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동구 우암로 190번지에 위치한 한밭교육박물관.
우리 나라 전통 교육부터 현재 교육까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자료를 수집, 보관하고 있는 교육 전문 박물관이랍니다.
아이를 데리고 집에서 40분 정도 버스를 타고 찾아갔습니다.
'한밭'이란 대전의 예전 이름이라는 것은 다 아실 것이고.
한밭교육박물관 건물은 예전에 삼성초등학교 건물로 쓰이던 곳이었답니다. 1938년 지어져 대전에서는 가장 오래된 학교 건물이라는데 1992년부터 박물관으로 쓰여지기 시작했고, 삼성초등학교는 바로 옆에 새로 지어졌지요. 그래서 그런지 박물관의 외양부터 들어가는 입구까지, 마치 저 예전에 다니던 초등학교를 다시 방문하는 느낌이었답니다. 반가운 마음에 "어머, 어머~"를 연발하는 저를 보고 아이는 왜 저러나 했을 겁니다.


학교 건물 같지요?
1층으로 들어가면 예전에 교무실, 서무실, 교장실, 양호실 등이 있었음직한 자리에 관장실, 사무실, 자료실 등이 나란히 붙어 있습니다. 복도는 우리가 학교 다닐 때 열심히 '왁스걸레질'이라는 것을 하던 그 반들거리는 나무 마루 복도. 걸을 때 재미있는 소리가 납니다. 그리고 소리 안 나게 몰래 걷기가 힘든 복도랍니다. 실내화를 갈아 신고 복도를 따라 쭉 걸어가니 1층 끝에 태극기 전시실이 있습니다. 태극기의 역사를 보여주는 곳인데 태극 무늬가 국기 뿐 아니라 돌에도 새겨져 있는 것을 보았어요.
2층으로 올라가자마자 옛교실 재현실이 나옵니다.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의 교실 모습과 아주 흡사해요.

짝이랑 함께 쓰던 책상, 청소할 때에는 저 나무 의자를 뒤집어 책상 위에 엎어 놓고 비로 교실 바닥을 쓸었었지요. 먼지 폴폴 날리는 속에서도 친구들이랑 쉴새 없이 얘기하고 장난치고...

풍금 또는 오르간이라고 하던 것인데 아래의 저 넓적한 페달위에 두 발을 올려 놓고 번갈아 계속 눌러줘야 소리가 납니다.

큭큭...난로 위의 도시락. 저보다 훨씬 높게 쌓여 있는 것이 보통인데, 가끔씩 아래 있는 것과 위의 것을 바꿔주지 않으면 그날 점심 못 먹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중고등학교 교복과 가방도 한쪽에 전시 되어 있고, 입고 사진 찍어봐도 된다는 안내문이 있습니다.
제1전시실은 전근대~개화기 교육 전시실입니다. 고구려의 태학, 신라의 국학, 고려의 국자감, 조선의 서원과 성균관, 고려, 조선의 향교, 서당 등이 교육 기관이었지요. 설명을 읽고 있자니 중학교 국사 시간에 배우던 것이 새록새록 기억에서 살아납니다. '국자감' 거꾸로 하면 감자국이라고 아이들과 낄낄거렸던 기억도 나고요 ^^
사서, 오경 등의 책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한켠에 우리의 한글로 쓰여진 책들도 전시되어 있어, <월인석보>의 사진을 담아왔습니다.

개화기 조선에는 근대식 학교가 세워지기 시작했지요.

제2전시실은 일제 강점기 교육 전시실 입니다.
국어독본, 조선어독본, 비료교과서, 황국신민서사석 등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여학생들에게 총쏘기 교육을 시키고 있는 모습의 사진도 있더군요.

제3전시실은 해방 이후의 교육 자료 전시실입니다.
잇과공부, 초등 셈본, 바른생활 등의 책들은 몰라도, 아래의 국어, 산수, 사회, 자연 책은 본 기억이 났습니다. 교과서가 참 소박하게 생기지 않았나요? 그림의 아이들도 참 착하게 생겼고요.
아래의 자연 책은 기억이 또렷이 났습니다. 저 표지의 자연책으로 배웠던 기억이요. 자연 책 표지의 그림은 물체의 구별을 위한 자료 사진인데, 저것을 배울 때 물체주머니 만들어오기 숙제가 있었지요. 요즘은 학교앞 문구점에서 쉽게 살수 있다고 들은 것 같네요.

아래의 중학 국어 책도 기억이 나요. 졸업하고도 한동안 없애지 않고 간직하고 있던 국어책.

이건 고등학교 생물책이랍니다. '무슨 생물 교과서에 이렇게 글씨가 많담~ ' 그림 하나가 한 페이지 글보다 낫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라서 해본 생각이었습니다.
아래의 책은 교련 교과서 입니다. 교련이라는 과목이 있었지요.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있었는데, 저보다 윗세대는 학교에 학도호국단이라는 것 까지 있었어요. 전설같은 이야기입니다만. 아래 그림에 보면 무엇을 배우고 가르치는 과목인지 짐작이 가실 것입니다. 저는 응급처치 방법, 붕대 감는 법, 지혈대 사용법 등을 배웠던 기억이 나네요. 삼각건, 붕대, 지혈대는 교련 시간에 항상 준비해야할 준비물이었습니다.

사진 위의 나무 도시락은 모르겠고, 아래 양은 사각 도시락은 제가 쓰던 도시락을 가져다 놓은 것 같네요. 딱 저런 도시락이었는데. 물론 보온도시락을 가지고 다니는 아이들도 있었어요. 아이가 보고 무척 신기해합니다.

깍지 낀 연필들, 양쪽으로 깎아 쓰던 연필들, 저 필통도 다 기억나요.
제4전시실은 조선시대 교육기관 모형 전시실입니다.
서당, 서원, 향교, 사부학당, 성균관 등의 모습과 그곳에서 공부하는 모습들이 모형으로 잘 제작되어 있었습니다.

나무 결이 그대로 살아있는 책상, 책을 건성건성 읽을 수 없을 것 같지요.
여기까지 보면 2층 복도가 끝나고 다시 1층으로 내려오는 계단이 나옵니다. 계단을 따라 내려오면 아까 올라온 반대 쪽 1층이 나옵니다.
제5전시실이어요. 전근대 남성의 생활 모습을 보여주는 전시실이지요. 사랑방과 생활용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바로 옆 제6전시실은 전근대 여성 생활 모습 전시실이고, 사랑방 대신 안방 모습이 재현되어 있습니다. 안방은 주부가 거처하는 방으로 집에서 가장 폐쇄적인 공간이며 집의 제일 안쪽에 위치한다고 합니다. 경대, 머리 장식품 등이 있는데 어릴 때 할머니께서 사용하시는 것을 본 기억이 납니다. 이제는 할머니들도 머리에 비녀 꽂는 분이 거의 안계시니, 아마도 제 세대를 마지막으로 이 비녀라든지, 빗치개가 실제로 사용되는 것을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제7전시실은 어전회의, 전통 시장 모형을 볼 수 있는 방입니다. TV사극에서 많이 봐서 어전 회의의 장면은 그리 새롭지는 않았어요. 아이가 왜 어떤 사람은 빨간 옷, 어떤 사람은 파란 옷을 입고 있냐고 물어보더군요. 문관과 무관으로 설명해주었는데, 맞나요? ^^ 전통 시장 모형도 참 잘 만들어져 있었어요.

건물 밖으로 나오니 야외 전시장에 이 지게가 세워져 있는데 크기 별로 여러 개 세워져 있네요.
한번 져 봐도 된다고 하셔서 작은 지게를 한번 져 봤습니다.

우물 정 (井) 글자가 저절로 떠오르는 우물의 모습이지요.

화단의 베고니아 색이 참 강렬해보이지요.

해태의 모습도 찍어 주고요. 언젠가 아이가 저 해태를 사달라고 조른 적이 있거든요. 그 얘기를 하면서 웃었습니다.
평일 오후라서 그런지 방문객은 저와 제 아이 밖에 없었습니다.
재미있는 박물관이었어요.
대전에 크고 작은 박물관이 열 아홉개 쯤 있는데, 올 여름에 시간 날 때마다 아이와 찾아다니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