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던 책 중에 '수잔 피셔 스테이플스' 라는 사람의 책이 잠깐 언급되었습니다.

어느 한순간에 겪은 한 사건에 의해, 사람은 그 이전과 얼마나 다른 상태로 살아가게 되는지, 그 사건을 겪기 전의 영혼의 상태를 영원히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하면서 위의 저자 이름만 소개 되고 책 이름은 정확히 소개되지 않았길래, 인용된 이 사람의 책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싶어졌습니다.

책 찾아보러 마을 도서관에 가는 길입니다. 예전에 여기서 이 사람 이름의 책을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햇빛이 한창인 시각이었어요. 양산을 쓰고 갔지만 양산도 무차별적으로 뚫고 들어올 것 같은 햇빛이었습니다.

 



 

 

 

 

 

 

 

 

 

 

 

 

 

 

 

 

 

 

 

 

 



 

 

 

 

 

 

 

 

 

 

 

 

 

 

 

 

 

 

 

 

 





 

 

 

 

 

 

 

 

 

 

 

어렸을 때 우리 집에서는 이 나무를 '목백일홍'이라고 불렀는데 요즘은 '배롱나무'라는 이름으로 많이 부르더군요. 목백일홍이 여기 저기 만발했습니다. 

 

도서관에 도착, 수잔 피셔 스테이플스의 책이 두 권 있었습니다. 
<위험한 하늘>, 그리고 <감나무 아래서> 

         

 

 

 

 

 

 

 

 

 

 

 

 

  

 

 

오늘 읽은 책의 저자가 인용한 책이 오늘 빌린 이 두 권 중의 한 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니 호기심이 마구 커집니다. 어서 읽고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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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8-15 0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도서관 가는 길이 너무 멋져요~~~
배롱나무가 훨씬 부르기도 쉽고 멋스럽지 않나요?^^

hnine 2009-08-15 07:56   좋아요 0 | URL
차 다니는 길 따라서 다니다가 바로 그 옆의 이 오솔길을 발견하고는 그 뒤로 줄곧 이 길로만 다녀요. 저는 처음에 배롱나무와 목백일홍이 같은 나무를 말하는지도 몰랐지 뭐여요.

bookJourney 2009-08-15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 가는 길이 너무 근사해요~.
경주에는 배롱나무 꽃이 지천으로 피어있더군요. ^^

hnine 2009-08-15 16:39   좋아요 0 | URL
한적한 길이지요. 서울 살다가 대전에 내려오니 어딜 가도 사람들 북적이는 곳이 별로 없더라고요.
경주도 여기처럼 배롱나무 꽃이 한창이군요.

하양물감 2009-08-17 0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 가는 발걸음이 즐거울 것 같아요...

hnine 2009-08-17 13:02   좋아요 0 | URL
그런데 요즘은 좀 더워요 ^^

하양물감 2009-08-18 08:08   좋아요 0 | URL
그렇기도 하겠네요^^ 그래도 우리 동네 도서관은 이런 길은 커녕 경사급한 오르막이라 접근성이 너무 떨어져요.

hnine 2009-08-18 16:50   좋아요 0 | URL
ㅋㅋ 그렇다면 운동코스가 되겠네요. 만약에 무거운 책까지 들고 가게 된다면...^^

하양물감 2009-08-18 19:21   좋아요 0 | URL
무거운 책에, 한솔이까지 끌고(?) 가려면...헉...^^;

삐삐 2010-06-07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마전에 도서관에 다녀왔습니다. 회원 등록도 하고, 책도 빌리고... 얼마만인지 원.서울에 있는 종로 도서관인데 오래 된 건물이지만... 그래서 더 좋았답니다. 바로 사직공원과 붙어 있기도 하고요. 이제부터는 자주 가려구요.^^

hnine 2010-06-07 11:54   좋아요 0 | URL
삐삐님, 반갑습니다.
종로도서관이면 신축도서관과는 색다른 분위기가 있겠어요. 예전에 정독도서관은 한번 가본 적이 있는데 비슷한 분위기일 것 같네요.
 
악동일기
빅토리아 빅터 지음, 전영애 옮김 / 두레아이들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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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도 이런 악동이 있을까. 아니, 이 정도 되니까 악동 (bad boy)이라 불릴 만 하고, 엄마 아빠로부터조차 이 세상에 아무 쓸모 없는 몹쓸 녀석이란 소리를 그렇게 자주 들음에도 그 부모가 너무하다는 생각이 안드는 것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열살 소년 조지의 본심은 무엇일까. 읽으면서 분석에 들어갔다. 남을 곤경에 빠뜨리는 것이 재미있어서? 아니면 부모에 대한 반항심에서? 이 사회에 대한 반항이라고 하기엔 아직 나이가 어리다고 생각되고 말이다.
이 아이는 일단 어떤 장난거리가 머리에 떠오르면 그 다음을 생각 안한다. 그렇게 여러번 가족으로부터 구박도 받고, 벌도 받고, 맞기도 하는 등 온갖 모욕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해보고 싶은 욕망과 궁금함, 호기심을 저지시킬 것은 이 세상에 아무 것도 없는 것이다. 나중에 자기의 행동이 얼마나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알고 나면 항상 반성도 하고 후회도 한다. 하지만 자기는 그럴 뜻이 아니었다고 주장하거나, 그것이 뭐 그렇게 대수냐면서 사람들의 소동을 이해 못하기도 한다. 자기 자신은 물론이고 주위 사람들, 동물들, 물건들에 그렇게 손상과 피해를 입히고 다니면서도 그의 상상을 초월한 모험과 장난은 멈추질 않는다. 책 속의 이야기임을 알면서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조마조마한 순간이 얼마나 많았는지. 혹자는 이 책의 악동 조지에게 그 나이에 병행하는 사회화 과정에 조금 문제가 있다고 볼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그저 재미있게 읽히게 하려고 썼을 수도 있겠으나, 이 사회의 가리워진 위선을 악동 조지를 통해 폭로하는 쾌감을 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표면으로 나타나는 사람들의 말과 행동 뒤에 숨어 있는 전혀 다른 속마음들이 조지에 의해 완전히 폭로되는 대목들이 유난히 많이 나오고 있고, 바자회나 파티가 그렇게 자주 열리는데에는 순수 사교나 친목 도모의 의도보다는 전혀 순수하지 않은 목적에 의해 의도된 것들이 많다는 것, 특히 조지에게는 혼기에 이른 누나들이 셋이나 있는 관계로 결혼과 관련하여 1800년대 말의 사회의 풍속과 사람들의 심리, 더불어 인디언과 흑인에 관한 인종 편견 등 그 당시 사회상이 '숨어서 그러나 잘' 드러나고 있었다.
이 책은 근래에 쓰여진 책이 아니다. 저자 빅토리아 빅터 (1831~1886)가 쉰살이 다 되어 썼다는 이 책은 처음에 뉴욕에서 익명으로 출간되었다가 미국과 영국에서 여러 판으로 찍혀 나왔고 독일에서는 번역가의 이름만 표지에 나와 있어 진짜 저자는 알려지지 않은 채로 사람들에게 읽히다가 나중에서야 진짜 저자가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왜 끝까지 익명을 고수하고자 했을까? 사람들에게 그냥 재미로 읽히기를 원했다면 그렇게 꼭 익명이기를 바랬을까?
악동의 마음은 어린 아이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여전히 남아있지만 분출되지 못하도록 조절되고 있다가, 이런 악동의 픽션을 통해 쾌감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로 해석되기 시작하면서 더 재미있게 읽힌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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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아니 이틀 내내 비가 내린다.
어제 하필 큰 빨래를 해가지고는
하루가 지나도록 이불 커버는 마르지가 않고,
빨래통에 빨래는 쌓여가고,
더운데 창문도 못열고. 

아이가 집에 돌아올 시간에 맞춰
식빵을 구웠다.
이보다 더 간단할 순 없는 최소한의 재료를 가지고,
각 잡힌 그럴듯한 모양은 아니지만,
소박하고 시골스런 식빵을. 

냉장고로 들어가지 않아도 될 정도의
먹을 만큼의 양만 계량해서 만들고
다 구워진 후엔 내가 원하는 두께로 두툼하게 잘라서
잼 바르고, 치즈 한장 끼워서

"오늘도 즐거웠니?
자, 먹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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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8-12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충분히 그럴듯한걸요. 맛나겠어요.
저는 오늘 저녁은 아이들하고 김밥만들기입니다. 아이들하고 하면 워낙 번잡스럽긴 하지만 뭐 할 수 없죠. ^^

hnine 2009-08-12 18:38   좋아요 0 | URL
파는 것과는 다른 맛이긴 하지요. 그저 빵 본연의 맛, 그외엔 아무 맛도 없는 ㅋㅋ (전 그런데 그런 맛이 더 좋더라구요)
김밥은 또 저의 취약 요리 중 하나 아니겠습니까? 잘 안되더라구요 흑흑. 그리고 재료가 은근히 복잡하고 공이 많이 들어가는데, 입에 들어가는 것은 순간이고요.
아이들이랑 함께 만든다고 하면 아이들 정말 신나 하겠네요. 장면이 머리 속에 막 그려져요.
맛있게 식사하세요 ^^

상미 2009-08-12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집에서 식구들 빵을 구우면서, 약국으로 일주일에 두번 배달판매 해주는 분이 있어서,
밍밍하면서 고소한 식빵을 먹고 있어.고마운 일이지.
단 한번도 내 손으로 구울수 있다고 생각 안해 봤단다.
나도 한가지쯤 못하는것도 있어야지 그치? 푸하하하

hnine 2009-08-12 20:35   좋아요 0 | URL
그런 부업도 괜찮을 것 같네. 식빵 만들어 배달이라.
한식과 다르게 제과, 제빵은 정확히 계량해서 해야하기 때문에 나 같은 덜렁이는 할 수 있는게 몇가지 안되지. 의도했던 것과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오기도 하고 ㅋㅋ ^^

무스탕 2009-08-12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주세요. 저 저렇게 맨식빵 무지 좋아해요. 사실 빵중에 제일 좋아하는게 저런 맨식빵이에요. 것도 덩어리를 손으로 뚝뚝 떼어먹는거요!
다린이는 좋겠다..

순오기 2009-08-12 22:19   좋아요 0 | URL
저도요~ 손으로 뚝뚝 떼어먹는 식빵 최고예요.ㅋㅋ

hnine 2009-08-13 05:17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과 순오기님은 저와 비슷하시네요. 저도 그냥 손으로 뚝뚝 떼어먹는게 제일 좋더라구요. 손으로 뚝뚝 식빵 떼어먹으면서 책 보기, 에너지 충전되는 시간이지요 ^^

꿈꾸는섬 2009-08-13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너무 맛있겠어요. 식빵 본연의 맛이 날 것 같아요.

hnine 2009-08-13 05:19   좋아요 0 | URL
파는 식빵 만큼 부드럽거나 입에서 살살 녹거나 하진 않아요. 그래도 그냥 먹을만 하지요. 맛있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

조선인 2009-08-13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흑, 군침이 절로 돕니다.

hnine 2009-08-13 09:42   좋아요 0 | URL
혹시 아침을 못드시고 출근하셨나요? 그렇다면 구경만 시켜드리는 것 같아 미안한걸요.

세실 2009-08-13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 빵을 언젠가 먹을 기회가 있겠죠? ㅎㅎ
어제 대전갔는데 교육청에서 토론자 하느라 긴장의 연속이었다는. ㅠㅠ
님 생각은 돌아오는 차안에서 나더라구요.

hnine 2009-08-13 19:45   좋아요 0 | URL
그때까지 실력을 더욱더 갈고 닦고 있겠습니다~ ^^
 

성운이는 떠났다.
이모네 가족이 미국으로 출국하기 며칠 전, 그날도 일요일이었고, 헤어짐의 인사를 나눌 겸 성운이를 데리러 오신 이모를 따라, 우리 집에 오던 날 처럼 커다란 가방을 들고 우리 집을 떠났다.
며칠 전 부터 뭐라고 헤어짐의 인사를 할까 궁리하던 내 머리 속을 지나간 문장은 아마 수십 개도 더 될 것이다. 그러면서도 서운한 내색을 안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왜일까? 나는 늘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알리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내 마음을 들키지 않는 것이 더 중요했었으니까.

딱히 뭐라고 인사를 해야할지 정하지도 못했지만, 말할 기회도 못찾고 있던 나는 결국 성운이가 이모와 함께 우리 집 현관을 나설 때에서야 가까스로 인사를 했다.
"잘 가. 공부 열심히 해."
마치 우리 집에 잠깐 놀다 가는 친구에게 인사하듯이, 아무 감정도 싣지 않으려 애쓰며 그저 잘가라고만 했다. 공부 열심히 해야하는 것은 내가 걱정할 일이 아니었는데도 그냥 자동 반사적으로 나온 말이었다. 한동안 함께 공부를 했었으니까.
"그래, 잘 있어 겨운아."
활짝 웃던 성운이.
'넌 서운하지도 않아? 미국으로 간다는 생각에 흥분되어서 서운하지도 않지? 그렇지?' 
난 속으로 원망의 대사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성운이는 결코 들을 수 없는 대사를. 

바람이 빠진 공은 튕겨지지도 않는다. 다시 바람이 팽팽하게 채워질 때를 기다리며 그냥 한 구석에 처박혀 있을 뿐. 내가 바로 그 바람빠진 공이 된 기분이었다. 뭘 해도 신나질 않았다. 

오늘은 성운이가 미국으로 떠나는 날. 몇시 비행기라고 했더라? 학교에서 공부하다가도 나도 모르게 창문 너머로 하늘을 바라보기를 몇번. 그렇게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일하시는 아주머니께서 말씀하신다.
"성운이 학생이 아까 오전에 잠깐 다녀갔어. 뭔가 전해줄게 있다고. 거기 책상위에 올려 놓고 간다고 하데. 급히 그것만 놓고 바로 가더구먼."
책가방을 던지다시피 하고 방으로 달려가 책상 위를 보았다. 반투명 종이에 잘 싸여진 뭔가가 책상 위에 있었다.
'이게 뭐지?' 
 전혀 짐작 가는 것이 없었다. 종이를 풀러내니 그 안에서 우표들이 나왔다. 내가 가지고 싶어하던 나비 우표들. 성운이가 있는 동안 성운이의 영향으로 내가 시작한 것 중에 우표 수집이 있었다. 성운이는 우표 수집광이었는데, 자기가 모은 우표 책 한권을 가져와 내게 보여주면서 이건 무슨 우표, 저건 무슨 우표, 이건 얼마나 값어치가 나가고, 저건 우표의 도안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고 등등, 우표는 편지를 보낼 때만 사용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던 나를 앉혀 놓고 신이 나서 설명해주곤 했다. 그러면서 나보고도 한번 해보라고 했다가 내가 시큰둥하자, 자기가 가지고 있는 우표 중에서 어떤 우표가 제일 맘에 드냐고 물었다. 마침 펼쳐진 페이지에 나비 우표가 보이길래 그것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저거."
"아, 이 우표. 예쁘지? 이거 지금 이 우표책에는 한장만 꽂혀 있지만 이거 시리즈 우표거든. 집에 가면 다 있어. 내가 나중에 그것들 다 너 줄께."
성운이가 그랬던 기억이 난다.
그 약속을 지키려고 성운이는 떠나는 오늘, 우리 집을 들렸던 것이다.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성운이가 우리집에서 떠나던 날도 안 흘린 눈물을, 나비 우표들을 들여다보며 흘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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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 공부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1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읽는 내내 유쾌 했다. 모호하지 않다. 자기 주장이 뚜렷하고 주장에 대한 근거를 확실하게 제시한다. 그래서 그가 읽을 필요없다고 말하는, 소위 말랑말랑한 내용의 책이 아님에도 읽는데 별로 힘이 들지 않고 페이지가 넘어간다.
그녀의 책을 읽다 보면, 정말 공부하는 사람은 타고 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무엇을 위해 공부를 한다기 보다 그녀가 책에서 몇번씩 외치는 말 '공부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에 드러나듯이, 존재하는 한 공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부가 이루어지고 있는 학교 제도에 대해 상당한 회의를 표현한다. 지금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형태의 공부는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책읽기' 없이 공부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오스트리아 출신 교육운동가인 이반 일리히의 말이 자주 인용되는데, 학교가 유포한 환상 중에 가장 나쁜 것이 사람들을 제도적 서비스에 길들이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서비스가 좋아질 수록 삶의 질이 향상된다고 생각에, 학교가 많아지면 교육수준이 높아진다고 착각하는데 절대로 그렇지 않다는 것. 오히려 그 결과는 자립적 활동력을 상실한, 제도에 길들여진 노예들을 길러낼 뿐이라고 한다. 나날이 하향 평준화 되어가고 있는 우리의 교욱 현실이 딱 그 꼴이라면서. 대학도 마찬가지이다. 학술 심포지엄이라는 것을 보아도 그렇다. 매해 열리고 있는 그 많은 종류의 심포지엄이 지식을 통한 축제의 장이 아니라, 발표자와 사회자와 토론자만이 근근히 현장을 메우며 시간을 때우는 형식적인 현장일 뿐 청중들과의 소통은 썰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겉은 번지르르한데 속은 텅 빈 학교를 그대로 닮아가고 있는 것에 다름이 아닌 것이다. 공부의 대상 역시 특정 연령층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다. 그것은 평생의 일대사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 공부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 없는데, 불행히도 근대 지식은 이런 역동성과 충만감을 다 잃어버리고, 그 누구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는, 앎과 일상이 분리된 공부로 변질되었다고 한다. 공부는 특정 영역이나 직업과 연관시킬 것도 아니며 삶과 분리되어서도 안된다. 따라서 근대의 이런 변질된 지식 전달 체계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고전이 말하는 공부법에 주목하라고 저자는 말한다. 인생의 모든 순간들을 학습하고, 지식, 기술, 경험을 서로 나누어 가지고, 서로 도와주는 순간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교육망 형성이 바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과제라는 일리히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 밖에도 질병과 죽음을 일컬어 최고의 가르침을 주는 스승이라고 한 것, 사랑을 하게 되면 모든 것을 전폐하게 되는 그런 사랑이 아니라, 어느 상황에 있던 배움을 멈추지 않았던 대장금식 사랑이어야 한다는 말도 일리있다. 암기가 아닌 암송의 중요성과 의미에 대한 얘기도 인상적이었다. 현대인들이 웃지 않는 이유로서 '거리두기'와 '자의식'에 길들여진 탓이라는 것도.
어쨌건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고 해서 안심할 일도 아니다. 책을 철저하게 가려서 읽으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니까. 쉽고 재미있는 책, 읽어서 몽땅 이해되는 책은 당장 덮으란다. 그런 것들을 읽는 것은 취미 활동에 불과하다면서 우선 우리의 고전부터 시작하길 권하고 있다.
그리 어려운 문체로 씌어있지 않으므로, 청소년들이 읽어봐도 도움이 많이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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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호모 쿵푸스 실사판 : 다른 십대의 탄생] 공부는 셀프!
    from 그린비출판사 2011-04-05 17:02 
    ─ 공부의 달인 고미숙에게 다른 십대 김해완이 배운 것 공부의 달인 고미숙 선생님. 몸으로 하는 공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적절한 계기(혹은 압력?)를 주시곤 한다.공부가 취미이자 특기이고(말이 되나 싶죠잉?), ‘달인’을 호로 쓰시는(공부의 달인, 사랑과 연애의 달인♡, 돈의 달인!) 고미숙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공부해서 남 주자”고. 그리고 또 말씀하셨다.“근대적 지식은 가시적이고 합리적인 세계만을 앎의 영역으로 국한함으로써 가장 ...
 
 
바람돌이 2009-08-11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미숙씨 책 참 유쾌하죠? 머뭇거리거나 어정쩡한 것 없이 자기 주장을 정말 확실하게 밀고 나가니... 그만큼 자신있다는걸까요? ^^ 그럼에도 세상의 부모들은 학교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도 현실이죠. ^^

hnine 2009-08-12 05:01   좋아요 0 | URL
자신있다는 것이겠지요. 그 자신감도 결국은 책읽기에서 온 것 아닐까 해요.
이상과 현실의 차이는 늘 있게 마련이지만 저자는 '대안학교'라는 곳에 대해서는 상당히 회의적으로 썼더라구요.
책이 생각보다 얇아서 금방 읽혀졌답니다.

2009-08-11 2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12 05: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양물감 2009-08-12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도 고미숙씨가 쓴 책이군요? 제가 이번에 읽은 '공부의 달인'보다는 이 책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가 저하고 훨씬 코드가 맞는 책인 것 같아요.. 찜하고 갑니다.

hnine 2009-08-12 09:46   좋아요 0 | URL
나온지 꽤 지났으니 아마 도서관에서도 쉽게 빌려 읽으실 수 있을거예요. 한번 읽어보시라고 권해드립니다. 같은 저자의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도 혹시 안읽어보셨으면 함께 추천드려요.

상미 2009-08-12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경은이네 필독서라서 사주기는 했는데,
난 아직 안읽었어.
한글도 독해가 어려워진단다 ㅠ.ㅠ

hnine 2009-08-12 18:43   좋아요 0 | URL
오~ 필독서라. 경은이는 읽고 뭐라 하든?
이 책 생각보다 별로 어렵지 않으니 한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 봐~ 내가 별 다섯개 줬잖아 ^^
저자의 또 다른 책 '나비와 전사'는 조금 아까 도서관 가서 들었다 놓았다 하다가 그냥 왔다. 그건 좀 마음이 준비가 필요한 책인 것 같아서 ^^ 두께도 꽤 되고.

상미 2009-08-13 07:03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읽었나 못물어봤는데, 읽었을거 같기는해.
책 읽었냐고 하면 ,채근하는거 같아서 싫다고 해서.
착하기만 했던 내 10대 모습과 너무도 다른 까칠한 10대 딸키우기
참 어렵단다.

네이버에 <열린이웃>이란 기능이 추가 되서,
네글 업뎃된게 바로바로 뜬단다.
네 서재가 내 즐겨찾기에 있기는해도, 업뎃상황이 알려지니까,
자주 들리게 되서 좋구나.

hnine 2009-08-13 09:44   좋아요 0 | URL
ㅋㅋ 착하기만 했던 나의 10대라. 경은이 정도면 정말 착한 10대 아닌가? 네이버에 그런 기능이 있었구나. 이렇게라도 자주 만나면 좋지.

순오기 2009-08-12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중2 우리딸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쉽게 읽히는 책으로 청소년도 읽을만하지요.^^

hnine 2009-08-13 05:25   좋아요 0 | URL
저자가 워낙 분명하고 막힘없이 말하고 쓰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렇게 읽히도록 정작 쓰는 사람은 많이 노력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