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토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6
규영 지음 / 폴앤니나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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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자주 꾸는 편이다. 대부분은 기억나지 않지만, 선명하게 기억나는 꿈은 어쩐지 편하지만은 않다. 길몽이라면 상관없지만, 흉몽일 경우 조심하게 된다. 언젠가 나를 예뻐하시던 집안 어른이 돌아가셨을 때 꿈에 나타난 적도 있었고, 이사한 첫날 밤 밤새 묘지를 배회하는 꿈을 꾸어 그곳이 공동묘지였음을 알게 된 적도 있었다. 마냥 무시할 수는 없다.


 

좋은 꿈을 꾸었을 경우 개인과 개인 간에 꿈을 사라는 말을 하곤 하는데, 실제로 꿈을 파는 장소가 있다면 소설처럼 성황을 이룰지도 모르겠다. 대길몽의 경우 아주 비싼 가격을 내야 하는데 꿈이 맞아떨어진다면 돈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꿈값으로 1억을 주겠다고 하면 여러분이라면 덥석 받아들이지 않을까.


 


 

 

환희떡집의 넷째 딸 송달샘. 다른 사람들에게 치이기만 하지만 떡 만드는 일이 즐거웠고 잠이 들어 꾸는 꿈은 아주 달콤하였다. 사람들은 그녀를 솜뭉치라 불렀고, 꿈집에 스카우트 된다. 꿈집에는 다섯 명의 정예 산몽가가 있고, 마담은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오래전 떡집의 사내는 꿈을 꾸어 팔기 시작하며 떡집보다 꿈집으로 이름을 날렸다. 시비가 붙은 이웃집 사내에게 꿈에서 본 내용을 말한 후 그의 집안에 저주가 내린다. 그의 아들이 낳은 아이는 돼지로, 돼지의 아이는 물고기로, 물고기의 아이는 나무로 태어나며 마지막에 솜뭉치가 나타나 저주를 풀 거라는 내용이었다.

 


꿈은 한 번에 여러 개씩 구매가 불가하다. 길몽의 가격은 오백만 원부터 시작하며, 현금 할인 불가, 환불도 안된다. 가격과 함께 복이 깎일 수 있어서고, 환불시 그 피해가 고객에게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일을 앞둔 고객들은 꿈집에 와서 꿈을 사간다. 꿈 인증서와 함께 떡을 배달시켜 거래를 완료한다.


 


 

 

꿈집은 4대째 승승장구했다. 꿈을 꿀 때마다 내용을 잊어버리지 않게 꿈 일기장에 적었던 달샘은 과연 꿈집을 다시 일으킬 수 있을까.


 

길몽을 판매하여 바라는 일이 잘되면 꿈을 꾸매한 사람도 산몽가도 좋을 거 같다. 예지몽을 판매할 때는 미리 조심할 수 있어 좋다. 어렸을 때, 토끼가 정말 달에 사는 줄 알았다. 달을 바라보았을 때 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는 거 같지 않았나. 소설에서는 꿈을 꾸어 판매하는 산몽가라는 직업도 존재하지만 꿈집에서 꿈을 해몽하는 사람도 필요하다. 적재적소에 꿈을 판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업을 이어온 마담의 가족 이야기, 해몽가 고실장의 감춰진 이야기까지 쫄깃하다.


 


 

 

어느 때는 꿈을 꾸는 게 싫었는데 멋진 꿈을 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좋은 꿈을 꿔 나눠주고 꿈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 실제로 달샘이 운영하는 떡집에서 꿈을 판다면 호기심에 방문할 거 같다. 떡도 사고 꿈도 사는 거다. 미래가 불안할 경우 점집에 가는 사람들도 만만찮은데, 좋은 꿈을 판매하는 꿈집이 있다면 그곳도 문전성시를 이루지 않을까. 불안감과 두려움을 해소하고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영화 부산행을 만든 제작사에 의해 드라마 판권이 계약되었다고 한다. 달샘과 산몽가들이 잠을 잘 때 꾸었던 꿈들이 영상으로 다채롭게 펼쳐질 게 아닌가. 벌써 설렌다. 더불어 연애운이 좋은 꿈을 구매한 달샘의 연애도 무척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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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 지음, 노진선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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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책이다. 돌이킬 수 없는 삶이기에 후회의 책은 쌓여갈 것이다. 만약 과거의 후회했던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그 삶은 행복할까.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일까.

 


직장에서는 실직을 당했고, 아끼던 고양이가 사고로 죽었고, 친한 친구와 하나밖에 없는 가족인 오빠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더욱 우울해진 노라 시드는 죽기로 결심했다. 죽음을 막아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깊이 절망했다. 아마 누군가 연락을 받았더라면 죽기로 한 결심을 멈출 수 있었을까. 노라는 우울증약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그녀는 삶과 죽음의 공간 안에 갇혔다. 푸른색의 책들로 이루어진 도서관. 그곳에서 노라는 어릴 적, 자신을 위로해주던 도서관 사서 선생님 엘름 부인을 만났다.



 

 

도서관은 삶과 죽음의 공간이었다. 더이상 살아갈 희망이 없었던 노라에게 비밀의 도서관은 그녀가 후회했던 순간으로 돌아가 머물 수 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오면 되었다. 노라에게 가장 후회했던 순간은 약혼자 댄에게 파혼을 통보했던 일이었다. 작은 마을에서 펍을 운영하는 게 꿈인 댄과 함께 살았다면 어땠을까. 노라는 댄과 함께 펍을 운영하는 장소로 갔다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왔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가 있다. 우리는 항상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만약 다른 길로 갔다면 어땠을까. 그 선택은 행복한 삶으로 이끌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 같은 거 말이다. 정작 다른 선택지에서도 실망하는 건 똑같다. 그 깊이와 차이만 약간 다를 뿐이다.


 


 

살아오면서 후회의 순간은 아주 많다. 후회의 책에 있는 그 순간으로 찾아가 다른 삶을 산다고 해서 후회하지 않을 수는 없다. 한 삶에서는 아버지가 살아있지만 다른 삶에서는 오빠가 죽어있을 수도 있다. 친구 이지와 오스트레일리아 여행을 함께 하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지만, 다른 선택에서는 이지가 죽어있을 수도 있고, 여전히 데면데면한 사이가 되었을 수도 있다. 성공한 삶이라고 해서 모두 행복한 삶인 것만은 아닌 것처럼. 우리 삶에는 다양한 선택 앞에서 후회하고 다른 삶을 갈망한다.



 

 

노라가 악기점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 커피를 마시자고 청했던 애쉬와 함께 하는 삶으로 갔던 곳에서 그 삶에 안주할 줄 알았다. 사랑하는 남편과 행복하게 살고 있었고, 무엇보다 노라에게 딸이 있었다. 딸을 향한 애정이 마구 샘솟아 그곳에서 멈출 줄 알았지만, 노라는 다시 비밀의 도서관으로 돌아오고 만다. 행복해 보였지만 결혼식에 대한 기억도, 딸 아이 몰리를 낳았던 기억도 없는 곳에서 과연 만족할까. 행복하다 여길 수 있을까.


 

나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었을 것 같다. 노라는 되돌릴 수 있지 않을까. 절망뿐인 삶이지만 그래도 살아보면 무언가 행복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 무심코 거절했던 커피 약속이 계기가 되어 새로운 사랑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살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못할 일이 무엇일까. 후회란 어떤 삶을 살아도 할 수밖에 없는 것.


 

 

삶을 계속 경험하기 위해 각 삶의 모든 면을 다 즐길 필요는 없었다. 그저 어딘가에 즐길 수 있는 삶이 존재한다는 사실만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 마찬가지로 삶을 즐긴다고 해서 그 삶을 계속 산다는 뜻도 아니다. 더 나은 삶을 상상할 수 없을 때만 영원히 그 삶을 살게 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더 많은 삶을 살아볼수록 더 나은 삶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버리기 힘들다. 새로운 삶을 맛볼 때마다 상상력의 한계가 조금씩 넓어지기 때문이다. (302페이지)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 다른 누구의 인생도 아닌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선택을 하면 되었다. 그 삶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우리 삶도 달라지지 않을까. 다른 사람이 원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된다. 선택과 결정에 머뭇거리지 말고 무엇이 나를 가장 가슴 뛰게 하고 설레게 하는지 그것을 찾으면 된다. 그것이 나를 살게 하는 원동력이고 행복으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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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선샤인 어웨이
M. O. 월시 지음, 송섬별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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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있으면 선명하게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기억의 한순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그 주변을 맴돈다. 해결되지 않은 어릴 적 기억 때문에 힘든 적이 있었다. 고개를 뒤흔들어 보지만 그 순간을 바꿀 수 없다. 우리는 때로 과거의 어느 순간으로 가면 어떻게 할까, 라는 질문을 건네는데 돌아갈 수 없기에 더 애틋하고 현실에 안주하게 되는 거 같다.

 


삼십 대의 한 남자가 어릴 적 좋아했던 여자애의 성폭행 이후를 기억하는 소설이다. 루이지애나주 배턴루지, 린디 심프슨이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 어떤 남자 혹은 소년은 그 시간에 맞춰 줄을 잡고 있다가 자전거를 타고 오는 소녀를 넘어뜨려 강간하고 유유히 사라졌다. 소녀의 나이 열다섯 살. 소녀는 그 사람을 기억하지 못했고,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네 명의 용의자가 있었다. 한 사람은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소년이고, 마을의 문제아 보 컨과 제이슨 랜드리 그리고 정신과 의사 랜드리 씨다.


 


 

 

소설의 마지막까지 소년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데, 그건 끝까지 우리의 궁금증을 유발하기 위해서인 거 같다. 그가 누구인지, 정말 강간범이 맞는지 궁금하게 한다. 마치 고백서로도 읽어지는데 그 시절 린디를 좋아하는 소년의 마음과 이혼한 아버지에 대한 감정, 아버지를 아직도 사랑하는 어머니와 누나의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용의자들을 한 명씩 설명해 가면서 소년은 린디의 강간범을 찾고 있다. 그것이 사랑하는 린디를 위하는 일이라 여겼다. 밝고 활달했던 린디는 그 사건 이후로 변해버렸고, 린디를 지켜보는 소년 또한 조금씩 변해갔다. 소설의 마지막까지 소년이 정말 강간범인가 의문이 들게 한다.

 


소년 시절의 린디를 향한 마음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하는데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내용이다. 그 사람이 누구인가는 마지막에 가서야 밝혀지는데, 그의 아내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인물이었다. 소년 혹은 남자는 책임감에 대하여 말한다. 린디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린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성폭행범을 잡고야 말겠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린디를 아프게 한 사람을 찾느라 고심하는데 의외의 장소에서 찾게 된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선량한 사람이지만 비틀어진 욕망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있었다. 여성들의 사진을 찍고 아이들의 모습까지 사진에 담아 욕망을 해결하려고 했다. 이를 본 소년은 그를 의심하고 그 사람이 가지고 있던 사진들을 증거물로 사용하고자 한다.


 


 

 

과연 누가 린디의 성폭행범일까. 스릴러 식 진행으로 가는 듯하지만, 이 작품은 성장소설의 옷을 입었다.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은 십 대의 소년. 소녀를 닮고자 하는 저면에 사춘기의 성장과 더불어 가족과 그 구성원에 대하여도 고민하게 만든다. 아이들을 기르는 것은 부모에게 아주 큰 숙제임을 상기시킨다. 그게 친부모든 양부모든.

 


그는 그렇게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었을 것이다. 자신이 걸어온 길을. 미래의 가족을 위해 숨김없이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십 대 시절의 사랑과 성장, 그 기억들의 고백은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하는 원동력임을 다시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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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日記 - 황정은 에세이 에세이&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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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에는 그 사람의 생각과 고민이 담겨 있다. 혹시라도 누가 내 마음을 들여다볼까 봐 열쇠 달린 일기장을 구매해 쓰기도 했다. 지금은 어떤가.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는 일기를 쓴다. 물론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사람들보다는 불특정다수가 보는 거겠지만. 그렇게 우리는 누군가의 관심이 필요하게 된 건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시인 혹은 소설가의 에세이를 즐겨 읽는 편이다. 좋아하는 작가의 마음이 드러나는 글을 읽고 있으면 작가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공감의 일환일까. 어쨌든 에세이를 자주 읽게 되는 것 같다. 특히 에세이를 잘 쓰지 않기로 유명한 작가들의 책이 나올 때면 몹시 두근거린다. 이제야 마음을 터놓을 준비를 한 그들의 진솔한 마음들을 느끼고 싶어서다.


 


 

 

황정은의 이번 책도 처음으로 펴낸 에세이라 의미 있다. 많은 사람이 기다렸을 작가의 에세이는 우리의 마음을 두드린다. 기억과 고통의 시간이 혼재하는 글들.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두고 말하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한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절대 말하지 않은 것이 있다. 굳이 말하고 싶지 않은 것. 그냥 묻어버리고 싶은 기억들. 하지만 에세이를 쓰게 되면 말하지 않고서는 글을 쓸 수 없을 거 같다. 비슷한 경험과 기억이 있다면, 그걸 말하지 않고는 글을 쓸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때로 혹은 자주, 글은 치유의 힘이 있기 때문이다. 드러냄으로써 치유를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황정은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어떤 이는 황정은의 글을 읽고 출판일을 하게 되었다고도 밝혔다. 다른 사람들이 황정은을 높게 평가하니 읽게 되었다가 반하게 된 케이스다. 작가의 책이 나올 때마다 구매하게 되는 것.


 

시집과 같은 아담한 사이즈의 책에서는 진지함이 가득했다. 부모와 자매들의 애틋함. 고통스러운 기억.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자행되는 것들 때문에 우리는 아프다.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어도 애써 기억을 감춘다.


 


 

 

소설을 쓰는 일은 여우에 홀려 여우굴에 들어가는 일과 얼마간 닮았다. 백지를 바라보다가 한 계절, 두 계절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봄비 내릴 때 책상 앞에 앉았는데 소설 한 편을 마무리하고 나오니 낙엽이 떨어지는 때,라는 패턴으로 시간이 흐르는 일을 직업으로 택해 살다보니 나이를 띄엄띄엄 생각하거나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32페이지)


 

소설을 쓰는 일은 디스크 등 각종 통증을 유발한다. 소설을 쓰기 위해 파주로 이사한 뒤의 일상을 적은 글에서 작가는 자신만의 운동법을 소개한다. 호수공원 쪽으로 산책하는 작가의 일상과 책 이야기를 한다. 민요상 책꽂이는 라디오에서 내용을 들어 얼른 그 부분을 읽고 싶었었다. 네 살의 조카가 세계문학전집의 출판사 이름을 따라 쓴 민요상이라는 글자에서 조카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민요상 책꽂이라 이름 붙이고 조카에게 물려줄 것을 상상하는 그 마음에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목포행에서 작가는 목포 신항에 인양된 세월호를 보고 느낀 점들을 말한다. 고통과 치욕의 사고에서 멀어져 일상을 보내고 있는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는 듯하다. 내 일이 아니라고 그동안 잊고 있었다.


 

빨강머리 앤을 보고 자랐던 우리는 앤에 대한 관심에서 마릴라 아주머니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드라마에서 출발하여 학대당하는 아이에 대하여 말하는데 우리가 사회의 이면을 너무 모른척하지 않았나 반성하게 된다.

 


연재가 이어지는 동안 문장을 계속 쓸 수 있었고 덕분에 소설 한편을 무사히 썼다.

쓰고 싶지 않다거나 쓸 수 있다거나, 아무튼 쓰는 것을 생각하는 일은 쓰지 않는 틈에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도 새삼 알았다. (161페이지)


 

매일 일기를 쓰면서 문장을 쓰는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푼다고 했다. 아무렇게나 쓴 글이 그의 일기다. 소설처럼 완벽한 문장들의 집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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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를 만났습니다 - 하버드 의대 정신의학과 레지던트 성장기
애덤 스턴 지음, 박귀옥 옮김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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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프면 병원에 간다. 마음이 아프면 정신과에 가야 한다. 사람들은 정신과에 가는 걸 두려워한다. 가족 중에 누군가 정신과에 다닌다고 해도 숨기기에 급급하다. 오점이 남는다고 생각한 것일까.

 


정신과 의사의 성장의 기록이다. 스스로 시골뜨기라고 칭하고, 말할 때마다 뉴욕 북부 주에서 왔다고 말한 애덤은 하버드 의대에 정신과 레지던트로 발탁되었다. 레지던트로서 4년 동안의 경험과 성장을 담았다.

 


정신의학과 레지던트인 애덤 스턴은 병원에서 다양한 환자들을 만났다. 섭식장애를 일으키는 거식증 환자, 심한 조증, 편집증 환자 등을 만나고 진단하면서 성장한다. 우울증과 불안증을 달고 사는 환자들은 입원과 퇴원을 반복한다. 그에 못지않게 정신과 의사들도 그들을 보며 힘겨운 싸움을 하게 된다.


 


 

 

환자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의사들은 지켜보는 쪽을 택한다고 한다. 아무래도 직접 관여하기보다는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고, 그에게 필요한 치료법을 말해주는 게 주된 일이다. 타인의 말을 듣고 그 말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힘들어 의사들도 별도의 치료사를 만나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은 거 같다. 애덤 스턴 또한 환자들을 본 후 불면증과 환자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쉬는 날에도 병원을 서성거린 적이 있을 정도였다.

 


송 교수는 그에게 마음속으로 안쪽에서의 삶과 바깥쪽의 삶 사이에 경계선을 만들어 보라고 했다. 스스로 감당하지 못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라는 조언이었다. 양극성 우울증에 걸린 중년 여성을 진단할 때 어려워하는 그에게 환자의 스트레스 유발 요인과 환자에 대해서 파악하는 게 모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도 배워갔다.

 


아마 영화의 부정적인 영향이었을까. 전기경련요법 치료의 효과에 대해서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는데 저자가 담당한 환자 중에 ECT 치료를 받겠다고 한 이가 있었다. 치료 효과가 있다는 것은 틀림없는 거 같다. 정신질환은 유전되는 게 있는지 심한 조증을 앓았던 환자의 아들이 우울증으로 입원한 경우도 발생했다.

 


정신의학과는 여러 가지 이유로 대부분 환자와의 신체적인 접촉을 제한한다. 환자에게 손을 올리는 것이 상식적인 선에서 공감하는 태도로 해석될 수 있더라도 레지던트들은 그런 행위에 대해 경계하고 신중하도록 훈련받는다. (191페이지)

 


슬퍼하고 흐느끼는 환자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지켜봐야 하는 마음을 담은 부분이다. 환자의 감정에 이입되는 것을 막으려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울러 레지던트들은 환자와 대면할 때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더 높은 권위를 가진 사람에게 확인받는 과정이 필요하다.


 

방해꾼이 되기보다는 환자가 지속적으로 안정을 취하면서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협조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292페이지)

 


환자에게 중요한 존재에 대하여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질문 방법도 중요하다. 정신병 뒤에 감춰진 수수께끼를 푸는 것보다 환자 내면의 중심에 공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의학 드라마를 자주 챙겨본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환자들과 그들을 치료하는 의료진들의 노고에 감동한다. 정신의학은 마음의 병을 치료한다. 무조건 약물을 거부하는 것보다 약물로 치료 가능하다는 것을 배웠다. 어떤 사람들한테는 약물이 도움이 되겠지만, 약물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정신과 레지던트의 열정적인 기록. 그 성장의 중심에 사람의 마음을 치료하는 그의 헌신적인 마음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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