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내복을 안입어도 될까.
내복을 입고도 춥다. 4월인데 말이다.

다른 날 같으면 이미 자고 있어야 할 시간이지만
아이에게 있어 금요일과 토요일은 늦게 자도 되는 날. 
이방 저방 왔다 갔다 하며
이 책 들춰보다가 저 책 들춰보다가,
지금은 뭐하나 봤더니
지난 앨범을 보고 있다.

남편은 남쪽 지방 가서 내일 돌아올 예정.
내가 추우니, 다른 이들도 우선 춥지 않을까 부터 염려된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밤
좋지도 나쁘지도 않기로 한 밤 

뭔가를 하라고 (일기 써라~),
뭔가를 하지 말라고 (코 자꾸 그렇게 찡긋 거리지 말아라, 버릇 된다),
아이를 향해 자꾸 잔소리가 나오려는 것을,
잘 참고 있는 밤.  

 





 

 

 

 

 

 

 

 

 

 

 

 

 

차를 타고 어딜 가던 중, 지루했던지 아이가 그림을 그렸다. 엄마의 옆 모습이란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하며 목에 두른 스카프까지, 그리기 힘든 옆 모습을 잘 그렸다고 마구 칭찬해주었다 ^^ 

여기 까지 쓰고 옆을 보니 어느 새 반쯤 감긴 눈을 해서는 일기를 쓰고 있는 아이 (잔소리 참길 잘 했다 ^^).
이제 재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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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9-04-03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그림을 아주잘 그리는군요,,
류는 작년까지는 금요일이 참 좋앗는데 이제 학생이 되어서
금요일도 힘들데요,
책도 읽고싶은데 너무 조금밖에 못읽는다고 투덜거리면서 잠자러 갔네요,,,ㅎㅎ

hnine 2009-04-04 05:23   좋아요 0 | URL
류가 책이 더 읽고 싶어 일찍 자야하는 것을 아쉬워하는군요. 대견해요 ^^
제 아이도 아침에 7시 20분이면 집에서 나가야 하기 때문에 보통 때에는 저녁 9시면 무조건 재우거든요.

마노아 2009-04-03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제법 분위기가 있어요. 아이는 이제 잘 자고 있나요? 고운 밤이에요. ^^

hnine 2009-04-04 05:25   좋아요 0 | URL
분위기가 있나요? ^^ 제가 워낙 그림을 못 그리다보니 저 정도 그린 것 보고도 쉽게 감탄을 하게 되네요.

비로그인 2009-04-03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훗 정말 그림 잘 그렸는데요? 뭔가 느낌이 있는 그림이에요.

이제 다린이는 재우고 그래도 나쁘진 않은 밤 보내고 계시지요? 저는 우아하게? 홍차 마시면서 애플파이 먹고 있어요~

hnine 2009-04-04 05:27   좋아요 0 | URL
저는 학교 다닐 때부터 그림 그리려고 하얀 도화지를 앞에 두고 있으면 막막하기만 했는데, 다린이는 잘 그리든 못 그리든 비어 있는 하얀 종이 앞에서 별로 두려워하는 것이 없는 것 같아 일단 저는 안 닮은 것 같아요.
홍차와 애플 파이라니...홍차와 애플 파이라니...생각만 해도 침 고입니다.

꿈꾸는섬 2009-04-03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을 정말 잘 그렸어요.^^

hnine 2009-04-04 05:29   좋아요 0 | URL
저 그림 옆 페이지에 뭐라고 글도 썼었는데 그건 차마 못 보이겠더군요 ㅋㅋ 잘 봐주셔서 감사드려요.

2009-04-04 0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4-04 05: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9-04-04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 솜씨가 보통은 아닌데요! 잘 그렸어요.
그럭저럭 잘 보낸 밤이로군요, 나인님.^^
잔소리 참길 잘했다싶은 때 있지요

hnine 2009-04-04 10:25   좋아요 0 | URL
오늘 날씨 참 좋네요. 전 어젯밤 아이 잠든 후, 웬지 바로 잠들기가 아까워 별것도 안하면서 잠도 안자고 버티다가, 잠만 설치는 결과가 되고 말았어요 흑흑...

무스탕 2009-04-04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관찰력이랑 표현력이 참 좋아요.
애들한테 잔소리 안해도 되는 밤은 정말 좋아요. 놀토전 금요일이라든지 공휴일전 평일이라든지요 ^^
전 어제 밤도 평소보 일찍 잠들고 오늘은 애들 학교 보내놓고 또 잤어요.
요즘 왜 이렇게 졸린가 모르겠어요. 이러다 나무늘보가 될것같아요..;;

hnine 2009-04-04 19:01   좋아요 0 | URL
피곤하신가봐요. 잠이 유난히 쏟아질때에는 잠 만한 보약이 없는 것 같으니 충분히 주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잔소리는 듣는 사람만큼 하는 사람도 힘든데 끊임없이 하게 되는 건 참, 그렇지요? ^^

혜덕화 2009-04-04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의 솜씨이군요. 너무 잘 그렸어요.
우리 부부의 침대 옆에도 작은 애가 4학년 때 그린 제 아빠의 모습을 액자에 넣어 세워놓았어요. 연필로 그린 건데, 어찌 그리 제 아빠의 특징을 잘 잡아냈는지 깜짝 놀랐답니다.
아이들에겐 특유의 순수한 눈이 있어서 그런가 봐요.
정말 언제 봄의 시샘이 끝이 날까요?
부산도 너무 추웠어요. 아침 저녁으론...

hnine 2009-04-05 05:41   좋아요 0 | URL
아이 특유의 순수한 눈이 매일 대하는 친숙한 대상에서도 객관적인 특징을 잘 잡아내는 것이 신기하게 생각되기도 해요. 우리는 그림을 그릴 때 이미 머리 속에 자리잡혀 있는 선입견때문에 대상에 대한 객관적인 관찰을 하기 힘든 때가 많은데 말이어요.
4학년때 그린 그림을 액자에 넣어 소중하게 간직하시는 혜덕화님 마음을 알 것 같아요.
근래 들어, 이렇게 쌀쌀한 봄이 계속되다가 따스한 봄 날씨 누릴 수 있는 날은 별로 길지 않게 지나고 곧 초여름이 시작되었던 것 같아요. 이러다가 내복에서 바로 반소매 옷으로 넘어가는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댓글저장
 
도착하지 않은 삶
최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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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 최 영미는, 신간이 나오면 주저 없이 일단 사서 봐야 하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이다. 그것이 시집이든, 에세이이든, 소설이든.
'서른, 잔치는 끝났다' 보다 더 좋았던 그녀의 에세이 '화가의 우연한 시선'은 이후로 내게 그림을 대하는 마음을 더 각별하게 했으며, 이브 끌랭 (Yves Klein)과 로스코 (Mark Rothko) 라는 화가들을 좋아하게 된 것도 그녀의 에세이 '시대의 우울'을 읽으면서 아니었던가. '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는 다 읽고도 수시로 꺼내어 아무 페이지나 들춰서 다시 읽곤 했다. 

그녀의 세번째 시집 '돼지들에게'를 전과 같은 울림으로 읽지 못한데 이어, 오랜만에 새로 나온 이번 시집도 역시 기대하던 만큼이 아니어서 아쉽다.  

   
  유럽인들이 버린 神을
아시아의 어느 뭉툭한 손이 주워
확성기에 쑤셔넣는다

- '일요일 오전 11시' 全文 - 
 
   

여전히 살아 있는 그녀 특유의 sarcasm혹은 허무주의.  

   
 

그토록 어두웠던 나라이기에
우주가 놀라게 불꽃을 터뜨리며
천문학적인 돈을 불살라야 했나 
....(중략)...
천년제국의 후예들이, 무너진 건물더미에 깔린
시체들이 일어나 북을 두드린다.
땅을 흔들고 하늘을 찢으며
스모그를 걷어버린 오천 년의 북소리.
... (중략)...
얼마나 기를 펴지 못하고 살았으면,
열강에 짓밟힌 백년의 치욕을
기나긴 장정의 굶주림을 보상받으려
오늘밤 미친 듯 쏟아내는가, 불쌍한 아시아여.
동경과 서울이 간 길을 베이징, 너도 피하지 못하는구나.
서양의 근대문물이 얼마나 신기했으면,
봉건제에서 포스트모던으로 건너뛰어
2008년의 첨단기술로 버무린 무협지를 과시하는가.
백년의 어둠을 깨고
허공을 불지르며 질주하는 열차에
나는 브레이크를 걸고 싶었다. 

-'지상 최대의 쇼'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일부- 

 
   

최 영미 시의 분위기를 그래도 제일 많이 느낄 수 있던 시.
남들이 흥분하는 일에 냉소를 보내며 바라보는 그녀 특유의 분위기 말이다.

오랜 만에 다시 내는 시집이어서, 처음 시집을 낼 때 만큼 떨렸다는 그녀의 인터뷰를 보았다. 그녀의 시에서 나는 아마 더 깊은 처절함을 읽고 싶은가보다. 여전히 열정히 퍼렇게 살아있는 그런 처절함은 그러나 더 이상 없었다. 지난 날에 대한 반추와, 아쉬움과, 목적한 대로 도착하지 못한 어떤 꿈들이 그 자리를 대신할 뿐. 지금 내가 이 시집을 읽고 난 느낌도 그와 비슷한 것은 그러니까 우연이 아닐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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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4-04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돼지에게'는 별로였어요~ 그 후에 나온 책은 안 샀어요.
그녀도 나이를 먹어가는 게 보여요~~ ㅜㅜ

hnine 2009-04-04 19:02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도 그러셨군요.
제가 이 사람 팬이라면 팬이었는데...그래서 여전히 신간이 나오면 사보고 있네요.
댓글저장
 

화가라기 보다 일러스트레이터 라고 하며 구분짓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는 이 사람 그림이 좋더라. 인간적이랄까? 특별한 대상을 그린 것이 아님에도, 그랬기 때문에 더욱 '나 사는 모습도 알고 보면 이렇게 재미있는 한편의 에피소드 같은 그런 일상들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무거운 생각에서 일으켜 세워주는 기특한 그림들이기 때문이다.  

Mike Venezia 라는 사람이 아이들에게 유명 화가들을 소개하기 위해 쓰고 그린 책 시리즈 중 세권을 오늘 보았다. 그 중 한 권인 <Norman Rockwell> 편.

 





 

 

 

 

 

 

 

 

 

 

 

 

 

 

 

 

 

앞 표지는 이렇게 생겼고 

 



 

 

 

 

 

 

 

 

 

 

 

 

이건 뒷표지까지 펼친 모습이다. 

얇아서 금방 읽고 보는 책인데, 표지도 미술 관련 책 답다. 

   

 

 

 

 

 

 

 

 

 

 

 

 

 

 

 

 

 

 

 

 

 

 

 

 

 

Rockwell의 그림을 보고 빙긋이라도 웃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Rockwell의 작품이 그림으로 인정받기 어려웠던 미술계 분위기를 보여주는, 이 책의 저자 Mike Venezia의 책 속 삽화. 

 



 

 

 

 

 

 

 

 

 

 

 

 

지금 내 컴퓨터 바탕 화면에 깔려 있는, 역시 Rockwell 의 그림이다.
실제로 그는, 어린 아이가 부는 풍선껌에서부터 낡은 커튼 자락, 식당 바닥의 타일에 이르기 까지, 모든 세부적인 것들을 가능한한 자세히, 진짜처럼 그리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누가 뭐라든, 잘 그린 일러스트레이션은 미술관에 걸려있는 위대한 그림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소신을 끝까지 버리지 않은 Rockwell, 우리가 사는 모습의 따뜻한 면을 주로 보여주려고 했던 그의 그림이 좋다. 

이 책의 저자 Mike Venezia는 유명한 화가들을 소개한 이런 책을 만듦으로써 어린이들에게 미술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고, 미술가들은 진짜 살아있는 사람들 (미술관에 걸려 있는 이름으로써만 만날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임을 알려주고, 미술의 세계가 얼마나 신나는 세상인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자기의 전문 분야를 이렇게 쉬운 말로 알기 쉽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흥미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책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은, 언제나 내가 부러워 하는 일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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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3-30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사랑스러운 그림이네요 ^^

hnine 2009-03-30 20:19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사람의 그림이 잔뜩 실려져 있는 사이트를 즐겨찾기 목록에 놓고 수시로 들여다보며 킬킬 거리기를 좋아해요 ^^
공감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꿈꾸는잎싹 2009-03-31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진 책같아요. 좋은 글 추천하고 가요.

hnine 2009-03-31 13:28   좋아요 0 | URL
찾아보니 이 책이 알라딘에도 있는데 무지 비싸네요 ^^ 저는 빌려왔거든요. 큼지막한 글씨에, 쉬운 말로 짜임새 있게 내용이 되어 있어 아이들용 책으로 아주 잘 만들어진 것 같아요. 지금 르네 마그리트 편도 읽었는데 이것도 참 재미있네요. 요즘 테마 주제로 페이퍼 많이 올리셨는데, 제가 차근차근 읽어보고 있답니다 ^^

하양물감 2009-04-03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그림에 관심이 생겼어요. (예전에 비해서 그렇다는 말이지요) 저는 아동화를 주로 보고 있어요. 아무래도 애 키우다보니 그런쪽으로 더 관심이 가네요^^

hnine 2009-04-03 18:01   좋아요 0 | URL
아동화란 아동이 그린 그림인가요 아니면 아이들을 위한 그림? 맞아요. 아이 나이 따라서 엄마도 엄마 원래의 나이와 별개의 나이대가 형성되지요^^ 저도 그래요.

하양물감 2009-04-03 18:24   좋아요 0 | URL
아동화는 아동이 그린 그림이에요...^^
댓글저장
 
내가 선정한 OOO을 위한 추천도서!

문과 이과 진로를 고민하는 아이를 보며 지인의 남편이 그러더란다. 문과에서 배우는 것이 도대체 뭐냐고. 어이 없기도 하면서 한편 그렇게 말하는 이유가 짐작도 되었다면 이상한가? 나 또한 그런 생각을 했던 시절이 있기 때문이다. 고등 학교때, 문과 이과를 나눠야 하는 시기였다. '인문 사회과학 등이 우리에게 가져다 주는 것이 뭐냐. 이렇게 말하면 이것이 진리가 되고 저렇게 말하면 저것이 진리가 되는 것 아닌가? 그저 이렇게 저렇게, 그럴 듯하게 말하는 기술을 배우는 것 아닐까? 자연 과학은 그렇지 않다. 우리의 능력과 지식의 한계때문에 밝히지 못한 진리는 있을 지언정, 변하지 않는 진리가 있다. 즉, 정답이 있다.' 이렇게 말이다. 이런 생각으로 이과로 진로를 정한 댓가를 톡톡히 치뤘다고 생각한다.
이 생각이 깨지는 동안 복잡하던 머리 속이 더 복잡해지고, 머리 속에 쓸데 없는 생각이 많다는 소리도 들었지만, 지금까지 최소한 위의 지인의 남편처럼 문과에서 배우는 것이 도대체 뭐냐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참 다행스런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이 출간되고서 받은 관심은 무척 컸다고 본다.
 과학적 연구의 기본이 되는 '환원주의' 정도는 알고 있다면,
 과학적 연구 결과들만으로 모든 사실을 설명할 수 있을까 의문을 품어본 적이 있다면, 그 호기심으로 책의 끝 페이지까지 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현재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통섭'이라는 말은 과학 분야 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당분간 자주 등장할 것이므로, 한번 쯤 읽어두라고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연구 방법이라는 것의 헛점을 지적하고,
현대 문명이 과연 과거로부터 진보되었다고만 볼 수 있는가, 갈수록 결과는 쌓여가지만 더욱 편협화 되어 가는 과학이 아닌, 더 표용적이고 개방적인 과학으로 가야함을 얘기하고 있다.
미개하다고 치부해버린 과거의 어느 문명에서 우리는 또 다른 지식의 길을 발견할 수도 있다는 것을 어찌나 흡인력있게 설명하던지, 예상보다 훨씬 몰입해가며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과학을 공부하는 사람 중에는 내가 한때 그랬듯이, 과학적 지식만이 전부라고 생각하거나, 더 나아가 그 중에서도 특히 내가 하는 분야가 더 많은 것을 해결해주고 방향을 제시해주는데 중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테두리 안에 스스로 갖히기 쉽다. 그런 생각에서 깨어날 수 있게 해주는 책으로서 권할 만한 책이다.

 

 

 

   

저자의 이력이 특이하다. 신경생물학 실험실에서 직접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요원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는 예술과 과학이 어떻게 접목될 수 있는지를, 이름 난 예술가 여덟명의 예를 들어 자세히 보여준 책이다. 과학의 환원주의에 대해, 이것을 다시 통합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예술이라는 그의 생각에 공감하며 읽었는데, 원문을 본 적은 없지만, 우리말 번역이 좀 매끄럽지 않게 읽히는 부분들이 꽤 있어 원문은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과학'을 한다고 말할 때 어떤 힘이나 권위 의식을 느끼는가? 그렇다면 왜그럴까. 과학에는 어떤 특별한 것이 있기 때문일까?
그것은 과학이 가진 객관성과 정확성, 검증가능성 때문일 것이다. 그런 과학 자체에 대한 검증을 위해서 우리는 다시 인문학적 연구 방법을 빌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이 책의 저자 장 대익은, 최재천 교수와 함께 '통섭'을 번역하기도 했으며 새로이 떠오르는 과학저술가 중의 한명이기도 하다.
토마스 쿤, 칼 포퍼 등 여러 사상가들이 등장함에도 그다지 어렵지 않게 읽힐 수 있었던 것은 저자의 해박한 지식의 덕이 크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별 다섯개를 주고도 남을 책이라 꼽는 책이다.
내가 지금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면서 과학을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인지, 이 연구가 나중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인지, 많은 사람들이 그저 그날 그날 맡겨진 실험을 수행해서 예상하던 결과를 얻는 것에만 급급하는 현실 속에서, 이렇게 그 너머의 생각을 하며 과학을 하는 사람도 있음을, 과학이란 그날 그날 실험을 실수 없이 해내는 것을 넘어, 호기심과 경외감이 바탕이 되어야 함을, 은퇴한 노학자가 아닌 연구실 현장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다.

 

 

 

   

 의학박사이며 미국의 여러 유명 대학의 학장, 병원장 등을 역임한 이 저자는 저술가로도 유명한 사람이다. 이 책이야말로, 나이든 노학자의 과학 문명에 대한 회의와 과학 지상주의에 대한 조용한 경고가, 딱딱하지 않은, 마치 회고록이나 일기문 같은 친밀한 문장 속에 담겨 있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제목은 이책에 실린 여러 글중 한 편의 제목이기도 한데, 그가 즐겨 듣던 말러의 9번 교향곡이 언제부터인가 전쟁과, 생명 경시 사상, 물질 지상 주의에 대한 경고로 들려와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순수한 감정으로 같은 음악을 들을 수 없는 아쉬움에 대한 내용이다. 과학을 소재로 삼기는 했으나 내용은 거기서 나아가 과학 너머의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독특한 시각을 보여주는, 아주 잘 쓰여진 에세이라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칸딘스키의 그림을 보며 나는 실제로 세포내 소기관의 구조를 자주 떠올렸더랬다. 알고 보니 칸딘스키는 그의 그림의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살아있는 조직의 미세 구조를 관찰하기를 즐겼다고 한다. 실제로 세포나 생체 기관의 미세구조를 보면, 이처럼 아름다운 도안이 있을까 느껴질 때가 많다.
칸딘스키나 클레는 워낙 대중적인 인기가 많은 예술가이기도 하지만, 특히 과학을 하는 사람들에게 큰 호소력을 가지는 화가가 아닌가 생각된다. 뭐라고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어딘가 친숙하고 익숙한 구성때문일 것이다. 미술과 상관없는 세상에 살고있다고 생각하며 연구에만 몰두하고 있는 친구가 있다면 이들 그림부터 보여주겠다. 반짝거리는 종이 재질에, 그림이 많이 실려 학교 다닐 때 미술 교과서를 보는 기분이 드는 책이다.

 

 

 

  마지막 책이 좀 엉뚱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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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9-03-31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과학 편식은 창의성에 독'이라는 글을 보면서 hnine님이 생각났었는데, 이 페이퍼를 보게 되네요. 정말 멋진 페이퍼에요. 지금 당장 읽지는 못하겠지만, 별찜해 두었다가 꼭 읽어보아야겠어요. ^^

hnine 2009-03-31 20:13   좋아요 0 | URL
저도 그 기사 봤어요 ^^ 과학과 미술도 그렇고, 요즘 읽는 책 '글쓰기의 최소 원칙'에서도 보니까 김훈 님은 과학적 글쓰기를 강조했더군요. 과학은 독단적이어서는 안될 것 같아요. 과학 자체를 위해서도요.
저는 아이가 학교에서 수업받은 내용 훑어보다가 과학 관련 내용이 있으면 책세상님 서재에서 본 책들이나 글들이 생각나던데요 ^^
댓글저장
 

동학사 지나 갑사 가기 중간 쯤에 있는 남매탑까지 올랐다.
봉우리를 목표로 삼는 것보다,
이렇게 무슨무슨 탑이나 폭포 등을 목표 지점으로 삼으면
궁금증을 안고 갈수 있어 좋다.  

매표소 입구에서 동학사 까지 가는 길은 평평한 시멘트 길. 이런 길은 재미없다던 아이가, 남매탑으로 갈라진 길로 들어서 계속 되는 바위길을 오르게 되자 좀 힘들어 한다.

'탑이 남매처럼 두 개 나란히 있어. 그래서 '남매탑' 이라고 하는데, 엄마 고등학교 다닐 때 국어 책에도 이 남매탑에 관한 얘기가 나왔던 기억이 나.'
아이에게 말해 주며, 처음 부터 끝까지 바위 계단으로 이어진 산길을 1시간 좀 넘게 오르니 저 위에 탑이 보인다. 하나는 5층, 또 하나는 7층 석탑. 둘 다 보물로 지정되어 있는데, 그 중 7층 석탑은 맨 아래 탑신이 배흘림으로 되어 있다. 탑신에서 보는 배흘림이라니. 

오르는 길에 꽃은 진달래 한 그루 겨우 피기 시작한 것을 제외하고는, 온통 바닥에 깔린 현호색 일색이었다. 그 작디 작은 꽃이 얼마나 '열심히' 피어있던지.
현호색 꽃 모양은 다 비슷해 보이지만 반면 잎의 모양은 다양하다. 오늘 본 것은 모두 보라색 꽃이었는데 노란 색, 흰 색 꽃이 피는 현호색도 있다. 흔치 않지만.  

몸을 움직여 땀을 흘리고 나서 기분이 안 좋아진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아직도 내복을 입고, 그 위에 옷을 몇개나 더 껴 입고 집에서 나서서는, 산을 내려올 쯤엔 아이도 나도 옷 하나씩을 벗어서 들거나 허리에 묶고 있었다.
다음엔 은선폭포 쪽으로 한번 올라봐야겠다. 그때는 또 무슨 꽃들이 기다리고 있으려나. 

 

 


 현호색 Corydalis turtshaninovii
과  명 : 양귀비과
분포지 : 중 . 북부 지방의 산지
개화기 : 3~5월
결실기 : 7월
용  도 : 약용

이 풀은 대개 습기가 있는 산 속에서 높이 20센티미터 정도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이른 봄 다른 꽃보다 앞서서 피고  일찍 시들어 버리는 현호색은 꽃의 모양이 너무도 아름다워서 양귀비라는 이름이 붙여지기도 했다. 잎은 어긋나고 잎자루가 길며 세 갈래씩 두 번 갈라진다. 잎의 표면은 녹색이고 뒷면은 분백색을 띤다. 3~5월에 연한 붉은 자주색의 꽃이 피는데, 줄기 끝에 대여섯 송이가 총상으로 달린다. 꽃잎은 4장이고 꽃은 한쪽으로 넓게 퍼지며 거(距)의 끝이 약간 밑으로 굽는다. 이 풀은 작고 일찍 피어 사람의 관심을 그리 끌지 못하지만 중요한약재로 쓰여왔는데, 특히 부인혈(婦人血)을 원활하게 하는 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출처: 네이버 지식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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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9-03-29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랏빛 현호색이 참 예뻐요. 따뜻한 봄날 산행 하셨군요.
남매탑 대학 써클에서 가봤으니 벌써 20년전 일입니다.

hnine 2009-03-29 17:48   좋아요 0 | URL
세실님, 오랜만이어요. 가끔 소식 올려주시지만, 예전에 마치 이웃집 친구네 드나들듯이 자주 들락 달락 하면서 세실님 소식, 보림이 규환이 얘기 읽고 수다떠는 기분으로 댓글 주고 받던 때가 문득 그리워지네요.
현호색은 꽃이름이 특이하여 한번 듣고는 잊혀지지 않는 이름이지요.
남매탑, 저도 1990년대 직장 동료들과 오르고 오늘 가봤으니 20년 만이었어요.

2009-03-30 1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9-03-30 20:37   좋아요 0 | URL
갑사와 동학사 모두 계룡산에 있는 사찰인데, 동학사는 비구니 사찰로 널리 알려져 있지요. 승가대학도 있고요.
남매탑은, 부부의 연을 맺을 뻔 했던 스님과 젊은 처자가, 스님의 결단력에 의해 끝까지 파계를 범하지 않고 도에 정진하여 나중에 남매의 연으로 맺어졌다는 전설이 있대요. 한날 한시에 세상을 떠났다네요.

마태우스 2009-04-01 21:33   좋아요 0 | URL
흐음, 파계를 하지 않았고, 남매가 되었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sooninara 2009-03-31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가보지는 못했지만..국어 교과서에서 공부하던게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계룡산에 꼭 가봐야하는데..우리 아들을 남편 혼자 계룡산 놀러 갔다 와서 정기를 받아서 만들었거든요. 강호동 아들이 백두산 정기라면 우리 아들은 계룡산 정기^^

hnine 2009-03-31 10:18   좋아요 0 | URL
하하, 그렇다면 꼭 가보셔야겠는걸요? 계룡산 기가 세다는 말은 저도 많이 들었어요 ^^

하양물감 2009-04-03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저도 동학사하고 계룡산 대학때 가고 안가봤네요....그런데 저 꽃이 현호색이군요? 몰랐어요,...

hnine 2009-04-03 18:04   좋아요 0 | URL
계룡산도 어느 코스로 가느냐에 따라 많이 다른데 저희가 오른 곳은 제일 만만한 코스였어요. 제 남편은 어제까지도 다리가 아프다고 하더군요. 평소에 운동 부족인지라 ㅋㅋ
현호색은 약초이기도 해요. 아주 작고 갸날퍼보이지만 한 몫 하는 꽃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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