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여름에 장사 안하시는 동안은 뭐하세요?" 

붕어빵 아줌마: "여기 저기 식당 가서 일해요. 뭐, 삼계탕 집에서도 일하고, 고깃집에서도 일하고." 

나: "겨울 끝나가나보다 하면 어느 날엔가 이 천막 다 치우고 안 나오시더라고요. 매일 이 자리에서 장사하시는거 보다가 어느 날 부터 안보이면 썰렁하고 서운하고, 기분이 이상하던데요." 

붕어빵 아줌마: "그렇지요? 여기 이 자리에서 장사한지 벌써 8년째네요. 언제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게. 힘들어서 내년부턴 이 장사 안한다 하고는 겨울오기 시작하면 웬지 또 빵 장사를 해야될 것 같아서 다시 나오고 나오고 하다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나: "힘드시죠. 자리 비울 수 없으니 꼼짝도 못하실테고." 

붕어빵 아줌마: "제가 여기서 이렇게 장사하면 사람들은 제가 아주 돈 많이 버는 줄 아는데 그렇지 않아요. 이게 별로 많이 남는 장사가 아니거든요." 

나: "맞아요. 1000원에 세개씩이니, 앉지도 못하시고 계속 쉴새 없이 만들어 파시는 수고에 비하면 많이 남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도 겨울 되면 또 언제 오시나 기다려지는거있죠" 

붕어빵 아줌마: "예, 이 장사가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들어요. 불을 계속 때니까 나쁜 연기때문에 이렇게 계속 마스크도 하고 있어야 하고요. 그래도 사모님 (나보고 사모님이라고 하시네 이런~ ^^)처럼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계시니 계속 하게 되네요." 

붕어빵 사러가서 구워지길 기다리는 동안 붕어빵 아줌마랑 나눈 이야기이다. 힘들다고 하시면서도 목소리도 우렁 차고 표정도 밝고, 아주 씩씩하게 장사하시는 분이다. 
2000원 어치 붕어빵 여섯개를 종이 봉지에 담아가지고 맛있게 먹을께요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옆에서 그동안 아무 말 없이 구경하던 아이가 붕어빵 어떻게 만드는지 다 봐서 자기도 이제 만들 수 있을 것 같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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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 2009-10-20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동네 붕어빵 파는 곳은 이제 거의 없는 것 같아요. 보이면 꼭 사먹을거예요^^ 그런데 님은 역시 빵 좋아하시는군요~

hnine 2009-10-20 01:00   좋아요 0 | URL
ㅋㅋ 빵을 좋아하기도 하고, 또 제가 팥이 들어간 음식은 뭐든 다 좋아해요. 그러니 붕어빵은 제게 있어 완소 간식이라고 할수 있지요 ^^

세실 2009-10-20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팥 들어간건 뭐든지 좋아하는 2인 여기요~~
팥칼국수, 팥죽, 단팥빵등등......
갓 구운 붕어빵 즉시 먹으면 꿀맛^*^
저도 집 근처에서 즐겨 사먹었는데 요즘 그 아주머니가 안보입니다. 아무래도 자리세 때문에 문제가 된듯 해요. 아쉬워라.

hnine 2009-10-20 17:30   좋아요 0 | URL
붕어빵이 힘든 것에 비해 이익이 그리 많이 남지 않는데요. 거기다가 자릿세 문제까지 생기면 더 곤란해지겠지요.
세실님도 팥 들어간 거라면 다 좋아하시는구나~ ^^

상미 2009-10-20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렵게 돈 버는 사람들 참 많지...
지난주 한겨레 21에 기자가 갈비집, 감자탕집에서 직접 일한 글이 나오는데,
참 힘들겠더라고.

hnine 2009-10-20 17:32   좋아요 0 | URL
그렇지. 체력이 어느 정도 되는 사람도 힘들텐데, 만약 몸이 좀 안좋거나 그런 사람들이 막상 돈을 벌라치면 정말 힘이 할만한 일이 많지 않겠더라구.

하늘바람 2009-10-21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며칠전 태은이한테 붕어빵 사주었는데 호호 불며 엄마 뜨거워하면서도 잘 먹더라고요

hnine 2009-10-21 07:05   좋아요 0 | URL
금방 구워나온 것 바로 먹으려면 어른도 뜨거워 호호불며 먹지요. 태은이도 좋아하는군요 붕어빵 ^^

같은하늘 2009-10-21 0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힘들게 만든 붕어빵 팔아도 얼마 안된다는 말에...
그럼 우리동네 다섯개 천원하는 붕어빵은 얼마나 남을까?
걱정된다.... >.<

hnine 2009-10-21 07:09   좋아요 0 | URL
저 위에는 안 썼지만 화장실 가시기도 어렵겠다고 제가 그랬더니, 화장실 가고 싶은 것을 너무 참아 버릇했더니 병이 생긴 적도 있다고 하시더라구요.
 
좋은 부모 밑에서 좋은 자녀가 자란다 - 자녀, 뿌린 대로 거둔다
박경애 지음 / 작은씨앗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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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교육에 관한 책을 읽으면, 모르던 것을 새로 알게 되는 경우보다는 알고 있는 것을 다시 되새기게 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임에도 이렇게 계속 읽고 있는 이유는,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 어렵고, 잊고 지내기 쉽기 때문이다. 하루도 휴일이 없는 이 엄마라는 직업.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저냥 내 감정대로, 내가 내키는대로, 내가 중심이 되어 할 수만은 없는 것이기 때문에, 수시로 이렇게 스스로를 점검하고, 반성도 하면서, 아이의 마음을 제대로 읽기 위해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잘 해볼까 노력하는 의지의 끈을 놓을 수가 없나보다.  
이 책은 목차에 나와있는 소제목들만 읽어도 내용을 대강 파악할 수 있었고, 또 사실 소제목에 요점이 잘 나타나있기도 했다. 특히 마음에 와닿았던 소제목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놀이문화를 잃게 되면 성에 눈을 뜬다 (그래서 특히 남자 아이들의 경우에 잘 노는 것이 필요하다.)
-창의성은 글쓰기에서 시작된다 (일기쓰기만큼 좋은 것이 없을 듯)
-여행의 거리는 아이디어의 크기와 비례한다 (계절의 변화를 여행을 통해 자연에서 느끼게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이의 재능을 알아보고 키워주는 부모가 지혜로운 부모 (시간을 두고,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를 잘 지켜봐야 알수 있는 것. 내 아이는 뭐든지 다 잘하게 하고 싶다는 마음을 버려야한다.) 
-한국인의 잘못된 자녀교육 신화 
   *인간에게는 누구나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현실성이 결여된 말. 자녀가 뭐든지 잘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접고 남들보다 잘할 수 있는 것이나 자기가 가진 능력 중에 뛰어난 것이 있음을 일찍 깨달을 수 있도록 가르치고 그것에 스스로 매진할 수 있는 지구력을 키워주도록)
   *하면 무엇이든지 된다. (오랫동안 군부독재에 지배자의 자리를 내주었던 우리 현대사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슬픈 구호. 무엇이든지 하면 되는 것은 아니다.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할수 없는 일이 분명 있다.) 
   *될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 (사람의 성장은 끝을 보아야 한다. 성장기 아이들의 단면적인 행동을 가지고 아이 전체를 함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부모는 영원히 자식이라는 나무의 바람과 햇살, 비료가 되어 주는 존재일 수 밖에 없다,)
- 자녀를 그르치는 부모: 지나치게 기대하는 부모, 자유방임하는 부모, 완벽주의 부모, 무관심한 부모

이 중에서 특히 한국인의 잘못된 자녀교육 신화에 대해서는 공감을 많이 했다. 이 세상에 불가능은 없다라든지, 뭐든지 하면 된다 라는 말이, 그야말로 말은 쉽지만 얼마나 가혹한 주문으로 들릴 수 있는 말인가. 자녀를 그르치는 부모중 한 예가 지나치게 기대하는 부모라는 점과 일맥상통한다고 볼수 있는데 나 역시 학생때 나의 능력보다 항상 높게 기대를 하시고, 하면 된다고 하시며 끝까지 내게 너무 버거운 목표를 제시하시는 부모님을 향하여 ' 예, 하면 되는 것 맞아요. 70살에 박사 학위를 받는 사람도 있다니까요. 그러니 엄마도 한번 해보시지 그래요.' 이런 말을 속으로 삼킨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던 기억이 있으니까.
마지막으로 이 책에 실려있는 아이를 문제아로 키우는 방법 리스트중 몇가지를 옮겨본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들어줘라. 그러면 세상은 자기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나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게 된다.
-나쁜 단어를 배워 쓰면 고쳐주는 대신에 웃어줘라. 그러면 자기가 귀엽게 군다고 생각한다.
-안돼!라는 말은 절대로 쓰지 말라.
-무엇이든지 어질러 놓은 것은 따라다니면서 치워줘라.
-아무 책이나 읽게 하라.
-아이들 앞에서 자주 싸워라.
-용돈을 달라는 대로 줘라. 노력해서 돈 버는 것을 가르치지 말라.
-먹고 싶은 것은 다 먹여라.
-언제나 아이의 편을 들라. 

이 책에 대해 아쉬운 점이라면 인용한 글이나 인물의 예가 너무 많이, 자주 나온다는 것과 그야말로 소제목만 읽어도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잠깐잠깐씩 들었을 정도로 제목밑의 설명들이 좀 진부한 감이 없지 않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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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9-10-19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느끼지만 아이를 키우는게 가장 힘든 것 같아요.

hnine 2009-10-20 01:02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정답이 없기도 하고, 하면서도 늘 자신 없고요.

상미 2009-10-20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론하고 실천하고 제일 다른게 육아인듯...

hnine 2009-10-20 17:34   좋아요 0 | URL
그래도 이렇게 책으로 계속 정신 무장을 좀 하고 있는 동안은 쪼~끔 더 나은 것 같기도 하고 ^^ 뭐 나 혼자 생각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같은하늘 2009-10-21 0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론과 실제는 정말 달라요. ㅜㅜ
저도 매일 뒤 돌아서서 후회하지요.

hnine 2009-10-21 07:10   좋아요 0 | URL
아이 키우면서 그러지 않는 엄마, 아마 없지 않을까요? ^^
 

 

내가 한 때 인생의 전부라고 이해했던 무언가를 또 다른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이해해야 하는 날이 올 수도 있음을 알아가는 것, 이것이 인생이다. 

 

: 도리스 레싱의 말을 내 방식대로 조금 바꿔 보았다.
내가 지금 철썩같이 믿고 있는 생각, 믿음, 사람, 감정 등이,  언젠가는 다시 이해되어야 할 날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지금까지 그리 길지 않은 삶을 살면서 배운 것이 있다면 그것인 것 같다. 

   

원래 도리스 레싱이 했던 말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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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9-10-19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찜합니다.
솔직히... 베껴 갑니다.

hnine 2009-10-19 19:01   좋아요 0 | URL
조선인님, 오늘 하루, 많이 바쁘셨지요? ^^
남은 시간들은 충분한 휴식의 시간이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공감해주셔서 감사드려요.

마노아 2009-10-19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맞아요. 맞아... 저도 별찜이에요.^^

hnine 2009-10-19 20:51   좋아요 0 | URL
결국 나이를 먹어가며 배우는 것은 '겸허한 자세'가 아닐까 싶네요.
어렵지요...

비로그인 2009-10-19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래도 다시 새롭게 적응하고 이해하기란 때론 부담스러워요..

날씨좋은 주말은 잘 보내셨어요? 저는 이번주도 정신없는 한주가 다음주 월요일까지 촘촘히 짜여있다는.. ㅜㅜ

hnine 2009-10-19 23:44   좋아요 0 | URL
저렇게 글로 끄적거려 놓으니 쉬운 일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자기를 깨는 고통의 일종이겠지요.
다음 주 월요일까지만 바쁘시고 이후론 좀 한가해지셨으면 좋겠네요. 서재에서 자주 뵐 수 있도록요 ^^

꿈꾸는섬 2009-10-19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아요.^^

hnine 2009-10-20 01:02   좋아요 0 | URL
꿈꾸는 섬님도 공감해주시나요? ^^

하양물감 2009-10-20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우..그렇군요. 이 글귀는 뭐랄까, 지금 나에게도 필요한 글귀같아요...

hnine 2009-10-20 17:36   좋아요 0 | URL
저는 실제로 이런 경험을 종종 하면서 사는 것 같아요.

같은하늘 2009-10-21 0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날이 오면 너무 힘들겠지만 그만큼 성숙하겠지요...

hnine 2009-10-21 07:14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게 짧은 기간일 수도 있고, 제 경우엔 꽤 오랜 시간을 두고 거쳐나오기도 하고 그렇네요. 살면서 누구나 하는 경험을 제가 새삼 저렇게 글로 써놓은 것 같기도 하고요 ^^

하늘바람 2009-10-23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정한 배움.
아~
이젠 그런 거 안하고 싶어요 ㅠㅠ

hnine 2009-10-23 18:32   좋아요 0 | URL
무슨 말씀이신지 알 것 같아요 ^^
 
Me Talk Pretty One Day (Mass Market Paperback)
데이빗 세다리스 지음 / Back Bay Books / 2001년 6월
평점 :
품절


책을 다 읽고 보니 애초에 이 책의 제목을 가지고 갸우뚱할 필요는 없었다. 저자가 불어를 배우기 위해 파리에 가서 고전하는 동안 나도 언젠가는 말을 잘 할수 있을 거라는, 앞뒤 안맞게 불어를 주워 섬기면서 한 말을 제목으로 뽑아 놓은 것이니까.
저자 소개가 자세히 되어 있지는 않지만 책 전체가 그야말로 그의 신변잡기로 되어 있기 때문에 그가 어떤 사람인지에 관해서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다. 근본적으로 그는 자신을, 자신의 가족을, 친구를, 사회를 유머감각을 가지고 볼 수 있는 사람인 것 같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볼까?
어떤 집으로 식사 초대를 받아간 날, 화장실에 갔더니 앞서 이용한 누군가가 큰 일을 보고는 물을 내리지 않고 나간 것이다. 자기 다음에 들어오게 될 사람이 마치 자신이 그렇게 해놓고 나간 것으로 알까봐 그는 서둘러 뒷처리를 하느라 진땀을 흘리지만 변기 물 내리는 장치가 고장나 있었다. 화장실 밖에서는 기다리는 사람이 계속 노크를 해대고, 어찌 어찌 하여 처리를 한 후, 늦게 나온 것에 대한 무언의 변명의 표시로 필요도 없이 세면대에서 머리를 감고 젖은 채 나간다는 얘기 ('Big Boy')를 읽으면서는 그의 난처했던 상황이 그려지면서도 혼자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의 제목도 그렇지만 책 속의 소제목들도 재치가 넘친다. Giant dreams, Midget Abilities라든지, Me talk pretty one day격의 다른 말로 See you again yesterday도 그렇다. 많은 작가들이 그렇듯이 그 역시 컴퓨터 혐오증을 가지고 있는데, 두려워하는 것 (fear) 과 싫어하는 것 (hate)은 구별되어야 한다면서 'phobic' 이란 말을 아무데나 붙이면 안된다고 주장한다. 자기는 컴퓨터를 비롯한 기계들을 싫어하는 것이지 무서워하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말이다. phobia라는 말은 싫어하는 대상이 아닌, 두려워하는 대상에 붙여야 맞는 것이란다. 뉴욕의 식문화를 풍자적으로 묘사한 Today's special (오늘의 중점요리) 을 읽으면서는 그냥 재미 이상의, 뭐랄까 속 시원함을 느꼈다고 할까. 대도시 문화나 격식에 아랑곳 하지 않는 한 여자 지인에게 저자가 뉴욕 구경을 시켜주는 이야기이다. 너무나 당당하게 자기 식대로 행동하는 그녀에게 좀 당황한 저자를 보고 그녀가 한 말은,
"Let me tell you something, Mr. New York City. I am very comfortable with the way I look, and if the Plaza Hotel doesn't like what I'm wearing, then that's their problem, not mine."
이 정도 당당함으로 사는 것, 참 멋지지 않은가? 대조를 위해 그가 표현한 wealthy, overcaffeinated society women with high standards and excellent aim (122쪽) 의 여자와는 다른 차원에서 말이다. 음식을 미술 작품에 비유하자면 그 날의 요리는 다다이즘에 해당한다는 대목을 읽을 때에는 전혀 관계 없어 보이는 두가지를 이렇게 연결시킬 수 있는 기발함을 별것 아니라고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결국 컬럼부스의 달걀 같은 것 아닐까 생각 했다.
1,2부로 나누어 2부에서는 불어를 배우기 위해 파리로 이주하여 사는 동안의 이야기를 쓰고 있는데, 미국과 프랑스의 문화와 가치관의 차이를 엿볼 수 있어 또다른 재미가 있었다. 영화관 풍경을 한 예로 들어, 뉴욕에서는 영화관 수입의 많은 부분을 각종 스낵을 판매함으로써 벌어들이는 수입이 차지하는데 반하여, 프랑스에서는 아무리 큰 영화관에도 작은 아이스크림 판매대 외에는 그처럼 요란하고 거창한 먹거리를 극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것을 본적이 없으며, 아무리 어린 학생들이라도 영화를 보면서 옆사람과 잡담을 나누는 일은 없다고 한다 ('The city of light in the dark').  다른 관객의 요청에 따라 좀 조용히 해달라는 극장 관리인의 지적에 대해 내가 무슨 법이라도 어기고 있냐고 항의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 뉴욕에서의 기억을 떠올리며 결국 자기는 파리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맺는다. 학생때 수업을 열심히 듣고 공부를 열심히 해야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나이들어 할일이 없어졌을 때 신문의 퍼즐을 잘 풀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의 '21 Down'등, 방송매체 기고가 답게 그는 모든 일을 심각하게 파고 든다기 보다, 푸하 웃음을 터뜨리게 쓰면서도, 어떤 글에서는 은근히 인간의 이중성이나 겉치례, 본질적인 소심함을 감추려고 부리는 허세 등을 간접적으로 비꼬고 있는 것이 여실히 느껴지기도 했다. 

책의 크기가 작고 무겁지 않아서 들고 다니면서 읽기 좋지만, 글씨는 작고 빽빽하다.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어떻게 보면 이렇게 유머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글들이 더 어려울 수도 있다. 이 책도 마찬가지. 예를 들어,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자란 친구의 어린 시절 얘기를 듣고 부러워하면서 자신의 어린 시절과 비교하고 감정이입하면서 쓴 글이 있는데 ('Remembering my childhood on the continent of africa') 그리 심오한 내용이 아님에도 내게는 이해가 어려웠던 부분이다.
그가 진정 그런 의미를 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랬다면 나는 동의한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양면성을 가지고 있으며,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본질적으로 소심한 동물이라는 것을. 그걸 부정적으로, 비판적으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저자처럼 이렇게 통쾌하게 웃으며 맘껏 표현할 수 있다면 인생이 훨씬 재미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그럴 수 있으면 참 좋겠다. 나 대신 그가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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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미 2009-10-14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불어를 영어식으로 생각하면 훨씬 배우기 쉽다고 하더라.
그래서 유럽애들은 보통 3개국어를 쉽게 배우나봐.

우리 딸 프랑스 남자랑 결혼하겠단다...@.@ 푸헐 ~~
그냥 영어하는 남자 선으로 합의 봤단다. ㅋㅋㅋ
모녀의 대화를 지켜보던 남편이 <한국 남자가 경쟁력이 없기는해...> 그러더라.

hnine 2009-10-14 00:23   좋아요 0 | URL
아니, 안 자고 뭐해? 난 지금 시험 문제 내느라...
경은 아빠 말에 완전 동의 ^^
나중에 사위랑 대화가 되려면 지금부터 불어 공부좀 해놓아야겠다 ㅋㅋ

상미 2009-10-14 09:20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일요일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돌아온 남편이
월요일 밤에 시고모님이 돌아가셔서, 진주에 내려갔다가
밤 버스 타고 온다고 해서,
기다리던중이었지.
너야말로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면 힘들겠다...

hnine 2009-10-14 12:00   좋아요 0 | URL
부에노스아이레스 라는 단어를 보니 '엄마 찾아 삼만리'가 갑자기 떠오르는 이 대책없는 아줌마 ㅋㅋ
경은 아빠 많이 피곤하겠구나. 안자고 기다릴만 하네.
세계지도 하나 출력해서 색칠해봐라. 경은 아빠 가본 곳에. 어쩜 벌써 해봤을지도 ^^

하이드 2009-10-14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표지가 예뻐서 늘 서점에서 지나칠때마다 손이 가는데, (근데, 왠지 집에 있는 책 같아서 못 사고 있는;;) 리뷰보니 읽고 싶네요.

그나저나 서재 지붕이 참 예쁘네요.

hnine 2009-10-14 12:03   좋아요 0 | URL
칠판에, 그것도 여러 번 쓰고 지우개로 대충 지워 분필 가루가 허옇게 남아 있는 듯한 칠판에 하얀 분필로 쓱싹쓱싹 쓴 것 같은 표지이지요. 저자의 성을 보고 짐작이 되기도 하지만 부모들은 그리스 출신이더라구요.
서재 지붕 올린지 꽤 오래 되어서 전 좀 질려가고 있었는데, 쫌 더 두어야겠어요 ^^

하늘바람 2009-10-14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서!!!
시험기간이라 피곤하시겠어요

hnine 2009-10-14 12:07   좋아요 0 | URL
앗, 거의 실시간이네요 ^^ 막 나가려던 참이었는데.
다음 주부터 시험이어요. 그래서 저는 다음 주엔 한가하지요.

같은하늘 2009-10-16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원서... 원서라면 전공서적 밖에 봐 본적이 없는 외계어로 쓰여진 책...^^

hnine 2009-10-16 13:29   좋아요 0 | URL
아무리 해도 우리에겐 외계어 맞지요 ㅋㅋ
저도 자주는못 읽어요.
 

 

파드득 

파드득 

파르르 

파르르  

무슨 소리?

마루 창으로 파르르  

달려가보니 

흐린 하늘 

젖은 땅 

가 

을 

비  

 

 

위풍 당당  

눈치 안보던 

여름비

가만 가만  

조심 조심 

눈치보며  

오고 있는

가  

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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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10-13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네요.^^
비가 오네요 정말

hnine 2009-10-13 18:38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 계신 곳도 비가 오나요?
비가 아주 소심하게 잠깐 오다가 지금은 그나마 그쳤어요 ^^

Kitty 2009-10-13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저는 도서관에 책 빌리러 갔다가 너무 대범하게 오는 비를 만나 쪼오올딱 젖었어요.
지금 들어와서 샤워하고 한 숨 돌렸어요. 진짜 초등학생 이후로 최고로 젖어본 듯 ㅠㅠ

hnine 2009-10-13 23:32   좋아요 0 | URL
에궁~ 띠용~~ ㅋㅋ
가을비 소심하게 내린다고 괜히 분위기 잡은 제가 머쓱해지네요 ^^
그건 그렇고 비를 많이 맞으셨다니 감기 안걸리게 조심하시길요.

프레이야 2009-10-13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긴 오늘 비 왔군요. 소심하게 ㅎㅎ
여긴 말짱했어요.

hnine 2009-10-14 00:25   좋아요 0 | URL
제가 소심하게 온다고 하는 걸 들었는지 지금은 아주 제법 팡팡 내리고 있어요. 부산도 내일 오지 않을까요? 오랜만에 비가 오니 그리 나쁘지 않네요.

같은하늘 2009-10-16 0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이켜 생각해본건데 그날 저희 동네는 소심하게 오지않고 비바람이 몰아쳤는데...
저는 그 비바람속에서 애들 끌고 시아버님 병원에 다녀왔거든요. -.-;;

hnine 2009-10-16 13:31   좋아요 0 | URL
서울은 그랬나보더라구요. 여기 대전은 정말 비가 살살 왔거든요.
애들 데리고 병원에 다녀오시느라 힘드셨겠어요. 시아버님께서 편찮으신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