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올 것을 전혀 예상 못했는데 아이가 학교에 가고 얼마 안지나 바로 비가 오기 시작한다.
아침에 반소매 티셔츠 차림으로 나서는 아이를 보고 나는 그냥 그러나보다 했고, 남편은 요즘 날씨는 변덕이 심하니 지금 춥지 않아도 겉옷을 하나 걸치고 가라고 했다. 귀찮아하는 아이에게 부득부득 기어이 옷을 하나 더 입혀 보내는 남편을 보고 나는 속으로 '과잉보호 경향이 있다니까~' 했는데. 

입기 싫은 옷을 더 입혀주니 아이는 뾰로퉁 해져서 집을 나섰다. 뒤따라 출근길에 오르면서 남편이,
"녀석, 엄마 닮아서 잘 삐진다니까~" 그런다.
그 말을 듣고,
"누구 닮아서 라는 말은, 나쁜 점 말할 때 보다는 칭찬하면서 하는게 좋고, 나보다는 상대 배우자를 닮아서, 즉 아빠 닮아서 그림을 이렇게 잘 그리나보다, 엄마 닮아서 이렇게 정리를 잘하나보구나~ 이렇게 말해주면 아이에게도 좋고, 부부 사이도 좋아진대." 
내가 잘 삐지는 걸 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달리 할 말은 없고 그냥 책에서 읽은 풍월을 한마디 들려주었다. 

출근해보니 주말 새에 영산홍이 활짝 피었다고 남편이 전화를 했다. 어제 날씨랑 달리 바람도 꽤 분다고. 아이에게 옷 입혀 보내길 잘했다고 내가 말했다.

지금 콜로라도 덴버에는 눈이 많이 왔다고 조금 아까 어느 기사에서 보았다. 콜로라도는 1년 중 네달 (5,6,7,8월)을 제외하고는 늘 눈이 왔었지. 

주말에도 그랬고 요즘 이래 저래 기분이 가라앉아 있던 중인데, 그만하면 되었다고 이젠 그만 떨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라디오를 켜고 기분을 전환 시켜보고 있다. 뭐 저렇게 시끄러운 방송이 있냐고 한때 맘에 안들어하던 방송 (오후 2시 프로그램들이 대개 그렇다)의 도움을 오늘은 제대로 받고 있다. 

예전 생각에, 나이가 들어 지금의 내 나이 쯤 되면 집 장만, 아이 공부, 남편 승진 등이 주요 이슈인, 씩씩하고 생활력있는 그런 아줌마가 되있으려니 했는데, 그래서 은근히 그런 때가 오기를 기다리기도 했는데, 웬걸, 전혀 그렇질 않다. 행인지 불행인지. 여전히 마음은 무르기만 하고, 집 장만, 아이 공부, 남편 승진 외에도 잔 신경 끄지 못하는 것들이 산재하며, 불안불안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나는 그냥 그런 인간이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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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9-04-20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칭찬을 할 때 상대를 닮았다고 하는 거.. 맞아요. 그거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전 사실 어렸을 때 혼내면서 누구 닮았다고 하는 거 정말 싫었어요. 서로 미워하는 감정이 있다는 걸 저를 통해 전달하려고 하는 것 같아서 불쾌한 적도 있었던 것 같아요. -_ㅠ
저도 남편한테 꼭 이야기 해야겠네요.

근데 제 눈에는.. 씩씩하고 생활력있어 보이시는데... ^^

hnine 2009-04-20 19:25   좋아요 0 | URL
가시장미님, 칭찬이 가지는 힘이 참 생각보다 큰 것 같아요. 어른이든, 아이든 똑같이요. 많이, 자주, 실천하며 살아야겠어요.
그리고 저, 전~~혀 씩씩하지 않아요. 현실감각이 떨어져 생활력도 그닥 강한 편이 못되고요. 그런 경험이 있다보니 다른 사람에게는 씩씩하란 말을 잘 하네요. ^^
오늘 현호는 어땠나요? 엄마가 옆에서 계속 있어주니, 엄마는 힘들어도 현호는 행복한 아기이지요.

프레이야 2009-04-20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칭찬하면서 누구 닮았다고 하는 거, 맞아요. 그래야겠어요.
나인님 여기도 봄비가 촉촉히 내리고 있어요.^^

hnine 2009-04-20 19:20   좋아요 0 | URL
아이에게 칭찬을 많이 해주는 것이 좋고, 칭찬 끝에 한마디만 더 붙이라고 하더라구요. 엄마가 말할 때에는 아빠 닮아 이리 잘하는구나, 아빠가 말할 때에는, 엄마 닮아 이리 잘하는구나, 이렇게요. 우리는 참 칭찬에 인색한 것 같기는 해요. 하기는 우리가 별로 칭찬받고 자란 세대가 아니라서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여기도 봄비가 촉촉, 하루 종일 멍한 정신으로 있다보니 우산 가지고 나가는 것도 잊고 지나쳐 아이가 비를 쫄딱 맞고 들어왔네요 ^^

꿈꾸는잎싹 2009-04-20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피가 더 멋있어졌네요.
비오는 날과 어울리는 글 잘 읽고 가요.~~

hnine 2009-04-21 06:49   좋아요 0 | URL
잎싹님 감사합니다. 비도 왔고, 밤에는 바람도 많이 불었어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하양물감 2009-04-23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요일에 동생네에서 비옷을 하나 얻어왔는데, 월요일에 비가 와서 한솔이는 비옷입고 나갔어요. 어찌나 좋아하던지요. ㅋㅋㅋ

hnine 2009-04-23 19:22   좋아요 0 | URL
내일도 비소식이 있는 것 같던데, 그러면 또 비옷을 입을수 있겠네요? ^^ 비옷 입은 아이들 보면 참 귀엽더라구요.

2009-04-24 0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4-24 06: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The human mind is not meant to be governed, certainly not by any book of rules yet written; it is supposed to run itself, and we are obliged to follow it along, trying to keep up with it as best we can. It is all very well to be aware of your awareness, even proud of it, but never try to operate it. You are not up to the job. 

 
   

 

'인간의 마음은 무엇인가의 지배를 받도록 되어 있지 않다. 책으로 쓰여질만한 법칙 같은 것에 의한 지배는 더구나 아니다. 인간의 마음은 스스로 작동하게 되어 있고 우리는 그것을 따르게 되어 있다. 우리가 할 일이란 마음이 최선의 상태로 작동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그런 상태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우리의 자각 상태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며 자랑스러워 해야 할 일이나, 결코 그것을 작동시키려 하지 말아라. 그것은 우리에게 맡겨진 일이 아니다.'

 

  

 

 

 

 

 

 

 

 

 

 

이 책의 저자 Lewis Thomas는 미국의 노장 중의 노장 과학자 중 한 사람으로서 꽤 많은 저서를 남긴 사람이다.  제대로 번역이 되었다고 자신은 못하겠지만, 인간의 마음에 대한 연구에 대한 저자의 생각에 공감하여 밑줄 그어 놓았던 부분을 내가 이해한대로 옮겨 보았다. 


모든 사람의 생각이 같을 수는 없고 같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모든 사람의 생각이 하나같이 똑같은 상황이 나는 더 두렵다.)

마음을 과학적으로 연구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이고 그 의의는 무엇일까, 다시 생각해보면서.

 

 

(날씨가 너무 좋기는 한데, 내가 제일 힘들어하는 계절, 여름이 멀지 않았음을 느끼게 해주는 날씨이기도 해서 은근히 벌써부터 긴장되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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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잎싹 2009-04-20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사람의 생각이 하나같이 똑같은 상황이 더 두렵다.
공감합니다.~~

hnine 2009-04-21 06:51   좋아요 0 | URL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더 인정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부터도 그게 잘 안 되더라구요.
위의 글 쓰면서도 분명히 저와 다른 의견이 있을 것을 알기에 그렇게 덧붙였지요.
 

 

Happy Birthday, Moon

by Frank Asch

생일 축하해요, 달님
-프랭크 애쉬-





One night Bear looked up at the sky
and thought, wouldn't it be nice
to give the moon a birthday present.

  

 어느 날 밤 곰은 하늘을 쳐다보며 생각했어요.
달님에게 생일 선물을 해준다면 좋겠는데 하고 말이어요.

 

But Bear didn't know when the moon's

birthday was, or what to get him.
So he climbed a tall tree to have
a little chat with the moon.
"Hello, Moon!" he shouted.
But the moon did not reply.

Maybe I am too far away, thought Bear,
and the moon cannot hear me.   

 

하지만 곰은 달님의 생일이 언제인지, 무엇을 사줘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곰은 달님과 얘기를 나눠보기 위해 높은 나무 위로 올라갔지요.
“이봐요 달님!" 곰이 소리쳤어요.
하지만 달님은 대답이 없었어요.
아마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달님이 들을 수 없나보다 라고 곰은 생각했어요.



So Bear paddled across the river...

 

그래서 곰은 노를 저어 강물을 건너 가서는  


and hiked through the forest...

 

숲 속을 걸어들어가

 

into the mountains.

 

산 속으로 들어갔어요


Now I am much closer to the moon,
thought Bear, and again he shouted:
"Hello!"

This time his own voice echoed
off one of the other mountains:
"Hello!"
Bear got very excited.
Oh, boy! he thought,
I'm talking to the moon.
"Tell me," asked Bear,
"when is your birthday?"
"Tell me, when is your birthday?"
replied the moon.

 

자, 이젠 달님에게 훨씬 가까워졌겠지 생각하며 곰은 다시 소리쳐 불렀어요.
“안녕하세요!”
이번엔 곰의 목소리가 메아리쳐서 다른 산으로부터 다시 되돌아왔어요.
“안녕하세요!”
곰은 정말 신이 났어요.

와우! 내가 달님이랑 얘기를 하고 있구나 라고 곰은 생각했어요.
“말해 봐요,” 곰은 물었어요.
“생일이 언제이지요?”
“말해 봐요, 생일이 언제이지요?”
달님이 대답했어요.


"Well, it just so happens that

my birthday is tomorrow!" said Bear.
"Well, it just so happens that
my birthday is tomorrow!" said the moon.
"What do you want for your birthday?"
asked Bear.
"What do you want for your birthday?"
asked the moon.
Bear thought for a moment, then he replied:
"I would like a hat."
"I would like a hat," said the moon.

Oh, goody! thought Bear, now I know
what to get the moon for his birthday.

 

“글쎄 그게 말이죠, 바로 내일이 내 생일인 것 있죠!.” 곰이 말했답니다.
“글쎄 그게 말이죠, 바로 내일이 내 생일인 것 있죠!” 달님이 말했답니다.
“생일 선물로 뭘 받고 싶어요?”
곰이 물었어요.
“생일 선물로 뭘 받고 싶어요?”
달님이 물었어요.
곰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어요.

“모자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모자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달님이 대답했어요.
와우, 이젠 생일 선물로 달님에게 무엇을 줘야할지 알았다, 곰은 생각했답니다.

"Goodbye," said Bear.
"Goodbye," said the moon.

 

“잘 있어요.” 곰이 말했어요.
“잘 있어요.” 달님이 말했어요.


When Bear got home, he dumped all the money
out of his piggy bank.

 

곰은 집으로 돌아와서는 돼지 저금통을 탈탈 털었답니다.

 

Then he went downtown... 

 

그리곤 시내로 나갔어요.

and bought the moon a beautiful hat.

 

그리곤 달님에게 줄 멋진 모자를 샀지요.



That night he put the hat up in a tree
where the moon could find it. Then he waited and watched while the moon slowly
crept up through the branches and
tried on the hat.
"Hurray!" yelled Bear. "It fits just right!"

 

그날 밤 곰은 달님이 볼 수 있게 그 모자를 나무 위에 걸쳐 놓았어요.
그리고는 달님을 기다렸다가 달님이 천천히 나뭇가지 사이로 들어와 모자를 걸쳐 보는 것을 지켜보았답니다.

“야호!" 곰은 함성을 질렀어요. “딱 맞는다!”

During the night while Bear slept, the hat fell
out of the tree. In the morning Bear

found the hat on his doorstep.
"So the moon got me a hat, too!" exclaimed Bear.
He tried it on and it fit perfectly.

 

그날 밤 곰이 자고 있는 사이 모자가 나무에서 떨어졌어요.
아침에 모자가 문 앞에 떨어져 있는 것을 본 곰은.
“달님이 내게도 모자를 갖다 주었네!” 함성을 질렀답니다.
곰이 그 모자를 써보니 아주 딱 맞았어요.


 

But just then, the wind blew Bear's hat
off his head. He chased after it... 

 

그런데 바로 그때 바람이 불어와 곰의 머리에서 모자가 벗겨지고 말았어요.
곰은 모자가 날아간 곳을 쫓아갔지요.


but it got away.

 

하지만 모자는 사라지고 말았어요.


That night Bear paddled across the river...

 

그날 밤 곰은 노를 저어 강을 건너갔답니다.


and hiked through the forest...

 

그리고 숲 속으로 걸어 들어갔어요.




to talk with the moon.

 

달님과 얘기하기 위해서였죠.



For a long time the moon would
not speak to him, so Bear spoke first.
"Hello!" he shouted.
"Hello!" replied the moon.
"I lost the beautiful hat you gave me,"
said Bear.
"I lost the beautiful hat you gave me,"
said the moon.

"That's okay, I still love you!"
said Bear.
"That's okay, I still love you!"
said the moon.

 

한동안 달은 곰에게 아무 말이 없었어요. 그래서 곰이 먼저 말문을 열었지요.
“잘 있었어요?” 곰이 소리쳤어요.
“잘 있었어요?” 달님이 대답했어요.

“당신이 준 그 멋진 모자를 잃어버리고 말았어요.” 곰이 말했어요.
“당신이 준 그 멋진 모자를 잃어버리고 말았어요.” 달님이 말했어요.
“괜찮아요, 그래도 난 당신이 좋은걸요.” 곰이 말했어요.
“괜찮아요, 그래도 난 당신이 좋은걸요.” 달님이 말했어요.
 
 

 

"HAPPY BIRTHDAY!" said Bear.
"HAPPY BIRTHDAY!" said the moon.

  

 생일 축하해요!” 곰이 말했어요.
생일 축하해요!” 달님이 말했어요.
 

 

(번역 h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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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이 분의 동시를 읽고 재미있어서 여기 올린 적이 있다. 

(http://blog.aladin.co.kr/hnine/1863007)
이 동화 역시 간단하면서 재미있어서 내 맘대로 우리 말로 옮겨서 올려본다.
부자연스러운 곳도 있겠지만, 이렇게 예쁜 동화는 몇번을 베껴 쓰라고 해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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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4-17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쩜 저런 생각을 할까요 동화작가들은 너무 아름다운 얘기네요.

hnine 2009-04-17 20:02   좋아요 0 | URL
동화작가는 정말 아무나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요.

혜덕화 2009-04-17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동화를 읽고 나니 행복해지는군요. 고마워요.^^

hnine 2009-04-17 21:52   좋아요 0 | URL
혜덕화님, 그러셨어요? 제가 감사합니다.

무스탕 2009-04-18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단순한듯 하면서도 이쁜 이야기네요.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

hnine 2009-04-18 13:43   좋아요 0 | URL
예, 나이 먹어가면서 복잡한 것 보다는 단순한데서 감동을 많이 받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미설 2009-04-18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우리집에도 있어요^^ 번역본도 전집으로 출판되어 있는걸 도서관에서 본 적 있어요, 재밌는 이야기지요~ <물 이야기>라는 보림 출판사 책도 이 분 책이에요~

hnine 2009-04-18 15:14   좋아요 0 | URL
아, 그러시군요. 검색해보니 이분 이름으로 여러 작품이 나오더라구요. 저는 이 동화를 책에서 보지 않고 다른 곳에서 다운받아 봤기 때문에 책에는 어떤 그림과 함께 실려 있을지 궁금해지네요. <물 이야기>, 저 모르는데...(부끄~) ^^ 도서관 가면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bookJourney 2009-04-19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예쁜 이야기였군요. 도서관에서 번역서 표지만 보고 말았는데요.
다음에 도서관에 가면 찾아보아야겠어요~. ^^
영문판 책도 욕심이 나니 우선 담아두고요~. ^^*

hnine 2009-04-20 15:02   좋아요 0 | URL
이 정도면 웬만한 초등 고학년 정도 아이들은 번역본이 아니어도 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책의 내용 자체는 좀 더 어린 아이들 대상이라서 오히려 저 같은 어른들이 읽고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마노아 2009-04-20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동스런 동화예요. 나인님 동화 번역도 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근사해요.(>_<)

hnine 2009-04-20 18:40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도 동화 좋아하시죠?
오늘 같은 날은 이런 동화를 많이 읽었으면 좋을 날이었어요.
이 정도 번역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정도인걸요 ^^
 

-겨운의 일기- 

엄마가 허락을 하실까? 어린이 대상의 영화라고는 하지만 처음으로 반 친구들끼리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기로 약속을 하면서도 겨운이는 마음이 가볍지 않았다. 엄마에게 어떻게 말을 꺼내나, 엄마가 허락을 안하시면 친구들에게는 뭐라고 말하나. 친구들이 나를, 우리 집을 이상하게 보지는 않을까. 영화관람에 대한 기대보다, 새로운 걱정거리로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겨운이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저녁때 밥을 먹으며 겨우 말을 꺼냈다.
"엄마, 내일 토요일에 우리 반 애들이 '빨강머리 앤' 영화보러 가는데 같이 가재요."
"너희들끼리 가는거야? 어디서 하는데 그래?"
"신영극장이요. 가까우니까 시간 맞춰서 금방 보고 오면 될 것 같은데..."
"그래도 애들끼리 극장엘 간단말이니?"
"미소도 가고 송이도 가요. 걔네들 엄마는 허락 하셨대요." 
거기까지 들으시고는 엄마는 생각중이신지 더 이상 대답이 없으신 채 식사만 계속 하셨다.
"언니, 그거 나도 봐도 되는 영화지?"
갑자기 새운이가 끼어든다.
"어린이  영화니까 되겠지 뭐."
"나도 가면 안돼?"
"너도? 안 돼. 우리 반 친구들끼리 가는거란말야."
"나도 보고 싶은데. 그냥 따라만 가면 되잖아."
"다른 애들은 다 혼자 오는데 나만 동생까지 데리고 갈 수는 없어."
아직 엄마 허락도 완전히 안 떨어졌는데 저렇게 따라가겠다고 떼를 쓰다니. 겨운이는 엄마 허락 받기 위해서 얼마나 마음을 졸이며 말문을 꺼냈는데, 저렇게 쉽게 따라붙으려 하는 새운이가 못마땅하기만 하다.
"그래, 새운이도 데리고 가서 영화 보고 오너라."
엄마에게서 허락이 떨어지긴 했으나, 새운이를 데리고 가라신다. 아, 싫다.
겨운이는 안다. 이럴 때 동생까지 옆에 데리고 나타나는 아이를 다른 애들이 어떤 눈으로 볼지를.
'아마 나까지 아이들에게 따돌림 받을지도 몰라.'
엄마가 자기도 데리고 가라고 하실 줄 이미 알고서 일부러 엄마 계신데서 말을 했을거라 생각하니 새운이가 얄미웠다. 

저녁을 다 먹고 방으로 돌아와서 겨운이는 신이 난 새운이에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넌 안돼. 내일 영화는 이미 내 친구들과 가기로 약속이 되어 있어. 동생을 데려와도 된다, 뭐 그런 말은 없었단말야. 그러니 나만 동생을 데리고 나갈 순 없어." 
"엄마가 분명히 나도 데리고 가라고 하셨는데!"
새운이는 어떻게 해서든지 따라갈 기세이고, 겨운이는 막막하기만 하다. 

다음 날, 학교가 끝난 후 3시에 극장 앞에서 만나기로 친구들과 약속을 했다.
겨운이는 집으로 돌아오던 발길을 돌려 다시 학교로 향했다. 지금 집으로 들어가면 기다리고 있던 새운이를 데리고 가야만 한다. 겨운이는 운동장 스탠드에 앉아 학교 축구부 아이들이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을 쳐다보며 시간을 보냈다. 학교 조회대 뒷쪽의 시계가 10분전 3시를 가리키는 것을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극장을 향했다.
반 친구들은 이미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고, 3시에 시작하는 영화 표를 사가지고 극장 안으로 들어가면서 겨운이는 자기도 모르게 주위를 한번 휘 둘러 보았다.
책으로 이미 읽어서일까. 영화가 별로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았다. 영화가 상영되는 스크린 위로 자꾸 새운이의 얼굴이 겹쳐졌다 사라졌다. 

집으로 돌아오니 혼자 종이 접기를 하며 놀고 있던 새운이가 달려든다.
"언니, 왜 이렇게 늦어?"
"어~ 영화 시간을 잘 못 알아서, 집에 들렀다 갈 새가 없었어. 지금 영화 다 보고 오는 길이야."
"응. 그랬구나."
따라가겠다고 떼를 쓸 때와는 딴 판으로 웬일인지 새운이가 그대로 곧이 듣는다.
겨운이는 그만 새운이에게 너무나 미안해졌다. 그깟 영화가 그렇게 대수였을까?
"새운아, 그거 그렇게 접으면 안돼지. 이리 가져와봐. 언니가 접는거 가르쳐 줄께." 
겨운이는 가방을 던져 놓은 채 새운이가 종이로 공룡 접는 것을 도와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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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2009-04-17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제발 이 작품이 한권의 멋진 동화책으로 출간되었음 좋겠어요.. 후편을 기대하겠습니다. ^^

hnine 2009-04-17 11:59   좋아요 0 | URL
에궁~ 무슨요. 이렇게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신 것만 해도 감사할 일인걸요.
늘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래가 춤 출려고 그래요 ^^

마노아 2009-04-17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안의 겨운이와 새운이가 다 있잖아요. 정겹고 애틋해요.^^

hnine 2009-04-17 11:59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겨운이의 입장도 되어보고, 새운이의 입장도 되어보고 싶었어요.
 

 -겨운이의 하루 -

"엉? 75점??"
학교에서 돌아와 일일학습지를 받아본 겨운이는 눈이 동그래지며 가슴이 철렁해지기까지 했다. 어제 80점을 받은데 이어 오늘은 75점이라니.
매일 집으로 배달 되는 일일학습지를 시작한지는 꽤 되었는데, 어쩌다가 잊고 풀지 않은 날이 생기게 되고, 하루 하루 풀지 않은 학습지가 쌓이게 되자 더 하기 싫어지고, 그건 겨운이나 동생 새운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어느날, 보다 못한 엄마는 표를 하나 만드시더니 왼쪽 칸에는 겨운, 오른 쪽 칸에는 새운의 이름을 적으시고는, 매일 채점되어 온 학습지의 점수를 기록하라고 하셨다. 채점되어 온 학습지가 없는 날은 0점이라고 적어야 하고, 그 달의 마지막 날, 합계를 내어 더 잘한 사람에게 용돈을 두배로 주시겠다고 하셨다.
사실 학습지의 문제가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매일 잊지 않고 시간을 내어 한다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었으면 어려웠지. 성실하고 모범생인 겨운이는 거의 매일 100점, 약간 덜렁거리고 뭐든 빨리 해치우는 것을 좋아하는 새운이는 두 세문제 씩 틀리곤 했다.
어제는 무슨 문제가 틀려 80점인지 다시 들여다보지 못했지만 오늘 겨운이는 무슨 문제를 틀렸는지 다시 한번 살펴보기로 했다. 어제 문제를 풀면서 특별히 어려운 문제가 없었는데 이상하다 생각하면서.
틀린 문제 중 하나를 다시 읽어보니, 어제 내가 쓴 답이 아닌 것 같았다.
"어, 이상하다. 난 이 문제 답을 분명히 2번이라고 썼던 것 같은데! 그리고 2번이 정답 맞잖아. 그런데 문제지에는 내가 3번을 고른 것으로 되어 있네?"
다음으로 틀린 문제를 보았다. 이 문제 역시 내가 답으로 고른 것과 다른 답이 써있고 내가 원래 고른 답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정답 맞았다.
"가만, 여기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쓴 자국이 있잖아. 어? 그러고 보니 나는 숫자 2를 이렇게 구부려서 쓰지 않는데. 이건 내 글씨가 아니잖아."
그러고 보니 시험지 앞면의 점수 75라는 숫자도 100이라는 숫자를 지우고 그 위에 다시 쓰여진 것이었다.
아, 겨운이는 이제 알 것 같았다. 그 글씨체는 바로 동생 새운이의 글씨체였던 것이다.
언니 새운이보다 더 점수를 잘 받고 싶었던 새운이는, 언니보다 학교에서 일찍 돌아와 채점되어 배달되어 있는 학습지를 보고는 겨운이의 점수를 자기보다 낮은 점수로 고친 것이다. 점수만 고친 것이 아니라 그 점수만큼 문제의 답도 틀린 답으로 고쳐 놓은 것을 알고 겨운이는 얼굴이 달아오르며 화가 솟구쳤고 가슴이 쿵쾅거렸다. 그렇게 까지 하면서 언니를 이기고 싶어하는 새운이가 이해가 안 되었다. 

동생 새운이를 불러 따져 물어야겠다고 생각이 들면서도, 웬지 선뜻 행동으로 옮길 수가 없었다. 겨운이로서는 도저히 용납이 안 되는 일을 저지른 새운이를 엄마에게 이를 수는 더군다나 없었다. 새운이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분노를 삭이며 겨운이가 고작 한 일이라고는 점수를 적는 표를 붙여 놓은 곳으로 조용히 가서는 점수표에 새운이가 고쳐넣기 전의, 원래의 겨운이 점수를 적어 넣은 일 뿐이었다.
그리고는 새운이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엄마에게도 말 할 수 없었다.
겨운이는 자신이 화가 나도 그 화를 겉으로 나타낼 줄은 모르고 있다는 것을 그 때는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정작 새운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겨운이를 대하는데, 겨운이는 한동안 새운이 얼굴을 볼때마다 마음이 불편했고, 그러면서도 아무 내색을 못하는 자신에게 오히려 화가 더 났다.
 

-새운이의 하루 -
언니가 나보다 잘 할게 뻔한데 엄마는 왜 이런 시합을 시키실까.
하지만 나는 언니에게 지는게 싫다. 누구에게 지는 것 보다 더 싫다. 금방 비교되니까.
다 맞았을거라 생각하고 문제지를 마쳐도 다음 날 채점이 되어 돌아오는 것을 보면 꼭 한 두개씩 틀려 있으니 속이 상하다. 이제 이번 달도 며칠 안 남았는데 이대로 가다간 언니가 나를 제치고 용돈을 더 받게 될 것이 뻔하다. 생각만 해도 견딜 수가 없다.
어제도 언니는 100점, 나는 90점. 색연필을 가지고 언니 문제지의 점수를 80점으로 고쳤다. 80점이 될려면 네 문제를 틀려야 한다. 언니 문제지에서 네 문제를 골라 언니가 쓴 답을 지우개로 지우고 다른 번호를 써 넣었다. 색연필로 표시된 것은 잘 안 지워져서 빡빡 지우개로 지워야 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언니는 아무 말이 없다.
오늘은 100점일줄 알았는데 오늘도 나는 85점, 언니는 100점 이었다. 어제처럼 나는 언니 점수를 75점으로 고쳤다. 언니가 알아챌까? 아무도 본 사람이 없으니, 난 모른 채 하고 있으면 된다. 난 안그랬다.

언니가 알아챘나보다. 언니가 점수표에 내가 고치기 전의 원래의 언니 점수를 적어 놓은 것이다. 그런데도 이상하다고 엄마에게 말하지도 않는다. 나에게도 묻지 않는다. 혼자서 착한 척 다 하고 있다. 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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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16 2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4-16 2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4-16 2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4-16 2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9-04-17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리얼한 얘기에요. 나인님 실화인가요?

hnine 2009-04-17 09:19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그런가요? 그냥 심심해서 써본 픽션이어요.

하늘바람 2009-04-17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정말요? 픽션이에요? 호호 님 너무 재미나네요

hnine 2009-04-17 09:35   좋아요 0 | URL
이름 짓는게 생각보다 어렵군요. 겨우 생각해낸 이름이 겨운이랑 새운이~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