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 로베르트 발저 작품집 쏜살 문고
로베르트 발저 지음, 박광자 옮김 / 민음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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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꾼'이라고 하면 보통 '말'하기를 좋아하거나 '말'이 많은 사람을 일컫지만, 말이 아니라 글로 본다면 로베르트 발저는 분명히 글수다꾼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1878년 스위스에서 태어난 로베르트 발저 (Robert Walser) 우리에게 <산책자>라는 에세이로 많이 알려져있는데 소설과 희곡을 여러편 발표한 작가이기도 하다. 스위스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빈곤한 가정형편으로 생계를 위해 일찍이 직업 전선에 뛰어들어 유럽의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며 여러 직장을 전전하였다. 그러던 중 스무살때 신문 지상에 시를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희곡과 소설을 발표하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였다.

정신 질환으로 사망한 어머니에 이어 형도 정신질환을 앓다가 요양병원에서 사망했는데 로베르트 발저 역시 오십세 무렵 정신분열증으로 병원에 입원을 시작으로 창작활동이 중단되었다. 이후 그는 죽을 때까지 이십년 이상 정신요양원에 머물렀다. 조용하지만 열광적인 산책자였던 그는 1956년 크리스마스날 역시 산책을 하던 중 심장 마비로 눈길 위에서 생을 마친다.

사후 그의 짧은 글들을 모아 출판된 이 책에는 열편의 글이 실려있고 열편중 가장 긴 산문 <산책 (Der Spaziergang)>이 책의 제목이 되었다.

사람들과의 교류없이 혼자 걷고 혼자 생각하며 혼자 글쓰기가 전부였던 로베르트 발저이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그가 얼마나 생각이 많고 느끼는 것도 많고 눈여겨 보는 것이 많은 사람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아마 그가 가끔만 걷는 사람이었다면, 누구와 동행하며 담소를 나누며 걸었다면 느끼지 못하고 보지 못했을 것들, 사람 눈길이 미치지 않는 자연의 구석구석을 얼마나 세세히 보고 관심을 가졌었는지 놀랄 정도이다.

매일 그게 그것일수도 있는 풍경이 그에게는 달랐다. 새로운 것에서 즐거움과 기쁨을 찾지 않아도 되었다. 그것은 곧 나 자신의 결핍이라고 하였다.

완전히 새로운 것에서 계속 즐거움과 맛보기를 찾는 것이야말로 나는 하찮다는 징조, 내적인 삶의 결핍, 자연에서 소외된 것, 이해력이 보통밖에 안 되거나 혹은 부족한 상태라고 본다. 항상 무언가 새로운 것과 색다른 것을 봐야 하는 것은 아이들이고, 아이들은 그렇게 해야 만족한다. 진지한 작가라면 소재를 쌓아 놓는 일에 신경 쓰거나, 감칠맛 나는 욕망에 부응하는 심부름꾼이 되려고 생각하지 않는다. 너무 자주 비슷해지는 것을 열심히 피하기 위해서, 물론 노력은 하지만 몇 번이고 계속 자연스럽게 반복되는 것이라면 작가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67)


포함된 이미지: Plant These Winter Flowers to Brighten Up Your Garden or Landscape


한 겨울에 피는, 수선화를 닮은 작고 소박하고 여린 꽃, <스노드롭 (사진)>이라는 제목의 글을 읽어보면 그가 어떤 심성의 사람인지 엿볼수 있다.

스노드롭을 보았다. 마당에도, 장에 가는 시골 아낙의 수레에도 있었다. 한다발 사고 싶었지만 나처럼 건장한 사람이 그처럼 섬세한 생명을 가지는 것은 맞는 일이 아닌 것 같았다. 온 세상이 반기는 소식을 전하는 이 부끄럼쟁이, 무엇보다도 빠른 전령은 달콤하기 그지없다. (96)

추위를 말하지만 이미 더 따뜻한 것을 말하고, 눈을 말하지만 녹색 세상, 움트는 싹을 말한다고 했다..

바라는 것은 이루어질 것이고, 따스함이 세상을 덮으리라고.

조금만 기다리자. 행복이 오고 있다. 행복은 언제나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가까이에 있다. 기다리면 복이 온다. 최근에 스노드롭을 보았을 때 나는 이 오래되고 좋은 속담이 생각났다. (97)


그가 기다리는 행복은 어떤 것이었을까. 

혼자 할 수 있는 작고 조용한 행위의 반복에서 최대의 의미를 찾기 원했던 로베르트 발저는 보통 사람이면서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산책자>, <세상의 끝>에 이어 <산책>을 읽었으니 이제 그가 남긴 소설도 읽어보고 싶어 <벤야멘타 하인학교>를 빌려다 놓았다. 무엇을 가지기 위한 것을 가르치는 학교가 아니라 아무것도 아님을 배우는 학교라고 한다는 정도 알고 읽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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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1-11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베르트 발저가 글수다꾼이라니 그러니까 읽고 싶은 생각이 확 드네요. ㅋ
사진 속 꽃은 눈속에 피는 꽃인가 봅니다. 신통한데요?^^

hnine 2024-01-12 07:18   좋아요 1 | URL
사람과 교류가 거의 없었던 사람이 얼마나 섬세하고 자연과 사람에 관심이 많았는지 몰라요. 그걸 모두 글로 표현해놓았고 그게 다른 사람이 말로 표현하는 분량만큼 되나봅니다.
스노드롭이란 꽃은 우리나라 복수초가 눈속에서 봄소식을 알리듯이 외국에서 그런 상징인가봐요. 수선화를 닮았지요?
 








지난 가을 내 방 창문에서 내다 본 풍경이다.

멀리 움직이지도 않고 앉은 자리에서 계절 바뀌는 것도 보고 매일 달도 보고 해 뜨는 것도 보는, 내 책상 자리가 명당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우물안 개구리라는 말도 따라서 생각나지 않았으면 더 좋을텐데.






겨울이다.

아들이 지나가다 찍어온 눈사람 사진.

이것도 오랜만에 보네.






1박 2일로 경주에 다녀왔다. 벌서 몇번째 경주 방문인지 모른다.

1998년 결혼할때 신혼여행을 경주로 가자고 제안한 것도, 경주에 친척들이 살고있는 남편이 아니라, 경주에 아무 연고도 없는 나였다. 그냥 경주가 좋았다. 그후로도 여러 번 다녀온 경주.


아침에 숙소있는 동네 산책하다 오랜만에 밭에 뿌려진 연탄재를 보았다. 

자기 할일 다 마친, 대견한 연탄이구나.


















돌아가신 시아버지 어릴 때 사셨다는 경주 옛집을 찾아가보았다. 아버님께서 대구로 중학교 가기 전까지 이 집에서 사셨다고 하는데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빈 집이다. 남편 본적지이기도 하고 결혼과 함께 나도 본적지가 서울에서 이곳으로 자동변경되어 나의 본적지이기도 하다.






주소 보고 본적지 집을 찾아가다가 전혀 계획에 없던 곳을 지나게 되었는데 시인 박목월 생가가 바로 이웃에 있는 것이다. 걸어서 갈 거리. 아버님과 이웃이었겠네 ^^

박 시인은 1915년생, 우리 아버님은 1933년 생.












정원이 멋진 곳에서 식사도 하고.

나는 분명 처음 와보는 곳인데 남편은 예전에 나도 와본 곳이라고 우겨서 싸울 뻔 ^^











경주 왔으면 박물관을 안들리고 갈 순 없지.

'신라의 미소'




어디를 가든, 가족과 함께 가는 곳이면 다 좋다. 집을 떠난 아들까지 같이한 시간들은 다 좋다. 남편이 듣더니 나이든 증거란다. 아무렴~




지난 가을부터 일주일에 하루 병원 가서 안내 자원 봉사를 하고 있다.

제일 눈이 많이 가는 분들은 나이 드셔서 혼자 오신 어르신들인데 할머니보다 할아버지가 더 유독 눈에 띈다. 

몸이 불편하여 오신 분들에 비하면 이렇게 서서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나는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

하지만 나중엔 그 생각도 접어넣는다. 저 분들이 원래부터 저렇게 아프셨을까. 나는 언제까지 이렇게 건강하기만 할까.

모든 사람이 거쳐가는 길. 

겸손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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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1-07 11: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멋지네요. 제 수명 다한 연탄이 쓸쓸하기도 하고. 눈사람이 아직도 있다니. ㅋㅋ 서울은 눈구경 하기가 어렵습니다. ㅠ

hnine 2024-01-07 13:01   좋아요 3 | URL
어제밤에 서울에 눈이 왔다고 하던데, 아닌가요? 대전에는 약간 내려 지금은 벌써 흔적도 없이 사라졌네요.
눈사람 표정이 재미있지요? ‘나 어때?‘ 하고 뽐내는 것 같아요. 연탄도, 눈사람도, 이젠 추억이려니 묻어두었는데 누군가에게는 연탄이 여전히 겨울의 중요한 난방수단이고, 눈오면 눈사람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이 세상에는 있는데, 그걸 잊고 살았네요.

서곡 2024-01-07 1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 보고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hnine 2024-01-07 13:02   좋아요 2 | URL
서곡님 댓글은 가끔 달아도 올리시는 글 늘 잘 읽고 있습니다.
오늘도 그랬고요.
새해 좋은 일 많이 있으시길 바랍니다.

yamoo 2024-01-07 19: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지네요. 제일 첫번째 사진이 제일 좋습니다~ 그나저나 나인님은 98년에 결혼하셨군요!^^

hnine 2024-01-07 20:45   좋아요 1 | URL
이런 일상 페이퍼를 예전만큼 자주 올리지 않다가, 그래도 가끔은 털어놓고 싶어서 오늘 사진으로 몇장 올렸어요. 멋지다고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예, 1998년 서른셋에 결혼했는데, 그 당시로서는 늦은 나이라고 했었답니다.

페넬로페 2024-01-07 2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재가 넘 명당자리입니다^^
풍경도 멋지고~~
경주도 좋아요.
hnine 님
저도 98년에 결혼했는데 그 당시엔 늦은 나이였거든요.
저와 연배가 비슷해 반가워요.
병원에서의 봉사활동도 멋지십니다.

hnine 2024-01-08 07:32   좋아요 2 | URL
페넬로페님, 저와 연배가 비슷하시다니 반갑습니다!! 결혼도 저와 비슷한 시기에 하셨다니 더욱 더.
친구하면 수다 거리가 많겠네요 ^^ 결혼이 친구들보다 늦어 아이도 늦게 낳다보니 아직 대학생입니다.
병원에서의 봉사활동은 보수 없이 하는 것이라서 더 보람되고 계속 하고 싶답니다. 몸도 아프고 표정도 어두우신 분들, 어린이 환자들, 침상에 실려 중환자실에서 수술이나 검사를 위해 나오는 환자분들 보면서 느끼는게 많답니다.
올해도 서재에서 자주 뵈어요!

다락방 2024-01-08 1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병원 안내 자원 봉사자 분들을 병원 가면 마주치긴 했지만, 그 자원 봉사를 내가 할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그러고보니 생각도 못하고 있었네요. 나인 님 덕분에 좋은 풍경도 감상하고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일들에 어떤 가능성을 하나 더 추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인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hnine 2024-03-31 05:50   좋아요 1 | URL
자원봉사 사이트를 검색하다가 병원에서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을 보고 신청했어요.
손을 흔들어 주고 지나가는 꼬마 환자들도 있고요, 의사선생님이 머리숙여 인사하고 지나가시는 분도 계시고요. 중환자실에서 호명하는 것을 듣고 달려가는 가족들도 있고요. 많이 배우고 느낀답니다.
잊고 사는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다락방님, 새해에도 재미있는 얘기 많이 들려주시고, 요리 얘기도 많이 해주시고, 여행 이야기도요. 다락방님께 기대하는 이야기가 이렇게 많네요 ^^

자목련 2024-01-08 14: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인 님의 책상 자리, 명당이네요!
이야기를 품고 말을 건네는 사진, 좋아요^^

hnine 2024-01-08 23:12   좋아요 1 | URL
아직 밤이 길어서 아침에 이불 개키느라 창문을 열다가 달 구경을 하게 되요. 오늘 아침엔 눈썹같은 그믐달이더라고요. 창문을 향해 책상을 놓으니 수시로 밖을 내다볼 수 있어서 좋아요.
제가 정작 사람한테는 말을 잘 못건네면서 말 못하는 것들을 향해서는 의인화시켜 말 건네기를 잘해요 ^^
 
당신을 위한 것이나 당신의 것은 아닌 - 서울과 파리를 걸으며 생각한 것들
정지돈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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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눈먼 부엉이>로 등단한 소설가. 올해 마흔살. 소설만 쓰지 않는다. 소설을 써도 우리가 쉽게 떠올리지 않는 소재와 주제로 쓰길 좋아한다. 인간과 비인간, 실재와 가상, 친절과 불친절, 겸손과 오만, 이렇게 이분법으로 그를 정의하기 어렵다. 그가 이렇게 말했듯이.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쓰는 (사는) 글쟁이이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인데 표지에 '서울과 파리를 걸으며 생각한 것들'이라는 부제가 작게 붙어있는 것은 대구 태생인 그가 서울에 거주하면서, 그리고 파리를 방문하여 그곳에서 느낀 점, 생각한 점들을 기록하였다는 명분때문이다. 그의 평소 생각, 친한 사람들과의 대화, 문학, 건축, 철학, 예술관 등이 넘치도록 담겨있다. 

걷는 것을 좋아하는 그가 이 책에서 소개한 명칭 '플라뇌르'는 프랑스어로 산책자, 배회자를 의미한다. 정지돈은 이에 덧붙여 매우 다양한 해석과 의미를 달아놓았다. 단순한 산책자라고 하기엔 여러가지 의미와 사회적 배경, 이미지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플라뇌르 뿐 아니라 그는 어떤 개념에도 하나 이상의 해석과 의미를 갖다 붙일수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 알고 있는게 많고 그 어떤 가능한 관련성도 떨쳐내고 싶어하지 않아보인다. 그래서 나 같은 독자에게 처음의 개념을 더 모호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면서 그게 정지돈이라는 사람이구나 알아가게 한다.

파리에 머무는 동안 애초에 그는 무엇을 계획했나.

플라뇌르의 흔적 찾기. 그것을 재발명하거나 취소하거나 아니면 외면하기, 산책과 젠더, 상품, 자아, 신체, 공간, 사물, 매체를 엮는 불가능한 기획의 밑바탕을 깔기, 그것이 곧 근대성과 자본주의, 그리고 그 이후다!  (80)

그러면서 산책을 사랑했던 로베르트 발저와 버지니아 울프, 레베카 솔닛을 많이 언급하였는데, 이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읽어도 새삼스러울 만큼 새롭게 그들을 재조명해주었다. 그들이 추구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그들에게 산책이 무엇이었는지.

책 중에는 정지돈과 친구의 대화를 그대로 옮겨놓은 부분들이 자주 나온다.

오랜만에 이 시간에 연남동에서 술을 마시니....지옥 같네요. 정연씨가 말했다.

지돈씨, 글쓰기가 너무 힘든 것 같아요.

- 늘 그러시잖아요.

- 갈수록 힘든 정도가 더 깊어지는 것 같아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동력이 사라진 것 같은데 이유가 뭘까 생각했다. 아무래도 독자가 없는 것 같아요.

-지돈씨는 인기 많잖아요.

-그럴 리가...근데 여기서 독자는 진짜 독자말고 다른 의미에서의 독잔데, 저는 언제나 저 자신이 제1의 독자였거든요. 제가 읽고 싶은 글을 썼는데 어느 순간 그 제1의 독자를 잃어버린 느낌이에요.(145)

내가 생각하는 직업으로서의 작가의 정의 중에도 그것이 있었다. 나를 위해서만 쓸 수 없다는 것. 그것이 부럽기도 했고 부럽지 않기도 했다.


현대의 산문체 작품들은 현대의 심리에 부합하는 가치를 가질 수 있다. 오직 그 작품들이 단숨에 쓰여질 수 있을 때만. 이삼십 줄, 말하자면 최대한 백 줄 정도의 생각이나 혹은 회상, 이것이 현대의 소설이다.

장편서사시는 내게 필요하지도 가능하지도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은 큰 책들이 쉬는 시간-지하철 안, 심지어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위에서-에 읽힌다. 그러면 뭣 때문에 책이 이렇게 커야만 하는가? 나는 저녁 내내 책 읽는 독자를 상상할 수없다. 우선 수백만 대의 TV가 있고, 둘째, 콜호스 사람들은 신문을 읽어야만 하며, 기타 등등.

-유리 올레샤, <매일 한 줄씩> 1965-  (172)

그는 앉아서도 쓰고, 누워서도 쓰고 서서도 쓴다고 했다. 쓰는 글의 범주가 다르다고 했다. 


다음은 플라뇌르가 왜 통설적으로 여성을 포함시키지 못하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플라뇌르의 어성형은 플라뇌즈다. 학계의 통설상 플라뇌즈는 존재하지 않는 전설 속의 유니콘 같은 존재다. 여성이 플라뇌르가 되기에는 사회의 편견과 위협 요소가 너무 컸다. 여성은 거리로 나서는 순간 응시의 주체가 아니라 객체가 된다. 쉽게 말해 남자들이 자꾸 쳐다보고 집적댄다는 말이다. (183)

1920~1930년대에 이르러서 본격적으로 여성 산책자들이 등장하는데 소위 모던걸의 등장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모던걸들은 플라뇌즈로 개념화되지 못했고, 여성은 상품 소비문화의 수동적인 노예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남성들은 관찰자이자 소비자로서 양가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반면 여성, 모던걸들은 허영과 사치를 일삼는 성적 방종이 상징이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비중있는 페이지는 마지막 글, 이 책의 제목과도 같은 '당신을 위한 것이나 당신의 것은 아닌' (254~270)이 아닌가 한다.

독일의 문화사회학자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를 인용하면서 그가 추구하는 것을 말했다.

크라카우어처럼 내가 매력을 느끼는 것은 언제나 특정 대의가 아니라 대의들 사이의 틈새였다. 대의를 실천하면서도 대의로부터 자유롭게 생활하고 사유하기, 상충하는 대의를 함께 유지하기, 대의들 사이에 공유되는 공간에 머물기. 믿음 없이 살기, 하지만 어떠한 믿음 속에서. (262)

크라카우어가 이러한 삶의 표본으로 떠올렸다는 에라스뮈스는 15세기 종교개혁 시기 카톨릭 인문주의자였다.

에라스뮈스 특유의 분위기가 있는데 그것은 특정한 목적이나 주장, 대의에서 자유로워도 된다는 아이디어였고, 어느 쪽 편을 들지 않아도 괜찮다는 태도이며 단지 지식의 즐거움과 삶의 기쁨에 헌신해도 된다는 해방감이다. 

이렇게 내겐 에라스뮈스라는 학자를 새로이 알게 되는 기회가 된다.

누군가는 이를 방관이나 비겁함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해서는 세상이 변하지 않을 거라고 말이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에라스뮈스는 부당한 권력 앞에 한 번도 방관자였던 적이 없으며 종교개혁의 큰 공헌자 중 한 사람이었다.

에라스뮈스는 가장 이상적인 삶의 조건이 시원한 나무 그늘이 있는 집과 선량한 친구들과의 산책, 정원에서의 식사라고 생각했다. (266)

결국 그런 것인가. 시원한 나무 그늘이 있는 집, 선량한 친구들과의 산책, 정원에서의 식사. 이상적인 삶이란 말이다.


정지돈이 궁금해서 읽기 시작한 책이면서 산책에 대해, 플라뇌르라는 자기 인식자로 사는 삶에 대해, 대의가 아닌 대의들 사이의 틈새를 볼 수 있는 자의 자유에 대해 알고 간다.

정지돈 작가, 땡큐! 건필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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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12-31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지돈 작가의 글은 여러 작가의 작품이 실려 있는 수상 작품집으로 읽었어요.
올해 올리시는 마지막 글이 되겠군요.
새해에도 건필하십시오.^^

hnine 2023-12-31 14:46   좋아요 1 | URL
데뷔작부터 상을 여럿 받았더라고요.
페크님, 올해도 감사했습니다.
새해에도 변함없이 저의 좋은 서재 친구로 있어주세요.
 
공부의 위로 - 글 쓰는 사람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곽아람 지음 / 민음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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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아람 조선일보 기자가 대학 졸업한지 이십여년 지난 후 대학교 4년 동안 들었던 수업들을 되돌아보며, 현재의 글쓰는 직업을 이어오는 이십 년 동안 어떤 힘이 되어주고 있는지 되돌아본 책이다.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 4년 내내 모범생, 우등생으로서 장학금을 받으며 다녔고 과 수석 졸업을 했다. 학교 밖 경험과 지식 역시 중요한, 기자라는 직업을 이어오면서 학교 다닐때 그런 이력은 자부심이기도 하면서 단점이 되지 않을까 회의적이기도 했다. 소위 우물한 개구리, '너드'의 범주에 갖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직장 생활 역시 모범생처럼 해가고 있는 자신을 볼때 이것이 과연 나의 직업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생각해보았다고 한다.

이 책은 모범생에 대한 변명이자 '그 많던 모범생들은 어디로 갔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며, 평생을 모범생으로 살아온 사람의 힘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7)

법학을 전공하기를 바라는 부친의 소망을 등지고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라고 생각해서 들어간 고고미술사학과에서 고고학 보다는 미술사학에 더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거기서 안주하지 않고 대학 4년 동안 다른 과를 넘나들며 다양한 외국어, 인문과학 관련 수업을 찾아 열심히 들었다. 유명한 수업은 청강까지 서슴지 않으며 들은 수업 목록들을 보면 다음과 같다.

1학년: 미술사 입문, 고고학 입문, 불어, 프랑스 산문 강독, 한문, 동양미술사 입문

2학년: 영시의 이해, 인도미술사, 서양미술사 입문, 중국어, 영미단편소설 강독, 서양문명의 역사, 르네상스와 바로크 미술, 민법총칙, 법학개론

3학년: 독일 명작의 이해, 일본미술사, 종교학 개론

4학년: 동양 및 한국 도자사, 심리학 개론, 라틴어, 19세기 미소설

자연계열이었던 나 같은 사람에게 4년 동안 배우는 과목들이 너무나 다름을 새삼 알겠다. 그래서 1,2 학년때 교양과목이라는 것이 개설되어 있는가보다. 

그 과목을 어떻게 듣게 되었는지 (주로 선배들의 권유가 많았다), 그 과목을 어떻게 열심히 공부했는지, 지나고 보니 지금의 직업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그때 맺은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기도 하고, 그때 강의를 해주신 분들을 직장에서 인터뷰나 글을 청탁하기 위해 다시 뵙기도 한다고 한다. 직접 교수님의 이름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읽어보면 종교학 개론이나 독일 명작의 이해 같은 수업처럼 누구의 강의구나 짐작이 가는 것도 있었다.


이런 구성으로 에세이를 한권 낸다는 아이디어가 참신하다. 내용도 그 취지에 맞게 적절하게 채워져 있다. 이 책 역시 참 적절하게 모범생다운 책 같은 느낌이라면 저자는 만족할까 서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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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12-27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드란 말이 있군요. 전 처음 듣네요. ㅋ 근데 별이 세개네요. 약간 별로 였나봅니다.

hnine 2023-12-27 13:48   좋아요 1 | URL
‘nerd‘ 라고, 우리말로는 어떻게 옮겨야할지 몰라서요. 모범생, 샌님?
요즘 제가 별점에 좀 진지해져서, 특별히 좋고 싫지 않고 평작 수준이다 하면 별 세개 줍니다. 별로였다는 뜻은 아니고요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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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룰루 밀러가 일곱살 무렵 일이다. 가족과 함께 간 여름 휴가지에서 아버지와 습지에 나가 아버지가 하는 일을 지켜보던 룰루 밀러는 저런 일은 대체 뭐하러 할까 생각하며 아버지에게 묻는다.

"인생의 의미가 뭐예요?"

어린 딸의 갑작스런 질문에 아버지는 잠시 아무 말 않고 있다가 씩 웃으며 말한다.

"의미는 없어!"

이어서 아버지는 말한다. 의미는 없고 신적인 존재도 없고 내세도 운명도 어떤 계획도 없다, 인간 자신이 의미가 없다는 감정이 무시무시해서 그 감정에 맞서 자신을 달래기 위해 상상해낸 것 뿐이다, 혼돈만이 우리를 지배할 뿐이다 라고. 광대한 우주에 비하면 한 사람의 존재는 아무것도 아니고 사람이 개미보다 더 의미있는 것도 아니며 넌 중요하지 않다, 그러니 너 좋은대로 살라고 까지. 일곱살 딸에게 생화학자 아버지는 한치의 거짓이나 포장없이 당시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구대로 대답해주었고 딸은 성인이 되어서까지 아버지의 그 말을 기억하고 되돌이켜 생각해보곤 했다.

저자가 20대 초반 과학 기자로 막 발돋움 하던 시기에 데이비드 스타 조던 (David Starr Jordan, 1851~1931) 이라는 어류학자를 알게 되었고 어릴 때 아버지가 말했던 그 혼돈에 반격하는 이야기를 이 사람이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초대 스탠포드 대학 총장을 지내기도 한 데이비드는 인간적으로 여러 번의 좌절과 실패를 아무렇지도 않게 극복하고 꿋꿋하게 다시 질서를 되찾아가는데 노력하며 평생을 보냈다는 것, 그리고 혼돈이 아니라 질서, 계획된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그 질서가 자연에는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 사람이다.

룰루 밀러가 데이비드 스타 조던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그가 남긴 책들과 자료를 찾아 읽고 그가 연구하던 장소들을 방문해보며 조사를 해오던 중, 룰루 밀러가 그동안 오래 사귀어오던 애인으로부터 절교를 당하는 일을 당했고 한동안 개인적으로 깊은 슬럼트에 빠지게 된다. 그 좌절과 무기력에서 헤쳐 나오기 위한 방법으로서, 그것을 오히려 동기 삼아 망해버린 사명을 몇번씩이나 극복하고 자기 길을 나아간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전기 속에서 돌파구를 찾아보기로 결심하기에 이른다. 

과학을 하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소신은 변함이 없었고 대쪽 같았다. 비과학이라고 믿는 것들을 받아들이는 경향을 단호히 배척하고 공격하였다. 그는 "진실이 아니라는 걸 우리가 분명히 알고 있는데도 굳이 믿으려고 하는 것"은 사회 몰락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죽을 때까지 자기 신념대로만 일생을 산 사람이었다.

룰룰 밀러가 알고 싶은 것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모든 게 사라지고 부서지고 희망이라곤 없는 최악의 날에 조차 어떻게 자신을 일으켜 세우고 밖으로 나가게 한 것일까? (126)

인간과 자연의 힘을 믿어, 약을 먹는 것도 반대했다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약은 신경계가 거짓말을 하도록 강요하기 때문이라고 할 정도로 자연의 질서와 힘이 절대적이라고 믿었다.

동식물의 정확한 분류를 위해 수집을 하고 비교를 하고 표본을 만들어 보존하는 것이 분류의 가장 기본적인 연구 방법이던 시대에 데이비드는 그 원칙에 입각한 어류 분류의 대가였다. 진화학이 등장하고 수리분류학, 분기학과 같은 선진적이고 어떻게 보면 파격적이기 까지 한 분류 방법이 도입되어 생물의 분류 방법에 큰 전환이 이루어지고, 그때까지 알려져 온 분류 방식에 혁명과 같은 공격이 될 수도 있는 학자들의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데이비드는 믿으려하지 않았다.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은 위와 아래가 있고 열등한것과 진보된 것이 있는 사다리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자연을 구성하고 있는 질서이고 이 질서를 밝혀내는 것이 분류학이 할 일이라는 것. 나아가 사회적으로 우생학을 옹호하고 그에 따른 잘못된 처치 (열등하다고 믿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도태되어야 한다는)에도 반대하지 않았다.

룰루 밀러는 의문을 갖는다.

데이비드는 왜 그걸 보지 못한 걸까? 사다리에 대한 그의 믿음을 반증하는 증거들이 이렇게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식물과 동물이 배열되는 방식에 관한 이 자의적인 믿음을 왜 그토록 보호하려 한 걸까? 그 믿음에 도전이 제기되면 왜 더욱 강하게 그 믿음을 고수하고 폭력적인 조치를 합리화하는 데 그 믿음을 사용했을까? (206)

데이비드에겐 그 믿음이 진실보다 더 중요한 무언가를 주었기 때문이라고 추정한다. 

그것은 바로 혼돈이었을 것이라고.

데이비드에게 그것은 지독히도 방향 감각을 앗아가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혼돈이었을 것이다.

내가 어려서부터 똑바로 바라보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써왔던 바로 그 세계관이었을 것이다. 아무런 목적도 의미도 없이, 개미들과 별들과 함께 세상의 가장자리에서 떨어져 내리는 느낌. 소용돌이치는 혼돈의 내부에서 바라본, 차마 마주 볼 수 없을 만큼 눈부시고 가차 없고 뚜렷한 진실. 너는 중요하지 않아라는 진실을 흘낏 엿본 바로 그 느낌일 것이다. (207)

자기가 믿는 것을 뒤집기란, 쌓이는 과학적 증거 앞에서도 어려울만큼 포기할 수 없는 것이었다.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과학을 거부하고자 했다.

책의 후반부로 가면 실화임에도 소설 속의 반전 못지 않은 충격이 드러난다. 그것을 알게 된 룰루 밀러 만큼이나 읽는 나도 충격적이었다. 이 책은 이런 내용이고 이렇게 결말이 지어지겠지 하고 읽어가던 생각이 뒤집어졌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에서 저자 캐럴이 어류라는 이름은 최근의 분기학적 연구 결과로 볼때 잘못된 계통분류에 의해 잘못 붙여진 이름이라는 걸 인정해야할 시점의 충격만큼은 아닐지 모르지만, 룰루 밀러가 어류분류학의 거장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과학자에 대해 알게 되고 마지막에 이른 곳은 막다른 골목이나 다름없었다. 그의 인생과 학문적 업적에서 답을 찾으려던 룰루 밀러는 이제 더 큰 문제를 안게 되었다.

우생학의 잘못된 믿음의 사회적 국가적 조치의 희생으로부터 간신히 살아남아 눈에 띄지 않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직접 찾아가 인터뷰하며 물어본다.

"어떻게 계속 살아가시는 거예요?"

다시 의미를 묻는 질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일곱살때 아버지에게 물었듯이.

그것은 어떤 면에서는 내가 평생에 걸쳐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물어왔던 질문이다. 그것은 내가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인생에 관해 조사하며 여러 해를 보낸 이유였으며,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던졌던 바로 그 질문이며...(223)

그리고 그들의 단순하고 천진한 대답으로부터 발견한다. 아무 의미도 없는 것들끼리의 관계 맺음, 그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의 일상들을. 서로서로 가라앉지 않도록 띄워주는 이 사람들의 작은 그물망, 밖에서 보는 사람들에게는 대단치 않은 것일지 모르는 그 그물망이 그들에겐 모든 것일 수 있고 그들을 지구라는 이 행성에 단단히 붙잡아두는 힘 자체일 수도 있음을.

<자연에 이름붙이기>에서 캐럴이 움벨트의 의미를 다시 붙잡고 싶어하던 이유와 상통한다고 본다. 과학은 과학으로서 진실이지만 또한편 과학 너머의 세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그 가치를 외면하지 않는 것. 독선적이지 않는 것. 다른 세계에 대한 포용력. 다른 관점에 대한 인정. 내가 믿고 있는 것이 유일하고 불변의 진실이라고 보지 않는 것.

이것이 바로 다윈이 독자들에게 그토록 열심히 인식시키고자 애썼던 관점이다. 자연에서 생물의 지위를 매기는 단 하나의 방법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하나의 계층구조에 매달리는 것은 더 큰 그림을, 자연의, "생명의 전체 조직"의 복잡다단한 진실을 놓치는 일이다. 좋은 과학이 할 일은 우리가 자연에 편리하게 그어놓은 선들 너머를 보려고 노력하는 것, 당신이 응시하는 모든 생물에게는 당신이 결코 이해하지 못할 복잡성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227)

우리가 어떤 생물의 이름을 붙여줄때 그 생물은 인간과 특별한 관계를 형성하게 되고, 이렇게 형성된 관계는 인간의 의식속에 오랫동안 자리잡아 선입견이 되고 편견이 될 수도 있다. 직관이 가려버린 사실들을 보지 못하게 할 수 있다.

우리가 어류라고 부를때, 비늘이라는 외피를 먼저 떠올리지만 폐어 같은 것은 폐와 유사한 기관을 갖고 있어 호흡을 하여 이 폐어와 연어 사이의 관계보다 폐어와 인간 사이가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폐어 같은 것은 다른 아가미호흡하는 어류와 같이 분류되면 안되는 것이다. 또한 어떤 특징들은 진화적으로, 분류학적으로, 다른 특징들보다 더 유용하고 그것이 분류에 반영되어야 한다.

인간은 은연중에 데이비드가 말한 우열의 사다리를 자키기 위해, 인간을 사다리의 정상 자리에 유지하기 위해 우리와 다른 동물들 사이의 유사성을 실제보다 과소평가하고 있다. 어류라는 말은 어류 속의 복잡성을 감추기 위해, 계속 속 편히 살기 위해, 우리가 실제보다 그들과 훨씬 더 멀다고 느끼기 위해 사용하는 단어다. (251)


이 책은 전기인가, 과학 전문 에세이인가, 일반 에세이인가. 모두를 아우르고 있다고 볼수 있고 하나의 주제에서 이렇게 포괄적인 의미를 보여주는 저자의 끈기있는 연구와 조사, 열린 마음의 자세를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대단한 책,

올해가 며칠 안남았지만 얼마전에 읽은 <자연에 이름붙이기>와 더불어 이 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올해 내가 읽은 최고의 책으로 꼽고 싶다.



책 관련 동영상을 찾아보다가 아래 자료를 찾았다. 저자인 룰루 밀러와 일곱살 그녀에게 모든 것은 의미없다고 말한 생화학자 아버지가 함께 참여한 웨비나이다.


https://youtu.be/ixe1--0yG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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