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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클래식 - 눈과 귀로 느끼는 음악가들의 이야기
김호정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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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김호정 기자를 한 연주회에서 실제로 본 적이 있다. 첼리스트 한재민 연주회의 진행자로서 김호정 기자는 이 날 연주 곡목에 대한 자세한 소개, 그리고 연주자와 인터뷰를 매끈하게 잘 진행하고 있었다. 

중앙일보 음악 전문 기자인 그녀가 그동안 많은 음악가들과 인터뷰를 진행해오면서 인터뷰만으로 담지 못한 그들의 이야기를 모아 최근에 책을 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이 책.

세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첫번째 파트는 "더 피아니스트", 두번째 파트는 피아니스트 외 다른 음악가를 다룬 "더 뮤지션", 세번 째 파트는 세계적으로 전설적인 음악가 네 사람을 다룬 "더 레전드". 더 레전드 파트의 네 명의 음악가와 두번째 파트의 지휘자 메켈레를 제외하고는 한국의 음악가들인데 그중 제일 많은 부분을 차지한 것은 임윤찬에 대한 것이었다. 이미 TV를 통해 김호정 기자가 임윤찬 인터뷰하는 것을 보았지만 이 책에는 인터뷰 내용이 전부가 아니었다. 이점은 이 책의 처음 백건우 피아니스트에 대한 부분을 읽으면서 바로 알 수 있던 것인데, 그 음악가의 음악 스타일, 인터뷰 내용, 몇몇 에피소드 등으로 채워졌겠지 하고 예상했던 것을 바로 뛰어 넘게 하고 있었다. 그 음악가의 스타일을 설명하기 위해서 직접 QR code를 삽입하여 지금 책에서 설명하는 부분을 읽으면서 바로 듣고 확인할 수 있게 해놓았고, 같은 부분을 다른 유수의 음악가가 어떻게 연주하는지 비교할 수 있게 나란히 수록해놓았다. 예를 들어 백건우 피아니스트의 구도적이고 바위같은 연주 스타일을 얘기하면서 모짜르트 피아노 소나타 12번의 한 부분을 백건우와 조성진이 어떻게 다르게 치는지 바로 들어볼 수 있게 하였다. 같은 작곡가의 같은 곡을 연주하는데 기술적 완성도 차이라면 모를까 특별히 큰 차이가 있을까 싶지만 그렇지 않다. (이점은 임윤찬이라는 피아니스트의 출현과 함께 확실히 알게 되었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악보의 어느 부분이라는 것까지 보여주며 차이점을 집어 내어 보여준다는 것은 웬만한 전문성이 없으면 어려운 일이다.

김호정 기자 본인이 5살때부터 피아노를 시작하여, 예원, 예고, 서울음대를 거쳐 피아니스트의 길을 오래 걸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피아노를 전공한 사람들이 모두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느낌을 적절한 언어로 끄집어 내어 표현할 수 있고 글로 쓸 수 있는 것은 또다른 능력이다. 과연 전문 기자 답구나 싶었다.

피아니스트들을 만나고 또 그의 연주를 들으면 그들의 말과 음악이 얼마나 닮아 있는지 놀라울 정도 입니다. 조리 있고 설득력 있게 말하는 사람은 음악도 똑 떨어집니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알아채는 피아니스트는 연주에서도 그런 따뜻함이 뚝뚝 떨어집니다. 

백건우는 필요한 말만 하며 통찰을 담는 사람입니다. 음악도 그렇습니다. 뚜벅뚜벅 굵은 선으로 할 말만 합니다. 간결하지만 진심이 있고 세련된 스타일을 위해 타협하지 않습니다. (19)

손열음 피아니스트를 '피아노 위의 딕션 장인'이라는 표현도 그녀의 피아노 스타일을 아는 사람이라면 대번에 이해를 할 것이다. 음악기법 중 루바토를 독창적으로 이용하는 임윤찬의 기법을 '임윤찬 타이밍'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음 사이의 간격을 야생적 감각으로 조절하는 피아니스트, 안 들리던 음들이 튀어나온다, 멜로디 아닌 화음의 피아니스트.

아무리 주목받는 음악가라 할지라도 그에 대한 칭찬의 말만 열거하지는 않았다. 임윤찬의 경우, "약간 덜 화려하고 더 시적이었어도 좋았겠다" "재능이 빛나지만 깊어지고 성숙해질 여지가 있다"고 한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앤드루 클레멘츠의 평도 함께 실었다. 

음악이 워낙 어릴 때부터 재능이 드러나는 분야이긴 하지만 요즘은 작곡 분야에까지 십대 영재들이 심심찮게 보도 되고 있다. 이들을 취재하면서 저자는 진짜 음악 재능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보통 음악 재능은 '음 높이에 대한 정확한 감각' 같은 것과 연관되곤 하지만 진짜 재능은 애정, 또 몰입하는 힘일 것입니다. (178)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 내가 발견한 최고의 표현은 임윤찬의 연주를 '피카소'에 비유한 것이 아닐까한다. 정해진 형식에서 자유로운 시도를 하지만 그것이 조화를 깨뜨리지 않고 새로운 이야기를 구축하며 임윤찬만의 멋을 만들어낸다. 

이 책은 단순히 클래식 음악에 대한 소개와 감상을 넘어 음악가들의 스타일을 분석한 책이다. 

전문기자의 역량이 그대로 드러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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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다정하진 않지만 - 카렐 차페크의 세상 어디에도 없는 영국 여행기 흄세 에세이 5
카렐 차페크 지음, 박아람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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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렐 차페크의 <평범한 인생>을 읽고서 이 작가의 다른 책도 꼭 읽어보리라 생각했었다. 카프카, 밀란 쿤델라와 함께 체코 문학을 대표하는 3대 작가로 꼽히는 차페크의 이 책은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이다. 원제 Letters from England 보다 국내 출판사에서 붙인 제목이 영국 사람의 한 단면을 잘 꼬집어 표현한 제목 같아서 더 맘에 든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24년, 카렐 차페크가 영국을 방문한 데에는 단순한 관광 이상의 이유가 있었다. 런던에서 창립된 국제 펜클럽의 초대가 있었고, 원래 친분이 있던 체코의 교육자 겸 언어학자 보차들로가 영국에 유학중이었는데 차페크가 한번 영국에 방문해주기를 오래 동안 권했었다고 한다. 이 당시 체코는 1차세계대전이 끝난 후 자유민주주의로의 불안한 첫 걸음을 막 띄기 시작한 때였는데, 후에 나치 독일이 체코를 침공하면서 이 책은 금서가 되었다가 다시 출간, 다시 금서로, 복잡한 스토리를 가지게 되었다. 단순한 기행문으로 볼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하는데, 차페크의 정치 성향 때문이었을까? 영국을 방문한 동안 차페크의 구체적 여정과 활동에 대해서까지 알아보진 못했지만 적어도 이 책은 여행기로서의 매력은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본다. 

우선, 런던 거리에 대한 부분 부터 공감이 되면서 흥미가 돋는다.

노부인들이 길모퉁이에 서서 떠드는 광경을 볼 수 없고, 연인들이 팔짱을 끼고 정처없이 돌아다니거나 점잖은 시민들이 집 앞에서 무릎에 손을 올리고 앉아 있는 광경도 볼 수 없다. 길거리나 장터의 벤치에 앉아 술을 마시는 사람도, 게으름뱅이나 하인이나 나이 많은 교구민도 보이지 않는, 런던의 거리는 그저 지나가는 곳이지 모이거나 즐기는 곳이 아니라고 했다.

우리나라와 이탈리아, 프랑스에서는 거리가 훌륭한 선술집이요, 공원이며, 마을 공유지이고 집회장이자 놀이터요, 극장이고 집의 연장이며 문턱입니다. 이곳 (런던)의 거리에서는 사람이나 사물을 만날 수 없습니다. 거리는 그저 지나가는 곳입니다. (23)

내가 영국에 처음 가본 것이 1996년인데, 위의 차페크가 말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서 웃음이 절로 나왔다.

런던 하면 또 유명한 것이 박물관과 미술관인데, 차페크의 예리한 통찰력으로 뭐라고 했는가 하면,

런던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는 원한다면 상아 조각품이나 수놓은 담배 쌈지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뭐든지 다 모아놓았다는 말. 별별 박물관, 미술관이 다 있다) 하지만 이 세계 보물의 보고를 나서면 2층 버스를 타고 몇 시간 동안 수십 킬로미터를 달린다고 해도 아름다움과 화려함으로 기쁨을 주는 인간의 성취는 딱히 찾아볼 수 없을 겁니다. 이곳의 예술은 전시관과 미술관, 부자들의 방에 있는 유리 진열장 안에 보관되어 있을 뿐 거리를 돌아다니지 않거든요. (48)


대영제국 박람회는 규모가 엄청나고 사람들로 넘쳐납니다. 박제한 사자에서부터 멸종한 에뮤에 이르기까지 없는 게 없죠. 4억 명에 달하는 유색인종의 영혼만 빠져 있습니다. 이것이 영국의 무역 박람회입니다. 전 세계를 뒤덮고 있는 유럽인들의 관심사, 그 얄팍한 표층만을 보여줄 뿐 그 아래 존재하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68)

칭찬부터 하고 꼬집기다.


마담 투소 박물관에 가서 있었던 일을 읽으면서는 폭소를 터뜨렸다.

저는 실크해트를 쓴 유난히 인상적인 인형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누구인지 보려고 책자를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런데 실크해트 신사가 갑자기 움직이더니 가버리는 게 아니겠어요? 오싹한 순간이었죠. 얼마 후 젊은 두 여성이 저를 한참 보더니 책자를 뒤지며 제가 누구인지 찾아보더군요. (52)

그러니까 마담 투소 박물관에서 관람할때는 신체 어느 한 부분이라도 움직이면서 관람해야할 것 같다. 


정식 인사가 오고가기 전엔 좀처럼 먼저 입을 열지 않는 영국인이다.

대륙 사람들은 말을 통해 위엄을 과시하려 듭니다. 영국인은 침묵으로 위엄을 과시하죠. (58)


그가 영국의 런던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북쪽의 스코틀랜드와 북웨일즈까지, 도시 뿐 아니라 시골도 방문한다.

영국의 시골은 도시와 또다른 매력이 있는 곳이다. 높은 산은 없는 대신 잘 자란 풀로 뒤덮인 언덕, 그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마을 풍경은 평화롭기 그지 없다. 그것은 차페크도 인정. 하지만 이번엔 체코의 시골에서 농사 짓고 있는 차페크의 삼촌을 떠올리면서 영국의 경제 구조까지 연관시켜 생각한다. 삼촌이 영국 시골의 초원을 본다면 경작지로 써도 충분한 땅을 그냥 놀리는 것이 이해가 안될거라면서, 밀, 설탕, 감자 등의 식재료를 외국에서 수입해서 쓰는 영국의 경제구조를 생각한다. 

잉글랜드의 시골은 일하는 곳이 아니라 감상하는 곳입니다. 공원처럼 푸르고 낙원처럼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곳이죠. (79)


캠브리지와 옥스퍼드를 방문해서는, 장식과 전통을 중요시한다는 명분아래 겉치레로 보일 수 있는 두 학교의 분위기를 이렇게 평가한다. 

이 모든 장식과 전통은 모두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곳의 목적은 학식 있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신사나 귀족을 양성하는 것인 듯 합니다. (86)


영국 사람들이 영국을 벗어나서도 영국 땅을 짊어다니고 있는 듯한 이유로서 섬나라라는 특성을 들어, 개방을 꺼리는 확고한 관습과 소심함때문이라고 했다. 친절하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만 결코 이웃이 되려하지 않고 아름다운 우정을 가치있게 여기지만 오직 영국인들끼리만 친구가 되는 듯하다고. 

도와주려고 할 지언정 이웃이 되려고는 하지 않음을 알게 되기까지 그가 겪었을 싸늘함이 예상된다. 그야말로 역설의 나라라고 부를만 하다.


내가 영국땅을 처음 밟은 때는 차페크가 영국을 방문하고 72년 후였지만 여전히 그가 영국에 대해 쓴 대부분에 적극 공감하는 것을 보면 영국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 나라라는 것을 덧붙이고 싶다.


말로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차페크 자신이 직접 그려넣은 그림이 잔뜩 들어있다. 그림이 소박하지만 그의 글처럼 위트있다. 이와 비슷한 스페인 여행기도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그가 살았던 체코, 여행기를 남긴 영국과 스페인, 세 나라가 다행히 내가 살았거나 가본 곳이라서 다행이다. 스페인에 대해서는 어떻게 썼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차페크가 Lake districts에 대해 쓴 부분이 있는데 이것을 스코틀랜드 항목에 포함시킨 것은 실수가 아닌가 생각된다. Lake districts는 스코틀랜드가 아니라 잉글랜드에 속하는 지역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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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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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오 년째 나는 폐지 더미 속에서 일하고 있다."


소설 <너무 시끄러운 고독>은 폐지 압축 공장에서 35년 째 일해온 한탸가 자신의 삶과 고독을 회고하며 진행된다. 

한탸는 폐지로 압축될 책들 속에서 철학, 문학, 예술을 발견하고 몰래 읽으며 뜻밖의 지적 세계를 쌓아가는 기회로 만든다. 하지만 그의 내면적 풍요로움은 외부 세계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점점 더 고립감을 느낀다.

자동화 공장이 도입되어 한탸의 작업 방식과 존재가 위협받는 시간이 왔고 자신의 삶이 더 이상 그 의미를 유지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된 그는 결국 자신과 책이 함께 압축되어 하나가 되는 결말을 택한다.


첫문장 "삼십오 년째 나는 폐지 더미 속에서 일하고 있다"는 이 소설 내내 자주 등장한다. 그는 폐지 압축하는 일 속에서 과거를 회상하고 현재를 이어나간다.

엄마가 죽었을때 내 안의 모든 것이 울었지만 막상 내게는 흘릴 눈물이 남아 있지 않았다. 화장터를 나서자 한줄기 가느다란 연기가 하늘로 피어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엄마가 어여쁜 모습으로 하늘로 오르고 있었다. 십 년째 지하실 폐지 더미 속에서 일해온 터라 나는 습관처럼 화장터의 지하 공간으로 내려가 보았다. 책들을 두고 하는 일을 거기서도 똑같이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신 네 구를 태운 참이었고 그 가운데 엄마는 세번째였다. 나는 꼼짝도 않고서 인간의 궁극적인 실체를 목격하고 있었다. (24)


나(한탸)는 은퇴후 자신과 압축기가 머무를 장소를 찾다가 외삼촌을 찾아간다. 기관사 일을 하다 은퇴한 외삼촌은 자기 정원에 오래된 작은 기관차를 갖다 놓고 사람들을 불러 모아 기관차 놀이를 하며 즐거워 하고 있었다. 그리로 다가가지만 아무도 한탸를 아는 척 하지 않았다.


와서 합류하라고 부르는 사람도, 한잔하고 싶은지 내게 묻는 사람도 없었다. 모두가 자신들의 놀이에 빠져 얼이 나가 있었다. 놀이라고 해봐야 그들이 평생토록 애정을 쏟았던 일의 반복에 불과했지만. 나는 카인처럼 이마에 표적을 지닌 채 걸어다녔다. 그렇게 한 시간가량 어슬렁거리다가 그곳을 떠나며 뒤를 돌아보았다. 누군가 나를 불러줄 수도 있었으련만 아무도 그러지 않았다. 문을 나서면서 나는 또 한번 뒤돌아보았다.

문가에 서있으려니 외삼촌이 나를 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외삼촌은 줄곧 나를 보고 있었고, 내가 나무들 사이에서 갈 곳 몰라할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조종 장치에서 손을 들어 묘한 몸짓으로 그저 대기를 진동시키려는 듯 손가락을 흔들어 보였다. 나도 어둠 속에서 그의 인사에 답했다. 서로 엇갈리는 방향으로 떠나는 두 열차에 탄 두 사람이 서로에게 작별 인사를 고하는 모습이랄까. (32)

왜 그는 자기 이마에 카인처럼 표적을 지녔다고 생각했을까. 오랫 동안 고립되어 살아온 사람은 아마 자기 몸 어딘가에 카인의 표적 같은 것이 있어서 다른 사람들과 구별이 되고, 그래서 사람들과 자기가 잘 섞이지 못하나 보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나 보다. 카인의 표적이라면 원죄 같은 것, 자기 힘으로 없앨 수 없는 운명 같은 것일테니까.


그의 철학과 종교에 대한 지식은 예수와 노자를 비교하여 비유한 대목에서도 드러난다.

예수가 프로그레수스 아드 푸투룸 ('미래로의 전진'이라는 뜻)라면 노자는 레그레수스 아드 오리기넴 ('근원으로의 후퇴'라는 뜻)이라고. 비유는 그것이 다가 아니다. 


예수에게서는 상징과 암호로 이루어진 피 흘리는 현실이 읽혔지만 수의에 싸인 노자는 엉성하게 다듬은 들보 하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만 있었다. 예수는 플레이보이 같았고 노자는 내분비선이 고장난 노총각처럼 보였다. 예수는 오만한 손과 힘찬 몸짓으로 적들에게 저주를 내렸지만 노자는 체념한 사람처럼 팔을 늘어뜨리고 있었다. 예수가 낭만주의자라면 노자는 고전주의자였다. 예수는 밀물이요 노자는 썰물, 예수가 봄이면 노자는 겨울이었다. 예수가 이웃에 대한 효율적인 사랑이라면 노자는 허무의 정점이었다. 예수가 프로그레수스 아드 푸투룸이라면 노자는 레그레수스 아드 오리기넴이었다 (59)

노자를 '내분비선 고장난 노총각'으로 비유한 것을 보고 나는 이 사람이 고립되어 고독한 생활을 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분명히 유머감각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몇년 전에 방문한 프라하는 묘한 느낌의 도시였다. 착 가라앉아 있는 분위기가 팽배해있지만 음침하진 않았고, 부유해보이진 않지만 그렇다고 궁색해보이지도 않았다. 신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애잔한 멋이 있었다. 문학은 이런 데서 싹트는 것인가? 보후밀 흐라발은 프라하에서 공부했고 태어나기는 브르노에서 태어났다. 마침 브르노도 이때 방문했던 곳이라 반갑다.


보후밀 흐라발 자신의 생애가 이 소설 <너무 시끄러운 고독>속에 녹아 들어가 있다. 프라하의 카렐 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했지만 나치에 의해 대학이 폐쇄된 뒤에는 여러 직업을 전전한다. 이 여러 직업 속에는 폐지 꾸리는 인부라는 직업도 포함된다. 후에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면서도 공산주의 체제 아래서 법조인으로 일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시를 즐겨 쓰던 그는 소설을 발표하기도 했는데 첫 소설부터 금서로 출판 금지 되었다. 그는 공산주의 체제하에서도 끝까지 체코를 떠나지 않았고 체코어로 글을 썼다. 


소설 속 한탸가 일하고 먹고 자는 환경은 쥐과 파리떼로 둘러싸인 더러운 환경이었고 소장으로부터 일을 열심히 하라는 욕설을 인사처럼 들으며 지내지만 그에게는 폐지 속에 섞여 들어온 책을 발견하고 간직하여 읽을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이었다. 책은 고독의 피신처가 되어 주었고 외부의 사람들로부터 고립되어 사는 대신 책 속의 수많은 인물들과 교류하는 시간은 그를 고독과 소외로부터 구해주었다. 이런 와중에 대형 압축기의 등장은 그를 갈 곳 없게 만든다. 그의 삶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갸야할지를 잃어버리게 만든다. 그런 그가 선택한 마지막 길이 가슴 아프다.

자신의 삶이 너무 시끄러운 고독 속에 있다고 느끼며 개인적인 고통과 사회적 억압 속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유와 살아가는 의미를 찾으려 했던 한탸는 현대 사회의 소외와 인간 본성이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으며, 현대 기술과 효율성의 논리에 의해 압도당하는 인간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한탸의 독백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을 읽는 내내 가슴을 꽉 채운 연민의 감정을 오랫동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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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4-12-05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제목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반어적인 표현이지만 마음에 와닿는 것 같거든요.

hnine 2024-12-05 19:03   좋아요 0 | URL
페크님, 이 소설 참 좋아요. 혹시 로베르트 발저의 <산책자> 읽으셨는지요? 그 책과 비슷하면서 또 달라요.
이 책의 주인공이 그렇듯이 책은 고독으로부터의 가장 근사한 도피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리뷰 제목을 그렇게 달았다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 같아 바꿨지요.
 
신곡 - 지옥.연옥.천국 귀스타브 도레 삽화 수록본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귀스타브 도레 그림, 김운찬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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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 읽었긴 하다. 애초에 천 페이지 넘는 책이라고 해서 부담이 갔던 것은 아니다. 전쟁과 평화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같은 책들은 분권되어 그렇지 전체 분량으로 치자면 이보다 분량이 더 무지막지 하지 않은가. 그리고 열린책들의 신곡도 처음엔 분권으로 나왔다가 개역판이 나오면서 이 육중한 파란책 한권으로 나온 것이다.

신곡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졌던 것은 그 내용이 어렵게 쓰여있어서 한 페이지 넘어가는데 오래 걸리는 그런 책이었기 때문도 아니었다. 그것으로 치자면 나에게는 차라리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경우 더 했다. 

그럼 왜 신곡을 이제서야 읽게 되었을까. 아마 알라딘에서 같이 읽어봅시다 분위기가 아니었다면 더 늦어졌을지도 모르겠다. 시의 형태로 쓰여져 있어 오히려 읽기에 어렵지 않고 문장이 아름답기조차 하다. 

신곡 읽기에 넘어야 할 진짜 벽이라면 바로 역사적인 배경 상식이었다. 이탈리아라는 남의 나라의 정치, 역사, 문화에 대한 배경 지식을 웬만큼 갖고 있지 않은 한 아마도 신곡의 본문 보다는 주석 읽는데 더 시간을 들였을 독자가 나 뿐 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같은 이름 아래 1세 2세 3세 등으로 달라지는 황제, 교황의 이름들, 이탈리아가 이탈리아 라는 하나의 나라로 통일되기 전 수십개 나라로 존재하던 시절부터의 역사와 정치, 그리스 로마 신화는 기본, 기독교 성경의 내용 등, 이 책에 인용된 배경 지식은 방대하였다. 주석 아니라면 아예 글자 읽기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이 단테 알리기에리 한 사람이 쓴 것이라니 그의 방대한 독서양과 지식의 깊이에 놀랄 따름이다. 그것도 30대에 이 책을 쓸 생각을 하였고 완결하였다니. 아마 그가 순탄한 일생을 보내었어도 이런 대작이 나올 수 있었을까. 피렌체에서 영구 추방령이 내려져 다시 돌아올 시에는 화형에 처한다는 선고를 받았고 그렇게 떠돌이 생활이 시작되어 끝내 고국 피렌체로 돌아오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대신 그는 이런 대작을 남겼다.


2. 지난 주에 모 대학 박물관 대학에서 '서양 중세 세계지도의 그림기호 읽기'라는 주제의 강의를 듣다가 알게 되었다, 13세기에서 14세기로 넘어가는 시점에 영국에서 만들어진 세계지도인 헤리퍼드 마파문디 (Hereford Mappa Mundi)를 보면, 지금의 지도 같은 지형적 정보를 주는 지도가 아니라 중세 세계관의 집합체가 그려진 '이념형 지도'였다. 여길 보면 이승 세계뿐 아니라 저승 세계까지 그려져 있고 신과 인간, 동물의 그림을 통해 죽음 이후의 심판과 구원이라는 주제의 이야기까지 담고 있다. 당시 신곡을 읽고 있던 나로서 이 대목에서 어찌 신곡을 떠올리지 않을 수 있으랴. 강의 끝나고 질문을 해야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곧이서 단테의 신곡 이야기가 나왔다. 단테가 신곡을 쓸 무렵 (1308-1321) 중세에는 저승여행담이 유행하는 시기였다고. 

이날 강의에서 헤리퍼드 마파문디라는 지도 한장을 가지고 그 위에 빽빽하게 그려진 그림을 보고 해석하며 그것들이 의미하는 성경, 중세 역사,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신, 천국과 지옥에 대한 상상도에 대한 설명을 듣느라 2시간이 모자랄 정도였다. 

저승 세계를 그림으로 나타낼 수 있게 상상하여 나타낸 것은 단테만이 한 일은 아니었다.


3. 단테의 신곡이 다른 여러 작품을 제치고 더 위대한 걸작으로 평가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저승 세계를 상상하고 실제 다녀오는 인물을 등장시키는 소설은 여럿 있다. 저승 세계에 대해 글로써 뿐 아니라 구체적인 그림으로 자세히 그려진 바 있다는 것은 위의 마파문디를 보며 알았다. 단테의 신곡이 더 독보적인 가치로 받아들여지는 근거는 무엇일까. 


 (1) 지옥이나 천국, 하나만 쓰지 않고 지옥, 연옥, 천국이라는 단계적이고 조직적인 질서를 부여하여 망라하였다.


 (2) 단테가 살았던 시대를 살고 있거나 살았던 실제 인물들을 대거 등장시켜 그들의 잘, 잘못을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왜 죄가 되는지 설명하였다. 여기에는 단테의 개인적 경험이 반영되어 있다. 자기 고뇌와 희망, 시대적 상황을 신곡이라는 작품 속에 원없이 녹여내었다.


 (3) 처음부터 끝까지 시의 형태로 규칙적인 형식을 유지하고 있다. 지옥 (1+33편), 연옥 (33편), 천국 (33편). 이렇게 100편으로 완성체를 이룬다.


 (4) 이 당시 학문과 문학의 언어였던 라틴어가 아닌 자기 고향 피렌체의 언어로 썼다. 이것은 아마 서울 표준어가 아닌, 경상도나 전라도, 충청도 사투리 그대로 작품을 쓴 것에 비유할까.


 (5) 중세에서 르네상스로 넘어가는 시기에 완성되어, 이후에 오는 여러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6) 신, 인간, 어느 한쪽에 편중되지 않고 초월적 존재인 신과 한계를 가진 인간의 영혼이 구원을 통해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메시지를 담았다. 즉, 철학과 종교, 문학을 결합하어 탄생시킨 작품이다.


4. 마지막으로, 단테 자신이 이 책에 붙인 제목은 Commedia (희극) 이다. 책 뒤의 해설을 보니, 라틴어로 쓰인 아리스토텔레스의 비극이 고상한 문체로 쓰여진 최고의 문학장르라고 생각한 반면 단테는 피렌체 민중의 언어인 속어로 썼고 저승 여행이라는 세속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Commedia라는 제목을 붙였다고 되어 있는데, 나중에 결국 보카치오가 Commedia 앞에 거룩하다라는 형용사를 붙여 거룩한 희극, 즉 La Divina Commedia 가 된 것이다. 여기에는 인간의 영혼은 신과의 관계에 의해 정화되고 구원될 수 있다는, 행복 가능한 결말에 대한 의지를 담았다는 의의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세계적으로 평생 단테의 신곡만 연구하는 학자, 단테 학회, 영화, 문학, 그림 등이 가능한 이유가 충분히 이해되고 남는다. 



(TMI) 신곡을 읽는 동안 생긴 버릇: 어디서 서양의 역사적 인물 이름을 보게 되면, 

'가만, 그 사람이 죽은 후에 지옥, 연옥, 천국 중 어디에 갔더라?' (당연히 단테의 신곡 속에서의 이야기이다.) 하면서 생각이 안나면 신곡 책을 막 뒤져보고 확인해본다. 웃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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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12-02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완독하셨군요! 저도 주석을 그냥 넘기면 내용 파악을 못할 것 같아 주석도 읽고 있습니다. 아직 지옥에 멈춰 있지만요. 저는 신곡 읽기 전에 나인 님의 이 글을 보게 되어 좋아요! 제 읽기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hnine 2024-12-02 20:34   좋아요 0 | URL
29일 걸려 읽었네요. 주석을 읽어도 이해안되는 부분도 있던걸요.
다락방님 천천히 읽으세요. 다 이해했다고는 못해도 읽고나니 생각보다 더 신곡이 여기 저기 많이 인용되는 것이 느껴지더라고요. 위대한 고전은 그 시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이렇게 후대까지 막대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fact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거 읽느라고 미뤄두었던 책을 이제 맘 놓고 읽어야겠어요.

페넬로페 2024-12-02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역사적 인물이 아니라
저의 행동을 평가할 때,
앗, 이러면 지옥인데, 연옥인데,
이러고 있어요
아무래도 천국은 영~~
완독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hnine 2024-12-02 20:39   좋아요 1 | URL
어머, 페넬로페님은 자아비판을... 그러지 마세요 ^^
죽어서는 모르겠고, 하루 동안에도 천국과 지옥을 경험하는 날도 있고 그렇잖아요.

주석 일일이 읽는 것이 좀 시간 걸려서 그렇지 신곡 읽기가 그렇게 어렵거나 지루하진 않아서 다행이었어요. 전체를 다시 읽을 일이 있을진 몰라도, 적어도 책을 펼쳐드는 일은 자주 있을 것 같아요. 누가 어디 갔나 확인하느라고요 ㅋㅋ

다락방 2024-12-02 21:17   좋아요 1 | URL
하하하하 이것도 재미있네요. 이러면 지옥인데, 이러면 연옥인데 ㅋㅋㅋㅋㅋ

페넬로페 2024-12-02 21:26   좋아요 1 | URL
저절로 그런 생각이 ㅋㅋㅋ

페크pek0501 2024-12-05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독을 축하합니다. 저도 엄두를 내지 못할 책이네요.ㅋㅋ

hnine 2024-12-05 19:09   좋아요 0 | URL
페크님, 절대 절대 엄두 못낼 책 아닙니다. 생각보다 읽을 만 하거든요. 주석 읽는게 귀찮을 뿐이어요. 언제 시간 나실때 시작해보세요. 저도 알라딘에서 바람 잡아주지 않았다면 섣불리 읽을 생각 안했을텐데, 이번 기회에 어쨌든 다 읽어서 후련합니다. 어서 읽고 다른 책 읽고 싶어서 꾹 참았다가 읽은게 위의 <너무 시끄러운 고독> 하고 <대놓고 다정하지 않지만> 이랍니다.
 
티처 : 벨몬트 아카데미의 연쇄 살인
서맨사 다우닝 지음, 신선해 옮김 / 황금시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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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만사 다우닝의 <티처:벨몬트 아카데미의 연쇄살인>은 벨몬트 아카데미라는 미국 명문 고등학교의 교사 테디 크러처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스릴러이다. 더 구분하자면 학원스릴러물이라고 할수 있을 것이다. 

테디는 최근 올해의 교사로 선정될 만큼 성공적이지만 사실은 학생들을 극한까지 몲아붙이는 특이한 신념을 지닌 인물이다. 학생들에게 최선을 다하도록 가르친다는 신념아래 독단적이고 위험한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학교에서 연쇄적으로 의문스러운 죽음이 발생하자, 학생 잭 워드를 포함한 몇몇 사람들이 테디의 진짜 모습을 의심하기 시작하지만 테디는 교묘하게 주변 사람들을 조종하여 진실을 숨기려 하며 점점 더 위험한 상황으로 몰고 간다. 이 과정에서 명문 학교의 강압적인 분위기와 야망이 어떻게 도덕적 경계를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저자 사만사 다우닝은 주로 스릴러 소설을 집필하는 미국의 인기 작가로 서 대표작에는 My lovely wife, He started it, For your own good (이 작품의 원제), A twisted love story 등이 있다. 이중 데뷔작인 My lovely wife는 독특한 심리 스릴러로서 큰 인기를 끌었으며 문학상에 후보로 오르고 영화화 작업까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만사 다우닝은 캘리포니아 출신으로 본래 취미로 글을 썼으나 친구가 My lovely wife 원고를 편집자에게 보내면서 본격적으로 작가로서의 길이 열리게 되었다. 독학으로 글쓰기를 배웠고 본인이 쓰고 싶은 스릴러 장르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갖고 글을 쓴다고 한다. 그녀는 데뷔 적까지 여러 장르로 시도하다가 결국 열두 번쨰 작품이었던 My lovely wife를 통해 출판계에 성공적으로 데뷔하게 되었다.

문학적으로 의미가 있다기 보다는 스릴러의 형식을 빌어 현대 사회를 풍자하고 비판한 현대 스릴러라고 볼수 있다. 고도의 성과를 요구하는 미국 명문학교의 폐쇄적이고 경쟁적인 분위기를 풍자하고 교육의 명목 하에 발생할 수 있는 권력 남용과 윤리적 딜레마를 다루고 있다. 왜 '명문'과 '윤리적 딜레마'는 쌍으로 따라다니는지.

학생뿐 아니라 교사들간의 경쟁과 갈등이 어떻게 보면 이 작품에서는 더 두드러진다고 볼수도 있다. 주인공 테디 크러처는 교사라는 위치와 학생들의 경쟁심을 이용하여 자신이 학생들에게 하는 모든 행위는 핵생들을 위한 것이라고 스스로 포장한다. 저자는 이런 면에서 사회적 비판의 의미를 가지게 만드는 요인을 제공한 듯. 

독자들의 흥미를 끝까지 붙잡고 가기 위해 연쇄살인이라는 방법을 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쇄 살인의 대상이 된 사람들이 살인 대상이 되어야 했던 이유가 뚜렷하지 않고 마지막에 범인으로 밝혀진 사람의 한 사람도 아니고 여러 사람을 짧은 시간내에 줄이어 살인을 저지르는 동기가 충분히 와닿지 않은 것은 나만 그런것인지.

명문대학 진학을 위해 감투를 벌이는 학생들보다는 그런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들과 학교내부의 안보이는 면과 권력 다툼은 더 한탄스러웠다. 학생들의 경쟁은 그에 비하면 오히려 순수하달까.

For your own good 이라는 원제가 우리말로는 전혀 다르게 번역 되었다. 책 표지에 "다 너희를 위한 일이야"라는 문장이 원제에 가까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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