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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의 바이오테크놀로지 - 영화로 읽는 생명공학 이야기
박태현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런 책이 적어도 한권 쯤 우리 나라에도 나와 있을 것이라고 예상을 하며 검색을 하여 찾은 책이다.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읽고서 공감하여 바로 구입을 하여 읽었다. 그냥 테크놀로지도 아니고 특히 '바이오'테크놀로지와 관련된 영화의 수는 날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어서 글의 소재를 고르는데 특별한 어려움이 있지는 않았겠으나 문제는 이것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영화와 기술적인 문제를 잘 접목하여 풀어내는 일이었으리라.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책은 꽤 충실하게 쓰여진 책이다.
서른 일곱편의 영화들이 선별되어 실려 있는데 대체로 많이 알려져 있는 영화들이었다. 비록 나는 평소에 이런 바이오테크놀로지 관련 영화에 특별한 흥미를 느끼는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본 것은 '쥬라기 공원 (이것은 책으로 읽었다)', '로렌조 오일'. '엑스 맨', '페이스 오프', 그리고 역시 책으로 읽은 '향수' 가 전부였지만 영화의 줄거리가 그 영화를 본 적 없는 사람도 읽어서 알 수 있을 만큼 소개되어 있어 읽는데 무리는 없었다. 줄거리 소개와 함께 영화의 몇 장면들이 내용 중에 약간씩 삽입되어 있는데 그 사진들의 질이 별로 선명하지 않았고, 충분히 더 많이 소개되지 못한 것은 아마도 저작권 문제 때문이 아니었을까 짐작되나 좀 아쉬웠다.
영화의 내용에 이어 그 영화 내용과 관련된 생명공학 기술이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는데, 아주 흥미진진한 설명은 아니지만 크게 과장되지 않고, 있는 사실에 기초한 충실한 설명이었던 것이 오히려 더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영화이긴 하지만 현재 이용되고 있는 기술과 앞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는 기술들, 그리고 전혀 과학적 근거가 없는 내용들을 잘 구분하여 알려주고 있는 점에서는 책에 대한 저자의 책임감이 느껴져 마음에 들었다. 예를 들어 영화 <레릭 (The Relic)> 에서, 호르몬 섭취를 위해서 인간의 뇌를 먹는다는 설정은, 호르몬은 혈액으로 유입되어야지, 위 속으로 들어온 경우 단백질의 일종인 호르몬은 분해되고 불활성화될 뿐이기에 실제로는 잘못된 설정이라는 것, 또한 요즘 아주 자주 등장하는 복제인간의 경우, 영화에서는 바로 성인의 상태로 복제되어 나타나지만 현재의 기술로는 복제된다 하여도 신생아의 형태로 태어나 자라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주인공과 같은 모습, 같은 나이의 복제인간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등은 놓치고 지날 수도 있었을 내용이었다. 하지만 <쥬라기 공원>같은 내용은 얼마나 놀라운가. 거의 틀림없는 방법이 요즘 실행되고 있으니 말이다. 역시 과학의 발전이 있으려면 이러한 상상력과 창의력이 필요하고, 이것은 꼭 실험실이나 연구실에 있는 현직 과학자들만 갖고 있는 능력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알 수 있었다. 오히려 그 일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의 지극히 상식적이고 루틴하게 돌아가는 머리에서는 이렇게 기발하고 엉뚱해보이는 아이디어가 나오기 더 힘들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비교적 최근에 상영되었던, 인간 장기의 공급을 위해 만들어진 복제인간의 내용을 담고 있는 <아일랜드> 같은 영화는, 결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고, 영화에서도 그랬듯이 비밀리에 이미 현재 진행중일지도 모른다는 나의 추측까지 보태져 더 흥미가 생기면서도 새삼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이런 류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면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고, 생명공학 분야에 관심있는 고등학생들이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영화와 관련한 것은 이렇게 이미 나왔으니, 생명공학과 연결시킬 수 있는 또 다른 분야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무엇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