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 - 지옥.연옥.천국 귀스타브 도레 삽화 수록본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귀스타브 도레 그림, 김운찬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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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 읽었긴 하다. 애초에 천 페이지 넘는 책이라고 해서 부담이 갔던 것은 아니다. 전쟁과 평화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같은 책들은 분권되어 그렇지 전체 분량으로 치자면 이보다 분량이 더 무지막지 하지 않은가. 그리고 열린책들의 신곡도 처음엔 분권으로 나왔다가 개역판이 나오면서 이 육중한 파란책 한권으로 나온 것이다.

신곡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졌던 것은 그 내용이 어렵게 쓰여있어서 한 페이지 넘어가는데 오래 걸리는 그런 책이었기 때문도 아니었다. 그것으로 치자면 나에게는 차라리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경우 더 했다. 

그럼 왜 신곡을 이제서야 읽게 되었을까. 아마 알라딘에서 같이 읽어봅시다 분위기가 아니었다면 더 늦어졌을지도 모르겠다. 시의 형태로 쓰여져 있어 오히려 읽기에 어렵지 않고 문장이 아름답기조차 하다. 

신곡 읽기에 넘어야 할 진짜 벽이라면 바로 역사적인 배경 상식이었다. 이탈리아라는 남의 나라의 정치, 역사, 문화에 대한 배경 지식을 웬만큼 갖고 있지 않은 한 아마도 신곡의 본문 보다는 주석 읽는데 더 시간을 들였을 독자가 나 뿐 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같은 이름 아래 1세 2세 3세 등으로 달라지는 황제, 교황의 이름들, 이탈리아가 이탈리아 라는 하나의 나라로 통일되기 전 수십개 나라로 존재하던 시절부터의 역사와 정치, 그리스 로마 신화는 기본, 기독교 성경의 내용 등, 이 책에 인용된 배경 지식은 방대하였다. 주석 아니라면 아예 글자 읽기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이 단테 알리기에리 한 사람이 쓴 것이라니 그의 방대한 독서양과 지식의 깊이에 놀랄 따름이다. 그것도 30대에 이 책을 쓸 생각을 하였고 완결하였다니. 아마 그가 순탄한 일생을 보내었어도 이런 대작이 나올 수 있었을까. 피렌체에서 영구 추방령이 내려져 다시 돌아올 시에는 화형에 처한다는 선고를 받았고 그렇게 떠돌이 생활이 시작되어 끝내 고국 피렌체로 돌아오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대신 그는 이런 대작을 남겼다.


2. 지난 주에 모 대학 박물관 대학에서 '서양 중세 세계지도의 그림기호 읽기'라는 주제의 강의를 듣다가 알게 되었다, 13세기에서 14세기로 넘어가는 시점에 영국에서 만들어진 세계지도인 헤리퍼드 마파문디 (Hereford Mappa Mundi)를 보면, 지금의 지도 같은 지형적 정보를 주는 지도가 아니라 중세 세계관의 집합체가 그려진 '이념형 지도'였다. 여길 보면 이승 세계뿐 아니라 저승 세계까지 그려져 있고 신과 인간, 동물의 그림을 통해 죽음 이후의 심판과 구원이라는 주제의 이야기까지 담고 있다. 당시 신곡을 읽고 있던 나로서 이 대목에서 어찌 신곡을 떠올리지 않을 수 있으랴. 강의 끝나고 질문을 해야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곧이서 단테의 신곡 이야기가 나왔다. 단테가 신곡을 쓸 무렵 (1308-1321) 중세에는 저승여행담이 유행하는 시기였다고. 

이날 강의에서 헤리퍼드 마파문디라는 지도 한장을 가지고 그 위에 빽빽하게 그려진 그림을 보고 해석하며 그것들이 의미하는 성경, 중세 역사,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신, 천국과 지옥에 대한 상상도에 대한 설명을 듣느라 2시간이 모자랄 정도였다. 

저승 세계를 그림으로 나타낼 수 있게 상상하여 나타낸 것은 단테만이 한 일은 아니었다.


3. 단테의 신곡이 다른 여러 작품을 제치고 더 위대한 걸작으로 평가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저승 세계를 상상하고 실제 다녀오는 인물을 등장시키는 소설은 여럿 있다. 저승 세계에 대해 글로써 뿐 아니라 구체적인 그림으로 자세히 그려진 바 있다는 것은 위의 마파문디를 보며 알았다. 단테의 신곡이 더 독보적인 가치로 받아들여지는 근거는 무엇일까. 


 (1) 지옥이나 천국, 하나만 쓰지 않고 지옥, 연옥, 천국이라는 단계적이고 조직적인 질서를 부여하여 망라하였다.


 (2) 단테가 살았던 시대를 살고 있거나 살았던 실제 인물들을 대거 등장시켜 그들의 잘, 잘못을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왜 죄가 되는지 설명하였다. 여기에는 단테의 개인적 경험이 반영되어 있다. 자기 고뇌와 희망, 시대적 상황을 신곡이라는 작품 속에 원없이 녹여내었다.


 (3) 처음부터 끝까지 시의 형태로 규칙적인 형식을 유지하고 있다. 지옥 (1+33편), 연옥 (33편), 천국 (33편). 이렇게 100편으로 완성체를 이룬다.


 (4) 이 당시 학문과 문학의 언어였던 라틴어가 아닌 자기 고향 피렌체의 언어로 썼다. 이것은 아마 서울 표준어가 아닌, 경상도나 전라도, 충청도 사투리 그대로 작품을 쓴 것에 비유할까.


 (5) 중세에서 르네상스로 넘어가는 시기에 완성되어, 이후에 오는 여러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6) 신, 인간, 어느 한쪽에 편중되지 않고 초월적 존재인 신과 한계를 가진 인간의 영혼이 구원을 통해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메시지를 담았다. 즉, 철학과 종교, 문학을 결합하어 탄생시킨 작품이다.


4. 마지막으로, 단테 자신이 이 책에 붙인 제목은 Commedia (희극) 이다. 책 뒤의 해설을 보니, 라틴어로 쓰인 아리스토텔레스의 비극이 고상한 문체로 쓰여진 최고의 문학장르라고 생각한 반면 단테는 피렌체 민중의 언어인 속어로 썼고 저승 여행이라는 세속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Commedia라는 제목을 붙였다고 되어 있는데, 나중에 결국 보카치오가 Commedia 앞에 거룩하다라는 형용사를 붙여 거룩한 희극, 즉 La Divina Commedia 가 된 것이다. 여기에는 인간의 영혼은 신과의 관계에 의해 정화되고 구원될 수 있다는, 행복 가능한 결말에 대한 의지를 담았다는 의의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세계적으로 평생 단테의 신곡만 연구하는 학자, 단테 학회, 영화, 문학, 그림 등이 가능한 이유가 충분히 이해되고 남는다. 



(TMI) 신곡을 읽는 동안 생긴 버릇: 어디서 서양의 역사적 인물 이름을 보게 되면, 

'가만, 그 사람이 죽은 후에 지옥, 연옥, 천국 중 어디에 갔더라?' (당연히 단테의 신곡 속에서의 이야기이다.) 하면서 생각이 안나면 신곡 책을 막 뒤져보고 확인해본다. 웃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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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12-02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완독하셨군요! 저도 주석을 그냥 넘기면 내용 파악을 못할 것 같아 주석도 읽고 있습니다. 아직 지옥에 멈춰 있지만요. 저는 신곡 읽기 전에 나인 님의 이 글을 보게 되어 좋아요! 제 읽기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hnine 2024-12-02 20:34   좋아요 0 | URL
29일 걸려 읽었네요. 주석을 읽어도 이해안되는 부분도 있던걸요.
다락방님 천천히 읽으세요. 다 이해했다고는 못해도 읽고나니 생각보다 더 신곡이 여기 저기 많이 인용되는 것이 느껴지더라고요. 위대한 고전은 그 시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이렇게 후대까지 막대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fact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거 읽느라고 미뤄두었던 책을 이제 맘 놓고 읽어야겠어요.

페넬로페 2024-12-02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역사적 인물이 아니라
저의 행동을 평가할 때,
앗, 이러면 지옥인데, 연옥인데,
이러고 있어요
아무래도 천국은 영~~
완독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hnine 2024-12-02 20:39   좋아요 1 | URL
어머, 페넬로페님은 자아비판을... 그러지 마세요 ^^
죽어서는 모르겠고, 하루 동안에도 천국과 지옥을 경험하는 날도 있고 그렇잖아요.

주석 일일이 읽는 것이 좀 시간 걸려서 그렇지 신곡 읽기가 그렇게 어렵거나 지루하진 않아서 다행이었어요. 전체를 다시 읽을 일이 있을진 몰라도, 적어도 책을 펼쳐드는 일은 자주 있을 것 같아요. 누가 어디 갔나 확인하느라고요 ㅋㅋ

다락방 2024-12-02 21:17   좋아요 1 | URL
하하하하 이것도 재미있네요. 이러면 지옥인데, 이러면 연옥인데 ㅋㅋㅋㅋㅋ

페넬로페 2024-12-02 21:26   좋아요 1 | URL
저절로 그런 생각이 ㅋㅋㅋ

페크pek0501 2024-12-05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독을 축하합니다. 저도 엄두를 내지 못할 책이네요.ㅋㅋ

hnine 2024-12-05 19:09   좋아요 0 | URL
페크님, 절대 절대 엄두 못낼 책 아닙니다. 생각보다 읽을 만 하거든요. 주석 읽는게 귀찮을 뿐이어요. 언제 시간 나실때 시작해보세요. 저도 알라딘에서 바람 잡아주지 않았다면 섣불리 읽을 생각 안했을텐데, 이번 기회에 어쨌든 다 읽어서 후련합니다. 어서 읽고 다른 책 읽고 싶어서 꾹 참았다가 읽은게 위의 <너무 시끄러운 고독> 하고 <대놓고 다정하지 않지만> 이랍니다.
 







































연옥편을 마치고 천국편을 읽고 있다.

연옥부터는 지옥과 분위기도 많이 다르다.

벌의 종류와 벌 받고 있는 고통스런 모습이 구체적으로 그려져있던 지옥편에 비해 연옥과 천국은 훨씬 부드럽고 설명적이라고 해야할까.

지옥에서는 죄인들이 주로 등장한 반면 연옥에서는 시인, 음악가, 조각가 등의 예술가들이 많이 등장한다. 

지옥을 둘러보는데 만 하루를 보낸 단테가 연옥에서는 베르길리우스와 함께 사흘 낮 사흘 밤을 보내는 것도 다른 점이다.

연옥 입구에서 단테는 이마에 일곱개의 P자를 새기고 출발, 일곱 둘레로 이루어진 연옥을 차례로 둘러보며 P자를 하나씩 지워나간다. 여기서 P는 '죄'를 뜻하는 'peccatto'의 첫 자이다.

연옥의 일곱 둘레는 맨 아래부터 교만, 질투, 분노, 나태, 탐욕, 탐식, 색욕의 둘레이고 맨 윗층은 지상낙원으로 되어 있다. 즉 죄를 다 씻은 영혼이 도달하는 곳이다. 지상낙원에서 단테는 그리폰을 만나고 (그리폰은 그리스도를 상징), 하늘에서 수레를 타고 내려온 베아트리체를 만나게 된다. 이제부터 천국으로의 길잡이는 베르길리우스가 아닌 베아트리체가 된다. 


뒤의 천국편에서도 단테가 머무른 시간은 만 하루. 연옥에서만 사흘을 머물렀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죄를 깨닫고 반성하여 구원의 기회를 부여하는 곳이 연옥인 것을 생각해보면, 영혼이 영구히 속할 곳이 이미 정해진 지옥이나 천국과는 다른 것이 이해가 된다. 


연옥의 모습을 요약해서 설명해주는 곳이 연옥편 제4곡중에 나온다.



그러자 그분은 말하셨다. "이 산은,

아래의 시작 부분은 아주 험하지만

위로 오를수록 덜 험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위로 오르기가 한결 가벼워져

마치 배를 타고 물결을 따라가듯이

이 산이 아주 기분 좋게 느껴질때면,


너는 이 길의 끝에 도달할 것이고

그곳에 고달픔의 휴식이 기다리니,

더 말하지 않겠지만 그것은 사실이다."



연옥편에는 단테의 환상이나 꿈이 자주 등장하는데, 분노의 셋째 둘레에 올라서서는 분노와 반대로 온화함과 자비에 관한 환상을 본다.



"오, 페이시스트라토스여, 우리 딸을

껴안은 저 대담한 팔을 처벌하시오."

그러자 왕은 너그럽고도 온화하게


평온한 얼굴로 대답하는 듯하였다.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을 처벌한다면, 

우리를 싫어하는 사람은 어떻게 할까?"       

                                 


제18곡에는 베르길리우스가 단테에게 자유의지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 나온다.



밀랍이 아무리 좋아도

모든 봉인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여기서 나는 단지 이성이 

보는 것만 너에게 말해 줄 수 있고, 그 너머는

신앙의 작용이니 베아트리체를 기다려라.



'이성'으로 설명이 안되는 것은 '신앙'의 몫이라는 뜻일 것이고, 신앙의 몫은 베르길리우스가 아닌 베아트리체가 해줄 것임을 예시한다.



너희들 안에서 붙타는 모든

사랑이 비록 필연으로 발생하더라도

너희에게는 그것을 억제할 능력이 있다.


그런 고귀함을 가리켜 베아트리체는

자유 의지라 부르니, 만약 그것에 대해

너에게 말하거든 마음 속에 잘 간직하라.



꿈에 그리던 베아트리체가 나타나는 장면이 연옥편의 끝부분 30곡에 나온다. 어떤 모습으로 나타났고 단테의 느낌은 어떠했을까?



다시 떨어지는 꽃들의 구름 속에서


하얀 베일에 올리브 가지를 두르고

초록색 웃옷 아래에 생생한 불꽃색의

옷을 입은 여인이 내 앞에 나타났다.


미처 눈으로 알아보기도 전에

그녀에게서 나오는 신비로운 힘으로

오래된 사랑의 거대한 능력을 느꼈다.


내가 어린 시절을 벗어나기도 전에

이미 나를 꿰뚫었던 그 강렬한 힘이

나의 눈을 뒤흔들자마자, 곧바로 나는


마치 어린애가 무섭거나 슬플 때면

자기 엄마에게 달려가는 것처럼

믿음직한 왼쪽으로 내 몸을 돌렸고,



신곡을 처음 읽던 날, 지옥편 제1곡 첫 페이지와 지옥의 문에 써있던 글귀 다음으로 심쿵하는 대목을 오늘 '천국편'을 읽으면서 만났다. 과녁을 향하는 화살의 비유 부분인데, 이것은 천국편을 마저 다 읽고 쓰기로 하자.


천국편의 도입부부터 단테는 경고한다.

하늘나라에서는 인간의 이성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가능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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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4-11-23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옥도 연옥도 인간의 이성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가득한 곳 같아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hnine 2024-11-23 18:42   좋아요 1 | URL
아직 완독하기 전에 쓰는 이런 글은 조심스럽기도 하고 자신없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오늘은 지옥도 천국도 아닌 연옥이 지금 우리가 사는 이승의 삶과 닮았다는 생각도 했지만 너무 넘겨짚는 것 같아서 좀 더 읽어보기로 했답니다. 아직 기회가 있다는 것, 영원히 머물 곳이 정해지기 전 오래 머물게 되는 곳이라는 생각에서요.

stella.K 2024-11-23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 h님 글씨 멋지네요.
사진도 지성미가 흐릅니다. 그런데 쓰레기통은 뭔가 심오한 느낌도. ㅋㅋ

그런데 프사의 강아지 예전에 봤던 그 강아지 맞나요?
느낌이 좀 다른 거 같기도하고.
요즘엔 쓸쓸해서 그런지 가끔 다롱이도 생각이나고
업동이 반려견 한마리 키우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 일부러는 못 기울 것 같고...
암튼 귀엽네요.^^

hnine 2024-11-23 22:57   좋아요 0 | URL
쓰레기통까지 보여드려 죄송합니다. 편집하기 귀찮아서 그냥 올렸어요.
프사의 강아지, 예전에 봤던 그 강아지 맞아요. 제 눈에는 여전히 예쁘지만 예전에 올렸던 사진 찍었을때보다 나이가 많이 들었지요. 주인과 함께 나이들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stella님, 다시 강아지 키워보세요. 웃을 일이 더 많아집니다 ^^
 
























'집'에 있어도 

'집'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For those who are looking for

'home' even if there is 'house'


시집을 펴자마자 보게 되는 이 문장과 비슷한 대목이 시 '멜버른에서 온 편지'에 나온다.


난 집에 있으면서도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해

왜냐면 여기가 내 집이 아니거든

근데 이젠 서울에도 내 집이 없어

우리 가족끼리도 다 뿔뿔이 흩어져 살잖아 웃기지?

이제 내가 가고 싶은 집은 없어 과거에 존재할 뿐이야.



집에 돌아가지 않기로 했다.

그곳이 볕이 아닌

빛이 드는 곳이라고 해도.


이런 시인의 말도 들어가 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스위트 홈에 대한 로망은 '행복'에 대한 염원만큼이나 추상적이고 일시적인 느낌일뿐, 그것이 살아가는 목표 자체가 될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집에 돌아가지 않기로 했다는 시인의 말은 집에 대한 로망을 내려놓겠다는 뜻이 아닐까. 난 그렇게 읽었다.



우리는 가만히 누워

티브이 속 다른 가족의 웃음소리에 귀 기울였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았다 


-'플라스틱 하우스' 중에서-


그래, 이것인지도 모르지. 이제 누가 행복에 대해서 물으면 이 싯구절을 인용해서 대답할까보다.

행복은 누군가와 티브이 속 다른 가족의 웃음소리에 귀기울이는 것, 그 시간이라고.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네 죄가 내 죄가 되는 그런 삶은 더는 싫어 


-'어쩌면 우리에게 더 멋진 일이 있을지도 몰라' 중에서-


네 죄가 내 죄가 되고, 내 기쁨이 네 기쁨이 되기도 하는, 그런게 가족이라고 옛날에 학교에서 그렇게 배웠던가?

아니다. 네 슬픔이 내 슬픔이라고는 했을지언정 네 죄가 내 죄가 되는 것이라고는 안 했었지.


이 시집은 다 읽고도 책꽂이로 자리잡아 가지 않고 아직까지 내 책상 손닿는 곳에 두고 자주 들춰보고 있는 책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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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4-11-21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읽고도 아직 책상 손닿는 곳에 두고 자주 들춰보고 있는 책˝
흠. 읽어봐야겠습니다.이것 참, 관심 솟는 걸요!

hnine 2024-11-21 20:12   좋아요 1 | URL
Falstaff님도 좋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살던 곳에서 떨궈져


지붕 위에 주저앉아버린


저들


이제 누구의 집도 아닌 집에서 


얼마동안


노란 영혼으로 


머물다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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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11-17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가을이네요. 또 얼마 안 있으면 저기에 눈이 소복히 쌓이겠죠?
올해도 아직 한 달하고도 2주가 남아 있는데 왠지 다 갔다는 느낌도 드네요.

hnine 2024-11-17 23:03   좋아요 0 | URL
조금만 차를 타고 나가도 저렇게 빈 집이 눈에 많이 띈답니다.
노란 은행잎들이 저렇게 덮고 있으니 덜 황량해보였어요.
stella님 말씀처럼 곧 눈이 오면 은행잎이 덮고 있던 저 자리를 대신해주겠네요.
어제 카페에 들어갔다가 처음 캐롤송을 들었는데, 저는 전혀 실감이 안나더라고요.

자목련 2024-11-18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지네요 👍
직접 마주하면 묘한 기분일 것 같기도 해요.

hnine 2024-11-18 19:42   좋아요 0 | URL
지나가면서 자주 보는 집인데, 사람 안 사는 집은 음산해보이고 쓸쓸해보여 그런 맘으로 쳐다보곤 했는데, 며칠 전 지붕 위에 덮인 은행잎때문에, 어둔 곳 불이라도 켠듯 환해보였어요.
사진 정리하다가 제 느낌을 남겨보고 싶었답니다.
지방엔 저렇게 빈 집들이 참 많아요.
 

 






























단테 이전에도 연옥의 개념은 존재했지만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이미지로 발전된 것은 단테 이후의 일이다.


1. 고대와 초기 기독교

고대 그리스-로마 세계에서는 죽은 자의 영혼이 정화 과정을 거친다는 개념이 있었다. 예를 들어 플라톤 철학에서는 영혼의 정화를 언급한다.

초기 기독교에서도 일부 교부들은 연옥과 유사한 사상을 제시했지만 이는 명확히 정리된 개념이 아니었다.


2. 교부 신학과 연옥 개념의 발전

4세기 이후 교부 아우구스티누스오리게네스 같은 신학자들이 죄의 정화 과정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은 연옥을 특정 장소로 보지 않았고 주로 죽음 이후 영혼이 하나님과의 교제를 준비하는 과정으로 여겼다.


3. 중세 신학

12세기경 교황 그레고리오 1세 (그레고리오 대제)는 연옥 개념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연옥을 죽은 자가 천국에 들어가기 전 정화되는 상태로 설명했다. 이는 중세 카톨릭 교회의 교리로 자리 잡게 된다.


4. 단테의 역할

단테 이전의 연옥은 비교적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개념이었으나 신곡에서 단테는 연옥을 구체적인 산의 형상으로 묘사하여 죄의 종류와 정화 과정을 체계적으로 나눴다. 이는 이후 연옥에 대한 대중적이고 시각적인 이미지를 확립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결론적으로 연옥의 개념은 단테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단테가 이를 상징적으로 구체화하며 이후 연옥에 대한 인식을 크게 변화시켰다.


 - 이상은 ChatGPT를 통해 조사한 내용을 정리한 것 -




이제 반을 넘어섰다.

연옥은 말 그대로 하면 '죄를 태워 없애는 곳'이라는 뜻.

반성하면 씻겨질 죄를 지은 영혼이 가는 곳이고, 구원의 기회를 바라는 사람들이 만든 새로운 사후세계라고 할 수 있다. 


지옥과 다른 연옥의 특징은, 지상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구조를 하고 있고, 지옥이 암흑의 공간이었던 것에 반해 빛이 존재하는 공간이며, 또한 환희의 노래가 들려오는 곳이다.


리스트가 작곡한 단테 소나타를 들으며 읽으면 어떨까 해서 들어보니 매우 격정적이고 드라마틱하여 독서용 배경음악으로는 넘치는 느낌. 오히려 모짜르트의 아마데우스 OST를 들으며 읽으니 친숙한 음악이기도 하고 단테 신곡의 느낌과 맞아들어가는 곡들이 많아 좋았다 (내 개인적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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