에는 정말 맞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얼마전 어느 재벌가의 재산권 불법 상속 때문에 한동안 시끄러웠었다. 시민단체들도 난리고 검찰에서도 수사한다고 시끄러웠는데 어느 순간 조용해지더라. 그리고 장학 재단을 설립하고 어디에 30억을 내놨다느니 그랬었는데 그 재벌가도 일광그룹처럼 했으리라. 기사 나오는 걸 차단하게 하고 각 신문사에 전면 컬러로 이미지 광고를 했을것이다. 비자금 1조원 중에서 3천억을 로비 자금으로 써도 생각보다 적게 들어간거라니 30억 정도야 그들에게 껌값일수도 있으리라. 일광그룹의 남회장의 최측근인 '문화개척센터'의 윤성훈과 태광그룹에서 스카웃 되어온 박재우, 박재우의 후배이면서 같은 경제학 박사인 강기준이 고생했다며 받은 스톡옵션 50억, 40억, 30억은 우리에게 너무도 먼 숫자인데 반해 그들 골든 패밀리에게 껌값과 다름없다는 사실에 우리같은 하류계급은 너무도 괴리감이 느껴진다.

너무도 오랜만에 읽은 작가의 책은 내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분야를 다룬 책인데도 술술 금방 넘어갔다. 작가의 솔직하고도 신랄한 고발에 난 웃음을 터트리며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뜨끔한 사람도 많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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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왕자, 재투성이 아가씨를 만나다
진소라 지음 / 로크미디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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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을 여러 권 구입했을때 맨먼저 읽고 싶은 책이 있다.
그만큼 궁금하고 기대했던 책이라 그럴것이다. 이 책이 그랬다. 일단 드라마화 된다는 것에 호기심이 생겼고 내가 평소에 이 작가의 글을 좋아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제목을 보면 동화 『개구리 왕자』와 『신데렐라』를 섞어 놓은듯한 제목을 가지고 있어서 그 제목으로 인해 약간의 유머가 풍김을 느낄수 있었다. 그리고 작가의 책들이 거의 다 심각하지 않으면서도 우리가 실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어서 느끼는 바가 많은 책이기도 하다. 책의 주인공 주은이 처음 아이돌 스타 공달을 보고 개구리라고 놀리는게 나오는데 책의 마지막 부분까지 동화 『개구리 왕자』가 언급되는 걸 보고 그 전에 읽었던 『동화처럼』에서의 개구리 왕자 이야기가 생각나 동화책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요즘 예전의 아이돌들이 군대를 많이 갔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 현빈도 서른 살의 나이가 군대, 그것도 해병대를 갔으니 우리의 아이돌 가수 이자 배우인 스물네 살의 장공달은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구청 공익요원으로 간건 뭐 아주 일찍 간 거겠지. 전 총리인 할아버지의 꼬임에 빠져 공익요원으로 일하는데 본인의 사수인 노인복지담당 7급인 김 주사 만만치 않는 여자다. 성질이 하도 더러워 직원들도 다들 피하는 눈치다. 게다가 기럭지 길어줘 얼굴 잘생긴 일반인이 한번 볼까 말까한 아이돌 스타를 아예 몰라 볼 뿐더러 글쎄 '개구리'라고 한다. 공익요원으로 대충 얼굴만 내밀고 편하게 근무하려고 했던 장공달은 폼 안나게 공익요원 근무복 까지 입어야 했다. 공달은 2년만 잘 버티다 가자며 빨리 2년이 흐르기를 바란다.

원달구청의 7급 공무원은 김주은은 성질이 아주 더럽기로 유명하다. 그녀는 같이 근무하는 은진은 좋아죽겠다며 언니 밑에 두지 않을거면 자신이 책임지겠다지만, 강제적으로 아이돌 스타를 떠맡아야 된다니 머리가 아프고 거부하지만 김 주사 소신대로 부려도 좋다는 특별지시를 받고 할수 없이 자신의 일을 도우는 공익요원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특별히 시킬 일이 없었던 공달이에게 통장 정리를 해 오라고 시키자 우리의 아이돌 스타 공달이는 통장을 가나다 순으로 정리하고 있었다. 아,,, 이런 어리버리 한 애를 엇다가 쓸꼬. 주은이 맡고 있는 할머니가 아프다는 전화에 공달이를 데리고 간 주은은 할머니들께 마치 친 할머니처럼 스스럼 없이 마음을 다하는 모습을 보인다.

주은은 시설 출신이다. 언젠가 부잣집의 엄마가 데리러 올거라고 믿고, 스스로 공주처럼 행동하며, 다른 아이들과 같이 밥이라도 먹으면 공주가 아닐 것만 같고 엄마가 영영 데리러 오지 않을까봐  혼자서만 그렇게 지내는 아이였다. 공부를 잘해 후원자로부터 의대를 보내주겠다는 말을 듣지만 누구의 도움도 받고 싶지 않았던 주은은 공무원 시험을 봐 스스로의 삶을 개척한다. 누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도 싫어 마음을 닫고 뾰족한 가시를 세우고 있었지만 공달을 만나고 그를 사랑하게 되며 점점 자신의 마음을 열게 된다.

그냥, 이해하지 않아도 아는 것들이 있어요. 그 친구가 그랬어요. 나도 그랬고. 설명하지 않고, 애써 위로하지 않아도, 그냥 마주 보는 것으로 다 알 것 같고, 위로가 되는. (154페이지 중에서)

아무리 닫힌 마음을 가지고 살아도 이 세상은 혼자 살아갈수는 없다.
더군다나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싫든 좋든 이 사람 저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데 여태 다른 사람의 마음이 중요하지 않았고 관심도 없었던 주은이 점점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은 어쩌면 성장소설과도 닮았다. 다른 사람의 마음도 궁금하고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는 그 모습이 말이다.

그런 주은과 점점 성장해 가는 공달 군을 보면서 나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래서 또 눈물도 흘리고 이런 스타들도 있는 모양이라며 스타들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기도 한다. 동화속  『개구리 왕자』의 그후의 이야기에서 결혼한 개구리 왕자와 공주의 사랑이 순탄치 만은 않은것처럼 아직 나이가 어린 이 둘 커플에게도 분명 시련도 있을 것이고, 스타인 공달이의 스캔들이 또 터져 나올수도 있겠지만 주은은 외로웠던 지난 날을 생각하며 의연하게 대처할 것이라 생각이 된다.
한낱 개구리 왕자를 사람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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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의 열쇠
타티아나 드 로즈네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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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지어다. 절대 잊지 말지어다.

독일군이 프랑스 북부를 모두 점령하고 남쪽의 스페인 국경을 향해 진격하자 결국 6월 22일에 프랑스 총리 페탱이 히틀러와 정전에 합의했다. 그런 상황에서 프랑스는 무장을 해제하고 국토는 양분되었다. 북부 지역과 북부, 서부해안은 독일의 직접 통치를 받았지만, 남부지역은 나치에 협력한 페탱이 프랑스의 온천도시인 비시에 수립한 정부가 담당했다.(『20세기 전쟁사』111페이지, '제2차 세계대전'편 중에서)

벨로드롬 디베르 일제 검거. 줄여서 벨디브.
1942년 7월 16일 비시정부는 암호명 '봄바람 작전'으로 게슈타포에서 수를 정해 놓고 16세부터 50세 사이 유대인들을 그만큼 넘겨달라고 경찰에 협조를 요청하자 프랑스 경찰은 확대 적용을 해 프랑스에서 태어난 프랑스 국적의 두살 정도된 아이들까지 다 죽음의 수용소로 보내고 팔만 명의 유대인 중 살아나온 사람은 몇 되지 않았던 사건이다.

1942년 7월 16일.
현관과 가까운 방에 있던 사라는 새벽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는다. 프랑스 경찰이 들이닥쳐 명부를 확인하고 사라의 가족들을 연행해 간다. 이삼일 입을 옷가지들을 챙기라고 하자 사라는 자신의 방 비밀 벽장에 네 살된 동생 미셸을 몰래 숨기고 열쇠로 잠근다. 금방 돌아와서 구해주겠다고 약속을 하고 떠났지만, 금방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던 사라. 엄마와 아빠는 죽음의 열차를 타고 사라는 비밀 벽장에 갇힌 동생 미셸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다가 드디어 탈출을 하게 된다. 이제 파리의 자신이 살던 아파트로 돌아가 미셸을 구해야 한다.

2002년 5월.
파리에서 미국인들을 위한 잡지사 기자인 줄리아는 제2차 세계대전에 있었던 벨디브 일제 검거의  '벨디브 60주년 기념식'을 맞이하여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보기 위한 벨디브 사건의 취재를 맡는다. 그녀는 아주 잘생긴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고 10살짜리 딸 조에와 함께 살고 있다. 남편 베르트랑의 할머니가 살았던 아파트를 개조하여 살기로 하던 중에 벨디브 사건의 취재를 맡으며 자신의 집과 연결되어 있던 감추어진 비밀을 알게 된다. 줄리아는 자신의 딸과 같은 나이의 사라와 사라의 가족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너무도 궁금해 자꾸 그 일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살아있을지도 모르는 사라의 흔적을 좇기 시작한다. 마치 사라와 운명처럼 엮인 것 같은 사라를, 그 사람들을 잊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고자 한다.

1942년의 사라와 2002년의 줄리아의 교차 시점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사라의 시점에서는 수용소에 있으면서도 오로지 동생을 구하려는 절박한 사라의 마음을, 줄리아의 시점에서는 줄리아가 처한 상황과 줄리아가 느끼는 미국인으로서 프랑스인인 시댁 식구들의 이해할 수 없는 점과 사라에 대한 감정들을 그대로 내 마음속에 이입하여 읽게 되었다. 읽으면서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설움에 북받친 듯 그렇게 눈물을 펑펑 흘리고 있었다.  

전쟁은 늘 아픔과 고통을 동반한다. 아마 나는 그런 아픔들을 마주하기가 싫어서 전쟁을 싫어하는지도 모르겠다. 오죽하면 전쟁영화도 좋아하지 않는 내게 이 작품은 새로운 감동을 주었다. 유대인들을 상대로 자행되었던 나치들의 만행과 내 일이 아니면 된다는 그들의 무관심. 그들의 무관심 속에 지금(2002년)의 프랑스인들은 벨디브 사건도 나치의 만행으로 알고 있을 정도였다. 세계는 지금도 전쟁이 계속 되고 있다. '인종이나 종교나 정치 이념이 과연 인간의 목숨보다 더 귀할 수 있을까. 이유가 뭐가 됐건 우리 인간에게 타인의 목숨을 빼앗을 권리가 있을까.'(옮긴이의 말 중에서)이렇게 말한 옮긴이의 말에도 나는 숙연해진다. 그 무엇보다도 소중히 해야 할 사람의 목숨, 그리고 그들의 살 권리를 묵살한 전쟁에 대해서 다시는 있어서도 안되고 잊지 말자고 얘기한다.


가장 슬프고, 가장 감동적인 내 온 마음을 울렸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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