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생일에 내가 골라서 동생이 사준 책이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책장이 술술 넘어가지 않아 내키는 날에만 아무데나 펴서 내키는데까지 읽고는 했었다. 그러던 중 이 책의 DVD가 나왔다는 것을 kitty님으로부터 듣고 뜸들이기를 몇달.
오늘 드디어 이 책의 DVD를 갖게 되어 어디 한번~ 하면서 디스크를 하나 꺼내 보기 시작했다. 

  

 

 

 

 

 

 


베토벤의 '월광'피아노 소나타가 배경 음악으로 깔리니 마음이 천천히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몰입시키는 효과가 있다. 화면에는 표지 그림 처럼 붉은 색 물감이 천천히 확산되어 가는 모습이 펼쳐지고. 사이먼 샤마의 나레이션이 시작되고 피카소의 그림 <게르니카>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옆에서 함께 보고 있던 녀석이 혼잣말처럼 하는 말이 몰입하려던 나를 깨놓고 만다.
"느낌은 그림과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지. 그게 느낌을 표현하는 최고의 방법이야."
어디서 들은 말일까. 자기 말로는 듣고서 하는 말 아니라지만. 


모두 잠 들고 혼자 남은 시간, 로스코 편을 보았다.
80여분 분량. 처음부터 끝까지 꼼짝 않고 보고 나서, 그 다음에 책의 그 부분을 펼쳐 책장을 넘기니, 아~ 이제 내용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 책은 이렇게 보는거구나, 이렇게 봐야겠구나. 혼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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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09-05-23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마련하셨군요!!!!!!!!!!!!!!!!!!!!!!!!!!!!!!!!!!!!!!!! 경축드리옵니다!!!!
로스코두 좋구 피카소두 좋구 아웅 다 좋아요. 저는 요즘 다시 고전에 빠져 앞의 4개(카라바지오, 베르니니, 렘브란트, 다비드)가 특히 좋았어요. 뭔가...그 수백년 전 사람들의 에피소드가 꼭 옆집 사람 이야기처럼 다가온달까...베르니니두 그렇구, 렘브란트도 그렇구, 책에 소개된 작품들을 다시 보면 느낌이 정말 다를 것 같아요.

hnine 2009-05-23 16:41   좋아요 0 | URL
Kitty님 덕분입니다. 소개해주셔서 감사드려요.
 



 

 

 

 

 

 

 

 

 

 

 

 

 

 

 

 

 

 

 

 

 

 

 

 

 

 

 

 

 

 

 

 

 

 

 

 

 

 

 

 

 

 

 

 

 

 

 

 

 



 

 

 

 

 

 

 

 

 

 

 

 

 



 

 

 

 

 

 

 

 

 

 

 



 

 

 

 

 

 

 

 

 

 

 

 

Sisley의 그림에서 받는 느낌이 Monet의 그림을 볼 때와 비슷했다.
마음을 가라앉힌다는 것.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도 아니고, 뭔가를 특별히 강조해서 그린 것 같지도 않고,
그저 보이는대로, 있는 그대로, 생긴 그대로.

Monet의 경우보다 더 소박하고 덜 화려했다.

당분간 이런 그림만 보련다.
그림이든, 영화든, 음악이든,
나에게 어떤 충격이라도 줄만할 것들로부터는 잠시 눈 돌리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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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덧붙임 


현대인들님 말씀을 듣고 예전에 좋아했던 Sisley의 그림 제목을 확인하느라 오늘 아침 다시 그 그림을 찾아보았다. 

바로 이 그림. 

 

 

 그리고서 다시 보니 맨 위에 올린 그림과 배경과 구도가 똑같다.

 

       Click to view full-sized image              Click to view full-sized image  

같은 자리에 앉아 화가는 초록이 푸르를 때의 모습도 그리고 (1873년 작), 눈으로 하얗게 덮인 모습도 그렸다 (1874년 작). 그 자리가 마음에 들었던 것일까?

왼 쪽 그림의 제목은 Garden path in Louveciennes,
오른 쪽 그림의 제목은 Snow at Louveciennes. 언젠가 서재에 올렸던 적이 있는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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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5-21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런거였던가요..hnine님.
저는 사실 sissley의 그림을 좋아해요. 그의 그림 중 특히 겨울 서정이 녹아든 그림들도 참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그 이유를 몰랐어요. 그런거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hnine님의 글로 듭니다. "충격이 덜하는 " ...

그냥 저사람 그림들은 따뜻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맑은 느낌..

아..비오는 하루였는데 어찌 지내셨는지요. 저녁에 오늘은 글을 안올려주시나 기웃 했습니다.

hnine 2009-05-21 21:06   좋아요 0 | URL
제가 제일 처음 좋아하게 된 Sisley 그림도 눈이 하얗게 덮인 마을길을 한 여인이 걸어가고 있는 뒷모습이 그려진 그림이었어요. 지금 제목이 생각 안 나지만요.
한눈에 잡아끄는 멋이 느껴질 때 마음에 즐거움은 줄지 모르지만, 마음이 편안해지지는 않는 것 같아요. 너무 잘 생긴 사람을 볼 때 그렇듯이요 ^^
'오늘 쓰레기 분리수거 날인데 비가 와서 그것도 못하고 말야 (투덜투덜)' 이러면서 비오는 하루를 시작했답니다 ㅋㅋ

하늘바람 2009-05-21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isley
잘 모르는 화가였어요.
뭐 아는 화가가 몇 안되지만.
참 좋네요. 첫번째 그림도 좋고요.
마지막 그림도 좋고요.
마음이 편해져요.

hnine 2009-05-22 06:02   좋아요 0 | URL
인상파 초기 화가이지요.
그런데 Sisley라는 이름으로 검색해보니 동명의 화장품 제목 글이 주루룩~ 뜨네요 ^^

프레이야 2009-05-22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종류든,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격정을 불러오지 않는 그림이군요.
정말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아요. 마지막 그림이 전 특히 좋아요.
어떤 충격을 줄 만한 것으로부터 잠시 눈돌리련다, 이 대목이..^^
님, 편안한 밤 보내세요.
빗소리가 완전히 잦아들었어요.

hnine 2009-05-22 06:06   좋아요 0 | URL
요즘 농구에 재미들린 아이가 어제는 비가 와서 학교에서 돌아온 후 농구를 하지 못해 불만이었어요 (저는 덕분에 덜 힘들었지만요 ^^).
예전에 본적 없던, 느껴본 적 없던 것들에 접하는 것이, 모르는 것을 하나 더 알아간다는 차원에서 참신하게 여겨졌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저 마음 편한게 우선이라는 생각이네요. 프레이야님도 공감해주시나요? ^^
현실 자체가 충격스런 일들이 많아서일까요.
남편이 늦게 들어오는 바람에 잠을 푹 자진 못했지만 그래도 아침 공기가 신선합니다.
 

어부 

  
 

                                                                        김 종 삼

 

바닷가에 매어 둔
작은 고깃배
날마다 출렁거린다.
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
화사한 날을 기다리고 있다.
머얼리 노를 저어 나가서
헤밍웨이의 바다와 노인이 되어서
중얼거리려고.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시문학, 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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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소설 속의 주인공처럼' 이란 말을 가끔 한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알게 된다
소설 속의 주인공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어느 시기를 거쳐 가고 있는 바로 우리들 자신의 모습임을.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의 노인의 모습에서
지금의 내 모습을 본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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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0 0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5-20 2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9-05-20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영희교수의 책 제목이 이 시에서 왔나보군요.
방금 그 책 주문했어요.^^
왠지 위로의 말을 얻을 것 같아서요.

hnine 2009-05-20 20:52   좋아요 0 | URL
예, 이 시에서 제목을 정했다고 하더군요.
저는 조금 더 있다가 그 책을 읽어보려고 해요.
프레이야님 (아직 어색~ ^^) 댓글을 읽노라니, 나의 생은 끝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위로가 되는 무엇인가를 남기고 갈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새삼 드네요.

세실 2009-05-20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제목때문에 한달동안 고민하다가 싯구 응용했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요즘 읽고 있습니다.

hnine 2009-05-20 20:55   좋아요 0 | URL
세실님은 읽고 계시군요.
제목 정하기에 한달동안이나 고민하셨다니, 제목 정하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군요. 그래서 그런지 더욱 의미있는 제목인듯 해요.
 

울다 잠든 아이의 모습을 보는 엄마의 마음은 아프다.

9시가 다 되어 아이의 반 친구 엄마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아이에게 전해야 할 내용이어서 재우려고 함께 누워 전화 통화 내용을 전달해주었더니 듣고 있던 아이의 눈에 금방 눈물이 맺힌다. 눈물로 금방 베개가 축축해진다. 속상하냐고 물었더니 말없이 고개만 끄덕거린다.

누구 탓 할 것 없이 그냥 마음이 아프다.
어미의 본능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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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09-05-20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전화였을까요.

hnine 2009-05-20 20:56   좋아요 0 | URL
제 아이가 뭔가를 잘못했다는 내용의 전화이지요 뭐. 그러니까 주의시키라는.

하늘바람 2009-05-20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린이의 눈물을 흘리게 만든 전화!
저도 속상하네요
다린이 마음이 여린 가봐요.
그럼 엄마맘도 아플텐데.

hnine 2009-05-20 20:57   좋아요 0 | URL
남자 아이인데도 다린이는 참 눈물이 많아요.
커서까지 그러면 안될텐데 말이어요.

프레이야 2009-05-20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닥토닥!
아이가 마음 아프면 엄마가 더 아파요.
나아지기를요..

hnine 2009-05-20 20:58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토닥거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엄마의 공책 - 부끄럽고 아름다운
서경옥 지음, 이수지 그림 / 시골생활(도솔)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일흔이 넘으신 나의 어머니에게 나도 언젠가 권해본 적이 있다. 당신이 살아오신 얘기를 한번 글로 적어서 남기시면 어떻겠냐고. 맏딸인 나는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살아오신 이야기, 그리고 어머니의 어머니, 즉 외할머니 이야기 등을 동생들에 비해 많이 듣고 자랐다. 그저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 그 이야기들이 지금의 나에게로 까지 이어져온다는 느낌 때문이었을까, 어머니가 들려주시는 그런 이야기들은 어떤 옛날 이야기보다도 리얼하고 각별했다.
이 책의 저자는 1946년 생이니 올해 예순 넷 되신 분인데 그 시절 명문이라 할 대학 교육까지 받으셨지만 남편 뒷바라지와 자식 키우는 일에 대부분의 세월을 보내신 분이다. 이 책 한권에 드러나지 않은 많은 사연이 있을 터이나, 누구나 그렇듯이 자신의 단조로운 삶으로 해소되지 않는 아쉬움과 공허함을 메우고자 음악, 미술, 자수 할 것 없이 여러 방면의 배움의 길을 통해 나름의 길을 찾고자 노력해 왔다. 50대 후반에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강원도 봉평으로 거처를 옮기고, 새 집을 짓는 목수 일을 시작한 남편과 함께 자연 속에서 생활하기 시작하면서 이렇게 책을 낼 마음의 여유가 생겨난 것일까. 저자의 어머니 이야기로부터 시작해서 그동안 자신이 배워온 바느질 이야기, 음악 이야기, 시골 생활 이야기, 이웃 이야기 등이  책 제목 밑에 달려있는 말처럼 부끄러운 듯이 조심조심, 하지만 격하지 않은 아름다운 필체로 쓰여져 있다.

"내 생각에 엄마는 주부로서 모든 일을 성취했다고 보는데, 엄마는 왜 주부의 일로 엄마의 세계를 펼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어느 날, 이제는 다 커서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딸이 묻는다.  
"판에 박은 주부의 일상이 나를 지루하게 했던 것 같아.(...) 대학까지 나온 여자에게 가정의 울타리는 감옥이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어. 집안 살림을 하는 데는 대학 교육이 필요 없거든. 나의 세계는 항상 내 주변이 아닌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했어. (...) 그 욕망을, 허전함을 조금이라도 메워 보려고, 가까이에서 나를 세상 밖으로 끌어낼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으려고 이거저것 배우고 헤매며 다닌 셈이지. 성취감도 없고, 여전히 '이게 아닌데' 하면서 말이야." 저자는 대답한다. 이어서 대답하기를, 그러다가 어느 날 손주와 숨바꼭질 놀이를 하다가 거울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을 문득 보면서 깨달았다고 한다. 내가 살고 싶었던 바깥 세상은 나와 동떨어져 있는 바깥이 아니라 바로 이 자리라는 울림을 들었다고. 헤매고 방황하던 '이게 아닌데'가 아니라 '바로 이게 그것' 이라고. 어딘가로 가고 싶었던 곳은 세상 밖이 아니라, 주부로 살며 감당하기 어려웠던 일들, 회피하려는 마음의 표현이 세상 밖으로 사라지고 싶은 욕구로 전이된 것 아닐까 한다고.
책 끝 부분의 이 대목을 읽는 순간 저자의 엄청난 고백을 들은 듯한 기분이 들었던 것은 왜일까. 그리고 맘이 그리 편치 않은 이유는. 잔잔하다면 잔잔한 이런 일기 형식의 글을 읽으면서도 쉽게 마음이 흔들리는 나는 아마 저자의 다른 모습에 지나지 않을까, 이런 생각까지 해버렸다. 그러면서 한편, 만약 저자가 나의 어머니라면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었다.
"엄마, 못 이룬 것을 아쉬워하지만 마시고 그동안 이루어 내신 것들도 가끔은 생각해주세요. 엄마는 참으로 훌륭한 삶을 사셨어요." 라고. 그 말이 위로로 들릴지, 아니면 오히려 무심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시골 집에 길을 잃고 찾아든 개를 거두는 심성, 여행 길에 버스를 기다리느라 들른 집의 아이들을 불러 모아 대화를 나누는 모습, 자식을 셋 낳아 하나만 곁에 있다고 표현하는 저자의 속깊음이, 읽는 사람의 마음을 조용히 울리고 지나간다.
그림을 그린 저자의 딸의 홈페이지를 구경해보는 것으로 책 읽기를 마쳤다. 나도 언젠가 이런 '공책'을 만들 수 있을까 상상해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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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05-20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멋진 책일거같아요

hnine 2009-05-20 20:59   좋아요 0 | URL
책 구성이 특이해요. 그런데 이 글을 쓰신 분이 많이 절제하시며 쓰셨다는 느낌이 들던데 저만의 느낌인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