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할때 넣으려고 며칠 전 장에서 사온 얼룩이 강낭콩 (호랑이 강낭콩) 봉지를 열어보니 비닐 봉지 속에서 두 녀석이 벌써 싹을 티우고 있었다.

'기왕 싹을 티우고 있는데 한번 키워볼까?'


젖은 수건 위에 싹트기 시작한 콩 두개를 올려 놓고, 

비교를 위해 싹트지 않은 콩도 두개 골라 나란히 올려놓았다.


정말 하루 사이에 쑥쑥 크는게 보였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싹트지 않은 상태에서 키우기 시작한 콩도 싹을 티우고 자라기 시작했다.


'이제 흙으로 옮겨주어야겠지?'


빈 화분이 있어 흙을 담고 버팀대도 미리 마련해두고서

수건에서 콩을 옮기려고 들어올리는 순간,

콩의 잔뿌리들이 수건과 딱 붙어 안떨어지려고 하는 것이다.

그새 이 둘 사이에 관계가 형성되어 버린 것. 생존을 위해.


달리 방법이 없어 뿌리 일부는 잘라져 가며 분리시켜 흙으로 옮겨주는 수 밖에 없었다.










싹이 나있지 않은 상태에서 키우기 시작한 콩들도 많이 자라있었지만 지금은 흙에 묻혀서 안보인다. 









이쯤 되니

'아, 그 책!' 하고 생각나는 책이 있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책 중 하나.






리네아가 할아버지와 함께 강낭콩을 심어 키우는 페이지를 찾아서 다시 보았다.











'이 책 정말 잘 만들었단 말이야.'

콩들 끼리 올림픽 시합을 시켜보고 어떤 콩이 빨리 자라는지 보는 것도 재미있는데,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왜 일등과 꼴찌의 차이가 생겼는제 생각해보는 대목이다. 그런게 과학이 아닐까?





























이건 우리 집 한구석에서 다른 방식으로 자라고 있는 루꼴라이다.

전기를 꽂아주면 LED 조명이 14시간 간격으로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한다.






자란 것들을 뜯어서 먹어보았는데 사먹는 루꼴라와 맛의 차이가 없다.







지난 주 가까운 곳에서 수국 정원 축제가 있다기에 산책 삼아 다녀왔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축제 행사를 위해 대량 동원된 꽃에서는 큰 감동을 못느끼겠다.





한때 산책 삼아 자주 가던 연못인데 이맘때쯤 수련이 피지 않았을까 해서 가보았더니 역시, 하얀 수련이 피기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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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7-09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국이 원래 저렇게나 큼직, 탐스러운 꽃이군요!
상자에 담겨 배송되어 온 꽃으로만, 최근 만났더니 야생의 거대함을 잊을 뻔했어요

이렇게 활기 넘치는 초록 사진 많이 올려주셨는데
제눈에는 스캇 펫의 <거짓의 사람들>이 확들어오네요. 워낙 충격 받으며 읽었던지라^^

hnine 2023-07-10 02:59   좋아요 0 | URL
수국 꽃이 크고 탐스럽고, 색도 흰색에서 분홍, 파랑, 보라에 까지 다 예쁘지요.
얄라님, 저도 오래전에 읽었는데도 <거짓의 사람들> 충격이 지금도 기억나요. <그럼에도 아직고 가야할 길>도 내쳐 읽어야했어요.

다락방 2023-07-09 2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루꼴라는 저렇게 키워야 하는 식물인가요? 저도 어제 오후에 검은콩 네 알 수확했습니다. 더이상 할 수 없게 식물이 죽어버려서 다 뽑아버렸지만.. 저는 요즘 바질 크는 재미에 삽니다. 후훗.

hnine 2023-07-10 03:04   좋아요 0 | URL
루꼴라가 꼭 저렇게 키워야 하는 식물인건 아니고요, 요즘 저렇게 미니 실험실처럼 식물 키우는 키트를 팔더라고요. 루꼴라, 메리골드, 비타민 (식물이름) 등이 출시되어 나와있는 것 같은데, 저도 제가 직접 구입한 건 아니고 누가 키워보라고 주기에 시작해보았어요.
검은 콩 수확하셨군요 ^^ 바질 같은 허브를 외국에서는 아예 작은 화분째 구입해서 부엌 한켠에 두고 키워가면서 먹어가면서, 그러더라고요. 식물 일단 키우기 시작하면 아침이 눈 뜨면 하는 일 중 하나가 얼마나 자랐나 들여다보는 것이지요.

페크pek0501 2023-07-10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화초에 빠져 지내던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의 시간들을 떠올리게 되네요.
화초가 자라 작은 화분에서 큰 화분으로 옮겨 주곤 했고 좋은 흙을 사서 넣어 주곤 했어요.
그땐 그게 참 재밌더라고요. 길을 가다가도 화초만 보여 화초 가게가 보이면 꼭 들어가 보곤 했어요.
예쁘다 싶은 건 사오고 말이죠. 식물에 관한 책을 보고 공부도 했답니다. 신기한 게 많았어요.^^

hnine 2023-07-10 22:23   좋아요 1 | URL
페크님께 많이 배워야겠네요. 저희 친정 아버지께서 식물 키우는 걸 좋아하셔서 저 어려서부터 집에 늘 식물들이 많았는데 저는 관심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나이가 들어가니까 식물에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래도 잘 키우는 편은 못되서 죽이는게 많답니다.

icaru 2023-07-12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스트잇의 글씨 왤케 예쁜가요@@!
산책 삼아 갈 수 있는 곳에 저렇게 시원하고 소담한 수련이!!
좋은 곳에 사시네요~~

hnine 2023-07-12 18:01   좋아요 1 | URL
예쁜가요? (좋아서 짱구처럼 춤추고 있는거 보이시나요? ^^) 오래되서 포스트잇 색깔이 바랬네요.
집 근처에 작은 대학교가 하나 있어요. 그 학교 캠퍼스에 있는 연못이랍니다.
좀 있으면 수련이 더 많이 핀답니다.
 
적과 흑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5
스탕달 지음, 이동렬 옮김 / 민음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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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적과 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스탕달 자신은 한번도 언급한 적이 없다고 한다. 여러 의견들이 분분한 가운데 , 즉 붉은 색은 복장 색깔로서 군인계급을, 은 성직, 사제직을 상징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으로 수용되고 있는 의견이다. 스탕달이 이 작품을 쓸 당시 프랑스는 평민이 신분을 상승시켜 출세할 수 있는 두개의 주요 루트가 군인 계급과 성직이었다.


1783년 프랑스 그르노블에서 태어난 스탕달의 본명은 앙리 벨. 스탕달은 그의 필명이다. 어려서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어둡고 우울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문학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파리로 갔다가 우여 곡절 끝에 나폴레옹이 지휘하는 군대의 소위로 임관받고 이탈리아 원정에 참관한다. 나폴레옹이 몰락한 후 그의 지위도 소용없게 되었으나 이탈리아를 좋아했던 스탕달은 이탈리아 밀라노에 체류하며 크고 작은 관료직에 종사하며 경제 활동을 이어가기도 했으나 풍족하지는 못했다. 몇 명의 여성들과 연애 사건도 겪지만 실연과 정치적 이유로 밀라노를 떠나게 되고 프랑스로 돌아와 작품들을 출판한다. 적과 흑은 1830년 그의 나이 47세때 파리에서 발표한 작품이다. 


작품의 주인공은 프랑스 베리에르라는 소도시에서 목수일을 하는 아버지를 둔 아들 쥘리엥 소렐. 

변변치 않은 신분, 가족들과 원만치 않은 관계 등으로 쥘리엥은 구차한 상황을 탈피하여 출세해볼 목적으로 베리에르 시의 시장인 드 레날 집에 가정교사로 들어간다. 쥘리엥이 자기보다 어린 나이에도 박식해보이지만 넉넉치 못한 가정 형편인 것을 알게 되고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된 드 레날 시장 부인의 마음을 알게 된 쥘리엥은 곧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다른 가족들 몰래 만남을 갖는다. 매력적인 청년 쥘리엥에게 마음이 있던 이집 하녀 엘리자는 쥘리엥에게 프로포즈를 하지만 드 레날 부인과 좋아하는 쥘리엥은 하녀 엘리자의 청을 거절한다. 이에 대한 복수심으로 엘리자는 드 레날 부인과 쥘리엥과의 사이를 주위에 폭로하고 쥘리엥은 그 집에서 쫓겨나 브장송이라는 곳의 신학교에 들어가게 된다. 다행히 쥘리엥은 신학교에서 실력을 인정 받지만 수입을 좀 더 챙겨볼 요량으로 파리의 대귀족인 드 라 몰 후작의 비서로 일해주기로 하는데, 여기서 그는 또 드 라 몰 후작의 딸 마틸드와 눈이 맞는다. 드 레날 부인과 달리 거만하고 일상이 권태롭기만 했던 마틸드의 눈에 쥘리엥은 어딘가 달라보여 마음을 끌게 한다. 쥘리엥은 서슴없이 접근해오는 마틸드와 밀고 당기고를 반복하며 비밀스런 연애를 벌이다가 마틸드를 임신시키게 되고, 딸의 임신 소식을 알게 된 후작은 어쩔 수 없이 둘의 결혼을 허락하는데, 여기서 쥘리엥의 과거는 또 그의 발목을 잡는다. 결국 비극적인 결말로 치닫는데.


계급과 신분의 굴레가 팽배했던 사회에서, 출세가 인생의 목적이었던, 야심찼지만 동시에 심약하기도 했던 청년 쥘리엥과, 부르조아 신분의 여유가 넘쳐 권태 속 일상을 보내고 있던 마틸드는 그 당시 프랑스 사회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 소설이 배경이 되었던 사건이 있었는데 1827년의 일명 '베르테 사건'이다. 법정 신문에 상세하게 게재되기도 했던 이 사건은 베르테라는 청년이 가정 교사로 들어간 집의 부인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고 의심받게 되자 억울하다고 생각한 베르테는 앙심을 품어 살해를 시도하여 결국 사형 선고를 받아 처형된 사건이다. 이런 것을 보면 스탕달의 이 소설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이 단지 그가 지어낸 한 청년의 연애 사건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연애 소설이라고 보기엔 스토리가 너무 뻔하다. 상류 계급 여자와 하류 계급 출신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 애증과 복수가 얽혀 비극으로 마치는 얘기가 참신하다고 볼수는 없으니까. 작품 속 쥘리엥이 나폴레옹을 지지하는 입장을 나타내듯이 스탕달 자신이 실제로 나폴레옹 군대에 지원했던 경험이 있고, 수년간 이탈리아와 파리를 오가며 사회에 팽배해있는 신분과 계급의 격차, 출세의 장벽 등을 실감하며 고발하고 싶은 것들을 작품 속 인물들을 통해 그 나름의 폭로를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출세를 지향하는 쥘리엥의 처지 뿐 아니라 쥘리엥을 사랑했던 여자들이 속한 두 가문을 통해서, 사랑에 임하는 그 여자들의 심리 묘사를 통해서, 귀족 신분을 가진 사람들의 그 알맹이는 없고 허세와 권태만 있는 생활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순서를 다 기억못할 정도로 혁명에 혁명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던 프랑스 혁명 시대, 극과 극의 체제 변화를 겪으며 불안한 가운데 개인의 성공과 안위를 모색해야했던 시대상이 잘 찾아보면 보이는 것도 같다.


스탕달 하면 이 '적과 흑', 그리고 '파르마의 수도원'을 대표작으로 꼽는다.

파르마의 수도원이 마침 집에 있으니 다음 번 읽을 책으로 자연스럽게 정해진다.



  










- Rothko, Right red over blac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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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23-06-22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로스코의 그림을 보고 아! 적과 흑이지! ㅋㅋ
알은체를 하고 갑니다!!

뭇사람들에겐 읽지 않았지만 읽은 것만 같은 고전들을 묵묵히 읽어내시는 저력!! 존경스러워요!!

hnine 2023-06-22 23:51   좋아요 0 | URL
icaru님처럼 알아봐주시는 분이 계셔서 좋습니다 !
연관짓기 좋아하는게 제 취미라서 ^^
읽고 싶은 신간들도 많지만 고전 중에서 책을 골라들땐 ‘이 책 괜찮을까?‘ 갈등할 필요가 없어서 좋아요. 솔직히 적과 흑은 제게 책장이 빨리 넘어가는 책은 아니었지만 내친김에 스탕달의 대표작 양대산맥인 파르마의 수도원, 그것도 두권 짜리인데 읽기 시작한 것도 그런 이유이고요.
 
하루 10분 명문 낭독 영어 스피킹 100 - 조이스 박이 엄선한 삶의 문장들, 개정판
조이스 박 지음 / 로그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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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머리글에서 이 책의 용도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읽고 들은 다음 입을 열어 따라해보고 핵심 메시지를 영어문장으로 말해보는 구조를 매 꼭지마다 만들어 놓았습니다. 책의 구성은 그렇게 10분씩 눈으로 읽고 한 문장씩 듣고 따라하고 전체 문단을 듣고 따라하고 응용 메시지를 영어로 말해보는 4단계를 따라가면 됩니다."


처음 구입해서 일단 어떤 명문들이 올라와있나 쭉 훑어 보았다. 말 그대로 유명인사들이다. 대부분 미국의 작가, 정치가, 배우, 가수 등 들으면 알 만한 사람들이고 대학 졸업식에서의 연설문, 저서 중 일부 발췌문, 인터뷰 중 발췌문 등으로 되어 있다. 100개의 꼭지로 되어 있는데 한 꼭지가 1두세 페이지 정도로 되어 있어 10분 정도 분량이라는 말에 부합하게 그리 길지 않다. 

요즘은 책의 페이지 위에 큐알코드가 인쇄되어 있어 그 페이지의 내용을 바로 듣기 모드로 들어갈 수 있게 되어 있는 책들도 많은데 이 책은 그렇게 되어 있지는 않고 MP3음원을 들으라고 되어 있는데 youtube에서도 검색이 되어 나는 주로 youtube를 통해 들어보았다. 이 책은 믈론 오디오북으로도 판매되고 있으나 내가 구입한 것은 오직 종이책뿐이므로.


그렇게 착실하게 저자님 말씀하신대로 읽고 듣고 하면서 반 정도 왔을때 손에서 놓고 한참이 지났다. 다시 시작하려니 youtube 찾아 듣고 읽고 하자니 귀찮고 끝까지 보긴 봐야겠고 해서 말하기와 듣기 연습이라는 저자님의 말씀을 안듣고 따라쓰면서라도 끝까지 다 읽자고 방향을 전환해서 아무튼 끝까지 다 가긴 갔다.














저자의 의도대로 이용하진 못했으나 따라 써보는 동안 책의 내용을 더 확인하고 의미를 새길 수 있었다는 장점은 취득한 셈이다. 일부러 시간을 낸다기 보다는 짜투리 시간에, 다른 어떤 무거운 책 읽고 있던 도중 읽는데 집중이 잘 안될때, 잠시 이런 책 꺼내어 따라써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The most difficult thing is the decision to act, the rest is merely tenacity. The fears are paper tigers. You can do anything you deceide to do. You can act to change and control your life: and the procedure, the process is its own reward.


가장 어려운 일은 행동하겠다는 결정이다. 나머지는 그저 집요함일 뿐이다. 공포는 종이호랑이다. 하기로 결정한 일은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 삶을 바꾸고 통제하기 위해 행동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절차, 그 과정이 그 자체로 보상이 된다. 

아멜리아 에어하트 (Amelia Earhart)라는, 미국의 여성 파일럿이자 작가의 말이다. 


각 꼭지의 문장들이 그리 어려운 내용도 아니고 말대로 좋은 메시지를 지닌 내용들이 많으며 100개 구성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책도 그리 두껍지 않다. 부담없이 한번 보기에 적당할 것 같다.

문제는 이런 류의 책이 너무나 많다는 것. 그래도 나처럼 이렇게 구입해서 보는 사람이 여전히 있지 않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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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3-06-18 03: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hnine님, 핸드롸이팅이 정말 좋네요 ^^ 깜짝 놀랐어요!!

hnine 2023-06-18 04:24   좋아요 1 | URL
제 연식이 나오는데, 저 중학교 들어갈때는 영어 처음 배울때 인쇄체 대문자 소문자, 필기체 대문자 소문자, 이렇게 배우기 시작했답니다. 연습노트 같은 것도 팔았고요.
좋게 봐주셔서 고마워요 ^^

Jeremy 2023-07-22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cursive 예술!

hnine 2023-07-22 16:10   좋아요 0 | URL
심심하니까 별걸 다 해봅니다 ㅋㅋ
예술이라고까지 칭찬해주시니 감사해요. 사실 글자를 쓰고 있는지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모르는 느낌으로 페이지 채워나갈때 많답니다.
 
페데리코 라피넬리의 첫사랑 ink books 7
안톤 소야 지음, 옥사나 바투리나 그림, 허은 옮김 / 써네스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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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가 이렇다. "Правдивая история Федерико Рафинелли/Батурина, Оксана"

영어로 번역된 제목도 나와있지 않다. youtube에 올라와있는 영상이 있는데 자막 한줄 없고 그야말로 그림으로만 되어 있다.


--> https://youtu.be/pG2xsUTsxvY


국내 다른 도서 사이트를 찾아보아도 리뷰 올라와있는 곳이 없고 유일하게 여기 알라딘에 서곡님께서 올리신 리뷰만 있을 뿐이다. 호기심 잔뜩 안고 읽기 시작.


저자 안톤 소야는 1967년 러시아 레닌그라드 (지금의 상트페테르브르크) 태생으로, 원래 출판사에서 편집자와 작사가 일을 하다가 마흔 되던 해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선 아마 이 책이 처음 소개되는 안톤 소야의 소설이 아닐까 한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서커스단 부모 밑에서 태어난 열다섯살 소년 페데리코. 태어날때부터 넘어지는게 특기였다는 부모의 주장에 따라 서커스에서 주로 넘어지는 행동으로 관객들을 웃기고 있다. 

"세상에 우리 페데리코 만큼 재미있게 넘어질 줄 아는 사람은 없어요. 그 애는 서커스를 위해 태어났답니다." 

그의 부모는 자랑스럽게 말했고,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점점 더 새롭고 정교하게 넘어지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15쪽)

페테리코 자신은 넘어지는 것이 아프고 창피하고 화가 났지만 서커스단에서 자기의 존재를 유지하는 것은 오로지 그 일뿐이라 생각하며 참고 견딘다. 그러던 어느 날 모두가 그의 넘어지는 행동을 보고 웃고 즐거워할때 관객 중에 있던 한 소녀가 넘어진 페데리코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며 자기 이름을 소개하는 일이 일어난다. 한 쪽 눈에 검은 안대를 하고 있는 이 소녀는 마을에서 과일 장수를 하는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고 이상한 행색때문에 마녀라는 소문이 나있는 '나쟈'라는 소녀였다. 페데리코와 나쟈는 자기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또 들어주며 친해지게 되고 헤어지기 싫어진 페데리코는 나쟈를 자기 서커스단에 데리고 가서 소개시키고 싶어한다. 서커스단에 막상 가본 나쟈는 서커스단의 해괴하고 쌀쌀맞은 분위기에 질려서 바로 떠나기로 한다. 서운한 페데리코, 나쟈를 껴안고 말한다.

"네가 보고 싶을 거야, 나쟈! 벌써 보고 싶어지기 시작했어. 느껴지니?"

"우리는 이렇게 되고 말았구나, 페쟈. 미안해, 이렇게 바보 같이 되어버려서.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난 그런 서커스를 할 준비가 되지 않았어. 그건 정말로 미친 짓이야. 심지어 나에게조차도. "  (77쪽)

나쟈 역시 페데리코와 헤어지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페쟈의 커다란 빨간 코에 입을 맞춘다. 이 책의 표지 그림이 바로 이 장면이다. 그러자 페데리코 눈에서는 뜻하지 않게 눈물이 솟아 오르고 그들을 둘러싼 세상은 사라져버렸다. 끝없는 우주 속에서 두 명의 작은 사람이 서로 끌어안고 서 있을 뿐이었다. 헤어지기 싫어서.

그러다가 이들을 훼방놓으려던 불량배 롭을 상대하여 싸우게 되고, 난쟁이 괴물이라고 알려져 있는 룸펠슈틸츠헨(Rumpelstilzchen, 원래 독일 민화에 나오는 난쟁이)까지 만나게 되는데 괴물이라고 알려져 있는 이 난쟁이들과의 만남에서 페데리코와 나쟈는 오히려 새로운 반전의 기회를 찾는다. 이야기의 결말은 시작과 매우 다른 분위기로 맺게 된다.


동화, 민화, 전설 같은 이야기, 독특한 그림이 배경으로 뒷받침을 해주고 있고 괴물, 악당을 상대해가는 환상적인 모험의 과정등, 잘 알려진 작가 겸 영화 감독 팀 버튼을 연상한 것은 나뿐만은 아닐 것 같다. 


독특한 구성,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를 따라가며 여러 가지 메시지를 간추려본다.

1. 넘어지는 사람을 보고 즐거워 하는 대중들과 그것을 알면서 넘어지는 역할을 감수하는 사람이 있다. 서커스장은 다름 아닌 우리가 사는 세상을 닮았다.

2. 약하고 소외된 사람들끼리 마음을 열고 공포스런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으려면 서로에 대한 사랑과 닫힌 마음의 빗장을 여는 것이 필요하다.

3. 부모가 항상 최선의 사랑을 제공하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때로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가족보다 더 끈끈한 관계를 이룰 수도 있다. 


그림을 그린 옥사나 바투리나는 러시아의 일러스트레이터로서 2019년 이 작품으로 모스크바 국제 일러스트레이션 및 도서디자인 공모전인 Image of the book 에서 수상하였다.


갈수록 읽는 책의 분야가 제한적이고 중복적인데 이 책은 신선한 아웃라이어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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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06-05 17: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읽은 책이라 반가워서 들어와 보니 제가 언급되어 있네요 ㅎㅎ 감사합니다 리뷰 잘 읽었습니다 말씀대로 신선한 책이었습니다 네 저도 페이퍼에 적었어요 팀 버튼 생각난다고 ㅋㅋ

hnine 2023-06-05 22:46   좋아요 1 | URL
서곡님 덕분에 알게 된 책이라서 안그래도 감사드리고 싶었어요.
늘 읽는 책들만 읽게 되고 요즘은 새로 책 검색하는 것도 귀찮아 집에 있는 문학전집 중에서 한권씩 읽어나가고 있는데 모처럼 독특한 구성의 책을 읽게 되는 즐거움을 누렸습니다.

서곡 2023-06-05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답글 감사합니다 제 경우 도서관 신간으로 접한 책인데요 저는 이 책에 나온 룸펠슈틸츠헨에 꽂혀서 그림동화를 조금씩 생각날 때마다 읽고 있습니다 새로운 가지치기랄까요...안녕히 주무시기 바랍니다!
 







1985년은 내가 대학생이 된 해이다.

그해 겨울이었나, 이 영화 <아마데우스>가 국내에서 개봉되었고, 대학 입시 직전까지 내게 피아노 레슨을 해주시던 피아노 선생님께서 오랜만에 얼굴 한번 볼겸 이 영화를 같이 보자고 연락을 해오셨다.


모짜르트에 관한 전기 영화 쯤으로 생각했던 나는 이 영화가 시작된 순간부터 전율했고, 그 상태 그대로 긴 상영 시간 동안 딴 생각 한번 없이 몰입해서 보았다. 그리고, 이후로 오랫 동안 내 인생 질문이 된 물음을 품게 되었다. 살리에리가 아마데우스를 보며 하늘을 향해 신을 향해 퍼부었던 그 질문 때문이다.

"신은 어차피 몇 사람의 천재에게만 재능과 은총을 내려주었다. 나 같이 그 재능과 은총을 타고 나지 못한 사람은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내 정신과 영혼을 다 바친다해도, 절대 타고난 천재를 이길 수가 없다. 이렇게 불공평할 수가 있는가. 살아야 할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1년 전 나의 대학 입시는 나 자신은 물론이고 그동안 나에게 과도한 기대를 걸고 있었던 부모님에게 커다란 실망만 안겨 주었었다. 나는 마치 죄인이라도 된듯 의기소침해서 대학 생활을 시작했고 대학1년생이었던 그 당시 나는 아마데우스라는 영화에서, 살리에리의 그 고뇌가 직격탄이 된 셈이다.

나는 어차피 두뇌형은 아니고 노력형, 평범한 아이에 지나지 않음을 대학 입시 결과로서 만천하에 드러내었고, 

노력은 노력대로 했지만 결과가 잘 안나오는 애, 해도 잘 안되는 애였던 것이다.

앞길이 창창한 스무살이라는 나이에 나는 목표를 세우는 것도, 새로운 대학 생활을 즐기는 것도 다 싫었다. 머리 스타일도 고등학교때 그대로, 옷도 그대로, 학교 수업과 집 사이만 왔다 갔다 하며, 가만 가만 숨만 쉬며 살았다.


어차피 이 세상은 소수의 뛰어난 사람들에 의해 결정되고 움직이게 되어 있고, 나머지 평범한 사람들은 그저 들러리일뿐. 그냥 슬렁 슬렁 살아가나, 죽어라 노력해서 잠깐씩 만족감이나 얻는 맛에 살아가나, 무슨 차이일까. 무슨 의미일까.












이후로 살아가면서 뭔가 장벽에 부딪힐때마다 나는 그 질문을 떠올리며 자신을 깎아 내렸다. 즐거울 수 있는 일 앞에서도 즐겁지 않았다. '다 무슨 의미란 말인가' 하면서.


어디서도 답을 찾지 못한 채 시간은 흐르고, 그렇게 나이는 먹어가고.


그런데 최근에 어떤 천재 피아니스트의 연주 장면을 보다가 오랜만에 다시 그 질문을 떠올렸고, 한동안 내가 그 질문을 하지 않고 살고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나름 대로의 답을 찾았기 때문이다. 평범한 사람도, 타고난 천재가 아니라서 평생을 노력해도 닿을 수 없는 목표를 가지고 사는게 옳은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답을 찾았다기 보다 아마 내 나름대로 정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삶은, 목표에 도달했느냐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거기까지 가는 과정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라고. 

신이 계시다면 저 인간이 결과적으로 얼마나 대단한 업적을 이룬 삶을 살았는가, 목표까지 성공적으로 도달한 인생을 살았는가, 그것을 보는 것이 아닐 것이라고. 

꿈을 꾸고 좌절하고, 울고 웃고, 절망하고 다시 일어서고, 신을 원망하고 다시 뉘우치고, 그렇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그 모습을 대견해하시지 않을까. 인생의 의미는 도착점이 아니라 그 과정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정확히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나도 모른다. 그저 나이가 주고 간, 시간이 주고 간 가르침이 아니었을까.


사실, 저 시대 살리에리도 평범한 보통 인물은 아니었다. 모짜르트와 비교당해서 덜 인정을 받았을 뿐이지 아무나 성취할수 없는 음악의 수준에 있던 사람이었으니까.


당분간 나는 나의 답을 믿으며, 더 좋은 답을 찾게 될지도 모를 그 날을 향해, 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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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remy 2023-05-19 14: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 때 영화광이었던 제게도 몇 개의 특별한 영화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이 영화 <아마데우스> 와 Mozart 는
제 인생의 분수령이 되었답니다.

이 영화까지 극장에서 보고 나서 그 즈음 미국에 이민 왔는데
미국 오자마자 당연히 아무 것도 안 들리고 말도 못 하고, 정말 답답.
학교라고 가긴 갔는데 ESL1 에 짱 박혀있다가 그래도 얼마 안 되서
˝Proficiency in Reading & Writing Test˝ 를 치르며
Reading 은 그럭저럭 목숨 건질 수 있을 만큼은 풀 수 있었고
Writing은 시험의 Prompt 가 뭐였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그 당시 몇 번이나 되풀이해서 봤던 영화,
“Amadeus” 를 보고 나서 느낀 점과 Mozart 에 대해서
주어진 Prompt 에 끼워 맞춰서, 열심히 뭔가를 썼던 건 기억납니다.
아무리 “영어” 일지라도 일단 무슨 할 말이나 Idea 가 있으면,
˝시험˝ 보는 상황에선 어찌어찌 무엇이든 써지긴 하는 법이니까요.

이런저런 Grammatical errors 때문에
빨간 펜으로 피바다가 된 글이었지만
그래도 생각의 전개와 내용 자체는 괜찮았는지
학교 Counselor 가 칭찬(?) 비슷한 걸 하면서 (역시나 전혀, 안 들렸죠!)
갑자기 ESL Course 다 건너뛰고, 그냥 Regular 와 Honor 반을 섞은
Class Schedule 로 하루아침에 모든 게 다, 바뀌었거든요.

엄청 우울하고 자신감 바닥쳐서 학교가기 싫어서 죽을 것 같았고
저 혼자라도 한국으로 돌아가서 대학 준비해서 가겠다고
단식 투쟁하던 중이었는데 그래도 한국에서 받은 저의 교육이
헛된 것이 아니라는 믿음이 되돌아오면서
여전히 전혀 들리지 않았고 신경은 바짝 곤두서 있었지만
그래도 역시 ˝나는 할 수 있고, 또 잘 해낼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정말로 들었던 순간이었답니다.

그래서 이 영화 <아마데우스> 와 Mozart 는 제 사랑입니다.


hnine 2023-05-20 06:07   좋아요 2 | URL
jeremy님 인생의 분수령이 되었던 영화라고 하시니 저만큼이나 각별한 영화네요.
한국에서 막 보고 온 영화였고 여러번 되풀이해서 볼 만큼 의미있는 영화였으니 쓰신 작문이 문법적으로는 완벽하지 않다 하더라도 읽는 사람에게 그 절절한 진심이 전달되었을 거예요. 글이란 그렇게 말이 닿지 않는 곳 까지 갈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니까요. 그 일을 계기로 상황 역전, jeremy님에게 자신감과 더 버텨나갈 수 있는 계기를 주었으니 분수령 맞네요.
뭉클합니다.
저는 지금도 어디선가 amadeus의 requiem 나오면 저절로 ˝동작그만!˝이 된답니다.

stella.K 2023-05-19 1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아마데우스! 저도 이 영화 개봉관에서 본 기억이 납니다.
정말 시간 가는 줄 몰랐죠.
그땐 제가 이 나이까지 살 거라곤 꿈에도 몰랐습니다.ㅋㅋ
이날까지 잘 살았죠.
이 영화를 다시 못 봐서 좀 아쉽긴 합니다.
제가 보는 지니 TV에선 없는 것 같은데..ㅠ

hnine 2023-05-20 06:12   좋아요 1 | URL
이 영화는 아마 여러 사람에게 여러 방식으로 기억에 남는 영화가 될 것 같아요.
연상되는 것도 많고요. 특히 음악 영화들의 경우 그 영화 음악만 들어도 떠오르는게 줄줄이 이어질 때가 많잖아요.
그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를 떠올리니 오래 살긴 오래 살았네요. 앞으로도 계속 잘 잘아야죠.

페넬로페 2023-05-20 0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짜르트는 보통 인간이 다가가기에 너무 천재라는 생각이 들어요.
처음 이 영화 보면서는 살리에르가 맘에 들지 않았는데 좀 더 나이 들어서 다시 보았을때는 완전 살리에르를 이해하게 되었어요.
언제나 좋은 영화입니다^^

hnine 2023-05-20 06:19   좋아요 2 | URL
네 맞아요. 너무 천재 ^^
이 영화는 누구의 편에 더 집중하여 만들어졌을까, 그 생각도 많이 했어요. 영화 제목도 그렇고 처음엔 모짜르트가 주인공이겠지 생각했는데 자꾸 생각할 수록 오히려 살리에리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둘 다 평범한 사람들은 아니었지요. 그 시절 궁정음악장 자리에 오른다는 것은 아무나 될 수 없는 일이었고 많은 제자를 길러내기도 했고요. 그러니까 신을 향해 원망을 하기도 했었겠지요.
지금도 이 영화는 저의 인생 영화 세편 중 하나, 그 중에서도 베스트 랍니다.

페크pek0501 2023-05-25 2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아마 내가 젊은날에) 아마데우스를 극장에서 봤는데, 천재 모짜르트가 경박하게 웃고 그래서 이상했어요.
적응이 안되더라고요. 천재 음악가는 천재답게 멋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나 봐요. 지금은 예술가들의 기질을 좀 알아서
이해됩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