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류에서
너의 아름다움을 찾아주기 위해서
내가 더 낮아지고
더러워지는 거다.
너의 깊은 슬픔 배 띄워주려고
더 넓어지고 깊어질 뿐이다.
그렇지만 너는 연꽃
나는 뻘,
이렇게 흘러흘러
바다에서나 함께 될 수밖에 없는가.
찬란히 피어나거라.
네가 지면
바다가 거두어갈 것이다.
기다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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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원근, 처음 들어보는 시인이다.
지금 읽고 있는 황경신의 '그림같은 세상'이라는 책 중,
쇠라의 그림 끝에 인용되어 있는 시.
인간 사이의 사랑이라는거, 다 거기서 거기라고,
언제 변할지 모르는, 시시각각 색깔을 달리하는 요술 거울같은 것이라고,
멋대로 생각하고 있는 중에 이런 시를 대하니,
이 시의 대상은 어느 한 사람이 아닐 것이라는,
그런 생각이 든다.
'...찬란히 피어나거라, 네가 지면 바다가 거두어갈 것이다...기다리겠다...'
찬란히 피어나고, 지기 까지 그래서 바다가 거두기까지,
내가 할 일은 그저 기다리는 일 뿐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