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오전 6시를 조금만 넘어도 새벽이랄 수 없다. 새벽이 아니라 다 밝은 아침이다.
어제는 구름이 가득하고 바람까지 선들 부는 아침이더니, 오늘은 같은 시각임에도 햇빛이 쨍쨍하다. 한치도 안봐주겠다는 듯이.
한 권을 붙들고 끝날 때까지 못읽는다. 이 책 읽다가 한 숨 돌리고 싶으면 다음 책으로, 또 다음 책으로.
그러다가 음악도 듣다가.
오늘 아침 어쩌다 이 노래를 듣게 되었는지.
Ave maria중에서도 더욱 처절하게 들리는 Caccini의 Ave maria이다.
아침 준비를 대충 해놓고,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들어오다 보니, 집 앞 감나무에 벌써 감이 열리고 있었다. 아직은 초록의 감이지만, 벌써부터 익은 감이 주렁주렁 달린 모습이 연상되어 나도 모르게 입이 바로 저 서재 로고 모양이 되었다. 무슨 일이든 갑자기 이루어지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우리가 못 알아차릴 뿐이지.
낮에, 안 오는 버스 기다리며 짜증 나려고 할때, 어제처럼 버스 터미널 잘못 찾아 헤매고 다니면서 정신 없을 때, 비는 오고 빨래 안 마르고, 온 집안이 눅눅한 것 같아 기분도 눅눅해지려고 할때, 오늘 아침에 본 요 감들을 생각해야겠다. 열심히 열심히 영글어가고 있는 감들을, 더위에 누가 보거나 말거나, 알아주거나 몰라 주거나, 제 할 일을 다 하고 있는 감나무를 생각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