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7월3주)
너도 나도 화제에 올리는 영화나 책 중에 나 자신은 별 재미를 못 본 것들이 있는데, 내 경우엔 해리 포터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해리 포터라는 책이 한참 유행하기 시작할 무렵, 아이를 가지고 있던 내가 태교 삼아 매일 뱃속의 아기에게 조금씩 읽어줄 생각으로 산 책 중의 하나가 이 책이었다.
$ 25.95 씩이나 주고 샀건만, 첫장부터 무슨 얘기인지 감도 안오고, 더 읽어가봐도 도무지 책의 이야기 속으로 몰입이 안되는 것이다. 결국 뱃속의 아기보다, 내가 재미가 없어서 이 책 읽어주기는 곧 중단 되었고, 지금도 이 책은 책꽂이 한켠에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자리만 지키고 있다.
그리고 몇년 후, 해리 포터가 영화로 만들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 영화로 한번 봐야겠다고 마음 먹고 비디오를 빌려왔다. 그런데 역시 보다가 영화 초반에 잠이 들어버리고 만 것이다. 그래서 난 지금도 그 비디오가 '마법사의 돌'이었는지, '아즈카반의 죄수'였는지, '불의 잔'이었는지도 기억을 못한다.
그러다가 올 여름, 아홉살 아이에게 관람가인 영화는 거의 모두 섭렵하고 있는 중인데 마침 개봉한 이 해리 포터를 안보고 지나칠 수가 없었다.
어제 저녁까지 일찍 해서 먹은 후 내가 또 나섰다.
"여보, 다린아, 해리 포터 보러 안갈래?"
상영 시간 맞추느라 저녁 먹고 난 설겆이도 미룬 채 극장으로 향했다.
이번엔 잠들지 않고, 두 눈 똑바로 뜨고 끝까지 보았다. 재미있다고 해야하나? 아니, 그냥 '재미있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나의 상상을 뛰어 넘는 스케일과 스토리의 방대함에 놀랐다고 해야겠다. 가정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위기에 닥친 조안 롤링이 궁여지책으로 혼심을 다해 써낸 책이 해리 포터라고 알고 있는데, 그러면 그때까지 전문 작가도 아니었던 그녀가 어찌 이런 기상 천외한, 4차원도 아니고 5, 6차원쯤 될 것 같은 스토리를 구상해낼 수 있었을까.
아이들도 볼 수 있는 영화이길래 길어야 두시간 정도 되려나 했더니, 거기에 30분 보태서 2시간 30분. 끝나고 나니 밤 9시 30분이었다. 길다면 긴 시간인데 옆에 앉은 남편도, 아이도 꼼짝 않고 보고 나서는 2시간 30분이나 되는 줄 못느끼고 봤다고 한다.
집에 돌아온 나. 먼지 쌓인 해리 포터 책을 다시 꺼내본다. 두껍긴 또 얼마나 두꺼운지.
해리 포터 영화를 처음 본 아이는 이전의 영화도 봐야겠다며 비디오를 빌려야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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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로 발전된 기술은 마법과 구별되지 않는다. (Any sufficiently advanced technology is indistinguishable from mag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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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 보는 한 인터넷 과학 신문의 기사에 인용된, 지난해 작고한 과학소설 작가 아서 클락 (Arthur C. Clark, 1917-2008)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