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의 방학 생활?
--> 레고에 빠져 지낸다. 레고를 사주기 시작한 것은 아이가 지금보다 훨씬 어릴 때부터였는데, 거의 남편이 조립해 주다시피 했고, 아이는 조금 거들거나, 다 완성된 것을 가지고 놀거나, 아니면 설명서와 상관없이 자기 마음대로 자기 수준에 맞게 몇가지 만들어보는게 레고를 가지고 노는 방식이었다.
그러다가 얼마전에 '스타워즈' 영화를 보고 나서 레고 시리즈 중 스타워즈 시리즈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레고에 대한 관심이 다시 불붙더니, 지난 크리스마스 선물로는 무려 30만원 짜리 스타워즈 레고를 사달라고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물론 안 사줬지만.
사주지 않는 대신 방학 동안 아이를 레고조립하는 센터에 보내 주었다. 그곳에 구비된 여러 가지 레고 시리즈를 골라 혼자서 조립하다 오는 곳이다. 20시간에 6만원. 30만원 짜리 사주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지 않은가? 혼자 흡족해하면서.


레고 센터에 한번 가면 보통 세시간은 꼼짝 않고 하다가 이제 그만 오라고 전화를 하던가 데리러 가야 겨우, 그것도 아쉬워하면서 온다. 위와 같은 저런 비행기니, 스타워즈에 나오는 것들을 주로 조립하고는 완성되면 흐뭇해하면서 사진으로 찍어달랜다.
다음은 집에서, 집에 있는 레고를 가지고 엄마가 좋아할 만한 것을 만들어 준다고 만든 것. ㅋㅋ

처음엔 펭귄 한마리 만들어 들고와서는"엄마, 귀엽지 않아요?" 하길래 그렇다고 했더니, 반응이 좋다고 생각했던지 한마리 더 만들어와서는 "엄마, 또 한마리요." 한다. "와, 귀엽다. 친구가 생겼네." 했더니, 조금 있다가 또 한마리 더. 이번엔 부속이 모자랐는지 좀 다른 색깔의, 다른 모양의 펭귄이다 ^^

노트북 자판에 세워 놓고 독사진도 찍어 주고 ^^
아이의 방학은 할머니 댁에 가서 일주일 놀다 오고, 집에 돌아 와서는 특별히 어디 놀러가지도 못하고, 가까운 곳에 여행 한번 못데려 간채, 이렇게 레고와 친구가 되어서 놀고 있다.
그 외의 시간은 매일 덧셈, 곱셈 문제지 몇 장씩, 영어 몇 장씩 혼자 풀게 하고, 답 맞춰 주고, 틀린 문제 가르쳐 주고, 자기 전에 일기 쓰고. 단조로운 하루의 연속.

어제 아이가 푼 영어 문제집의 한 페이지인데, 사다리를 하나씩 내려갈때마다 철자 하나가 바뀌면서 다른 글자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출발점의 단어는 사다리를 다 내려오고 나면 완전히 다른 단어가 되어 있다.
우리가 하는 일들도 이런 경우가 많지 않은가?

어지러운 내 책상 한 켠.
한때 조만한 크기의 양 인형들을 모았던 적이 있었는데, 이사 다니면서 지금은 다 어디가고 운좋게 내 곁에 남아 있는 유일한 양 인형, 그리고 역시 예전에 일주일에 5일은 출석 도장 찍던 까페에서 얻어온 머그컵이다.

추억이 묻어 있는 물건들이다.
아이의 방학 생활도, 나의 방학 생활도, 이 정도에서 더 바랄 것도 없다.