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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 Magic: Creating Stories That Fly (Paperback) - Creating Stories That Fly
Levine, Gail Carson / Collins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안타깝게도 저자의 다른 책은 아직 한번도 읽어본 적이 없다. 주로 어린이들 책을 써왔고 그 중 'Ella enchanted (마술에 걸린 엘라?)'라는 책으로는 뉴베리 상까지 받았다는데.
하지만 소설이 아닌 글쓰기에 관한 책을 이렇게 재미있게 쓸 정도라면 그가 쓴 이야기들은 재미없을 리가 없을 것 같다.
그것이 어떤 종류의 글이든, 글쓰기에 대한 태도, 방법, 과정등을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는데, 글쓰기의 어려운 점을 얘기하는 동안에도 겁을 주기보다는 누구나 그렇다, 나도 그랬다 는 식의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책 내용중 밑줄 그을만한 부분을 몇가지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번호는 내가 임의로 붙였음.)
1. 글을 일단 쓰기 시작하면 최소한 20분은 쓰도록 하세요.
2. 5분의 시간, 의자, 연필 또는 컴퓨터만 있다면 쓰기 시작하세요.
3. 모든 글은 저장하세요. 최소한 15년 동안.
4. 오감을 이용해 묘사해보세요. 당신 눈으로 보는 것, 듣는 것, 맛보는 것, 냄새로 느껴지는 것, 촉각 등. 글을 읽는 사람들은 당신의 묘사를 통해 당신 글 속의 인물들을 이해하고 경험하게 되고 당신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5. 자세히 묘사하는 과정중에 단정적이고 일반화시키는 표현은 피하세요. 예를 들어 '그는 비열하고 엄격했다.'라고 쓰는 대신, 그런 단정적인 말 없이도 독자가 이야기 속 인물의 비열하고 엄격한 특징을 파악할 수 있도록 묘사하는 편이 좋습니다.
6. 처음부터 훌륭한 글이 술술 잘 써지리라 생각하지 마세요. 트럼펫을 처음 집어들면서 그것을 연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요? 수영을 배우기 시작한 다음 날 당장 올림픽 게임에 출전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없겠지요?
글쓰기도 기술입니다. 더 많이 쓰면 쓸수록 더 잘 쓰게 되어요. 나 역시 죽을때까지 글쓰기를 배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7. 쓴 것을 고치는 과정 (revising)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단계랍니다. 초고를 쓸 때는 마치 내가 감옥수가 된 기분이어요. 창문도 출구도 없고 쇠로 만들어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감옥에 그냥 갇혀있을 뿐이지요. 그러다가 문득 벽에 습기가 맺혀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네 다섯 개의 물방울이지요. 그 물방울이 바로 '아이디어'에 해당한답니다. 나는 그 아이디어들을 긁어모아서는 그 아이디어가 바닥날때까지 열심히 써내려가요. 그리고는 물방울이 더 생겨나기를 기다립니다. 그리고 또 씁니다. 그렇게 초고를 완성하고 나면 이제 더 이상 물방울이 맺히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됩니다. 더 좋은 책이 되도록 하는 일만이 남아있지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랍니다. 고치고, 고치고, 또 고치세요.
8. (비평에 대하여) 누군가 당신 글을 보고 단지 형편없다, 당신은 글쓰기로 성공하기는 힘들겠다 라는 식으로 말한다면 그 사람에게는 다시는 당신 글을 보여주지 마세요. 그 사람한테는 그래도 됩니다. 그 사람의 이름을 당신의 기억 창고에서 지워버리세요. 비평은 건설적(constructive)이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비평을 받을 때는 어떻해야할까요? 좋은 방법은 그저 '듣는 것'입니다. 뭐라고 토를 달기 보다는 그저 그 사람의 비평을 잘 듣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잘 기억하고 메모해놓았다가 다시 글을 쓸 때 참고하세요. 반면 다른 사람의 비평에 대해 좋지 않은 방법은, 당장 그 자리에서 논쟁을 벌이거나 해명을 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때로는 그 비평이 잘못된 것이라 할지라도 일단은 잘 들으세요. 그런 후 다시 글쓰기로 돌아가서 그 비평을 다시 곰곰히 생각해보고 그래도 여전히 그가 한 말이 이해가 안 되거나 동의할 수 없을 때, 그 때 그에게 전화를 하거나, 다음에 그를 다시 볼 기회를 기다렸다가 질문을 하세요. 이제 당신은 그와 그가 당신 작품에 대해 내린 비평에 대해 토론할 수 있습니다. 아마 그는 기꺼이 그가 그렇게 비평을 한 본 뜻을 설명해줄 것입니다.
9. 오래 된 동화는 글쓰기의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너무 오래 되었기 때문에 누구의 소유도 아니고 저작권의 문제도 걸려있지 않잖아요? 그 주제를 가지고 당신 마음대로 얼마든지 변형시켜 나갈 수 있답니다.
10. 나에게 어떤 큰 일이 일어났을 때, 나는 그 일에 대해 어디에든지 써둡니다. 그것을 내 소설에 바로 적용하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그때의 내 기분, 감정, 생각들을 여과시키고, 바꾸고, 위장시켜서 내 소설속에 표현합니다.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내용중에는 새겨두고 싶은 말들이 참 많았다. 위에 8번이라고 번호 매겨 놓은 사항은 글쓰기와 관련없이도 살아가면서 기억해두면 좋을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글쓰기는 나의 의지에서 나오는 작업이다. 그것이 긴 글이던 짧은 글이던 간에, 직업적인 작가이던 아니건 간에 말이다. 저자의 말대로 글쓰기도 기술을 요하는 일이기 때문에 훈련 기간이 필요하다지만, 너무나 형식에 매인다거나 어떻게 써야 잘 쓴 글이라는 선입견이 이미 자리 잡고 있게 되면 글쓰는 의욕도, 좋은 글 쓰기에 가장 필요한 창의력도 잃게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우리 나라에서 펴낸 글쓰기에 관한 책들을 몇 권 읽어보면서 했던 생각이다.
이 책의 끝 부분에서 저자는 말한다. 부디 글쓰기가 당신에게 위안(solace)이 되고, 동무(companion)가 되고, 비밀스런 기쁨 (secret joy)이 되게 하라고.
글쓰기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은, 아마 관심없던 사람도 읽다 보면 관심이 생길 것 같은 책이다. 아주 맘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