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자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처음 잠에서 깨는 것은 새벽 4시 전후이다.
오늘 같은 날은 바로 그 다시 잔 경우.
6시 30분이 되어서야 완전히 일어났다. 자면서도 계속 빗소리를 들으면서 잔 것 같은 기분이다. 쌀쌀한 듯 하다가, 또 살짝 더위가 느껴졌다가, 아무튼 희한한 날씨이다.
늦게 자도 되는 금요일이라며 어제밤 11시 넘어 잠든 다린이는 아직 일어나기 전이고, 우리 집에서 아침 잠이 제일 많은 남편도 단잠을 자고 있는 중. 오늘까지 반납해야 하는 책의 리뷰를 썼다.
아침 8시 30분이 되자 전화벨이 울린다. 다린이가 이미 일어났을 것이라 생각하신 엄마께서 8시 30분에 시작하는 '걸어서 세계속으로' 프로그램을 보라고 알려주시기 위해 거신 전화이다.
다린이를 깨워서 보게 하고, 나도 쓰던 리뷰를 얼른 마치고 함께 보았다. <뉴질랜드>편. 바다 색이 그야말로 그린블루이다.
오늘의 두번째 전화벨이 울렸다. 내가 받았는데 낯선 어린 아이의 목소리로
"저 xx인데요."
아, 이름을 들으니 다린이 반 아이이다.
"다린이 바꿔줄까?"
아이를 바꿔 주니 뭐라뭐라 자기들끼리 얘기하는데 옆에서 보자니 재미있다. 아홉살 짜리 꼬마 둘이서 아침부터 전화하고 있는 모습이.
"엄마, 나 x x네 집에 놀러갈거예요."
전화를 끊자마자 다린이가 하는 말이다. 어제 아마 다린이가 그 애에게 집으로 놀러가고 싶다고 말했던 모양이다. 그 애는 집에 가서 엄마에게 물어봤을 것이고 엄마의 허락을 받고 오늘 아침이 되자 우리 집에 전화를 한 것이다.
"오늘은 아무 때나 와도 되고, 내일은 안된대요. 그러니까 오늘 가야 되요."
이미 아이는 그 아이의 집 주소까지 다 받아 적어 놓았다.
곧 바로 남편이 인터넷으로 지도 검색.
아이를 데려다 주었다.
1시간 반 정도 후 아이를 찾아와서 점심을 먹고, 남편은 오늘부터 4박 5일 일정으로 출장을 떠나고. 다린이와 나는 집에서 다린이는 지난 번 생일 선물로 받은 Droopy 비디오를 보고, 나는 인터넷으로 시간 보내고.
4시쯤 엄마에게 안부 전화 드리고, 4시 30분에는 아이 데리고 피아노 레슨 받으러 가방 챙기고 우산 챙겨 집을 나섰다.
아이가 레슨 받는 동안 나는 읽던 책을 읽었다. 이렇게 정해진 시간 동안 읽는 책은 머리 속에 참 잘 들어온다.
레슨이 끝나고, 요즘들어 밥 하기가 정말 귀찮은 나는 또 외식을 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아이는 신났다), 아이스크림에 팥빙수까지 먹고, 식품 매장에 가서 장까지 봐가지고는 낑낑 대며 집에 왔다. 여전히 주룩주룩 내리는 비. 아이는 땀을 주룩주룩.
집에 들어오기가 무섭게 아이는 노트와 스티커북을 사야겠단다. 노트는 일명 '예의 노트' . 예의을 지키는 방법에 대한 것을 하나하나 기록하는 노트라나. 요즘 하도 그런 잔소리를 나로부터 많이 들어서 그런가. 스티커북은 또 뭐냐고 물었더니 스티커를 모으는 작은 수첩 처럼 생긴 것인데 모은 스티커를 그곳에 붙여 놓고, 다시 뗄 수도 있게 되어 있단다.
또 주룩주룩 빗속을 걸어서 문구점에 갔더니 문을 닫았다. 다시 좀 더 걸어서 다른 문구점에 가서 사가지고 오는 아이는 역시 신났다. 빗속에 돌아다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속으로 투덜투덜.
지금 시각 저녁 9시 30분. 아이는 지금 옆에서 열심히 스티커를 붙이고 있고, 나는 음악 들으며 이 일기를 쓰고 있다. 남편은 잘 도착했다고 전화 왔고, 자기 없는 동안 다린이가 좋아하는 보드 게임 아빠 대신 좀 해주고, 아이와 싸우지 말고 잘 지내란다. 참 나~
비는 계속 오고 있고, 더웠다 추웠다 한다. 참 희한한 날씨이다.
쓰는 김에 지금 라디오로 듣고 있는 음악까지 남겨보자.
발레곡 Giselle중 '농부들의 춤'
이 곡, 어느 라디오 프로그램의 시그널 음악인데 무슨 프로그램이었더라, 생각이 안난다. 요즘은 왜 이렇게 생각 안 나는게 많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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