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밥이다 - 엄마가 읽는 수학책 교사와 학부모를 위한 함께도서관 6
강미선 지음 / 주니어김영사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가 어려서는 하나, 둘, 셋 세는 방법을 가르치고, 숫자를 가르치고, 조금 자라서는 간단한 덧셈을 가르치고, 구구단을 외우게 하고, 간단한 곱셈을 가르쳐주는 것 까지는 별 고민없이 해왔는데, 요즘 문장제 문제를 풀기 시작하다보니 그냥 연산의 방법만 가르쳐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개념'에 대한 이해가 우선하지 않으면 금방 한계에 부딪히겠더라는 것이다. 곱셈의 방법을 가르치다보면 곱셈으로 계산하는 문제가 아닌데도 문제에 제시된 숫자를 그냥 곱해버리는 것을 보고, 더하기와 곱하기의 개념부터 다시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언제 더하고, 언제 곱하는지. 곱하기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러다보니 수학을 어떻게 아이에게 이해시켜야 하는지 도움을 얻기 위하여 찾아 읽게 된 책이다.
저자는 수학이란 단순히 연산을 가르치는 학문이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 끼니를 거르지 않듯이, 정신을 건강하게 하게 위해, 정신을 살찌우기 위한 '밥'이라고 비유했다. 밥을 잘 먹으면 뱃속이 든든해져 활력이 생기듯이 수학이 우리에게 그런 힘을 준다는 것이다. 생각이 풍요해지고 인생을 겁내지 않고 저벅저벅 나아갈 수 있는 힘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숫자를 제시하고 단순히 계산만 하면 되는 문제만 풀것이 아니라, 문장으로 제시된 문제, 즉 문장제 문제에 대한 훈련을 통해 문제가 무엇을 묻는지 파악하고, 그것을 수식으로 나타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게 중요하다고 하겠다. 우리 나라 초등학생들의 수학 책의 대부분은 단순한 계산 문제가 대부분인 반면, 외국의 선진국 교과서에는 그런 문제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저자는 정확한 계산을 할 수 있는 능력 또한 무시해서는 안되고 중요하지만, 정확한 개념의 이해가 더 기본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 '상황'을 수와 연결시키는 것은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 저학년 때부터 '문장제 문제집'을 많이 보게 한다.
- 자발적인 공부: 자율성을 키우는 것은, "네가 스스로 하려는 노력을 좀 해라!" 하고 야단치는 것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평소 생활에서 작은 일부터 아이가 결정하도록 놔두는 것에서 시작한다. 
- 성공하는 수학 학습 스케줄
     * 유아기에서 초등 저학년: 개념 학습 중심. 한가지 개념이라도 꼼꼼하게 파악하기
     * 초등 고학년: 계산 연습. 기본적인 사칙연산에 능숙하기
     * 중학교: 한 학기 선행을 통한 예습과 복습. 다양한 문제에 익숙해질 정도 (개념 1권 + 연습 1권)
     * 고등학교: 1년 선행. 기본 서적으로 개념 잡고 EBS 문제로 연습하기 

이 책만으로는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알아보았더니 엄마를 위한, 동일 저자의 초등 수학 관련 책들이 몇 권 더 나와 있다. 기회가 되면 읽어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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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9-01-17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저는 수학이 정신을 혼미하게 해요 ㅜㅜ (그렇지 않기 위해서는 이런 책을 빨리 만나야 한다? 으음 ㅜㅜ)

bookJourney 2009-01-18 0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처럼 열심히 고민하고 준비해주는 엄마가 있으니, 다린이는 수학 걱정 없겠어요~~

L.SHIN 2009-01-18 0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학..마음을 열고 접하면 굉장히 재미있죠.
단, 저처럼 좋아하는 분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골고루 해야겠지만.^^;
수학도 좋아하고 글/그림 등에 취미도 있다면 좌.우뇌 모두를 활성화 시켜서 그야말로
완벽한 뇌 운동이 될텐데 말입니다.(웃음)
두뇌 트레이닝 할 수 있는 게임류도 권해봅니다. 뭐든지 재미가 붙으면 가속화 되죠.

hnine 2009-01-18 07:45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 한동안 수학을 공부할 일도 없고 할 필요성도 못 느끼고 있었다가, 아이를 키우다보니 다시 한번 이렇게 맞대면 하게 되네요. 시험 공부와 상관없이, 지금 다시 보니 학교 다닐 때보다 흥미가 생기기는 해요.

책세상님, 문제를 그냥 풀어주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지 몰라도, 답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유도하고 이해시키는 것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더라구요. 저는 학교 다닐 때 수학을 싫어하지 않았음에도 참 못했답니다 ^^

L.SHIN님, 수학 잘 하시죠? 그쵸? 수학도 잘하고 글/그림에도 취미가 있는 사람은 정말 멋질 것 같은데요.

L.SHIN 2009-01-19 06:12   좋아요 0 | URL
수학...못해요.( -_-)
추리라면..모를까.ㅋㅋ

상미 2009-01-21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대학 1학년 2학기 기말 미적분학 시험 본날 눈이 펑펑 왔는데,
내 평생 수학은 끝이다.
앞으로는 산수 계산할 정도의 수학만 하면 될거라고 무지 좋아했단다.
허나... 요새 경은이 수학 푼거 답맞춰 주려고 정석 펴놓고 공부 중.
살짝 둘러보고서 풀리는게 신기해.

hnine 2009-01-21 22:20   좋아요 0 | URL
지금의 경은이 나이때, 그러니까 고등학교 입학 기다리면서 나도 처음 정석이라는 것을 풀기 시작했던 것 같아. 혼자 해보려니 어찌나 어렵던지. 경은이는 좋겠다, 수학 잘하는 엄마가 옆에 있으니 ^^
 

시행착오의 경험은  

내 인생의 보물.  

 

: 시행착오를 경험 해본 사람이여.
  실패를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이 가질 수 없는
  자신감을 가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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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1-17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

hnine 2009-01-17 12:02   좋아요 0 | URL
좀더 멋진 문장으로 만들고 싶은데, 저것 밖에 안되네요. 의미는 제대로 전달되는거죠? ^^

비로그인 2009-04-22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 제가 이래요. 나인님. 추천을 눌렀더니
"이미 추천하신 글입니다"라는 멘트가 나오네요. 보자마자 추천했던게 이제야 생각이 났어요. 아.. 이 글이셨군요. 제가 정말 나인님의 서재에 자주 머물다 다녀갔었나봐요.

자신감..일종의 배포 같은게 .. 나이가 들어가니 저도 조금씩.. ㅎㅎ
그래도 아직 멀었겠지요. 나인님.. ?! 아직은 또 너무 모르는게 많을꺼라 저도 믿어요. ^^

hnine 2009-04-23 02:25   좋아요 0 | URL
자신감은 저절로 생기는 것 같지 않아요. 그 또한 댓가를 치르고 얻게 되지 않나 싶은데, 그게 바로 시행착오 라는 과정 아닐까요. 아무 것도 시도해보지 않은 사람, 그리고 실패해보지 않은 사람과 얼마나 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앞으로도 계속 뭔가를 시도해보고자 하는 용기를 잃지 않고 살고 싶네요.
 
외딴방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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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신간 <엄마를 부탁해>를 읽고서, 훨씬 이전에 출간된 이 책을 읽었다. <엄마를 부탁해>를 읽고 리뷰를 쓰다가 생각나는 일이 있어서 페이퍼를 쓴 것이 계기가 되어서였다.
'외딴 방'. 장편 소설의 태를 갖춘, 그녀의 자전적 고백이라고 해도 좋을 이 작품에 작가가 가지고 있을 애(愛)와 증(憎)을 짐작할 수 있겠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어느 한 시절, 그것을 공유하는 다른 사람들에 의해 다시 추억하도록 부탁을 받고 쓰게 된 소설이라고 해도 될까.
이 책을 읽기 전에도 그렇게 보였지만, 그녀의 글에서는 어떤 꾀도, 영특함도, 깜짝 놀랄만한 문학적 기교도 보이지 않는다. 극반전으로 읽는 사람을 놀래키는 법도 없으며, 주인공의 극적인 변신이나 돌발 사건도 없다. 견디고, 나서지 않으며, 그래서 어리숙해 보이기까지 하는, 한 진지한 인간이 있을 뿐이다.
낯익은 지명, 낯익은 장소, 낯익은 인물들 때문에 다 읽을 때까지 손에서 놓고 싶지가 않았다.
십대 후반을 보낸 그 외딴 방의 문을 닫아 놓고 지내는 동안 그녀는 한동안 말을 잃었다. 이제는 후련할까. 이제는 외면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 볼 수 있을까.
지난 시절을 그리움과 애틋함으로만 추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 적어도 그럴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우리가 이 생에서 겪어낸 일, 또 앞으로 겪어낼 일들에 놀라지 말라고, 이 세상에는 우리가 쉽게 받아들여 단기 처리 되지 못할 일들이 참으로 많다는 것, 이런 생각들이 스쳐간다.
이 소설을 쓰느라 그 시절을 겪어내는 만큼 힘들었을 그녀에게 공감의 웃음이라도 지어보이고 싶다.
이 책을 알려주신 분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모르고 지났을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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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9-01-16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러니까 저말입니까? (긁적 ^_^)

hnine 2009-01-17 04:33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

순오기 2009-01-17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페이퍼 읽고 이 책 읽어야지~ 하고 있어요.
어제 잠깐 책 바꾸러 왔던 아짐이 공교롭게도 이 책 얘기를 하더라고요.^^

hnine 2009-01-17 12:04   좋아요 0 | URL
예전엔 1,2권으로 나뉘어 나왔었나본데, 제가 읽은 것은 합본이어서 꽤 분량이 됨에도 불구하고 지루한지 모르고 읽었어요.
댁에 방문하시는 책 손님들과 이야기 나누는 재미도 있으시겠어요 ^^

2009-01-17 1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17 1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17 2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17 2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18 15: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제주 올레 여행 - 놀멍 쉬멍 걸으멍
서명숙 지음 / 북하우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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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책들이 대개 그렇지만, 이 책 역시 400쪽이 넘는 분량임에도 지루할 틈 없이 단숨에 읽혔다. 제주도가 고향인 저자가 산티아고 여행을 하고 돌아온 후 어떤 계기로 인하여 우리 나라에도 그와 같은 걷기 코스를 만들기로 작정을 하고,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6코스의 걷기 코스를 개척하는 얘기인데 이 책에는 6코스까지 실려 있지만, 현재 11코스까지 진행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제주도라는 우리 땅의 아름다움이 이렇게 새로이 사람들에게 알려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또 이 책을 읽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순간부터 제주도 걷기 여행을 꿈꾸게 되었겠나 생각하니, 저자가 참으로 보람있는 일에 자신의 노력과 시간, 열정을 투자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책은 단순히 제주도 걷기 여행을 소개하는 여행서로만 읽히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로 이 책을 더 관심있게 읽었는지도 모른다. 저자는 전문적인 여행가도 아니었고, 처음부터 제주도 여행 코스를 목적으로 하고 일을 시작했던 것도 아니었다. 이 일을 시작하게 되기 까지의 저자의 인생 경험이 바로 이 제주 걷기 여행을 시작할 수 있도록 선행된 또하나의 여행이었음이라고 말하고 싶다. 책에도 밝혀 놓았고, 훨씬 전에 저자가 산티아고 여행에서 돌아온 후 라디오 인터뷰 프로그램에 초대되어 하는 말을 들은 바에 의하면, 기자라는 직업을 수행하며 당장 눈 앞에 떨어진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하루하루 쉴새 없이 달려야 했던 수십년의 세월에 염증을 느끼고, 이게 인생의 전부가 되게 하고 싶지는 않다는 자각. 그것이 출발점 아니었을까. 살다 보면 이렇게 '일단 정지'의 순간이 오게 되나 보다. 회사를 그만 두고, 그녀는 걷는다. 무슨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라기 보다, 서울 시내도 좋고, 한강 둔치도 좋고, 집이 있는 곳에서 여의도 까지도 좋고, 그저 걷는다. 그러면서 걷기의 비밀이라고 할만한 것을 알아내었다고 할까?  그녀는 말한다. 걷기는 온몸으로 하는 기도요, 두발로 추구하는 선이었다고. 머리로 해결 안되던 여러 복잡한 생각들이 걸으면서 치유되는 것을 경험한 것이다. 이어서 산티아고 길을 떠나게 되고, 우리 나라에도 이러한, 걸을 수 있는 코스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얻게 되어, 보통 사람이라면 여기서 그칠 수도 있었을텐데 실행에 옮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없는 일을 해낸 것이다.
이렇게 길을 터 놓았으니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걸으리라. 그리고 느끼리라. 사람들의 수 만큼이나 다양한 이유를 가지고 길 위에 올라, 조금씩 다른 마음을 하고 돌아오리라.
제주도 여행에 꼭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한번 읽어보라고 권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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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 2009-01-14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찜만 하고 있는 책이에요. 저는 국어시간에 기행문 참 좋아하고 지리시간도 참 좋아했는데...요즘은 완전 잊어먹고 살고 있는 듯.. 해요..

hnine 2009-01-15 07:17   좋아요 0 | URL
예전에 좋아하던 것들을 오랜만에 다시 대하면 더 좋아하게 되는 수가 있는 것 같아요. 이 책 읽어보세요. 저도 올 5월에 길을 나서볼까 생각하는데, 장담은 못하지요 ^^

비로그인 2009-01-17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들춰보면 제주로 떠나고 싶지요? 5월에 가면 hnine님을 만날수 있는 건가요?~~~

hnine 2009-01-18 07:39   좋아요 0 | URL
2-3일이 어려우면 일박을 하더라도 올봄에 꼭 한번 다녀오고 싶어요. 가서 제주 바람을 한껏 느껴보고 오면 이후의 날들을 더 잘 버텨낼 수 있는 힘이 생기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하게 되네요. Manci님도? ^^
 
마당을 나온 암탉 (반양장) - 아동용 사계절 아동문고 40
황선미 지음, 김환영 그림 / 사계절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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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때 아르바이트로 가르치던 초등학생의 국어 교과서를 무심코 들춰 본적이 있다. 교과서에 실린 글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얘기들이거나, 지극히 교훈적인 글들, 권선징악의 메시지가 너무 드러나는 글들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내 눈에 들어온 동화 한편이 나의 그런 선입견을 흔들어 놓았다. 초가 지붕위의 박이 자기는 너무나 보잘것 없다고 생각하여 달에게 하소연하는 내용이었는데, 나중에 이 세상 모든 것은 그 나름대로의 역할이 있고 소중하다는 것을 깨우치면서 끝나는, 짧지만 느낌을 주는 글이었는데, 이런 감동이 동화가 가지는 매력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다. 

요즘, 무슨 이유인지 다시 동화를 읽어 볼까하는 생각이 들길래 우선 우리 나라 동화를, 동화 작가별로 읽어보기로 했다. 우선 선택한 것이 황선미 작가의 책들. 

현재까지 그녀의 동화들을 다 찾아서 읽은 것은 아니나, 어찌하다 보니 그녀의 대표작이라고 꼽는 이 책을 가장 나중에 읽게 되었다. 읽어보니 이 책이 그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얼마나 뚜렷한 생각을 가지고 고심하며 썼을지, 다른 작품에서와 비교가 안 된더라고 하면 너무 개인적인 느낌일지 모르겠지만, 그 정도로 이 작품의 뛰어남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처한 현실에 안주하는 삶과 그것을 벗어나보려고 시도하는 삶. 벗어나보려는 시도의 뒤에는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거창한 의도에서가 아니라, 자신의 꿈을 펼쳐보려는 의지가 있다. 이 책에서 암탉 '잎싹'의 꿈은 자신의 알을 품어 병아리가 태어나도록 해보는 것. 잘은 몰라도 삶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꿈을 가지고 그 꿈을 이뤄보고자 시도해보려는 노력으로 이루어나갈 그런 것 말이다.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한 것은 이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평생을 공들인 꿈도 영원이 내것이 될 수는 없다는 것. 잎싹은 자신의 꿈의 실현이나 다름없는 오리 '초록머리'를 다 키워 결국 떠나보내지 않는가? 일생 공을 들이고 사랑을 쏟아부었다고 해서 그 산물이 온전히 내것이라고, 내맘대로 할수 있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꿈이나 목표는 그것을 가지고 사는 것, 그 꿈과 목표를 향한 눈빛을 모을 수 있다는 것에 비하면, 나중의 결과물이 어떠하느냐는 훨씬 덜 중요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한 가지 소망이 있었지. 알을 품어서 병아리의 탄생을 보는 것! 그걸 이루었어. 고달프게 살았지만 참 행복하기도 했어. 소망 때문에 오늘까지 살았던 거야. 이제는 날아가고 싶어. 나도 초록머리처럼 훨훨, 아주 멀리까지 가 보고 싶어!"
잎싹의 마지막 말이기도 한 이 말 속에 잎싹의 삶이 요약되어 있다고 하겠다.

참으로 많은 의미와 상징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듯이 나 또한 그 울림 속에서 한동안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다. 한동안 덮어놓고 모른체 잊은체 하고 있던 것들이 모조리 들고 일어나는 느낌 속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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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1-14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선미씨의 대표작이고 참 유명한데도 저는 아직 못읽었네요. 우리 아이들이 좀 더 크면 아이들과 같이 읽을까요? ^^

프레이야 2009-01-14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전 독서지도사 공부를 시작하면서
이 동화를 처음 만났을 때의 신선한 충격이 다시 떠오르네요.
황선미의 글을 참 좋아해요. ^^

hnine 2009-01-14 03:52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 읽어보신다면 저보다 훨씬 훌륭한 리뷰를 써주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좋은 작품이었어요.

혜경님, 그렇지요? 신선한 '충격'이요. '공감'을 뛰어넘어 충격이었어요.
황선미 작가의 '늘푸른 나의 아버지'에 대한 혜경님 리뷰를 언젠가 읽은 기억이 나네요.

혜덕화 2009-01-14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 아이가 초등학교 때 이 책을 읽고 재미있다고 아주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잎싹이라는 말의 느낌도 참 좋아요.
입 안에서 봄 새싹이 돋는 느낌^^

현대 2009-01-14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동화는 백설공주나 신데렐라 정도만 있나보다. 그리고 나면 청소년에 맞는 아동용 글들이 있는거고.. 그렇게 생각했었어요. 아마 제가 그렇게 읽어왔고 그래서 경험을 넘어서지 못하고 무지했던 탓일것 같아요.

이런 동화들이 있다는 걸 얼마전에야 알았는데 한국동화들도 이렇게 좋은책이 많다는건 또 나인님 덕분에 알게 됩니다. 신선한 충격..은 읽어보지 못한 제에게도 왔어요..^^ 나인님의 설명을 읽으니 꿈과 그 꿈을 이루고 나는 과정들의 결과물까지 내것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이 지금은 이해할수 없어도 다 자라 어느순간 그 때 그 글들이 기억날 수도 있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동화도 아이에게 읽어주시지요? 이제 읽어줄 나이는 지났나요? 아이가 엄마에게 편지쓰고 옆에 목련꽃 놔두고 갔었다는 페이퍼를 읽었던 기억이 스치네요. 따뜻한 심성이 있는 아이예요. 나인님이 싹을 틔우고 길러주신걸꺼라 생각됩니다. 날이 너무 춥네요. 건강조심하세요. 나인님.

hnine 2009-01-14 17:10   좋아요 0 | URL
혜덕화님, 초등학생이었던 따님은 어떤 느낌으로 좋아했을까 궁금해지네요.
저자가 작명도 참 잘하는 것 같아요. 잎싹, 초록머리...느낌이 좋은 이름들이지요.

현대인님, 동화라고 하면 너무나 정해진 결론, 하나도 새롭지 않은 소재 등으로, 그저 책장 넘기기에 바쁜 것들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훌륭한 작품들이 있네요. 아마 제가 몰라서 그렇지 많을거예요. 보물찾기 하듯이 그런 동화들을 찾아내고 싶어요. 공감해주시니 기쁩니다. 금요일부터는 날이 좀 풀린다지요? 사실 그동안 겨울치고 너무 안 추웠지요 ^^

순오기 2009-01-17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읽으셨군요. ^^ 황선미의 대표작이 확실하죠.
우리 막내는 일곱 살에 이 책을 읽고 또 읽었어요. 뭐를 알고 읽었는지 모르지만~ 아주 감동이라고 했어요.^^ 지금은 중1인데, 그 사이에도 여러번 읽었어요.
광주시내 학부모독서회 토론도서로 가장 많이 선정된 것도 이 책일 듯...우리도 두번이나 했으니까요. 햐~ 이런 동화가 있구나, 감탄했었죠~~ ^^

hnine 2009-01-17 12:11   좋아요 0 | URL
토론감으로 아주 적절한 책이 아닌가 싶어요.
황선미 작가의 이후 작이 이에 못미치는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워요.
권해주셔서 감사드려요. 그것도 아주 강력히~ ^^

비로그인 2009-01-17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좋은 책이있는지 몰랐네요. 저도 같이 읽어야겠어요!

hnine 2009-01-18 07:35   좋아요 0 | URL
Manci님은 읽으시면서 저처럼 많이 찔리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 저는 읽으면서 정신이 번쩍 나는 것 같은 순간이 몇번 있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