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점선 화가에 이어,
장 영희 교수,  
그리고 정 승혜의 부음. 

정 승혜 라는 이름 뒤에는 뭐라고 존칭을 달아야 할지 모르겠다.
신문에는 영화인이라고 소개되기도 했던데 나는 그녀를 영화인으로서가 아니라, 글 잘 쓰는 한 사람으로 알고 있었을 뿐이기에.
  

왜들 이리 일찍 떠나는 것인지.
더구나 정 승혜, 그녀는 나이도 나와 비슷하지 않은가.
대장암이라니. 이 나이에 대장암으로 생을 마감할 수도 있구나. 대장암의 경우는 50세 정도는 되어야 걱정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생명들이 계속 태어나고,
또 세상을 뜨는 사람들도 있는 법  
자연스런 흐름에 상심하고 슬퍼할 일이 아니라고 말 할 수 있을만한 그릇이
나는 아직 못되나보다.  

한 세상 살다 가는 일을 '소풍'이라고 비유한 시인,
사실 지금까지 소풍이라고 비유한 그 의미가 잘 와 닿지 않았었는데, 
오늘에서
그 싯구가 문득 떠오름과 동시에
참 대단한 철학이구나 싶다,
아무나 느낄 수 있는 경지는 아니다 싶다.

햇볕은 저리 좋은데

방금 해서 넌 빨래들처럼
내 마음도 저렇게 끄집어 내어 햇볕에 바짝 말릴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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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09-05-19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승혜씨???????? 정승혜의 사자우리의 그 정승혜씨 맞나요??????
헉!!!!!!!!! 정말요????????? 정승혜씨가 세상을 떠나다니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주 옛날부터 그 분 블로그에 가끔 놀러가서 댓글도 주고받고 그랬는데.....
아........암이라니....전혀 몰랐어요..............아............

hnine 2009-05-19 13:16   좋아요 0 | URL
예, 그 정승혜씨요. kitty님도 그분의 블로그를 아시는군요. '사자우리'란 책도요. 자신이 투병중이라는 것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네요. 장례식도 매스컴에 노출되지 않게 치뤄달라는 말을 남겼대요...

하늘바람 2009-05-19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고 참

hnine 2009-05-20 07:05   좋아요 0 | URL
안타깝지요.
 

다시 자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처음 잠에서 깨는 것은 새벽 4시 전후이다.
오늘 같은 날은 바로 그 다시 잔 경우.
6시 30분이 되어서야 완전히 일어났다. 자면서도 계속 빗소리를 들으면서 잔 것 같은 기분이다. 쌀쌀한 듯 하다가, 또 살짝 더위가 느껴졌다가, 아무튼 희한한 날씨이다.

늦게 자도 되는 금요일이라며 어제밤 11시 넘어 잠든 다린이는 아직 일어나기 전이고, 우리 집에서 아침 잠이 제일 많은 남편도 단잠을 자고 있는 중.  오늘까지 반납해야 하는 책의 리뷰를 썼다.

아침 8시 30분이 되자 전화벨이 울린다. 다린이가 이미 일어났을 것이라 생각하신 엄마께서 8시 30분에 시작하는 '걸어서 세계속으로' 프로그램을 보라고 알려주시기 위해 거신 전화이다. 

다린이를 깨워서 보게 하고, 나도 쓰던 리뷰를 얼른 마치고 함께 보았다. <뉴질랜드>편. 바다 색이 그야말로 그린블루이다.

오늘의 두번째 전화벨이 울렸다. 내가 받았는데 낯선 어린 아이의 목소리로
"저 xx인데요."
아, 이름을 들으니 다린이 반 아이이다.
"다린이 바꿔줄까?"
아이를 바꿔 주니 뭐라뭐라 자기들끼리 얘기하는데 옆에서 보자니 재미있다. 아홉살 짜리 꼬마 둘이서 아침부터 전화하고 있는 모습이.  

"엄마, 나 x x네 집에 놀러갈거예요."
전화를 끊자마자 다린이가 하는 말이다. 어제 아마 다린이가 그 애에게 집으로 놀러가고 싶다고 말했던 모양이다. 그 애는 집에 가서 엄마에게 물어봤을 것이고 엄마의 허락을 받고 오늘 아침이 되자 우리 집에 전화를 한 것이다. 
"오늘은 아무 때나 와도 되고, 내일은 안된대요. 그러니까 오늘 가야 되요." 
이미 아이는  그 아이의 집 주소까지 다 받아 적어 놓았다.
곧 바로 남편이 인터넷으로 지도 검색.
아이를 데려다 주었다.
1시간 반 정도 후 아이를 찾아와서 점심을 먹고, 남편은 오늘부터 4박 5일 일정으로 출장을 떠나고. 다린이와 나는 집에서 다린이는 지난 번 생일 선물로 받은 Droopy 비디오를 보고, 나는 인터넷으로 시간 보내고. 

4시쯤 엄마에게 안부 전화 드리고, 4시 30분에는 아이 데리고 피아노 레슨 받으러 가방 챙기고 우산 챙겨 집을 나섰다.

아이가 레슨 받는 동안 나는 읽던 책을 읽었다. 이렇게 정해진 시간 동안 읽는 책은 머리 속에 참 잘 들어온다. 

레슨이 끝나고, 요즘들어 밥 하기가 정말 귀찮은 나는 또 외식을 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아이는 신났다), 아이스크림에 팥빙수까지 먹고, 식품 매장에 가서 장까지 봐가지고는 낑낑 대며 집에 왔다. 여전히 주룩주룩 내리는 비. 아이는 땀을 주룩주룩. 

집에 들어오기가 무섭게 아이는 노트와 스티커북을 사야겠단다. 노트는 일명 '예의 노트' .  예의을 지키는 방법에 대한 것을 하나하나 기록하는 노트라나. 요즘 하도 그런 잔소리를 나로부터 많이 들어서 그런가. 스티커북은 또 뭐냐고 물었더니 스티커를 모으는 작은 수첩 처럼 생긴 것인데 모은 스티커를 그곳에 붙여 놓고, 다시 뗄 수도 있게 되어 있단다. 

또 주룩주룩 빗속을 걸어서 문구점에 갔더니 문을 닫았다. 다시 좀 더 걸어서 다른 문구점에 가서 사가지고 오는 아이는 역시 신났다. 빗속에 돌아다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속으로 투덜투덜.

지금 시각 저녁 9시 30분. 아이는 지금 옆에서 열심히 스티커를 붙이고 있고, 나는 음악 들으며 이 일기를 쓰고 있다. 남편은 잘 도착했다고 전화 왔고, 자기 없는 동안 다린이가 좋아하는 보드 게임 아빠 대신 좀 해주고, 아이와 싸우지 말고 잘 지내란다. 참 나~ 

비는 계속 오고 있고, 더웠다 추웠다 한다. 참 희한한 날씨이다. 

 

 

쓰는 김에 지금 라디오로 듣고 있는 음악까지 남겨보자. 

발레곡 Giselle중 '농부들의 춤'
이 곡, 어느 라디오 프로그램의 시그널 음악인데 무슨 프로그램이었더라, 생각이 안난다. 요즘은 왜 이렇게 생각 안 나는게 많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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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05-17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린이 귀여워요. 전 이렇게 자세한 일기를 못쓰는데요. 이런 일기가 나중에 보면 생생히 기억나고 좋은 것같아요

hnine 2009-05-17 10:37   좋아요 0 | URL
저도 이렇게 자세히 쓰는 편이 아닌데, 가끔은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쓰다보니 길어지더군요. 요즘은 그래도 사진일 찍고 올리는 것이 예전에 비해 간편해졌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기록 없이는 정말 생각이 잘 안나더라구요. 태은이 사진 보면서 다린이는 어땠었더라 생각해보면 그리 오래 전이 아님에도 가물가물 해요.
 
CEO의 다이어리엔 뭔가 비밀이 있다 CEO의 비밀
니시무라 아키라 지음, 권성훈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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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게 된 동기는, 명사들의 책 읽기라는 프로그램에 어떤 분의 추천을 듣고서이다. 그리고서 우연히 도서관에서 발견했는데 부피도 꽤 얇고 금방 읽히겠기에 빌려서 읽게 되었다.
책 표지의 검은 색 다이어리와 크로스 펜이 책의 내용을 나타내고 있다고 봐도 되겠다. 1분 1초를 '그냥' 보내지 않는 저자가 말하는 그 '비밀'이라는 것으로서 철저한 계획, 틈새 시간 이용하기, 노트에 메모하는 버릇 등 이미 비밀이 아닌 많이 들어 익숙한 사항들인데, 알고 있으나 실천하는 사람은 적으니 비밀이라고 해도 할 말은 없다.
3분 동안에 할 수 있는 많은 일들, 1시간을 55분과 5분으로 나누어 생각하는 습관, 하루를 이틀처럼 쪼개 쓰는 방법, 약속 시간 15분 전에 도착하기 등의 나름 여러가지 팁이 실려 있다. 정신 집중이 잘 안되고 산만한 사람일수록 정해진 시간을 쪼개서 쓰면 좋다고 한다. 1시간동안 어느 한 과목을 공부하는 것이 힘들면 15분 마다 과목을 바꿔가며 공부하는 식으로 하라는 것인데 예전에 동생이 이런 식으로 공부하던 기억이 난다. 1시간 동안 한 과목을 공부하다보면 중간에 몇번을 자리에서 일어날 것을, 중간에 딴 짓 안하면서 2시간을 너끈히 공부하던 것을.
또한, 정리에 대한 내용에도 공감이 가는데, 정리가 없으면 시간 관리도 없다면서, 이야말로 정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찮고 작은 일들을 하나하나 정리해 가는 과정이 성공에 이르는 길이며, '일을 끝낸다'라고 말할 때의 끝낸다 라는 말은 곧 '정리한다'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말은,  책상이나 방이 정리되어 있는 상태는 곧 그 사람의 머리 속을 나타낸다고 했던 언젠가 어느 책에서 읽은 구절을 생각나게 했다.
정말로 시간을 쪼개 써야 하는 수험생이나, 두세가지 책임을 동시에 해내야 하는 워킹맘, 또 직장에 다니며 학교에도 다니는 등 투잡을 해내는 사람 등이 읽으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이도 저도 아닌 나에게는, 그만한 설득력으로 읽히지 않았지만 말이다. 나는 이미 그렇게 바쁘게 살면서 효율적인 인생을 산다는 것이 먹히지 않는 사람으로서, 인생의 그런 시기를 살고 있는 것인지. 

내용 중, '수첩은 시간을 만들어 내는 마법의 도구' 라는 부분에 실려 있던, 저자의 다이어리 이용 방법을 남겨 둔다. 



 

 

 

 

 

 

 

 

 

 

 

 

 

 

 

 

 

 

 

수첩의 왼쪽엔 이렇게 스케쥴을 적고, 그 오른 쪽 페이지는 다음과 같이, 각각 스케쥴이 비는 시간에 하면 좋을 일들을 포스트 잇에 써서 붙여 놓는다. 포스트 잇 하나에 할 일 하나 씩. 그 일을 하고 나면 그 일이 적힌 포스트 잇을 떼어 버리고, 못했으면 그대로 다음 날의  페이지에 옮겨 붙여 놓는 식으로.



 

 

 

 

 

 

 

 

 

 

 

 

 

 

 

 

 

 



 

 

 

 

 

 

 

 

 

 

 

 

 1년에 강연만 300회를 한다는 저자에게는 어쩌면 이런 식의 시간 관리가 필수적일 수도 있겠고, 아니면 역으로 그래서 그만한 일을 해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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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의 그림사랑
김순응 지음 / 생각의나무 / 2003년 8월
평점 :
품절


내가 알고 있는 국내 대표적인 예술품 경매 옥션으로 K옥션과 서울 옥션이 있다. 언젠가 신문에서 하나은행의 임원직을 사표 내고 서울 옥션 대표직을 맡게 된 사람의 기사가 난 것을 보고 기억해두었었다. 그림 관련 책들을 몇 권 읽으면서 미술 작품은 그려서 보여주기 위한 전시를 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사고 팔리는 시장이 형성되어 있으며 그 시장이 활발해진다는 것이 그림을 그리는 분들의 작품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근래에 이 서울옥션 사장인 김 순응 님의 인터뷰 기사를 보니, 미술을 전공한 적이 없지만 오래 동안 그의 미술에 대한 관심이 그야말로 안정된 직장인 은행 임원직을 사표내고 미술 경매 시장에 뛰어들게 했다는 것, 그러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지금, 충분히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을 보았다. 알고 보니 2003년에 이런 책도 내었다. '김 순응의 인생 이야기, 그림 이야기' 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 그림을 배우는 건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었던 어린 시절, 가족 이야기, 그야말로 시골 촌에서 서울의 경기 고등학교로 진학을 했으나 자기가 감히 끼어들 수 없는 세계에 적응을 못하여 외곽으로 돌던 청소년 시절 이야기, 대학엘 들어가고, 풍족하지 않은 집안의 장남이라는 책임을 지고 은행에 취직하는 등, 그의 인생 경로 이야기가 펼쳐 지고, 자신은 그렇게 일에 매달리는 타입이 아니었다고 하지만 은행에서 그는 승진 일로를 달려 시간적, 경제적으로 여유를 누리게 되자 오래 전부터 자신이 하고 싶던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또 사재를 털어 사보기도 시작했다. 아마 그것이 미술계에 알려졌던 모양이고 서울 옥션 대표직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자 고민할 것도 없이 응했다고 한다.
미술 작품을 사고 파는 것이 취미가 아닌 본격적인 업이 되면서 그는 더욱 흥이 나서 열정을 다해 일을 해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신과 같이 미술을 학교에서 정식으로 배워본 적이 없는 사람도 미술품을 좋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림은 어렵다는 편견을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경매에 한번도 참여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을 위해 경매가 이루어지기까지의 과정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경매가 이루어지면 경매가의 8~10%가 경매회사에 지불된다는 것, 우리 나라 미술 시장의 문제점, 그림을 좋아하게 되면 언젠가는 소유하고 싶은 욕심도 생기게 되고, 그럴 때 어떤 점을 주의해서 구입하라는 조언도 실려 있다. 예전에 읽은 어떤 미술기자의 책을 보니 자신의 한달 월급 정도 되는 가격의 그림부터 시작하는게 적당하다고 했던 기억이 나는데, 내가 직접 그림을 구입하든 그렇지 않든, 알아 두어서 유익한 얘기들이 많았다. 그것도 국내 대표 미술품 옥션 회사의 대표직에 있는 사람으로 부터 들으니 신뢰도 가고 말이다. 
미술 작품을 사고 파는 상업주의와 연관시킨다는 것, 혹자는 재산 가치로서 여기고 사고 판다는 등의 편견도 어느 정도 바로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며칠 전에 마이페이퍼에 올렸던 Cy Twombly 의 무제 (Bolsena, 1969) 라는 작품이 2002년에 190만 달러 (약 23억원)에 낙찰되었다는 것을 읽고 놀라기도 했다.  

 Image 1 : CY TWOMBLY (b.1928) UNTITLED (BOLSENA) signed and dated "CT 1969" center right house paint, oil, ... 

우리 나라 미술계에서도 그만한 인정을 받는 작품들이 많이 나오기를, 우리 나라 예술품 경매 시장도 소더비, 크리스티, 필립스 못지 않은 곳으로 발돋음 하기를, 명품 가구나 옷, 장식품 만큼 명품의 가치를 가진 미술품에도 사람들의 관심이 많이 모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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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16 0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5-16 0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영국에서의 일이다.
프랑스에서 박사후 과정 연구원으로 세달동안 내가 있던 연구실로 파견나와 있던 Isabelle을 연구실 사람들은 별로 좋아하질 않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내가 보기엔 그저 타지 사람들에 대한 경계심 플러스, 객식구로서의 자신의 신분을 의식해서 Isabelle이 의식적으로 더 연구실 사람들에게 상냥하게 군다거나, 더 어울리려 든다거나, 그런 타입이 전혀 아니었기 때문일까, 또 굳이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영국과 프랑스 사람들은 참으로 성향이 다르더라는, 내가 길지 않은 기간이지만 겪어 보고 알게 된 것, 그것도 이유가 될지는 모르겠다.

어느 날, 크리스마스 파티 비슷한 자리에서 영국식 유머에 대한 얘기였는지 아무튼 무슨 얘기인가가 오가던 중 우리 연구실의 최고참인 테크니션 영국인 할머니 (인자한 할머니 보다는 터프한 할머니에 가깝다) 가 그나마 친절하게 Isabelle에게 "너희 프랑스 사람들과는 참 틀리지?" 라고 말했더니 Isabelle의 대답, "당신이 프랑스 사람을 알아?" 
허걱~


아래 영화 소개를 보며 문득 그날 일이 한 장면처럼 떠올랐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아직 한편도 보질 못했으면서 내 머리속에는 어떤 선입관이 언제부터 미리 들어와 앉아있다.
보고 싶은 영화로 찜. 

  

위의 Isabelle은 애초 예정했던 세달 기간이 6개월로 연장되어 우리 연구실에 있는 동안 나랑 참 친하게 지냈다. 우리는 서로 동갑이기도 했고, 성격이 매우 달랐음에도 불구하고 내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지 않는 (못하는) 나의 그 멋없는 성격과, 지극히 합리적이면서 변덕이 심하지 않으며, 영화와 박물관, 미술관 다니기를 좋아하는 그녀의 성향이 다행히 조화를 잘 이룬 덕이었다. 어디다 내 놓아도 꿋꿋하게 잘 살아나갈 것 같은, 씩씩한 그녀의 눈에 어느 날 갑자기 눈물이 맺히며, 예전에 한동안 사귀던 연인이 왜 갑자기 자기를 떠났는지 아직도 자기는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고 말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벌써 10년 전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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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09-05-11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보고 싶던데.
뭔가, 좀 더 괜찮은 댓글을 달고 싶은데 요샌 어찌된게 댓글을 달려다가도 손이 툭 떨어져버리는 것만 같아선. 정말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사람들을 판단하는 경우가 참 많죠.

hnine 2009-05-11 20:05   좋아요 0 | URL
저도 Arch님 서재 가서 페이퍼 다 읽고도 뭐라고 댓글을 달아야할지 몰라 멀뚱하게 그냥 나오는 때가 얼마나 많다구요. 심각한 듯 한데 언제나 웃음 나올 대목이 숨어 있는. ^^
전 이렇게 찜 해놓고도 꼭 본다고 장담 못해요.

새초롬너구리 2009-05-11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영화제목이란 은근히도 무척이나 중요한지 모르겠어요. 전 영화 제목때문에 어제 드디어 [타인의 취향]을 보았지요.

과연 '잘'안다는게 뭔지 모르겠어요.

"니들이 게맛을 알아?"란 말, 그건 진짜게가 아닌 게맛의 성분이 더 많은 음식이 재미있다는 이유로 사람들을 열광시키잖아요.

hnine 2009-05-11 20:08   좋아요 0 | URL
새초롬너구리님, 잘 안다는게 뭔가 부터 생각하는 사람이 뭔가를 안다고 말하면 그건 정말 잘 아는거 아닐까요^^
사실 "네가 날 알아?" 라고 누군가에게 말하는 순간, 그런 나는 나 자신을 얼마나 알고 있나, 그런 생각도 해본 적 있어요.
<타인의 취향>이라, 정말 제목때문에 끌릴만한데요.

하늘바람 2009-05-11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상수 감독 영화를 보면 슬퍼져요. 왜냐면 그냥 영화같지 않고 삶같아서요.

hnine 2009-05-11 20:08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그렇게 리얼한가요?

2009-05-11 1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5-11 2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5-11 2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5-12 07: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9-05-12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기다리고 있어요.
이사벨, 그녀에게 왠지 끌리네요. 연약하고 사랑스러울 것 같아요, 속으론.
잘 알지도 못하면서 ㅎㅎ

hnine 2009-05-12 21:37   좋아요 0 | URL
이사벨은 우리가 떠올리는 프랑스 여자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아주 당당하고 씩씩하고 독립적인 여자였어요. 제 성격을 딱 뒤집어놓은 듯한~ ^^
어떻게 우리 둘이 그렇게 친할 수 있었나, 지금 생각해도 신기해요.
이 페이퍼 쓰고 나니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네요.

L.SHIN 2009-05-12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국과 프랑스는...오랜 전부터 사이가 그닥 좋지는 않았죠. 오래된 골의 유전이랄까..
하지만 역시 누군가 나에 대해 잘 아는 것 처럼 떠들면 기분이 나쁜 것은 사실이죠.^^

hnine 2009-05-12 16:40   좋아요 0 | URL
그런걸 알고 나서 보니 양국의 국민성도 참 많이 틀린 것 같고요. 제가 아는 프랑스 사람이란 위의 Isabelle뿐인데 그녀의 예를 들어 모든 프랑스 사람들은 어떻더라 하고 얘기하면 안되겠지만요. 휴~ 조심스러워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