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곳들을 찾아 한나절 거리로 나드리 다녀온 곳들이랍니다.





제가 지금까지 본 가장 큰 연잎일것입니다.












연꽃을 보러 간것은 아니고 충청남도 서천의 국립생태원을 보러 갔는데 코로나때문에 휴관이라네요.

가기전 찾아본 홈페이지에도 공지가 되어 있지 않았는데.

그 앞의 정원만 산책하고 왔습니다. 






건물이 이 세상 건축이 아닌 것처럼 특이하지 않나요? 2013년에 지어졌어요.


















할미꽃이 버티고 피어있습니다. 이 계절에.






다른 날 간 곳은 충남도서관.


충청남도 도청이 있는 곳은 대전이 아니라 '내포' 라는 곳.

충청남도 홍성과 예산에 걸쳐 조성된 신도시랍니다. '내포신도시'





충남도서관이 목적지였는데, 가보고 완전 반했습니다.



















근처에 공원도 잘 조성이 되어 있고 산책로도 있고, 큰 연못도 있고.

주위에 아파트 단지도 조성되어 있어 주거환경으로도 좋을 것 같아보였습니다


'나중에 여기와서 살까?' 




















여기 오는 길에 차 안에서 네가 남편에게 던진 질문이었는데, 같은 제목의 책이 눈에 띠어 열어보았더니 오래된 책이더군요. 한번 읽어봐야지 기록삼아 남겨두었습니다.






































단절된 것 같은 구조의 건물.

무슨 건물인지는 모르겠어요.

(충청남도 도청 건물이라고 합니다)







도서관 앞의 국화정원에서 찍었어요.





같은 장소의 꽃인데 카메라 각도를 약간 바꿔서 찍었더니 빛이 들어오는 양과 방향이 달라져서 그런지 위 아래 사진이  다른 느낌으로 보이네요.



...같은 꽃인데.



우리가 사는 것도 그런게 아닐까. 

보는 방향과 시각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는거요.







공주의 중리동성당이라고 아주 오래된 성당을 찾아간 날인데 아주 조용하고 고즈넉했습니다.


이렇게 볕이 잘 드는 곳도 있고,







몇 계단 내려오면 옆으로 이렇게 볕이 안 드는 어두운 곳도 있습니다.

그래도 나름대로 잘 자라고 있는 식물들.



당신의 가을은 무슨 색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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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1-11-06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포신도시군요. 충남도서관이 저리 멋집니까 !!! 하얀 국화가 빛의 방향에 따라 다르게 담기는 게 신기하죠. 밝게 보는 눈도 깊게 보는 눈도 모두 필요한 거 같아요. 이 가을 좋은 계절에 사진으로 가을냄새 느낍니다 ^^

hnine 2021-11-06 13:33   좋아요 1 | URL
내포신도시 저도 처음 가봤어요. 일부 정부 기관들이 대전에서 세종과 내포로 분산 이전했지요.
충남도서관은 책보러 갔다기보다 건물, 시설 구경하러 갔어요. 다녀온적있는 남편이 한번 가보자고 해서 나들이 삼아 다녀왔지요. 집에서 차로 1시간 넘게 걸리는 곳이라 혹시나 책 대출해올생각 말라더군요 ^^
밝게 보는 눈과 깊게 보는 눈 모두 필요하다는 말씀이 명답. 그런데 깊게 본답시고 어둡게, 밝게 본답시고 얕게 볼때가 저는 참 많더라고요.

프레이야 2021-11-06 13:54   좋아요 0 | URL
앗 저 세종국립도서관은 가 본 적 있어요. 외관이 약간 비슷하네요. 건축물로서도 멋집니다.

다락방 2021-11-06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충남도서관 저도 한 번 가보고 싶어요!

hnine 2021-11-06 13:38   좋아요 0 | URL
이제 도서관도 옛날의 그 도서관 이미지에서 탈바꿈한지 오래되었어요. 책만 빌리고 시험때 열람실 들어가 공부만 하는 곳을 떠올리면 latte 소리 듣겠더라고요 ㅋㅋ 소위 그 복합문화공간이라고 해야겠지요.
내포는 신도시답게 새건물, 신축아파트, 새로 조성된 공원들이 들어서있는데 바로 지나온 홍성과 예산의 풍경도 좋았답니다. 사과가 주렁주렁, 논과 밭, 야트막한 지붕들.
저는 남편 은퇴후 저런데 가서 살까, 어떤 아파트가 들어가 있나 찾아보기까지 했다니까요 ㅋㅋ

바람돌이 2021-11-06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가을 분위기 물씬이네요. 어제 출근길에 가로수들이 모두 물든걸 보고 진짜 가을이 가네했는데 곳곳에 이렇게 예쁜 풍경들이 있네요. 덕분에 가을낭만 듬뿍받았습니다

hnine 2021-11-06 13:42   좋아요 0 | URL
가을이 점점 짧아져가니 이렇게 짧게 나들이다녀온 곳이라도 정리해야겠다 싶었어요. 더 근사하고 멋진 가을 풍경 보러가게되지 않을까 하고 묵혀놓았던 사진들인데, 아무래도 그냥 겨울을 맞게 될 것 같아서요. 내장산은 이번 주말이 절정이라더군요. 직접 나가서 보니 가을색은 꼭 낙엽색이 아니라 단풍때문에 울긋불긋 알록달록하다는 것을 새삼 발견했어요. 화살나무 잎은 빨갛게 변하니 정말 멀리서 보면 빨간 꽃다발처럼 보이고요. 이것도 어느 쪽을 보느냐에 따라 달라보이는 예가 될까요.

책읽는나무 2021-11-06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충남 도서관!!! 너무 멋지네요?
찾아가볼만 한 곳이어요^^
예전에 세종시 중앙 도서관이었나?
세종시 국립 도서관이었나?
암튼 가보았는데 느낌 비슷한 것 같아요.
중후하면서 주변에 공원이랑 큰 연못도 잘 조성되어 있었고 멀리 아파트도 많아서 주변 아파트 사람들은 좋겠구나!생각 했었던~^^
사진 중 ㄷ자 모양의 서가 들어가 의자에 앉아 책 제목 구경하면서 놀고 싶네요.울동네 서점 중 한 곳은 외국소설 코너를 저렇게 ㄷ자 모양으로 감싸게 배치해 놓고 가운데 의자를 놔뒀거든요.그럼 전 거기 앉아서 책 제목 보면서 한참 놀다가 옵니다ㅋㅋㅋ
안 읽은 책이 이렇게나 많구나!! 심적 부담감도 같이 안고 오기도 하죠ㅋㅋㅋ
가을 풍경 덕분에 구경 잘하고 갑니다.
저희 동네 가을색은 맑은 하늘색이 아닌 좀 뿌연 하늘색이네요?아직도 미세먼지 영향이 있나 봅니다.그래도 단풍은 곱게 물들어 갑니다^^

hnine 2021-11-06 13:47   좋아요 1 | URL
세종시 중앙도서관이 집에서 훨씬 가까운데 수리중이라 잠시 문 닫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차선으로 택한 곳인데 세종시 중앙도서관도 꼭 가보고 싶은 곳이랍니다. 책읽는나무님 벌써 다녀오셨군요. 말씀하신 것 읽어보니 충남도서관이랑 주위 분위기도 비슷한 것 같아요. 그런데 세종시가 네포보다 아무래도 주위 환경 조성이 더 진행되어 있겠지요.
오늘 제가 있는 곳도 미세먼지 수준이 안좋다던데 어차피 나갈때 마스크 하고 다니는지라 미세먼지 정보는 신경도 안쓰고 다니게 되네요.
노후에 살고 싶은 곳으로 제가 꼽는 조건 중 하나가 가까운데 큰 도서관이 있으면 좋겠다는 것인데 딱 그런 곳이었어요. 다른 도시에 비해서 아파트도 그리 비싸지 않을 것 같고. 그런데 제가 또하나 꼽는 조건, 큰 병원이 가까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에서 걸리더군요 ㅋㅋ (나이 들어 병원 멀면 다니기 힘들어서요 ㅠㅠ)

scott 2021-11-06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충남 도서관 너무 멋집니다!

한번 들어가면 밖으로 나오고 싶지 않을 것 같습니다!
충청도가 서울 보다 훠월씬 쾌적하고 좋네유 ^0^

hnine 2021-11-06 13:51   좋아요 0 | URL
오래 정든 곳 아니고서야 새로 지은 곳일수록 시설이나 건물이 멋지고 다양한 목적으로 방문할 수 있어 사람 마음을 끄는 것 같아요. 더구나 책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책 많이 실컷 볼수 있는, 책이 주인공인 건물 만큼 마음이 가는 곳도 없겠지요. 바로 옆에 아파트 단지가 있는데 그야말로 편의점 가듯이 편하게 걸어올 수 있겠더라고요. 얼마나 좋아요? ^^
어째 이번 페이퍼는 제가 충남도서관 홍보차 올린 페이퍼 같네요 ㅋㅋ

행복한책읽기 2021-11-06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충남도서관. 순간 파주 지혜의 숲인가 했어요. 충청도 가면 함 들르고 싶네요. 전국 도서관 순례도 잼나겠어요. 같은꽂. 다른 시각. 사람도 그렇더라구요. 특히 남편이 보는 엄마와 내가 보는 시어머님부터^^;; 올려주신 가을색은 찬란합니다. 멋져요^^

hnine 2021-11-06 13:54   좋아요 0 | URL
맞다! 파주 지혜의 숲. 거기도 오래전부터 제가 가보고 싶은 곳인데 거리가 거리인지라 엄두가 안나더라고요.
가을색, 찬란하지요? 갈색으로 물들어 떨어지는 낙엽색만 떠올렸는데 정작 자연으로 나가보면 생각보다 찬란해요.
남편이 보는 엄마와 내가 보는 시어머님, 크, 바로 연상이 됩니다 ^^
이렇게 저렇게 볼 수 있는 안목도 생각의 여유에서 올수 있을 것 같은데 우리 모두 너무 쫓기듯이 한방향으로 달려가듯이 살고 있어요.

coolcat329 2021-11-10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충남도서관 멋지네요.

hnine 2021-11-10 19:17   좋아요 0 | URL
이포스팅으로 제가 마치 충남도서관 홍보대사가 된 느낌입니다 ^^
같은 충남권이라지만 제가 사는 대전에서 차로 한시간 좀 넘게 가야있답니다. 그래서 저도 저날이 첫 방문이었어요. 남편 퇴직후 저는 당연히 본거지였던 서울 가서 살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여기 다녀오니 홍성, 예산에 걸쳐 있는 이곳에서 사는 것도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도서관이 그만큼 매력적이었다는거죠.
 
페드로 파라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3
후안 룰포 지음, 정창 옮김 / 민음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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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분량이 많은 것도 아니다. 등장 인물이 복잡한 것도, 복잡한 줄거리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다 읽고서도 어떻게 정리해서 리뷰를 올려야할지 감이 오지 않는 책들이 있다. 이 소설도 바로 그런 경우였다. 후안 룰포라는 작가 이름은 낯설지 않으나 작품은 읽어본 적이 없다. 평생 두권의 책만 내었다는데, 남미 문학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도 그 이름이 생소하지 않을 정도로 그는 라틴 아메리카 문학에 한 축을 이루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 두권중 하나인 뻬드로 빠라모를 다 읽고났지만 그 작품에 대해 내가 정확하게 느낌을 말할 수 있기에는 다시말해 리뷰를 작성하기에 생각은 설익었을 뿐이다. 시간이 생각을 익혀주는 것은 아닐텐데도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던 중이었다. 평소 잘 안꾸는 꿈을 꾸고 일어난 날이 있었다. 왜 그런 꿈을 꾸었을까 생각하다가, 내가 아는 의식의 세계말고 나 자신도 잘 이해못하는 무의식의 세계, 잠재된채 존재하는, 하지만 분명 존재하는 그런 세계도 있다는 것을 새삼 떠올리게 되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나는 두 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사람과 사물들을 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77쪽)


-시간이 마치 뒷걸음치고 있는 것 같았다. (77쪽) 


-무슨 일로 왔어요? 당신은 이미 죽었잖아요! (130쪽)

(이런 식의 문장이 자주 출현한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엄마는 죽으면서 아들에게 그동안 존재를 보인 적 없는 아버지가 있다는 곳을 알려주며 찾아가보라고 한다. 아들인 후안 쁘레시아도는 그렇게 아버지 뻬드로 빠라모를 찾아가는데, 정작 아버지가 있다는 곳에 도착해보니 아버지는 죽은 사람이었고, 아버지가 있다는 그곳은 망자의 세계여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예전에 그곳에 살다가 죽은 사람들이었다. 후안이 그것을 알아갈 무렵 독자는 알게 된다. 후안도 망자가 되어 있다는 것을. 


나는 무엇인가를 보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 머리 위에서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짙은 안개 같은 것을, 나의 입을 씻어내던 거품 같은 것을, 나를 사라지게 만들었던 운무 같은 것을. 그것은 내가 마지막으로 본 어떤 것이었다.

(81쪽-후안의 죽음을 암시하는 부분)


이 책은 왜 아들이 아닌 아버지를 제목으로 하고 있을까. 책의 중간쯤 되는 부분부터 이야기가 아들에서 아버지 중심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살아서 그 지역 땅부자였던 아버지 뻬드로 빠라모는 땅이면 땅, 여자면 여자, 종이면 종, 자기가 원하는 것은 어떻게 해서든 손에 넣고야 마는 욕망으로 가득찬 인물이었지만 말년에 오랫동안 연정을 품어오던 여자인 수사나의 마음만은 끝내 차지하는데 실패한다. 수사나 그녀에게는 뻬드로 빠라모가 아닌, 플로렌시오라고 하는 따로 좋아하는 남자가 있었다. 그러나 읽다보면 이 플로렌시오의 존재도 실재하는 인물인지 모호하다. 소위 마술적 사실주의라고 하는 이런 라틴 아메리카 문학 작품의 기법이 아직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읽기에는 쉽지 않은 구조이다. 

작가인 후안 룰포가 태어나 성장하던 시기는 멕시코 역사상 두번의 혁명을 거치고 불안정과 빈곤 속에 혼란한 시기였다. 작가 개인적으로는 일곱살에 아버지가 피살되어 수녀원의 고아원에 들어갔고 간신히 초등학교를 졸업은 하지만 그 해에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난다. 불우하고 우울하고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그는 몇편의 단편을 쓰고 (이것은 저자의 다른 한 권 <불타는 평원>에 실려있다), 삼십대 후반에 <뻬드로 빠라모>를 발표하여 작품성, 예술성을 인정받았으나 이후로 작가는 죽을 때까지 창작과 손을 끊는다. 그렇게 이 작품 <뻬드로 빠라모>는 멕시코 문학의 레전드로 남아 지금까지 멕시코 국민문학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들인 후안의 시각으로 출발하여 기억에 없는 아버지의 삶, 아버지로부터 영향을 받은 사람들로부터 들은 말을 통해 농민과 빈곤 계층으로 제시되는 이들의 핍박과 고난, 빈곤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끌고 나갔다. 하지만 작가의 상상력은 그것이 전부가 아닌 듯. 굳이 아버지의 삶을 작품의 중심으로 끌어들인 것은, 그래서 상상력과 독특한 구조를 할 수 밖에 없도록 이 작품의 운명을 지은 것은, 아버지의 삶이 아버지 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그 주위에까지 어떤 식으로든 남아 아버지 당신의 삶보다 더 오래 흔적을 끌고 있으며 다른 이의 운명을 바꾸어 놓을 수도 있을 뿐 아니라 그것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서까지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다. 물론 눈에 보이지 않고 무의식이 아니면 알아낼수도 없는 형태로.


이 작품 이후로 침묵을 지키다 세상을 떠난 작가이니 아쉽지만 그가 이전에 펴낸 단편을 묶은 책 <불타는 평원>이 마침 집에 있는 것을 보고 반갑기도 하고 안반갑기도 하다. 하지만 이것을 두고 다른 책에 손이 가지 않기에 바로 읽기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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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1-03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인공 후안의 죽음 이후 마을의 흉포한 권력자였던 아버지 뻬드로의 이야기가 모자이크 처럼 엮어져서 이책 얇지만 이해하기 쉽지 않은 작품이죠.
황량한 땅에 착취로 얼룩진 멕시코의 역사가 담겨 있어서 스페인어 문학권에서는 마르케스와 함께 필독으로 꼽히는 책이죠.




hnine 2021-11-04 05:41   좋아요 0 | URL
그러고보니 작가의 이름과 작품속 아들의 이름이 후안으로 동명이네요. 후안이라는 이름이 스페인어권에서는 흔한 이름이긴 하지만요.
위에 쓰진 않았지만 신부님이 등장하는 부분, 종교에서 마지막까지 허락하지 않는 것들, 아버지 이름 뻬드로가 신부라는 의미도 된다는 것등 스쳐가지만 뿌리까지 좇아가지 못해서 해석을 못하겠는 부분이 많았어요.
의식적으로 해석하고 이해하려니 제가 가진 의식의 깊이가 한정되어 있어 버거웠고, 그래서 꿈까지 꾸게 되었나봐요.

Falstaff 2021-11-03 1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휴... 이거 귀싸대기 한 대 맞아야 할 이야기지만....
<빼드로 빠라모>, 귀신 씨나락 까먹는 거 아닙니까? ㅠㅠ

hnine 2021-11-04 05:44   좋아요 0 | URL
귀신 씨나락 까먹는 ... ^^
귀신 씨나락 까먹는 이야기가 저는 세상에서 제일 이해하기 힘들어요 흑흑.
그렇게 내가 이해하지 못할 세상의 범위를 인정하며 생각의 넓이를 확장시켜갈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다독이며 읽었습니다. 그랬으면서 후안 룰포의 다른 한권을 바로 읽기 시작했네요. 짤막한 단편 모음이라서 그런지, 뻬드로 빠라모보다 이전에 쓰인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그런지, 그나마 쉽게 읽히고 있어 다행이네요.

coolcat329 2021-11-10 08:55   좋아요 1 | URL
폴스타프님 귀싸대기 남아나지 않으시겠어요 ㅋㅋㅋ

coolcat329 2021-11-10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 두 권의 책으로 이렇게 유명해졌다니 대단하네요.
그렇다고 책이 두꺼운 것도 아닌데요.

hnine 2021-11-10 19:20   좋아요 0 | URL
저의 연구대상 작가로 남았습니다.
지금 다른 한권의 책 <불타는 평원> 읽고 있는데 단편집이라서 짤막한 글들이지만 이해하기는 덜 어려운 것 같아요. 다 읽어보고서 말해야겠지만요. 책은 200쬭도 안되니 분량이 많은 것은 아니지요.
 
언니 오는 날
임수진 지음 / 상상마당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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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알게 되어 이 책을 보관함에 담아놓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주 오래전 일도 아닌데. 아마도 수필가가 쓴 소설이라는 것이 내 호기심에 큰 작용을 했을 것이다. 수필가로 등단한 저자 임수진은 그동안 수필가로 활동하며 두권의 수필집을 출간하였는데 올해는 처음으로 소설집을 발표하였다. 열개의 단편이 한권으로 가지런히 묶인 회색 표지의 아담한 책을 처음 펼칠 때의 마음은 재미있기를 기대한다기 보다 과연 어떻게 썼을까에 대한 호기심이 컸다. 소설이라는 한 장르에서도 단편과 장편 쓸때 마인드가 다르다고 하는데, 수필가로 활동해오다가 소설을 썼다면 어렵지 않았을까? 소설에서도 수필의 느낌이 날까? 서사를 어떻게 진행시켜나갔을까? 소설의 흐름이 어색하지나 않을까? 

한장 한장 넘겨가는 동안 처음에 가졌던 기대라는 이름에 섞인 약간의 불안감은 이내 사라졌다. 처음부터 소설을 쓴 작가라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만큼 잘 읽혔고 소재가 다양했으며 주제도 분명했다. 


<삼각김밥을 먹는 동안> 

거의 모든 식사를 편의점 음식으로 해결해오고 있는 방송작가 인'나'는 습관적으로 삼각김밥이 주식이 되어오고 있다. 보디 빌더가 꿈이어서 운동에 집착적이던 아버지가 어느 날 부상으로 사지 마비가 와서 하나부터 열까지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는 생활을 시작하고 그 아버지 뒷바라지에 지치다 못해 나는 어느 날부터 아버지 끼니도 편의점 삼각김밥을 사다주는 것으로 해결하는데 삼각김밥에 익숙해질 무렵 아버지는 세상을 떠난다. 방송 취재차 알게 된 같은 동 802호 남자. 전해듣기로 그의 한때 직업은 보디빌더였으나 지금은 몸이 망가져 계속 할수 없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운동을 하고 있지 않으면 불안증세를 보인다는 말을 체육관 관장으로부터 전해들은 나는 그에게서 과거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복잡한 심정에 우연히 만난 그에게 마침 사가지고 온 삼각김밥을 건넨다.

<언니오는 날>

엄마와 바람난 남자와의 관계를 위해 어릴 때부터 엄마로부터 학대를 받아온 언니의 얘기이다. 동생인 나 '이수'는 성인이 되어서도 엄마라는 감옥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사는 언니에게 미안하고 죄책감을 느끼는데 언니가 오랜만에 이수를 방문하기로 한날 언니로부터 뜻밖의 결단과 고백을 듣는다.

<중독>

초기 치매 증세를 갖고 있는 아내가 집을 나가 소식이 없자 책임을 물으며 사위를 채근하는 장모. 그리고 아내가 고독사했을 경우를 생각하며 스스로 특수청소업체 일을 시작하는 남자가 있다. 그러나 남자는 그 상황에서도 불륜의 상대 여자를 목말라 한다.

<스멜헌터>

냄새에 민감한 특성을 가진 남자가 냄새 사냥을 직업으로 하게 된다. 냄새에 대한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되거나 잃게 되는 배경에는 개인의 역사가 치명적으로 얽혀들어가 있고 좀처럼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기 좀처럼 힘들도록 삶에 영향을 미친다.

<푸른문>

학교 다닐 때 자기를 성추행했던 담임선생님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지수는 결혼을 하고 아이도 키우는 나이가 되었지만 남편은 그녀로부터 육체적 욕구 충족이 원하는 전부이다. 딸의 입학식에 참석한 날 그 옛날 자신을 성추행했던 담임이 딸이 입학한 학교 교장이 되어 신입생 환영사를 하러 단상에 나온 것을 본 지수는 즉각적 방어본능이 발동한다.

<틈>

환자 시어머니를 모시게 되어 하루 종일 시어머니와 한집에 붙어지내며 수발을, 때론 감시를 해야하는 며느리 민주는 공간적인 틈뿐 아니라 감정적인 틈을 목말라 하게 된다.

<매미의 시간>

반지하 단칸방에 세들어 살다가 드디어 지상의 방으로 이사를 앞두고 있는 나는 지상에 나와 여름 2주 동안 우렁차게 울어대고 살기 위해 땅속에서 7년을 보낸다는 매미의 생과 자기의 삶이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한다.

<노란비옷>

쓰러진 남편 대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갓난 자기 아이는 집의 남편에게 맡겨놓고 남의 집 유모로 들어간 여자의 이야기이다. 아기 젖을 받기 위해 빗속에 아기를 데리고 찾아온 남편에게 미리 짜놓은 젖을 건네주고 들어온 여자는 노란 비옷을 입고 일기 예보를 전해주는 TV 속 기상캐스터의, 내일을 맑음이라는 멘트를 떠올린다. 

<뜻밖의 행운>

남보다 늦게 결혼하여 가난하지만 열심히 살아가던 부부 사이에서 뒤늦게 태어난 아이가 건강하지 않다. 남편마저 일자리를 잃게 되고 아픈 아이 뒤치닥거리까지 해야하는 상황에서 닥치는대로 일을 찾아 하던 여자가 어느 날 버스 대합실 청소를 하다가 발견한 그것은 과연 그들 부부의 바람대로 모든 것을 해결해줄 행운이 되어줄까. 

<축제는 진행중>

딸만 넷을 둔 외할머니의 첫 기일. 넷중 막내인 엄마가 제사를 모시기로 하여 외손녀인 나는 엄마를 도와 함께 음식 준비를 하고, 오랜만에 모인 이모들, 엄마는 외할머니의 고생하던 지난 날에 대한 회상과 추억을 얘기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제사를 지낸다. 제사는 끝났냐고 묻는 남자 친구에게 전화문자가 오자 답장을 보낸다. 축제는 진행중이라고.


삼각김밥으로 연결되는 잃어버린 꿈, 희망, 좌절, 버팀의 생. 동생에게는 그날이 언니가 오랜만에 방문하는 날이었지만 언니 자신에게는 비로소 자기 생을 자기 중심으로 되돌려 놓는 날이었을 것이다. 인륜과 도덕이 이기지 못하는 본성과 중독성, 경험이 감각을 바꿔놓고 운명을 바꾸어놓을수 있다는 것, 딸이 입학한 학교의 푸른문은 푸른 괴물이 사는 성으로 들어가는 문임을 즉각적으로 깨달은 엄마의 방어 본능, 틈은 메워야 할 공간이 아니라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숨구멍이기도 하다는 것, 안타깝게 바라보는 매미의 일생이 우리와 닮아있다는 것을 모르고 사는 인간, 비옷은 노랗게 화려해도 비올 때 입는다는 속성, 가난은 어떻게 치장해도 견뎌내야 하는 빗줄기 같은 것이다. 멈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버텨내야 하는 것. 뜻밖에 찾아온 행운이 행운이 될지 불운이 될지 조차 인간이 결정해야하고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비극이 되는 삶, 제사가 축제가 될 수도 있는 것은 삶과 죽음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방식에 있다는 인식의 전환을 새롭게 보여주려는 시도까지, 열편이 모두 작가의 메시지가 옹골차게 잘 들어있었다. 


수필가가 소설을 써도 이렇게 무리없이 잘 쓸수 있구나 오랜만에 느끼게 해주는 기회가 되었다. 작가는 아마도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소설을 위한 준비를 하고 벼루에 먹을 갈듯 정성을 기울였을 것이다. 그런 흔적이 열편 작품 하나하나에서 느껴진다. 여기 실린 것은 열편이지만 아마 수십편의 소설을 써놓지 않았을까.

정작 그녀의 수필은 읽어본 적이 없다. 거꾸로, 이런 소설까지 써낸 작가의 수필은 어떤 색일까 찾아서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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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주말

반나절 나들이로

충청북도 옥천엘 갔다. 

집에서 차로 한시간 남짓 거리.


옥천은 시인 정지용의 고향.

정지용 생가와 바로 옆 아담한 정지용 문학관이 있다.


그의 생몰연도가 (1902-     ) 라고 되어 있는 것은 

1950년 한국전쟁과 함께 행방 불명이 되었기 때문이다.

월북했다는 소문, 납북되었다는 소문, 미군에게 처형되었다는 소문.

이런 이유로 정지용의 작품은 출판이 금지되어오다가

1988년에서야 민주화의 바람을 타고 해금되었다.


가수 김동원과 성악가 박인수가 함께 불러 유명해진 정지용의 시 <향수>

생가와 문학관의 주소지도 옥천군 옥천읍 ' 향수길' 56





피리



정지용




자네는 인어를 잡아

아씨를 삼을 수 있나?


달이 이리 창백한 밤엔

따뜻한 바다속에 여행도 하려니


자네는 유리같은 유령이 되어

뼈만 앙사하게 보일 수 있나?


달이 이리 창백한 밤엔 

풍선을 잡어타고

화분 날리는 하늘로 둥둥 떠오르기도 하려니


아모도 없는 나무 그늘 속에서

피리와 단둘이 이야기 하노니





하나 아닌 여러 감각을 불러 깨우는 공감각적 시.

달밤의 피리 소리가 바다속으로 하늘 위로 떠다니는 연상으로 이어진다.

자꾸 읽다보니 그 피리 소리는 과연 우리가 아는 그 피리 소리였을까 하는 생각도.

나무가 바람에 만들어내는 소리를 피리 소리로 듣고 시작한 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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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목련 2021-10-12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바라기의 키가 정말 크네요. 조롱박도 오랜만이고요^^*

hnine 2021-10-12 20:37   좋아요 0 | URL
담을 따라 해바라기가 또하나의 담을 이루고 있었어요. 저렇게 예쁜 담이라니.
조롱박도 사랑스럽죠?
동네 자체가 소박하고 조용하더라고요.
또가보고 싶어요.

프레이야 2021-10-13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 님 뒷모습 본 거에요 제가? ^^
키도 크고 후리후리하시군요. 멋져라.
옥천 정지용문학관 간 적 있어요. 단체로 문학기행이었는데 좋았어요. 옮겨주신 저 시에서 피리를 바람으로 연상하시는 상상력에 미소가 지어져요. 동감하다가 설핏 저는 화자가 피리를 부는 걸 상상하게 되네요. 그렇게 피리와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hnine 2021-10-13 04:36   좋아요 1 | URL
제 뒷모습 남편이 찍었어요.
저는 해바라기 담장 보시라고 올렸는데 제 모습이 어쩔 수 없이 들어갔어요. 제가 봐도 제 키보다 커보이게 나왔네요. 저 키 크지 않은데...^^
정지용에 관한 자료를 더 읽다보니 정지용 시에 피리가 언급된 시가 많대요. 직접적으로도 쓰고 간접적인 의미를 담아 쓰기도 하고 그랬나봐요.
요즘 올리시는 글 반갑게 잘 읽고 있어요. 오랜만에 읽는 글에서도 ‘역시 프레이야님...‘ 하면서요.

scott 2021-10-13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키 해바라기 키 서울 창문 열면 저런 풍경이 있었으면 ^^

hnine 2021-10-13 04:39   좋아요 0 | URL
scott님 저보다 해바라기가 훨씬 컸어요. 제 키는 154.8cm ^^
어떻게 저렇게 키높이 사진이 나왔을까요.
벽돌담은 제 키보다도 낮으니 정말 아담하지요.
창문 열면 저런 풍경, 생각만해도 흐뭇해요.

페크pek0501 2021-10-22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쭉 쭉 뻗은 것, 해바라기인가요?
멋져서 오래 보고 갑니다. ^^

hnine 2021-10-23 05:30   좋아요 0 | URL
네, 해바라기 담장이었어요.
크지 않고 아담한 초가였어요. 안에 진짜 우물도 있고 조롱박 나란히 놓여있는 다듬이돌. 다른 사람이 살던 집이 아니라 옛날에 내가 살던 집에 온듯한 (실제 이런 집에 산것도 아니면서) 정감을 품고 있는 집이었답니다.
 
다시 찾은 브라이즈헤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57
에벌린 워 지음, 백지민 옮김 / 민음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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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시절을 다시 살아볼수는 없다. 하지만 지나간 시절 속에 다시 들어가보는 듯한 경험은 할 수 있는 것 같다는 경험을 3년 전 해본 적이 있다. 그건 바로 그 장소를 다시 방문하게 되었을때가 아닐까.

저자 에벌린 워의 자전적 이야기가 많이 반영되어 있는 이 소설은 2차 세계 대전에 참전중인 중년 장교 찰스 라이더가 부대와 함께 우연히 자기가 열아홉 젊은 시절을 보냈던 장소인 브라이즈헤드 성을 방문하여 머물게 되면서 1인칭 시점으로 과거를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나는 전에 이곳에 있었어." 내가 말했다. 나는 전에 그곳에 있었다. 첫 방문은 이십 년도 더 전인 6월의 구름 한 점 없는 날, 메도스위트가 배수로에 크림색으로 흐드러지고 여름의 온갖 향기로 공기가 묵직할 때 서배스천과 함께였다. 그때는 유난히도 해가 쨍한 날이었으며, 나는 수차례, 다양한 심기로 그곳에 있었음에도 다시 찾은 지금 내 마음이 회상한 것은 그 첫 방문이었다. (39쪽)

서민층 출신 찰스는 집안의 기대를 안고 옥스포드에 입학한다. 선배, 동급생과 맺어지는 새로운 관계, 새로운 환경 속에서 가장 두드러진 대상은 동료인 서배스천이었다. 서배스천을 만나기 이전과 이후 찰스의 인생은 달라졌으니까. 서배스천이 눈에 띄는 외모를 하고 있기는 했지만 결코 완벽한 인간도 아니었고 모범이 될 만한 인물이 아니었음에도 서배스천의 모든 행동과 말과 거취는 찰스의 생각과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관계를 두고 치명적인 관계, 운명적 관계라 부를 것이다. 

이 소설이 출간되자마자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는 말이 의아할 정도로 이 소설은 영국 귀족 계급, 대중적이지 않은 옥스포드라는 특별한 기관에서의 집단과 개인으로서의 생활 방식 등을 그것도 아주 세세히 다루며 진행해나가고 있다. 또한 청춘들의 연애사, 성장통, 동성간 우정, 종교, 결혼 등 하나에 집중하지 않은 많은 주제를 다루고 있어 어디에 촛점을 맞춰야 할지 끝까지 결정을 못하며 읽기를 마쳤고 다 읽은 후 해설을 참고하여서야 이런 주제들이 모두 다루어졌구나 이해할수 있었다. 오히려 그런 이유에서일까. 1981년 영국에서 ㅇ이 작품이 TV 시리즈물로 만들어졌을 때 그 인기가 대단했다고 한다. 출간된 해가 1945년이라는 연도에서 짐작되듯이 이 소설이 출간되었을 시기는 2차세계대전이라는 전쟁의 복판에 있던 시기이고 거의 모든 사람이 신체적 정신적 배고픔에 시달릴때였으며 작가인 에벌린 워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 가운데 1920, 3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중상위층 사람들의 얘기가 사람들에게 어떤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했던 것일까. 이 소설에 대한 해설을 보면 이것을 성냥팔이 소녀가 눈보라 속에서 성냥불을 켜서 잠시라도 추위와 배고픔을 잊는 것에 비유해놓고 있다. 이 소설이 그당시 눈보라속 성냥불 역할을 해주었다는 것이다. 

자유분방한 옥스포드에서의 생활, 아슬아슬할 정도의 청춘, 하지만 지켜야할 종교와 도덕, 자유가 도덕과 종교의 범위를 넘어갔다고 하는 판단이 이후 이들이 스스로 자기 인생을 꾸려나가는데 어떤 영향으로 작용을 하는지. 참으로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여러 가치관과 잣대의 충돌을 저자는 자기 인생에서 겪었고 그것을 스스로 대표작이라고 말하는 이 소설 속에서 드물게 개정판까지 내며 정리해보려고 한 것 같다. 1981년에 TV영상물로 만들어졌다고 했는데 이후로도 다른 해석과 다른 방식의 시도의 여지가 많아보인다. 찰스가 브라이즈헤드를 재방문하게 된 것처럼 이 작품 역시 재독, 재해석의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2019년 가을, 나는 수십년 만에 나의 이십대 후반과 삼십대 초반을 보내던 곳을 혼자 다시 방문해본 적이 있다. 갈때만 해도 반갑고 그리운 마음이었는데 막상 기차에서 내려 그곳의 지역을 가리키는 표지판을 보는 순간부터 나는 발걸음이 느려지고 있었다. 그리고, 보는 듯 마는 듯 서둘러 둘러보고는 다시 돌아오는 기차를 탈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차마 당당하게 둘러볼 수 없는 마음에 웃음대신 눈물을 흘렸던 것은 지금 생각해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다시 찾은 ○○○』모두 이런 곳, 이런 시기를 마음 속 한켠에 갖고 있지 않을까. 차마 아무때나 꺼내볼 수 없는 그런 브라이즈헤드가.

참으로 마음 복잡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언젠가 재방문 해볼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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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1-09-30 09: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마음 뭔지 알 것 같습니다. 저도 버스 한번만 타면 내 어란시절 옛동네를 갈수있는데 여태 못 가고 있습니다.ㅠ

hnine 2021-09-30 13:27   좋아요 1 | URL
개인적인 감상이 섞여들어가니까 일단 객관성을 잃어버리고 읽게 되더라고요 ㅠㅠ
작가가 이 작품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아주 많았구나...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읽는 사람에게 다 전달되지 않거나, 잘못 또는 일부만 받아들이거나 할 위험이 있다는 것을 작가도 알았을까요? 내고나서 한참 후에 기어이 개정판을 내고 말았으니까요.

blanca 2021-09-30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읽어봐야겠네요. 이런 이야기 좋아해요. 책 소개 감사해요. 그런데 번역이 괜찮나요? 궁금합니다. 번역 얘기가 있어서요.

hnine 2021-09-30 13:38   좋아요 0 | URL
책이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포인트를 잡지 못해서 읽는데 한참 걸렸어요. 번역이 잘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번역하는 사람이 참 힘들었겠다는 생각은 여러번 했답니다. 옥스퍼드의 학제, 기숙사 생활, 건물 양식, 그림 양식, 역사적 배경때문에 인용한 부분 기타 등등, 주석 붙은 곳이 너무나 많아요. 책 한권 속에 주석이 386번까지 달려있어요. 다 읽고 넘어갈 필요없다고 해도 그러자니 찜찜하고요. 그리고 영국 작가라서 그런지 직접적인 묘사보다 인물의 심리나 상황을 비유해서 표현하는데 아주 능숙한 사람이라서 제가 놓치고 그냥 읽어넘어간 부분도 많을거예요.

다락방 2021-09-30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너무 궁금하네요. 생각보다 쪽수가 많지만(6백쪽이 넘네요!0 저도 읽어보고 싶어요. 어쩐지 저도 좋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hnine 2021-09-30 13:46   좋아요 3 | URL
초반부는 주인공 찰스가 그의 동급생 서배스천에게서 동성간 매력을 느끼고 끌릴수밖에 없는 관계, 그것을 통한 정신적 성장 이런쪽으로 촛점을 맞추고 읽으면서 얼마전에 읽은 <위대한 몬느>,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지성의 양식> 이런 작품들을 연상했는데 중반 너머로 가서 주인공의 결혼, 헤어짐, 상대방에 대한 가책 등으로 고민하는 부분을 보면 마치 톨스토이의 작품에서처럼 도덕과 종교와 양심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이 더 부각되는 것으로 보였어요.
혹시 읽으시게 된다면,
1. 한번 읽을 때 50쪽 이상은 읽을 수 있을때
2. 책에 집중해서 읽을 수 있는 상황일 때
그럴때 읽으시는게 좋지 않을까 해요.
저는 워낙 슬렁슬렁, 어떤 때는 한번에 100쪽도 읽지만 어떤 때는 겨우 서너쪽 읽고 덮기도 하고 그런 식이라서요.

scott 2021-09-30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벌린 워의 한 여름 방학 같은 청춘이 느껴지는 이 작품 가장 좋아합니다 ^ㅅ^

hnine 2021-10-01 05:24   좋아요 0 | URL
제목에 끌려 선택했을 뿐 저는 처음 보고 듣는 작가였어요. 영국 작가인데 미국에서의 대중적인 인기 얻는데도 성공적이었다고 하네요. 한 여름 방학 같은 청춘 같은 느낌으로 읽기 시작하다가 뒷 부분에는 내가 뭘 놓치며 읽어왔던가 하는 의심을 슬슬 느끼게 하는 작품이었답니다. 재방문을 부르는 작품 중 하나가 될 것 같아요. 이렇게 실제로 다시 읽어보는 소설이 몇권 있어요. 읽을때마다 느낌이 같지 않더라고요.

책읽는나무 2021-09-30 2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나인님 마지막 단락 문장들이 종일 맴돌았어요.
오전에 나인님의 리뷰 읽고 이제사 댓글 다네요.
저도 한 번 읽어 보고 싶네요.위에 스콧님도 좋다고 하시니~^^
편안한 밤 되시옵소서♡

hnine 2021-10-01 05:33   좋아요 1 | URL
책읽는나무님도 그런 장소가 있으신가요? 저는 그곳을 다시 방문했을때의 그 느낌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전혀 예상못한 반응이 왔거든요. 저의 지난 시절, 그때의 제가 저만치 영상을 보듯 다시 보이더라고요. 그런 느낌을 이렇게 작가는 작품으로 써내겠지만 저는 그냥 느낌으로 붙잡고 있을 수 밖에요.
(아들이 늦게 들어와서 편안한 밤 못보내고 말았네요 ㅠㅠ)

scott 2021-10-08 16: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이치 나인님 이달의 당선 추카~~
10월에 포스팅 많이 올려 주세요

주말 행복하게 ~

그레이스 2021-10-08 18:19   좋아요 1 | URL
저두요 축하드려요

hnine 2021-10-09 06:25   좋아요 1 | URL
Muchas Gracias.
Feliz fin de semana.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서니데이 2021-10-08 18: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hnine 2021-10-09 06:25   좋아요 2 | URL
감사드려요. 별로 부지런히 쓰지 못한 달이었는데 부끄럽네요,

페크pek0501 2021-10-11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리옵니다. 저는 이거 타 본 지가 한참 된 것 같아용. ㅋㅋ
꾸준한 독서와 꾸준한 리뷰 쓰기가 빛을 발하고 있다고 봅니다. ^^

hnine 2021-10-11 15:32   좋아요 1 | URL
주시는 상이니 감사히 받지만 요즘 저도 책읽기 많이 못하고 있어요.
책읽는것 여전히 좋지만 그보다 더 재미있어 보이는 일 있으면 언제든지 뛰어나갈 준비가 되어 있기도 해요 ^^
할수만 있다면 직접경험이 찐 아니겠나 해서요.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게 가을을 잘 보내시기를 바랄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