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행 야간열차 2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3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전은경 옮김 / 들녘 / 2007년 10월
구판절판


이제 오래전에 어머니에게 했어야 할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어머니는 아들인 저에게 최고가 될 것을 요구했어요. 어디에서 최고가 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제가 보여주어야 할 성과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뛰어나야 했지요. 그것도 조금이 아니라 하늘만큼 뛰어나야 했어요. 어머니가 한번도 저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음험했어요. 어머니는 기대를 말로 표현한 적이 없어요. 그래서 난 내 의견을 말할 수도, 생각을 할 수도, 어떤 느낌을 부딪혀 볼 수도 없었어요. 하지만 저는 알고 있었지요. 저항할 수 없는 아이에게 매일 한 방울 한 방울씩 떨어뜨리는 인식, 아이가 전혀 깨닫지도 못하는 사이에 소리 없이 자라는 인식도 있으니까요. 눈에 보이지 않는 이 인식은 음험한 독처럼 아이에게 퍼져 육체와 영혼의 조직에 스며들고, 아이 인생의 색깔과 명암을 결정해요. 완고하고도 무자비한 기대라는 유령.
-137쪽

어머니 앞에서 저항한다는 건 불가능했어요. 어머니의 연기는 실수 하나 없이 너무도 완벽한, 압도적이고 놀랄 만큼 완전 무결한 걸작이었으니까요. 이게 나쁜 말인 줄은 알지만 다르게 표현할 수 없어요. 제 삶은 어머니의 독에 결정됐다는 것......-138쪽

가치있는 일이라는 게 무엇인가? 오랫동안 생각해온 소원을 실현하기 위해 움직이기, 나중에도 언제나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는 잘못을 고치기, 메멘토를 안락함과 자기기만과 꼭 필요한 변화에 대한 불안에 대항할 도구로 사용하기, 오래 꿈꾸어오던 여행하기, 이런 언어들을 배우고, 저런 책들을 읽기. 이 보석을 사고, 저 유명한 호텔에서 하룻밤 묵기. 스스로에게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여기에는 더 큰 일들도 속한다. 좋아하지 않던 직업을 그만두고, 싫어하던 환경을 떠나기, 더 진실해지고 자기 자신에게 가까워지는 일들을 하기.-186쪽

내가 내 생각을 굽히지 않고 그의 의지를 따르지 않은게 우리의 우정이 지속되도록 만들었어요. 평생 이어진 우정......-191쪽

그레고리우스는 그들에게 삶이 만족스러운지 물었다.
"만족하냐고? 다른 삶은 모르는 걸!"-26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하 미술관 - 영혼의 여백을 따듯이 채워주는 그림치유 에세이
김홍기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작가 소개를 읽어보니 이력이 이채롭다. 서른 일곱해를 참으로 적극적으로, 쉴새 없이 살아내고 있는 분이란 느낌을 받았다. 주로 2000년 이후에 발표된 그림들을 실어서 그와 관련된 저자의 생각들을 풀어나가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미술 치료에 대한 공부를 했던 경력 때문일까, 읽는 사람에 대한 배려와 따뜻함이 전해져 왔다. 그림테라피라는 용어를 써서, 우울한 소식 가득한 세상에 그림으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에서도 이 책의 의도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예전보다 훨씬 발달된 문명의 혜택 속에서, 경제적으로 풍요로와진 시대에 살면서 우리는 왜 예전보다 더 우울한 삶을 살며, 더욱 무거워진 생의 무게로 힘들어 하는 것일까. 왜 끊임없이 나를 위로해 줄 수 있는 것이라면 음악이든, 그림이든, 글이든 찾아 나서야 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물론 이 책은 그 원인을 짚어보자고 쓰여진 책은 아니다. 당신만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서는 이 사람의 그림을 보라고, 저자는 토닥여주고 위로해준다. 실제로 여기 실린 그림 혹은 조각 작품들은 많이 심각하고 추상적인 것들이라기 보다는, 아이디어가 돋보이고 작가의 의도가 금방 드러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미술관은 마음 병원'이라는 것은 저자의 말이다. 그럼 우리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뿐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인가보다. 잘 낫지 않는 상처, 혹은 금방 나을 수 있는 상처들을 여기 저기 가지고 있는. 저자는 말한다. 상처만 생각하며 살지 말고, 성공의 경험도 생각하며 살라고. 좋은 기억들도 자꾸 들춰 내며 살라고 말이다.

'상처를 봉합한 후, 희망이란 용기에 담아 내가 저장하고 싶은 곳에 가지런히 놓아두세요.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그 안에서 희망이란 선물이 숙성될 때까지. 그 선물을 곱게 담아 갈 바구니를 짜보는 것도 좋겠군요. (70쪽)'
이런 고운 표현 마저도 삐딱하게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그렇다면 정말 상처가 깊은 환자일테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화가 박 항률의 <소녀>란 그림.
박 항률은 누군가 고요한 눈을 가진 화가라고 칭했을 만큼 정적인 깊이가 느껴지는 그림을 많이 그려온 우리나라 대표 화가 중의 한 사람이다. 머리 속의 잡념이 한꺼번에 가라앉아 버리는 듯한 느낌, 다 정지하고 그림에서 조용히 들려오는 심장 소리에 귀기울여야 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그림들이다. 몇시간이 흘러도 저 자세 저대로 있을 것만 같은 인물들.

 

 44-00-8.jpg

 

 

다음은 우리가 역시 잘 아는 화가 Gustav Klimt 의 소녀그림인데, 제목은 <Portrait of Helene Klimt>. 모델이 된 소녀는 클림트의 동생인 에른스트 클림트의 딸이라고 한다. 그런데 위의 박 항률의 그림과 많이 비슷하지 않은지.

 

  

 

클림트의 또 다른 소녀 그림으로서 많이 알려진 다음 그림의 제목은 <Portrait of Mada Primavesi>. 아홉살 소녀라는데, 차갑고 당당하여 도도해보이기 까지한 표정이, 우리가 알고 있는 아홉살 소녀의 인상과는 많이 달라서 한번 보면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분홍색이 그림에 저렇게 배경색으로 쓰이는 예는 많지 않은 것 같은데, 참 아름답다. 어딘지 모르게 영화배우 기네스 팰트로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는데 나만 그런 느낌을 받은 것은 아닌가 보다. 검색하다보니 어느 분 블로그에도 그런 얘기가 쓰여 있는 것을 보았으니.

  




 


 

 

 

 

 

 

 

 

 

 

 

 

 

 

 

 

 

 

  

참고로 위의 박 항률 화가는 그림을 곁들인 자작시집을 낸 시인이기도 하다. 아직 읽어보진 못했지만 웬지 그의 시들도 그림과 비슷한 느낌을 주지 않을까 짐작되어 한번 읽어보고 싶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늘바람 2009-08-05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시들이 궁금하네요

hnine 2009-08-05 12:24   좋아요 0 | URL
읽고서 맘에 드는 시는 여기에 올려 놓도록 할께요.

하양물감 2009-08-05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정말 그러네요. 두 소녀가 어쩜 저리도 비슷한지...

hnine 2009-08-05 21:06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저는 처음에 같은 작가의 그림인줄 알았어요. 그런데 박항률 화가는 워낙 저런 구도의 인물화를 많이 그리셨더군요.

순오기 2009-08-09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소녀 그림은 정말 표절 시비가 붙을만 하겠는데요.^^

hnine 2009-08-09 21:07   좋아요 0 | URL
박 항률 화가는 저 그림 외에도, 저 구도의 그림을 워낙 많이 그리셨더라구요. 그런데 위의 그림은 그린 대상도, 그리고 머리 스타일까지 비슷해서 더욱 그래보이는 것 같아요.
 
The Janitor's Boy (Hardcover, Large Print)
Clements, Andrew / Thorndike Pr / 2000년 12월
평점 :
품절


내가 읽은 앤드류 클레먼츠의 네번째 작품이다.
5학년인 Jack의 아버지는 학교의 수위아저씨. Jack은 그 사실을 친구들이 모르고 지냈으면 하는 가운데 어느 날 Jack의 교실에 청소를 하러 나타난 아버지가 Jack을 보고 반갑게 아는 척 하는 바람에 다 들통이 나고 만다. 창피하고 당황하다 못해 Jack은 아버지에게 그 분함의 화살을 돌리고, 아버지에게 복수를 하기로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자기를 곤란한 상황에 빠지게 한 아버지 역시 곤란한 상황에 빠뜨리기로 한 Jack, 음악실 책상에 온통 껌을 다 붙여 놓음으로써 아버지에게 골치아픈 일거리를 안겨주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이것은 완전 범죄로 끝나지 못하고 교감선생님으로부터 벌을 받게 되는데 그 벌이란 바로 방과 후에 학교 관리인의 일을 3주 동안 도와주는 것. 물론 그 학교 관리인이란 Jack의 아버지이다. 아버지에게 복수 차원에서 일거리를 더 안겨주고자 저지른 일인데, 그 일을 도와주어야 하는 벌을 받게 된 Jack. 죽을 맛으로 댓가를 치루게 되는데, 그 일을 하는 과정 중에 몰랐던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의 재미는 바로 이것을 알아가는 Jack의 행로를 쫓아가는데 있다. 그래서 책의 뒷부분에 가면 페이지가 더 빨리 넘어가게 된다. 약간의 미스테리적 요소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전혀 예상 못하던 아빠의 모르던 면을 알게 되고, 더 이상 아버지를, 그리고 아버지의 일을 부끄러워 하고 숨기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와 더 끈끈한 유대가 형성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자기의 엄마, 아빠가 이 세상에서 최고라고 생각하던 아동기를 지나고, 그런 자기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점차 알게 되는 청소년기가 오면, 이번엔 자기 부모에 실망하고 부끄러워 하는 감정을 갖게 되는 수가 많은 것 같다. 부모 역시 자식들에게 자기가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것을 염려한 나머지 오히려 자연스럽게 드러내어도 좋을 사실들을 애써서 숨기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직업에 상관없이, 빈부에 상관없이, 자식들에게 존경과 신뢰를 받는 부모가 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늘 어려운 숙제같은 문제이다. 내 자신이 부모이면서 동시에 자식이기도 한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아도 마찬가지이다. 나 자신만을 위해서 사는 삶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서 뭔가 기여하며 사는 삶, 대단한 것이 아니라도 말이다. 그런 것도 답이 되지 않을까? 많이 가진 사람이 꼭 남에게 그만큼 많이 베풀며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에게 가진 것이 많지 않아도, 다른 사람과 나누며, 도와주며 사는 모습을 볼때 자식들은 부모에게 신뢰와 존경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이 책을 읽은 다른 사람들은, 특히 이 책의 주인공인 Jack또래의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해진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늘바람 2010-02-17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절판이네요^^

hnine 2010-02-17 18:19   좋아요 0 | URL
그렇네요. 저는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거든요.
 

 

요즘은 오전 6시를 조금만 넘어도 새벽이랄 수 없다. 새벽이 아니라 다 밝은 아침이다.
어제는 구름이 가득하고 바람까지 선들 부는 아침이더니, 오늘은 같은 시각임에도 햇빛이 쨍쨍하다. 한치도 안봐주겠다는 듯이. 

 

 

 



 

 

 

 

 

 

 

 

 

 한 권을 붙들고 끝날 때까지 못읽는다. 이 책 읽다가 한 숨 돌리고 싶으면 다음 책으로, 또 다음 책으로. 

그러다가 음악도 듣다가.  

 

 

 

오늘 아침 어쩌다 이 노래를 듣게 되었는지.
Ave maria중에서도 더욱 처절하게 들리는 Caccini의 Ave maria이다. 

아침 준비를 대충 해놓고,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들어오다 보니, 집 앞 감나무에 벌써 감이 열리고 있었다. 아직은 초록의 감이지만, 벌써부터 익은 감이 주렁주렁 달린 모습이 연상되어 나도 모르게 입이 바로 저 서재 로고 모양이 되었다. 무슨 일이든 갑자기 이루어지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우리가 못 알아차릴 뿐이지. 

낮에, 안 오는 버스 기다리며 짜증 나려고 할때, 어제처럼 버스 터미널 잘못 찾아 헤매고 다니면서 정신 없을 때, 비는 오고 빨래 안 마르고, 온 집안이 눅눅한 것 같아 기분도 눅눅해지려고 할때, 오늘 아침에 본 요 감들을 생각해야겠다. 열심히 열심히 영글어가고 있는 감들을, 더위에 누가 보거나 말거나, 알아주거나 몰라 주거나, 제 할 일을 다 하고 있는 감나무를 생각해야겠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상미 2009-08-04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Andrea Bocelli 가 불러서 더 처절하게 들린건 아니었을까...

hnine 2009-08-04 20:54   좋아요 0 | URL
그랬을 수도 있겠지. 아침에는 좀 신나는 음악을 들어야하는데, 새벽과 아침은 또 다른 것 같아.

바람돌이 2009-08-05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은 감들이 새파랗더라구요. 그래도 기특하게도 많이 열렸던걸요. 우리 아이들은 아직은 못먹어 하는 말에 스리슬쩍 만져기만 하면서도 좋은거 같더라구요. ^^

hnine 2009-08-05 05:17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도 보셨군요 나무에 열려있는 감들을. 제가 키운 것도 아니면서 바라보고 있으니 괜히 가슴 뿌듯하더라구요.

세실 2009-08-05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림이 합창단 할때 이 노래 불렀었는데....
누가 알아주던 말던 제 일 열심히 한다는거 생각보다 어려워요. ㅎㅎ

hnine 2009-08-05 21:08   좋아요 0 | URL
부르기 어려웠을 것 같아요. 합창곡으로 부르면 어딘가 더 성스러운 느낌이 났을 것 같은데요?
누가 알아주던 말던 할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아예 습관으로 자리잡지 않은 이상 정말 어렵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