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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담은 집 - 서현 작은 집의 건축학개론
서현 지음 / 효형출판 / 2021년 1월
평점 :
작은 집을 꿈꾼다. 10여 평 정도의 작은 집. 주말에 머물 수 있고 남편의 정년퇴직 후에 한두 달 정도씩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 따뜻한 통영의 동생 집을 살까 생각했었고, 다른 도시의 바닷가 한적한 곳을 살펴보기도 했다. 이왕이면 전통적인 방식이 아니더라도 한옥 형태의 집이면 좋겠다. 한옥의 경우 집 짓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현재는 포기한 상태다. 생각한 게 텃밭 한쪽에 이동식 주택을 가져다 놓는 것이었다. 밭에는 6평의 이동식 주택만 가능하여 복층 주택을 생각하고 있다. 밭 한편에 나무를 심고, 수국 등 각종 꽃나무를 심어 가꾸고 있다. 남편이 좀 더 한가한 곳으로 발령이 나면 올해쯤 놓고 싶은 바람이다.
작은 집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퇴직 후의 삶을 위해, 층간소음으로 힘든 아이들을 위해 집을 짓는다. 이러한 사람들의 바람을 알아 저자는 작은 집 세 채를 짓는 과정을 담은 책을 펴냈다. 거창하게 큰 집이 아닌 자신들의 마음을 담은 작은 집이다. 원하는 바를 담아 최소한의 한정된 예산에서 건축주와 건축가가 한 마음이 되어 집을 지었다.
저자는 서울시의 공공 건축가로 활동하는 와중에 작은 집을 지어달라는 건축주의 의뢰를 받고 건축에 참여하였다. 그 첫 번째가 은퇴한 간호사의 설계도 때문이었다. 살고 싶은 집을 악보 이면지에 그려왔던 그녀로 인해 설계도를 다시 살펴 그렸고 직접 충주로 내려가 집이 들어설 대지를 둘러보았다. 산 밑에 자리 잡은 추평리의 풍경이 펼쳐진 곳이었다. 그녀가 처음부터 건축주는 아니었으나 건축주가 되어, 실제 집을 짓는 과정을 볼 수 있는 귀한 경험을 할 학부생과 대학원생이 함께 건축에 참여하였다.
집을 짓게 되면 당초 예산을 넘기기 일쑤다. 콘크리트 벽을 외부로 노출하게 되므로 거푸집을 재사용하여 건축비를 아꼈다. 가진 물건이 많지 않다고 해도 그것을 놓을 공간이 필요해 다락을 만들어 보관하도로 했다. 15평이 16.5평이 되었다. 천창을 만들어 하늘과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는 충주의 문추헌을 비롯해 층간소음 때문에 주택으로 이사할 생각인 두 아들을 둔 건축주가 두 번째 집 담류헌이었다.
‘어떤 집에서 살고 싶으세요?’ 라는 질문에 자기가 살고 싶은 집을 읊고 그것들을 구상해 집을 설계하였다. 항상 세워둔 예산보다 웃도는 건축비용 때문에 두 아들을 한 방에 머물게 하고 가족들이 꿈꾸는 집을 짓기 시작했다. 앞집과 뒷집 가운데에 있는 대지에서는 남향집을 짓기 어려웠다. 방향을 틀어 북서향의 집을 지었는데 이런 경우 조망권 때문에 이웃집의 불평불만이 생길수도 있다. 시멘트 블록과는 다른 큐 블록을 건물 외장에 사용해 꽤 멋스러운 집이 되었다. 큐 블록의 틈으로 들어오는 빛 때문에 시간에 따라 다른 빛의 파장이 생겼다. 건축주는 이를 가리켜 빛의 향연이라고 표현했다. 생각해본다. 거실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 있을 때 남향인 발코니로부터 햇빛이 들어오는 그 따스한 풍경을. 사람마다 추구하는 게 이처럼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집은 서울이지만 근무처가 공주여서 은퇴 후 그곳에 터를 잡고 살고 싶은 부부가 찾아왔다. 양편에 묘가 있는 대지였다. 아들은 장성해 부부 거처만 있어도 되었다. 다만 건축주는 드림 카가 4대나 되었으므로 1층 주차공간에 창고 겸 보일러 시설이 오고 2층에 거실과 방 두 개, 그리고 다락이 있고 가운데에 중정을 만들기로 하였다. 중정 아래에는 물을 채워 중정으로 들어오는 빛은 하트가 되었다가 춘분과 추분에 동그라미가 맞아 들어 더욱 아름다운 건원재가 되었다.
집을 짓는 과정을 사진으로 담아 이해하기 쉽도록 꾸몄다. 완성된 집은 더욱 아름답게 비춰졌다. 내 마음의 집을 짓는다는 게 이런 과정을 거친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집을 건축하고자 하는 사람과 집을 짓는 사람의 마음이 그대로 표현되어 있는 집은 돌아갈 장소가 된다. 집의 가치는 다른데 있지 않다. 내 마음을 담아 지은 우리의 집이다.
머리를 맞대고 작은 집이나마 우리들의 집을 짓겠다는 바람을 말하곤 했었던 남편에게 이 책을 꼭 읽어 보라고 말했다. 더불어 실제로 대지에 집을 지었을 때 이동식 주택과는 다른 벽의 두께며 단열재 등 실제 건축비용 예산 등을 말해주었던 건축설계사 여동생과 제부에게도 꼭 읽히고 싶은 책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책 속의 건축주들처럼 저자를 직접 찾아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작은 안식처가 될 우리의 집을 짓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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