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 워터스의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중 첫 번째 소설 티핑 더 벨벳끌림과 함께 재출간되었다. 세라 워터스는 우리나라에서 박찬욱 감독에 의해 영화화된 아가씨의 원작 핑거 스미스의 작가다. 아마도 영화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읽었을 거로 짐작된다. 나 또한 그 즈음에 읽었던 듯 하다.

 

퀴어 소설이라는 것만 알았지 내용은 알아보지 않은 상태에서 책을 읽게 되었는데 상당히 관능적이었고 파격적인 문장들이 가득했다. 최근에 읽었던 게스트보다 내용이 더 원색적이어서 중간에 그만 읽을까도 싶었던 책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책 속의 주인공의 행보를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열여덟 살 소녀 낸시는 가족과 함께 하는 식당에서 굴 까는 일을 하고 있다. 그녀의 유일한 즐거움은 극장에 가는 것이었다. 극장에서 신사복을 입은 키티 버틀러의 공연을 보고 그녀의 삶은 말할 수 없이 달라졌다. 키티와 친해진 낸시는 런던으로 가게 된 그녀를 따라 의상담당으로 가게 된다. 가족과 친척들과의 삶을 뒤로하고 키티와 함께 런던으로 향했다. 낸시는 키티와 함께 방을 사용하며 키티가 공연할 의상을 준비하고 그녀의 공연을 즐긴다. 우연히 키티와 함께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게 된 키티의 매니저 월터는 둘이 함께 공연을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한다.

 

키티와 낸시는 함께 공연을 시작했다. 신사복을 입고 남자처럼 짧게 머리칼을 자른 모습을 한 둘의 공연은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끌었다. 공연 수입도 많아졌고 둘은 사랑을 나눴다. 그들의 매니저인 월터는 둘 사이를 모르고 키티를 좋아했다. 가족들을 만나러 갔다가 조금 일찍 돌아왔을 때 월터와 함께 있는 키티를 발견하고 결혼한다는 그들의 말에 낸시는 뛰쳐 나온다. 이 때부터 낸시의 삶은 시궁창으로 빠지게 된다. 아는 사람도 없고 가진 돈도 없이 사랑에 실패한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많지 않았다. 매춘 생활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 결과는 상류 사회의 부인의 애완용 놀잇감이 되었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여성의 역할과 여성의 지위에 대하여 나타내고 싶었던 듯 하다. 상류사회의 부인 다이애나의 집에서 버림받고 플로렌스의 집으로 향했을 때의 낸시의 상황은 막막함 그 자체였다. 하룻밤 묵을 방도 없었으며 가진 돈도 없었다. 예전부터 거리의 여자들에게 아낌없이 베풀었던 플로렌스 때문에 낸시는 새롭게 태어났다. 여성의 인권에 대한 깊은 통찰로 전면에 서서 이끌었던 플로렌스였다. 플로렌스의 집에 있는 아이를 돌보며 집안일을 하며 이전과는 다른 삶을 꿈꾸기 시작했다.

 

낸시가 새롭게 태어나는 부분, 즉 플로렌스와 함께 하는 장면은 몇 달 전에 보았던 영화 <서프러제트>를 떠올리게 했다. 여성의 투표권을 위해 거리에서 투쟁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뤘던 영화였다. 여성으로 된 협동조합을 이끌고 여성 운동에 앞장서는 플로렌스와 뜻을 함께하는 여성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원색적인 표현을 뒤로 하고 진정한 여성으로 거듭나는 여성 서사의 소설이었다. 첫 소설을 이처럼 파격적으로 쓰다니, 세라 워터스의 빅토리아 시대 3부작의 다른 소설 끌림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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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 투스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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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우리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세계로 나아가기도 한다어떤 삶을 살지 고민해보지 못한 상태에서 어느 순간 생각지 못한 장소에 서 있기도 한다성공회 주교의 딸인 세리나 프룸이 그러하다문학을 좋아하였으나 어머니의 바람대로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게 되었던 것부터 그녀의 삶은 자기가 원하던 것에서 한 발짝 멀어져 있었다그럼에도 삶을 살아야 하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여야 하는 건 당연하다.

 

소설은 세리나 프룸의 회상 형식으로 된 내용이다그녀는 MI5에 사무직 보조요원으로 들어갔다가 스위트 투스’ 작전에 투입하게 된다스위트 투스는 단 것을 좋아하는 취향이라는 뜻으로 냉전 체제에 작가들에게 재정적 도움을 주어 자유세계를 옹호해줄 작가들을 찾아 지원하는 작전이었다세리나는 그 작가에게 접촉해 그들의 바람대로 작품을 쓸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해주는 역할이었다세리나는 톰 베일리의 단편을 읽고는 그의 작품의 탁월함을 발견하여 그를 선정하게 된다.

 

 

이언 매큐언은 1967년에 CIA의 자금으로 운영되었던 영국 잡지 <인카운터>의 사건을 풍자해 스파이 소설을 썼다스파이 소설임에도 문학이 가진 역할에 대하여 끊임없이 토론하는 세리나와 톰 때문에 문학적인 면이 강조되었을 뿐 아니라 로맨스 소설로도 읽혀졌다우리가 보았던 스파이 영화에서 남자와 여자의 관계는 마치 클리셰처럼 뗄 수 없는 다른 하나의 주제다소설가 톰 베일리를 포섭하는 작전을 맡았던 세리나는 매우 예쁜 여성이다즉 누구라도 한눈에 반할 수 있는 여성이다그를 도와 장편소설을 쓸 수 있게 옆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으면서 점점 사랑에 빠지는 건 당연한 결과라는 점이다.

 

세리나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톰에게 접근했다톰을 사랑하게 되면서 자신의 정체를 밝혀야 하나 고민하게 되는데 어쩌면 결과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그를 사랑하는 것만큼 진실을 밝히고 싶지만 쉽지 않다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MI5에 사표를 썼다면 어땠을까그때는 이해를 해주었을까.

 

케임브리지에서 수학 3등급이었던 그녀가 MI5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교수였던 토니 캐닝 때문이었다문학을 사랑하였던 것과는 별개로 토니 캐닝은 다양한 질문으로 세리나의 문학적 깊이를 다지게 했다신문의 사설과 역사를 공부하게 하여 독서지도를 해주었다이른바 MI5 입사에 필요한 면접 준비를 해준 셈이었다.

 

소설을 읽으며 이해되지 않는 인물이 맥스였다세리나와 모종의 감정을 나누었다지만 맥스가 한 행동은 프로답지 못했다비밀 요원은 그렇게 행동하면 안 되었다.

 

 

작가와 독자 사이에는 명문화되지 않은 계약이 존재하며 작가는 그걸 존중해야 한다가상의 세계나 그 안에 존재하는 인물들의 어떤 요소도 작가의 변덕에 따라 사라지는 것이 허용되어선 안 된다허구의 세계도 실제 세계처럼 견고하고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그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계약이다(322페이지)

 

이 소설이 가진 가치는 아마 반전에 있지 않았을까 싶다소설 속에서 세리나가 톰 베일리를 두고 수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데 진실을 밝히기란 힘들었다하지만 그녀의 정체가 발각되었을 때 일어날 일들을 예상하게 되는데 이 모든 것들을 뛰어 넘는 결말이었다소설가인 톰 베일리와 문학을 좋아하는 세리나 프룸 때문에 수많은 문학작품들이 소설 속에서 토론의 주제로 거론된다이것 때문에 다소 작가가 의도하는 것에 다가가기 힘들었다하지만 결말을 위해 그러한 감정들을 남겨둘 필요가 있었다모든 것이 다시 시작되는 느낌이랄까모든 것을 뛰어넘는 내용 때문에 소설을 다시 처음부터 읽어야 하나 싶었다.

 

그래서 느꼈던 게 소설을 읽으며 어쩐지 여성적인 문체라는 것이었다물론 세리나의 회상 형식으로 진행되는 소설이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 여겼다하지만 이언 매큐언의 소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여성적인 느낌이 강했다나는 번역 때문인가 라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소설의 마지막에 가서야 이언 매큐언이 의도한 바를 이해할 수 있었다.

 

작가의 고민과 소설을 읽는 독자의 역할에 대하여 생각해 볼 수 있었다세리나처럼 나도 소설을 읽고 또 읽는 사람이라 독서를 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마치 한 편의 스파이 영화를 보는 듯도 했다왜 이언 매큐언의 소설을 사랑하는지 그 깊은 이해와 공감을 할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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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02-05 1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희망도서로 빌려서 읽다가
말았네요.

다시 빌려다 읽고 싶어지네요.

Breeze 2021-02-05 13:41   좋아요 0 | URL
다시 도전해보심이 어떨지요. ^^
 








우리가 읽었던 작은 아씨들은 1편에 지나지 않았다소녀 때 우리는 그 책을 완결판이라 여기고 조가 로리와 결혼했을 거라는 나름의 환상을 지니고 있었다그러나 1편과 2편이 수록된 작은 아씨들을 읽었더니 생각지 못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다로리를 그저 친구로 생각했던 조는 끝내 로리의 마음을 받아들여 주지 않았다최근에 개봉한 동명의 원작 영화인 작은 아씨들에서도 조는 한발 늦었다나중에서야 자기의 마음을 알고 고백하려 했으나 이미 로리와 에이미는 약혼한 상태였다다시 되돌리지 않을까라는 우리의 희망을 저버렸다작은 아씨들을 읽는 우리는(여성들만조를 분신처럼 여겼기 때문에 우리는 끝까지 조 편이었다.

 


 

조의 아이들은 조가 독일인 교수 프리츠 바에르 씨와 결혼 후 아이들을 위해 플럼필드 학교를 세웠다남자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세워 가르치기 시작했다이 책은 3편 작은 신사들과 10년 후의 이야기인 조의 아이들』 합본으로 플럼필드 학교를 중심으로 남자 아이들의 교육과 성장을 담았다.

 


메그와 존 브룩 씨의 아이들 데미와 데이지를 비롯해낸과 냇토미 그리고 조와 프리츠 바에르의 아이들인 로브와 테드바에르의 사촌인 프란츠와 에밀 등 남자 아이들 중심의 학교였다로리의 부탁으로 들어오게 된 냇은 거리의 악사였다아버지가 죽은 후 로리 때문에 학교로 오게 되었다떠돌이 소년 댄도 플럼필드에 들어오게 되는데 댄은 학교에 적응을 하지 못했다종잡을 수 없는 성격이라 언덕을 마구 내달려야 했으며 예의가 부족했다속마음과는 다르게 거칠게 행동했다그렇지만 조와 바에르 교수는 그를 포기하지 않았다.


 

조와 바에르 씨의 교육관이 드러나는 부분이 있다학교에서 하는 공부도 중요했으나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게 자연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이었다정원을 가꾸고 동물들을 키워 바른 인성을 갖기를 바랐다토미가 기른 닭들이 달걀을 낳자 그것을 사주며 경제적인 자립을 도왔다아이들 각자가 가진 특징을 살려 삶을 살기를 바랐다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역시 거짓말 하지 않는 것자기가 가진 재능을 살려 그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었다.

 


작은 아씨들에서 조는 여성이라고 해서 결혼이라는 틀에 갇히는 걸 바라지 않았다이것은 루이자 메이 올컷이 평생 독신으로 살아온 경험과도 맞물린다남자 아이들만 있는 학교에서 데이지를 위해 낸을 학교로 불렀다천방지축 낸은 조와 닮아서 어렸을 적 자신을 떠올리게 했다낸이 의학에 관심이 많다는 걸 알아보고 약초를 심어 관심을 갖게 하고 의학을 공부하여 의사가 되는 모습은 작가가 추구하는 것과 닮았다.

 


댄에 대하여 말하지 않을 수 없다불우한 어린시절을 지내 행동이 거친 그는 자기를 진심으로 믿어주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플럼필드 학교를 좋아하였지만 조와 바에르 교수가 나가라고 하면 거리로 나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그가 어떠한 잘못을 하든 조와 바에르는 그를 야단치지 않고 그가 옳은 길로 가기를 바랐다그를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온전히 믿었다. 10년 후의 그가 정당방위로 감옥에 가게 되었을 때 그들이 실망할까봐 진실을 말하지 못했다자신의 부모라고 여기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을 했던 것 같다탄광에서 일하다 여러 사람을 구하고 죽을 뻔했을 때에야 그는 진실을 말한다.

 


보통의 경우 댄처럼 악동 짓을 하게 되면 학교에서 내치고 곁을 주지 않을지도 모른다그렇지만 조와 바에르 교수는 댄을 끝까지 믿었다시간이 지나면 옳게 성장하리라는 걸 포기하지 않았다그것이 조와 바에르 교수가 추구하는 학교의 모습이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책 속에서 로리가 배우 티모시 샬라메로 생각되어 그가 베스의 아빠라는 게 적응되지 않았다사람을 믿는데 있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건 조와 비슷했다조와 바에르 교수는 아이들에게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길러주었다플럼필드를 거쳐간 아이들에게 작은 세상을 열어주었던 작은 아씨들』 완성판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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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2-01 14: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작은 아씨들 책두께를 보니 대하소설 분량이였네요
제작자들은 작은 아씨들 그이후에 이야기를 드라마로 제작을 왜 안하는지,,,
메그에 아이들, 조가 세우는 학교 이야기를 더 알고 싶은데 ,,,


Breeze 2021-02-05 11:21   좋아요 1 | URL
아무래도 조를 자신에게 더 이입시키기 때문에 조가 주를 이루는 이야기를 더 좋아하는 듯 해요. 저도 그랬고요. ㅋㅋㅋ
 
내 마음을 담은 집 - 서현 작은 집의 건축학개론
서현 지음 / 효형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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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집을 꿈꾼다. 10여 평 정도의 작은 집. 주말에 머물 수 있고 남편의 정년퇴직 후에 한두 달 정도씩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 따뜻한 통영의 동생 집을 살까 생각했었고, 다른 도시의 바닷가 한적한 곳을 살펴보기도 했다. 이왕이면 전통적인 방식이 아니더라도 한옥 형태의 집이면 좋겠다. 한옥의 경우 집 짓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현재는 포기한 상태다. 생각한 게 텃밭 한쪽에 이동식 주택을 가져다 놓는 것이었다. 밭에는 6평의 이동식 주택만 가능하여 복층 주택을 생각하고 있다. 밭 한편에 나무를 심고, 수국 등 각종 꽃나무를 심어 가꾸고 있다. 남편이 좀 더 한가한 곳으로 발령이 나면 올해쯤 놓고 싶은 바람이다.


 



 

작은 집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퇴직 후의 삶을 위해, 층간소음으로 힘든 아이들을 위해 집을 짓는다. 이러한 사람들의 바람을 알아 저자는 작은 집 세 채를 짓는 과정을 담은 책을 펴냈다. 거창하게 큰 집이 아닌 자신들의 마음을 담은 작은 집이다. 원하는 바를 담아 최소한의 한정된 예산에서 건축주와 건축가가 한 마음이 되어 집을 지었다.

 


저자는 서울시의 공공 건축가로 활동하는 와중에 작은 집을 지어달라는 건축주의 의뢰를 받고 건축에 참여하였다. 그 첫 번째가 은퇴한 간호사의 설계도 때문이었다. 살고 싶은 집을 악보 이면지에 그려왔던 그녀로 인해 설계도를 다시 살펴 그렸고 직접 충주로 내려가 집이 들어설 대지를 둘러보았다. 산 밑에 자리 잡은 추평리의 풍경이 펼쳐진 곳이었다. 그녀가 처음부터 건축주는 아니었으나 건축주가 되어, 실제 집을 짓는 과정을 볼 수 있는 귀한 경험을 할 학부생과 대학원생이 함께 건축에 참여하였다.

 


 

 

집을 짓게 되면 당초 예산을 넘기기 일쑤다. 콘크리트 벽을 외부로 노출하게 되므로 거푸집을 재사용하여 건축비를 아꼈다. 가진 물건이 많지 않다고 해도 그것을 놓을 공간이 필요해 다락을 만들어 보관하도로 했다. 15평이 16.5평이 되었다. 천창을 만들어 하늘과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는 충주의 문추헌을 비롯해 층간소음 때문에 주택으로 이사할 생각인 두 아들을 둔 건축주가 두 번째 집 담류헌이었다.

 


어떤 집에서 살고 싶으세요?’ 라는 질문에 자기가 살고 싶은 집을 읊고 그것들을 구상해 집을 설계하였다. 항상 세워둔 예산보다 웃도는 건축비용 때문에 두 아들을 한 방에 머물게 하고 가족들이 꿈꾸는 집을 짓기 시작했다. 앞집과 뒷집 가운데에 있는 대지에서는 남향집을 짓기 어려웠다. 방향을 틀어 북서향의 집을 지었는데 이런 경우 조망권 때문에 이웃집의 불평불만이 생길수도 있다. 시멘트 블록과는 다른 큐 블록을 건물 외장에 사용해 꽤 멋스러운 집이 되었다. 큐 블록의 틈으로 들어오는 빛 때문에 시간에 따라 다른 빛의 파장이 생겼다. 건축주는 이를 가리켜 빛의 향연이라고 표현했다. 생각해본다. 거실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 있을 때 남향인 발코니로부터 햇빛이 들어오는 그 따스한 풍경을. 사람마다 추구하는 게 이처럼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집은 서울이지만 근무처가 공주여서 은퇴 후 그곳에 터를 잡고 살고 싶은 부부가 찾아왔다. 양편에 묘가 있는 대지였다. 아들은 장성해 부부 거처만 있어도 되었다. 다만 건축주는 드림 카가 4대나 되었으므로 1층 주차공간에 창고 겸 보일러 시설이 오고 2층에 거실과 방 두 개, 그리고 다락이 있고 가운데에 중정을 만들기로 하였다. 중정 아래에는 물을 채워 중정으로 들어오는 빛은 하트가 되었다가 춘분과 추분에 동그라미가 맞아 들어 더욱 아름다운 건원재가 되었다.

 


 

 

집을 짓는 과정을 사진으로 담아 이해하기 쉽도록 꾸몄다. 완성된 집은 더욱 아름답게 비춰졌다. 내 마음의 집을 짓는다는 게 이런 과정을 거친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집을 건축하고자 하는 사람과 집을 짓는 사람의 마음이 그대로 표현되어 있는 집은 돌아갈 장소가 된다. 집의 가치는 다른데 있지 않다. 내 마음을 담아 지은 우리의 집이다.

 


머리를 맞대고 작은 집이나마 우리들의 집을 짓겠다는 바람을 말하곤 했었던 남편에게 이 책을 꼭 읽어 보라고 말했다. 더불어 실제로 대지에 집을 지었을 때 이동식 주택과는 다른 벽의 두께며 단열재 등 실제 건축비용 예산 등을 말해주었던 건축설계사 여동생과 제부에게도 꼭 읽히고 싶은 책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책 속의 건축주들처럼 저자를 직접 찾아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작은 안식처가 될 우리의 집을 짓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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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결정 - 행복하고 존엄한 삶은 내가 결정하는 삶이다 일상인문학 5
페터 비에리 지음, 문항심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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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는 행복한 삶을 위해서다. 타인이 행복하다고 여기는 것 말고 내 스스로 행복하다 여기는 삶을 꿈꾼다. 행복은 가족 혹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일상이 가장 소중하다는 걸 강조하는데, 평소에 이러한 감정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나의 행복이다. 내가 행복 하느냐에 따라 사랑하는 사람과의 조화도 좋은 것이다.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내 스스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찾아야 한다.


행복하고 존엄한 삶은 내가 결정하는 삶이다, 라는 부제를 건 페터 비에리의 『자기 결정』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그 해답이라고 할 수 있는 책이다. 파스칼 메르시어라는 필명으로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쓴 저자의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주제로 열린 자기 결정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자기 인식은 왜 중요한가?, 문화적 정체성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세 번의 강연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삶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외부로부터의 압력도, 타인의 시선도 필요치 않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는 어떠한가. 부모의 강요에 못 이겨 했던 결정이 있음에도 자식에게 그걸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가. 내가 정한 것에 타인의 시선은 어떨지 신경 쓰지 않는가.


우리의 삶이 내적으로 그리고 외적으로 우리의 자아상과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을 때, 그리고 우리가 행위와 사고와 감정과 소망에 있어서 되고 싶어 하는 모습의 사람이 되었을 때, 그것을 자기 결정적 삶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16페이지)


자기 결정의 삶이란 어떤 것일까? 개인적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작업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문학이 그 역할을 한다고 했다. ‘문학작품을 읽으면 사고의 측면에서 가능성의 스펙트럼이 열립니다.’ 라고 했다. 문학작품은 우리가 경험한 것 혹은 경험해 보지 못한 삶을 살게 된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상상력을 펼치게 되는데 ‘다양한 삶의 흐름을 상상해 볼 수 있고, 더 많은 직업과 사회적 정체성, 인간관계의 다양한 종류를 알게 된다. 자신의 삶을 결정하고 명확한 정체성을 추구한다는 의미에서 독서보다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이야기를 직접 쓰는 일이라고 밝혔다. 문학작품을 읽으며 다른 삶을 상상해 보는 것과 달리 쓰는 작업은 직접 그 인물이 되어 서사를 펼치는데 있는 것 같다. 더 구체적인 삶을 계획하고 살아보는 경험이 아닐까 싶다.


자기 인식을 위해 시선을 어디로 향해야 할까. 어떤 사람이나 사건에 대해 가지는 감정을 알고자 한다면 그 맥락과 상황 안에서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선을 내부로 돌려 나와 마주하는 것이 아니라 시선을 밖으로 돌려 타인을 이해하려 할 때와 같은 시선으로 나를 보아야 하는 것이다. 자기 인식은 과거의 불분명하고 혼란스러운 형태로 존재했던 경험들에 대해 더욱 심도 있는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의미한다. 선택된 특정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쓰는 과정에서 자신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자기 안에서 나가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 속으로 들어감으로써 자기가 어떤 사람이 아닌지 아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언어를 습득하여 문화적 정체성의 걸음을 내딛는다. 교육과 습득의 과정으로 깨어 있는 문화적 정체성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누군가 다른 사람을 무시하거나 조종하는 존엄성의 상실은 자기 결정의 상실과도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도덕적 정체성은 실제 여행을 통해 혹은 책이나 영화 등을 통한 간접 여행을 통해서도 습득할 수 있다. 자기 결정을 위해 내가 할 일은 교양을 쌓는 것과 존엄을 잃지 않으며 내적으로 깨어 있는 것이 중요하다.


독서를 하는 것은 다양한 삶 속으로 걸어가는 것과 같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험을 토대로 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일일 것이다. 자기 결정의 힘을 얻기 위해서는 꾸준한 교육과 습득이 이처럼 중요하다는 것을 말한 글이었다.


비교적 얇은 책이지만 읽기는 쉽지 않았다. 철학적 사유를 담은 책이라 다시 읽었다. 리뷰 쓰기 전 다시 정리하면서 살폈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너무 짧을 것 같아 페터 비에리의 강의를 정리하는 마음으로 썼다는 것을 밝혀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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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01-27 06: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존엄을 잃지 않으면 내적으로 깨어있는일˝ ..
도전을 주는 말이면서 설레게 하는 말이네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

Breeze 2021-01-27 10:18   좋아요 2 | URL
내적으로 깨어있는 일이 어려운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