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노래 - 노래와 함께 오래된 사람이 된다 아무튼 시리즈 49
이슬아 지음 / 위고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무튼노래 #이슬아 #위고

 

어릴 적 아빠는 술을 많이 드시고 온 날이면 자는 우리를 깨워 앉혀두고 노래를 시키셨다. 싫은 노래를 쥐어짜면서 불렀던 것 같다. 어떤 노래를 불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엄마가 자주 불렀던 노래를 불렀음 직한데, 어렴풋하게 기억나는 건 사공에 뱃노래~’로 시작한 노래가 아니었을까. 아마도, 아빠의 영향인지 우리 자매들은 노래를 좋아한다. 함께 노래방에 가면 마이크를 안 놓는다. 아빠는 예전에 노래대회에 나가 최우수상을 탄 적도 있고, 지금도 술을 드시면 노래를 부르신다.

 



노래는 우리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기분이 좋으면 저절로 콧노래를 부르고, 아침에 들었던 노래(일명 후크송)를 하루종일 흥얼거리기도 한다. 힘든 사춘기를 넘어올 때 노래가 있어 큰 위로 되지 않았나. 많은 사람이 공감할 부분일 것이다. 이슬아의 아무튼, 노래는 삶에서 노래가 어떤 역할을 하고 노래로 인해 달라진 삶의 한 모습을 비춘다. 거실에 노래방을 들여놓았던 할아버지와 노래 교실에 다녔던 할머니의 역사에서 이제는 손녀와 손자가 모두 노래하는 사람이 되어있다. 자라온 가정환경은 이처럼 많은 부분에서 영향력을 발휘한다.





 



얇은 책이라서 여행 중에 읽으려고 챙겼다. 얇지만 책장이 술술 넘어가지는 않았다. 작가의 음악에 대한 철학과 역사가 짙게 배어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노래를 좋아하는 아빠는 수첩 하나를 갖고 다니시는데, 노래방의 숫자가 적혀있다. 언젠가 아빠와 노래방에 갔는데 수첩을 꺼내시더니 번호를 부르시는 거다. 노래를 예약하면 쉬지 않고 부르시는 바람에 자식들이 낄 틈이 없다. 옆에서 적당히 컷 하지 않으면 마이크를 내려놓지 않는다.

 



나에게 노래는 글쓰기보다 훨씬 번거로운 도구다. 노래를 부르는 것보다 노래에 관해 쓰는 게 더 쉽다. 하지만 어디선가 취미가 적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망설이다가 노래라고 적을 것만 같다. 이 취미 생활에서 나는 잘 알기 위한 노력과 잘 잊기 위한 노력을 동시에 하고 있다. (42페이지)

 



우리는 글보다 노래가 더 쉽다고 여길 거 같은데 작가는 노래에 관해 쓰는 게 더 쉽다고 얘기했다. 노래를 부르고 살아온 타인과 나의 탐구 이야기는 삶의 많은 것들이 담겨 있기에 슬렁슬렁 읽을 수 없었다.



 

노래방에 가면 불렀던 노래만 부르게 된다. 아빠처럼 노래 제목을 메모장에 적어서 가지고 다녀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어떤 노래를 들으면 한번 불러보고 싶다고 생각할 때 말이다. 인스타그램의 영상을 보다가 강변가요제에 나왔던 <이 어둠의 이 슬픔>이라는 노래였다. 캡처해놨지만 아직 불러보지는 못했다.

 



노래는 우리 마음을 뒤죽박죽 휘젓는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게 해서다. 노래를 듣고 부르다가 문득 알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어떤 점에선 하나도 변하지 않았는지 어쨌거나 시간은 계속 흐른다. 지금 듣고 있는 노래로 미래의 내가 시간 여행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88페이지)



 

어떤 노래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 아마 많은 사람이 그러지 않을까. 하나의 노래로 저마다의 추억은 결국에는 사람들의 역사가 된다. 개인의 역사가 모여 현재와 미래를 이루는 게 아닐까. 김광석 노래를 들을 때면 친구들과 놀았던 이십 대 시절이 떠오르고, 특정한 팝 음악을 들으면 고등학교 때 한글 발음으로 적어 연습해 불렀던 같은 반 친구가 떠오른다. 노래마다 각자의 사연이 있다. 이슬아 작가도 할머니 할아버지 이야기부터 시작하지 않았나. 작가의 글에서 모부는 중요한 등장인물이다. 작가의 이런 글쓰기 방식이 좋다. 적당히 드러내면서 작가의 이야기를 하는 것. 친숙하게 다가온다.



 

작가의 이야기를 읽으며 좀 더 이슬아 작가를 알고 싶다고 생각한다.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배운, 작가의 글로 작가의 매력을 더 알아가고 싶다.

 


 

#아무튼노래 #이슬아 #위고 ##책추천 #문학 #에세이 #에세이추천 #한국에세이 #한국문학 #아무튼시리즈 #노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돌아갑니다, 풍진동 LP가게
임진평.고희은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도돌아갑니다풍진동LP가게 #임진평 #고희은 #다산책방


자꾸 과거 이야기를 하게 된다. 나이가 든 탓일까. 언젠가 어른들이 나이 먹으면 추억으로 산다더니, 틀린 게 없는 거 같다. 연이어 음악 관련 책을 읽었다. 하나는 노래에 관한 에세이, 하나는 음악 소설. 음악 영화를 보듯 주인공이 운영하는 이상한 LP 가게에 찾아오는 손님들의 에피소드가 한 회, 한 회 거듭되는 영화나 드라마 같았다. 소설 속 LP 음반에 담긴 노래들을 계속 흥얼거리게 됐다. 이십 대 시절, 어딘가에서 들었던 LP 음반을 사기 위해 거리를 헤맸던 기억이 있다. 누군가에게 선물로 받거나 구입한 LP 음반이 꽤 됐다. 텃밭 정원에 가져다 두고, 새로 구매한 턴테이블로 아주 가끔 듣는다. 바늘을 올려두고 음반이 돌아가는 모양을 보며 추억에 젖는다. 그때 우리가 사랑했던 노래와 함께 들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생각난다.



 

나는 처음 이 소설이 LP 음반과 그에 관한 음악 에세이인 줄로 알았다. 그러니까 전국의 숨은 LP가게를 찾아다니는 내용이라고 여겼던 거다. 소설이라고 해서 더 궁금했다. LP 음반에 얽힌 사연들이 우리를 음악 속으로 이끌었다. 소설은 다소 어두운 내용으로 시작한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죽기 전 마지막으로 들었던 음악 때문에 살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다. 아빠가 들려주던 음악과 아빠가 남긴 6천 여장의 LP 음반을 팔고 죽어야겠다며 서울의 외딴 풍진동에 2개월짜리 월세를 계약해 이상한 LP가게를 연 정원과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찾아온 손님들의 이야기다. 친구가 없거나 죽음을 선고받은 사람들, 타인의 시선이 괴로운 사람들이 모여 마치 가족을 이루듯 서로 연대하는 이야기다.

 






정원은 처음 가게를 열고 포스트잇에 음반을 들으며 느꼈던 감상을 붙였다. 이 에피소드는 어느 책방 사장이 읽었던 감상을 포스트잇에 남겼던 에피소드와 비슷하다. 나 같아도 책이나 음반 가게에 들렀을 때 주인이 적어놓은 감상을 읽으면 그 느낌이 남다를 것 같다. 어떤 사람이 듣는 음악은 그 사람을 이루는 감정의 실체와 닮아있다. 슬플 때 듣는 음악, 사랑에 빠졌을 때 듣는 음악, 위로가 필요한 상황 혹은 상처받은 사람이 듣고 싶은 치유의 음악을 구별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 속 인물들의 에피소드와 함께 다양한 음악이 소개되는데, 영화 <위대한 쇼맨>디스 이즈 미 This is Me는 나도 좋아하는 노래다. 이 책을 읽고 영상과 함께 음악을 듣는데 영화의 장면들과 함께 마음을 어루만져주었다. 더불어 Rewrite The Stars와 연달아 들었다. 상처받았을 때 힘이 되어주는 음악이며 언제 들어도 감동적이다.



 

동생 정안만이 삶의 전부였던 정원에게 친구들이 생겼다. ‘이상한 LP가게때문이었다. 죽음을 유보한 중고 LP가게가 누군가에 의해 알려지고 순례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게 되었다. 아버지의 LP와 정원이 모은 LP 6312장의 앨범만 팔고 다 끝내려고 했지만, 사람들은 중고 LP를 기증하고 팔기도 했다. 이후 정원의 삶은 달라졌다. 그를 지탱하고 살아갈 힘을 준 이들은 이상한 LP가게에 들어와 청음 코너에서 음악을 들었던 사람들이었다. 열한 살 시우부터 아픈 기억을 안고 있는 미래와 불량품이라고 불렸던 다림은 차별에 맞서 싸우고, 육십 대의 원석은 각자의 상처와 아픔을 가지고 이상한 LP가게에 들어왔다. 말이 없는 주인의 상처를 알아보고 말없이 위로해주는 사람들이었다.

 



혹시 친구가 있었다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달라질 그게 무엇이든 말이다. 그래서 정원은 친구를 필요로 하지 않는 이들은 아쉬운 게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럴 리가. (252~253페이지)



 

친구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정원이 있었다. 타인 앞에 서서 강연을 하고 웃는 표정을 지을 수 있었다. 아버지의 음악이 서로를 끈끈하게 이어주었다. 마치 하나의 원처럼 서로 연결되어있었다. 피로 연결된 가족이 아니어도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존재라고 일컬었다.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된다는 거. 정원에게도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살 만하지 않겠나.

 


 

#오늘도돌아갑니다풍진동LP가게 #임진평 #고희은 #다산책방 #풍진동LP가게 ##책추처 #문학 #소설 #소설추천 #한국소설 #한국문학 #다산북스 #이상한LP가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탕비실
이미예 지음 / 한끼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탕비실 #이미예 #한끼

 

직장인에게 가장 안온한 공간이 탕비실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화장실과 순위 다툼을 할 수도 있겠다. 탕비실에서 좋아하는 음료를 마시고 동료와 대화를 나누며 누군가를 험담하기도 하는 곳. 하지만 비밀은 없다. 누군가는 지켜볼 것이며, 가장 꼴 보기 싫은 인간으로 추천할 수도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소설 탕비실처럼.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이미예 작가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다소 실망스러운 두께이긴 하지만 책 내용이 괜찮았다. 직장인으로서 공감하기 좋은 콘텐츠였기 때문이다. 소설이 좀 더 이어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았다.

 







탕비실은 누가 가장 싫습니까? 라는 예시에서 시작한다. 누군가는 배려라고 하겠지만 다른 사람들이 싫어하는 행동은 하지 않아야 한다. 그걸 모른다는 게 안타깝다.

 



공용 얼음 틀에 콜라, 커피 얼음을 얼려놓는 사람.

공용 싱크대에 안 씻은 여러 개의 텀블러를 늘어놓는 자칭 환경운동가.

인기 많은 커피믹스를 잔뜩 집어다 자기 자리에 모아두는 사람.

탕비실에서 혼자 중얼중얼 혼잣말하는 사람.

공용 냉장고에 케이크 박스를 몇 개씩 꽉꽉 넣어두고 집에 가져가지 않는 사람.

 



탕비실TV 방송프로그램 중의 하나로 탕비실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하이퍼리얼리즘 소설이다. 7일간 합숙 리얼리티쇼로 같이 일하는 동료들로부터 함께 탕비실을 쓰기 싫은 사람으로 선정된 이들이 주인공이다. 규칙을 깨면 힌트 교환권이 주어지며 탕비실에서 머무는 시간은 100분만 허용한다. 직장에서와 같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고, 안쪽에는 침실이 있으며 자유롭게 탕비실을 사용하면 되었다. 이들 중 프로그램 제작진에서 가짜로 끼워 넣은 사람을 술래라 하고 그가 누구인지 밝히는 게임이다. 물론 상금이 걸려있다. , 이제부터 탐색전이다.



 

소설의 화자 얼음은 상대방의 배려 차원에서 콜라나 커피 얼음을 만들었다. 그게 다른 사람이 싫어하는 행동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게 문제다. 어디든 편을 가르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서로 돕자는 차원에서 상대방의 의중을 헤아리고 눈치를 보며 내게로 올 이득을 생각하는 것 말이다. 다른 출연자의 비밀을 들으려고 탕비실의 싱크대 하부장 안으로 비집고 들어가 앉아있는 장면에서 인간의 이기주의적 본능을 발견했다. 같은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얼음처럼 행동했을 거였다는 게 문제다.

 



실제로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면 상당히 난처할 것도 같은데, 최근엔 일반인들도 TV 프로그램에 자연스럽게 출연하는 추세다. 소설에서도 밝혔지만 구석구석 숨어있는 카메라도 신경 쓰지 않고 어떻게 하면 게임에서 이길까, 그 생각만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 책을 읽은 직장인들은 자기를 돌아보지 않을까. 직원들에게 나는 어떤 사람으로 비치는지 궁금해하며 탕비실 사용하는 걸 신경 쓸 거 같다. 얼음처럼, 친절과 배려라고 했던 행동이 타인에게는 싫을 수도 있겠다는 거다. 나 또한 텀블러처럼 종이컵을 자제하고 텀블러나 도자기 컵을 사용하는 게 어떠냐?’, 라고 제안했었는데 그 또한 잔소리쟁이로 여긴다는 거다. 마냥 웃을 수만 없는,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여기서 질문, 당신은 탕비실에서 어떤 유형이세요? 혹은 어떤 사람이 싫어요?

 

 


#탕비실 #이미예 #한끼 #오팬하우스 ##책추천 #문학 #소설 #소설추천 #한국소설 #한국문학 #리얼리티쇼 #하이퍼리얼리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라앉는 마음
홍기훈 지음 / 득수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라앉는마음 #홍기훈 #도서출판득수


 

사진 한 장을 보았다. 북한군 시체로 보이는 사진이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이 투입되었다는 건 이미 뉴스로 확인했었다. 러시아가 북한군을 총알받이로 사용한 것처럼 보여 마음이 좋지 않았다. 쿠르스크 작전이었다. 몇 년 전 콜린 퍼스와 레아 세이두가 나오는 영화라고 해서 <쿠르스크>를 보았다. 나는 이 소설이 그 영화를 재구성한 게 아닐까 생각했다. 영화의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고 레아 세이두가 남편을 찾아다녔던 장면과 공허한 눈빛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있다. 죽음은 이렇듯 슬픔을 안긴다.


 

가라앉는 마음은 미국 시애틀의 기자가 쿠르스크 관련자들을 만나 인터뷰하는 내용이다. 러시아 잠수함 쿠르스크가 바렌츠해에서 침몰하며 118명의 승조원이 사망했다. 가족을 잃은 사람, 잠수함의 제독 등 그들의 시선으로 쿠르스크 사건을 바라본다. 먹을 것이 부족해 잠수함의 부품 등을 몰래 팔아야 했던 대화에서 러시아의 경제적 상황을 짐작하게 한다.





 

2014년에 일어난 세월호 사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분리하여 생각하려고 해도 자꾸만 겹치는 상황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힘들었던 것 같다. 쿠르스크가 침몰한 뒤 한 명의 사상자도 없으니 안심하라고 했던 것과 책임 회피를 위해 침몰한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던 장면은 세월호 사건과 흡사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가족들은 절규했지만, 그들만의 사정일 뿐이었다. 쿠르스크 침몰 후 관계자들이 했던 행동은 세월호 사건과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것처럼 여겨지는 건 비단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감추고자 하는 진실은 언젠가 드러나기 마련이라는 것을 그들은 몰랐던 것일까. 가족을 잃은 슬픔을 누군가에게는 말하고 싶었을 것이며, 사건이 일어났던 때 군 관계자로서 회피했던 책임을 다하고자 했던 것도 다르지 않다. 기자가 인터뷰하러 갔을 때 가족들은 경제적 상황이 어려움에도 다과를 내어 넣고 함께 식사하기를 권하며 따뜻하게 맞아 주었다.


 

사고라는 건 많은 징조를 무시한 대가로 발생한다. 수직적으로 얽힌 윗사람들은 지탄받는 듯 보이다 어영부영 승진한다. 유족들은 운다. (177페이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는데도 안전 불감증을 마치 습관처럼 가지고 있다. 병으로 아프든, 사고나 사건이 생기는 데는 징조가 있는 법이다. 무시하다가 수많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걸 모르는 것인가. 그러한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여기에서 마야 카슨이 왜 그토록 쿠르스크 사고에 대하여 파고드는지 궁금하다. 물론 기자로서 취재를 위해 열정을 다한 걸로 보이기도 했지만, 사정이 있는 듯하다. 그들의 슬픔을 이해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희생자들의 가족과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시간이었다. 더불어 마야 카슨이 왜 슬픔에 잠겼는지도, 사고에 대하여 말하는 사람에게 오래도록 묻어두었던 아픈 이야기를 한다. 낯선 사람에게 말할 수 있다는 건 그들과의 감정의 전이 때문이 아니었을까.


 

쿠르스크 사고를 통해 우리나라의 역사와 사고를 말하는 듯했다. 우리는 사고를 겪으며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배운다. 같은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지켜봐야 한다. 주변 사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좀 더 솔직해지고,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작가가 자료 조사를 많이 한 것 같다. 쿠르스크 영화를 보는 듯, 마야 카슨이 인터뷰를 하는 장면들이 머릿속을 부유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는 장면들을 그려본다. 정국이 시끄럽다. 다시, 평온했던 날들로 가기를 기원한다.

 

 

#가라앉는마음 #홍기훈 #도서출판득수 ##책추천 #문학 #소설 #소설추천 #한국소설 #한국문학 #쿠르스크 #책방수북 #한국젊은남성작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디 에센셜 한강 (무선 보급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디 에센셜 The essential 1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디 에센셜 한강고통으로 일그러진 것들

 

#디에센셜한강 #한강 #문학동네

 

2024년은 한국에서 특별한 해다. 해마다 10월이 되면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관심을 두고 지켜본다. 인터넷 서점에서는 노벨상 수상자 발표 즈음에 투표를 하게 되는데 이번 명단에서 우리나라 한강 작가의 이름이 보이길래 간절한 마음으로 투표했었다. 그리고 노벨문학상 발표 소식에 우리나라 문학계와 문학 독자들은 축제를 경험하였다. 마치 큰 선물을 받는 느낌이었다. 우리에게도 이런 일이 다가오는구나. 내가 살아있을 적에 동시대의 작가가 수상했다는 건 분명 감동할 만한 일이다. 내가 읽은 한강 작가의 책 외에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하다가 문학동네에서 나온 디 에센셜 한강을 골랐다. 장편 희랍어 시간과 단편 두 편, 시와 산문이 수록되어있어 한강의 작품 세계가 망라되어있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사어에 가까운 희랍어를 배우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희랍어 시간은 언어가 가진 역할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말을 잃은 여자가 희랍어를 배우고, 눈을 잃어가는 남자가 희랍어 강사다.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대화 혹은 쓰임 때문이라고 여겼다. 학문적으로 좀 더 깊이 있게 파고드는 사람을 제외하고 말이다. 말을 잃은 여자가 입 밖으로 내어 말하지 못할 텐데도 여자는 희랍어 강의에 꼬박꼬박 나온다. 말 한마디 하지 않은 여자를 지켜보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희랍어 강의가 이루어지는 아카데미 외에 각자가 가진 기억들은 모두 고통이다.

 

여자는 아이의 양육권을 잃고 홀로 지낸다. 말을 잃은 여자는 하던 일을 멈출 수밖에 없어 아이를 되찾아올 경제적 상황마저 좋지 않다. 그녀가 희랍어를 배우는 건 낯선 언어 때문에 잃었던 말을 되찾았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희랍어를 배우는 작업은 언어를 되찾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다. 필름 조각을 통해 해를 바라보는 아이의 행동을 배웠던 남자는 독일에서의 기억과 잃어가는 시력으로 고통스럽다.

 

눈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침묵이라면, 비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끝없이 긴 문장들인지도 모른다.

단어들이 보도블록에, 콘크리트 건물의 옥상에, 검은 웅덩이에 떨어진다. 튀어오른다. (195페이지, 희랍어 시간중에서)

 

침묵은 언어를 향한다. 언어가 침묵을 향해 나아간다. 침묵은 또 하나의 소통일 수도 있다. 손바닥에 써 내려간 글자들이 춤을 추지만, 그 춤은 희망으로 향하는 것만 같다. 말을 잃은 여자가 언어를 향해 달려가고, 눈을 잃은 남자는 언어를 통해 침묵으로 향한다. 그들에게 있어 침묵은 어떤 간절함이다. 말을 하겠다는 것. 앞이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것을 기억하겠다는 것. 가끔 눈이 부옇게 되어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꿈을 꾼다. 답답한 상황에서 꿈을 꾸었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다. 다만 답답함을 대변하지 않았나 싶다. 꿈을 꾸고 난 아침, 내가 눈을 뜨고 있다는 것.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언어는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 중 가장 으뜸이라 할 수 있다. 역사의 기록도 언어가 있기에 가능했다. 언어를 통해 빛에 가까워지는 순간을 말하는 것 같았다. 2024년 또 하나의 아픈 역사가 재개되었다. 역사는 반복되기 마련인가. 한 사람의 잘못된 시각이 국민을 고통으로 몰아넣었다. 지금 우리가 겪는 이 촛불의 역사도 언어에 의해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게 된다.

 

디 에센셜 시리즈는 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파악하기에 좋은 책이다. 출판사에서 엄선하여 선택한 장편소설과 단편소설, , 산문이 수록되어있기 때문이다. 유년 시절, 피아노를 배우고 싶었던 한 소녀의 기억을 따라가다 보면 작가가 추구하는 세계에 가까워질 것이다.

 

 

#디에센셜한강 #한강 #문학동네 ##책추천 #문학 #소설 #소설추천 #한국소설 #한국문학 #디에센션셜 #문학동네디에센셜 #노벨문학상 #2024노벨문학상 #2024노벨문학상수상작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