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첫 째;

중학교 때였는지 고등학교 때였는지,

주말의 영화 쯤 되었나보다 늦은 밤 우연히 TV에서 방영되는 영화를 중간부터 보게 되었는데,

그 이후로 지금까지 한번도 다시 그 영화를 접할 기회가 없다 꼭 한번 다시 보고 싶건만.

내용은, 알콜중독 (이었나? 가물가물)에 빠진 엄마와 둘이 사는 한 소녀. 말이 없고 얼굴에 어떠한 감정도 실려 있지 않은, 자기의 관심 분야에 몰두하는 혼자의 세계에 사는 어린 소녀가 주인공이다. 학교에서 과학경진대회 같은 것이 열리는데, 일정 기간 동안 자기가 관찰, 또는 탐구한 내용을 발표하여 잘 된 사람에게 상을 주는 그런 대회이다.  소녀가 택한 주제는 '감마선은 달무리 얼룩진 금잔화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에 대한 것. 열심히 준비를 하지만, 발표날, 고양이 해부를 하여 자신감에 넘친 친구 쪽으로 우승의 승세는 기울고.

결국 누가 우승했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다만 이 영화를 보고, 자기의 상황이 어떻든, 누가 알아주든 그렇지 않든, 자기가 정한 주제를 가지고 꿋꿋하게 열심히 관찰을 하고 기록하고 정리하는 그 어린 소녀의 모습을 보면서,  공부하는 사람의 자세는 저래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지금의 내 전공을 정하는데에도 분명히 기여를 한 바 있는 그 영화.

혹시 아시는 분이 있으실지. 아마도 영화 제목이, 그 소녀의 관찰 제목 '감마선은 달무리 얼룩진 금잔화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과 같지 않았나 싶은데.

그 둘 째;

이건 대학때 읽은 책에 관한 것인데, 친구가 빌려주어 읽게 되고, 너무 맘에 들어 교보문고 가서 어렵게 구해 내것으로 소장하고 있었는데, 누굴 빌려 준 기억도 없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다. 거의 20년이 지난 지금, 다시 그 책을 읽고 싶어 여기 저기 검색을 해보아도 못찾겠으니. 이 책의 제목은 '관 (觀)' . 저자가 기억이 안난다. 위빠사나 라고 명상과 관련된 책이나 꼭 그렇지만도 않은. 페이지마다 간단한 그림이 크게 그려져 있고, 인쇄체가 아닌 손으로 쓴 듯한 글씨체로 몇 줄 안되는 글이 띄엄 띄엄 쓰여있는데, 그 시절 나의 경전이나 마찬가지였었다. 혹시 이 책을 가지고 계신 분이 있을까? 구할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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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4-17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고 도움을 못드려서 안타까워요

hnine 2006-08-22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찾았다 이책. 오늘 동네 도서관에서!!
 

다린이가 요즘들어 자주  같은 유치원의 A 라는 친구를 언급하는데 이름이 여자 이름이길래,

남편이 짖궂게 물었다 다린이 여자 친구냐고.

"으아~~ 여자친구라니...내가 뭐 A 랑 맨날 맨날 얘기하고 그러나요? " (--> 아이가 생각하는 '여자친구'의 개념인가보다.)

" 그럼 다린이 여자 친구는 누구야? 아 참, 다린이는 나중에 누구랑 결혼할거야?" (난 이런거 안 묻는다. 남편의 하나도 재미없는 질문이었다)

"엄마요."

"어? 엄마는 아빠랑 벌써 결혼 했는데! 그럼 아빠는 어떻하고?"

"아빠는 다른 외로운 여자랑 결혼하면 되잖아요."

이거 참...

'외로운' 이라는 말은 어디서 배웠고, 또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여섯살 짜리가 말이다.

요즘 여섯살은 내가 생각하는 열여섯살 쯤 되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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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6-04-15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외로운 여자. ㅎㅎㅎ 푸하하하하하하 기가 막힌 표현력이네요. *^^* 추천!!!

이리스 2006-04-15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아빠는 경쟁상대인겨!! ㅎㅎㅎ

세실 2006-04-15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똑똑한 다린이~ 결혼이 외로워서 한다는걸 이미 알아버린건가요? 크

hnine 2006-04-15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아마도 '혼자'라는 뜻으로 한 말이겠지요? 아이 마음 속이 궁금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랍니다. 역시 그러시지요?

낡은 구두님, 친구가 그러는데 남자 아이들은요, 저러다가도 어느 순간 아빠 쪽으로 휙 돌아서버린다네요 글쎄. 그러니 나중엔 내가 그런 말 한적 있냐고 하지 않겠어요?

세실님, 이 녀석이 글쎄 그 뭔가를 아는 것 같기도 하고요 ㅋㅋ 규환이한테는 누구하고 결혼할거냐든지 하는 우문은 절대 안 하시겠지요.

비자림 2006-04-15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큭 재미있네요. 나름대로 세상을 인식해 가는 다린이가 예뻐요.
그래도 아직은 '엄마의 전성기'네요. hnine님, 저는 벌써 2위로 밀려났답니다.우리 아이들은 작년부텀 다 미래의 신부감을 공공연히 이야기하거든요.

세실 2006-04-16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규환이는 엄마랑은 못한다는 걸 알아버렸고, 아무하고도 안한다고 합니다. 어디 두고 봐야지~~~

하늘바람 2006-04-17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린이 이름 너무 예뻐요

hnine 2006-04-16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자림님, 벌써 미래의 신부감을? 와~ 그런데 다린이도 곧 그러겠지요. 기분이 어떨지 궁금해요.

세실님, 규환이야말로 이제 뭔가를 아는군요. ㅎㅎ
하늘바람님, 인터넷에서 골랐답니다. 그런데 이름을 들은 사람들은 "달인"인줄 알아요 흑흑.
 

바쁠 수 있음을 감사하라.

: 일 없이 보내는 시간이 마냥 평화로울 것으로 착각하지 마라.

  우울증은 바쁠 때보다는 일 없이 한가한 시간에 찾아오지 않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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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4-14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맞구나 하면서도 아무일도 안하고 뎅굴뎅굴 거리고 픈^^

hnine 2006-04-15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며칠 바쁘다가 오늘은 좀 한가하게 하루를 보냈는데, 나중엔 앉아서 별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하고 있더라고요 제가...ㅎㅎ

비자림 2006-04-15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당한 말씀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바쁘다고 하는 시절을 보내면서도 그 바쁨이 가끔 축복으로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 여자네 집 창비시선 173
김용택 지음 / 창비 / 199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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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라고 하면 나는 당연히 내가 자란 곳의 '한강'을 떠올린다. 그것도 무슨 아련한 추억으로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거의 매일 자동차로 건너가던 한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와 함께 떠올릴 뿐이다. 한강에 얽힌 어떠한 추억도 갖고 있지 않은 채.

작년, 그리고 재작년, 봄마다 꽃 구경 가면서 만난 섬진강은 내게 '강'이라 이름 붙은 대상의 이미지를 확 바꿔 놓았다.그야말로 조용하게, 유유히, 흘러가는지, 머물러 있는지 모르게 시야를 둘러싸고 있는 물줄기. 보면서 느끼는 포근함과 따뜻함은, 그냥 그 안으로 파묻혀보고 싶었다 아이가 엄마 가슴에 얼굴을 파묻듯이.

그리고 이 시인을 떠올리지 않을수 없었지. 본인이 원하든 그렇지 않든, 사람들은 이 시인에게 '섬진강 시인'이라는 꼬리표를 달아놓고 말았으니.

첫순간에 끌려서 집어드는 책들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귀에 익고 눈에 익은 작가, 책이라 할지라도 오랫 동안 손이 안가고 있는 책들이 있다. 김 용택 시인의 시집은 바로 후자에 속하던 책들 중의 하나. 너무 많이, 쉽게, 여기 저기서 인용되고 있다 생각했었다.

올해, 유난히 많이 기다려진 봄이었고, 또 이제는 이런 시들을 내 스스로 찾아서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남이 말하는 것을 일방적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이 시집에 자주 등장하는 위의 단어들은 서로 다른 단어들이지만, 모두 통하는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된다 '그 여자'까지도.

시인은 후기에서 '그 여자네 집' 이 팍팍한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포근하게 쉴 고향의 '집'이었으면 한다고 썼다.

읽으면서 내내 어떤 그림이 연상되었다. 내가 그림에 소질이 있다면, 책을 읽고 리뷰를 쓰듯이, 그림으로 느낌을 남길 수도 있을텐데 말이다... 이 시집이 딱 그런 책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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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4-14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갑자기 리뷰를 그림으로 해 보고 프다는 저역시 그다지 소질이 없어 접어두지만^^

진주 2006-04-14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진강시인이라는 별호는 김용택님 스스로도 아주 좋아할 것 같은데요?
섬진강을 혼자서 다 팔아먹었다고 다른시인들이 기분 안 나쁠만큼 비아냥거리기도 하니까요 ㅋㅋ

hnine 2006-04-14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나중에 제 아이에게나 한번 해보라고 할려고요. 느낌을 글로 또는 그림으로. 어디에서 사느냐는 것은 중요한 것 같아요 특히 창작을 하는 사람에게는.

진주님, 하하...섬진강을 혼자서 다 팔아먹었다는 말이 나올만도 하네요.
 
 전출처 : 돌바람 > 선천성 그리움-함민복

선천성 그리움

                                                   함민복

 

사람 그리워 당신을 품에 안았더니

당신의 심장은 나의 오른쪽 가슴에서 뛰고

끝내 심장을 포갤 수 없는

우리 선천성 그리움이여

하늘과 땅 사이를

날아오르는 새떼여

내리치는 번개여

 

함민복,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1996, 창비)

 

>> 목련, 피고 지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괜시리 가슴이 쿵쾅거립니다. 저것들 다 떨어지지 전에 오신다고 했는데, 저것들 다 떨어져도 안 오시면 어쩌나, 내 가슴은 늘 목련, 꽃송이처럼 기다리고 떨어지기를 몇 해째 반복하며 그저 기다리는 것이 익숙하여 그리워도 그립다고 말하지 못하였습니다. 차마 꽃송이 머리 위부터 햇살에 타들어가고 있다고 말하지 못하였습니다. 떨어진 꽃송이 곱게 말려 연초처럼 잘게 잘라 한 모금 들이키고 싶은 봄날, 당신은 그렇게 봄날 내 그리움이 가 닿은 첫맛, 목련잎으로 오셨군요. 한 나무에서 나온 내 마음을 들이키는 것처럼 우리는 늘 함께 피었던 거였군요. 함께 피어 서로를 볼 수 없었던 거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하여 선천성 그리움을 앓는 그대가 내 가슴이었음을 목련 꽃 피고 지는 계절에 알게 되었습니다.

 

 

Diamonds and Rust - Joan Baez  

  

We both know what memories can bring

They bring diamonds and ru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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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런스 2006-04-13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들어보는 조앤 바에즈네요! 타고난 그리움 어쩌겠어요. 아... 가끔 그러고 말뿐이어요..

hnine 2006-04-13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싸이런스님, 반갑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