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들 시녀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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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다시녀 이야기를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 핸드메이즈 테일이 미투 운동 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대 운동의 상징이었던 것은또한 시녀들의 복장인 하얀색 모자와 빨간 드레스가 아르헨티나헝가리아일랜드폴란드 등지에서 일어난 페미니스트 운동의 상징이었던 거라는 건그러고 보면 우리는 책을 읽어야만 아는 것들이 있다이 책을 다 읽었을 때도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내게 커다란 수확이었다책을 계속 읽어야 하는 이유를 다시 발견했다고 할까.

 


 

증언들은 시녀 이야기』 출간 후 드라마화가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고소설 속 주인공 오브프레드는 어떻게 되었을까소설 속 배경인 길리어드는 어떻게 붕괴했을까라는 독자들의 의문에서 출발한 답변 같은 소설이다. 34년 만에 다시 쓴 소설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소설은 시녀 이야기에서도 나왔던 리디아 아주머니의 기록과 오브프레드의 딸들인 아그네스 제미마와 제이드의 녹취록으로 이루어져 있다오브프레드는 눈들로 가장한 메이데이에 의해 길리어드를 탈출했다캐나다에서 메이데이 지하조직원으로 여전히 활동하는 인물로 언급되나 소설 전면에 드러나지는 않는다그저 15년 후의 길리어드의 여전한 세상을 증언들로 기록될 뿐이다.

 

시녀 이야기를 읽을 때만 해도 오브프레드에게 자주 거론되는 리디아 아주머니가 무언가 행동을 취하지 않을까 내심 기다렸었다하지만 아무 행동도 안하더니 증언들에서는 제대로 활약한다여성들의 지위를 몇 단계로 나눈 남성중심주의의 세계로 도태된 미국에서 리디아 아주머니는 판사였던 경험을 살려 저드 사령관을 휘어잡고 자신들의 지위를 보장받았다아내 혹은 시녀가 될 소녀들을 교육시켰던 초기의 교육자 역할이었다사령관들이 어린 소녀를 아내로 맞이하려면 아주머니들에게 의논했을 때 그 해답을 주는 이가 아주머니인 리디아였다는 사실이다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주요 인물로 부각되었다모든 것을 탐색하고 지휘하며 새로운 세상을 모색한다.

 


 

증언들에서 한 가정의 딸이었던 소녀들은 대부분 친딸이 아니었다즉 시녀들에 의해 태어난 아이들이었고 사령관들이나 계급을 가진 자들은 그 아이들을 부양했다성년이 되는 열여섯 살이 된 소녀들은 다른 사령관들과 결혼을 해야 했다소녀들의 의사는 존중되지 않았고 권력이 높은 남편감이면 상관없었다자기 아버지보다 더 나이 많은 사령관이어도 상관없다는 뜻이다이럴 때 아버지는 방관자에 가까웠다현재의 어느 입양사건과 비슷한 양상이라고 보면 된다.

 

소설은 드라마 속에서 나타났던 것의 연장선에 가깝게 표현되었다시녀 이야기에는 없었던 내용이 드라마 핸드메이즈 테일을 바탕으로 해 내용이 이어진다드라마를 보지 않았기에 소설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따로 또 같이 봐도 무방할 것 같았다드라마는 시즌4까지 완성된 듯한데 증언들과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하긴 하다.

 


 

 

길리어드를 좌지우지하는 건 군대와 사령관들이었는데 이제 그들 위에서 교묘하게 힘을 발휘하는 이가 소위 아주머니들이었다사령관들은 총으로 무장하여 법관 출신 여성들을 자기들 뜻대로 가임 여성에게 출산의 한 도구로 여길 제도에 순응시키려 했었다하지만 칼보다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게 펜이라는 건 오래전 과거에서부터 존재했다출산 장려를 만들려는 외침과는 다르게 그들은 여성들을 착취했다착취했을 뿐 아니라 소아 성애자에 가까웠다딸로 키웠던 아이를 네 살 때부터 성폭행 해왔고 어린 소녀들을 갖기 위해 아내들을 죽게 만들었다비정한 세계였다그러므로 여성들의 응분을 샀을 거로 보인다.

 

다행인 점은 리디아 아주머니 같은 사람들이 있었다는 거다현재의 여성들을 위해미래의 여성들을 위해 시녀들을 다른 나라로 탈출시키고 새로운 세상을 모색했다리디아를 따르는 여성들은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 갇히지 않은 여성이어야 했다생각이 자유로워야 했고진취적인 행동을 할 수 있어야 했다그게 여성이라는 점이다.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겠다는 마음. 저항의 정신을 갖고 있는 여성을 그렸다는 점. 이러한 이유로 2019 부커상 수상작이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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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1-19 11: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핸드메이즈 미드 넘 잘만들었어요
증언들도 제작된다고 해서 기대中 ㅋㅋ
브리즈님 영상으로도 꼭 보세요 ^0^

Breeze 2021-01-19 13:15   좋아요 1 | URL
그렇잖아도 보려고 봤더니 제가 가입한 스트리밍 사이트에는 없더라고요. ㅠ.ㅠ
나중에라도 챙겨보고 싶어요. ^^

han22598 2021-01-27 06:39   좋아요 1 | URL
핸드메이즈 미드 지금 보고 있는데...매우 재밌는것 같아요.
거의 처음인 듯해요. 글보다 영상의 느낌이 더 좋은 게...
 










세라 워터스는 레즈비언과 게이 소설에 관하여 박사 논문을 쓴 탓인지 퀴어 소설이 많다. 내가 읽은 소설이 그렇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도 세라 워터스의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했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어 영화에 출연했던 김태리는 파격적인 연기로 빛을 발했다. 

 

게스트는 전쟁후 영국의 한 저택에서 일어난 일들을 다루었다.

프랜시스는 저택을 유지하기 위해 세입자를 들였고, 그들이 바버 씨와 바버 부인이었다.

2층의 한 방을 세들어 살았던 그들을 바라보는 프랜시스와 프랜시스의 어머니는 힘들어도 돈 때문에 참아야 했다. 

 

프랜시스가 바버 부인 즉 릴리안의 모습을 바라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다.

세라 워터스의 작품 특유의 여성들간의 동성연애를 다룬 내용으로 프랜시스는 과거 한 여자를 좋아했던 전력이 있는 여성이다. 프랜시스와 릴리안이 서로 좋아하게 되고, 그러는 와중에 릴리안이 바버 씨와 함께 잠드는 걸 바라보는 프랜시스는 질투에 휩싸이곤 했다. 

 

임신한 릴리안은 프랜시스와 그녀를 위해 아이를 지우겠다고 약을 구해와 아이를 없애려다가 늦게 오겠다던 바버 씨가 일찍 오는 바람에 그걸 들키고 만다. 다른 남자를 만나느냐며 릴리안을 다그치는 바버 씨에게 프랜시스는 아니라고, 자기와 그녀가 서로 좋아한다며 고백을 한다. 릴리안에게 해를 가하려는 바버 씨와 프랜시스가 서로 몸싸움을 하던 중 바버 씨는 릴리안이 내려친 재털이에 의해 죽고 만다. 프랜시스는 깜짝 놀랐고, 릴리안은 어떻게 해결해달라고 한다.

 

여기에서 프랜시스는 큰 기에 호리호리한 여성이고 릴리안은 여성 그 자체라고 보면 된다. 더군다나 아이를 떼기 위해 릴리안은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피를 쏟으며 아픈 상태였다. 프랜시스가 2층에서 바버 씨의 시체를 끌고 와 정원 밖으로 내놓는데 성공한다. 그 전에 프랜시스는 릴리안에게 경찰에 신고하자고 했었다. 그럴 수는 없다며 버티는 릴리안 때문에 완전범죄를 꿈꿨던 것이다. 

 

바버 씨가 흘린 피를 닦고 흔적을 없애고자 했다. 

그 다음 날 경찰이 아침 일찍 찾아와 바버 씨의 행적을 궁금해했다. 그가 시체로 발견되었다며 경찰은 자꾸 릴리안을 의심했다. 릴리안이 다른 남자를 만나 그와 함께하기 위해 내연의 남자가 죽인 게 아니냐는 의심이었다. 바버 씨가 죽은 날 함께 만나기로 했던 친구는 위증을 하는데 그가 바버 씨와 함께 밤 10시까지 술집을 돌아다녔다고 한 거다. 그는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었던 듯 하다. 

 

경찰은 치정에 의한 살인이 아닐까 릴리안 부부의 관계를 묻고 또 파헤치면서 전혀 다른 양상으로 바뀐다. 즉 바버 씨가 술집에서 만난 어떤 여성과 꽤 친밀한 관계였으며 그 여자의 약혼자가 잡힌 것이다. 릴리안은 다른 살인 용의자가 나와 그에게 죄를 전가시키기를 바라고, 당연히 죄를 지은 사람이 고백하고 무죄인 소년이 감옥에 갇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프랜시스가 서로 갈등한다. 

 

여기에서 릴리안은 꽤 계산적인 여성으로 보인다. 프랜시스가 같은 여성 취향을 가졌다는 사실을 이용한 것 같았다. 순진한 프랜시스가 넘어간 것처럼 보였다. 또한 바버 씨가 생명보험을 들었다는 사실 또한 경찰에 의해 나중에 밝혀지는데 그것 또한 계산에 넣지 않았나 싶다. 바버 씨와 헤어지고 싶었으나 방법을 찾지 못했는데 마침 프랜시스가 자기를 좋아하는 듯 하여 그걸 이용했던 거다. 그리고 릴리안은 남편 레너드가 바람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 모든 게 릴리안의 계산대로 흘러가는 듯 했다. 프랜시스가 그토록 사랑했던 릴리안이 믿을 수 없어졌다. 사랑은 이처럼 순간에 식기도 한다는 것을. 릴리안과 프랜시스가 저지른 범죄가 밝혀지지 않기를 바랐으나 다른 한편으로 릴리안의 치밀한 계획에 혀를 내둘렀다. 프랜시스는 레너드와 사이가 좋지 못했으나 그래도 그가 죽은 건 안타까웠다. 한 사람의 소중한 목숨이, 레너드의 부모와 형 등 가족이 느낄 상실감때문에 괴로워했다. 

 

두꺼운 소설임에도 정신없이 소설의 내용에 빠졌던 듯 하다. 프랜시스와 릴리안이 저지른 범죄의 내용은 밝혀질까. 바버 씨를 죽였다는 많은 상황들에 갇힌 죄없는 소년은 어떻게 될 것인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읽었다. 법정은 그 소년에게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프랜시스가 경찰에 찾아가지는 않을까. 릴리안이 자기의 죄를 과연 고백할까. 프랜시스와 릴리안의 관계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수많은 의문으로 소설의 마지막까지 긴장을 감출 수 없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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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 이야기 (특별판, 양장)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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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는 디스토피아적이다한때는 유토피아의 세계를 그린 것도 같은데 여러 작품에서 나타나는 미래는 음울할 뿐이다조지 오웰의 1984는 감시자의 눈 빅브라더를 그려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들었다황폐해진 지구에서 살아남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 되었다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어떻게든 견딜 수 있을 것도 같은데 모든 게 사라진 시대라면더군다나 여성의 지위가 그저 아이를 낳기 위한 도구로 여겨진다면그래도 살아갈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마거릿 애트우드의 소설 시녀 이야기는 전쟁과 환경오염 때문에 더 이상 아이가 태어나기 힘든 21세기의 미국을 그렸다소설 속 여성의 지위는 각 계급에 따라 다른 취급을 받는다아이를 낳을 수 없는 그의 아내들과 부엌일을 돕는 하녀들가임기의 여성은 시녀들로 나뉜다이 계급에 들지 못하는 여성들은 어딘가로 사라져야 할 판이다이 세계는 나이든 여성 즉 할머니들이 보이지 않는다시녀들은 임지로 향하는데 마치 부대 전출을 가는 듯 계약기간동안 머물 뿐이다그것도 아이를 낳으면 대접을 받지만 그렇지 못하면 다른 임지로 가야 한다.


 

시녀들은 가구가 거의 없는 공간에 갇혀 산다무기로 사용할 수 있을 만한 것들은 아예 주어지지 않고 뛰어내릴 거에 대비해 창문도 조금밖에 열리지 않는다물건을 사러 외출할 때는 소위 들에 의해 감시를 받으며 혼자서는 절대 다닐 수 없다둘씩 짝지어 걸으며 다른 이야기를 나눠서는 안 된다뿐만 아니라 하얀색 두건으로 얼굴을 가려야 하고 온 몸을 감출 빨강색 드레스를 입어야 한다빨강은 곧 피의 색이다시녀들에게 기대할 것은 오로지 한 가지아이를 낳는 것뿐이다아이를 낳는 기계 그 이상도 아니다.

 


시녀가 아이를 낳기 위해서는 사령관과 관계를 가져야 하는데 마치 3인 1조로 움직이듯 한다즉 시녀와 사령관사령관의 아내와 함께 아이를 낳기 위한 행위를 해야 한다사령관의 아내와 사령관이 만들어야 하는 아이를 대신 낳는 시녀는 아내들의 대용품일 뿐이다지금으로 보면 대리모의 한 형태다머리가 잿빛으론 센 사령관은 아이 낳는 능력이 되지 않는지 4주에 한 번씩 그 일을 치러도 아이는 생기지 않는다이럴 때 아내들은 시녀들에게 제안을 한다시녀들을 진찰하는 의사들 아니면 수호자와 몰래 동침하게 하여 아이를 밸 수 있게 하는 것이다물론 그에 따른 보상은 주어진다남자에게는 돈을여자에게는 필요한 물품을 제공하는 식이다오브프레드가 원한 것은 딸의 생사와 한 장의 사진이었다담배 한 개비와 함께.



 

밤에 잠자리에 들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아침이면 우리 집에서 눈을 뜰 테고 전부 옛날로 돌아가 있을 거야.

하지만 그런 일은 오늘 아침에도 일어나지 않았다. (341페이지)


 

오브프레드는 생각에 잠길 때마다 남편 루크를 떠올린다사랑했으나 사랑한다고 많이 표현하지 못했던 시간들이 안타깝다지금도 살아 있을까어딘가에서 죽지 않았을까살아있기를 바랐다또한 어린 딸이 그립다얼굴을 알아보지 못할까봐 두렵다루크와 딸과 함께 일상을 보냈던 때를 회상한다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그 시간들아스라이 떠올릴 뿐이다.


 

시간은 가만히 멈춰서 있지 않았다그것은 나를 휩쓸고 지나가나를 깨끗이 지워 버리고 말았다나라는 존재는 경솔한 아이가 너무 밭은 물가에 남기고 가버린모래로 만든 여자에 지나지 않는다나는 그 애에게 있어 이제는 하얗게 지워져 버린 존재다이 사진의 반짝이는 표면 너머 까마득한 저 뒤에 존재하는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죽은 엄마들이 다 그렇듯 그림자의 그림자가 되어 버렸다그 애의 눈을 보면 알 수 있다그 속에 나는 찾아볼 수 없다(394페이지)



 

사령관은 오브프레드를 따로 불렀다원래는 금지된 사항이다아내 없이 따로 만나면 안 된다사령관의 사무실로 향했을 때 오브프레드는 그가 변태적인 무언가를 원할 거라 생각한다하지만 그는 스크래블 게임 상대로서 그녀를 원했다책상에 마주앉아 스크래브 게임을 한다보상으로 잡지를 보게 하거나 책을 읽을 수 있게 해준다문제는 아내 몰래 해야 하고들키는 날엔 그녀는 수호자들에게 잡혀 어딘가로 가거나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그럼에도 사령관의 말을 거절하지 못한다.


 

여성의 지위가 하찮은 세계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많지 않다시녀들이 아들을 낳는다면 그 아들의 지위는 달라지겠지만 딸을 낳았을 때는 그 딸도 누군가의 아내가 되거나 시녀들이 되어야 한다그저 아이 낳는 기계에 지나지 않는그래서 슬펐다아마 내가 여성이어서 더 슬펐는지도 모르겠다문득 옥타비아 버틀러의 에서 나이절이 아이를 낳으면 자신의 아이 또한 노예가 되므로 낳기 싫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 소설이 1985년에 쓰였다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 1985년이 미국에서 어떤 시대였는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지만 21세기의 모습을 이토록 우울하게 그렸다는 게 슬프다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는 게그때서야 우리는 평범하게 생활했던 과거의 일상을 그리워하겠지오브프레드가 바랐던 것처럼눈을 뜨면 옛날로 돌아가 있을 내일을 그렸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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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 (리커버 에디션) 옥타비아 버틀러 리커버 컬렉션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이수현 옮김 / 비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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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역사를 뒤바꿀 수 있다는 건 소설에서만 가능하다. 여느 SF소설에서 타임 슬립을 논할 때 과거가 바뀌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과거를 바꾸기 위해서는 죽음을 무릅써야 할 수도 있다. 수많은 책이나 드라마 등에서 보던 내용이다. 어느 영화처럼 낭만적인 과거로 향하여 그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바꿀 수 없는 역사 속에 갇힌 흑인 여성처럼 절박한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나중에서야 내 집의 안온함 그리고 편안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는다.



 

다나와 그녀의 연인 케빈은 서로의 책들이 너무 많아 좀 더 큰 집으로 이사했다. 책들을 정리하다가 다나는 어지러움을 느꼈다. 강가에서 물이 빠진 사내아이를 발견하고 물속으로 들어가 아이를 구해 살렸다. 발목까지 오는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아이에게 달려왔다. 그때 장총을 든 남자가 다가오자 다나는 겁을 먹었다. 눈을 뜨니 자기 집이었다. 케빈이 보는 상태에서 다나가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다. 다나가 그 장소에 있었던 시간은 몇십 분, 사라졌던 시간은 겨우 몇 초에 불과했다. 물속에서 아이를 구하느라 옷은 젖어있었고 진흙이 묻어있었다. 꿈이 아니었다.

 

그 사실을 잊으려 다나와 케빈은 저녁을 먹기로 했다. 다나의 생일이었지만 이사로 피곤해 새우 요리를 시켜 먹기로 했다. 식사를 하고 마음이 한결 진정되자 다시 속이 울렁거리는 현기증이 느껴졌다. 눈을 뜬 곳은 커텐에 불이 붙은 한 소년의 방이었다. 커텐을 뜯어 창밖으로 던지고 나서야 다나는 그 아이를 바라보았다. 자기가 구해주었던 소년이었다. 다섯 살 정도였던 아이는 서너 해가 지나 소년으로 자라있었다. 그곳이 1815년의 메릴랜드 주라는 것을 알았다. 아이의 이름은 루퍼스 와일린. 이상하게 친숙하게 느껴져 앨리스라는 흑인 여자아이가 주변에 있는지 물었다. 루퍼스의 친구라는 앨리스는 자유민으로 엄마와 함께 살았다. 그러니까 루퍼스와 앨리스는 다나의 조상일 것이었다.



 

앨리스의 집으로 가려던 다나는 루퍼스의 저택을 빠져나와 걷다가 말을 타고 다니는 백인 남자들을 보았다. 그들이 찾던 앨리스 그린우드의 아빠가 루퍼스 와일린의 도망노예였다. 그들을 잡으러 다니는 순찰대원에게 잡혀 겁탈을 당하기 전에 집으로 돌아왔다. 피투성이인 채로. 그곳에서는 몇 시간이었지만 다나가 사라진 시간은 겨우 이삼 분이었다. 놀란 다나는 캔버스 가방에 바지, 속옷, 스웨터, 신발, 스위치나이프를 담아 허리에 줄로 묶었다. 언제 사라지더라도 가지고 갈 수 있게 준비해두었다. 또다시 현기증이 느껴졌다. 다나의 손을 잡은 케빈과 함께 과거로 흘러들었다. 이제 루퍼스는 열두 살 쯤의 사내아이가 되어 있었고 나뭇가지에서 떨어져 한쪽 다리가 부러진 상태였다.

 

다나는 케빈과 함께 19세기로 다시 왔다. 백인인 케빈의 노예로 여기도록 했다. 19세기 미국 남부의 흑인 노예는 백인 농장주의 재산이었다. 돈이 필요하면 노예상에게 흑인을 팔았고 노예에게 벌주기 위해서도 팔았다. 흑인 노예가 잘못했을 때 자식들 중 하나만 놔두고 팔아버렸다. 도망치지 못하게 가족의 끈을 묶어둔 것이었다. 농장주는 여자 흑인 노예를 성적으로 착취하였을 뿐 아니라 여자 노예가 낳은 아이도 재산으로 여겼다. 흑인인 다나가 자유민이라고 우겨도 종이로 된 증명서를 찢어버리고 노예로 팔아버릴 수도 있는 시대로 돌아온 것이었다. 그래서 와일린의 농장에서 할 일을 찾아야 했다. 캔버스 가방에 들어있던 아스피린으로 루퍼스의 열을 다스리고 나을 수 있게 최선을 다했다.



 

다나는 서재에서 철자 책을 몰래 가져와 부엌에서 나이절에게 공부를 가르쳤다. 백인 농장주들은 흑인들이 글을 읽게 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될 것을 두려워했다. 이것은 조선시대의 양반들이 양인들과 하인들에게 글을 가르치지 않았던 것과 같다. 글을 알면 생각이 깊어지고 자유로운 사상을 갖게 될 것을 우려했던 것이다. 다나가 루퍼스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 또한 마땅치 않아 했다. 흑인이 글을 읽는다는 사실을 두려워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톰 와일린 또한 글을 아주 잘 읽는 것 같지는 않았다. 백인처럼 말하고 남자처럼 바지를 입는 다나에게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것도 또 다른 이유였다. 와일린은 다나를 일종의 치료자로 보았던 듯하다. 그 시대의 의료기술을 믿지 못했던 다나가 가져 온 아스피린을 먹여 열을 내리는 모습을 보아서였다. 그리고 다나가 루퍼스를 몇 번이나 살려주었잖은가. 루퍼스가 위험에 처했을 때마다 다나가 나타나 그를 구해주었다. 아마도 루퍼스와 다나가 무언가로 강하게 연결된 느낌이었다. 루퍼스가 부를 때 집에 있었던 다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도 그러한 이유였다.

 

흑인 여성 작가인 옥타비아 버틀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도 인종 차별 문제는 여전하다. 지금과 다른 19세기에는 어떻겠는가. 그때의 흑인들은 자유 주 몇 군데 빼고는 거의 노예 신분이었다. 더군다나 흑인으로서 지내야하는 여성이라면 더더욱 고통스러운 시대다. 과거의 역사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그 장소에 있다는 것은 두려움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처음 읽었을 때는 제대로 느끼지 못했던 단어가 있었는데 그것은 역사였다. 몇 번에 걸쳐 옥타비아 버틀러는 그들이 역사 속에 있다는 것을 다나를 통해 밝혔다. 바꿀 수 없는 역사 속에 갇힌 느낌이라고 해도 되겠다. 이미 알고 있는 역사 속에 들어온 다나는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다. 비록 역사를 바라보는 관찰자의 입장이라고 해도. 죽음에 가까이 다가갔을 때에야 현재로 돌아올 수 있었고 이 모든 것이 끝날 때는 루퍼스의 죽음이어야 가능할 것이었다.

 

가장 약자인 입장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 있었다. 노예제도가 있던 시대에서 흑인이며 더군다나 여성인 주인공을 빗대어 역사와 현재를 아우르는 부조리한 세상을 말하는 작품이었다.

SF소설은 내 취향이 아니라고 종종 밝혔었는데 이제부터는 그 말을 하면 안 될 것 같다. 그저 재미가 조금 없었던 소설이었던 거다. 소름끼치도록 긴장감을 주는 작품 때문에 잠시도 책을 덮을 수 없었다. 두 번째 읽는데도 정신없이 빠져 읽었다. 옥타비아 버틀러의 은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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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0-12-31 2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내년에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고요 ~~~

Breeze 2021-01-11 11:4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초딩님도 행복한 새해 되시기 바랍니다. ^^
 









죽음은 침묵 그 자체다. 비밀을 안고 가기 위해 죽음을 택하기도 하고 더이상의 상황 변화를 막기 위해 죽음을 택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침묵은 곧 죽음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것 같다. 침묵이라고 했을때 어떤 평범한 것들에 대하여만 생각했었는데 그 원초적인 건 죽음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비로소 느끼게 되었다. 

 

그저 죽은 자의 유품을 수집하여 박물관을 차리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던 이 소설은 꽤 그로테스크하다. 죽은 자의 유품을 갖기 위해 열쇠를 몰래 따고 들어간다는 설정 자체가 그렇다. 연쇄살인이 있던 장소에 간다는 건 살인자로 비춰질 수 있는데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저 그 사람의 죽음이 가리키는 무언가를 찾기 바랄 뿐이었다. 새로운 박물관을 만들기 위해 면접을 보러왔던 박물관 기사 '나'는 그렇게 이 마을과 자신의 업무인 죽은 사람의 유품 찾는 일에 동화되어 간다. 


 

 


그를 기다리고 있던 노파는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주름살이 깊게 패어 있었다. 꽤 거칠게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 면접에 떨어졌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는 짐을 풀지 않고 하룻밤을 보냈다. 어머니의 유품이었던 『안네의 일기』 만은 잠자리에서 읽던 습관을 그대로 이행했다. 다음날 노파의 손녀뻘로 보이는 소녀가 자신을 찾아와 마을을 돌아보자고 했다. 죽은 자의 유품을 건지기 위해서는 마을을 알아야 했다. 

 

죽음이 이렇게 평범하고 일상적이었나 싶게 마을에서 죽은 자가 발생한다. 세금을 내지 않도록 귀를 자르는 일을 했던 한 의사의 죽음에 그가 사용했던 메스를 훔쳐오는 일부터 시작했다. 오전에 노파에게 유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적는 작업을 하던 그는 유품만 보고서도 막힘없이 이야기하는 노파가 신기했다. 그 나이쯤이면 많은 것을 잊을 법한데도 노파는 상세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소녀와 함께 유품의 색인 작업과 함께 정원사의 도움을 받아 전시관을 만드는 작업은 순조롭다. 드디어 '침묵 박물관'이라는 명패를 만들어 그럴듯한 박물관의 형태를 갖추었다. 

 

죽은 자들을 기리는 유품을 전시할 박물관을 만드는 작업을 함과 동시에 기사는 누군가가 죽으면 그가 존재했다는 증거를 나타내는 유품을 챙겨오는 것도 그의 일이었다. 여자들만을 노린 연쇄살인이 50년 만에 다시 시작되자 마을은 공포에 떤다. 박물관 기사는 죽은 여자의 집에 몰래 들어가 그 여자를 가리키는 유품을 찾으러 갔다가 누군가에게 들켜 달아난다. 그때부터 경찰관 둘이 그를 찾아오기도 하고 감시하는데 되도록이면 그들 눈에 띄고 싶지 않다. 

 

박물관 기사는 과학교사인 형이 사용했던 현미경 바라보기를 즐긴다. 또한 엄마의 유일한 유품인 『안네의 일기』는 늘 여행가방의 맨 위에 차지한다. 그는 형에게 편지를 쓴다. 형수가 아이를 낳았는지, 아이에게 줄 알공예품을 사서 부치지만 이상하게 형에게서는 답장이 없다. 기사는 정원사와 밤에 술을 함께 마시곤 했다. 정원사가 만들어 준 잭나이프로 죽은 자의 유품을 찾는데 사용하기도 하는데 정원사는 잭나이프를 여러개 똑같이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재주를 가졌다. 


 

 


마을의 분수대 앞에는 수행을 하는 침묵의 전도사가 있었다. 흰바위들소의 털가죽만 걸친 침묵의 전도사는 침묵하는 수행자였다. 사람들은 그에게 다가가서 발설하기 어려운 비밀을 말하기도 하는데 그 비밀은 절대 새어나가지 않았다. 박물관 기사가 처음 침묵의 전도사를 보았을때 어떤 여자가 다가가 무슨 말인가를 하는 거를 보았고, 박물관 기사 또한 배를 젓던 수습 전도사 소년(침묵의 전도사가 된 후)에게 다가가 자기가 알게된 비밀을 말하였다. 

 

죽은 자들의 유품을 전시하는 박물관도 침묵 박물관이고 수행자들도 침묵의 전도사들이다. 침묵 수행은 자기 안의 것을 밖으로 표현할 수 없을 뿐이지 밖에서 들어오는 건 거부하지 않는다. 즉 육체를 버리고 마음 속으로 망명하는 게 침묵 수행이다. 반면 유품 전시는 육체를 보존하기 위해서다. 박물관 기사 또한 침묵 박물관의 유품들을 전시하며 드디어 자신에 가둬두었던 죽음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죽음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지만 언젠가를 그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즉 이 소설은 평범한 사람에게도 삶과 죽음은 소중하고 중요한 거라고 깨우치게 한다. 때로는 잊히고 때로는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죽음이 남긴 유품들은 그렇게 우리들의 곁에 살아 움직이듯 할 거 같다. 이 소설이 가진 이야기도 이런 게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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