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골동품 서점
올리버 다크셔 지음, 박은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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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골동품서점 #올리버다크셔 #RHK

 

런던의 새크빌스트리트에는 1761년에 문을 연 소서런 서점이 있다. 소서런은 중고 서적 및 인쇄물을 취급한다. 고서점의 수습 직원으로 근무하게 된 올리버 다크셔의 책과 서점, 책 판매자로서 성장하는 에세이다. 일자리 면접을 위해 찾은 고서점의 문턱을 밟는 순간 책의 마력에 빠지고 만다. 그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일 것이다.

 


현재에도 여전히 건재한 소서런 서점에서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고서적을 바라보는 감정과 누군가 내어놓은 책을 구하기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는 모험은 책을 좋아하는 자만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고서점은 책을 구하는 사람에게 이윤을 남기고 팔아야 한다. 해서 값이 나갈 책을 사야 한다. 책에 깃든 사연을 듣다 보면 정작 값이 나가는 책이 없는데도 붙잡혀 있어야 한다. 서점에 찾아오는 사람, 일명 스핀들맨이 나타나면 직원들은 다 사라지고 저자가 그 앞에서 맞이하는 장면을 생각하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아내의 권유로 책을 처분하기로 한 남자를 방문했을 때의 일화가 생각난다. 자신만의 애정으로 책을 소장해 왔으나, 값이 나가느냐고 물었으면서도 저자가 다녀간 뒤 연락을 끊었던 남자에 대하여 공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값이 나가지 않아도 책에 얽힌 추억과 감정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상태에서 처분하기란 쉽지 않다. 이사를 준비하면서 책을 정리하겠다고 다짐했으면서도 많은 책을 처분하지 못했던 나처럼 말이다. 책에 얽힌 추억까지 버리는 것 같던 그 기분을 알까.

 


당연한 말이지만 자신이 가진 희귀 서적으로 누군가의 관심을 끌고 싶을 때 첫 번째로 넘어야 할 장애물은 드물어야한다는 것이다. 찾기 힘들어야 한다. 희귀 서적 판매자로서 말하면, 사람들은 다른 데서는 구할 수 없는 물품에 돈을 지불하게 되어 있다. (99페이지)


 

각 장이 시작될 때 소서런에서 소장하고 있는 골동품 박, 성서 낭독대, 나무로 된 모자걸이, 외양간 올빼미, 존 밀턴의 흉상 사진을 게재했다. 책뿐만 아니라 골동품을 소장하여 희귀해지는 순간 좋은 가격으로 매매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물건이나 책을 구매하기 위해 터무니없이 비싸게 판매하는 줄 알면서도 구하고 싶은 마음에 손을 내밀었던 걸 기억할 것이다.

 


시간의 흐름을 막을 방법은 없다. 책이 결국 필멸하는 것을 막을 방법도 없다. 책을 금고에 넣어 단단히 잠그고 아무도 그 책을 감상하는 데 시간을 쓰지 않는다고 해도 그 책은 조금씩 먼지가 되어갈 것이다. 우리 모두가 그런 것처럼. (180페이지)


 

전부터 느낀 바지만, 집에 어떤 책이 있는지 제대로 알기 위해 할 수 있는 게 책 목록 작성이다. 서적 판매인에게 목록을 작성하라고 하면 기꺼이, 즐겁게 작성하는 걸 보고 엑셀 파일을 만들었다. 일단 읽던 책 기묘한 골동품 서점이 첫 번째 목록에 자리했다. 안방에 있는 읽지 않은 책, 시리즈 몇 권을 입력하다 보니 금세 몇십 개의 목록이 나왔다. 시간 날 때마다 입력하면 언젠가는 다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희귀한 물품이 가득한 서점이 아직 존재한다는 게 놀랍다. 누군가는 고서적을 다루는 게 마음이 들어 일하고 있고, 귀한 작품을 찾아 헤매는 이들이 있어 가능하다. 이거야말로 고서점이 존재하는 이유일 것이다. 책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 희귀한 책들을 찾는 사람이 있기에 오늘도 고서점의 책 판매인들은 희귀한 책을 찾기 위해 애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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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제1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김멜라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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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젊은작가상수상작품집 #문학동네 #김멜라 #공현진 #김기태 #김남숙 #김지연 #성해나 #전지영

 

젊은작가상은 작품활동을 시작한 지 십 년이 넘지 않은 작가들이 발표한 중단편소설을 대상으로 한다. 봄이면 출간되는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해마다 읽고 있다. 2024년 제15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작가들은 비교적 생소했다. 젊은작가상은 한국을 이끌 젊은 작가들을 파악할 수 있게 한다. 2024년에 수상한 작품들을 보니 다양한 주제와 다양한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는 내용이라 책 읽는 즐거움이 컸다. 좋은 작품들을 읽어 신난다라고 말할 수 있어 기쁘다.



 

수상작들을 읽으며 작가의 이력과 이름을 기억했다. 김멜라 작가의 작품은 이전에도 읽은 적이 있어 대상작 이응 이응이 반가웠다. 미래에는 어떤 세상이 올까. 개인의 욕망이 아닌 사회적 이익 때문에 쾌감을 느끼는 장치 이응의 탄생은 서글프기까지 하다. 미래에 이러한 상품이 개발되지 않는다고 보장하지 못하겠다. 공현진의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는 좋은 사람이란 뭘까, 라는 질문을 건넨다. 사출 성형기 작업장에 끼여 사망사고가 났는데도 멈추지 않은 공장을 바라보며 물속 깊이 가라앉는 느낌을 받은 남자와 교사를 그만두고 지구 환경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며 수영 강습을 받는 여자가 나와 변하지 않은 차별에 대하여 말한다.





 

김기태 작가와 전지영 작가, 성해나 작가의 작품이 특히 눈에 띄었다. 내 취향에 더 맞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혼모노뜻이 무엇인가. 성해나 작가의 혼모노는 실제 무속인의 속내를 보는 듯했다. 30년 경력의 남성 무속인의 건너편에 신애기가 새로 들어왔는데 남성 무속인의 몸주였던 장수 할멈이 신애기에게 옮겨갔다. 즉 남성 무속인은 더 이상 신점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신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건 알겠는데 몸주가 옮겨간다는 건 생소했다. 능력이 없는 무당이 벼린 칼 위에서 작두춤을 춘다. 늙은 야심가의 행태가 씁쓸하고도 슬픈 한 편의 굿판같다.

 



전지영의 언캐니 밸리를 보자. 왜소증이 있는 주인공은 크로키 작가이며 야간 택시 운전사다. 청한동 꼭대기를 오르는 당신을 태웠고 누군가 당신에게 염산을 뿌렸다. 작가는 당신에게 염산 테러한 사람을 밝히지 않으면서 주인공이 일본에서 성 상품화되었던 수치심 가득한 기억을 떠올린다. 또한 택시를 운전하며 룸미러로 보이는 손님을 관찰하며 그의 얼굴을 그렸고 나머지 부분은 상상력에 의하여 동물의 이미지를 채워 넣었다. 동기들은 역겹다고 했다. 택시 운전사는 청한동 꼭대기 집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게 습관이었다. 장신영 혹은 김승민이 없는 자리를 누군가 대신하는 거 같다. 집안으로 향하며 자갈을 밟는 남자는 어떤 마음으로 대문을 열었을까.

 



김기태의 보편 교양은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에 대한 단상이다. 국어 교사인 곽은 충분한 연금 수령액에 도달하려면 십오 년은 일해야 하며, 연금을 실제로 받으려면 이십오 년이 남아 있다는 걸 자각하는 장면은 직장인의 비애를 보는 듯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도 평범한 직장인일 수밖에 없다. 곽은 다른 교사들이 꺼려하던 고전읽기수업을 하기로 한다. 추천 도서를 선정해 아이들과 함께 읽을 예정이었다. 마르크스를 읽는다며 은재 아버지가 민원을 넣은 후 곽은 자신의 수업을 좋아하는 은재가 아버지를 설득했을 거라고 믿었지만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곽의 마음은 어땠을까. 서울대를 보냈다는 교사로서의 뿌듯함과는 반대로 컨설턴트에 의한 것이었음을 알게 된 곽의 마음이 짐작되었다. 그런 법이다. 버리고 비우면서 일상을 살아가고 비움의 미학을 배운다.

 



나에게 파주는 책의 도시라 비친다. 김남숙의 파주는 군대 시절에 폭력을 가했던 정호를 찾아온 현철의 복수를 말한다. 매달 백만 원을 입금하라며 일 년 동안 똑같이 괴롭히겠다고 말한 현철의 심리와 그를 바라보는 의 독백이다. 파주를 생각하면 현철이 먼저 떠오른다고 주장하는 는 정호를 떠나지 않고 여전히 그와 함께 살고 있다는 건 아이러니다. 반려동물처럼 빚도 반려빚으로 불릴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자기와 함께 살아갈 빚이라 여기며 살아가는 정현을 본다. 정현은 서일에게 돈을 빌려주었고, 언젠가는 갚을 거라고 여긴다. 다시 돌아온 서일이 잠시만 함께 살자고 했을 때 선주가 나타나지 않았으면 승낙을 했을 것이다. 반려빚이 꿈에 나오는 장면은 우리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반려빚이 0인 상태야말로 완전한 삶인 것 같지 않느냐 말이다.

 



작가는 이처럼 새로운 단어를 탄생시키기도 한다. 새로운 작가의 작품을 알게 되어 반가웠고, 김기태 작가의 소설집을 카트에 넣었다. 작가를 좀 더 알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젊은작가상 수상 작품집이 자아내는 긍정적인 효과 아닐까. 책이 책을 부르는.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을 읽는다는 건 한국문학의 미래를 짊어질 작가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거다. 새로운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젊은작가상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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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처방해드립니다 #이시다쇼 #다산책방

 

어쩌다 보니, 고양이 집사가 되었다. 딸아이가 데리고 왔다가 다른 지역으로 가는 바람에 고양이는 내 옆에 딱 달라붙어 안방 침대까지 차지했다. 거실에 있다가 우리가 잠들 즈음에 슬쩍 침대로 와 자리를 잡는다. 때로는 내 발치에, 때로는 신랑 발치에 누워 있는 바람에 우리는 불편함을 참고 고양이를 피해 잠을 잔다.

 


일본 아마존 독자 리뷰에 적힌 글처럼, 이 책은 고양이를 키우지 않은 사람이 읽으면 더 감동할 책이다. 물론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들은 특별한 사랑스러움을 알기 때문에 더욱 공감하며 읽는다. 고양이의 행동 하나에도 감탄하며 사진을 남기니 소설의 내용에 고개를 끄덕이고 다양한 고양이들의 행동에 감동한다.

 


제목만으로도 특별했다. 고양이를 처방한다니, 어떤 효과를 기대한단 말인가. 궁금증이 생긴다. 이러한 발상 자체가 신선했다. 정확한 주소가 없는 고코로 병원에 가면 육중했던 문이 스르르 열리고 무뚝뚝한 간호사가 환자를 맞이한다. 예약 환자가 있지만 찾아온 사람을 박정하게 대할 수 없어 진료를 시작한다. 꽤 잘생긴 의사는 약이 아닌 고양이를 처방한다. 이동장에 든 고양이와 함께 간호사가 건네는 처방전 또한 고양이의 이름과 나이, 식사와 물, 배설물 처리 등이 적혀있을 뿐이다.

 


고양이는 영역을 중요하게 여기는 동물이다. 새로운 환경에 이동장에서 나오지 않을 것 같은데, 소설 속 고양이들은 외로웠던지 시간이 조금 지나면 슬그머니 나와 소설 속 인물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사료를 먹는 고양이를 바라보는 인물들은 애틋한 마음으로 지켜본다. 고양이들이 받았을 고통과 외로움이 사무치듯 느껴졌다. 수상해 보이는 니케 선생님과 간호사 지토세가 있던 장소도 사연이 있는 곳이다. 고양이 번식업을 하다가 유기하고 도망친 장소였다. 마음이 아픈 환자들에게 일주일 혹은 열흘 간 고양이를 처방하는 이유는 고양이에게 치유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 가기 싫다거나 연인과 헤어지기 싫어 자꾸 피하는 사람에게 고양이 처방은 새로운 미래를 열어주기도 한다. 애써 피하는 것보다 정면에서 마주할 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짐작하기보다 상대방의 의중을 아는 게 더 중요하다.


 

감정이 움직인다는 건, 이런 것이었구나. 비가 있으면 즐겁다. 매일 그 귀여움에 치유받는다. 비는 앞으로도 계속 나를 행복하게 해줄 것이다. (1, 108페이지)

 


1권에서 고양이를 처방받으려면 이 병원에 와서 스스로 문을 열어야 한다고 말한다. 병원 옆 사무실의 자석 목걸이 청년이 아무리 문을 열려고 해도 열리지 않았던 것처럼, 고코로 병원은 간절한 사람에게 문이 열린다. 또한 고양이를 처방하는 의사와 간호사의 정체 또한 서서히 드러난다. 어떤 마음으로 그 장소에서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나 스스로 위로하고 치유하는 시간이 되었다.

 


혹시 다시 고민이 생겼을 때 이곳에 올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자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 이곳에 있을 수는 없다. 분명 다른 누군가도 이곳을 찾고 있을 터다. 모에는 앞으로 걸어 큰길로 나왔다. 도로명은 모른다. (2, 105페이지)


 

정확한 도로명 주소를 알지 못하는 병원을 찾으면 곧잘 길을 잃는다. 아무리 골목길을 돌아도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고통으로 마음이 아픈 사람에게만 길이 보이고 문이 열린다.


 

고양이의 효과는 엄청나다. 가끔 우리 집 고양이의 어린 시절이 너무 짧았음에 한탄한다. 귀여웠던 아기 시절이 유달리 짧은 까닭이다. 고양이들에게는 저마다 머무는 가족들의 특성을 이어받는 거 같다. 우리 고양이는 매우 활달하다. 놀고 싶을 때 놀아주지 않으면 발목을 깨문다. 털실을 던지면 달려가서 물고 온다. 그리고는 앉아서 뛸 준비를 한다. 하지메라는 늙은 고양이를 키우는 레오나에게 병원에서 처방한 고양이는 샤샤였다. 샤샤와 하지메가 서로 의지하듯 몸을 말고 자는 장면은 애틋하다. 외로워하는 고양이에게 한 마리 더 친구를 만들어줄까 고민한 적도 있었다. 다 큰 고양이가 치일까 봐 그러지 못했는데, 이 문제는 지금도 고민 중이다. 레오나의 고양이처럼 싸우지 않고 서로 의지하고 함께 놀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힘들 때는 참지 말고 고양이에게 의지하면 된다. 곁에 아무도 없을 때 무심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고양이로 인해 치유 받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나. 고양이는 제가 하고 싶은 행동을 할 뿐이지만, 동물을 돌보다 보면 어느새 시름을 잊는다. 반려동물을 키워 본 사람은 안다. 반려동물은 가족의 일원이라는 걸. 그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 위로가 된다는 걸 말이다.

 

 

#고양이를처방해드립니다 #이시다쇼 #다산책방 #다산북스 ##책추천 #문학 #소설 #소설추천 #일본문학 #일본소설 #판타지 #판타지소설 #힐링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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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25-01-05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도시)에서 살아가는 이웃한테는 고양이 눈빛과 매무새가 여러모로 마음을 달래는 길동무 같다고 느낍니다. 시골에서 살아가는 저로서는 날마다 숱하게 마주하는 새와 바람과 하늘과 별이 늘 마음을 다독이는데, 이 겨울에는 시드는 풀빛과 잎빛이 새록새록 길동무로 함께 지내는구나 하고도 느낍니다.

Breeze 2025-01-06 18:13   좋아요 0 | URL
고양이와 함께 살면서 동물에 더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되었어요. 더불어 사는 세상이란 걸 새삼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아무튼, 노래 - 노래와 함께 오래된 사람이 된다 아무튼 시리즈 49
이슬아 지음 / 위고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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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노래 #이슬아 #위고

 

어릴 적 아빠는 술을 많이 드시고 온 날이면 자는 우리를 깨워 앉혀두고 노래를 시키셨다. 싫은 노래를 쥐어짜면서 불렀던 것 같다. 어떤 노래를 불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엄마가 자주 불렀던 노래를 불렀음 직한데, 어렴풋하게 기억나는 건 사공에 뱃노래~’로 시작한 노래가 아니었을까. 아마도, 아빠의 영향인지 우리 자매들은 노래를 좋아한다. 함께 노래방에 가면 마이크를 안 놓는다. 아빠는 예전에 노래대회에 나가 최우수상을 탄 적도 있고, 지금도 술을 드시면 노래를 부르신다.

 



노래는 우리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기분이 좋으면 저절로 콧노래를 부르고, 아침에 들었던 노래(일명 후크송)를 하루종일 흥얼거리기도 한다. 힘든 사춘기를 넘어올 때 노래가 있어 큰 위로 되지 않았나. 많은 사람이 공감할 부분일 것이다. 이슬아의 아무튼, 노래는 삶에서 노래가 어떤 역할을 하고 노래로 인해 달라진 삶의 한 모습을 비춘다. 거실에 노래방을 들여놓았던 할아버지와 노래 교실에 다녔던 할머니의 역사에서 이제는 손녀와 손자가 모두 노래하는 사람이 되어있다. 자라온 가정환경은 이처럼 많은 부분에서 영향력을 발휘한다.





 



얇은 책이라서 여행 중에 읽으려고 챙겼다. 얇지만 책장이 술술 넘어가지는 않았다. 작가의 음악에 대한 철학과 역사가 짙게 배어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노래를 좋아하는 아빠는 수첩 하나를 갖고 다니시는데, 노래방의 숫자가 적혀있다. 언젠가 아빠와 노래방에 갔는데 수첩을 꺼내시더니 번호를 부르시는 거다. 노래를 예약하면 쉬지 않고 부르시는 바람에 자식들이 낄 틈이 없다. 옆에서 적당히 컷 하지 않으면 마이크를 내려놓지 않는다.

 



나에게 노래는 글쓰기보다 훨씬 번거로운 도구다. 노래를 부르는 것보다 노래에 관해 쓰는 게 더 쉽다. 하지만 어디선가 취미가 적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망설이다가 노래라고 적을 것만 같다. 이 취미 생활에서 나는 잘 알기 위한 노력과 잘 잊기 위한 노력을 동시에 하고 있다. (42페이지)

 



우리는 글보다 노래가 더 쉽다고 여길 거 같은데 작가는 노래에 관해 쓰는 게 더 쉽다고 얘기했다. 노래를 부르고 살아온 타인과 나의 탐구 이야기는 삶의 많은 것들이 담겨 있기에 슬렁슬렁 읽을 수 없었다.



 

노래방에 가면 불렀던 노래만 부르게 된다. 아빠처럼 노래 제목을 메모장에 적어서 가지고 다녀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어떤 노래를 들으면 한번 불러보고 싶다고 생각할 때 말이다. 인스타그램의 영상을 보다가 강변가요제에 나왔던 <이 어둠의 이 슬픔>이라는 노래였다. 캡처해놨지만 아직 불러보지는 못했다.

 



노래는 우리 마음을 뒤죽박죽 휘젓는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게 해서다. 노래를 듣고 부르다가 문득 알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어떤 점에선 하나도 변하지 않았는지 어쨌거나 시간은 계속 흐른다. 지금 듣고 있는 노래로 미래의 내가 시간 여행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88페이지)



 

어떤 노래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 아마 많은 사람이 그러지 않을까. 하나의 노래로 저마다의 추억은 결국에는 사람들의 역사가 된다. 개인의 역사가 모여 현재와 미래를 이루는 게 아닐까. 김광석 노래를 들을 때면 친구들과 놀았던 이십 대 시절이 떠오르고, 특정한 팝 음악을 들으면 고등학교 때 한글 발음으로 적어 연습해 불렀던 같은 반 친구가 떠오른다. 노래마다 각자의 사연이 있다. 이슬아 작가도 할머니 할아버지 이야기부터 시작하지 않았나. 작가의 글에서 모부는 중요한 등장인물이다. 작가의 이런 글쓰기 방식이 좋다. 적당히 드러내면서 작가의 이야기를 하는 것. 친숙하게 다가온다.



 

작가의 이야기를 읽으며 좀 더 이슬아 작가를 알고 싶다고 생각한다.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배운, 작가의 글로 작가의 매력을 더 알아가고 싶다.

 


 

#아무튼노래 #이슬아 #위고 ##책추천 #문학 #에세이 #에세이추천 #한국에세이 #한국문학 #아무튼시리즈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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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돌아갑니다, 풍진동 LP가게
임진평.고희은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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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돌아갑니다풍진동LP가게 #임진평 #고희은 #다산책방


자꾸 과거 이야기를 하게 된다. 나이가 든 탓일까. 언젠가 어른들이 나이 먹으면 추억으로 산다더니, 틀린 게 없는 거 같다. 연이어 음악 관련 책을 읽었다. 하나는 노래에 관한 에세이, 하나는 음악 소설. 음악 영화를 보듯 주인공이 운영하는 이상한 LP 가게에 찾아오는 손님들의 에피소드가 한 회, 한 회 거듭되는 영화나 드라마 같았다. 소설 속 LP 음반에 담긴 노래들을 계속 흥얼거리게 됐다. 이십 대 시절, 어딘가에서 들었던 LP 음반을 사기 위해 거리를 헤맸던 기억이 있다. 누군가에게 선물로 받거나 구입한 LP 음반이 꽤 됐다. 텃밭 정원에 가져다 두고, 새로 구매한 턴테이블로 아주 가끔 듣는다. 바늘을 올려두고 음반이 돌아가는 모양을 보며 추억에 젖는다. 그때 우리가 사랑했던 노래와 함께 들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생각난다.



 

나는 처음 이 소설이 LP 음반과 그에 관한 음악 에세이인 줄로 알았다. 그러니까 전국의 숨은 LP가게를 찾아다니는 내용이라고 여겼던 거다. 소설이라고 해서 더 궁금했다. LP 음반에 얽힌 사연들이 우리를 음악 속으로 이끌었다. 소설은 다소 어두운 내용으로 시작한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죽기 전 마지막으로 들었던 음악 때문에 살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다. 아빠가 들려주던 음악과 아빠가 남긴 6천 여장의 LP 음반을 팔고 죽어야겠다며 서울의 외딴 풍진동에 2개월짜리 월세를 계약해 이상한 LP가게를 연 정원과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찾아온 손님들의 이야기다. 친구가 없거나 죽음을 선고받은 사람들, 타인의 시선이 괴로운 사람들이 모여 마치 가족을 이루듯 서로 연대하는 이야기다.

 






정원은 처음 가게를 열고 포스트잇에 음반을 들으며 느꼈던 감상을 붙였다. 이 에피소드는 어느 책방 사장이 읽었던 감상을 포스트잇에 남겼던 에피소드와 비슷하다. 나 같아도 책이나 음반 가게에 들렀을 때 주인이 적어놓은 감상을 읽으면 그 느낌이 남다를 것 같다. 어떤 사람이 듣는 음악은 그 사람을 이루는 감정의 실체와 닮아있다. 슬플 때 듣는 음악, 사랑에 빠졌을 때 듣는 음악, 위로가 필요한 상황 혹은 상처받은 사람이 듣고 싶은 치유의 음악을 구별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 속 인물들의 에피소드와 함께 다양한 음악이 소개되는데, 영화 <위대한 쇼맨>디스 이즈 미 This is Me는 나도 좋아하는 노래다. 이 책을 읽고 영상과 함께 음악을 듣는데 영화의 장면들과 함께 마음을 어루만져주었다. 더불어 Rewrite The Stars와 연달아 들었다. 상처받았을 때 힘이 되어주는 음악이며 언제 들어도 감동적이다.



 

동생 정안만이 삶의 전부였던 정원에게 친구들이 생겼다. ‘이상한 LP가게때문이었다. 죽음을 유보한 중고 LP가게가 누군가에 의해 알려지고 순례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게 되었다. 아버지의 LP와 정원이 모은 LP 6312장의 앨범만 팔고 다 끝내려고 했지만, 사람들은 중고 LP를 기증하고 팔기도 했다. 이후 정원의 삶은 달라졌다. 그를 지탱하고 살아갈 힘을 준 이들은 이상한 LP가게에 들어와 청음 코너에서 음악을 들었던 사람들이었다. 열한 살 시우부터 아픈 기억을 안고 있는 미래와 불량품이라고 불렸던 다림은 차별에 맞서 싸우고, 육십 대의 원석은 각자의 상처와 아픔을 가지고 이상한 LP가게에 들어왔다. 말이 없는 주인의 상처를 알아보고 말없이 위로해주는 사람들이었다.

 



혹시 친구가 있었다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달라질 그게 무엇이든 말이다. 그래서 정원은 친구를 필요로 하지 않는 이들은 아쉬운 게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럴 리가. (252~253페이지)



 

친구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정원이 있었다. 타인 앞에 서서 강연을 하고 웃는 표정을 지을 수 있었다. 아버지의 음악이 서로를 끈끈하게 이어주었다. 마치 하나의 원처럼 서로 연결되어있었다. 피로 연결된 가족이 아니어도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존재라고 일컬었다.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된다는 거. 정원에게도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살 만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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