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거의 중앙에 위치한 대전에 살다 보니, 전국의 웬만한 곳은 당일로 다녀오는 것이 가능하다. 이번 여름 아이 데리고 박물관 다녀 보기를 하고 있는 중이라 이번엔 종박물관이 있는 진천에 가보기로 했다. 계획은 종박물관을 거쳐 농다리, 이원아트빌리지, 그리고 예전부터 세실님 서재에서 여러 번 보았던 보탑사까지였는데, 날도 덥고, 농다리 찾아가느라 시간을 많이 소모해버려 아쉽게도 보탑사는 못갔다.
처음에 간 곳, 종(鐘)박물관.
한국 종의 예술적 가치와 우수성을 알릴 목적으로 2005년에 개관된 특수박물관이다. 진천에 세워진 이유는 진천 석장리 (공주 석장리가 아니라)에서 고대 제철로의 실례가 발견되어 진천이 고대 유적 가운데 최대 규모의 제철로를 소유했던 곳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란다.

박물관 입구가 종 모양으로 생겼다.
참고로 저렇게 항아리를 엎어 놓은 것 같은 것은 한국의 종.
일본의 종은 위 아래 지름이 비슷한 원통형이고, 중국의 종은 아래로 갈수록 넓어 진다.


성덕대왕 신종. 일명 에밀레 종이라고 하는 것이다.
야외에는 이것과 똑같은 모양의 종을 만들어놓고 방문객들이 직접 타종을 해볼수 있게 해놓았다. 그 둘레에는 종이에 소원을 적어 매달아 놓는 줄이 마련되어 있어 나도, 남편도, 아이도 안내데스크에서 파는 소원 적는 한지를 한장씩 사서 뭐라 뭐라 적어서는 나란히 줄에 매어 놓았다. 누가 뭐라고 썼는지는 절대 비밀.
영혼을 깨우는 소리, 세상을 밝히는 울림. 안내책자의 문구이다. 마음의 어느 한 구석을 흔들어 놓고 가는 듯한 소리, 서양의 종처럼 종의 내부를 두드려 내는 소리가 아니라, 나무방망이로 종의 외부를 쳐서 내는 소리는 성스럽기조차 하다.

하늘에서 내려오시는지. 하늘로 올라가시는지.
종신 위를 흘러다니는것 같은 문양.

종의 제조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다. 밀랍으로 형을 만들고 거푸집을 만들고, 다시 그 안에 쇳물을 녹여 붓는 전 과정들이 자세히 설명이 되어 있었다. 대충 어림 짐작으로 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종박물관을 뒤로 하고 운전을 하는 남편에게 '농다리' 나 '이원아트빌리지' 로 가자고 했다.
조금 후에 어디로 향하고 있나 물었더니 이원아트빌리지로 가고 있다고 한다.
건축가 원대연, 그의 부인 사진가 이숙경의 성(성)을 딴 이원아트빌리지. 만여평 되는 부지에 여러 채의 작은 집들을 지어 놓고, 상촌미술관을 비롯, 여러 개의 작은 미니 갤러리, 쉼터, 정원, 야외 조각 시설 등으로 꾸며 놓은 복합 문화 전시 시설이다. 주인장께서 미로식의 구조를 좋아하신 듯, 입구에서 나눠준 지도에는 곳곳에 번호가 매겨져 있었고, 아이는 앞장 서서 그 지도를 계속 들고 골목골목을 찾아 다니며 지금 우리가 어디에 있다고 알려주며 재미있어했다.



우리 집에도 남편이 예전에 쓰던 똑같은 아크릴 물감이 아직도 몇 개 굴러다니고 있는데.

마치 한지로 만든 등 같이 생겼다. 꽃잎의 줄 무늬가 종이 접은 자국으로 보일 만큼.
이렇게 예쁜 야생화들이 얼마나 예쁘게 자라고 있던지. 해가 지면 마치 이 꽃등에 불이 밝혀질 것만 같은.

어딘가 구경을 다닐때 나는 지구력이 없어서 그런지, 무리해가며 한 군데라도 더 보기 위해 강행군 하는 것을 피하는 편이다. 엊그제 KTX 타고 서울까지 가서도 달랑 시립미술관 한 곳만 보고 집으로 돌아왔으니. 오늘도 역시 여기까지 보고서 이제 오늘은 여기까지 보고 집에 돌아가자고 제안했으나, 두 남자가 부득부득 농다리를 봐야겠단다. 아무렇게나 지은 것처럼 보이는 돌다리가 있는데 지금 천년이 되도록 끄떡 없다고 한다고, 어제 내가 너무 이 다리에 대해서 바람을 넣었나. 기어이 '농다리'로 향하고 만다.
표지판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이 길 맞나 갸우뚱하며 한참 달려 도착한 '농다리'이다. 지네가 기어가는 것 같은 모습이라는데, 넓적한 돌들을 그야말로 되는대로 모아다가 만든 것 같은 다리가, 천년의 세월을 꿋꿋이 견디고 있다. 93m되는 다리를 햇볕 제대로 받으며 왕복으로 걸어주고.

8월에는 여기서 진천 농다리 축제도 열린다고 한다.

오늘의 진천 답사는 여기서 마침.

돌곽. 그 위에 나뭇잎이나 꽃잎 몇장. 하늘이 배경. 흔하게 볼 수 있는 구도이나, 늘 눈길을 붙드는 풍경이다. 이원아트빌리지에서 담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