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힘내자!

사실 위의 음식은 내가 먹으려고 한 음식은 아니지만. 

지난 주말 내가 몸이 안좋다는 이유로 대충 해먹으니 며칠은 참 편하더라만, 계속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밖에 나가서 사먹으니 잘 하지도 못하는 음식, 뭘 해서 먹나, 어떻게 만드나 머리 짜내느라 시간 소비하지 않아서 좋고, 또 하나, 먹고 난 후 산더미 같은 설겆이 하지 않아도 되어서 좋고. 그런데 그렇게 토요일, 일요일 보내면서 분명 몸은 편한데 마음은 웬지 어딘가 개운하지 않았다.

오늘은 다시 레시피 몇개를 늘어놓고 궁리한 끝에 예전에 사다놓은 닭날개 여섯개를 꺼내어 닭날개 간장조림을 했다. 

다행히 맛있게 먹고 있는 아이에게 물었다. 

"다린아, 닭날개랑 닭다리랑 맛이 틀리니? (나는 닭을 안먹기 때문에 잘 모른다.) 왜 닭날개로 사자고 그랬어?" 

"닭날개에는 살이 적잖아요. 그래서 양념이 속까지 잘 배어들잖아요? 그래서 내가 날개를 제일 좋아해요."  아이의 대답이다.

"아, 그렇구나." 

닭날개 여섯 개가, 금방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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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9-07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영리한 다린이! 군침 돌아요. 쓰읍~!

hnine 2009-09-07 20:26   좋아요 0 | URL
전 언제쯤 레시피 검색 없이 음식을 척척 해낼 수 있을까요.
전 감자조림 같은 것 하면서도 레시피부터 찾는답니다.

상미 2009-09-08 0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맛있어 보인다~~
고기 좋아하는 우리 애들은 닭 다리를 더 좋아하지.ㅋㅋ

여러해 전 일마레에서 메뉴 선정 할 때, 그 때 알았단다.
외식하고 그러기엔 많이 불편 할거 같아.


hnine 2009-09-08 07:15   좋아요 0 | URL
경은이 학교 보내느라 일찍 일어나는구나.
다린이는 지금 막 학교 갔다.
닭을 사보니 웬 종류가 그렇게 많은지, 다리, 날개, 볶음용 등등. 어떻게 용도가 다른지 몰라서 다린이보고 고르라고 했었거든 ^^

상미 2009-09-08 09:2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경은이가 6시 40분에 나가지.
잠깨려고 컴터 한바퀴 돌면서 잠깨.
어제는 아침에 눈뜨니까, 버스 탈 시간...스쿨버스도 놓치게 했어 ㅠ.ㅠ
엄마가 미안하다고 그러니까,
우리 경은이 < 내가 못일어난걸 뭐... > 그러더라.

hnine 2009-09-08 10:30   좋아요 0 | URL
6시 40분에 집에서 나가면 엄마는 도대체 몇시에 일어나서 아침이며 도시락 준비를 해야하는거니? 경은이도, 너도, 수고가 많구나.

순오기 2009-09-08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침이 고여요!
닭날개가 그래서 맛있군요~ 맛은 애들이 더 잘 알아요.
다린군이 맛나게 먹었으니 이젠 맘도 편해졌으니 쾌차한가요?^^

hnine 2009-09-08 10:31   좋아요 0 | URL
옙! 거의 일주일만에 오늘의 (마음)날씨, 맑음입니다 ^^
염려해주셔서 감사드려요.

하양물감 2009-09-08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닭 안먹는 사람이 여기에도 있군요???
우리남편이 닭을 안먹어서 닭요리도 생각도 못한답니다.
그런데 안먹으면서도 요리를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해요.
저는 생선을 안먹어서 우리집에는 생선, 닭요리가 없다지요..
이래저래 불쌍한건 우리 한솔이입니다.

hnine 2009-09-08 10:33   좋아요 0 | URL
그래서 정확한 계량에 의존하는 수 밖에 없어요. 아니면 중간중간 아이나 남편에게 간을 봐달라고 하던지요.
하양물감님은 생선을 안드시는군요. 저는 육류를 안먹는 대신 생선은 없어 못먹는데요 ㅋㅋ

하늘바람 2009-09-08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은 이제 괜찮아지셨어요?와 너무 맛나보여요. 전 다리도 날개도 싫고 완전 팍팍한 가슴살만 좋아라 한답니다. 그래서 다리는 옆지기 차지가 되지요.간장 양념은 어떻게 하나요?
저도 닭 사서 해먹어봐야겠어요

hnine 2009-09-08 10:34   좋아요 0 | URL
가슴살이 제일 영양식 아니겠어요? 양념장은 간장 + 청주 + 식초 + 물엿 + 설탕 + 마늘 + 후추, 이렇게 만들었어요.

꿈꾸는섬 2009-09-11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맛있겠어요. 닭달개에 콜라겐이 많다죠. 피부노화방지에 좋대요.^^

hnine 2009-09-12 03:56   좋아요 0 | URL
맛있어 보이나요? 열심히 만들어서 식구들이 별로 맛있게 먹지 않으면 좀 속이 상하지요. 이날은 다행히 아이가 맛있게 먹더군요.
아~ 닭날개에 콜라겐이 많군요. 어쩌지요, 저는 닭을 안먹으니...^^

세실 2009-09-12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닭날개조림 음 해줘야지~~~

hnine 2009-09-12 14:54   좋아요 0 | URL
튀긴 것을 더 잘 먹기는 하는데 제가 튀기는 음식은 잘 안해주거든요 ㅋㅋ
기름도 많이 들고, 나중에 기름 처리문제도 귀찮고 해서요.
저건 시간도 별로 많이 안 걸리고, 양념장도 간단하더라구요.
 



현재 신종플루의 치료약으로 가장 많이 복용되고 있는 타미플루 (Tamiflu). 
1999년 미국의 한 제약 회사에 의해 개발되었으나 현재 이 약의 특허권은 스위스의 제약회사 Roche가 가지고 있습니다.  

 

- 이 타미플루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유행성감기 바이러스가 우리 몸의 세포에 침입해들어올 때 사람의 세포막을 허무는데 사용하는 '뉴라미니다아제 (neuraminidase)' 라는 단백질이 있습니다. 바이러스가 만드는 단백질이지요. 

  

 

 

 

 

<뉴라미니다아제>

타미플루가 타겟으로 하는 물질이 바로 이 뉴라미니다아제라는 단백질인 것입니다. 

타미플루라는 약물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우선 타겟이 되는 뉴라미니다아제의 구조를 자세히 알아야 했습니다. 뉴라미니다아제라는 단백질의 어느 부분이 유행성감기를 일으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곳 (이런 부분을 '활성 부위'라고 합니다.)인지를 알아내야했기 때문입니다. 즉, 이 결정적인 부위에 정확하게 붙어서 뉴라미니다아제의 작용을 억제시키는 약물을 개발해내는 것이 목적이었던 것입니다.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볼까요?

1. 원래 뉴라미니다아제와 결합한다고 알려져 있는 기존의 물질을 토대로 하여 컴퓨터를 사용하여 뉴라미니다아제의 활성 부위의 형태에 맞는 신약을 설계합니다. 그런 후 뉴라미니다아제와 잘 결합하는지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조사합니다. 

2. 그렇게 하여 만들어진 신약 후보를 컴퓨터 상에서 뉴라미니다아제의 구조와 맞춰보면서 이 신약 후보 물질이 타겟단백질에 잘 들러붙는지 조사합니다.  

3. 여기까지 수행되었으면 이제 컴퓨터가 아닌 실제 실험을 통해 신약 후보 물질이 타겟 단백질인 뉴라미니다아제에 잘 결합하는지 조사합니다. 즉 화학적인 실험이지요. 

4. 이제 세포생물학적 실험 단계입니다. 유행성 바이러스를 배양하여 이 신약 후보 물질이 실제로 이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시킬수 있는지 봅니다. 

5. 여기까지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면 마지막으로 동물 실험 단계입니다. 실험 동물을 이용하여 이 신약 후보 물질이 실제 유행성 바이러스의 치료에 효과가 있는지 조사합니다. 

6. 이렇게 해서 개발된 신약이 타미플루 입니다. 물론 1에서 5까지의 과정을 여러 번 되풀이하여 뉴라미니다아제에 강력하게 결합하면서 그 작용을 억제하는 물질 개발에 성공한 것이지요.
타미플루 뿐 아니라 많은 새로운 신약이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 우리 몸 속에서 타미플루는  

우리 몸 속에 들어온 타미플루는 그 일부분이 분해되어 뉴라미니다아제의 활성 부위에 강하게 결합합니다. 그러면 뉴라미니다아제는 제 기능을 못하게 되지요. 즉 우리 몸의 세포 속으로 침투해들어올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바이러스는 다른 세포를 침투해 들어가야만 증식할 수 있는데 여기 사용되는 도구인 뉴라미니다아제가 제 기능을 못하게 되니 결과적으로 유행성 바이러스의 증식이 억제되는 것입니다.

 

 

 

 

 

 

 

  

 

 

-- 우연히 지난 호 Newton 잡지를 보다가 이런 내용이 있길래 그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해보았다. 2008년 2월호였고, 위의 사진은 Naver이미지에서 복사해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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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09-09-07 0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신종플루.....
요즘 손소독이랑 씻는것만 열심히 하고 있어요,,

hnine 2009-09-07 13:02   좋아요 0 | URL
손 소독도 하고 계시군요. 저는 평소보다 별로 더 하는게 없더라구요.

하늘바람 2009-09-07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정말 걱정되네요

hnine 2009-09-07 13:02   좋아요 0 | URL
아이가 있으면 더하지요. 하늘바람님 좀 어떠세요. 6주 될려면 몇주 남았나... ^^

상미 2009-09-07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경은이 친구가 플루에 감염 되서 타미플루를 먹었더니,
다른 약 아무리 먹어도 안떨어지던 열이 대번에 낫더라고 그 엄마 말하더라구
백신이 나와도 저걸 접종해야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할거 같아...
식자우환이라고 ㅋㅋ

hnine 2009-09-07 13:03   좋아요 0 | URL
약으로 그정도 효과가 있으면 나같으면 주사 안맞겠음 ㅋㅋ
 

결국 드러누워 버렸다.
오늘 일정 다 취소시키고. 
내일 일정까지 연기시키고
드러누워버렸다. 

요즘 신경쓸 일이 좀 많긴 했지만
그 정도 신경 안 쓰고 사는 사람도 있냐고
스스로 야단도 쳐봤지만

몸이 아플 때에는 마음이라도 단단히 먹어야 하는데
마음이 먼저 주저 앉아 버렸다.
남동생네 새로 태어난 아기를 돌봐주시러
오늘 자그마치 일곱달 예정으로 먼길을 떠나신 부모님
일흔이 넘은 두 노인네가
그 많은 짐가방을 들고
혈압약, 관절약 등등 늘 드시는 약을 한보따리 챙겨서
공항으로, 또 탑승하시기까지
긴장하시며 여기 저기 찾아다니실 뒷모습을 상상하니 마음이 안 좋고
아직도 무슨 일이 있으면
남편보다 부모님께 더 의지하고 싶은
이 철없음때문에 괜히 눈물난다. 

내 나이 마흔 넷
부모님께 힘이 되어드리고도 남을 나이
그런데 어제 밤 전화에
엄마는 오히려
나를, 내 가족을 걱정하고 계셨다.

이런 저런 생각들에
어제 밤, 몸도 몸이지만
자꾸 눈물이 나왔다.
이불 다 차버리고 잘 자고 있는 아이를 보면서는
울다가도 나도 모르게 빙그레 미소가,
그러게 아프면 병원에 가보라니까 그러고 있냐는
남편의 말 한마디에는 또 찔끔 눈물이

엄마, 아빠
가셔서 아들 내외와 손주와
잘 지내시다 오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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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09-03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부모라는 게 뭔지.
님 아프셔서 어떻게 해요?
머 어쩌지도 못하고 속상하네요.
얼른 병원에 가보시고 일어나셔야죠

hnine 2009-09-03 19:25   좋아요 0 | URL
아무리 해도 자식은 부모 마음을 못따라 가는 것 같아요. 그렇게 받은 사랑을 우리는 또 자식에게 쏟아 붓고요.
하늘바람님, 몸 아프지 않은게 뭐니뭐니해도 첫째여요. 그렇지요?

마노아 2009-09-03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로서, 딸로서, 그리고 나인님 자신으로서 모두 다 소중해요. 병원 꼭 다녀오시고 아픈 거 어여 나으셔요. 호오오~~~

hnine 2009-09-03 19:26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호오오~~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제가 필요한건 다른게 아니라 바로 그 호오오~~ 인지도 모르겠어요.

상미 2009-09-03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고모가 되었구나...축하축하~~
혁이가 아빠가 되었구나. 상미누나가 축하한다고 전해줘.
오래 기다리던 아이라서 엄마 아빠가 더 좋아하시겠다.
나도 가끔 엄마 아빠 여행 가시면, 허전하더라구. 7개월이면 길겠다.
언제나 SOS 치고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지원군인데.

그나저나 많이 아픈가보다.
밥 많이 먹고 얼른 나아~~~

애들 아빠도 자기 딴엔 제일 관심있게 해주는 말이<내일 병원가봐...>
그 말 한마디가 아플 때는 더 섭섭하다고 누누히 말하지만 ,
무뚝뚝과 남자들은 그 정도도 많은 관심을 표현한다고 생각하나봐.
뭐 어쩌겠니,
곰살맞고 말 많은 사람보다 과묵한 남자한테 점수 후하게 준 우리 선택인것을

hnine 2009-09-03 21:21   좋아요 0 | URL
마지막 줄의 그말이 심금을 울리는구나 흑흑...
혁이에게 꼭 전해줄께. 상미누나의 축하메시지를.
고맙다 ^^

프레이야 2009-09-03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옆지기님께 살짝 서운하신 마음이 비쳐요. 우리집이랑 비슷^^
그나저나 나인님 몸이 무리된 것 아닌가싶어요.
몸 돌보시기 바래요. 힘내고 얼른 나으시길요.~

hnine 2009-09-03 23:44   좋아요 0 | URL
예, 프레이야님. 걱정해주신 덕분에 오늘 아침보다 지금 훨씬 낫네요.
프레이야님댁도 저희집과 비슷? ^^
저희 부모님 잘 도착하셨다는 전화 받고 자려고 지금 기다리고 있는 중이어요.

순오기 2009-09-07 0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허전해서 더 아프셨는지도... 부모님은 곁에 계신 것만으로도 힘이 되지요.
이젠 많이 좋아졌겠죠~ 밥심(힘)이나 잘 드시고 기운내시길...

hnine 2009-09-07 05:48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운낼께요 ^^

하양물감 2009-09-07 0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한번씩은 이런 느낌을 받나봅니다. 몸이 아프고 힘든 것보다 뭔가 의지하고 기대고 싶은 마음이 들때 옆에 있는 이가 섭섭하게 느껴질때가 많지요.
이젠 괜찮으시겠지요^^

hnine 2009-09-07 13:01   좋아요 0 | URL
그럼요, 이제 괜찮답니다. 주말 내내 먹고 쉬기만 했어요. 남편도 막 시키고요.
걱정해주셔서 감사드려요, 꾸벅~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이런 단어들을 기억할 사람들이 이제 점차 줄어가고 있겠지만,
한때 내게는 매일 하이텔에 접속하여 시간보내는 것이 낙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당연히 결혼 전이었고, 학교 졸업 후 직장을 다니긴 했으나 이것이 내 길이란 생각이 도저히 안드는 것이 모든 다른 고민의 원인 제공을 하고 있던 시기였다. 앞으로 무엇을 부여잡고 살아야 하나 막막했던 것은,  20대 후반 그 당시만 해도, 산다는 것은 뭔가 자기만의 목표를 향해 하루 하루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것으로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냥 저냥, 남들 다 하는대로 하며 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혹시 내가 마냥 이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아무 것도 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상상으로 스스로의 정신을 지치게 만들고 있던 시기였더랬다.
그때 내가 회원으로 있던 하이텔 동호회에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을 알고는 매일 채팅방에서 그들과 마음을 열듯 말듯 하며 나누는 대화로 나는 그나마 나의 팽팽해진 신경줄을 다소 느슨하게 이완 시킬 수 있었다. 그러다가 친해진 몇몇의 사람들과는 오프 라인으로 만나기도 하고 그 이후로도 한참동안 연락하며 지낸 경우도 있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어느 날 갑자기 아무 말도 없이 온라인 상에서 사라지고 말아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면서 궁금함과 동시에 허무함을 이겨내느라 더 우울해지기도 했었다. 내가 그들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었구나 생각하면 친구를 잃은 아이가 된 기분, 딱 그런 기분이었다.

알라딘을 알게 된 것은 미국에 있는 동안 알라딘US에서 한국책을 주문하면서 부터였다. 미국에서도 한국책을 주문할 수 있는 것을 알고는 얼마나 기뻤던지, 그리 많은 책을 주문할 형편도 못되면서 매일 사이트에 들어와서 장바구니에 담았다 덜었다 하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그러다가 정작 서재을 오픈한 것은 한국으로 들어온 후였다. 알라딘 사이트에 그렇게 들락날락하면서도 한번도 서재에는 눈길이 가지 않았었는데, 그날은 안써지는 페이퍼를 써내느라 책상에 앉아 머리를 짜내고 있던 중 서재가 눈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그래서 시작한 이 서재는 벌써 올해로 5년이 다 되어간다. 또 많은 사람들을 온라인 상에서 알게 되고, 그 분들로부터 감동, 위안, 격려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따뜻함과 힘을 받으며 친분을 쌓아가고 있지만, 어느 날 또 누군가가 갑자기 이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늘 잊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예전 하이텔 동호회에서의 경험때문일 것이다. 지금도 물론 서운하고 허무하고 기운빠진다. 그리고 슬프기도 하다. 그러면서 안그런 척 한다. 안그런 척 하면 정말 안그래질 것 같아서. 또 오프라인으로 만나는 것도 되도록 안하려고 한다. 만날 사람은 어떻게든 만나게 되어 있고, 안만나지는 사람은 굳이 만나지 않아도 그대로 좋은 사람들 아닐까 해서 이다. 

글이 그 사람을 나타내기는 하지만 꼭 그 사람 그대로 나타내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를 보는 다른 분들의 말씀을 봐도 그렇고, 내가 다른 분들의 글들을 읽으면서도 늘 그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며 읽는다. 매우 까칠한 느낌의 글을 읽으면서도 이 사람은 정작 알고 보면 소심하고 여린 사람일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 반면 아주 여리고 마음 다치기 쉬워 보여 나도 모르게 나서서 토닥거리게 되는 사람도 알고 보면 의외로 강하고 다부진 면이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이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무심 (無心) 을 가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전혀 무심이 아닌 것이다. 

진짜 '무심'하기 위해서, 가야할 길은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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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02 0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9-09-02 06:49   좋아요 0 | URL
님 서재로 답글 달러 갑니다~ ^^

하양물감 2009-09-02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그립네요. 저는 나우누리를 사용했었습니다. 지금도 그때 친했던 사람들과 연락을 하고 있고, 거기서 만난 사람과 결혼까지 했지요....
사실, 피시통신이나 인터넷과 같은 가상공간에서만 그런건 아니니까요. 현실에서도 어느날 갑자기 사람지는 사람, 연락을 끊는 사람이 많잖아요.

hnine 2009-09-02 06:58   좋아요 0 | URL
와, 하양물감님 반가와요. 나우누리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군요 ^^
갑자기 연락을 끊고 사라지는 데에는 또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요. 하지만 남아있는 사람은 무슨 일인가 싶고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더라구요.

상미 2009-09-02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블로그에 몰입했던 시절이 있다가 ,나도 요즘은 가끔씩 글을 올리고 있어

hnine 2009-09-02 16:10   좋아요 0 | URL
그러면서도 정이 참 많이 들었지.
 

 

  

 

 John Constable <Cloud study>

 

 

  

 

 

 

 

오늘의 마음 날씨는 흐림 

 

내일은 차차 개겠음. 

 

모레는 맑은 날씨가 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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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8-31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레를 끌어다가 오늘에 붙였으면 좋겠어요. 차차 갤 터이니 다소 안심이에요. 화이팅!

hnine 2009-08-31 19:58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고맙습니다. 뒤늦게 장마는 아니겠지요 ^^

혜덕화 2009-08-31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부산도 흐렸답니다.
제 마음엔 비가 내렸고요.
내일 아침 저는 밝고 맑은 태양을 지닌 아이들을 서른 명이나 만난답니다.
맑은 아침을 기다립니다.^^

hnine 2009-09-01 06:56   좋아요 0 | URL
혜덕화님, 맑은 아침이 맞으셨기를요.

하늘바람 2009-09-01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씨 좋아서 나가고 싶은데 못나가서 답답하네요

hnine 2009-09-01 17:01   좋아요 0 | URL
그러시겠네요. 저도 다리를 다쳐서 학교도 못가고 한달 동안 하루 종일 집안에서만 지낸적이 있었는데 어찌나 답답하고 시간이 안가던지요. 밤에 잠도 안오고요. 그런데 하늘바람님 생각하니 어쩌면 그건 그래도 나은 편이었다 싶어요. 결혼 전이니 해주는 밥 먹으면서 다른 일 안해도 되었으니까요.
얼른 나으셨으면 좋겠어요. 6주, 빨리 지나가길요.

바람돌이 2009-09-01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날씨는 무지막지하게 맑음. 하늘이 파람. 소풍가고 싶음.... ^^
님의 마음도 이렇게 빨리 맑아졌으면 좋겠어요. ^^

hnine 2009-09-01 17:02   좋아요 0 | URL
그렇네요. 날씨는 정말 나무랄데 없이 화창하네요.
가방들고 살랑살랑 도서관에 가면 딱 좋을 날씨건만, 꼼짝도 안하고 있어요.
맑아지겠지요. 고맙습니다.

비로그인 2009-09-01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씨는 차차 개는 중이지요?
아래 페이퍼 쓰신거보고 달리기~ 책 주문했어요. (땡스투한거 저에요~~)


hnine 2009-09-01 17:06   좋아요 0 | URL
Manci님, 아니요. 며칠 더 갈것 같네요. 일기예보 틀렸어요.

하루키의 그 책, 참 좋아요. 저는 중고샵에서 샀는데, 아무튼 구입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하루키의 소설을 통해 짐작되는 것과 꽤 다른 면이 있더군요.
땡스투,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