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심판 모중석 스릴러 클럽 38
프레드 바르가스 지음, 권윤진 옮김 / 비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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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역사를 좋아하는 이로서 과거의 역사적 사건을 소설화 한 책을 꽤 좋아한다. 우리의 역사와 세계의 역사를 더불어 알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세계의 역사 중에서 중세 시대의 역사를 꽤 좋아하는터라 이번에 읽은 프레드 바르가스의 『죽은 자의 심판』을 읽는 일은 꽤 즐거운 일이었다. 중세 전공의 고고학자였던 작가의 경험을 살려 중세 시대 노르망디의 '유령부대'의 역사와 전설과 함께 추리 소설의 묘미가 살아있는 작품이었다.

 

  파리의 강력계 형사 아담스베르그의 활약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소설의 첫 사건은 '빵조각 살인 사건'이었다. 50년을 함께 산 부부가 있었다. 결벽증이 심한 아내를 보다 못해 빵조각을 입안에 넣어 질식사시킨 사건이었다. 그리고 노르망디의 오르드벡에서 온 한 부인이 찾아왔다. 오르드벡의 '중세시대의 성난 군대'의 이야기를 했다. 자신의 딸이 어떤 환영을 보았는데 성난 군대가 나타났고 환영속에서 네 사람이 그들에게 끌려가고 있었다고 했다. 그 첫 번째 사람인 남자가 지금 실종된 상태라고도 했다. 성난 군대의 환영을 본 리나는 산 사람과 군대를 이어주는 매개자였다.

 

  중세 시대의 유령 기마 부대인 '성난 군대'의 표적이 된 사람들은 사기꾼이나 영혼이 썩은 사람, 착취자, 부패자 재판관, 살인자라는 것. 죄를 짓고도 벌을 받지 않은 사람을 성난 군대의 엘르켕 두령이 찾아내 그들을 심판한다는 전설이 있었다. 표적이 된 사람들은 모두 3주안에 죽음을 면치 못했다. 부인의 딸인 리나가 본 환영으로 인해 자신의 자식들이 위험에 처해있다는 이야기를 하러 왔던 것. 그곳 노르드벡에서는 성난 군대에 대한 믿음이 커 부인의 딸이 본 환영 속의 인물이 죽게 되면 결국 마을 사람들에 의해 자신의 자식들의 목숨까지 위험에 처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파리시내에서 방화사건이 있었다. 고급 승용차인 벤츠 속에는 대기업 클레르몽 가의 회장이 타고 있었다. 방화범의 용의자로 차량 열 대의 방화 전과가 있는 모모가 붙잡혀왔다. 모모는 꼼짝없이 클레르몽 회장을 죽인 살인범으로 몰렸고 그가 빠져 나올 방법은 없었다. 아담스베르그는 이 사건들을 어떻게 해결할까. 일단 그는 노르드벡으로 향했고 치안을 담당하는 헌병대 에므리 대위를 만나고, 성난 군대가 지나간다는 본느발 숲을 거닐다가 레오와 레오의 개 플렘을 만났다. 성난 군대의 환영을 본 리나와 리나 가족까지 만났고 아담스베르그 서장은 레오의 집에서 하룻밤을 지냈다.

 

 

 

 

 

 

 

 

 

  노르드벡에 진짜 중세 시대의 성난군대가 다녀간 것인지 군대를 보는 사람인 리나가 본 환영 속 사람들이 죽어가는데 진짜 메르켈 대령이 출몰한건지, 누군가 리나의 환영을 이용해 살인을 저지르는지 알 수 없었다. 책 읽는 나도 처음엔 진짜 성난 군대가 나타나 그들을 죽인 것일까 생각했었으니까. 그러나 이 책은 판타지 소설이 아닌 지극히 현실적인 추리소설이므로 역사와 현실을 넘나드는 작가가 이끄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아담스베르그 서장과 그에게는 각자의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직원들이 있었다. 늘 그의 옆에서 걸어다니는 백과사전이라 불리는 당글라르, 고대의 시를 읊는 베랑크, 커다란 덩치로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는 르탕쿠르, 3시간마다 잠을 자야하는 수면과다증 마르카데, 동물학에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부아즈네 등이었다. 이 모두가 한 팀이 되어 움직이는 강력반 덕분에 그들은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었다.

 

  조금 느리고 보고서도 잘 쓰지 못하는 아담스베르그가 사건을 해결하는 능력이 부족하지 않을까 싶지만 서장만의 사건을 해결하는 능력이 있었다. 시각적 효과였다. 자신이 본 것을 그 장면 그대로 기억하며 그곳에서의 문제점을 찾아내는 탁월한 능력이 있었던 것이다. 추리소설 속의 다른 형사들에 비해 짜릿함을 주는 매력을 덜했지만 아담스베르그 만의 매력이 있었다. 프레드 바르가스의 활약이 돋보이는 책들을 좀더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프레드 바르가스만의 매력이 넘치는 글, 다음 시리즈를 기대하게 만들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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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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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강명 작가를 『한국이 싫어서』라는 작품으로 만났다.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문장이 마음에 들었다. 마치 나에게 말을 걸듯 건네는 듯한 문장들도 마음에 들었다. 장강명이라는 작가를 좀더 알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던차에 그의 신간을 접했다. 제목도 마음에 들었다.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이라니. 이번엔 어떤 이야기를 할까. 기대하는 마음이 컸다.

 

  이번 이야기에서 장강명은 고등학교때 학교 폭력으로 일진인 한 친구를 칼로 찔러 죽게 한 남자의 이야기를 했다. 그의 이름도 나오지 않는다. 그저 고등학교때는 남자아이였고, 시간이 훌쩍 지난 뒤에는 그저 남자로 불렸다. 그런 그 남자에게 여자가 있다. 출판사의 학습만화 편집자로 일하는 여자다. 출판사에 원고를 보낸 남자의 응모작을 읽은 여자는 자신이 알고 있는 일이어서 그 작가가 궁금했다. 그리고 그 글을 쓴 남자가 고등학교때의 그 아이였음을 알게 되었다.

 

  소설은 고등학교때의 일을 다룬 소설의 내용과 현재의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가 교차로 진행된다. 책을 읽으며 이게 사실일까 싶기도 하다. 남자는 교도소에서 9년을 있었고 정신병원에서도 몇년을 있었다. 직업을 가질수도 없었던 남자는 소설을 썼다. 소설을 쓸수 밖에 없었다. 과거의 일들, 사건이 일어났던 일들을 썼다. 그에게는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라는 한 아주머니가 있다. 자신이 죽인 아이의 엄마였다. 그 아주머니는 남자가 어딘가에 정착하려고 할때마다 나타나 그의 존재를 알린다. 아주머니는 그 남자때문에 자기 자식이 죽었다며 그의 주변에게 그가 살인자였음을 알리는 것. 그가 속하고자 하는 곳에 발을 못붙이게 만드는 것이다. 자신의 아들을 죽인 남자가 제대로 사는 걸 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과거의 굴레에 빠진 남자. 그 남자의 곁을 맴도는 아주머니. 다행히 남자에게는 여자가 있었다. 이보람이라고 불리었던 여자. 보람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가 세 명이나 되어 이름을 바꿨던 여자였다. 남자를 쫓아다니는 아주머니가 싫었던 여자. 자신의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었던 남자는 자신이 죽는 날까지 알고 있었다. 그믐달이 뜰 때 다가온 우주 알. 자신의 몸 속에 우주 알을 받아들이면 또다른 자아를 찾게 된다.

 

 

 

  소설에서는 이름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저 물이 흐르는대로 지나가길 바랐을까. 한 개인으로 다가오기 보다는 여러 개의 객체가 한꺼번에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남자와 여자, 그리고 아주머니로만 불렸던 이들의 삶. 결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었다. 

 

어떤 관계의 의미가 그 끝에 달려 있는 거라면, 안 좋게 끝날 관계는 아예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하는 걸까? 그 끝에 이르기까지 아무리 과정이 과정이 아름답고 행복하다 하더라도? (87페이지)

 

과거와 미래를 보지 못하고 현재만 보는 사람이 더 유리할 때도 있어 여자가 말했다. 과거를 잊을 수 있으니까. 과거를 잊을 수 있기 때문에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어. 그러니까, 내가 널 지켜줄게. 과거로부터, 너를, 지켜줄게. (127~128페이지) 

 

  그믐달일 때, 달빛에 따라 바다가 움직이며 노래하는 패턴을 보았던 것처럼 바다는 패턴으로 가득차 있다고 했다. 남자가 쓴 「우주 알 이야기」때문에 서로 다시 만나게 된 여자는 남자를 지켜주고 싶어 했다. 남자를 쫓아다니는 아주머니로부터. 그의 과거로부터. 그가 과거로부터 자유롭기를 바랐다. 그는 죗값을 치뤘고 또 오랜 시간이 지났기 때문이었다.

 

훨훨 날아가고 싶어. 나의 시간을 살고 싶어.

자유로워지고 싶어.  (162페이지)

 

  이토록 오랜시간동안 죗값을 치루듯 아주머니와 함께 하며 아주머니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남자의 삶이 불행해 보였다. 하지만 남자에게 여자가 있었기에 그나마 버틸수 있지 않았을까. 짧은 시간이지만 함께 한 시간이 행복한 시간이었기를, 좋은 기억으로 오래도록 남아있기를 바랐던 한 남자. 과거는 과거일뿐. 굴레처럼 끌고 갔던 한 남자의 고통스러운 기억들의 편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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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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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의 역할은 아버지처럼 되는게 아니라 아버지를 뛰어넘어야 하는 거다. 어릴때의 아들들은 커서 아버지처럼 되고 싶다고들 말한다. 물론 절대 아버지처럼 되지 않겠다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을 제외하고 아버지를 사랑하는 아들들은 보통은 이렇다. 아버지처럼 되겠다고. 하지만 아버지의 입장이라면 어떨까. 아버지인 자신을 뛰어넘어 더 큰 사람이 되길 바란다. 더큰 세상에 가서 자신의 뜻을 펼쳐주길. 나보다 훨씬 뛰어난 아들이 되길 바라는 것이다.

 

  과연 요 네스뵈는 해리 홀레 시리즈를 뛰어넘을수 있을까 싶었다. 해리 홀레 시리즈 만큼 요 네스뵈를 각인시킨 작품도 없는데. 어쩌면 조금쯤을 우려를 했다. 내가 처음 만났던 『스노우맨』 그리고 뒤이어 출간된 해리 홀레 시리즈들. 왜 요 네스뵈의 작품 중에서 해리 홀레 시리즈만 보일까. 이런 의문에 그의 이름을 검색했더니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 보였다. 반가움에 책을 구입했고 바로 읽었다. 그 책은 해리 홀레 시리즈가 아니었다. 어떠한 시리즈가 아닌 스탠드 얼론이었다. 모르겠다. 해리 홀레 시리즈를 기대하고 있어서인지 조금쯤은 실망스러웠다. 그래서 이번 작품 『아들』도 해리 홀레 시리즈가 아닌 스탠드 얼론이라고 해서 조금은 우려했다. 해리 홀레 시리즈만큼 재미없으면 어떡하지, 하는 염려를 했던 것. 하지만 『아들』은 그런 나의 염려를 단숨에 앗아갔다.

 

  어쩌면 해리 홀레 시리즈보다 더 재미있는 작품이 탄생되었다는 거. 이런 스탠드 얼론을 자주 써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역시 작가는 자꾸 다른 시도를 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해리 홀레 시리즈를 기대하는 독자들의 바램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다른 새로운 이야기를 썼다는 것. 그런데도 그 이야기를 훌륭하게 써냈다는 거. 재미와 흥미면에서 보아도 이전 작품들보다 월등했다는 점을 꼽고 싶다.

 

  역시 형사가 주인공이다. 시몬 케파스 경정. 형사일에 열심이고 살인자를 찾는 일에 능력이 뛰어난 경찰. 그에게는 아름다운 아내까지 있다. 다만 눈에 이상이 생겨 거액의 수술비가 필요하다. 경찰 생활로 번 돈은 없고 바닥을 치는데. 더군다나 한때 자신은 도박 중독으로 모든 재산을 잃은 터였다. 자신의 재산 뿐 아니라 아내 엘사의 돈까지 모두 잃었다. 도박 중독이 정말 무서운 이유. 자신의 손가락 뿐 아니라 딸까지 팔아 한다는 게 도박중독이기도 하다. 그런 시몬이 무엇을 할수 있었을까.

 

  시몬 케파스 경정외에 이 책의 주인공은 역시 아들이다. 후디를 둘러쓴 아들. 혹은 소년으로 불리우는 소니라는 아들. 강력한 주인공의 탄생이었다. 소니는 모범수였다. 그는 다른 수감자들의 죄를 사하여 주는 역할을 했다. 긴 수염, 풀어헤친 긴 머리칼. 죄수들은 그에게로 와서 죄를 고백했고 그들을 용서했다. 마치 신의 대리인처럼. 그리고는 목사가 찾아온다. 두꺼운 성경책 속에 무언가를 숨기고서. 그에게 온 목사는 어떠한 살인사건을 알려주며 소니가 범인 자백을 하라고 한다. 살인이 일어났던 곳. 살인당한 여자. 그는 다른 사람의 죄를 뒤집어쓰고 무언가를 받는다. 성경책을 뜯어낸 상자 속에 든 마약이었다. 강력한 헤로인. 목사가 떠난후 그는 헤로인 주사를 자신의 팔에 놓는다. 그리고 모든 것을 잊고자 한다.

 

  교도소의 부교도소장이 어느 누구와 한패다.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만들기 위해 소니는 교도관 한 명과 외출을 했고, 살인 사건을 조작하기 위한 알리바이를 만들었다. 그리고 오래도록 교도소에서 일한 범죄자 요하네스의 고백을 듣는다. 한 경찰의 이야기였다. 범죄 조직의 스파이를 했다는 누명을 쓰고 죽임을 당했다는 경찰. 모두가 자살인줄 알았지만 그는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했다는 것. 아들과 아내를 지키기위해 가짜 유서를 쓰고 죽임을 당했다는 것이었다.

 

 

  아들은 자신의 아버지가 비리 경찰인 줄로만 알았다. 범죄 조직의 스파이였고 그걸 견디지 못해 자살을 했다는 것. 오래도록 소니를 감옥에 있게한 아버지. 또는 그를 헤로인 중독으로 몰고간 아버지였는데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아버지였다는 거. 그런 그가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소니는 탈옥을 했다. 아버지에게 누명을 씌워 죽인 자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기 위해. 그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탈옥하고 그들을 찾아나섰다.

 

  마약은 범죄행위다. 그럼에도 마약 중독자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중독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가까운 주변에서 일어나지 않는 일이기에 무심하게 생각하고 있다가도 소설 속에서, 혹은 뉴스에서 이처럼 마약 중독자들이 많은 걸 보면 굉장히 놀란다. 분명히 불법임에도 마약을 접하기가 쉬운 외국이라는 점. 마약 중독이 되면 비싼 마약값을 치루기 위해 불법적인 살인을 하거나 마약 운반책이 되거나 한다는 것도 문제라는 것이다. 알코올 중독자는 그래도 이해를 하겠으나 마약 중독자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은 의지가 약하다는 것. 그만큼 절망에 빠졌다는 것일테다.

 

  요 네스뵈의 소설에서 해리 홀레가 알코올 중독자인 것에도 안타까웠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또다른 중독자가 나왔다. 도박 중독자와 마약 중독자. 죽음과도 같은 절망을 견딜수 없었던 것. 혹은 강한 유혹에 저버린 사람들. 소설에서는 경찰이되 정의의 편에서만 서는 경찰만 있는게 아니고, 선한 사람이되 무조건 범죄자를 싫어하는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니다. 또한 죄를 지었다고 누구나 생각하고 있으나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는 것. 나에게 최고인 아버지가 모두에게 최고인 아버지도 아니라는 것. 소설 속에서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누구든 100퍼센트 선한 사람만 있지 않다는 것. 그럼에도 정의는 필요한게 아닐까 싶었다.

 

  소설이 아닌 실생활에서 만약 악한 자들에게 대가를 치루게 하게 했더라도 그가 여러명의 살인을 했다면 우리는 분명 그를 살인자로 보게 된다. 하지만 소설속에서라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영화속에서 피해자보다 살인자가 주인공일 경우에 살인자에게 동화되어 살인자를 응원하게 된다. 아들의 살인 행각을 나쁜 사람들을 처단하는 것으로 본 오슬로의 많은 시민들처럼. 책을 읽는 나도 아들이 이제 그만 살인을 멈추고 진실을 알았으면. 그리고 제발 작가가 아들 소니를 살려주었으면 하고 바랬다. 어떻게 보면 살인자를 미화한 것일수도 있다. 하지만 아들에게 그럴만한 사정이 있지 않았나. 소니가 마르타와 멀리 도망쳐 새로운 삶을 살았으면 하고 바랬다. 이게 무슨 아이러니인지. 많은 사람을 죽인 살인자를 응원하고 있으니. 하지만 소니는 아직 소년이고, 더구나 잘생긴 외모를 가졌잖은가. 비록 사람은 죽였지만 아직은 순수하고 때묻지 않았잖은가. 

 

  이처럼 살인자인 소니를 응원하게 만든 나를 욕하지 말고, 부디, 요 네스뵈의 필력을 탓하시기를. 요 네스뵈의 글에 감탄해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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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맹자 한글 사서 시리즈
신창호 지음 / 판미동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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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이맘때쯤 『한글 논어』를 읽었다. 한자어를 빽빽하게 쓰여져있는 논어 읽기에 주저함을 갖고 있던 차에 한글로 된 논어가 나와서 반가웠고, 도전해 볼만하다고 여겨 읽게 된 책이었다. 최근 인문학의 열풍에 의해 인문학 서적과 동양 고전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터라 무척 반가웠다. 어려운 한자로 된 글이 아니라 쉬운 한글로 풀어 쓴 논어라 읽기에도 편하고 이해하기가 쉬워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었다. 그리고 신창호 선생의 『한글 맹자』와 『한글 대학, 중용』이 1년만에 출간되었다.

 

  책은 읽는 시기도 중요하다. 어렵게 느껴졌던 동양 고전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먼저 필요하고 책에 집중할 만한 장소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이처럼 좋은 시기에 『한글 논어』와 『한글 맹자』를 만날 수 있어 즐거운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역시 한글로 풀어 쓴 글이라 맹자의 글에 익숙하지 않아도 받아들이기가 쉬웠다. 이번 한 권으로 맹자의 사상을 다 안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전체적인 맹자의 가르침, 그의 정치 사상이나 열린 마음의 표본, 부모에게 불효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맹자의 사상을 보면 전체적으로는 성선설을 주장한다. 인간의 본성은 착하다는 것. 선한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고 사랑하다보면 정치를 하더라도 선한 정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대중매체에서 보는 정치인들을 보면 어디 선하게 보이던가. 선함을 가장한 악한 이들처럼 보이잖은가.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는 정치인들에게 주는 일침일지도 모른다. 정치인들이 이 책을 읽으면 참 좋은 지침이 될 책이다.

 

  『맹자』는 총 7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1편이 양혜왕, 제2편이 공손추, 세3편이 등문공, 제4편이 이루, 제5편이 만장, 제6편이 고자, 제7편이 진심으로 되어 있다. 문장 앞 부분에 있는 이름으로 편명을 정했다. 맹자는 추나라 사람으로 공자의 손자의 자사의 문인에게서 배웠고, 공자의 사유와 실천에 기초를 두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맹모삼천지교'에서의 바로 그 맹자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맹모삼천지교'를 볼까. 맹가과 맹모는 묘지 근처에서 살았다. 맹가가 어려서 즐기는 놀이라야 묘지에서 일어나는 죽음을 슬퍼하는등 시체를 매장하는 일을 흉내내며 놀자 '이곳은 자식을 키울만한 환경이 못되는 구나' 하고 시장 근처로 이사를 갔다. 거기에서 맹가는 시장의 풍경을 그대로 따라하며 놀자 이번에는 학교 근처로 이사를 갔더니, 예로써 의식을 행하는 행위를 하자 '이곳이야 말로 자식을 키울만한 환경을 갖추었구나!' 하며 그곳에 눌러 살았다는 말이 있다. 아들 교육에 열성이었던 맹모의 탄식처럼 우리의 주변 환경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후 학문을 닦기 위해 집을 떠났다가 학문을 중도에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 맹자를 보고 맹모는 짜던 베를 칼로 잘라 버렸고, '한 사회의 지성인이란 배워서 바른 이름을 세우고, 물어서 지식을 넓혀야 한다. 그렇게 하면 차분하게 마음을 가질 수 있고, 어떤 일이 닥친다 해도 최대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지금 네가 학문을 그만둔다면 노예의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시시각각 발생하는 환란을 극복할 수 없다.' (29페이지) 라고 했다. 문득 한석봉의 어머니가 떠오르는 일화지만 맹자에게 맹모가 없었다면 이처럼 오래도록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맹자는 없었으리라.

 

 

 

  맹자는 '열린 마음'을 강조했다. 우리의 선한 본성으로 열린 마음으로 정치를 하고 열린 마음으로 사람을 사랑하다보면 정치 지도자로서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정치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열린 마음을 지닌 사람을 대적할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다, 라고 했을 정도다. 나라를 패망으로 이끄는 일도 닫힌 마음으로 정치를 해서라고 한다. 열린 마음으로 국민을 사랑하고 정치를 하면 나라가 번영한다고 하니 새겨들을 말이다.

 

  맹자는 특히 효에 대해 강조했다. 자신이 어려울때 아버지의 장례를 치룰때는 소박하게 했지만, 자신이 관리로 있을때 어머니의 장례를 치룰때는 최선을 다해 공경하듯 장례를 치뤘다. 세 가지, 다섯 가지의 불효를 말하기도 했다. 맹자가 말하는 다섯 가지의 불효를 보자. 첫 번째 불효는 빈둥빈둥 놀면서 몸을 게을리하며 부모를 제대로 봉양하지 않는 것이다. 두 번째 불효는 노름이나 하고 장기나 바둑을 두며, 술 마시기를 좋아하여 부모를 제대로 봉양하지 않는 것이다. 세 번째 불효는 재물을 지나치게 좋아하고 처자식만을 살아하며 부모를 제대로 봉양하지 않는 것이다. 네 번째 불효는 귀나 눈이 즐겁도록 쾌락과 향락을 즐기며 부모를 욕되게 하는 것이다. 다섯 번째 불효는 만용을 부리고 수시로 사람들과 싸워서 부모를 위태롭게 하는 일이다. (291페이지) 지금의 자식들에게 강조해도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요즘의 부모에게 자식들의 효는 좋은 직업을 갖고, 좋은 가정을 이뤄 행복하게 사는 것일 수도 있다. 효라는 것이 사라진 이때 기억하고 있으면 좋을 일이다.

 

  인간의 본성은 자신의 착한 마음에서 온다고 맹자는 말했다. '자기의 착한 마음을 온전하게 간직하고 충분히 발휘하는 사람은 그 본성을 안다. 자기의 본성을 알면 우주 자연의 이치를 알게 된다. 자기의 마음을 보존하여 그 본성을 수영하는 것은 우주 자연의 이치를 깨닫는 근거다.' (415페이지) 지금이야 착하면 손해본다는 통념이 강하다. 착하는 것이 좋다는 걸 알지만, 그 사람이 착하다는 걸 알고 이용해 먹는 사람이 있어 착함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한다.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선함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지만 함부로 드러내기 어려운 이때에 필요한 글들이다.

 

  고전은 몇백 년이 지나도 사람들의 마음에 울림을 준다. 그래서 우리는 고전을 읽고 그에 따른 생각들을 다잡기도 한다. 좋은 글을 읽고 올바른 일을 하게 하는 것, 고전이 가진 힘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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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메르세데스 빌 호지스 3부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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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 킹의 소설을 몇 권 읽었었다. 꽤 유명한 하드보일드 소설을 쓴 작가로 유명하다. 하드보일드 중에서도 호러 쪽에 비중을 더 두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작품 『미스터 메르세데스』를 읽으며 생각이 바뀌었다. 그는 탐정소설도 아주 멋드러지게 잘 쓴다는 것. 한여름 더운 줄도 모르고 이 책을 읽었다. 600페이지라는 책 두께에 손목이 아파왔지만 쉴새없이 책장을 넘겼던 책이 이 책이었다.

 

  이쯤에서 책의 제목이 왜 『미스터 메르세데스』 냐면 어떤 남자가 훔친 메르세데스 벤츠를 타고 여덟 명의 사람을 죽이고 유유히 도망쳤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냉혹하게 죽인 자가 누구인지 아직까지 밝히지 못했다. 그의 신원을 알수 없어 경찰은 그를 미스터 메르세데스라고 불렀던 것.

 

  메르세데스 사건을 추적했던 형사 빌 호지스는 메르세데스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고 퇴직을 하게 되었다. 자신을 떠난 아내와 딸, 하는 일 없이 TV앞에 앉아 있는 나날이 전부인 그는 자주 자살을 생각했다. 아버지의 유품인 총을 자주 만지며 그 총을 사용할 날이 언제일지 가늠하고 있을 뿐이었다. 무료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그에게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편지를 보낸 이는 자신이 메르세데스 킬러라고 밝히며 자세한 것을 알고 싶으면 '언더 데비스 블루 엄브렐라'라는 사이트에 개설된 아이디를 가르켜주며 로그인 할 것을 권한 것이다. 그렇잖아도 여덟 명의 사람을 죽인 살인자를 잡지 못해 안타까웠던 그에게 새로운 일이 주어졌던 것이다. 무료하던 일상이 갑자기 바빠졌다.

 

  자신에게도 일이 주어졌던 것이다. 뭔가 해결해야겠다는 의무감, 책임감이 따라왔다. 그는 퇴직한 경찰이므로 정식으로 사건을 조사할 수 없는 신분이었다. 하지만 메르세데스 차주였던 트릴로니의 자살에 대한 책임감도 느껴져 다시 조사해보기로 했다. 호지스는 자신의 파트너였던 피트와 함께 점심을 먹으며 메르세데스 킬러에 대해 물어보지만 별다른 대답을 듣지 못한다. 독자적으로 조사하려고 하지만 62세의 빌 호지스는 컴퓨터 쪽으로는 문외한이라 조력자를 찾았다. 집안일을 도와주는 열일곱 살의 소년 제롬이 그 조력자다. 컴퓨터 기술이 발전해 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것을 흑인 소년의 도움으로 뭔가 조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부분의 추리소설이 여러 인물들을 등장시키고 그 중에서 한 사람이 살인자인 경우가 많다.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도 살인자를 찾기 시작하고, 책을 읽는 독자도 과연 누가 살인자일까 나름대로 추리하며 읽게 된다. 반면 이 작품은 살인자를 처음부터 등장시켰다. 호지스를 주변에서 감시하며 그에게 블루 엄브렐라로 메시지를 전하고, 여덟 명의 사람을 죽게 했던 시티 센터의 사건에 대한 생각과 살인 도구로 사용했던 훔친 차주인 트릴로니 부인을 절벽에서 밀게 했던 것까지 낱낱히 독자들에게 보고하듯 설명하고 있었다. 또한 자신이 처한 집안 환경에 대해서도 얘기하는데, 그의 가정에서 보통 사람으로 살아가는게 더 힘들것 같았다.  

 

 

 

 

  소설에서나 영화, 기타 실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사건을 일으킨 사람들은 멀리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주변 사람이라는 것. 주변에서 항상 관찰하고 감시하며 대상자의 동선을 꿰고 있다가 결정적인 찰나에 행동으로 옮기게 되는 것. 그래서 항상 살인자는 피해자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었다. 동네 사람이라고, 인상이 좋게 보여서 믿고 있었던 사람에게 당할수 있다는 것.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팔거나 부유한 동네의 나이든 사람들에게 컴퓨터를 고쳐주며 얼굴을 익히고 전혀 눈에 띄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었다. 제롬과 제롬 여동생에게 아이스크림을 팔며 제롬과 호지스의 관계를 알고, 호지스에게 자신의 정체를 알리기 위해서 뭔가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

 

  살인자는 그렇게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했다. 호지스가 어서 자신을 찾아주었으면하는 마음이었다. 게임을 시작하자고 먼저 손 내밀었으면서도 자신이 늙은 형사 머리위에 있었으면 했고, 호지스가 자신의 정체를 향해 다가오자 참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 눈에 띄지 않은, 금방 잊혀질 사람이기를 바랐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의 존재를 알아주었으면 하는 이중적인 심리를 가지고 있었다.

 

 

 

  빌 호지스가 처음 살인자를 대면했을 때 그가 바라본 살인자의 표정은 입은 웃고 있지만 텅 빈 눈빛을 가진 사람이었다. 사람과 대화할때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입은 속일수 있지만 눈은 속이지 못한다. 우울한 눈빛, 즐거운 눈빛, 행복한 눈빛, 절망의 눈빛, 그 모든 눈빛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살인자는 죽은 눈빛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죽이는 일도, 자신이 죽는 일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었다. 삶의 희망이 보이지 않아서 일 것이다. 삶에 대한 즐거움, 삶에 대한 열정이 있어야 희망도 가질수 있게 되는 법. 우리, 삶에 대해 조금만 더 열정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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